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아의 말에 용천오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더니 잠시 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 씨 그놈이 도대체 뭐길래 황금궁 집법전에서도 이렇게 몸을 사리는 거야?”“평소에 내가 황금궁에 낸 향값이 얼만데?”“이제 와서 왜 내 손에 피를 묻히라는 거야?”마영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황금궁 집법전은 아마 그날 밤에 나타난 귀인 때문일 겁니다.”“어쨌든 그때 그 귀인 곁에는 용위 사람들이 있었고 연경 번호판을 단 차를 몰고 왔으니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예요.”“하현과 그 귀인과의 관계를 알기 전에는 함부로 나서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음, 그렇겠군...”용천오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퉁명스럽게 내뱉었다.“하현 그놈 역시 보통 놈이 아니야!”“거물의 힘을 빌려서 협박하는 법도 알고.”“왜 그 많은 계약서가 그의 손에 들어갔는지도 대충 알 것 같아.”“아마 연경에서 온 그 거물이 도와줬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하룻밤 사이에 수속을 마칠 수가 있었겠어?”“보아하니 그 귀인의 신분은 정말 보통이 아닌 모양이야.”“정말 하현 그놈 여자들 복은 타고났다니까! 흥!”“이거 원, 부러워서 살겠어!”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용천오는 심경이 더욱 복잡해졌고 그의 표정은 하현을 비아냥거리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용천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이번 일로 우린 체면도 많이 구겼고 또 많은 돈을 잃었어요.”“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오랫동안 공들였던...”여기까지 말한 뒤 마영아는 차마 나머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하현의 행패로 오늘 용천오는 완전히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용천오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 한참 뒤에야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하현 그놈의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할 테니 먼저 나가 봐.”“그리고 꼭 기억해. 절대로 흥분하면 안 돼. 내가 직접 나서기 전에는 누구도 하현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알았어?
”용천오 쪽에서는 언제든지 사람을 보내 그 관들을 모두 뺄 수 있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 안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인도의 두 번째 계급을 가진 높은 신분들이야. 모두 무성에서 이유 없이 죽었고.”“내가 호의를 베풀어 이렇게 격식 높은 장례를 치러 줬으니 아마 인도 쪽에서는 모르긴 몰라도 겉으로는 고마워하고 있을 거야.”“용천오가 감히 그 관들을 다 없애버린다면 인도인과 선봉사들이 그를 못살게 굴 거야, 안 그래?”“득보다 실이 많은 일에 섣불리 나설 용천오가 아니지.”“다른 방법을 강구해 상황을 타개할 수밖에 없을 거야.”“하지만 그건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일은 무성 신시가지의 자금 회수에 실패한 용천오의 무성 파트너스가 업계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는 거야.”“당신이 비즈니스로 무성에서 자리를 잡으려면.”“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야.”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듣자 눈앞이 번쩍였다.그녀가 방주로 있는 대구 정 씨 가문 상황도 지금은 많이 좋지 않다.만약 무성에서 그녀가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그녀에게 좋을 일이다.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설은아는 갑자기 이불을 젖히고 벌떡 일어섰다.“하현, 나 퇴원할래.”“나 바로 회사로 나가 봐야겠어. 이제 슬슬 움직여도 될 것 같기도 하고.”하현은 환하게 웃기만 할 뿐 말리지는 않았다.한편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설은아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좋은 타이밍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사업상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만약 설은아가 이 기회를 잡는다면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대구 정 씨 가문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참, 어제 유아가 회사 금고에서 차용증을 발견했는데 누군가 전에 회사에서 이천억을 빌린 것 같다고 하더라고.”설은아가 갑자기 떠오른 듯 하현에게 말했다.“만약 내가 그 이천억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용천진이 돈을 갚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내가 아는 건 사람이 목숨을 빚지면 목숨으로 갚고 돈을 빚졌으면 돈을 갚아야 한다는 거야.”“당신은 무성 황금 회사에 절대적인 권위를 바로 세우고 이 기회를 틈타 무성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해.”“그러면 그 시작은 이 돈을 받는 것부터야.”