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준 설은아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뜻밖에도 왕태민이 손에 꽃을 들고 자기 집에 찾아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사위를 쳐다 보는 장인 장모의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지난번 일은 오해였어요. 크게 개의치 마시기를 바랍니다!”“오늘 온 건 한편으로는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또 한편으로는 은아씨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왔어요!”이때 왕태민의 얼굴은 미소를 가득 띠고 있어 온화해 보였고 풍채 또한 멋있었다.만약 그를 잘 아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면 감히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맞아요. 왕 도련님이 이번에 성의를 다해 오셨어요. 셋째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 영광스럽게 생각하셔야 해요. 어쨌든 우리 설씨 가문의 지위로 말하자면 아직 왕씨 집안의 높은 지위에까지는 오르지 못했잖아요.”설민혁이 뒤편에서 직접 한 마디 거들었다.말하는 중에 왕태민이 손을 흔들자 두 사람이 선물상자 몇 개를 들고 따라 들어왔다.설재석에게는 고급 명주 몇 병을 주었고 희정에게는 명품 가방을 주었다. 이 전문가들은 손만 한 번 대면 이런 물건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었다. 이 물건들은 아마 2천만 원 정도 될 거 같다.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비록 전에 왕태민에 대한 오해가 조금 있긴 했지만 지금 이런 물건들 앞에서 그런 사소한 오해가 뭐 그리 대수겠는가? 비교해보면 자기 데릴사위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실질적인 이득은 하나도 없었다. “은아씨, 이번에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제 마음이에요.”왕태민은 위풍당당하게 설은아의 손을 끌어 당기며 악수를 하려고 했다.결국 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반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으악______”하현이 저지하려고 손을 내밀었고 마침 왕태민은 그 위에 입을 맞추었다. 갑자기 하현은 구역질이 나서 죽을 거 같았다.“너 징그럽지 않니?”
이때 설재석은 너무 흥분했다. 자기 막내딸은 하 세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였다. 그들 부부는 이 일 때문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몇 번이나 잠을 설쳐댔는지 모른다.만약……만약 왕 세자가 자신의 큰 딸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그럼 바로 하현 이 데릴사위를 쫓아내버리고 그들 두 사람은 앞으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두 명의 큰 세자를 사위로 삼으면 그들은 원하는 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물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왕태민이 자신의 큰 딸을 마음에 들어 하긴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절대적인 건 없고 모든 일에는 기회가 있으니까!결국 왕 세자가 큰 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모든 일에는 기회가 있으니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설재석의 표정은 오히려 조금 굳어졌다. 그는 왕태민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주판을 두드린 셈이다. 왕씨 집안에서 왕태민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디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쨌듯 이 분도 자신의 사윗감 후보니 좀 더 알아보면 뭐 어떤가?그들 쪽에서는 이야기가 뜨거워졌고 그 밖의 하현과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이 장면은 너무 교묘하게도 일치했다. 자신의 아내 생일 당일에 특별히 왕태민이 튀어나온 것은 일부러 자신을 찾아온 것과 다름 없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계획한 것인가?하수진 아니면 하민석?토끼를 한 마리 잡으려 해도 사자는 전력질주를 하는데 지금 이 순간 하현은 감히 이 두 사람을 얕보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하씨 가문에서 왕씨 집안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면 재미있겠군. 최근 몇 년 동안 왕씨 집안은 발전했고 하씨 집안과도 조금 가까워졌다. 심지어 왕씨 집안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강남에서 최상급 2류 가문이 될 거란 소문도 떠돌았다. 그러나 만약 왕씨 가문도 지난 몇 년 동안 하씨 가문 측에서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비록 이
“왜? 무슨 일이야?”모두들 일제히 몸을 돌려 하현을 바라보았다. 하현은 설은아에게 말했다.“여보, 사실 내가 미리 생일 파티를 예약해뒀어. 내가 데리고 갈게.”그러자 희정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흥! 네가 어떻게 예약을 해? 왕 도련님이 예약 하신 곳은 W호텔이야. 한 테이블에 2천 몇 백만 원짜리야! 너는 뭘 예약했는데?”왕태민은 이때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 선생님, 당신이 예약한 곳은 안 가도 돼요!”“어쨌든 내가 예약한 곳은 한 테이블에 2천 몇 백만 원인데 안 가면 손해가 너무 커요!”말을 하면서 그가 손을 흔들자 어떤 수행원 한 사람이 돈다발을 꺼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쏟아놓았다. 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당신보다 손실이 더 커!”“어? 너는 어디를 예약했는데? 나는 W호텔 1호룸으로 최저 소비 기준으로 3천만 원이야!”왕태민은 지금 정말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어수선하게 하현을 쳐다봤다. 