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다음 날, 설씨 어르신과 설민혁, 설지연 세 사람은 함께 스마트 밸리 현관에 나타났다. 그들은 손에 부동산 증서와 대량의 금과 옥, 현금 등을 들고 있었다.이 물건들은 곧 설은아에게 건네질 것이다. 이 모습에 설지연의 마음속 중심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 이 물건들은 원래 그녀의 것이었지만 오늘 전부 설은아에게 줘야 한다. 그녀는 달갑지 않았다! 설민혁은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가 모든 자산을 이미 팔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해요.”짧은 시간 내에 집과 차를 팔았으니 분명 싼 값으로 팔아야 했다. 설씨 가족은 지금 이 돈을 다 같이 모아왔지만 여전히 그들이 써버린 부분을 충당할 수 없었다. 설씨 어르신은 수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이때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도 할 만큼 해서 왔으니 우리가 한 가족이었던 점을 봐서라도 이제는 은아한테 우리를 위해서 좀 둘러 대달라고 해봐야 할 거 같아요.”“그렇지 않으면 우리 식구들은 밥 구하러 갈 데도 없을 거예요.”설지연이 갑자기 입을 열고 말했다.“할아버지, 우리가 왜 우윤식의 말을 들어야 해요!”“지금 우리가 이 현금과 황금 옥석들을 가지고 남원을 떠나면 누가 우리를 막을 수 있겠어요?”“우리가 다른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갈 방법은 없지만 우리 세 사람만 떠나면 설씨 집안도 쓰러지진 않을 거예요!”“이 돈이면 우리는 다른 지방으로 가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설민혁이 이 말을 듣고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어쩌면 이게 가장 좋은 방법 일지도 몰라요!”“군자도 원수 갚는 데는 십 년도 늦지 않는다고 했으니 우리가 지금 떠나서 나중에 발전하면 다시 돌아와서 원수를 갚아도 되죠!”설씨 어르신이 큰 기대를 걸었던 두 사람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자기 세 사람이 돈을 들고 도망갈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설마 그들은
스마트 밸리 꼭대기 층.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일찌감치 거실에 앉아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이 예물들이 그들의 소유인 것처럼 말이다. 곧 초인종이 울렸을 때 희정은 바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동작이 조금이라도 느렸다가는 마치 그 물건들이 날아 갈 것 같았다. “재석아, 희정아……”설씨 어르신은 두 손에 짐을 들고 온화한 얼굴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설씨 어르신은 필경 오랫동안 설씨 집안을 지켜왔기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그에 대해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었다. 지금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모두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재석아, 은아는?”설씨 어르신은 자신이 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때 담담하게 물었다. 이 말을 듣고 희정은 설민혁과 설지연의 손에 들린 물건들에게로 시선이 떨어졌다. 눈동자에 빛을 띠며 말했다. “은아 회사 갔어요. 물건은 저한테 주면 되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희정은 다른 사람에게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손을 뻗어 그 물건들을 빼앗았다.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여전히 아쉬워 잠시 손을 떼지 못했다.“너희들 뭐 하는 거야!? 이 물건들은 다 하 세자가 우리 은아한테 준 거야!”“너희들 우 대표님이 한 말 기억하지?”희정은 두 사람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지만 이 물건들을 내려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깐 들어와 앉아 봐. 숫자가 맞는지 잘 확인을 해봐야겠어. 어제 우 대표님이 사람을 보내서 선물 명세서를 보내왔어!”“숫자가 틀리면 우리는 이걸 인정 할 수 없어!” 희정은 지체 없이 그 물건들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 빠르고 가볍게 수를 세기 시작했다. 희정의 말을 듣고 설씨 어르신과 두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우윤식이 선물 리스트까지 보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아마 처음 예물을 보내왔을 때의 반도 못 미치겠지?바로 이때
하현의 말을 듣고 민혁의 얼굴빛이 순간 창백해졌다. 설씨 어르신 역시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그들은 모두 은아가 마음씨가 착하고 말은 날카롭게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 사정하는 것은 그나마 조금 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은아가 뜻밖에도 하현에게 이 모든 일을 맡겼다니 그럼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희정아, 너희 집 이제 데릴사위가 일을 맡아서 보는 거냐?”설씨 어르신을 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그는 지금 분명 하현과 희정의 관계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 그들이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희정은 지금 하현을 욕할 마음이 아예 없었다. 보석과 옥석을 모두 검사한 후 또 현금을 살펴보더니 안색이 바뀌며 말했다.“설가주님, 이 예물들의 수가 안 맞는데요?”“우 대표님이 주신 선물 리스트와 비교해 보니까 별장을 제외하고 돈과 옥석은 절반 이상이나 줄었네요!”“안되겠네요. 이렇게는 승인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이 이 남은 물건들도 반드시 보충해놔야 합니다!”이때 희정은 허리를 밀쳐내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보기에 이 물건들은 모두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누가 조금이라도 가져가면 누구의 목숨이든 앗아갈 듯 했다. 설씨 어르신의 안색이 순간 안 좋아졌다. 그는 비록 희정이 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전 같았으면 그는 지금 가주의 신분으로 희정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양측은 이미 의절했으니 설씨 어르신도 자기의 신분으로 희정을 누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설씨 어르신은 자기에 애초에 왜 민혁이와 지연이의 말을 듣고 재석 일가를 쓸어버렸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업자득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참 후에야 설씨 어르신은 심호흡을 하고 온화한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희정아! 