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아는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녀도 부모님이 하현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곧 두 사람은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현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이었다. 은아는 미간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그녀가 보기에 자신의 부모가 하현을 조금이라도 받아 주었다니 이것은 너무 좋은 일이었다.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재석과 희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방금 하현 이 폐물이 오지 않을 까봐 정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누구에게 던져질지 알 수 없었다. 재석은 나민영을 한번 쳐다보았다. 나민영은 바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가짜 초대장을 만들었으니 빨리 잡아다가 감옥에 쳐 넣으세요!”이 말을 듣고 웃고 있던 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나민영이 말한 소위 초대장이라는 것은 가짜였다. 분명 방금 들통이 난 것이다.재석이 하현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한 것은 그를 속여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이때 은아는 머리가 무겁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자기가 나민영에게 속아 놓고 하현을 속여서 뒤집어 씌우다니!하현을 죽이려는 속셈인가?이 광경을 보며 하현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재석과 희정을 깊게 쳐다본 후에야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불편한 일이 생기면 제가 저한테 전화를 하시라고 아까 말씀 드렸었잖아요. 그럼 제가 처리해드린다고요.”“지금 이라도 들어가고 싶으시면 제가 모시고 들어갈 수 있어요!”재석과 희정은 모두 멍하니 서있었다. 이 데릴사위는 정말 바보 아닌가?지금 이 순간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다니?나민영은 이 장면을 보고 더욱 큰 소리로 웃었다. “당신들 봤지! 이 가짜 초대장은 이 놈이 얻어 온 거야!”“거기다 지금 말끝마다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겠다고 그러네!”이때 마침내 정신을 차린
스태프들은 이때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한 뒤 두 손을 축 늘어뜨린 채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하 선생님, 설 아가씨, 몇 가지 일로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들어가시죠.”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석과 희정을 쳐다보며 말했다.“이 분들은 내 장인 장모님이시니 같이 들어오시라고 해.”스태프들을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그가 손을 흔들자 재석과 희정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은 그대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검문하던 스태프들도 숙연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이 일은 저희가 오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두 분 안으로 들어가시죠!”뭐!?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이 벌어졌고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눈 앞의 이 장면은 마치 꿈만 같았다. 특히 나민영은 자신의 뺨을 때리고 나서야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이 눈앞의 이 광경이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했는가?이 스태프들은 당도대의 군사들이 아닌가!하나같이 많은 전투를 했던 병왕들이라 모두 눈이 하늘을 향해 있어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이 데릴사위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한다고?심지어 초대장 검사도 안하고 들여보낸다고?눈앞에 이 데릴사위는 도대체 무슨 연유로?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기세가 있는 것인가?사방에서 역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생방송을 담당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경악을 하며 촬영하는 것을 잊은 채 전설적인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하현은 이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아버지, 어머니, 저희 들어가요.”이 일가는 이렇게 얼떨떨한 표정으로 백운별원에 들어섰다. 그들이 떠나기를 기다린 후에야 방금 그 검문을 했던 스태프들은 나민영을 가리키며 냉담하게 말했다. “이 뚱뚱한 돼지를 데리고 가서 잠시 해외 무장 괴한으로 처리해!”분명 이런 자리에서 가짜 초대장을 사용한 것은 큰 일이니 잘 조사를 해야 했다. 나민영은 그대로 땅바닥에 주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조금 있으면 수수께끼가 풀릴 거예요.”자기가 은아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할 예정이니 재석과 희정은 분명 자신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현에게는 지금 하 세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현이 지금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마음속에 의문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 둘은 허영심이 많고 권세에 빌붙는 걸 좋아했다. 비록 하현이 귀인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았지만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하현에게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하현, 전에 우리가 좀 얼떨떨해서 그랬어. 너는 참 큰 어르신처럼 너그럽구나. 너는 절대 우리처럼 굴지마!”“우리는 나민영이 그런 개돼지만도 못한 짓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만약 네가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큰 일 났을 거야!”“우리는 사위라고는 너밖에 몰라. 무슨 나민영 따위는 썩 꺼지라고 해!”하현은 웃었다. 그는 재석과 희정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말을 반 마디라고 믿었다가는 가슴 철렁한 일이 생길 것이다. 