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은아는 실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돌아가자.”분명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발전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여전히 큰 소리만 치고 조금도 현실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았다. 원래 하현에 대해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은아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어떻게 이렇게 자기 남편은 큰 소리 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을 모를까?하현은 그 순간 뒤편에 있는 백운별원을 보며 말했다.“우리는 갈 수 없어. 이따가 부모님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 하실 거야.”은아는 얼굴을 가린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도대체 너는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야?”“너 또 뭘 하려고 그래? 일이 생기면 이슬기씨한테 도와달라고 그러게?”“너 인맥도 한번 쓰면 한번은 쉬어줘야 하는 거 몰라?”“게다가 너는 대장부가 되가지고 무슨 일만 조금 생기면 다른 여자한테 도움이나 청하고, 너는 내 생각은 안 해봤어?”“너는 내가 창피하지 않을 거 같아?”“됐다. 기왕 네가 부모님한테 문제가 생길 거라고 장담을 했으니 그럼 어떻게 되나 기다려 보자.”다른 한 편, 백운별원 바깥 입구. 나민영은 이때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남원에 오신지 얼마 안되셨으니 아마 저희 나씨 집안에 대해 잘 모르실 거예요.”“제가 대충 소개를 좀 해드릴게요. 남원에서 저희 나씨 집안은 심지어 강남 전역에까지 금융업과 은행 일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남원에 있는 은행의 약 50%는 저희 나씨 집안이 장악하고 있어요.”“제가 비록 나씨 집안의 후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 집안에서 제 신분이 낮지는 않아요. 저는 지금 남원 은행의 지점장이잖아요!”“아저씨 아주머니께서 만약 대출을 받아 집을 사시려고 하시거나 장사를 하시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최대한 할인을 해드릴게요.”재석과 희정은 이채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나민영이 비록 못생기긴 했지만 집안 배경이나 신분이나
하현과 나민영을 잘 비교해보면 은아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당연히 알 것이다. 재석도 입을 열었다.“사실 우리는 진작부터 하현 이 데릴사위를 쓸어내려고 했었어!”“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와 은아의 결혼은 사실 유명무실한 거나 마찬가지야!”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일이 잘못돼서 그를 쓸어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해졌던 거지!”“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나민영은 이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놓였다.은아에게 장가를 들려고 하는 것은 그녀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최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였다. 최가는 남원의 5대 일류 가문에서 실력이 가장 약했다. 하지만 최가는 벼슬아치 집안이라 외손녀의 사위가 될 수만 있다면 나민영에게는 나씨 집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이것이 그가 이렇게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진짜 이유였다. 이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벌써 백운별원의 정문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벌써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비록 오늘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싶어했지만 초대장을 가진 사람은 백 명중 한 사람도 안될 것이다.심지어 지금 백운별원 밖에서는 많은 언론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은 남원 상류층 사람들의 대규모 모임인 셈이었다. 이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단연 거물들이었다. 이때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나민영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두리 번 거리며 흠모하며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을 즐기고 있었다. 입구에는 지금 경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 경호원들은 모두 양복으로 갈아입었을 뿐 당도대에서 임시로 배치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군사들에게서 나오는 병왕의 아우라는 하씨 가문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장에서 감히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고 진지하게 초대장을 검사했다. 곧 나민영이 도착했다. 그는 초대장을 내밀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을 모두 한데 모았다. 어떤 사람이 적을 상대하려는 듯 오른 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자루를 눌렀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감히 가짜 초대장을 가져오다니 당신들이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 경찰서로 보내겠어!”사방의 매서운 살의를 느끼며 당도를 꺼낼 듯한 모습을 보고 나민영과 두 사람은 놀라 오줌을 쌌다. 그들은 줄곧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며 지냈으니 언제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었겠는가?나민영은 순간 쫄았다. “제 잘못입니다. 제 잘못이에요. 바로 갈게요!”스태프는 냉소하며 말했다.“가? 이번에 우리 하 세자님이 청혼하는 자리라 안보가 최고 수준이야!”“가짜 초대장을 들고 와서 입구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이제 와서 도망을 치겠다고? 당신들의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네!”“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당도대 사람들이야. 오늘 우리는 안보를 돕도록 당도대에서 파견됐어. 오늘 해외의 무장괴한들이 소란을 피울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지금, 우리는 당신들을 해외 무장괴한처럼 취급할 권리가 있어!”말을 하면서 그들은 칼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 대장의 중요한 의식이 있을 것이다. 누가 감히 이 자리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이것은 곧 대장과 당도대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이 스태프들은 모두 당도대에서 온 군사들이었다. 게다가 한 사람 한 사람 몸에 당도의 칼자국들이 있었다. 나민영은 이때 바로 오줌을 쌌다. 그는 다른 사람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이 초대장은 내가 받은 게 아니라 이 두 사람이 나한테 준거라 나도 가짜인지 몰랐어요!”이 말이 나오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곤경에 처했다고 그들을 바로 귀신취급 하다니?방금 까지만 해도 그들의 노후를 잘 보내도록 해주겠다던 효자의 모습은 어디 간 거지?희정은 지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나민영, 할머니가 정말 너를 잘못 보셨