우리가 물건을 모으려고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 우리가 남원의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니,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하현의 이 말에 희정은 조금 냉정을 되찾고 말했다.“좋아, 네가 오늘 대책을 내 놓지 않으면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설씨 어르신과 설민혁, 설지연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상대방의 눈에서 불안함을 보았다.그들은 항상 하현에게 무슨 음모가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알기로 당신들 중 일부는 아직 자산을 팔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말도 안 되는 소리!”설민혁이 제일 먼저 펄쩍 뛰었다. 그는 확실히 집 한 채를 숨겨놓고 팔지 않았다. 설지연도 안색이 변했다. 그녀도 보석을 조금 숨겼다. 이들은 사리사욕만 채우는데 이미 습관이 됐으니 어떻게 가족을 위해 자신의 값진 물건들을 모두 내 놓을 수 있을까?일부만 빼 가는 것도 다행인 셈이었다. 유독 설씨 어르신만 여전히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항상 하현이 그렇게 호의를 베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당신들이 정말 이 물건들을 미련 없이 내놓고 팔았다 쳐도 여전히 그 예물은 다 못 채울 겁니다.”“그래서 제가 당신들을 도우려고 특별히 아이디어를 하나 내봤습니다.”“무슨 아이디어?”설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지분. 설씨 집안이 손에 쥐고 있는 49%의 지분, 제가 은아를 대신해서 천억에 인수하겠습니다.”“이렇게 하면 당신들이 빚진 부분의 예물은 다 갚은 셈입니다. 또 이것들도 당신들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말을 하면서 하현은 테이블에서 현금 몇 뭉치를 꺼냈다. 대략 2억 정도 되는 돈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현의 말을 듣자 오히려 설씨 어르신의 안색이 변했다. “하현, 이 데릴사위, 너 진짜 독하다! 너 우리 설씨 집안을 몰살시키려는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희정은 눈앞이 번쩍 뜨이며 말했다.“좋은 사위네. 좋은 생각이다!”“늙은이, 들었나?
분명, 민혁은 떠나가면서도 은아와 하현이 잘 지내길 바라지 않았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에 분쟁을 일으키고 싶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하현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이간질 해봐야 우리한텐 소용없어. 만약 네가 정말 그렇게 내가 미우면 네가 나한테 복수할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민혁은 이를 악물고 기개를 갖추려 했지만 결국 땅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워 담으며 하현의 냉담한 눈빛 속에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 ……설씨 별장에 돌아왔다. 설씨 어르신은 이때 이미 텅 비어져 있는 별장을 보며 정신이 얼떨떨했다. 왜냐하면 오늘이 지나면 그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 지금 설씨 집안은 나무가 쓰러져 원숭이들이 흩어진 꼴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민혁은 안고 있던 돈을 챙기고는 설씨 어르신을 깊이 쳐다보았고 곧 떠날 준비를 하였다. 지연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이때 설씨 어르신이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너희 둘은 가지 마! 우리 설씨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없을지, 마지막 희망은 너희들에게 달려 있어!”“뭐요!?”민혁은 놀람과 기쁨의 얼굴로 다시 돌아섰다.“할아버지, 설마 우리에게 무슨 다른 후수가 있을까요?”지연도 기쁜 기색을 띠었다. “할아버지, 다른 방법이 있나요? 설은아 이 년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요.”설씨 어르신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했다.“이건 우리 설씨 집안의 가장 큰 비밀이자 마지막 비장의 카드야.”“너희 둘, 대구 정씨 집안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민혁과 지연은 서로 마주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오히려 설씨 어르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희들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지. 우리 설씨 집안의 등급이 너무 낮아서 아직 그 범위에 도달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 말을 마친 설씨 어르신의 눈동자에는 추억의 빛이 떠올랐고,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들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 현장. 설은아는 눈앞의 공사장을 바라보며 수심에 잠겼다. 리조트 프로젝트 현장은 대도 경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없었다. 누구도 소란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원자재에 문제가 생겨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비서를 불렀다.“4천만 원을 인출해서 보너스로 한 사람당 20만 원씩 나눠줘. 당분간 며칠 쉬게 하고 내 연락을 기다렸다가 다시 출근하라고 해.”비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회장님, 곧 겨울이 와요.”“강남 쪽은 겨울이 되면 북풍이 불어와서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가 느려져요.”“그래서 가을에 전체적인 구조를 완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엉망이 될 것 같은데요.”은아가 눈썹을 비비며 말했다.“알아. 건축자재 쪽에 문제가 생겨서 우리 사정이 급하다고 해도 가지고 올 수가 없어.”“네가 노동자들과 시공업체를 잘 다독여줘. 나는 며칠 동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네!”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 떠났다. 스마트 밸리로 돌아왔을 때 희정은 진작에 그 보석들과 별장 부동산 증명서를 가지고 떠나고 없었다. 은아도 이런 일을 관리할 마음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현이 다가와 은아에게 손에 있던 주식 양도 합의서를 건넨 뒤 웃으며 말했다.“회장이 된 걸 축하해. 이제부터 이 회사는 네가 회사 지분의 49%를 소유하게 됐어. 거기다 네가 회사의 회장이라 앞으로 회사에 대한 최종 발언권은 네가 가지게 됐으니 아무도 너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은아는 합의서를 펼치며 맥없이 말했다.“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없다고 누가 그래?”“그럼 설마 천일그룹이 그러겠어?”하현은 의아해 했다. 자기가 있는데 누가 감히 은아네 회사를 어렵게 만들겠는가? 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랑
