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택시를 타고 남원 타워에 도착했을 때 설은아와 사람들은 이미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태민은 지금 설은아에게 그냥 가자고 부추기고 있었다. 하현은 아마 겁에 질려 감히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본 순간 그의 눈빛은 약간 당황하는 듯 했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 하현은 그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은아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은 오히려 약간 조마조마하며 설유아의 팔을 잡았는데 머리카락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가면서 하현이 그녀에게 어떤 놀라움을 가져다 줄지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고 그 때가 되면 그녀도 자신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현을 보고 옆에 있던 설민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참, 내가 방금 찾아봤는데, 듣기로는 회전 식당은 예약한 다음에 식당에서 도금된 멤버십 카드를 줘서 다음에 갈 때 그 카드를 사용해야 이용할 수 있다던데, 그런가요?”왕태민은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나도 알지. 이런 카드는 해외에서 핸드 메이드로 주문 제작 받아서 만드는 거라 가치가 엄청나서 일종의 기념품인 셈이지. 적지 않은 스타와 인플루언서들이 인터넷에 많이 띄워놨어. 일종의 신분의 상징이지.”“그렇구나!”설민혁은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하현, 너 이미 식당 전세 냈다고 했지? 그럼 그 멤버십 카드 좀 보여줘 봐.”설재석도 지금 입을 열었다.“그래, 나도 이런 얘기 들어 본적 있어. 멤버십 카드 꺼내서 보여줘 봐.”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점점 더 긴장했다.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 보더니 바로 알게 됐다. 이 곳은 예약하려면 정말 한 달 정도가 걸리고 항상 인기가 많아서 자리를 얻기가 어려웠다. 설씨 집안이 남원에 온지 보름도 안 됐는데, 미리 예약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하현에게 그 멤버십 카드를 꺼내라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남원타워 회전식당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딩동!”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순간 설은아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설유아의 손을 맞잡은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팡팡팡______”그런데 곧 바로, 꽃가루가 흩뿌려졌고 알록달록한 꽃잎들이 쏟아져 나왔다.“설은아 아가씨 생일 축하 드립니다……”한 무리의 종업원들이 엘리베이터 입구 양쪽에 서 있다가 누군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자 즉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동시에 그곳에는 전문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식당에는 특별히 홀로그램으로 설은아의 각종 사진이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몇 장의 사진 속에 하현의 모습도 나왔다. 그것은 설은아와 하현의 너무 소중한 추억이었다. 파티장은 전체가 설은아 한 사람만을 위해 꾸며진 것이 분명했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모든 식탁은 비어있었고 식당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케이크와 우뚝 솟은 샴페인 타워만 있을 뿐이었다. “남원타워 회전 식당에서 설은아 아가씨의 생일을 축하 드립니다. 저희 식당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생일 파티를 개최했습니다. 저희가 기념품으로 순금 멤버십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기쁘게 받아주세요!”“이것은 저희의 첫 순금 멤버십 카드이고, 유일한 것이 될 것입니다!”곧 식당 책임자가 공손하게 붉은 쟁반을 받쳐들고 다가왔는데 그 위에 정교한 멤버십 카드가 놓여져 있었다. 순금 이외에도 ‘Z’자 모양으로 다이아몬드를 큼지막하게 박아놓았다. 이 카드의 주인공은 바로 설은아였다. 선물을 보고 있자니 설은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감동이다!이보다 더한 감동은 없을 것이다!뒤에 있던 설유아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속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언니가 행복하면 그녀도 분명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자신은 우울한 걸까?왕태민과 설민혁 두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바보가 된 눈빛이었다. 예상과 완전 달라졌다. 게
왕태민은 지금 분노에 사로 잡혔다. 이번에 설은아를 데려가기 위해서 그는 적지 않은 일들을 준비했었다. 많은 수단을 이용했고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시킨 일이라는 것이다. 그가 만약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결말은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왕태민은 설민혁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만약 설민혁이 소식을 잘 전해줬다면 자신이 이렇게 수동적이었을까? 설은아를 바로 W호텔로 데리고 왔으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었을까?“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찾아볼게요!” 설민혁의 얼굴에도 식은땀이 흘렀다. 그가 만약 왕태민에게 만족스러운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그는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도 죽게 될 것이다!생일 파티가 시작 되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설민혁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하현, 너 같은 폐물에게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운이라는 게 좀 있었네!”모두들 설민혁을 보고 그가 무슨 뜻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민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원래 이 회전식당은 전날에 주인이 바뀌어서 새로운 주인이 감사하는 의미로 회전식당을 위해 첫 번째로 조언을 해준 사람한테 공짜로 전세를 내줬다던데!”“네가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이야. 뜻밖에도 이런 좋은 기회를 얻다니!”“앞으로 매년 이런 행운이 있기를 바라. 매년 은아의 생일을 이런 수준으로 열어줘!”설민혁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지만 축복을 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사실상은 하현을 조롱하는 것이었다. 돈 한푼 없는 사람이 자기 아내의 생일 파티를 열어 줄 수 있는 건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왕태민도 웃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하현이 돈이 많거나 배경이 좋다면 정말 골치가 아플 것이다.하지만 하현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뿐이니 뭐가 무서울 게 있겠는가?오늘은 아니어도 앞으로 설은아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설은아는 다른 사람
