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꼬맹이 정신 나갔나? 아 저는 당신이 말한 그 결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주안은 은아를 향해 두 손을 내밀면서 미소를 지었다.쾅!주안이 은아에게 손을 내밀자, 하현은 재빨리 그의 옷깃을 잡고 테이블에 머리를 내려쳤다.주안이 탁자에 부딪히자 그의 코와 입에서 피가 솟아 나왔다.하현은 주안이 이미 피를 흘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주안의 머리를 내리쳤다.쾅! 쾅! 쾅!탁자 위의 강화유리가 깨지면서 주안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그 모습은 매우 흉측했다.몇몇 여자들은 룸 밖에서 비명을 질렀고, 남자들 대부분은 하현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은아는 그 광경에 충격을 받았는데, 피가 아니라 하현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런 고급스러운 장소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아는 누군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에 있어서 하현이 그렇게 진지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은아의 실망감과 후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강한 안정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이혼에 관한 은아의 생각은, 그녀가 하현이 얼마나 남자다운지 처음 본 그 순간 완전히 머리 뒤편으로 내팽개쳐졌다.반면에 세리는 하현의 위협적인 태도에 놀랐다.시훈은 주안에게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하현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곧이어 하현은 주안의 배를 발로 차 그를 5미터 밖으로 날려버렸다.주안이 VIP 룸 안에 있는 분수대에 부딪히자, 모든 사람이 하현이 한 짓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주안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의 깡패 같은 강한 태도에, 부자들조차 그를 괴롭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가난한 남자는 예상외로 자비도 존중도 없이 그를 때렸다."뭐야? 당신 방금 날 때린 거야? 당신은 이제 죽었어!" 하현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일어서자 주안이 그에게 소리쳤다."당신은 이제 끝이야!"주안의 부하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경비원에게 전화했고, 경비원은 몇 분 만에 도착했다.주안은 한 보안 회사의 설립자였다. 즉, 그의 배경은 폭력배와 관련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주안의 보안 회사가 그 쇼핑몰을 담당하고 있었다.하현은 경비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손바닥을 비비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회를 줄게. 내 아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완전히 망가뜨릴 거야."사람들은 하현이야말로 나중에 무릎을 꿇게 될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하현의 용기와 대담함에 충격 받았다.비록 그가 무술을 잘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하현이 과연 모든 경비원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었다. 어쨌거나 주안이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비원들이 하현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 주안의 부하가 걱정스럽게 소리쳤다."당신처럼 개같이 가난한 인간이 감히 주안 님을 모욕해? 이분이 누구신지 알아요?"주안 님의 보안 회사는 하엔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당신 같은 떠돌이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요?""하엔 그룹이요! 강남 최대의 가족 회사! 그 말인즉슨 하엔 그룹이 주안 님 편에 서 있다는 건데, 당신 같은 떠돌이가 주안 님에게 더러운 손가락을 대도 될까요?""당신은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될 거예요." 주안의 부하는 불결한 자식 하나가 사회 상류층 중 한 명인 자신의 상사를 때린 것에 대해 화가 나 하현을 질책했다.하현이 하엔 그룹을 농락했다는 말을 듣자 사람들은 탄식을 내뱉었