그가 도대체 어떤 곳을 예약했는지 알고 싶어했다. “나는 남원 타워에 있는 회전식당을 예약했어.”하현은 말했다.“뭐? 거기?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너 언제 예약했어? 우리 남원에 온지 며칠밖에 안됐는데?”왕태민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실 그는 전에 남원타워 회전식당을 예약하고 싶었지만 오늘 자리가 없어서 할 수 없었다. “하현, 그 곳에서 식사 한끼 하려면 내가 듣기로는 수천만, 수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던데, 너 정말 거기에 예약한 거 맞아?”설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왕태민도 가볍게 웃었다.“너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야? 남원 타워 회전식당은 너 같은 사람이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말해봐, 몇 테이블이나 예약했는데?”“나 전석 다 예약했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푸하하하하_____”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웃었다. 특히 설민혁은 야유하는 기색이
“응. 왕 도련님 말이 맞아. 우리 집 데릴사위가 회전 식당에 전세를 내놨으니 우리도 꼭 한번 가봐야지.”오늘 설민혁이 온 목적은 왕태민과 설은아가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이었다. 하현 이 폐물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가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지금 그와 왕태민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뜻을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이런 우스갯소리와 그들의 정성 어린 준비를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왕태민의 태도는 강경했다. 비록 온화한 모습이었지만 위압감이 있어 설재석 부부는 지금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설은아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왕태민의 목적이 무엇인지 하현은 모르는 건가? 이렇게 얼굴을 들이밀고 자기가 얼른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기를 바라고 있는데?지금 하현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설은아는 하현을 붙잡고 한바탕 야단을 치고 싶었다. “셋째 작은 아버지, 어머니, 제 차에 타세요.”“오늘 은아가 주인공이니 벤츠G 타고 가라고 하세요.”설민혁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왕태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설재석 부부를 데리고 갔고, 설은아와 설유아는 왕태민의 벤츠G에 올라탔다. “하 선생님, 당신은 귀하신 분이세요. 회전식당을 전세를 내실 수 있는 분이신데 제 벤츠를 타시는 건 너무 겸손하신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 혼자 타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왕태민은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탁’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을 잠갔다. “나 혼자 갈게.”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동시에 설유아를 한 번 쳐다보았다. 설유아는 하현에게 윙크를 하면서 내가 우리 언니를 불리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대의 차가 먼저 떠난 후에야 하현은 돌아서서 아파트 2층의 복도를 바라보았다. 잠시 쳐다본 후에야 그는 비로소 천천히 말했다.“네가 나를 끌어낼 준비를 한 것인가? 아니면 내
하현은 웃었다. 정말 웃겼다. 남원이라는 곳에서는 비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직접 땅에 묻어버리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지만, 이 사람들은 남몰래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뿐이었다. 하민석은 지금 감히 자신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잡을 수 있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길바닥에서 뒹굴던 놈이 감히 남원이라는 세계에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웃기는 소리다. 하현이 웃는 것을 보고 상대방은 오히려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보아하니 너는 관을 못 봐서 눈물을 안 흘리는 거 같은데, 내 소개를 하지.”“나는 창빈이라고 해.”하현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모르겠는데, 보아하니 남원 길바닥 거물은 아닌 거 같은데?”하현의 이 말을 듣자 창빈의 눈빛은 살짝 차가워졌다. 그는 확실히 무슨 큰 인물은 아니었다. 거물이었다면 이렇게 작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록 큰 인물은 아니었지만 자부심은 아주 충만했다. 지금 창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귀를 후비면서 말했다. “누군가 나한테 이런 얘기 하는 걸 못 들어 본지 오래됐네. 지난번에 내 앞에서 이런 말을 했던 그 재벌 2세는 어떻게 됐더라?”창빈 뒤에 있던 한 동생이 말했다.“형님, 지난 번 그 재벌 2세의 혀를 잘라버리셨잖아요.”“들었지? 이게 바로 나에게 이렇게 말한 결과야.” 창민은 계속 말했다.“너 좀 재미있어 보인다. 나한테 지금 무릎 꿇고 내 바짓가랑이 붙들고 사과하면 용서해줄게.”“그래.”하현이 말했다. “너 무릎 꿇어. 나 급해.”“너!” 이 말을 듣자 창빈은 갑자기 헛웃음을 지었다. “데릴사위, 너 허세가 대단하구나. 네가 나보다 허세를 많이 부릴 줄은 몰랐다!”“나는 너한테 기회를 주고 있는 거야.”하현은 간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는 정말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귀찮았다. “풉, 하하하하……”“미안해, 참을 수가 없었어. 너 정말 웃기는 소리를 잘한다!