자기 장인 장모는 정말 젖만 있으면 어머니라는 원칙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식이 시작할 때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으니 잠시 둘러보세요. 저는 일이 좀 있어서 잠시 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하현이 알아듣게 잘 설명해주었다. 오늘 그는 너무 바빴다. 은아에게 청혼을 하는 것 외에도 자산을 통합하는 일도 진행해야 했다. 지금 백운외원의 회의실에는 천일그룹과 전 하씨 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모두 모여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운외원 내부 회의실. 이때 많은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천일그룹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원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여기에 70-80%의 임원이 있었는데 원래 하씨 그룹의 임원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전에 하현 밑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 하민석 등에게 기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 그
소위 임원들은 이때 일제히 일어나 인사말을 건네며 인사를 했다. 이분이 바로 전설의 하 세자?눈앞의 이 젊은 남자를 본 이미래는 눈앞이 살짝 밝아졌다.하 세자가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다. 이런 남자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니 상대하기에 가장 좋았다.그녀가 조금이라도 매력을 발산하면서 이 남자를 완전히 사로잡는다면 아마도 천일그룹은 자기가 말한 대로 되지 않겠는가? 그때가 되면 자신은 천일그룹의 여왕이 될 것이다!이때 이미래의 눈동자는 물방울이 방울져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부드러웠다. 요염한 눈빛으로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를 보고 또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윤식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이때 눈빛을 쓸어버렸다. 당도대에서 키운 살벌한 아우라는 순간 현장에 있던 많은 고위 임원들이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우윤식이라고 합니다. 아마 저에 대해서 들어 보셨을 겁니다!”“오늘부터 하씨 가문 산하에 있던 하씨 그룹과 왕씨 그룹 등 자산 재편을 단행해 천일그룹에 편입되게 됩니다!”“저 우윤식이 지금부터 천일그룹의 부회장입니다!”우윤식이 자기 소개하는 말을 듣고 난 후 모두들 반응을 보였다. 원래 이 사람이 하 세자였나?그렇다면 그를 두려워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이미래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우 회장님, 천일그룹의 인사 배치에 어떤 조정이 있는지 모르겠네요?”“저희들은 어떻게 배치가 되는 겁니까? 여전히 원래 있던 자리에 있는 건가요!?”“제가 이 자리에서 우 회장님께 저희들이 하씨 그룹의 모든 것을 상세히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있으면 하씨 그룹을 천일그룹에 빠르고 완벽하게 어우러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이미래의 말을 듣고 모두들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바로 이런 이치였다. 이런 젊은이 앞에서는 강인함과 유연함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공손하게, 또 다른 한편
“곧 도착하실 겁니다.”우윤식이 말을 하는 동안 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어떤 사람이 회의실 문을 밀었다. 수많은 시선이 순식간에 하현에게로 쏠렸다.“너는 데릴사위잖아? 네가 어떻게 지금 여기 나타난 거야?”군중들 속에서 원호가 가장 먼저 반응을 했다. 하현을 가리키며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데릴사위가 이런 곳에 함부로 들어 올 수 없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알겠는가?그가 이렇게 섣불리 나섰다가 자기와 데릴사위가 친척관계라는 것을 누군가 알아차리기라도 하면 자신도 감당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날 그 놀잇감?”미래와 사람들 역시 경악했다. 재빨리 반응을 하고는 보안 대장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 “너 보안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쓰레기까지 들어오게 하다니? 감히 우리 고위층 회의실까지 뛰어 들어오게 만들어?”“어서 밖으로 내보내! 잠시라도 하 세자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돼!”“오늘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린데 이런 폐물 때문에 분위기를 망치다니?”전에 송월만에 나타난 고위직 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들은 자신이 한 일이 들어날 까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폐물이 전설의 하 세자의 비위를 거슬리게 할까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벌어진 장면은 그들의 얼굴을 그대로 굳어 버리게 만들었다. 가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하현이 무미건조한 얼굴로 회의실의 유일하게 비어있는 한 자리로 가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앉는 것이 아닌가! 이때 그의 왼편에는 이슬기, 오른편에는 우윤식이 있었다. 슬기와 윤식 두 사람은 이때 눈깜짝할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옆으로 드리우고 공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특별히 우윤식은 사뭇 열광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오셨습니까?”하현은 눈을 들어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의자에 기대어 담담하게 말했다. “우윤식, 네가 저 사람들한테 말해. 내가 여기 뭐 하러 왔는지.”우