한편, 사람들 사이에서 남자의 돈을 좇던 여자들은 윤주안이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탄하고 있었다.하현은 가난해 보였기 때문에 그 여자들은 그를 경멸했다. 그녀들은 하현이 사람들 앞에서 대담한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하현이 나중에 자신의 판단을 후회할 거라고 매우 확신했다.주안은 사람들의 감탄을 즐기면서 자신의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그의 지위 덕에, 서울의 거의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주안은 배를 움켜쥐며 경비원들과 함께 하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이 개자식아! 네가 대체 누군데 나를 그렇게 패?" 주안이 하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나는 서울에 오랫동안 있었어. 아무도 날 그렇게 무시해서는 안 돼!""그런데 넌, 넌 내 규칙을 어겼어. 네가 얼마나 망가질지 알려줄게.""마지막 기회야, 무릎 꿇고 내 부츠를 핥아! 그리고 네 여자를 곧장 우리 집으로 보내. 안 그러면 오늘 내가 널 죽인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할 거야.”주안은 위협적인 얼굴로 협박했고, 그가 유지하려고 했던 예의 바르고 신사적인 이미지는 방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하현이 말을 마치자, 경비원들은 누군가를 죽이려는 듯한 모습으로 테이저건을 들고 왔다."그만 해요. 우리를 내버려 두면 사과하고 병원비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거예요." 은아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경찰을 부른다고요? 경찰이 우리 주안 님 말고 당신 같은 사람을 도울지 의문이네요. 계속해보세요, 당신이 어디까지 하는지 보고 싶네요." 주안의 부하가 협박했다.세리는 겁을 먹었고, 하현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인 것 같아 그를 같이 데려온 것이 후회됐다. 그녀는 모든 일에 하현을 탓했고, 심지어 그를 죽도록 저주했다.세리는 시훈 곁으로 달려가 그에게 무력한 표정을 보여주며, 그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랐다."야 박시훈, 어떻게 좀 해봐. 따지고 보면 우리가 여기까지 이르게 한 사람은 너잖아.""지금
주안의 말을 들은 후, 시훈은 그의 가족이 주안에게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매우 안심했다."당신이랑 옆에 있는 여자는 가도 좋아요, 당신 레스토랑에도 아무 짓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 자식의 살 한 덩이는 챙겨야겠어요. 그리고 이 여자는 오늘 밤 저와 함께 갑니다." 주안은 사악하게 말했다."주안 님…""그 남자는 남아야 마땅하지만, 이 두 여자는 제 동기입니다. 제발 둘을 놓아주세요."시훈은 애원하면서 하현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애썼다."원하는 게 뭐예요, 시훈 씨? 제가 이미 자비를 베풀지 않았나요? 제가 방금 한 말이 이해가 안 되나요?"주안은 시훈의 목을 조르며 화가 나서 물었다."이해했어요! 이해했어요!" 시훈은 사과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꺼져요, 안 그러면 당신도 패버릴 거예요." 주안이 협박했다."그냥 가자, 시훈아." 세리는 울먹이며 말했다."여보, 괜찮을 거야. 나한테 맡겨." 하현은 마치 주위에 있는 덩치 큰 경비원들을 못 본 것처럼 웃으며 은아에게 말했다.하현은 주안을 향해 몸을 돌렸으며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그럼 그 말은 당신이 내가 준 기회를 놓아버렸다는 뜻인가?" 하현이 말했다."네가 뭔데 나보고 싹싹 비라고 하는 거야?" 주안은 대답하고 조롱하는 듯이 비웃었다."이 개자식아! 당신 우리까지 끌어들일 작정이에요?" 시훈은 울먹거리며 하현에게 소리쳤다.시훈은 그들을 들인 것을 후회했다.
