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규천이 형, 이쪽으로 오세요!”오늘은 대머리 형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아직 뒤에 사람이 더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검은색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들어왔다. “조…… 조규천……”이 사람을 보자 손민철은 바로 오줌을 쌌다. 대머리 형은 기껏해야 신참의 패거리 중에 한 명이었다. 하지만 조규천은 달랐다!듣자 하니 맹렬한 용이 강을 건넜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왔는지 손 아래 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대머리 형조차도 모두 그 수하에 있는 동생일 뿐이었다. “규천이 형, 대머리 형, 여기 있는 계집애들 전부 생기발랄해! 헤헤헤!”방금 앞장섰던 그 건달은 지금 눈치를 살피는 얼굴이었다. 그 대머리 형은 그저 빙그레 웃는 표정을 지었고 시선은 일부 여학생들에게 맴돌고 있었다. 조규천에게는 거물다운 풍모가 있었다. 이 여자들을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가장 예쁜 두 명을 골라서 내 방으로 데리고 와.”그는 이전에 서울에서 설은아를 탐내다가 하현에게 거의 죽을 뻔했다. 하지만 그도 총명한 편이어서 변백범에게 혼나고 난 후 변백범 밑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변백범이 남원에 파견해 전초에 서 있었다. 평소에 그는 너무 조용하면서도 겸손해서 남원에서 만난 우두머리들에게도 굽실거리는 편이었다.하지만 오늘은 학생들 몇 명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대머리 형은 그 말을 듣고는 대뜸 말했다.“여자들은 남겨두고, 남자들을 때리고 나서 풀어줘!”“누구든 밖에 나가서 함부로 말하면 어르신이 그 집안 사람들 전부 죽일 줄 알아!”“안 하죠! 안 해요!”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두려워했다. 특별히 여자들은 지금 울음을 터뜨리려고 했다. 그녀들이 바보도 아니고 남아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그녀들은 더 없이 잘 알고 있었다. 아까부터 용기가 충만했던 설유아 역시 당황해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만약 이런 건달들에게 짓밟히느니 차라리 죽는 게
주변 친구들의 눈빛, 특히 설유아의 눈빛을 느꼈을 때, 손민철은 자신의 허리가 꼿꼿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규천이 형, 대머리 형, 저희 아버지가 항상 형님들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형님들은 강하고 야심 찬 분들이라고요!”“당신들 같은 거물급 인물들이 어떻게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을 괴롭히십니까?”“오늘, 제 체면을 봐서라도 이 일은 이 정도에서 끝내주시면 어떨까요?”“오늘 제 친구들이 잘못했어요. 제가 여기서 용서를 구하고 다음에 제가 아버지께 큰 상을 한 번 차려드리라고 하겠습니다. 몇 분 큰 형님들을 잘 대접하겠습니다. 어떠세요?”말을 마치고 손민철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비록 해산물 장사를 했지만 억만장자가 되었으니 몇몇 길바닥 건달들은 그쪽에서 밥벌이를 하며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래서 손민철은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만 대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규천과 대머리 두 사람은 밥을 먹지 않을 생각이 아니라면 몰라도 길바닥에서 밥 먹고 살 생각이면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그곳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때 손민철은 벌써 뒷짐을 지고 우람한 모습으로 여학생들의 추앙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규천은 곰곰이 생각하며 손민철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잠시 후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재미있네. 지금 이 나이에, 어린 꼬맹이가 감히 내 앞에서 으스대고 있다니!”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네 아버지가 와도 이젠 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해! 체면?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말이 끝나자 조규천은 손민철을 손바닥으로 내리쳤고, 손민철은 바로 나가 떨어져 이가 여러 개 빠졌고, 얼굴 전체가 부어 돼지 머리처럼 되었다. 이 순간, 온 장내가 멍해졌다. 이때, 모든 사람의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 방금 다들 손민철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흑흑흑……”이때 학생들은 절망했고 일부 여학생들은 작은
이러한 기개는 이 건달들을 순식간에 제압하였다. 잠시 후 대머리 형이 조금 부끄러운 듯 분해하며 입을 열었다.“가! 저 놈을 끌어내!”“규천이 형 앞에서 으스대다니! 그가 누군지 알아!?”처음에 설유아의 허벅지를 만지려던 건달이 대머리 형의 명령에 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어가더니 손을 뻗어 하현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곧바로, 하현은 냉담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마음대로 이 건달의 손을 움켜 쥐었다. “타닥______”하현은 가볍게 살짝 틀었을 뿐이데 건달의 손목이 바로 부러졌다.“아아아아……”처절한 비명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이 장면은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그 건달 손바닥이 이상한 방향으로 일그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모두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이 놈의 힘이 얼마나 센가?