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슨 일이야?”모두들 일제히 몸을 돌려 하현을 바라보았다. 하현은 설은아에게 말했다.“여보, 사실 내가 미리 생일 파티를 예약해뒀어. 내가 데리고 갈게.”그러자 희정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흥! 네가 어떻게 예약을 해? 왕 도련님이 예약 하신 곳은 W호텔이야. 한 테이블에 2천 몇 백만 원짜리야! 너는 뭘 예약했는데?”왕태민은 이때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 선생님, 당신이 예약한 곳은 안 가도 돼요!”“어쨌든 내가 예약한 곳은 한 테이블에 2천 몇 백만 원인데 안 가면 손해가 너무 커요!”말을 하면서 그가 손을 흔들자 어떤 수행원 한 사람이 돈다발을 꺼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쏟아놓았다. 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당신보다 손실이 더 커!”“어? 너는 어디를 예약했는데? 나는 W호텔 1호룸으로 최저 소비 기준으로 3천만 원이야!”왕태민은 지금 정말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어수선하게 하현을 쳐다봤다. 그가 도대체 어떤 곳을 예약했는지 알고 싶어했다. “나는 남원 타워에 있는 회전식당을 예약했어.”하현은 말했다.“뭐? 거기?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너 언제 예약했어? 우리 남원에 온지 며칠밖에 안됐는데?”왕태민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실 그는 전에 남원타워 회전식당을 예약하고 싶었지만 오늘 자리가 없어서 할 수 없었다. “하현, 그 곳에서 식사 한끼 하려면 내가 듣기로는 수천만, 수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던데, 너 정말 거기에 예약한 거 맞아?”설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왕태민도 가볍게 웃었다.“너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야? 남원 타워 회전식당은 너 같은 사람이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말해봐, 몇 테이블이나 예약했는데?”“나 전석 다 예약했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푸하하하하_____”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웃었다. 특히 설민혁은 야유하는 기색이
“응. 왕 도련님 말이 맞아. 우리 집 데릴사위가 회전 식당에 전세를 내놨으니 우리도 꼭 한번 가봐야지.”오늘 설민혁이 온 목적은 왕태민과 설은아가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이었다. 하현 이 폐물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가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지금 그와 왕태민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뜻을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이런 우스갯소리와 그들의 정성 어린 준비를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왕태민의 태도는 강경했다. 비록 온화한 모습이었지만 위압감이 있어 설재석 부부는 지금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설은아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왕태민의 목적이 무엇인지 하현은 모르는 건가? 이렇게 얼굴을 들이밀고 자기가 얼른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기를 바라고 있는데?지금 하현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설은아는 하현을 붙잡고 한바탕 야단을 치고 싶었다. “셋째 작은 아버지, 어머니, 제 차에 타세요.”“오늘 은아가 주인공이니 벤츠G 타고 가라고 하세요.”설민혁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왕태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설재석 부부를 데리고 갔고, 설은아와 설유아는 왕태민의 벤츠G에 올라탔다. “하 선생님, 당신은 귀하신 분이세요. 회전식당을 전세를 내실 수 있는 분이신데 제 벤츠를 타시는 건 너무 겸손하신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 혼자 타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왕태민은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탁’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을 잠갔다. “나 혼자 갈게.”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동시에 설유아를 한 번 쳐다보았다. 설유아는 하현에게 윙크를 하면서 내가 우리 언니를 불리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대의 차가 먼저 떠난 후에야 하현은 돌아서서 아파트 2층의 복도를 바라보았다. 잠시 쳐다본 후에야 그는 비로소 천천히 말했다.“네가 나를 끌어낼 준비를 한 것인가? 아니면 내
하현은 웃었다. 정말 웃겼다. 남원이라는 곳에서는 비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직접 땅에 묻어버리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지만, 이 사람들은 남몰래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뿐이었다. 하민석은 지금 감히 자신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잡을 수 있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길바닥에서 뒹굴던 놈이 감히 남원이라는 세계에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웃기는 소리다. 하현이 웃는 것을 보고 상대방은 오히려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보아하니 너는 관을 못 봐서 눈물을 안 흘리는 거 같은데, 내 소개를 하지.”“나는 창빈이라고 해.”하현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모르겠는데, 보아하니 남원 길바닥 거물은 아닌 거 같은데?”하현의 이 말을 듣자 창빈의 눈빛은 살짝 차가워졌다. 그는 확실히 무슨 큰 인물은 아니었다. 거물이었다면 이렇게 작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록 큰 인물은 아니었지만 자부심은 아주 충만했다. 지금 창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귀를 후비면서 말했다. “누군가 나한테 이런 얘기 하는 걸 못 들어 본지 오래됐네. 지난번에 내 앞에서 이런 말을 했던 그 재벌 2세는 어떻게 됐더라?”창빈 뒤에 있던 한 동생이 말했다.“형님, 지난 번 그 재벌 2세의 혀를 잘라버리셨잖아요.”“들었지? 이게 바로 나에게 이렇게 말한 결과야.” 창민은 계속 말했다.“너 좀 재미있어 보인다. 나한테 지금 무릎 꿇고 내 바짓가랑이 붙들고 사과하면 용서해줄게.”“그래.”하현이 말했다. “너 무릎 꿇어. 나 급해.”“너!” 이 말을 듣자 창빈은 갑자기 헛웃음을 지었다. “데릴사위, 너 허세가 대단하구나. 네가 나보다 허세를 많이 부릴 줄은 몰랐다!”“나는 너한테 기회를 주고 있는 거야.”하현은 간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는 정말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귀찮았다. “풉, 하하하하……”“미안해, 참을 수가 없었어. 너 정말 웃기는 소리를 잘한다!