"그럼 잠깐 당신이랑 놀아줄 테니 내 아내랑 친구들은 놓아주는 게 어때, 그럴 배짱이 있긴 있어?" 하현이 제안했다."좋아." 주안은 자신이 하현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너무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하현 씨. 더 이상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세리는 은아를 룸에서 끌어내면서 소리쳤다.시훈도 주안이 마음을 바꿀까 봐 그녀들을 따라가 재빨리 문을 닫았다.은아가 충격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녀는 세리랑 시훈과 함께 레스토랑 밖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안 돼! 난 하현한테 갈 거야!" 은아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은아는 그런 상황에서 소위 쓸모없는 남편이 자기 대신 나설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은아야, 제정신이야? 거기로 돌아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거야!" 세리가 얼른 말을 끊었다."하지만…""시훈아, 너 아는 사람 많지? 제발 좀 도와줘." 은아가 불안함에 떨며 부탁했다."은아야, 내가 돕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상황을 봤잖아. 주안 님을 때린 건 네 남편이야. 너희 둘을 데리고 나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시훈은 자신이 은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현이 맞아 죽기를 남몰래 바라며 대답했다.VIP 룸의 분위기는 매우 살벌했다."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 있어요?" 주안의 부하가 하현을 겁주려고 물었다."그럴 배짱이 있기는 하고?" 하현은 대답하고 주안에게 명함을 던졌다."망할 명함? 누가 네 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주안은 조롱했다."명함? 명함 하나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보면 이 자식은 미친놈이군요.” 주안의 부하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계속 조롱했다."정말 안 볼 거야?" 하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주안이 명함에 눈을 돌리자, 그는 즉시 충격을 받았다."하엔 그룹 대표…" 주안은 그 글자들을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이 쓸모없는 쓰레기가 놀랍게도 하엔 그룹의 대표
덩치 큰 경비원들을 포함한 그 룸에 있던 모든 사람은 주안이 하현에게 무릎을 꿇자 깜짝 놀랐다."죄송합니다, 당신이 누군지 몰랐어요. 용서해 주세요.""제발…""모두 제 잘못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주안은 복어처럼 얼굴이 부어오를 때까지 계속해서 자기 뺨을 때리며 사과했다."제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세요!" 하현이 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라는 것을 확인하자 주안은 빌었다. 하엔 그룹에 의해 승진하게 된다면 일이 금방 손쉽게 풀릴 것과 마찬가지로, 하현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주안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거라는 걸 알았다."주안 님,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이 쓸모없는 쓰레기한테 무릎을 꿇고 있는 거예요?" 부하가 주안을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애쓰면서 물었다."이 개자식아, 무릎 꿇어!" 주안은 부하를 찰싹 때리고 발로 차면서 고함을 질렀다."한마디만 더 하면 죽여버릴 거야!" 주안이 협박했다.이 순간, 하현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주안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려 했다. 주안은 바보 같은 부하의 행동과 말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까 봐 두려웠다.부하는 부은 얼굴로 땅바닥에 누운 채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이 개자식을 때려눕혀, 지금 모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바로 저놈이야! 얼른!" 하현이 침묵을 지키는 동안 주안은 경비원들에게 소리쳤다.경비원들은 이 모든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들은 재빨리 그 부하 직원을 에워쌌다. 그들은 부하를 발로 차고 짓밟기 시작했다.부하 직원이 잠시 비명을 지른 뒤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부하가 곧 맞아 죽을 지경에 이른 걸 보자, 하현은 손을 살짝 흔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주안 씨, 뭐해? 내가 당신 부츠를 핥고, 내 아내를 당신 침대에 눕히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 하현이 빈정거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제발, 살려주세요!" 주안은 다시 한번 무릎을 꿇고 숭배의 표시로 이마를 바닥에 찧기 시작하면서 애원했다."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