설유아도 이 광경을 보고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하현이 정신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무 일 없이 설민혁에게 물건을 던져 머리에 피를 흘리게 했었다. 하지만 그가 손으로 실제로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네가 감히 내 형제를 건드려? 어르신이 너를 어떻게 죽이는지 봐!” 대머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조규천은 지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서두르지 마, 침착해. 누가 왔는지 좀 보자.” 조규천은 변백범 밑으로 들어간 후로 훨씬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는 남원에서 자신이 실수로 큰 인물에게 미움을 살까 정말 두려웠다. 이때 그들은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서서히 접근했다. 하지만 지금 하현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불 켜!”조규천이 명령했다. “파파파파______”곧 룸 안의 불이 모두 켜져서 모든 것을 똑똑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보아하니 상대방은 젊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매우 낯설었다. 대머리는 바로 화를 내며 말했다. “너 누구야? 감히 규천이 형 앞에서 앉아 있어? 너 죽어본 적이 없구나?”
“탁탁탁_____”이 건달들은 비록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지 못했지만 조규천이 입을 연 이상 누구도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몇 십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는데 마치 가슴을 울리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대머리도 머리를 가리고 하현 앞에 똑같이 무릎을 꿇었다. 감히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이 건달들은 모두 추측을 하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하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남원 길바닥의 새로운 귀인이 바로 무릎을 꿇다니?악랄하기로 유명하신 분이? 손민철은 바로 충격을 받았다!그는 조규천과 대머리 이 두 사람이 무엇을 대표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빠 같은 억만장자도 이 두 사람 앞에서 체면이 서지 않는데 설유아의 형부가 뜻밖에도 그들을 바로 무릎을 꿇게 하다니? 이 전설의 데릴사위 너무 굉장한 거 아닌가?손민철은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설유아의 눈빛도 혐오스러웠던 것에서 호기심과 우러러 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여태껏 폐물인 형부가 뜻밖에도 이런 남자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지금 그녀의 눈에 이 남자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신비한 아우라가 감돌았다. 자신의 형부가 이렇게 멋있었는지 진작에 알았더라면 자신은 분명 그와 더 친하게 지냈을 것이다. 다른 여자 애들도 하현을 볼 때 역시 사모하는 얼굴이었다. 이게 전설 속의 세상을 압도하는 영웅이 아니겠는가? 큰 인물 말이다!평소에 만났던 풋풋한 학생들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넘쳐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행동은 우러러보게 된다. “이번이 두 번째네……”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조규천은 바로 땅에 엎드려 얼굴을 바닥에 붙였다. 지난번에는 이 분의 아내에게 눈독을 들였고, 이번에는 그의 처제였다. 이것은 그야말로 등불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일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하
밖으로 나온 뒤.손민철은 제일 먼저 어색한 얼굴로 설유아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유아야, 너 괜찮아? 아까는 내가 그들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어!”손민철이 방금 거의 오줌을 쌀 뻔했던 장면이 생각나자 설유아는 그를 쳐다보기도 귀찮았다. 우리 형부에 비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괜찮아!” 지금 설유아는 짜증나는 얼굴이었다. 필경 어린애라 약간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고 숨길 수가 없었다. 손민철도 지금 얼굴색이 약간 변했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정교한 열쇠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 “참, 내가 오늘 포르쉐 718을 운전해서 집까지 바래다 줄게.”말을 하는 동안 손민철은 자신의 손안에 있던 리모컨 키를 눌렀다. 멀지 않은 곳에서 붉은색 포르쉐 718에 불이 켜졌다. 다른 친구들은 이 장면을 보고 하나같이 부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손민철은 학생이다! 학생이 1억짜리 차를 몰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방금 하현을 보고 흠모하는 표정을 지었던 적지 않은 여학생들이 지금은 손민철을 보고 다채로운 얼굴빛을 띠고 있었다. 싸울 줄 아는 것도 대단하지만 사회에서는 돈이 많은 게 더 대단한 일이다. 이 여자들의 얼굴을 보니 하나 같이 무릎을 꿇고 핥는 표정이었다. 설유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니야, 나는 형부랑 같이 택시 타고 가면 돼.”집안이 어떤 상황인지 설유아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형부는 서울에 있을 때에도 차가 없었고, 남원에서는 차를 사는 건 고사하고 차 번호판 살 돈도 없었다. “나 운전해서 왔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고 주차장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 그의 차의 옆모습을 보았을 때 손민철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승합차? 유아야, 너 승합차 타고 집에 갈건 아니지?”“이건 우리 집에서 해산물 실을 때 쓰는 건데, 만약 네가 이걸 탄다면 나중에는 아마 다들 너를 생선녀라고 부를지도 몰라.”이때, 다른 친구들은 손민철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손 도련님은 설유아를 강
