“소 세자, 남들은 세자가 어려서 뜻을 이루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까 벌써 하 세자의 풍채가 있는 거 같은데요!”“시대를 잘못 타고 나왔네요! 만약 3년 일찍 사회로 나왔더라면 남원에서 하 세자는 아무 일도 못했겠네요!”“그러게요. 보니까 바깥에서 하 세자를 너무 추켜 세우네요. 사실 소 세자야 말로 젊고 유능한 사람이네요!”이 지식인들도 소강승을 추켜 세우기 시작했다. 필경 소강승이 이렇게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었으니 그들도 자연히 보답을 해야 한다. 하 세자와 비교를 하는 것도 그럴 것이 누가 하 세자를 강남 1인자로 만든 것인가?이 사람들이 자신과 전설의 하 세자를 비교하는 말을 듣고 이때 소강승의 얼굴에는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남에서 하 세자와 견줄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영예였다. 그날 왕정민이 자칭 하 세자와 가장 가까운 남자라고 하지 않았나?“자, 어르신들 저 소강승을 너무 치켜세우지 마세요. 저는 제가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소강승은 겸허한 얼굴이었다. “저란 사람은 다른 재주는 없지만 쓰레기 청소는 잘 합니다!”이 말에 사방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강승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 “꺼져. 너는 여기 있을 자격이 없어.”“소강승, 너 너무 심하게 굴지마. 우리는 초대장이 있어.”이윤지는 너무 화가 났다. 소강승은 분명 고의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소강승은 냉담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초대장? 남원고의 이사장이 우리 소씨 집안 사람인데 이 초대장을 훔친 거야?”“우리 소씨 집안의 물건까지 훔치다니. 이윤지, 오늘 너 나한테 해명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소강승은 이윤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이윤지는 창백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가 어떠한 행동을 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한발 앞서서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이 순간, 이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순간 정신을 잃었다. 소강승은 하현
조영의 눈에는 이채로운 빛이 가득했다.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발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윤지 이 여우 같은 내연녀가 감히 소강승을 때리겠어?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번 일은 이 남자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지도 처참하게 될 것이다. 필경 소강승은 겉보기에 그렇게 점잖지 못했다. “너 도대체 뭐야? 네가 감히 소 세자를 때려? 너 소 세자가 어떤 신분인지, 어떤 지위인지 알아?”조영은 이때 절박한 표정으로 소강승에게 달려가 하현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일이 좀 더 커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소강승의 서늘한 눈빛이 극에 달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온통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소강승이 웃음거리가 된 것을 보고 있었다!이 일로 그는 이성을 잃고 하현을 칼로 찌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그리고 경비원들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은 하현이 입만 살았지 감히 소강승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소강승 뿐 아니라 소씨 가문의 체면을 땅에 밟아 버린 것이다!곧이어 경비원 몇 명이 몰려와 하현을 제압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서 매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 뭐 하는 거야!?”남원 1인자 양정국이 이때 드디어 ‘어슬렁 어슬렁’ 걸어왔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소강승이 완전히 하현에게 미움을 샀을 뿐 아니라 소씨 가문과 하현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없게 만든 때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때 나섰다는 것이다. 앞으로 계산해보면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양공!”모두가 힐끗 쳐다보고 잠시 후 하나 둘씩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남원 1인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높은 신분이었다. 이때 쏟아지는 인사에 소강승은 경비 대장 앞으로 다가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경비 대장은 이 일을 양정국이 직접 관여할 줄은 몰랐다. 지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
“양공, 그들의 초대장이 진짜든 가짜든 그들이 어떤 신분이든 상관 없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이 일은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이때 소강승은 음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양정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강승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소 세자, 넌 아마 네 눈앞에 계신 이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내가 알려주지. 이 분은 나 양정국이 받들어야 할 귀인이야!” “게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도 알고 있어. 네가 먼저 손을 댔으니 맞아도 싸지!”“지금 무릎 꿇고 하 선생님께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양정국은 이렇게 말하고는 공손한 얼굴로 하현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 광경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양정국 마저 그를 받들어야 한다니 이 젊은이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양정국! 무슨 소리야!?”“설마 네가 남원 1인자라고 우리 소씨 집안에서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내가 말하는데 우리 소가가 너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면 말 한 마디만 하면 될 뿐이야!”소강승의 표정이 어두웠다. 여태껏 아무도 감히 그를 무릎 꿇게 한 적이 없었다. 전성기의 하민석이라 해도 그와 동년배일 뿐이었다. 무릎을 꿇으라는 양정국의 말에 소강승은 완전히 격분했다. “소 세자가 무릎을 꿇고 싶지 않다면 내가 소장경 가주에게 전화를 하지. 그때도 너희 소씨 집안이 너처럼 당당했으면 좋겠다.”양정국이 웃었다. 이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이때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소장경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소 가주님, 당신 집안 세자가 학술 모임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당신이 와서 해결하세요.”양정국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화 맞은 편에서 소장경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안 녀석이 어떻게 그런 고상한 자리에서 소란을 피울 수 있겠어요?”“기왕 양공이 만나셨으니 그럼 혼을 내주세요. 설마 그 녀석이 말을 듣지 않겠어요?”