“나는 기회를 줬어.”담담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방금 전까지 날 뛰던 창빈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정신 없이 돌아봤지만 자신의 부하들이 엎드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것을 눈의 끝자락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데릴사위, 너 뭐 하려고 그래? 날 건드렸다간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너희 설씨 집안도 다 망하게 될 줄 알아.” 창빈은 겁을 먹었지만 그는 필경 길바닥에서 지냈던 사람이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시치미를 떼며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보냈는지 말해.”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넌 알 자격이 없어!”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힘을 더 가하기 시작했다.이때 창빈은 자기 목에 쇠사슬이 묶인 듯 점점 조여와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 지난 날이 떠올라 그의 눈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는 이 데릴사위가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죽을 줄을 알지 못했다면 다음 순간은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너……먼저 놔줘, 말해줄게……”창빈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현은 마음대로 손을 흔들며 냉담한 표정으로 창빈을 보고 있었다. 창빈은 자신의 목을 문지르며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을 짓다가 잠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데릴사위, 나는 네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내 배후에 어떤 귀인이 있는지 네가 모르는 게 너에게 가장 좋을 거야. 너한테 좋을 게 없어……”“하씨 가문?”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하민석이야 하수진이야?”“하씨 대문호?” 창빈의 눈에는 자조 섞인 빛이 스쳤다.“나는 이런 거물과 접할 자격이 없지만 그 귀인의 신분은 확실히 높아. 이번에 너만 잘 해결되면 나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네……”하현은 담담히 그를 바라보다가 창빈의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창빈아, 그 사람 해결 됐어?” 상대방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입을 열면 많은 것들을 인정하는 셈이 되었
하현이 택시를 타고 남원 타워에 도착했을 때 설은아와 사람들은 이미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태민은 지금 설은아에게 그냥 가자고 부추기고 있었다. 하현은 아마 겁에 질려 감히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본 순간 그의 눈빛은 약간 당황하는 듯 했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 하현은 그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은아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은 오히려 약간 조마조마하며 설유아의 팔을 잡았는데 머리카락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가면서 하현이 그녀에게 어떤 놀라움을 가져다 줄지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고 그 때가 되면 그녀도 자신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현을 보고 옆에 있던 설민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참, 내가 방금 찾아봤는데, 듣기로는 회전 식당은 예약한 다음에 식당에서 도금된 멤버십 카드를 줘서 다음에 갈 때 그 카드를 사용해야 이용할 수 있다던데, 그런가요?”왕태민은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나도 알지. 이런 카드는 해외에서 핸드 메이드로 주문 제작 받아서 만드는 거라 가치가 엄청나서 일종의 기념품인 셈이지. 적지 않은 스타와 인플루언서들이 인터넷에 많이 띄워놨어. 일종의 신분의 상징이지.”“그렇구나!”설민혁은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하현, 너 이미 식당 전세 냈다고 했지? 그럼 그 멤버십 카드 좀 보여줘 봐.”설재석도 지금 입을 열었다.“그래, 나도 이런 얘기 들어 본적 있어. 멤버십 카드 꺼내서 보여줘 봐.”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점점 더 긴장했다.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 보더니 바로 알게 됐다. 이 곳은 예약하려면 정말 한 달 정도가 걸리고 항상 인기가 많아서 자리를 얻기가 어려웠다. 설씨 집안이 남원에 온지 보름도 안 됐는데, 미리 예약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하현에게 그 멤버십 카드를 꺼내라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남원타워 회전식당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딩동!”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순간 설은아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설유아의 손을 맞잡은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팡팡팡______”그런데 곧 바로, 꽃가루가 흩뿌려졌고 알록달록한 꽃잎들이 쏟아져 나왔다.“설은아 아가씨 생일 축하 드립니다……”한 무리의 종업원들이 엘리베이터 입구 양쪽에 서 있다가 누군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자 즉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동시에 그곳에는 전문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식당에는 특별히 홀로그램으로 설은아의 각종 사진이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몇 장의 사진 속에 하현의 모습도 나왔다. 