“닥쳐! 이건 그냥 승합차가 아니야!”이때, 손민철의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전에 밖에서 두 종류의 차를 모는 사람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그에게 신신당부를 한 적이 있었다. 하나는 도요타 엘파 같은 차이고, 다른 하나는 테슬라 같은 차였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차를 타는 사람은 돈을 다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었다. 지금 손민철의 눈에 설유아의 형부는 갈수록 신비스러웠다. “이게 무슨 차인지 똑똑히 보고도 그런 어지러운 소리를 하면 책임을 져야지……”하현은 차에 타면서 아무렇게 한 마디를 던졌다. 설유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방긋 웃으며 손민철을 향해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조수석에 앉았다. 도요타 엘파는 비할 데 없이 조용히 떠났고, 주차장에는 혼란스러워하는 손민철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차가 도로를 달리니 조용하면서도 아주 안정적이었다. 하현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설유아가 귀엽고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꼼짝도 않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눈빛을 애정 어린 눈빛이라고 한다. 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설유아가 꼬마시절 때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 그 꼬마가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니.하현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보지마. 고개 돌려!”“아니야! 아니야! 그냥 볼 거야! 형부, 나 갑자기 형부가 진짜 멋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엄청 멋있었어요!”“우리 학교에 견줄만한 상대가 있을까? 인기 스타가 있다 해도 형부랑은 비교도 안돼요!”“형부야 말로 진짜 남자예요! 지네들이 뭐라고!”설유아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설유아는 핸드폰을 들고 뒤적거리며 사진을 찾아 비교해 보았다. 그래, 과연 우리 형부가 제일 잘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오징어네! 그들은 형부 머리카락 한 올도 따라오질 못한다. “응, 알았어!”하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곧이어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이
“그건 말할 수 없어.”하현이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차는 확실히 낮은 급인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를 잘 못하나?곧 차는 임시 별장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섰을 때 차를 세웠다. 곧 전에 차를 몰고 왔던 젊은이가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공손한 얼굴로 열쇠를 들고 차를 몰고 떠났다. 집에 돌아 왔을 때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그녀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안색이 조금 안 좋았다. 희정은 바로 말했다.“유아야, 앞으로는 이 사람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 재수없는 놈이야!”설재석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은아야, 네가 유아를 데리러 간 게 아니었어? 어떻게 이 폐물을 보낼 수가 있어?”확실히 설은아가 백운회사의 회장이 되고 난 후 설재석 일가는 하현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에는 하현이 설은아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현이 설은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설은아는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아빠 엄마, 새 회사가 이제 막 세워졌잖아요. 나는 갈 시간이 없어서 하현한테 가라고 한 거예요.”“근데 가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내가 2만원 줬잖아.”이 말은 하현에게 한 말이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유아 선생님이 수업을 늦게 마쳐서 내가 조금 기다렸어.”설유아가 황급히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내가 요즘 성적이 떨어져서 선생님이 보충수업을 해줬어!”이 말을 듣고 설재석과 희정도 더 이상 별 말이 없었다. 희정은 웃으며 말했다.“유아야, 새 학교에는 좀 적응이 됐어?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고 있어?”설유아는 조용히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재미있어! 당연히 재미있지. 특별히 오늘 잘생긴 오빠를 만나서 더 재미있었어!”희정은 살짝 긴장했다.“은아야! 너 젊은 나이에 연애하면 안돼. 너는 나중에 부잣집에 시집 갈 사람이야……”“엄마!