오전 내내 공사 현장에 머물다가 은아는 시내로 돌아와 공급업체와 만나기로 한 식당에 왔다. 그곳에 도착했지만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이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주문한 뒤 조용히 기다렸다. 점심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4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공급업체 사장이 이 사람들과 함께 뒤늦게 왔다. 룸에 들어 올 때 보니 그들은 아주 친밀한 사이였다. “설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늦었네요!”“요즘 저희 업무가 너무 바빠서요. 아시다시피 현재 시장에서 건축 자재 원료의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고 우리와 합작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빠져 나오기가 힘듭니다!”“아이고, 손에 쥐고 있는 게 고작 얼마 안 되는 물건인데, 이 집도 원하고 어느 집도 원하고 하니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줘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정말 난감하네요!”룸에 들어선 몇 사람은 전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뒤룩뒤룩 살이 쪄 딱 봐도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옆에는 피부도 하얗고 미모도 예쁜 키다리 미녀가 있었는데 소위 성공한 사람들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때 한 사람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고는 귀찮아 하며 말했다. “체면이고 뭐고 나한테 말하지 마!”“나한테는 돈이 가장 큰 체면이야! 그 상대방한테 전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물건은 조금도 손에 넣을 생각하지 말라고!”“여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그에게는 물건 안 팔 거야!”“나는 말했다!”말을 마치고 이 사장은 노발대발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난 후 은아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 사장님, 죄송합니다. 어떤 회장들은 뭐가 옳고 그른지를 몰라요. 여기가 무슨 시장인 줄 알고 흥정을 하는데, 욕을 안 하면 지들이 무슨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허허허______”다른 사람들이 이때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은아의 얼굴색이 조금 안 좋아졌다. 분
“하하하, 그럼 설 회장님은 우리를 고소하실 건가요?”황보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여기서 내가 좋은 마음으로 한 가지 상기 시켜드리지요. 변호사를 고용하는 데는 돈이 얼마 안 들더라고요.”“게다가 이런 민사 다툼은 조정 위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빨리 판결이 나는 건 드물어요.”“우리가 원한다면 이런 소송은 8년이고 10년이고 끌 수 있어요. 어찌됐든 우리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귀사가 시간을 소모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황보는 득의양양했다. 분명 그가 오기 전에는 모든 것이 괜찮았어도, 오늘 그가 나타난 이상 설은아를 잡아먹겠다는 뜻이었다. 다른 몇몇 사장들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들은 모두 이익공동체였다. 이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당연히 단체로 모여야 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고생해서 돈을 버는 멍청한 사람은 없다. 은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황 사장님, 처음 우리 설씨 회사가 공급업체를 찾기 시작했을 때 당신들이 먼저 우리를 찾아왔고 게다가 당신들 공장이 파산 직전에 있다고 했었어요.”“당신들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해 준다고 자청했었습니다.”“그리고 저도 제때에 꼬박꼬박 돈을 보내드렸고, 한 푼도 밀린 적이 없습니다.”“당신들이 비즈니스 신용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은혜를 아는 건 중요합니다.”“만약 제가 애초에 여러분과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몇 분은 지금 파산하셨겠죠?”설은아가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한 두 명의 공급업체 사장은 마음이 좀 찔렸다. 당시 그들은 정말 설은아를 찾았었다. 근데 문제는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부자가 되었고, 하나같이 욕심이 커졌다. 황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은혜? 설 회장님, 제가 듣기론 당신도 상업계에서 몇 년 동안 그럭저럭 지낸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설마 우리 상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돈이라는 걸 모르세요?”“돈이 있으면 일하기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
하현은 사랑의 정표라고 하는 다이아몬드를 쥐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다이아몬드?”“십억?”“그 말인즉슨 이것도 결국은 유리구슬이라는 거잖아?”“촌뜨기는 촌뜨기야. 유리와 다이아몬드도 구별하지 못하는 식견이라니!”진홍헌은 하현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야.”“그래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온 거야...”“그래?”진홍헌이 더 많은 말을 늘어놓기 전에 하현은 그의 말을 끊은 후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어 하현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하현은 물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랑이 다이아몬드보다 강하다며?”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모두들 무슨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한 얼굴로 멍하니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정상적인 다이아몬드라면 아무리 센 망치로 쳐도 절대 가루가 될 수 없다.그럼 이게 정말 유리조각이라는 것인가?아니, 유리조각이라고 해도 그렇지!어떻게 맨손으로 가루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인가?