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들의 인솔아래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설은아도 바보는 아니었다. 몇 번 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들은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다. 하지만 남원은 규칙과 법치를 중시하는 곳이라 길바닥 사람들도 감히 자기 멋대로 함부로 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비록 비용을 요구하더라도 지금 적지 않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와서 협박을 했다. 목적은 이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철거 보상 비용을 얼마나 요구하는 거예요?”설은아는 심호흡을 하고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얼마 안 돼. 우리는 2백억이면 돼. 2백억을 주면 오늘 이 일은 그냥 넘어가는 셈 치지.”건달 두목이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 말은 너무 웃겼다. 오늘 이 일이 넘어가는 거면 내일 일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말도 안돼요.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빨리 나가세요!”설재석은 뒤에서 이 금액을 듣고 바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백운회사 어디에 이런 여윳돈이 있겠는가?건달 두목은 지금 눈동자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좋아! 돈 안 줄 거면, 헐어 버리자!” 명령과 함께 수십 명의 건달과 백 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움직였다. 노동자들은 막으려 하였으나 곧 그 건달들의 몽둥이가 그들의 이마에 꽂혔다. “누가 감히 움직여! 감히 움직이는 사람은 내가 죽여버릴 거야!!!”설은아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사람들이 공사 현장을 발칵 뒤집어 놓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중량급 작업차량이 사람을 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매우 적당한 정도를 잘 살펴서 물건만 부수고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 후에 몇몇 철거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분명 이 사람들은 똑똑했다. 보통 건달들이 아니라 누군가 시킨 것이다. 건물을 부수러 온 것이 분명했지만 오히려 토지 징발 분쟁을 명목으로 그들이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굴었다. 현수막이 다 걸린 뒤에야 건달
같은 시각, 한 클럽 안. 지금 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남원 길바닥의 거물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길바닥에서 새롭게 부상하기 시작한 인물을 환영해주기 위해서 모였다. 변백범! 서울에서 제일가는 인물인데 그가 최근 남원으로 강력하게 입성을 했다. 이 변백범. 남원에 온 후 더욱 과격해졌다. 강한 세력으로 일부 구역을 차지했다. 듣기로 그의 뒤에 귀인이 보살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에 대한 태도가 그런대로 괜찮았다. 물론 어느 모로 보나 그는 남원 길바닥에서는 새로운 인물일 뿐이었다. 이 남원의 길바닥 두목들에 비하면 그는 아직 작은 인물에 불과했다. 만약 배후에 있는 귀인에 대한 소문이 없었다면 그는 여기에 앉아 있을 자격조차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술자리의 주인인 대도 경수는 빙그레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어떤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경수 도련님, 일이 많이 바쁘시군요. 끼니때마다 전화가 몇 통씩이나 걸려오다니요! 무슨 좋은 업무가 있으면 깔끔한 형제 몇 명을 소개시켜 드릴게요. 다들 오랫동안 개시를 못하고 있습니다!”옛날 복장을 하고 있는, 좀 옹졸해 보이는 대도 경수는 지금 시큰둥하게 말했다.“무슨 업무가 있는 건 아니고 귀인이 시킨 일이 하나 있는데 처리 하지 않을 수가 없을 뿐이야.”“아? 어느 귀인이신지 모르겠는데 어린 동생에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동생이 충성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변백범은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그의 현재 임무는 남원 길바닥에 녹아 드는 것인데 이런 기회가 오다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대도 경수는 담담하게 변백범을 쳐다보며 말했다.“네 뒤에 있는 그 귀인의 신분은 범상치 않잖아. 이미 너는 남원 길바닥에서 지내기에 충분할 텐데 우리 일까지 빼앗고 우리 밥벌이까지 가져가려고 하는 거야?” 변백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형님이 실수로 건드리지 말아
한밤중이 되어서야 설은아는 인상을 쓰며 잠이 들었다. 하현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신 후에야 진정이 되었다. 옥상에 올라가 그는 전화를 걸었다.“변백범, 너 어디야?”“도련님, 저 이미 남원에 왔습니다. 게다가 분부하신 대로 이미 남원 길바닥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습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요즘 뭐 들은 거 있어? 예를 들어 오늘 어떤 사람이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를 찾아가서 귀찮게 굴었다던가.”변백범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도련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대도 경수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 인물의 일을 돕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말한 일이 도련님이 말씀하신 일인지 확실치는 않지만요……”“알았어, 내일 좋은 애들 준비시켜서 대모산 리조트 현장에서 기다려.”하현은 살을 에듯 차가운 기색이었다.“도련님, 걱정 마세요. 이번에 제가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 골라서 남원에 데리고 왔거든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이 말을 하면서 전화기 너머의 변백범은 매우 흥분했다. 그는 원래 하현이 남원에 온 후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현은 그를 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임무를 주었고, 자기와 같이 작은 사람에게 남원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이번에 하현이 남원에서 처음으로 그에게 임무를 주었다. 변백범은 지금 한 바탕 해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빨리 임무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반드시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이튿날, 설은아는 하현의 의견에 따라 공사를 계속 진행하였다. 일부 건달들의 괴롭힘 때문에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몇몇 현장에서 감시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보았고 순식간에 대도 경수의 귀에 들어갔다.대도 경수는 찻주전자를 손에 들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설씨 집안은 여전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왜 사람들이 그들을 남원의 새로운 귀인이라고 하는지 알겠어. 그들이 정말