식탁에 오르자 설재석 부부는 설유아를 보며 지나치게 귀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아마 이 딸로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지도 모르니 당연히 잘 대해줘야 한다. 설은아도 맞은편에 앉았다.설유아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현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빠, 엄마, 왜 형부한테는 오라고 안해요?”“그 사람? 오늘 이 상은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식탁에 앉아?”희정은 하현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에 서울에 있을 때는 화장실이라도 청소하고 발이라도 씻겼는데.지금 남원에 와서는 이런 일도 안하고. 무슨 쓸모가 있는가? “매일 집에서 지겹도록 보고 있으니 내가 보기에 은아랑 이혼할 기회를 잡는 게 좋을 거 같아.” 설재석은 눈썹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이혼? 그럼 빨리 이혼해. 나는 언니가 그 사람이랑 이혼하는 거 완전 찬성이야!”설유아는 지금 약간 흥분했다.“응!?”모두들 설유아를 조금 이상하게 쳐다봤다. 전에는 하현 얘기를 꺼내면 기껏해야 무시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뜻밖에도 하현과 설은아가 이혼하는 걸 지지하기까지 한다고?하현도 설유아를 약간 의아하게 쳐다봤다. 이 계집애한테 내가 너무 잘해줬나?이때 자신의 자리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 설유아는 모두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 “엄마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시잖아요……”하지만 하현을 한 번 보고 그녀는 조금 부끄러웠다. 마음 속으로 만약 언니가 이혼을 하면 자신이 바로 형부에게 시집을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감히 이런 생각을 내비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만 반대할 뿐 아니라 설은아와 하현의 일도 다 물거품이 될 것이다. ……설유아와 설은아는 밤에 같이 잠을 잤다. 설유아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뻐했다. “언니, 아직 형부랑 잠자리 안 했어?”“이 계집애가 무슨
이때 왕인걸은 남을 괴롭히던 습성을 드디어 드러내며 사나운 진면목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몇몇 사나운 친구들은 모두 맥주병을 들고 다가와 하현의 머리를 깨뜨릴 준비를 했다.설은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당신들, 함부로 굴면 관청에 신고할 거야!”“신고?”예쁜 종업원이 냉소를 흘렸다.“신고가 먹힌다면 내가 성을 갈겠어!”“경찰서는 모두 우리 왕 도련님 사람들이야!”“경찰서에 신고는커녕!”“당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부탁해 봐도 아무 소용없어!”“설은아, 괜찮아. 내가 처리할게.”하현은 전화를 걸려던 설은아를 제지했고 냉담한 시선으로 왕인걸을 쳐다보았다.“스스로 용서를 구할 기회를 정말로 포기할 작정이야?”왕인걸은 냉소를 지으며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용서를 구하라고?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그래? 내가 그런 자격이 없는 건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손가락으로 튕겨 한 번에 왕인걸의 이마에 올려놓았다.“이젠 어때? 이만하면 내가 자격이 되는 건가?”“무슨 허튼수작이야?!”왕인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이게 뭐야?”“명함?”“이게 날 밟을 수 있는 자격이라는 거야?”“당신은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세자라도 돼? 아님 부잣집 도련님?”이번엔 예쁜 종업원이 나섰다.“명함 한 장으로 우리 왕 도련님을 겁주려고?”“막장 드라마를 너무 본 거 아니야? 당신이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알아?”왕인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마에 있던 명함을 집어 들어 찢을 준비를 했다.그러나 그가 찢으려고 했을 때 눈가에 예기치 못한 잔광이 비치기 시작했다.그가 유심히 명함을 보는 순간 전선에 온몸이 닿은 것처럼 찌릿하고 전율이 솟아올랐다.간민효.간결하고 명료한 이 이름 석 자가 왕인걸의 온몸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간민효의 명함을?!게다
”개자식! 감히 날 때려?!”이때 왕인걸이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며 기어올랐다.그는 얼굴 가득 원망과 흉악함으로 뒤덮인 채 하현을 향해 이를 갈며 격노했다.“넌 이제 죽었어!”“넌 이제 끝이야!”몇몇 불량한 친구들도 잡아먹을 듯 눈빛을 사납게 이글거리며 하현과 설은아를 노려보았다.분명 이 두 사람은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예쁜 종업원도 얼른 양복 차림의 사나운 남자 십여 명을 불렀다.아마도 식당 경비원들인 것 같았다.하현은 이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집어 들고 단숨에 들이마신 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무릎을 꿇고 사과할 기회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당신들 손은 부러질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은 모두 하현처럼 허여멀건한 사람이 감히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금정이란 곳은 힘이나 능력 좀 있다고 함부로 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금정 같은 대도시에서는 역량, 인맥, 배경, 출신, 권력, 지위 그 모든 것이 갖춰져야 어느 정도 어깨에 힘깨나 줄 수 있다.하현이 감히 부잣집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아마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촌뜨기! 넌 이제 죽었어!”예쁜 종업원이 노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왕 도련님이랑 싸운단 말이야!”“왕 도련님이 누군지 알기나 해?”“왕 도련님은 금정 간 씨 가문 산하의 명성 필름 사장님이야.”“그는 금정 간 씨 가문의 먼 친척이야. 어떻게 당신 같은 촌놈이 모욕을 줄 수 있겠어?!”“못 들어봤어?”“옛날 왕사당 앞에 평범한 백성들이 드나들었다는 말 말이야!”예쁜 종업원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왕인걸은 탑클래스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정 사 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얼뜨기 한 놈이 왕인걸을 함부로 발로