학술회 현장.양정국은 전화를 끊고 소강승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너희 가주가 곧 올 텐데 그때도 네가 지금처럼 강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강승은 냉소를 터뜨렸다. 소씨 가문은 남원의 일류 가문일 뿐 아니라 다른 3대 일류 가문과도 함께 들어오고 나갈 때를 안다. 이런 집안에서 누구를 두려워 할 수 있겠는가?가주가 오면 이 하현도 무릎을 꿇고 기어나가야 할 뿐 아니라 양정국도 오늘로 끝장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 일 때문에 소씨 집안 가주 소장경도 온다고?보아하니 오늘 이 일은 반드시 터질 운명이었나 보군. 세상에! 양정국은 이 일을 처리한 후에야 하현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하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제가 몇 분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하현이 담담하게 웃었다.“만약 네가 정말 늦게 왔다면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겠지. 걱정이라면 어떤 사람이 너무 일찍 왔을까 봐 걱정이었겠지. 일부러 옆에서 잠시 연극을 보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갈 기회를 찾은 건 아니겠지?” “양공이 그런 사람은 아니었겠지?”하현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 이 말을 듣고 양정국은 남원의 1인자라는 것까지 보태서 이때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상급자를 직접 대면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 그는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정말 늦게 왔으니 하 선생님 오해하지 마세요!”“선생님 일은 제가 반드시 가장 중요한 일로 처리할거예요.”하현이 웃었다. 양정국이 소강승에게 무릎을 꿇게 만들 때부터 그는 상대방의 목적을 깨달았다. 소씨 집안은 그와는 화목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손을 빌려 소씨 집안을 상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수단이 모두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네 아이디어는 훌륭했어. 그러니 이 자리에 까지 기어올
“가주님, 이놈이 저를 때리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어요!”“양정국이 그의 편이라니!”“이건 반역이에요!”“반드시 그들을 죽여버릴 거예요! 그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소장경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강승은 바로 달려들어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소장경이 가장 아끼는 손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소가의 세자가 될 수 있었겠는가?이전의 관례에 따르면 그가 입을 열기만 하면 소장경은 틀림 없이 그를 대신해 화풀이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소장경은 지금 바람 한 점 없는 하현을 깊이 들여다 보았다. 곧이어 심호흡을 하고 뺨을 때리며 소강승의 얼굴에 대고 호통을 쳤다. “망나니, 내가 매일 겸손 하라고 가르쳤는데 너는 하루 종일 말썽만 부리는 거야!”“너 우리 소씨 집안을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소강승은 소장경이 와서 먼저 뺨을 때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강승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씨 집안은 부동산과 교육업계에 몸 담고 있고 이 두 업종 모두 폭리를 취하는 업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소씨 집안은 남원의 일류 가문 중에서도 현금 이동이 가장 많았다. 이것 때문에 소씨 가족은 항상 오만하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특히 소강승이라는 소 세자는 세자의 신분을 앞세워 남원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으로 불린다. 소장경은 항상 소강승을 가장 아꼈고 그를 소씨 집안의 중흥지주라 생각해 많은 일들을 그의 뜻에 따랐다. 과거에는 누가 감히 소강승을 건드리면 소장경은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니 소강승은 더욱 날뛰고 제멋대로 굴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그가 소강승에게 뺨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때 소장경은 이미 하현에게 다가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하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제가 소씨 집안을 대표해 사과 드립니다.”이 말이 나오자 온 회의장이 발칵 뒤집혔다!