왕태민이 손을 내밀자 두 수행원은 각각 정교한 선물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하나는 포르쉐 열쇠, 하나는 정교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왕태민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은아씨, 내가 듣기로 남원에 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 차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남원에서는 차 번호판을 구하기도 어려워요.”“그래서 내가 특별히 왕가 산하 업체에서 포르쉐 718 한 대를 마련했어요. 사양하지 말고 가서 운전 해봐요.”“또 이 까르띠에 반지는 내가 만든 거예요. 이 다이아몬드 캐럿은 아주 잘 깎여 있어요. 한 번 보세요.”이 두 가지 선물을 바라보는 희정의 눈빛은 변화무쌍하고 탐욕스러웠는데 이 때 참지 못하고 말했다. “왕 도련님, 이 두 가지 선물은 값이 꽤 나가죠?”“아주머니, 사실 괜찮아요. 차는 1억 몇 천만 원 정도 되고, 이 반지도 4천 몇 백만 원 밖에 안 해요. 다 합쳐서 2억도 안돼요.”이때 왕태민은 아주 가뿐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2억 정도는 돈이 아닌 거 같은 표정이었다. “뭐라고요? 그렇게 비싸다고요? 세상에나!”희정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딸은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생일이라고 이렇게 비싼 선물을 주다니?이건 정말 사람을 좀 짜릿하게 하는군요! 이 왕태민은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설재석도 너무 놀랐다. 비록 왕가가 돈이 많다지만 이런 선물을 꺼내는 것은 사실상 왕태민의 성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왕 도련님, 마음만 받을게요. 이 선물은 너무 과분해서 받지 않겠습니다.”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왕태민은 웃으며 입을 열지 않고 설민혁을 한 번 쳐다보았다. 설민혁은 서둘러 말했다. “은아야. 그러면 안되지! 왕가와 우리 백운회사는 큰 프로젝트를 합작하고 있고, 그 가문에서 너에게 주는 선물인데 어떻게 거절 할 수가 있어?”설재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딸아. 이건 그냥 선물일 뿐이야. 다른 의미는 없어.”
“뭐?” 설은아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주려는 선물은 분명 너무 싸구려라 미안해서 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현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설은아에게 건넸다. “열어봐.” 설은아가 봉투를 열자, 안에는 한 장의 출입카드와 스마트 도어록 비밀번호가 들어 있었다. “이거…… 집이야?”설은아는 어리둥절했다.“스…… 스마트 밸리?”위에 적혀있는 메시지를 보고 설은아는 정말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비록 남원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마트 밸리가 남원 전체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응, 설씨 집안이 빌린 곳은 방이 너무 작아서 적합하지가 않아. 이 곳은 지내기에 좋을 거야. 너는 지금 회장이잖아.”하현이 웃으며 말했다.“가자, 나랑 같이 가서 한 번 보자.”말하면서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스마트 밸리로 왔다. “하현, 너 미쳤어! 너 무슨 짓을 한 거야?”설은아는 벌써 인터넷으로 집 값을 검색해봤다. 지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 집이 최소 2백억 이라고? 설씨 집안은 살 수 없는 가격이었다!“긴장하지 마, 월세 일 뿐이야. 나는 이미 월세를 냈어. 내가 나중에 못 내면 네가 내면 되잖아?”하현은 반쯤 농담으로 입을 열었다. 하현은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설은아는 진담으로 받아들였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왔을 때, 그녀는 하현이 분명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집은 2백억짜리였다!이 집은 분명 세든 것이고 하현이 얼마나 돈을 모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껏해야 한 달치 임대료겠지. 하지만 이렇게 걱정이 되도 설은아는 감동했다. “다음달부터 집세는 내가 낼게.”설은아는 재빨리 말했다. 그녀는 하현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이 집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이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맞춤 제작이 되었다. 그녀는 비록 부귀영화를 탐내는
설민혁은 이 말로 설씨 어르신의 약점을 명중시켰다. 그가 이번에 설은아를 상석에 앉힌 것은 자신이 뒤에서 조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만약 설은아가 왕태민에게 시집을 가게 되면 그녀가 회장 자리에 앉는 것은 꽤 귀찮아 질 것이다. 그러자 설씨 어르신의 눈동자는 요동쳤고 이어서 차갑게 말문을 열었다.“우리 설씨 집안에서는 이혼을 하고 싶다고 이혼을 하고, 아무한테나 시집을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야!”설민혁은 계속해서 말했다.“할아버지,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설지연을 왕가와 결혼 시킨 다음 설은아를 회장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거예요!”“만약 다른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제가 임시로 잠깐 대신 할게요!”“물론 저는 꼭두각시 일뿐 모든 것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설민혁은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숨기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설씨 어르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은 그의 계획대로 진행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의 계획 속에는 왕태민이 정말 설은아에게 장가들 필요가 없다. 단지 그는 계속 설은아를 쫓아 다니게 하고 설씨 어르신이 공포에 질려, 다시 상석에 앉는 것이다. 천일 그룹측에서는 설씨 집안의 젊은이가 백운회사를 맡기를 원했다. 일단 일이 그렇게 되면 설민혁이 상석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과연, 도와야 일이 잘 된다!”설민혁은 속으로 감탄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면 내가 상석에 앉는 것도 멀지 않았다!”“그때가 되면 제일 먼저 이 늙은이를 양로원에 들여 보내야지!”“그래야 우리 설씨 집안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설민혁의 얼굴에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설씨 어르신은 설민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록 설은아가 잘못한 게 많긴 하지만 지금은 은아가 회장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은아가 하는 일을