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한바탕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장모님도 지금 안 계시고 당신도 이미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면 지금 백양몰에 가 보는 것도 괜찮아. 내가 같이 가 줄게.”“그 이십억 돌려받자!”설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빙긋이 웃었다.“아니야. 사실 나 이미 브로커 구했어.”“이 브로커가 돈을 회수해 올 거라고 믿어. 그녀한테는 조금의 수수료만 주면 돼.”설은아가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해하자 하현은 말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이 여자도 이미 비즈니스 업계에 몸담은 지 꽤 오래되었으니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보태지 않고 설은아가 일을 처리하는 걸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형부, 여기서 만나네요!”병원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현이 택시를 타고 도끼파 본거지로 돌아왔을 때 멋진 BMW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추어 있는 것이 보였다.곧이어 젊고 아름다운 두 여자가 나왔는데 두 사람은 나이도 엇비슷하고 몸매도 비슷비슷했다.둘 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앞에 선 여자는 바로 어제 하현과 함께 무성 신시가지 분양 현장에 달려간 설유아였다.설유아의 옆모습은 방금 피어난 꽃 같았다.피부가 매끈하다 못해 눈처럼 뽀얗고 보드라워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하현은 그저 곁눈질로 설유아를 흘깃 보며 말했다.“왜? 언니가 이제 회사로 돌아가 모든 걸 장악하겠다고 하니까 바로 이렇게 온 거야?”설유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형부, 전 원래 사업에는 소질이 없어요. 그래도 뭐 연기다 생각하고 했죠.”“이제 언니도 돌아왔으니 이참에 며칠
”네?”여자의 이름은 이가음이었다.그녀는 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설유아의 곁으로 몇 걸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아야, 네 형부한테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왜 여자한테 저런 걸 묻는 거야?”“아니면 너 말대로 결혼 후 3년 동안 한 번도 네 언니랑 잠자리를 못 해서 변태가 된 거야?”분명 설유아와 이가음은 전에 하현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 찼다.설유아는 난처해하며 말을 더듬었다.“아, 가, 가음아. 우리 형부 그런 사람 아니야. 네가 오해한 거야.”“예전엔 내가 철이 없어서 이 말 저 말 막 했던 거야.”설유아는 어색함을 달래려 허둥지둥 입을 열었다.“가음아, 우리 형부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야.”“괜히 그런 걸 물어보진 않았을 거야.”“설마 형부가 말한 것처럼 너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아니지?”이가음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아야, 설마 네 형부 돌팔이 흉내 내며 돈 뜯어내려고 이러는 건 아니지?”“남의 몸 상태를 보고 겁을 줘서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설유아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도무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오히려 옆에서 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아, 난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그리고 당신은 아무 병도 없어요.”“그런데 최근에 고분이나 음산한 야산의 고택 같은 곳을 드나든 적이 있어요?”이가음은 하현을 보고 변태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의 말을 듣고 다리가 후들거렸다.“맞아요. 지난주에 촬영 오픈한다고 황폐한 마을에 있는 오래된 저택에 갔었는데 관이 하나 있었고 분위기가 너무 음산했어요.”“그런데 난 거기서 30분도 안 되어 나왔는 걸요.”“그렇긴 하지만 확실히 거기 다녀온 후부터 잠을 잘 못 자기는 해요.”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관계가 있죠.
이가음이 이렇게 떠나는 것을 보고 하현은 마뜩잖은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설유아도 싫은 티를 내며 말했다.“이가음도! 너도 참! 우리 형부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형부를 저렇게 못 믿다니!”하지만 이가음을 나무라던 설유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형부, 방금 한 말 사실이에요?”“가음이한테 정말 그런 기운이 있어요?”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이제 슬슬 그 불길한 기운이 재앙이 되어 올라올 거야.”“참. 처제도 가까이 있으면 불길한 기운이 전염될 수 있어. 유비무환이라잖아?”하현은 말을 마치며 티슈를 한 장 꺼내 자신의 피를 몇 방울 떨어뜨린 뒤 설유아에게 건네주었다.“아!”설유아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은 안심이 되는 듯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참.”뭔가가 떠오른 듯 설유아가 고개를 들었다.“형부, 방금 가음이랑 다른 대학 동기들이랑 롤플레이 놀이 하러 가기로 약속했어요.”“같이 가실래요?”“롤플레이?”이 말을 듣고 하현은 잠시 멍해졌다.“그건 뭐 하는 거야?”설유아가 세심하게 설명해 주었다.“사실 연극 같은 거 하면서 노는 거예요.”“롤플레이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대본이 있어요.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오늘은 일제강점기 시절 첩보 시나리오예요.”