그것은 설은아와 하현의 너무 소중한 추억이었다. 파티장은 전체가 설은아 한 사람만을 위해 꾸며진 것이 분명했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모든 식탁은 비어있었고 식당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케이크와 우뚝 솟은 샴페인 타워만 있을 뿐이었다. “남원타워 회전 식당에서 설은아 아가씨의 생일을 축하 드립니다. 저희 식당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생일 파티를 개최했습니다. 저희가 기념품으로 순금 멤버십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기쁘게 받아주세요!”“이것은 저희의 첫 순금 멤버십 카드이고, 유일한 것이 될 것입니다!”곧 식당 책임자가 공손하게 붉은 쟁반을 받쳐들고 다가왔는데 그 위에 정교한 멤버십 카드가 놓여져 있었다. 순금 이외에도 ‘Z’자 모양으로 다이아몬드를 큼지막하게 박아놓았다. 이 카드의 주인공은 바로 설은아였다. 선물을 보고 있자니 설은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감동이다!이보다 더한 감동은 없을 것이다!뒤에 있던 설유아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속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언니가 행복하면 그녀도 분명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자신은 우울한 걸까?왕태민과 설민혁 두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바보가 된 눈빛이었다. 예상과 완전 달라졌다. 게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
강우금의 말을 듣고 갑자기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찾은 듯 주변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이 하현에게 눈을 힐끔거렸다.남자가 돈을 벌어서 가족들 부양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잣집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니?!정말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자야!“강우금?”황보정은 순간 누군가가 하현을 조롱하는 소리를 듣고 낯빛을 흐리며 말했다.“우리는 여기 옷을 사러 온 것이지 당신의 비아냥 따위를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당장 당신 회사에 불만을 제기할 거예요!”황보정에게 있어 자신이 모욕당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하현이 모욕당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강우금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들썩였다.“황보정,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내가 금정 쇼핑몰에서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점장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요?”“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 것 같아요?”“문제가 뭔지 알아요? 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이런 남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흥! 당신이 어떻게 불만을 제기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볼게요!”“난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아마 당신이 이 사실을 안다면 나한테 불만을 제기하기는커녕 잘했다고 상이라도 줄 거예요!”“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집복당은 이제 한물간 거 아니에요? 내 앞에서 이럴 자격이나 돼요?”“이 옷, 정말 살 수 있어요?”이를 듣던 몇몇 손님들은 더욱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황보정 일행을 쳐다보았다.그녀들은 하현이 여자한테 빌붙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몰락해 가는 집안의 여자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마 오늘 그의 작전은 십중팔구 실패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강우금 같은 여자와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며 기분 상하기 싫어서 황보정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마음에 들어 했던 옷을 집어 냉랭하게 말했다.“이 옷으로 합시다. 다른 건 나중에 사죠.”강우금은 하현의 손에
”손님, 아무렇게나 만지면 안 됩니다. 이 옷은 너무 비싸서 더러워지면 팔 수가 없거든요!”황보정이 옷을 꺼내 보려고 손을 뻗었을 때 점장으로 보이는 거만한 여자가 하이힐을 앞세우며 다가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황보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아, 죄송합니다. 저 옷 사고 싶은데 좀 꺼내 봐 주세요.”“꺼내 봐 달라고요?”점장은 황보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깨끗하게 세탁한 셔츠에 눈길을 모으며 말했다.“정말 살 수 있어요? 꺼내 봐 달라고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우리 황보정이 집복당 손녀인 걸 몰라요?!”황보정 곁에서 가방을 들고 있던 나박하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버럭 했다.“집복당 손녀?”점장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했던가!비록 집복당 명성이 예전만 못했지만 점장은 함부로 황보정을 건드릴 용기는 없었다.점장의 목소리를 듣고 하현은 약간 귀에 익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진홍민의 절친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예전에 진홍헌이 대대적으로 고백했을 때도 이 여자는 현장에 있었다.