회사 일이 너무 많아 설은아 가족은 이 임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되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천일그룹이 백운회사에게 맡긴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했다. 설은아가 직접 현장감독을 맡았다. 자금이 충분했기 때문에 백운회사가 이번에 초청한 설계팀과 시공팀은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품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아직 며칠 시공되지 않았는데도 처음 보는 원뿔 형태의 건축물들이 많이 세워졌다. 그날 밤, 설은아는 공사장에 일이 생겼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와 설재석은 거의 폭주하다시피 해서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지금 현장의 두 무리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한 무리는 초청된 시공팀이었다.다른 한 무리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흉악한 모습에 웃통을 벗고 있었는데, 몸에 새겨진 문신은 무섭기 그지 없었다. 이런 건달 같은 사람들은 모두 쇠파이프와 회칼 같은 흉기를 가지고 다니며 시공팀을 협박해 뒤로 몰아 넣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건달들 뒤에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설은아와 설재석이 현장에 도착했다.“설 회장님, 큰일 났어요.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이 땅은 그들의 이전 부지인데, 우리가 그들과 보상에 대한 논의도 없이 마음대로 시공을 했다면서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네요!”“그들이 지금 우리가 지은 것을 다 헐어 버리려고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리려고까지 해요!”시공팀의 대표는 젊은 사람이었다. 언제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겠는가?“너무 무서워요! 이 사람들은 딱 봐도 길바닥 놈들 이에요!”“마을 주민이 어디 이럴 수 있겠어요?”“설 회장님, 당초 계약할 때 토지 분쟁에 대해서 우리가 끼어들 일이 없다고 말씀해주셨으니 지금 이 일에 대해 설명을 해주셔야겠습니다……”시공팀 사람들은 울먹였다. 그들에게는 건설을 하도록 시켜야지, 그들로 싸움을 하게 해서는 안
건달들의 인솔아래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설은아도 바보는 아니었다. 몇 번 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들은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다. 하지만 남원은 규칙과 법치를 중시하는 곳이라 길바닥 사람들도 감히 자기 멋대로 함부로 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비록 비용을 요구하더라도 지금 적지 않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와서 협박을 했다. 목적은 이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철거 보상 비용을 얼마나 요구하는 거예요?”설은아는 심호흡을 하고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얼마 안 돼. 우리는 2백억이면 돼. 2백억을 주면 오늘 이 일은 그냥 넘어가는 셈 치지.”건달 두목이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 말은 너무 웃겼다. 오늘 이 일이 넘어가는 거면 내일 일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말도 안돼요.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빨리 나가세요!”설재석은 뒤에서 이 금액을 듣고 바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백운회사 어디에 이런 여윳돈이 있겠는가?건달 두목은 지금 눈동자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좋아! 돈 안 줄 거면, 헐어 버리자!” 명령과 함께 수십 명의 건달과 백 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움직였다. 노동자들은 막으려 하였으나 곧 그 건달들의 몽둥이가 그들의 이마에 꽂혔다. “누가 감히 움직여! 감히 움직이는 사람은 내가 죽여버릴 거야!!!”설은아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사람들이 공사 현장을 발칵 뒤집어 놓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중량급 작업차량이 사람을 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매우 적당한 정도를 잘 살펴서 물건만 부수고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 후에 몇몇 철거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분명 이 사람들은 똑똑했다. 보통 건달들이 아니라 누군가 시킨 것이다. 건물을 부수러 온 것이 분명했지만 오히려 토지 징발 분쟁을 명목으로 그들이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굴었다. 현수막이 다 걸린 뒤에야 건달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
하현은 여음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페낭은 정말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이렇게 공공연하게 정경유착이 만연할 줄이야!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여음채는 순간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여음채는 다시 의기양양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를 악물고 하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왜? 무서워?”“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봐줄 수도 있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억세게 불행한 일들뿐일 거야!”말을 하는 동안 여음채는 부일민에게 손짓을 하며 다른 의료진과 경호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하현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기세등등하게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그들 무리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사나운 모습이었다.