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조용해졌고 모두들 멍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자신의 귀를 후벼팠다.이 말이 왕인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모두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촌뜨기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어불성설 아닌가?왕인걸도 놀라서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재미있군. 내 앞에서 이렇게 날뛰는 사람은 오랫동안 없었어.”“당신이 처음은 아니지만, 단연코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야.”“이렇게 하지. 무릎 꿇고 머리를 세 번 조아리고 물러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거기에 세 번 더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하현의 말을 들은 왕인걸의 얼굴에는 더욱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더해졌다.이 촌뜨기가 지금 누구랑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한 건가?“왕인걸, 이놈이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군!”“뭐? 왕인걸한테 머리를 세 번 조아리라고? 네놈이 무덤에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야!”“왕인걸, 이놈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나오니 하늘과 땅이 얼마나 무서운지 죽는 게 뭔지 직접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한 무리의 불량배들이 모두 호들갑을 떨며 한마디씩 덧붙였다.그들은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처럼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왕인걸은 무리들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 이대로 있는 것은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인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개자식! 더 이상 네놈 체면 따위 생각할 필요 없어! 당장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인걸은 손바닥을 휘둘러 하현의 얼굴과 코를 때리려고 했다.그러나 그의 손바닥이 막 튀어나왔을 때 하현이 재빨리 손바닥을 휘둘렀다.“퍽!”낭랑한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왕인걸은 얼굴이 따끔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온몸이 멍해져 오는 것 같았다.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친구를 하자는 말을 특히 강조하며 왕인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그 말속에는 친구 이상의 음흉한 관계를 의미하는 낌새가 다분히 느껴져 그를 따르던 짐승 같은 남자들이 히죽히죽 웃었다.하지만 왕인걸은 마치 해야 할 말을 정상적으로 했을 뿐이라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하현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설은아는 왕인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하현을 향해 차가운 눈빛만 쏘았다.“이제 다 먹었어? 그럼 가자.”이 광경을 본 여자 종업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약한 년! 왜 이렇게 자꾸 잘난 척하는 거야?!”“왕인걸이 스스로 발걸음을 했는데 아직도 고고한 척 콧대를 세우는 거야?!”“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그렇게 값어치가 나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왕 도련님이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무서운 일이 벌어질 거야!”“자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위협하지 마. 미녀 앞에선 상냥하게 굴어야지!”왕인걸은 여자 종업원에게 손을 내저은 다음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며 소금에 절인 채소와 생선볶음을 뒤적거리고 있던 하현을 보고 웃었다.“저기 선생님, 난 당신의 여자가 마음에 들어요!”“대충 다 먹었으면 저리 썩 꺼져 주시죠! 어서요!”“이렇게 예쁜 여자는 못 참죠!”“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요!”말을 하면서 왕인걸은 자신의 포르쉐 열쇠와 금정 별장 출입카드를 꺼내어 하현 앞에 놓았다.이 모습을 본 한 무리의 불량배들은 모두 껄껄 웃으며 하현을 비웃었다.한 방에 보내버리는군!완전히 더는 큰소리치지 못하도록 쇄기를 박는 거지!눈앞의 얼뜨기는 아마 800년을 분투해도 저런 물건은 손에 넣지 못할 거야!예전에 왕인걸이 이렇게 나오자 보통 남자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겁에 질렸었다.사회 경험이 좀 있는 남자라면 다 알 것이다.이런 물건을 가진 남자에게 함부로 저항할 수 없다는 걸 말