건달 두목은 하현과 변백범을 조롱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응, 오늘 밤 우리 둘이서 공사장 안전을 책임질 거야.”하현이 입을 열지 않자, 변백범이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 사람들은 아직 하현과 대화할 자격이 없었다. 건달 두목이 변백범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너도 길바닥 놈이지? 근데 남원 길바닥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내가 다 아는데 너 이제 막 나왔지?”“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길바닥에서 생활 하려는데 우리와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결말이 어떻게 될 지는 알고 있겠지?”건달 두목이 지껄였다. “설 회장도 우리를 너무 얕잡아 봤네. 우리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이름있는 사람을 찾았어야지. 그래야 앉아서 얘기라도 하지.”“어디서 알지도 못하는 꼬마녀석들이 튀어나와서 우리 앞에서 얼쩡거려?” 건달 두목은 시큰둥한 얼굴로 하현과 변백범을 바라보았다. 그들 쪽은 백 명이 넘었고, 하현 쪽은 두 사람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가 보기에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가지고 놀다 죽이는 건 시간 문제였다. “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 두 사람을 처리해. 죽이지만 말고!”“가서 지게차를 몰고 와서 두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려버려.”두목 건달은 얼굴에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분명 이런 비슷한 일들을 너무 많이 해봤을 것이다. 그의 부하들은 지금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나갔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두 명을 상대한다고?정말 때리고 싶은 만큼 때릴 수 있었다. 이때, 변백범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도련님, 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못 들었어? 그들이 우리 두 다리를 불구로 만든다잖아.”하현은 가볍게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변백범도 군말 없이 순간 가볍게 손뼉을 쳤다. 곧 사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같이 검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이 사람들은 소리 없이 조용했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살기가 느껴졌다.
“이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봐.”하현은 나무 말뚝 위에 아무렇게나 앉아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건달 두목은 지금 힘써 버티며 고개를 들고 하현을 노려보며 얼굴에는 불가사의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는 이제 변백범이 방금 남원 길바닥에 들어온 맹렬한 용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 용은 오히려 하현 앞에서는 온순한 양처럼 공손했다.평범해 보이는 이 청년은 도대체 어떤 제왕인 것인가?변백범은 앞으로 나가 이 건달 두목의 멱살을 잡고 그를 들어올려 공중에 띄웠다. “말할게요. 전부다 말할게요. 대도 경수 형님이 우리를 보낸 거예요!”이 건달은 지금 놀라 오줌을 쌌다. 그의 사람들이 전부 두 다리를 잃었다. 그가 만약 이때 계속 허튼 소리를 한다면 그는 상대방이 그를 직접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경수 형이구나. 그의 체면을 봐서 30분 줄게. 그 안에 나를 찾으라고 해. 내가 직접 그를 찾으러 가게 하지 말고.”변백범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하현 앞에서는 비할 데 없이 공손한 부하였다. 하지만 지금 이 건달들 눈에 그의 웃음은 더할 나위 없이 위협적이었고 공포 그 차체였다.“네네, 제가 바로 전화하겠습니다.”이 건달은 곧 오줌을 쌀 것 같았다.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지금 대도 경수는 애인의 품에 안겨 누워있었다.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때마침 일을 하고 있었다. 귀찮다는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뭐하고 있는 지 몰라? 일은 해결 됐어? 그 귀인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형님, 사…… 사고가 났어요……”전화 맞은 편에서 건달의 목소리는 다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고?”“네, 형님, 빨리 오세요. 우리 모두 당했어요. 그들이 우리를 불구로 만들었어요!”건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대도 경수는 이 상황을 보고, 바로 나왔다. 방을 빠져 나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모든 애들을 데리고 같이 가자
“이 새끼! 너_____”어떤 깡패 하나가 노기 띤 얼굴로 돌진해 왔다. 생각지도 못하게 변백범이 손을 휘두르자 소매에서 칼날이 튀어나와 그 깡패의 얼굴에 박혔다. 깡패는 얼굴을 가리고 처량하게 슬피 울부짖기 시작했다. 동시에 변백범은 다시 한 번 손을 휘둘렀고 작고 날렵한 칼 한 자루를 손에 잡고 제멋대로 대도 경수의 목을 떠받쳤다. 도둑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이 순간 눈앞에는 강을 건너온 진정 맹렬한 용이 있었다. 그가 만약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신을 없애 버릴 수 있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대도 경수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좋게 말씀 하세요. 백범 형님, 모두 길바닥 사람들이잖아요. 평소에 자주 만났는데 체면 좀 세워 주시죠?”대도 경수도 바보가 아니었다. 이럴 때 두려워하지 않으면 자신은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변백범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를 향해 씩 웃더니 손을 한 번 흔들었다. 곧 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두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방금 전까지 무력을 과시하며 뽐내던 백 여명의 깡패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이 속도는 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이 건달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공포가 감돌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지?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거지? 이런 부하들을 두다니. 시종일관 담담한 이 젊은이의 정체는 뭐지? “탁탁_____”변백범이 발로 걷어차자, 대도 경수도 땅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지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이미 변백범과 협상할 아무런 밑천도 없었기 때문이다. 변백범이 그를 혼내주고 싶은 만큼 마음껏 그를 혼낼 수 있었다. 길바닥 사람들이 자신의 사람들을 잔혹한 방법으로 해치웠던 것이 생각났다. 대도 경수는 지금 오줌이 나올 지경이었다. “경수 형, 이 시점에서 계속 입 다물고 있을 거야? 아니면 다 털어 놓을래?”변백범은 쭈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대도 경수의 오른쪽 뺨을 가볍게 쿡쿡 찌르며