밖에서는 설은아가 하 세자의 내통녀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가장 큰 가십거리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 모두들 알게 되었다. 설은아는 정말 무슨 내통녀가 아니었다!그녀는 바로 하 세자와 정식적으로 결혼한 여인이었다! 오늘 이어지는 프러포즈도 그녀를 위한 것이 될 것이다! 이 여인,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운이 좋은가! 이때 이미래의 얼굴은 흉악스러워졌고 질투심이 치솟았다. 무슨 근거로!? 그 여자가 뭔데! 무슨 근거로 나는 안 되는 건데!?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회의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고 충격에 휩싸인 이미래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 뒤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우리 또 만났네요.”방금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은 십여 명의 임원들은 3일 전 하현을 모욕하며 그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라 이때 몇 명은 바로 기절을 했다. 거기다 어떤 사람들의 몸에선 지린내가 풍기기 시작했다. 오줌이 마려운 것이 분명했다. 마침내 미래는 온몸이 떨리더니 목구멍이 달아 오르면서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3일 전 하현을 모욕했던 사람들은 눈앞의 이 모습을 감당해 내기가 어려웠다. 하현은 뭘 할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 앉는 것 만으로도 그들을 놀라 죽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궁금해했다. 그들은 하현과 이 사람들의 원한을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우윤식만이 이때 그가 이미래와 사람들을 쳐다보는 눈빛이 매우 냉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의 추태를 떠올리며 하현은 서류 뭉치들을 들춰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이미래, 3일 전의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말해 봐.”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힘이 빠져 있었던 미래는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곧 이어 이전에 인사불성이었던 사람들도 이때는 정신을 차리고 하나 둘씩 질서정연하게 하현 앞에 무릎을 꿇고 계속 절을 했다. 이 순간 머리에 피가 나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 세자님, 하 대장님. 저희 좀 봐주세요!”“저희가 잘못
하현이 떠나기를 기다린 후 우윤식은 이미래와 사람들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이미래, 류원호와 장서민 등은 이때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감히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심지어 숨도 내쉬지 못할 정도였다. 우윤식이 이미래에게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느 손이야?”비록 우윤식이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미래도 이게 뭘 묻는 말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벌벌 떨며 오른손을 내밀어 말했다. “이 손입니다.”“네가 여자인 걸 봐서 열대만 때려.” 우윤식이 말했다.“착!”이미래는 감히 반박도, 쓸데없는 소리도 하지 못하고 바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손바닥의 힘이 너무 세서 바로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 올랐다. 이미래는 오늘 자신이 우윤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녀의 말로는 비참해 질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우윤식은 다시 이미래를 보지 않았고 장서민과 사람들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은 남잔데 설마 여자를 흉내 내려는 건 아니겠지?”장서민은 가장 먼저 쓴웃음을 지으며 부들부들 떨며 일어섰다.“우 대표님, 신경 쓰시게 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책상 위의 만년필을 들어 자신의 손바닥을 세게 찍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악물고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놀라고 두려운 얼굴로 책상에 있던 만년필을 집어 올렸다. 우윤식은 돌아서서 마지막 명령만 남겼다.“이 순간부터 너희들의 모든 재산과 권리는 전부 양로원, 고아원에 기부해!”“그리고 강남에서 감히 누구라도 다시 너희들을 채용할 경우 우리 천일그룹과는 사이가 좋지 않을 거야!”“한 가지 더, 누구든 감히 하 세자의 신분을 누설하면 죽어!”우윤식의 맨 마지막 명령에 이미래와 사람들은 전부 사색이 되었다.그들은 모두 평소 비할 데 없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었는데 모든 것을 잃게 된다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 우윤식의 이 명령이 떨어
설지연은 이 말을 듣고 애교 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선하게 대해 주라고 가르쳐주시네. 너희들도 할아버지 말씀 들었지? 무릎 꿇고 절해!” 은아는 냉랭하게 말했다.“우리는 떳떳하게 입구로 들어왔어. 근데 무슨 근거로 너희들에게 절을 해?”지연은 ‘피식’웃으며 말했다.“그래, 당당하게 들어왔다 쳐도 너희들 설마 잊은 거야? 나는 여기 여주인이야.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명령하는 거야. 무릎 꿇고 절해!”“만약 무릎 꿇지 않으면 하 세자가 나한테 청혼한 다음에는 내가 너희들 다 죽여 버릴 거야!”이 말이 나오자 재석과 희정은 순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령 하현이 신분이 조금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하 세자와 비교할 수 있을까?하 세자는 강남 1인자니 그가 한 사람을 죽이려고 하기만 하면 입만 한번 놀리면 될 것이다! 설지연의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녀는 정말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몇 명의 종업원이 다가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여러분, 설씨 가족 분들 이시죠? 곧 프러포즈가 시작될 겁니다. 죄송하지만 무대 로비 중앙 쪽으로 와주시겠어요?”이 종업원들은 설은아 가족이 이미 설씨 집안과 연을 끊었다는 것을 모른 채 지금 원래 설씨 집안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설씨 어르신은 격양된 얼굴로 말했다.“제가 설씨 집안의 주인입니다. 그럼 정말 하 세자가 우리 설씨 집안의 딸에게 청혼을 할 거라는 겁니까?”그 종업원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가짜겠어요? 제가 듣기로 하 세자가 벌써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있대요. 곧 시작할거예요. 빨리 오세요.”말을 하면서 이 종업원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운데로 향해 갔다. 설지연은 가볍게 웃으며 득의양양하게 설은아를 보며 말했다.“나 지금 내 왕자님이 나한테 청혼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 식이 끝나면 다시 너랑 놀아줄게!”“맞아! 식이 중요하지!”“여기 진짜 여주인이 되고 나면 원하는 만큼 혼내줄 수 있을 거야!”설민혁과 사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