하현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가슴에 ‘강우금’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을 눈치채고 하현도 더는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기 싫어 아예 입을 다물었다.“손님, 어떤 색이 마음에 드시는데요?”“우리 매장에는 다양한 색상들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어요.”강우금은 미소를 지으며 한껏 판매에 열을 올렸다.황보정은 강우금의 말을 듣고 돌아서서 하현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하현, 여기 와서 좀 봐줘요. 어떤 색이 더 예쁜지.”“예?”“하현?!”강우금은 그제야 하현을 알아보았고 처음에는 살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냉소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비록 그날 하현이 진홍헌의 청혼식에서 크게 한판 벌였지만 나중에
황보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은 앞에 놓인 다과를 말끔하게 먹은 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 일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으니 나중에 쇼핑몰에 가서 옷이나 몇 벌 사자고!”“앞으로 내 대변인이 될 사람이니 말끔하게 보여야지.”“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는 대단히 수준 높은 프로젝트거든. 당신이 앞으로 접촉할 사람들은 모두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하니까 절대 무시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지!”하현은 오늘의 이 결정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내린 것이 아니었다.현재 임단은 이미 금정 화원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 인수 일을 착수했다.비록 세간에서는 임단이 머리가 나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하현은 금정 화원의 유적지가 발굴되는 순간 프로젝트 전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이러한 전제하에 황보정이 자신의 대변인이 되어 일하겠다는데 멋진 옷 몇 벌 사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황보정이 비록 풍수사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방값이 꽤나 비쌌고 수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이전에 저축해 두었던 돈은 의사를 구하는 데 거의 써 버렸기 때문에 정말로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황보정은 한참 예쁘게 꾸밀 나이였지만 제대로 된 번듯한 옷도 몇 벌 없었다.하현은 이 기회를 빌어 황보정에게 옷도 몇 벌 장만해 주고 살아갈 발판도 마련해 주고 싶었다.황보정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아직 입을 만한 옷이 있어요. 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왜? 안 사게?”옆에 있던 나박하는 차를 마시며 껄껄 웃었다.“하현이 옷을 사 준다고 하잖아!”“우리가 말끔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하현의 체면이 깎여!”“이제 하현은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로 불리게 되었어!”“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너무 허름하게 입으면 손님들이 우리 대사님의 실력을 의심할 거야!”“그러니 사양하지 마. 잠시 후에 우
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방을 나섰다.설은아의 방문을 지나칠 때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두 사람이 또다시 다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거실에 와 보니 최희정은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하현이 지나가자 그녀는 눈을 흘기며 슬쩍 곁눈질할 뿐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미간에는 그를 향한 마뜩잖은 기색이 가득했다.최희정은 어젯밤 설은아와 하현의 말다툼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의 뻔뻔함과 노여움을 눈빛으로 드러낸 것이다.하현도 최희정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문을 나서려는 순간 최희정이 우다금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소리를 들었다.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최희정이 우다금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지난번 저지른 일로 우다금은 따끔하게 혼이 나야 했었다.하지만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서 하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차를 타고 집복당으로 갔다.“하현, 아침은 먹었어요?”집복당 입구에 도착해 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황보정이 나와 있었다.그녀의 눈은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고 이제는 집복당 일을 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황보정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다과를 좀 만들었는데 한번 먹어 볼래요?”황보정은 오늘 짧은 잔꽃 무늬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고운 자태였고 걸을 때 슬쩍슬쩍 보이는 하얀 다리는 눈부시게 빛났다.특히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하현은 싱그러운 젊은의 기운을 물씬 느꼈다.아찔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가 말했다.“그럼 감사히 먹어 볼게.”“감사할 사람은 나예요. 내 눈을 낫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몸도 정상으로 돌려놓았잖아요!”황보정은 동작이 재빨랐다.“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내가 남들 관상을 봐주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세요. 내가 박명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상을 계속 봐준다면 결국 내가 천기를 누설할 거라고 하셨어요.”“이번엔 다행히 당신을 만나서 살았지만 다