희정은 나민영을 가리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석은 숨이 턱턱 막혔다. 그는 이 일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하 세자가 거행하는 행사에 누가 감히 가짜 초대장을 쓸 수 있겠는가? 이건 노인이 너무 오래 사는 게 싫다고 목 매달고 죽겠다는 거 아니겠는가?”“됐어, 그만 싸워!”스태프들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가짜 초대장의 경로를 알 수 없으니 당신들은 감옥에 가 있어!”“저저저……”희정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재석도 똥 씹은 얼굴로 숨이 막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변명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잠시 설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 스태프들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대장의 성대한 의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그들의 책임이었다! 그들은 지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때 나민영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재석과 희정을 보며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두분 다 정직하신 분들이니 분명 이런 일들을 하셨을 리가 없어요!”“혹시 이 초대장은 도대체 누구한테 받은 거예요?”“당신들 폐물 데릴사위 아니에요!?”“듣기로 그 사위가 여태껏 허풍 떠는 거 말고는 배운 것도 없다고 하던데. 당신들이 그 사위를 쓸어버리려고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분명 복수를 하려고 가짜 초대장을 구해서 당신들한테 준 게 틀림없어요!”“빨리 하현에게 전화해서 와서 죄를 인정하라고 하세요!”이때 나민영이 큰 소리로 입을 열었고 하현에게 책임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하면 한편으로는 하현에게 그들의 죄를 뒤집어 씌울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이 감옥에 가게 되면 그는 은아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비록 이러한 형편에 처해있긴 했지만 나민영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자신은 역시 기지가 넘친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오히려 주저했다.
설은아는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녀도 부모님이 하현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곧 두 사람은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현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이었다. 은아는 미간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그녀가 보기에 자신의 부모가 하현을 조금이라도 받아 주었다니 이것은 너무 좋은 일이었다.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재석과 희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방금 하현 이 폐물이 오지 않을 까봐 정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누구에게 던져질지 알 수 없었다. 재석은 나민영을 한번 쳐다보았다. 나민영은 바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가짜 초대장을 만들었으니 빨리 잡아다가 감옥에 쳐 넣으세요!”이 말을 듣고 웃고 있던 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나민영이 말한 소위 초대장이라는 것은 가짜였다. 분명 방금 들통이 난 것이다.재석이 하현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한 것은 그를 속여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이때 은아는 머리가 무겁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자기가 나민영에게 속아 놓고 하현을 속여서 뒤집어 씌우다니!하현을 죽이려는 속셈인가?이 광경을 보며 하현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재석과 희정을 깊게 쳐다본 후에야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불편한 일이 생기면 제가 저한테 전화를 하시라고 아까 말씀 드렸었잖아요. 그럼 제가 처리해드린다고요.”“지금 이라도 들어가고 싶으시면 제가 모시고 들어갈 수 있어요!”재석과 희정은 모두 멍하니 서있었다. 이 데릴사위는 정말 바보 아닌가?지금 이 순간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다니?나민영은 이 장면을 보고 더욱 큰 소리로 웃었다. “당신들 봤지! 이 가짜 초대장은 이 놈이 얻어 온 거야!”“거기다 지금 말끝마다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겠다고 그러네!”이때 마침내 정신을 차린
스태프들은 이때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한 뒤 두 손을 축 늘어뜨린 채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하 선생님, 설 아가씨, 몇 가지 일로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들어가시죠.”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석과 희정을 쳐다보며 말했다.“이 분들은 내 장인 장모님이시니 같이 들어오시라고 해.”스태프들을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그가 손을 흔들자 재석과 희정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은 그대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검문하던 스태프들도 숙연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이 일은 저희가 오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두 분 안으로 들어가시죠!”뭐!?