"내 살 한 덩이를 원하지 않았던가?" 하현이 물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주안은 대답을 하고 스테이크 칼을 집어 왼손 손바닥을 찔렀다.주안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하현이 자신을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땅바닥에 엎드려 자세를 유지했다.이 모습을 본 하현은 룸을 나가기 전에 천천히 일어나 주안의 머리를 토닥였다.이제부터 하현이 주안의 새로운 악몽이 되었기에, 하현이 떠난 뒤 주안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일어서며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레스토랑에서 걸어 나오자 하현은 그 자리에서 두 명의 경찰을 보았다."여보!" 은아는 하현을 향해 전력 질주하면서 소리쳤다."당신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은아는 이제 안심했다."당연히 무사하지!" 하현은 웃으며 대답했다."흥, 경찰에 신고한 아내에게 감사해야지, 안 그러면 상처 하나 없이 거기를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야, 이 쓸모없는 쓰레기야!" 세리가 조롱했다.반면, 시훈은 하현이 무사히 나온 것을 보고 실망했다.그 순간, 세 사람 모두 경찰이 왔기 때문에 하현이 무사했다고 생각했다."여보, 경찰은 왜 부른 거야?" 하현은 무심코 물었다."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경찰관님들. 그냥 조그마한 오해일 뿐이에요." 하현은 경찰들에게 설명했다.그들은 하현의 말을 들은 다음 떠났다."하현 이 쓸모없는 쓰레기야, 당신은 아내를 지켜주지도 못 했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다, 이 개자식아!" 시훈은 끊임없이 하현을 비난했다."도망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남자에게 '쓸모없는’이라는 말을 듣는 건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하현이 시훈을 차갑게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이 개자식…" 시훈은 하현이 자신이 VIP 룸에서 한 일을 가리킨 것을 알고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시훈은 하현을 노려보고는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갑자기 은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설 씨 어르신이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다."같이 가자, 아마 하엔의 투자 때문일 거야. 잘 해결됐다고 했지? 너무
"내가 하엔 그룹과 계약을 하긴 했지만, 당신은 이걸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투자금이 6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줄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설 씨들이 그다지 기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세리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하엔 그룹에서 슬기는 노스랜드 레스토랑 사건을 다 처리하고 막 사무실을 떠나려던 참이었다.슬기는 겨울의 사무실을 지나치던 중, 겨울이 고급스러운 물건들이 담긴 큰 가방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았다.슬기는 여자이기에 그 물건들에 꽤 관심이 있었다."어떤 부잣집 도련님이 당신에게 구애하려는 것 같군요, 김 부장님." 슬기는 웃으며 말했다."부잣집 도련님이라니요? 그냥 설민혁 씨에요. 그는 제가 SL 그룹의 투자를 승인하도록 애쓰고 있어요. 어쨌거나 대표님께서 이미 SL 그룹과의 계획을 세웠는데, 제가 누구라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요?" 겨울은 여전히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 이 비서님, 이 물건들을 설민혁 씨에게 돌려주게 같이 SL 빌라에 가주실 수 있나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제 핸드폰은 지난 며칠간 설민혁 씨로부터 걸려 온 전화들로 인해 폭발할 겁니다." 겨울이 물었다."그래요, 김 부장님이 설 씨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동안 저는 먼저 가서 뭐 좀 처리할게요. 오늘 밤 거기를 방문하도록 하죠." 슬기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후 제안을 수락했다.슬기는 처음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표님의 명령에 따르면 설 씨들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한편, 설 씨들은 SL 빌라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은아로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고, 심지어 설 씨 어르신은 담배를 피우는데 손을 떨고 있었다.사실 모두 이미 종일 여기 있었고, 그들은 은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아가 나중에 쇼핑하러 갈 줄 누가 알았겠나? 결국 설 씨 어르신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은