“당신들은 소 세자가 계속 저를 도발하고 귀찮게 하는 것이 내가 만만해서 그런다고 생각합니까?”앞에 있는 소장경을 보며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소장경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자신이 이미 하현의 속내를 잘 파악했다고 자인하며 그를 꺼리기는 했지만 단지 꺼림칙할 뿐이었다. 이때 소장경이 조용히 말했다. “하 선생님, 저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알고 당신 뒤에 누가 있는 지도 압니다.”“저희 소씨 집안은 당신 뒤에 있는 사람에게 미움을 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일은 저희가 사과 드립니다.”“하지만 당신도 적당히 하세요.”소강승은 곁에서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가주님, 이런 폐물이 무슨 지위가 있겠어요? 이 사람은 그저 데릴사위 아닌가요? 우리 당당한 소씨 집안이 그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어요?”“무슨 근거로 우리 소씨 집안이 사과를 해야 해요? 설령 가주님이 저의 체면을 구기실 수는 있다 해도 우리 소씨 집안 체면이 구겨질 수는 없어요!”“입 다물어!”소장경은 소강승을 노려보았다. 그는 오늘의 큰 일을 작은 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이 소강승이란 놈이 뜻밖에도 자꾸 뛰쳐나오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소장경은 조용히 말했다. “강승아, 이리 와. 하 선생님께 사과해!”“말도 안돼요. 내가 어떻게 데릴사위한테 사과를 해요! 가주님, 우리 소가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아요!”소강승은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퍽!”소장경은 또 소강승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사과를 하라면 사과를 할 것이지 무슨 그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이때 소장경은 처음으로 소강승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거야?지금 남원의 상황은 며칠 전과는 달라졌다. 한편으로는 천일그룹이 완전히 부상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항성 이씨 가문의 맹렬한 용이 강을 건너왔다. 이런 상황에 소씨 가문은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공수 동맹을 맺기도 했다.
“무슨 뜻이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양정국이 속삭이며 말했다.“소강승이 별로 재주가 없으면서도 소가의 세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 좋은 양아버지가 있기 때문이에요.”“누구?”“강남 길바닥의 왕, 홍인조예요.”양정국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남 길바닥에서 홍인조의 신분이 높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양정국은 남원의 1인자였지만 홍인조를 건드릴 수 없었다. 하현이 웃었다. “네 말은 소강승이 홍인조를 찾아가 나를 괴롭힐 거라는 거야?”“대충 그렇습니다.”양정국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하 선생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것은 알지만 문제는 소씨 집안에는 돈이 있고, 홍인조에게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이 둘이 합치면 1 더하기 1은 2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겁니다.”“하 선생님, 조심하는 게 상책입니다.”하현은 고개를 돌려 양정국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 “너 내가 소강승과 큰 충돌이 있기를 바라는 거 아니야? 가장 좋은 건 양쪽 둘 다 망하는 거지?”“감히 그럴 리가요.”양정국은 감히 하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너 이번에 나를 바둑알로 이용한 건 오늘 오후의 일까지로 그만 둬.”“하지만 너와 나 사이는 이것으로 끝이야. 만약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너는 어떻게 될지 알지?”양정국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다들 굳어있지 마세요. 학술모임 아닙니까? 해야 할 건 해야죠.”이에 양정국이 재빨리 반응을 하며 화답했다. “다들 예년과 같으면 됐으니 아까 일은 없었던 걸로 합시다!”모두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눈빛 하나하나가 다소 뜨거운 표정으로 하현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양정국은 전 과정에 동행했던 관계였기에 그들은 감히 건너오지 못했을 뿐이다. 이렇게 30분이 지나자 하현은 재미가 없어졌다
“설마 이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려는 건 아니겠지?”은아는 하현이 진취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기뻤다. 만약 자신의 남편이 원한다면 그녀는 돈을 주고 하현을 해외로 유학을 보내도 괜찮았다. 그러자 하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가 공부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유아 말이야.”“올해 고3이잖아. 곧 대학 가야 되니까.”“근데 우리 남원에 있는 대학은 별로라는 걸 알게 됐어. 유아는 아마 연경, 대구 아니면 소항으로 대학을 보내야 할 거 같아.”은아는 실소하며 말했다. “하현, 유아 일은 엄마 아빠가 신경 쓰면 돼. 너는 형부일 뿐이야.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하현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은아에게 오늘 자기가 학술모임에 가서 남원 교육계 사람들의 진면목을 간파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 “보아하니 일단 소항에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으니 그 김에 유아를 도와서 소항 대학상황을 살펴봐야겠다.”하현이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 전에는 소항에 가는 일이 그리 급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가능한 한 빨리 가야 할 것 같았다. ……남원 외곽의 복고풍 일본식 정원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안팎으로 늘어서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키가 크고 허리가 불룩했고, 딱 봐도 화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 누군가 정원의 대문을 확 밀어서 열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이 경호원들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들어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똑똑히 보이자 그제서야 경계를 풀었다. 소씨 집안의 세자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왕인 홍인조의 수양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들이 밖에서 괴롭힘을 당했어요! 게다가 뺨도 여러 대 맞았어요!”거실에 들어서자 소강승은 무릎을 꿇고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홍인조는 부들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섬나라의 긴 칼을 들고 있었다. 그는 원래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이때 갑자기 눈을 뜨고 담담하게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