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직 설유아만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분명 형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듯했다.그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진홍헌은 가능한 한 도덕적으로 그녀를 납치해 그녀의 승낙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거칠 것 없이 그의 얼굴을 때린 셈이었다.진홍헌의 체면은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이 원한!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짝짝짝!”하현은 손뼉을 치며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었다.동시에 그는 진홍헌에게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진홍헌. 당신이 이 물건을 사는데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방금 사람들이 똑똑히 봤듯이 이 물건은 아주 질이 나쁜 유리조각일 뿐이었어!”“이런 걸 가지고 와서 십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말했지. 백억! 백억이면 썩 꺼진다고?!”“이제 다시는 설유아를 괴롭히지 않는 거지?”“개자식! 당신이 뭔데 자꾸 확인을 하고 그래?”진홍민이 나서며 거들먹거렸다.“우리 오빠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어디서 감히 우리 오빠를 거들먹거리는 거야?”진홍헌도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개자식! 정말 나와 맞서고 싶어?”그는 하현이 백억을 절대 가져올 수 없다고 믿었다.설령 정말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가 이 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설유아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설유아도 탐이 났지만 그녀 뒤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이야말로 진홍헌이 탐을 내는 것이었다.하현은 진홍헌을 완전히 단념시키기로 결심했고 앞으로 나서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돈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당신은 설유아를 괴롭혔기 때문에 난 절대 예의 같은 거 차리지 않을 거야.”“지금 협박하는 거야?”진홍헌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누군지 알긴 알아?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랑 싸우자는 거지?”“난 중천그룹 아들이야. 우리 집 자산은 수조 원이나 돼!”하현도 매서운 눈초리로 되받아쳤다.“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열여덟 살에 북화대학에 입학했고 스무 살에 복수 학위를 취득했어. 그리고 스물네 살에 노국에 있는 복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어!”“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중천그룹 아들이고 내 이름으로 18개의 기업이 있어. 내 사업은 대하 각지에 퍼져 있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평생 먹고 놀아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진홍헌은 기세등등한 자태로 또박또박 한 마디도 밀리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였다.하지만 경박
”이, 이 남자 누구야? 설마 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아니겠지?”“너무 평범하게 생겼는데?”“딱 봐도 촌놈처럼 생겼잖아?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아니, 얼굴도 저렇게 예쁜데 왜 저런 남자를 좋아해?!”“왜 스스로 신분을 낮추려고 저러는 거야? 뭐 하러 저런 망나니랑 어울리냐고?”“저런 촌뜨기와 함께 고생하며 산다면 무슨 행복이 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진 도련님이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데, 게다가 당신한테 일편단심이잖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모두들 진홍헌을 두둔하는 말뿐이었다.허영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본성이니까 그럴 만도 했다.예쁜 여자들은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이 녀석이 진홍헌의 여자를 빼앗으려 해?정말 주제넘어도 한참을 넘었군!낯선 남자가 나타나 설유아와 친근한 듯 말을 주고받자 진홍헌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차올랐다.그는 직접 수표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숫자를 쓱쓱 휘갈기고는 책상 위에 떨어뜨렸다.“십억이야! 당신 같은 촌뜨기가 평생 뼈빠지게 일해 봐야 만질 수도 없는 돈이야!”“얼른 이 수표 가지고 썩 꺼져! 얼른 설유아 곁에서 떨어지라고!”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진홍헌의 이름을 외쳤다!한껏 흥분한 여자들은 진홍헌의 사랑을 받고 서 있는 설유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툭!”하현도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쓰고는 바로 진홍헌의 얼굴에 수표를 내리쳤다.“백억이야! 이제 꺼져!”백억?꺼지라고?모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정신 나간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진홍헌이 십억을 내놓은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중천그룹의 아들이었고 재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하늘을 뚫은 기세로 거만하다는 건 말해 봐야 입 아플 정도였다.하지만 하현이 백억을 꺼내 진홍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진홍헌은 이미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마치 설유아가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였다.“설유아, 어서 대답해! 뭐 하는 거야?”“맞아! 진홍헌이 저렇게까지 무릎 꿇었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저러다 무릎이라도 까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무릎을 꿇었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만약 진홍헌이 그런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마음이 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사람이 왜 그래? 저렇게까지 하는데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때 십여 명의 여자들이 모두 설유아를 호통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진홍헌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고백을 받다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데 그녀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뻥 차려고 하다니?