심지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원천신조차도 지금 오른손이 벌벌 떨렸고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만약 양가백약이 정말로 해외로 수출된다면 양씨백약으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누구보다 노부인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노부인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겨우 입을 열었다.“필립 선생님, 평소 우리는 선생님을 공경해 왔는데 왜 우리 양 씨 가문을 괴롭히려는 겁니까?”“괴롭혀요?”필립 선생님은 노부인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노부인, 전 누구와 엮일 마음도 누구를 괴롭힐 마음도 없습니다.”“당신들의 원한은 나와 무관합니다.”노국의 귀족인 그가 어떻게 남양의 양 씨 가문을 겁내하겠는가?그의 눈에 양 씨 가문은 그럴 만한 자격도 가치도 없었다.“우릴 괴롭힐 생각이 없다구요?”노부인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졌다.“선생님은 자신의 명성과 지위, 체면을 이용해 하현과 양유훤이라는 천한 사람들을 도와 노국에 가게를 열게 했는데, 뭐라구요? 우릴 괴롭힐 생각이 없었다구요?”“그런 일은 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하 씨 저놈이 대체 무슨 능력이 있길래 필립 선생님 같은 분이 그런 일을 했단 말입니까?”“도대체 저 하 씨 놈이 당신한테 얼마를 줬길래요?!”“아니면 양유훤 저 천한 것과 함께 밤이라도 보냈습니까?”“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말을 하는 동안 노부인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바닥을 짚으며 구부러져 있던 등을 꼿꼿이 세웠다.노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도저히 이 일은 간과할 수가 없었다!무엇보다 이 일은 양 씨 가문 내에 파멸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필립 선생님의 체면 따위 세워 줄 마음이 없었다.“노부인, 저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저한테 더러운 오명을 뒤집어씌우지 말란 말입니다!”“저는 신사답게 행동해 왔습니다. 한
원가령은 더욱 득의양양한 얼굴로 일부러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도발하는 표정을 지었다.필립 선생님의 가치는 이슬기와 우윤식을 훨씬 능가한다.필립 선생님의 등장은 이슬기, 우윤식의 등장이 준 충격을 일거에 만회할 만했다!“필립 선생님, 어서 오세요!”양 씨 가문 노부인은 양호남을 이끌고 활짝 웃으며 걸어갔다.“이렇게 걸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원천신과 원가령도 그들을 따랐다.만면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가 번졌다.결국 페낭에서 필립 선생님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들의 높은 신분 때문이었다.“아, 노부인. 그리고 원 사장님.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필립 선생님은 자신이 가려는 길을 사람들이 막아서 좀 불쾌했지만 신사답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양 씨 가문도 더욱 번창하시길 바랍니다.”노부인 일행은 모두 크게 웃으며 얼굴 가득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맙습니다, 필립 선생님. 고맙습니다!”원천신은 필립의 손에 뭔가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축하 선물인 줄 알고 얼른 입을 열었다.“가령아, 호남아. 얼른 저거 들어드려!”“필립 선생님이 일부러 저렇게 선물까지 들고 오셨는데 계속 들고 있게 해서야 되겠니?!”원가령과 양호남은 상기된 얼굴로 필립 선생님이 들고 있는 꾸러미를 들어주려고 다가갔다.그들 눈에 노국의 귀족이 주는 선물은 거름 밭의 똥이라도 향기로울 정도였다.“아. 죄송합니다.”필립 선생님은 원가령과 양호남의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아, 이건 양 씨 가문을 위한 게 아닙니다. 나는 오늘 양 씨 가문 기념일에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서요.”“하현의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서 왔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심복들에게 사람들을 밀쳐내 길을 좀 정리해 달라고 지시했다.그리고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하현의 가게 앞으로 가서 환한 미소를 보이며 꾸러미를 건넸다.“하현, 이건 내가 당신을 도우려고 며칠 동안 공들인
”내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대하에서 사람을 불러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아쉽지만 난 격이 너무 높고 신분도 대단한 사람이야.”“그런데 당신의 개가죽 고약은 나한테 들이밀기에는 너무 볼품없지. 그렇다고 이런 거물을 앞세우는 건 너무 우스꽝스럽고 억지스러운 일이잖아!”“아무리 연기를 하고 있어도 쉽게 간파할 수 있어.”“하현, 사람됨이 진실해야지! 손님을 못 끌어오겠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일부러 이런 행세까지 하다니! 사석에서 얼마나 무릎을 꿇었길래 이런 거물을 데려온 거야?!”“백억짜리 주문? 왜? 아예 천억이라고 하지?”“전 세계에 있는 상처치료제를 다 당신이 가져온다고 해도 안 될 걸?”원가령은 시건방진 얼굴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했다.“오늘은 당신과 연기 호흡을 맞추러 온 이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축하해 주는 사람이 없을 거야.”“만약 있다면 내가 바로 물러나겠어.”말을 하면서 원가령은 하현의 개가죽 고약 간판을 가리키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원천신은 정색을 하고 원가령을 꾸짖었다.“가령아, 어떻게 이 비서님과 우 사장님이 연기를 할 수 있겠니?”