이 광경을 본 여음채는 더욱 득의만만해져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봐, 이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어서 사과하고 내 신발 밑창을 개처럼 깨끗이 핥아!”“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강옥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하구봉은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현에게 다가올 불운을 생각하며 탄식했다.아무리 거세게 싸운다고 해도 경찰관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하현 일행은 법이라도 어기려는 건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여음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내가 감옥에 갈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이익만 챙기고 인명을 돌보지 않는 거야?”“멀쩡한 병원이 사기꾼 소굴이 되어 관광객을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군.”“당신들 오늘 잘 만났어. 당신들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이 병원, 망하게 해 줄게.”하현의 말을 들은 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허
잠시 후 넋이 나간 듯 멍하던 여음채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걷어차?”“내 엄마가 누군지 알아?”“당신은 누구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원장 아니야?”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때린 건 당신이야.”“뭐?”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의 목소리와 행동에 여음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하현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모두 저놈을 죽여!”“일이 터지면 내가 다 수습할 거야!”그녀의 말에 수십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사납게 웃으며 하현을 에워쌌다.강옥연은 이런 막무가내 인사를 본 적이 없었다.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강옥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그녀의 말을 들은 부일민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원장님한테 미움을 산 사람은 살아남지 못해!”예쁘장한 간호사들은 앳된 얼굴로 눈을 흘기며 거들었다.“흥! 조심해 봤자 소용없어! 죽어야 해!”주위를 둘러보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탄식하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음채의 인품이 별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영향력과 인맥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페낭 병원에서 누가 감히 그녀한테 대들 수 있겠는가?아무 물정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하필 여음채를 건드리다니!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이때 선두에 선 경호원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하현에게 다가왔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꺾으며 광분한 사냥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어디다 둔 거야?”“퍽!”“앗!”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듣기 귀찮다는 듯이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내동댕이쳤다.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하고 말았다.기절했어?!이 광경을 보고 놀
앞뒤 사리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음채의 모습에 강옥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가 모욕이에요?”“당신들은 환자를 구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환자를 구하기는커녕 무슨 스타가 나타났다고 부리나케 쫓아다니지 않았냐구요?!”“응급실에 30분씩이나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보증금은 돌려주지 못하겠다니요?”“당신들 같은 병원이 무슨 의료 윤리 의식이 있겠어요?”“병원이 아니라 사기 소굴이에요!”강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식약청에 고소할 거예요!”하현은 침착한 눈빛으로 여음채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구봉에게 원가령의 안전을 보호하라는 손짓을 했다.아마도 강옥연의 강경함에 여음채는 일을 처리하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여음채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달려오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에게 하현 일행을 포위하라고 손짓하며 지시했다.이어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와 말했다.“우리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잘못을 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그리고 내 신발 밑창을 깨끗이 핥아.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일민 의사에게 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덮어 두겠어!”“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칠흑 같은 남양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1년 반 동안 안에서 통곡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분명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여음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능수능란했다.어떤 외국인이라도 감히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모두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부일민 일행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다.큰소리 뻥뻥 치더니 하현이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페낭 거물도 아닌데 감히 페낭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려?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거지!강옥연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은 아주 법도 뭣도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