거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세상 물정 모르는군!여자들의 말에 비춰 보자면 설유아는 승낙은 고사하고 당장 옷을 벗고 진홍헌에게 뛰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유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많은 부잣집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아 왔다.그러나 진홍헌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동창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협박하다니!이로 인해 설유아는 진홍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자신의 오빠가 미녀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중천그룹에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태산을 연결하기 위해서 진홍민은 비길 데 없이 열심히 열을 올리는 것이다.“대답해! 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대답하라고!”그녀는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으로 설유아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아마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압박을 하면 설유아처럼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는 결국 응할 것이라고 믿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내디뎠다.설유아는 진홍헌의 구애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받은 것이다.이 시점에서 하현은 형부로서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러나 하현이 막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남자들이 하현의 앞길을 막아섰다.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진 도련님이 고백하는 거 못 들었어요?”“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하현을 밀어내며 어서 물러가라고 했다.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유아는 내 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이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동생?”양복 차림의 남자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오빠든 아빠든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진 도련님이 미인을 품에 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못 들어갑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어쭈, 지금 화낸 거야?”“보아하니 당신은 설유아의 오빠가 아니라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인가 보군, 그렇지?”“내 여자가 남한테 구애받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양복 차림의 남자가 사납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기분 나쁘면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아. 우리한테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중천그룹 경호팀장인 그는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앞세워 자신만만하게 하현에게 맞섰다.어쨌든 오늘 진홍헌은 그에게 외부인을 식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중책을 맡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대화를 듣고 있던 몇몇 사내들도 히죽히죽거렸다.하현의 절박한 얼굴을 보고 그들은 하현이 설유아가 마음에 둔 사람인 줄 완전히 착각한 것이다.어쩌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먹잇감으로 당하기 직전
진홍헌, 오늘 이런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워.”설유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마치 그녀를 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생일 파티에 왔다가 뜬금없이 고백을 하는 진홍헌에게 그녀는 조금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진홍헌, 이런 물건은 사랑하는 여자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야.”설유아는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자칫하다 진홍헌에게 말꼬리를 잡혀 쓸데없는 기회를 주게 된다면 곤란하다.“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그래서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어.”진홍헌은 조건도 탁월하고 인물도 아주 잘생겼지만 설유아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홍헌의 여동생 진홍민은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서 지금 우리 오빠를 거절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돼!”“오빠를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금정에서 대구까지 쫙 깔렸어!”“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 생에 다시는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야!”진홍헌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있다고 해도 이런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어. 당신과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라구!”“그러니까 거절하지 말아줘!”설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홍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동창일 뿐이야.”“그리고 난 정말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무엇보다 오늘은 내 생일 파티잖아.”“내 생일 파티에 네가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진홍헌은 설유아의 말에 조금도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설유아, 바로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거야!”“왜냐하면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