“이 비서님과 우 사장님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그런 거야, 알겠어?”“어쨌든 대하 사람이니까 봐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야.”“그렇지 않았으면 하현이 무릎이 찢어지도록 꿇는다 해도 두 분은 절대 봐주지 않았을 거야!”“대하인은 서로 같은 대하인이라는 끈끈한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니 우리가 이해해야지.”“그렇구나.”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은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원천신의 해명에 고개를 끄덕였다.모두들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연신 하현을 비웃었다.체면을 위해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다니!마침 해외였으니 같은 대하인이라는 정서에 호소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이 일이 대하 안에서 일어났더라면 이슬기와 우윤식 같은 거물이 어떻게 하현을 상대하겠는가?절대 마주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우윤식은 하현에 대한 냉대와 멸
이슬기와 우윤식은 원천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심지어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귀찮아하며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갔다.눈길도 주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의미였다.이슬기와 우윤식은 하현에게 다가갔다.이슬기는 방긋 웃어 보였고 우윤식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오랜만이야.”하현과 이슬기가 가볍게 포옹했다.두 사람이 친근하게 인사를 하는 것과 이슬기의 독보적인 외모가 원가령의 심기를 마구 휘저어 놓았다.원가령은 지금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최고의 절세미인인 양유훤과 이슬기가 왜 하현을 이렇게 따르는지 이해되지 않았다.하현은 결국 원가령이 뻥 차버린 남자일 뿐이었다!이때 하현은 우윤식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합작 파트너를 고를 때는 좀 더 신중하게 하는 게 좋겠어. 안목을 좀 더 키워.”“개나 소나 다 덤빈다고 합작하면 안 돼.”우윤식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누군가 밖에서 우리 천일그룹의 이름을 함부로 놀리고 기만하려 한 것 같은데 제 불찰입니다. 제가 살피지 못했어요.”“이번에 페낭에 온 이유는 이 가게 개업을 축하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판을 내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여기까지 말한 우윤식은 의도한 듯 원천신을 힐끔 쳐다보았다.순간 원천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하현은 우윤식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모든 것은 규칙에 따라 처리하면 돼. 나와의 관계 때문에 곤란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가볍게 생각할 필요없어.”하현과 우윤식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원천신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우윤식이 어떤 인물인가?원 씨 가문 출신인 자신도 공손히 대해야 할 남자가 아닌가?그런데 왜 이런 남자가 하현 앞에서 머리를 숙이며 복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지?하현이 뭐길래 이런 대접을 받는 거지?“쳇! 대하인 두 명이 온 것 가지고
”붕!”바로 그때 거대한 엔진음과 함께 벤츠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멈추는 것이 보였다.노부인 일행이 미소를 지으며 마중 나가려는데 양씨백약 입구에는 더 이상 주차 공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그런지 마이바흐는 하현의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곧이어 마이바흐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 네댓 명의 남녀가 걸어 나왔다.그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옷차림에 도도한 표정으로 상류 귀족 엘리트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맨 앞에 선 사람은 이슬기였다.우윤식은 반 발짝 뒤에 서 있었다.양 씨 가문 노부인은 어리둥절해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슬기와 우윤식이 남양에 온 지 이틀이나 지났다.경제 신문에도 특별히 보도되어서 대하 거물이 페낭에 온 일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하지만 양 씨 가문은 이런 거물을 초대할 역량은 없었다.어쨌든 아직까지 양 씨 가문의 역량이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노부인의 눈에 희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설마 원천신이 청한 건 아니겠지?!듣자 하니 원 씨 가문은 이미 천일그룹이랑 접촉을 했다고 하던데!그렇다면 원천신만이 이 거물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일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노부인 일행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어쨌든 이 두 사람은 대하의 거물이었고 상류층 중의 상류층 인물이었다.