”풍수?”“하 대사?”“풍수관?”설은아는 명함을 움켜쥐고 노기 어린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제대로 된 일을 하지는 않고 강호의 사기꾼이 되겠다는 거야?”“내가 당신을 이렇게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풍수지리술을 안다는 걸 어떻게 몰랐을까?”“풍수를 보는 일이 얼마나 진지하고 엄숙한 일인지 알아?”“몇 마디 말로 사람들을 속이며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야!”“자칫 잘못하다간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기도 하는 거야! 알기나 해?”하현의 명함에 적힌 직함을 보면서 설은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집복당, 아홉 대째 내려오는 대단한 실력, 주역 대사...하현은 자신의 본업에는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남원이나, 무성, 대구에서는 하현이 정말로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금정에 와서 하현과 간민효가 친밀하게 지내더니 지금 눈앞에 내놓은 명함이라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이전에 하현이 보여준 모든 것은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지난 모든 것은 하현이 설 씨 가문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허상 같은 것이었다!그리고 이 허상을 만든 장본인은 하현이 밖에서 만나고 있는 간민효임이 틀림없다!금정 간 씨 가문의 간민효는 이 모든 것을 해낼 능력이 있는 여자이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이 그것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들이다!분노한 설은아를 보며 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우선,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볼 필요가 없어.”“난 당신한테 말할 수 있어. 나와 간민효는 금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과거의 모든 일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어.”“둘째, 그녀와 난 그저 평범한 친구일 뿐이야. 당신한테 하나하나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함께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어.”“셋째, 내가 풍수관을 연 것은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야. 내가 개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나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다는 걸 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간민효랑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설은아의 두 눈에 찬서리가 내려앉았다.“그럼 내가 김탁우랑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설은아의 말을 듣자마자 하현이 되받아쳤다.“뭐가 달라?”설은아도 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긴장감을 올렸다.“김탁우가 이 사진을 주었을 때 우리 부부간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며 약간 망설였었어.”“하지만 지금 보니 이 사진들이 아니었어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훼손될 감정도 없는 것 같아!”“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둘 게 있어!”“내 차는 정비한다고 당신 비서 이시운이 가져갔어.”“그래서 일이 끝난 후 김탁우가 마침 가는 길에 날 데려다준 것뿐이야!”“나와 그 사람은 결백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누구와는 정말 다르지!”하현은 설은아의 말에 다소 화가 치밀어 올라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난 당신을 믿어. 하지만 김탁우는 믿지 않아.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설마 당신이 그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을 텐데?”“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 김탁우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설은아는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내가 이 사진들을 당신 앞에 내놓은 것은 적어도 당신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길 바래서였어!”“앞으로 이 들개 같은 여자랑 엮이지 말라고 말이야!”“하지만 당신은 결국 나의 호의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하고 이런 무의미한 질투까지 하고 있어!”“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재혼에 대해 엄마한테 잘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거나 궁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조건을 내걸었잖아?”“당신을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노력하고 있어...”“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