“나는 기회를 줬어.”담담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방금 전까지 날 뛰던 창빈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정신 없이 돌아봤지만 자신의 부하들이 엎드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것을 눈의 끝자락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데릴사위, 너 뭐 하려고 그래? 날 건드렸다간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너희 설씨 집안도 다 망하게 될 줄 알아.” 창빈은 겁을 먹었지만 그는 필경 길바닥에서 지냈던 사람이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시치미를 떼며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보냈는지 말해.”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넌 알 자격이 없어!”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힘을 더 가하기 시작했다.이때 창빈은 자기 목에 쇠사슬이 묶인 듯 점점 조여와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 지난 날이 떠올라 그의 눈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는 이 데릴사위가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죽을 줄을 알지 못했다면 다음 순간은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너……먼저 놔줘, 말해줄게……”창빈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현은 마음대로 손을 흔들며 냉담한 표정으로 창빈을 보고 있었다. 창빈은 자신의 목을 문지르며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을 짓다가 잠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데릴사위, 나는 네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내 배후에 어떤 귀인이 있는지 네가 모르는 게 너에게 가장 좋을 거야. 너한테 좋을 게 없어……”“하씨 가문?”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하민석이야 하수진이야?”“하씨 대문호?” 창빈의 눈에는 자조 섞인 빛이 스쳤다.“나는 이런 거물과 접할 자격이 없지만 그 귀인의 신분은 확실히 높아. 이번에 너만 잘 해결되면 나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네……”하현은 담담히 그를 바라보다가 창빈의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창빈아, 그 사람 해결 됐어?” 상대방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입을 열면 많은 것들을 인정하는 셈이 되었
하현이 택시를 타고 남원 타워에 도착했을 때 설은아와 사람들은 이미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태민은 지금 설은아에게 그냥 가자고 부추기고 있었다. 하현은 아마 겁에 질려 감히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본 순간 그의 눈빛은 약간 당황하는 듯 했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 하현은 그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은아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은 오히려 약간 조마조마하며 설유아의 팔을 잡았는데 머리카락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가면서 하현이 그녀에게 어떤 놀라움을 가져다 줄지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고 그 때가 되면 그녀도 자신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현을 보고 옆에 있던 설민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참, 내가 방금 찾아봤는데, 듣기로는 회전 식당은 예약한 다음에 식당에서 도금된 멤버십 카드를 줘서 다음에 갈 때 그 카드를 사용해야 이용할 수 있다던데, 그런가요?”왕태민은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나도 알지. 이런 카드는 해외에서 핸드 메이드로 주문 제작 받아서 만드는 거라 가치가 엄청나서 일종의 기념품인 셈이지. 적지 않은 스타와 인플루언서들이 인터넷에 많이 띄워놨어. 일종의 신분의 상징이지.”“그렇구나!”설민혁은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하현, 너 이미 식당 전세 냈다고 했지? 그럼 그 멤버십 카드 좀 보여줘 봐.”설재석도 지금 입을 열었다.“그래, 나도 이런 얘기 들어 본적 있어. 멤버십 카드 꺼내서 보여줘 봐.”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점점 더 긴장했다.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 보더니 바로 알게 됐다. 이 곳은 예약하려면 정말 한 달 정도가 걸리고 항상 인기가 많아서 자리를 얻기가 어려웠다. 설씨 집안이 남원에 온지 보름도 안 됐는데, 미리 예약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하현에게 그 멤버십 카드를 꺼내라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남원타워 회전식당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딩동!”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순간 설은아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설유아의 손을 맞잡은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팡팡팡______”그런데 곧 바로, 꽃가루가 흩뿌려졌고 알록달록한 꽃잎들이 쏟아져 나왔다.“설은아 아가씨 생일 축하 드립니다……”한 무리의 종업원들이 엘리베이터 입구 양쪽에 서 있다가 누군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자 즉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동시에 그곳에는 전문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식당에는 특별히 홀로그램으로 설은아의 각종 사진이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몇 장의 사진 속에 하현의 모습도 나왔다. 그것은 설은아와 하현의 너무 소중한 추억이었다. 