”손님, 다시 한번 자세히 보세요!”“손님 옆에 있는 남자가 밥 먹는 거 말고 뭘 할 줄 알겠어요?”“보세요! 지금도 아무 거절도 못 하잖아요!”“그런데 왕 도련님은 어때요? 손님 옆에 있는 저 남자보다 몇천 배는 더 좋죠! 만약 손님이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예요!”말을 하면서 여자 종업원은 하현에게 눈을 내리깔았다.그녀는 줄곧 하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궁상스럽기 짝이 없는 이 남자를 무시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녀의 눈에 금정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남자는 오직 왕인걸이었다.설은아는 더 이상 여자 종업원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홧김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저리 꺼져요!”여자 종업원도 냉소를 흘리며 지지 않고 대꾸했다.“손님, 정말 어지간하시네요!”“그렇게 있는 척하면 뭐가 좋아요? 무슨 소용이 있냐구요?”설은아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목소리로 말했다.“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신 사장한테 말해서 당신을 해고해 버릴 거예요! 두고 보세요!”바로 그때 이들의 모습을 흐릿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왕인걸이 와인잔을 움켜쥐고 천천히 걸어왔다.걸을 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얼마나 당차고 당당한지 보는 사람들마저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의 길을 막고 있던 일부 손님들은 얼른 길을 내주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왕인걸은 마치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겠다는 듯 거만하고 당당하게 걸어왔다.그를 따르던 무리들도 지금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쯧쯧쯧, 결국 왕인걸이 이렇게 여자를 빼앗는군!”“자고로 왕인걸의 눈에 띈 여자가 도망갈 곳이 어디 있겠어? 순순히 그의 품에 안기는 게 능사지!”“예전에 청순미녀라고 이름을 날리던 어린 스타가 처음에는 왕인걸한테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었지.”“그러다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어? 왕인걸이 모든 지원을 끊자 결국엔 그에게 기어들어왔지.”“그리고 자기가 여신급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줄 알고 왕
”안녕하세요.”하현과 설은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곱게 화장을 한 종업원이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들고 다가왔다.“저분이 두 분께 드리는 것이니 받아주세요.”종업원은 설은아와 하현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귀한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술을 보냈어요? 82년산 라피트를?”하현과 설은아는 모두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종업원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지방시에서 옷을 맞춰 입은 멋진 남자가 와인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그는 젊고 멋있고 부유해 보였다.딱 봐도 금정에서 성공한 사람 같았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몇 명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순간 그들은 하현과 설은아를 바라보며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설은아가 주저하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난 저분을 몰라요. 그러니 이거 가져가세요!”“그게...”설은아의 차가운 눈빛에 여자 종업원은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손님, 손님 뜻은 알겠지만 왕 씨 가문 도련님이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대하는 건 아주 드물어요. 그러니 저분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예요.”“어쨌든 금정에 왔으니 저분이 젊고 잘생기고 부유하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많은 여자들이 저분한테 시선 한 번 받으려고 해도 좀체 기회가 없었다구요!”“저분이 와인을 한 병 주셨어요. 그것도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요! 설마 당신들은 이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왜 거절하시는 거예요?”예쁜 종업원은 설은아가 배려라는 걸 너무 모른다고 생각한 듯했다.보아하니 왕 씨 가문 도련님은 이곳의 단골이고 신분이 범상치 않으며 이 여자 종업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모양이었다.이것은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앞에 있는 안줏거리를 씹었다.계속 먹자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방금 비행기
저녁 6시, 금정 쇼핑센터 맞은편에 있는 금정 포장마차.포장마차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곳은 금정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이고 매일 수천 번까지 번호가 매겨진다고 한다.그리고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는 모두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설은아는 진작부터 하현을 이곳에 데리고 와서 식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그녀는 가방에서 번호표를 꺼냈을 때 적잖이 놀랐다.두 사람이 차를 세우고 금정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서자 저녁 식사가 절정인 이때 화려한 옷을 입은 손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설은아는 종업원에게 번호표를 제시했고 두 사람은 미리 남겨둔 자리로 안내되었다.이 과정에서 설은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화장을 곱게 하고 팔과 허벅지를 드러낸 여자들과 달리 설은아는 별로 화장기도 없지만 외모나 기질로 보아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기 충분했다.예쁜 여자를 옆에 둔 남자들도 설은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고 눈에선 뜨거운 시선이 광선처럼 빛났다.이 사람들 중에는 금정의 부잣집 2세들도 있었고 이제 막 사업에 분투해 성공 가도에 진입한 사람들도 있었다.물론 의기양양하고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많았다.