하현은 핸드폰을 받아 내용을 살펴봤다. 이것은 낯선 번호였지만 안에는 임무 사항이 있었다. 상대방이 대도 경수에게 시킨 일은 아주 간단했다.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설은아를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라는 것이었다. 하현은 직접 대도 경수의 핸드폰으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맞은편에서 나지막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경수야, 나한테 직접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세자가 분부한 일은 어떻게 됐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말한 거야?”“타닥_____”상대방은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하현은 다시 전화를 걸지 않고 핸드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도련님, 상대방은 도대체……”“왕씨 집안 사람이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변백범은 의아하게 말했다.“도련님, 뭣 때문에 그렇게 확신을 하세요?”“왜냐면 남원에서 감히 자신을 세자라고 부르는 사람은 딱 둘 뿐이야.” “하 세자……”“그리고 소위 왕 세자……”변백범은 고개를 떨구고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할 수 없었다.그는 하현이 한 말의 의미를 아주 분명하게 들었다.남원에는 오직 두 세자가 있는데 상대방의 입에서 ‘세자’라고 하는 말은 분명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거의 노출시킨 것이다. 하지만 하현이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밝히기 전에 변백범은 감히 더 묻지 못했고 심지어 추측할 용기도 없었다. “하 도련님, 이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 할까요? 전부 강에다 내던져서 물고기 먹이로 줄까요?” 변백범은 화제를 바꾸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범이 형, 범이 형님, 제발 구해주세요. 다들 길바닥 사람들이잖아요. 제발 저희 좀 살려주세요!”“우리도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었어요!”“우리도 원치 않았어요!”땅 바닥에 엎드려 있던 대도 경수는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지금 둥둥둥 발버둥을 치며 기어올라 땅이 닳도록 머리를 조아
다음 날.설은아가 아침 일찍 설재석 사람들과 시공을 하러 공사현장에 도착했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공사장에는 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께 철거된 건축물들이 오늘 전부 세워져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벽돌을 옮기는 사람들이 다리를 절고 있었고, 모두 문신을 한 살벌한 건달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 그날 그 건달들 아니야?”설은아는 불가사의한 얼굴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말썽만 부리지 않아도 좋으련만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다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설은아와 사람들은 모두 수상쩍게 생각했다. 이때 검은색 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달려왔고, 그 뒤로 동생이 따라왔다. 이 장면은 설은아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설은아가 경찰을 부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대도 경수가 허허 웃으며 입을 벌렸다.“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도 경수라고 합니다!”“이틀 동안 저희 동생들이 눈뜬 장님들이라 당신들께 폐를 끼쳤습니다! 오늘 사과하러 왔습니다!”“어젯밤에 제가 이미 얘네들을 혼내줬고 밤에 이전에 헐었던 것들을 세워놨습니다!”“그리고 제 밑에 있는 5백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모두 귀사의 자원 봉사자로 누구도 공사장에 와서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할 것을 보장합니다!”“맞아요! 저희는 돈 안 받아요!”대도 경수는 자신에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다는 듯 정의감에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설은아는 어리둥절했다. 상대방이 이렇게 열정적이니 그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대도 경수는 다시 공손한 얼굴로 공사를 훼손한 위자료라며 현금 4백 억을 가지고 왔다. 이 장면을 보고 설은아는 너무 얼떨떨했다. 하지만 전에 시공팀에 큰 손실이 있었고 이 돈은 시공팀에게 배상하기에 딱 좋았기 때문에 설은아도 거절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설은아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너 도대체 무슨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
하현은 여음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페낭은 정말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이렇게 공공연하게 정경유착이 만연할 줄이야!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여음채는 순간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여음채는 다시 의기양양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를 악물고 하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왜? 무서워?”“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봐줄 수도 있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억세게 불행한 일들뿐일 거야!”말을 하는 동안 여음채는 부일민에게 손짓을 하며 다른 의료진과 경호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하현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기세등등하게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그들 무리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사나운 모습이었다.