그들이 양 씨 가문에게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양씨백약이 대하에 팔릴 수 있고 양 씨 가문은 단번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다.아니, 이전보다 더 부강한 가문이 될 수도 있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노부인은 손을 흔들어 양 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하나같이 앞으로 나가 공손히 손을 모았다.“이 비서님, 우 사장님 오셨군요!”원천신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긴 다리를 휘적거리고 앞으로 나갔다.“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오늘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저희가 자리를 예약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자, 자. 우선 이쪽으로 오세요.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두 분의 방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흘겨보았다.그러나 오늘은 어쨌든 개업일이었다.좋은 날 원가령과 따지고 싶지 않았던 하현은 양유훤 일행을 보고 입을 열었다.“모두들 좀 쉬고 물 많이 마셔.”“이따가 손님이 왔을 때 정신없이 인사해야 할 테니까.”말을 마친 하현은 다시 찻잔을 손에 쥐고 오직 찻잔 속에만 시선을 고정하며 차를 마셨다.몸을 돌려 떠나려던 원가령 일행은 하현의 그런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냉소를 흘렸다.모두들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하현을 얕잡아 보았다.강한 척하며 허세 부리는 사람,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 왔지만 하현처럼 뻔뻔한 사람은 드물었다!손님도 없고 화환도 없는데 손님이 올 거라고 예상하며 찻잔이나 기울이다니?!얼마나 더 뻔뻔해야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지?“쯧쯧쯧, 허풍이 하늘을 찌를 태세구만! 정말 자기 눈에는 안 보이는 건가?”이때 하현의 가게에 있는 원가령 일행을 보던 양 씨 가문 노부인과 양호남, 양신이도 슬슬 하현에게로 발걸음을 했다.차를 마시고 있는 하현을 보고 그들은 코웃음을 쳤다.“양유훤, 남양에서 감히 그런 꼴로 어떻게 우리 양 씨 가문에 대항하겠다는 거야?”“그러고도 우리 양 씨 가문을 갈라놓겠다고? 흥!”양신이는 평소에도 그랬듯이 여전히 눈엣가시처럼 양유훤을 노려보며 빈정거렸다.“뭘 믿고 양 씨 가문을 갈라놓는다는 거야?”“개가죽 고약이나 팔아서?”“내가 당신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에 보따리 싸서 항성으로 도망가서 쥐구멍에라도 숨었을 거야!”“여기 와서 이렇게 망신당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양호남은 시위하듯 다가와 원가령의 허리를 끌어안고 하현에게 코웃음을 쳤다.“원가령, 저런 남자는 친구는커녕 당신의 개가 될 자격도 없어!”“개한테는 적어도 혈통이란 게 있잖아. 그런데 저런 놈한테 무슨 혈통이 있겠어?”“키워 봤자 창피할 뿐이야!”원천신과 그녀의 무리들도 하현의 가게 쪽으로 왔다.매끈한 정장 차림에
양 씨 가문 가게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자태를 본 원가령은 하현의 쓸쓸한 모습에 다시 눈길을 돌리며 비아냥 섞인 미소를 참지 못했다.“내가 화환 하나 사 줄까? 아니면 연고라도 좀 사서 매출이라도 올려 줘야 하나?”원가령의 말에 그녀가 이끌고 온 여자들이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거렸다.대하 촌뜨기가 갖은 고생 끝에 개가죽 고약 가게를 개조해 가게를 열었는데 이 모양이라니!개업하고 나서도 손님 한 명 없고 예전에 가까이 지낸 정으로 겨우 화환 하나 구걸하다니!이건 뭐 불쌍한 정도가 아니라 가엾고 슬퍼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하현은 찻잔을 움켜쥐고 한 모금 마신 뒤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아니야. 당신 화환은 여기에 들일 수 없어. 우리 가게에 놓을 가치도 없거든!”“가게가 좁아서 놓을 데도 없고!”원가령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허! 허! 뭐라고? 놓을 데가 없어?”“계속 그렇게 센 척해 봐!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겠어!”“하현! 황천화랑 아는 사이라고 천하를 가진 것 같아?”“너무 거만하게 구는 거 아니야?”“페낭 일인자라도 되는 줄 알아?”원가령은 참지 못하고 냉소를 흘리며 퍼부었다.그녀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가득했다.“솔직히 말해서, 우리 페낭에서는 말이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어!”“내 엄마는 페낭 무맹과 사이가 엄청 좋아.”“아 참. 좀 있으면 대하 강남 천일그룹의 사장이랑 대구 대성그룹 회장의 비서가 양 씨 가문 가게를 축하하러 올 거야!”“양 씨 가문 가게에는 지금도 화환이 너무 많아서 정말로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그런데 이 콧구멍만 한 가게에는 누가 올 것 같아?”“웃기지 마!”원가령의 눈에 경멸하는 빛이 더욱 짙어졌다.젊기만 하고 능력은 없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태어난 계층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능력 없는 사람이 거물과의 차이도 잘 이해하지 못하니 자신의 어머니가 하현과 왕래하지 못하게 것도 당연했다.