파티장은 전체가 설은아 한 사람만을 위해 꾸며진 것이 분명했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모든 식탁은 비어있었고 식당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케이크와 우뚝 솟은 샴페인 타워만 있을 뿐이었다. “남원타워 회전 식당에서 설은아 아가씨의 생일을 축하 드립니다. 저희 식당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생일 파티를 개최했습니다. 저희가 기념품으로 순금 멤버십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기쁘게 받아주세요!”“이것은 저희의 첫 순금 멤버십 카드이고, 유일한 것이 될 것입니다!”곧 식당 책임자가 공손하게 붉은 쟁반을 받쳐들고 다가왔는데 그 위에 정교한 멤버십 카드가 놓여져 있었다. 순금 이외에도 ‘Z’자 모양으로 다이아몬드를 큼지막하게 박아놓았다. 이 카드의 주인공은 바로 설은아였다. 선물을 보고 있자니 설은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감동이다!이보다 더한 감동은 없을 것이다!뒤에 있던 설유아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속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언니가 행복하면 그녀도 분명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자신은 우울한 걸까?왕태민과 설민혁 두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바보가 된 눈빛이었다. 예상과 완전 달라졌다. 게
왕태민은 지금 분노에 사로 잡혔다. 이번에 설은아를 데려가기 위해서 그는 적지 않은 일들을 준비했었다. 많은 수단을 이용했고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시킨 일이라는 것이다. 그가 만약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결말은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왕태민은 설민혁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만약 설민혁이 소식을 잘 전해줬다면 자신이 이렇게 수동적이었을까? 설은아를 바로 W호텔로 데리고 왔으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었을까?“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찾아볼게요!” 설민혁의 얼굴에도 식은땀이 흘렀다. 그가 만약 왕태민에게 만족스러운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그는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도 죽게 될 것이다!생일 파티가 시작 되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설민혁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하현, 너 같은 폐물에게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운이라는 게 좀 있었네!”모두들 설민혁을 보고 그가 무슨 뜻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민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원래 이 회전식당은 전날에 주인이 바뀌어서 새로운 주인이 감사하는 의미로 회전식당을 위해 첫 번째로 조언을 해준 사람한테 공짜로 전세를 내줬다던데!”“네가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이야. 뜻밖에도 이런 좋은 기회를 얻다니!”“앞으로 매년 이런 행운이 있기를 바라. 매년 은아의 생일을 이런 수준으로 열어줘!”설민혁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지만 축복을 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사실상은 하현을 조롱하는 것이었다. 돈 한푼 없는 사람이 자기 아내의 생일 파티를 열어 줄 수 있는 건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왕태민도 웃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하현이 돈이 많거나 배경이 좋다면 정말 골치가 아플 것이다.하지만 하현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뿐이니 뭐가 무서울 게 있겠는가?오늘은 아니어도 앞으로 설은아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설은아는 다른 사람
왕태민이 손을 내밀자 두 수행원은 각각 정교한 선물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하나는 포르쉐 열쇠, 하나는 정교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왕태민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은아씨, 내가 듣기로 남원에 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 차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남원에서는 차 번호판을 구하기도 어려워요.”“그래서 내가 특별히 왕가 산하 업체에서 포르쉐 718 한 대를 마련했어요. 사양하지 말고 가서 운전 해봐요.”“또 이 까르띠에 반지는 내가 만든 거예요. 이 다이아몬드 캐럿은 아주 잘 깎여 있어요. 한 번 보세요.”이 두 가지 선물을 바라보는 희정의 눈빛은 변화무쌍하고 탐욕스러웠는데 이 때 참지 못하고 말했다. “왕 도련님, 이 두 가지 선물은 값이 꽤 나가죠?”“아주머니, 사실 괜찮아요. 차는 1억 몇 천만 원 정도 되고, 이 반지도 4천 몇 백만 원 밖에 안 해요. 다 합쳐서 2억도 안돼요.”이때 왕태민은 아주 가뿐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2억 정도는 돈이 아닌 거 같은 표정이었다. “뭐라고요? 그렇게 비싸다고요? 세상에나!”희정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딸은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생일이라고 이렇게 비싼 선물을 주다니?이건 정말 사람을 좀 짜릿하게 하는군요! 이 왕태민은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설재석도 너무 놀랐다. 비록 왕가가 돈이 많다지만 이런 선물을 꺼내는 것은 사실상 왕태민의 성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왕 도련님, 마음만 받을게요. 이 선물은 너무 과분해서 받지 않겠습니다.”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왕태민은 웃으며 입을 열지 않고 설민혁을 한 번 쳐다보았다. 설민혁은 서둘러 말했다. “은아야. 그러면 안되지! 왕가와 우리 백운회사는 큰 프로젝트를 합작하고 있고, 그 가문에서 너에게 주는 선물인데 어떻게 거절 할 수가 있어?”설재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딸아. 이건 그냥 선물일 뿐이야. 다른 의미는 없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