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이 벌어졌고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눈 앞의 이 장면은 마치 꿈만 같았다. 특히 나민영은 자신의 뺨을 때리고 나서야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이 눈앞의 이 광경이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했는가?이 스태프들은 당도대의 군사들이 아닌가!하나같이 많은 전투를 했던 병왕들이라 모두 눈이 하늘을 향해 있어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이 데릴사위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한다고?심지어 초대장 검사도 안하고 들여보낸다고?눈앞에 이 데릴사위는 도대체 무슨 연유로?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기세가 있는 것인가?사방에서 역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생방송을 담당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경악을 하며 촬영하는 것을 잊은 채 전설적인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하현은 이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아버지, 어머니, 저희 들어가요.”이 일가는 이렇게 얼떨떨한 표정으로 백운별원에 들어섰다. 그들이 떠나기를 기다린 후에야 방금 그 검문을 했던 스태프들은 나민영을 가리키며 냉담하게 말했다. “이 뚱뚱한 돼지를 데리고 가서 잠시 해외 무장 괴한으로 처리해!”분명 이런 자리에서 가짜 초대장을 사용한 것은 큰 일이니 잘 조사를 해야 했다. 나민영은 그대로 땅바닥에 주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조금 있으면 수수께끼가 풀릴 거예요.”자기가 은아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할 예정이니 재석과 희정은 분명 자신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현에게는 지금 하 세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현이 지금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마음속에 의문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 둘은 허영심이 많고 권세에 빌붙는 걸 좋아했다. 비록 하현이 귀인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았지만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하현에게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하현, 전에 우리가 좀 얼떨떨해서 그랬어. 너는 참 큰 어르신처럼 너그럽구나. 너는 절대 우리처럼 굴지마!”“우리는 나민영이 그런 개돼지만도 못한 짓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만약 네가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큰 일 났을 거야!”“우리는 사위라고는 너밖에 몰라. 무슨 나민영 따위는 썩 꺼지라고 해!”하현은 웃었다. 그는 재석과 희정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말을 반 마디라고 믿었다가는 가슴 철렁한 일이 생길 것이다. 자기 장인 장모는 정말 젖만 있으면 어머니라는 원칙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식이 시작할 때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으니 잠시 둘러보세요. 저는 일이 좀 있어서 잠시 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하현이 알아듣게 잘 설명해주었다. 오늘 그는 너무 바빴다. 은아에게 청혼을 하는 것 외에도 자산을 통합하는 일도 진행해야 했다. 지금 백운외원의 회의실에는 천일그룹과 전 하씨 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모두 모여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운외원 내부 회의실. 이때 많은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천일그룹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원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여기에 70-80%의 임원이 있었는데 원래 하씨 그룹의 임원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전에 하현 밑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 하민석 등에게 기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 그
소위 임원들은 이때 일제히 일어나 인사말을 건네며 인사를 했다. 이분이 바로 전설의 하 세자?눈앞의 이 젊은 남자를 본 이미래는 눈앞이 살짝 밝아졌다.하 세자가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다. 이런 남자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니 상대하기에 가장 좋았다.그녀가 조금이라도 매력을 발산하면서 이 남자를 완전히 사로잡는다면 아마도 천일그룹은 자기가 말한 대로 되지 않겠는가? 그때가 되면 자신은 천일그룹의 여왕이 될 것이다!이때 이미래의 눈동자는 물방울이 방울져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부드러웠다. 요염한 눈빛으로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를 보고 또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윤식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이때 눈빛을 쓸어버렸다. 당도대에서 키운 살벌한 아우라는 순간 현장에 있던 많은 고위 임원들이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우윤식이라고 합니다. 아마 저에 대해서 들어 보셨을 겁니다!”“오늘부터 하씨 가문 산하에 있던 하씨 그룹과 왕씨 그룹 등 자산 재편을 단행해 천일그룹에 편입되게 됩니다!”“저 우윤식이 지금부터 천일그룹의 부회장입니다!”우윤식이 자기 소개하는 말을 듣고 난 후 모두들 반응을 보였다. 원래 이 사람이 하 세자였나?그렇다면 그를 두려워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이미래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우 회장님, 천일그룹의 인사 배치에 어떤 조정이 있는지 모르겠네요?”“저희들은 어떻게 배치가 되는 겁니까? 여전히 원래 있던 자리에 있는 건가요!?”“제가 이 자리에서 우 회장님께 저희들이 하씨 그룹의 모든 것을 상세히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있으면 하씨 그룹을 천일그룹에 빠르고 완벽하게 어우러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이미래의 말을 듣고 모두들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바로 이런 이치였다. 이런 젊은이 앞에서는 강인함과 유연함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공손하게, 또 다른 한편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