기질과 스타일로 볼 때 이 사람들은 하현을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설은아 옆에 있는 하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그러나 설은아는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은 후 테이블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주문 기계에 몇 가지 특별 요리를 주문한 다음 손을 뻗어 하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모처럼 부드러운 여인의 손길을 느끼며 하현은 술을 한잔 마신 뒤 설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샤넬의 코트를 입은 그녀는 늘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가졌다.여기에 옥처럼 빛나는 외모와 가끔 다리를 꼴 때마다 흘러내리는 미끈한 각선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달나게 했다.하현은 설은아가 사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슈퍼우먼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찻잔
이때 간민효는 하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서 잔뜩 호기심이 솟아올랐다.그녀는 다시 하현에게 조금 더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입김을 불어넣으며 말했다.“하현, 오늘 밤 시간 있어? 같이 밥 한 끼 할까?”“고맙지만 오늘 밤 하현은 시간이 없어!”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설은아가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와 하현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팔짱을 끼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하현은 오늘 밤 나와 함께 저녁을 먹을 거거든.”간민효는 설은아를 보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설은아, 이 사람이 그 능력 없는 네 전남편이야?”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나이대의 두 여인을 쳐다보았다.설은아와 간민효가 아는 사이?하지만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것이 정상이었다.모두 금정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는 간민효에게 무슨 설명을 하기도 귀찮아서 얼른 하현을 끌고 VIP 출구로 나와 자신의 빨간 페라리로 들어갔다.그 후 그녀가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굉음을 내며 쌩하니 그 자리를 떠났다.갑자기 혼자가 된 간민효는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조수석에 탄 하현은 안전벨트를 매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만난 전처, 아니 와이프라고 해야 하나?이런 어색하고 떨떠름한 자리라니!차는 금정 국제공항을 빠져나왔고 하현이 금정의 가을빛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설은아는 거칠게 차를 몰았다.그리고 가속페달을 사정없이 밟으며 그녀는 떠보는 듯 입을 열었다.“간민효, 예쁘고 상냥하지?”맞는 말이었다.간민효는 전신급에 달하는 독술을 가졌으면서도 아름답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그리고 몇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하현은 그녀의 기질이 참 따뜻하고 상냥하다는 것도 알았다.그러나 차 안을 뒤덮은 질투의 불길을 느끼며 하현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간민효가 어느 정도 사람 좋고 매력적이라는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비행기는 어느새 금정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하현과 간민효는 함께 VIP 통로를 걸었다.얼핏 보면 두 사람이 한 쌍의 연인처럼 보였다.이에 간민효의 뒤를 따르던 양복 차림의 남자는 못마땅한지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두 사람은 공항의 VIP 출구에 다다랐고 간민효는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가는 길까지 내가 데려다줄게.”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비행기 탔을 때 이미 아내한테 내 일정을 보냈어.”“아마 마중 나올 거야.”“아내?”‘아내’ 라는 말을 들은 간민효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네 번째 손가락을 쳐다보았다.반지가 없었다.간민효의 눈빛을 알아차린 하현이 입을 열었다.“아, 이제 전처라고 봐야지.”하현의 말을 듣고 간민효는 그제야 소리 없이 웃었고 한층 더 하현에게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하현, 당신에게 아내가 있든 없든 간에 내가 말했듯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금정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자, 우리 작별의 포옹이라도 해!”이 말을 들은 몇 명의 사내들이 모두 순식간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나같이 험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 다음에 또 봐!”하현도 험악한 표정의 남자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나가 간민효와 포옹을 나누고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참, 마침 내가 무학에 어느 정도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신 몸에 뭔가 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아마 십중팔구는 입신에 이르는 독술과 관련이 있을 거야.”“그래서 말인데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연락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줄게.”말을 하면서 하현은 쪽지 한 장을 여자의 가슴에 쑤셔 넣었다.이 행동은 예의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하현은 침착하게 기운의 광선을 통과해서 여자의 심맥을 보호했다.“내 병을 눈치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