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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장

설은아는 착잡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그녀 역시 설씨 집안 사람이니 설씨 집안이 잘되기를 바랐다.

설씨 집안의 생사존망의 위기에 설민혁이 사과하고, 게다가 할아버지도 입을 열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기 어려웠다.

하현은 몰래 탄식하고 있었다. 원래 이 기회를 틈타 설은아는 설씨 집안에서 더 권한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은아는 성격이 그렇듯 가족애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이럴 때 자신이 그녀를 대신해서 얻어낸다 해도 그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설은아의 안색이 누그러지는 것을 보고 설씨 어르신은 일어서서 천천히 말했다.

“민혁아, 이미 결정된 일이니 미루지 말아라. 오후에 사과하러 갈 때 후한 선물을 준비해 가는 것도 잊지 말고.”

설민혁은 독촉을 받아 어떻든지 간에 하씨에게로 가야 했다.

설민혁은 예측할 수 없는 얼굴로 설지연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설씨의 장래를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이 여인은 지금도 입을 다물고 말이 없다.

결국 그녀는 왕씨 가문과 실제로 결혼하지 못했고, 왕정민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다.

이럴 때 그녀는 멍청하게 뛰어들 수 없었다.

만에 하나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렇게 되면 자신은 ‘끝장’이다. 왕씨에게 시집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

설지연은 지금 엄청 몸을 사리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일이 결정되자 설씨 어르신은 손을 흔들었고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떠난 후에야 설민혁은 비로소 어두운 눈빛으로 설씨 어르신에게 다가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할아버지, 저 정말 가야 돼요? 저……”

“가야 할 뿐만 아니라 공명정대하게 가야 해.”

설씨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엔 원래 네가 잘못한 거야. 네가 설은아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 거잖아.”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심각해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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