시간이 흐르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벤츠, BMW, 포르쉐 등 고급차들이 연이어 등장했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귀티 나는 얼굴을 뽐내며 들어왔다.가게 앞에는 끊임없이 폭죽이 터지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곧 사오십 명의 남녀들이 들어왔다.그들은 하나같이 반듯한 정장 차림에 화려한 보석으로 온몸을 치장한 채 손에는 와인 잔을 쥐고 군중 속을 여유롭게 누비며 고급 만찬에 참석하는 귀족들의 면모를 보였다.그들은 가끔 작은 소리로, 가끔은 큰소리로 웃었고 하현에게 힐끔힐끔 시선을 던지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양 씨 가문의 규모와 화려함에 비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양가백약의 모습은 어딘가 어둡고 칙칙해 보였다.정말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방송국이나 일간지 기자는 취재도 하러 가지 않았다.귀빈들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스타나 인플루언서 등 이목을 끌 만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화려한 폭죽이나 장식, 술과 음식을 비롯해 손님을 대접할 만한 구석이 없어 일반인들조차 가기를 꺼릴 정도였다.하현의 가게 앞에 걸려 있는 개가죽 고약 간판에는 ‘무료 테스트’라는 큰 글자 외에는 양가백약을 설명할 어떤 문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저 가게 문만 열어 둔 모양새였다.썰렁한 가게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비웃음을 참지 않았다.양측의 차이는 마치 하늘과 땅의 거리만큼이나 극명했다.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어떻게 양 씨 가문과 겨룰 수 있겠는가?장난하는 것인가?!자기 분수도 모르는가?그러나 하현 일행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하구봉과 강옥연은 하현을 도와 샘플과 상품들을 진열대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다른 직원들은 현장에서 큰 냄비에 상처치료제 원액을 계속 끓였고 향긋한 약 냄새가 가게 안에 풍겼다.양유훤은 계산대 자리에 앉아 동전 몇 개를 손에 쥐고 조물락거리고 있었다.“하현, 오늘이 개업일이라면서 어째 문 앞에 서서 손님도 맞이하지 않는 거야?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거야?”하현 일행
이슬기와 우윤식 두 사람은 원천신을 보고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잠시 후 우윤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원 씨 가문 원천신 사장님이시군요. 들어서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항공편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알고 계셨습니까?”“당연히 알고말고요.”원천신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내 딸이 양 씨 가문 며느리가 될 사람입니다.”“우윤식 사장님과 이슬기 비서님이 양 씨 가문 기념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하러 이곳에 오셨는데 어떻게 제가 모르겠습니까?!”“양 씨 가문 기념일?”이슬기와 우윤식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원천신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두 분이 모처럼 이렇게 페낭에 오셨으니 두 분 체면을 세워 드릴 기회를 좀 주시죠.”“오늘 밤은 제가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우리 페낭 음식에 가장 정통한 곳으로 모시려고 하는데 어떠세요?”“원 사장님. 죄송합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회장님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시죠.”이슬기는 정중하게 사양하며 바로 돌아섰다.우윤식은 원천신을 향해 미안한 미소를 보이며 곧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그 자리를 떠났다.이슬기가 거절을 하자 원천신은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으나 대놓고 화를 내지는 못하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변했다.우윤식이 방금 회장이라고 했지?그럼 그 회장이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그 거물?그분이 지금 페낭에 있다니?!설마 양 씨 가문의 영향력이 이렇게 컸단 말인가?순간 원천신은 딸을 양 씨 가문으로 시집보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딸을 양 씨 가문으로 시집을 보낼 수만 있다면 자신도 간접적으로 어마어마한 역량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물론 자신의 딸이 벼락 맞을 확률로 운이 좋다면 그분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원천신은 자신의 딸이 설령 그분의 내연녀가 된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그녀의 허황된 망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