이 광경을 본 여음채는 더욱 득의만만해져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봐, 이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어서 사과하고 내 신발 밑창을 개처럼 깨끗이 핥아!”“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강옥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하구봉은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현에게 다가올 불운을 생각하며 탄식했다.아무리 거세게 싸운다고 해도 경찰관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하현 일행은 법이라도 어기려는 건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여음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내가 감옥에 갈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이익만 챙기고 인명을 돌보지 않는 거야?”“멀쩡한 병원이 사기꾼 소굴이 되어 관광객을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군.”“당신들 오늘 잘 만났어. 당신들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이 병원, 망하게 해 줄게.”하현의 말을 들은 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허
잠시 후 넋이 나간 듯 멍하던 여음채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걷어차?”“내 엄마가 누군지 알아?”“당신은 누구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원장 아니야?”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때린 건 당신이야.”“뭐?”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의 목소리와 행동에 여음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하현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모두 저놈을 죽여!”“일이 터지면 내가 다 수습할 거야!”그녀의 말에 수십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사납게 웃으며 하현을 에워쌌다.강옥연은 이런 막무가내 인사를 본 적이 없었다.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강옥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그녀의 말을 들은 부일민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원장님한테 미움을 산 사람은 살아남지 못해!”예쁘장한 간호사들은 앳된 얼굴로 눈을 흘기며 거들었다.“흥! 조심해 봤자 소용없어! 죽어야 해!”주위를 둘러보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탄식하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음채의 인품이 별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영향력과 인맥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페낭 병원에서 누가 감히 그녀한테 대들 수 있겠는가?아무 물정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하필 여음채를 건드리다니!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이때 선두에 선 경호원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하현에게 다가왔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꺾으며 광분한 사냥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어디다 둔 거야?”“퍽!”“앗!”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듣기 귀찮다는 듯이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내동댕이쳤다.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하고 말았다.기절했어?!이 광경을 보고 놀
앞뒤 사리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음채의 모습에 강옥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가 모욕이에요?”“당신들은 환자를 구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환자를 구하기는커녕 무슨 스타가 나타났다고 부리나케 쫓아다니지 않았냐구요?!”“응급실에 30분씩이나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보증금은 돌려주지 못하겠다니요?”“당신들 같은 병원이 무슨 의료 윤리 의식이 있겠어요?”“병원이 아니라 사기 소굴이에요!”강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식약청에 고소할 거예요!”하현은 침착한 눈빛으로 여음채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구봉에게 원가령의 안전을 보호하라는 손짓을 했다.아마도 강옥연의 강경함에 여음채는 일을 처리하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여음채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달려오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에게 하현 일행을 포위하라고 손짓하며 지시했다.이어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와 말했다.“우리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잘못을 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그리고 내 신발 밑창을 깨끗이 핥아.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일민 의사에게 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덮어 두겠어!”“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칠흑 같은 남양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1년 반 동안 안에서 통곡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분명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여음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능수능란했다.어떤 외국인이라도 감히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모두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부일민 일행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다.큰소리 뻥뻥 치더니 하현이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페낭 거물도 아닌데 감히 페낭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려?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거지!강옥연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은 아주 법도 뭣도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