하현은 무슨 얘기인지 대충 알아들을 것 같았다.롤플레이란 대형 역할 놀이였고 어른들의 소꿉놀이 정도되는 듯했다.그러자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처제, 형부가 그렇게 느긋한 팔자가 되지 못해.”“요즘 너무 바빠서 나 좀 쉬려고.”“놀고 싶으면 처제나 잘 놀고 와. 너무 늦지 말고.”“한여침한테 사람을 보내 나중에 데리러 오라고 할 테니까 꼭 기억하고.”“아, 알겠어요.”설유아는 약간은 서운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그녀는 원래 하현도 같이 이 놀이를 했으면 했었다.그렇게 되면 부부나 연인, 친구 역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가음의 부상은 심각하지는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놀라서 기절했다.상처를 감싸고 누워서 계속 경련을 일으켰고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설유아도 놀라서 몸을 벌벌 떨었다.총을 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설유아는 소품용 총이 진짜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실탄이 들어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방아쇠를 당겼을 때 반동이 너무 심해서 빗나가지 않았더라면 이가음은 지금쯤 죽었을지도 모른다.그 생각이 설유아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그래서 그녀는 큰일이 났다는 것을 알고 가장 먼저 하현에게 전화를 걸었고 하현은 자초지종을 다 들은 후 날듯이 설유아가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무성 촬영 세트장은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 곳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설유아는 작은 벤치에 앉아 벌벌 떨고 있었고 친구들이 생수 한 병을 건넨지만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현지 경찰서에서 사람이 와 이 일을 조사하고 있었고 롤플레이 놀이장은 이미 통제되었다.설유아의 대학 동기들도 모두 남아 조서를 작성해야 했다.특히 경찰관 두 명은 멀리서 설유아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설유아의 행동에 고의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사정상 그녀의 곁을 떠날 수는 없었다.“유아야, 그래도 운이 좋았어. 총이 빗나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사람이 죽었을 거야.”“그런데 참 이상하네. 어떻게 총알이 들어 있었지?”“누가 이가음에게 손을 대려고 했었나? 오늘 롤플레이에서 가음이가 저 역할을 할 줄 어떻게 알고?”“좀 냄새가 나. 분명 누군가 사람을 해치려는 의도로 한 짓일 거야.”“유아야, 겁내지 마. 이 일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야.”“우리 모두가 피해자야.”설유아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동기들이었고 남자들도 섞여 있었다.다들 즐겁게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동기들은 모두 단합된 편이었고 어느 누구도 설유아를 탓하지 않았다.어쨌
”이가음!”“괜찮아?”“가음아! 엄마야!”이때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중년 여자가 여러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이들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한달음에 이가음 곁으로 다가와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진 선배는 얼른 일어나 깍듯이 인사했다.진 선배는 무성 사람이 아니어서 이 부인이 누구인지 모른다.오히려 다른 동기들이 수군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이가음의 어머니셔.”“무성 파트너스 일원이고 무성 신시가지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대. 집안에 돈도 많다고 들었어.”“이가음 아버지가 더 대단하대.”“부잣집이래. 오늘 우리가 여기서 놀자고 가음이한테 말했는데 어떻게 해? 우린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겠어?”몇몇 동기들은 모두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어쨌든 이가음의 집안이 너무 좋아서 그녀는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다른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평범한 집안 출신들이었고 중산층이라고 해도 이가음의 집안과는 비교할 만한 게 아니었다.그래서 모두 그녀의 집안에 대해 부러운 시선을 보낸 것이다.이때 이가음의 엄마는 진 선배를 보자마자 꾸짖으며 뺨을 두 대 날렸다.마치 어린아이를 나무라듯 오만불손한 태도였다.진 선배는 두 대를 얻어맞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나지막이 뭐라고 설명하면서 설유아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유아야, 이건 아닌 것 같아.”“진 선배가 너한테 책임을 다 떠넘기려는 것 같아.”“내가 듣기로는 이가음 엄마가 보통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얼른 경찰관을 찾아가서 말해. 그렇지 않으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 같아.”몇몇 동기들은 이가음의 집안에 대해 분명 잘 아는 것 같았다.그녀의 집안이 어떤 횡포를 부릴지 짐작이 가는 듯 얼른 설유아에게 말한 것이다.설유아는 그들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책임을 다 떠넘긴다고?”“이번 일에 있어서는 나도 피해자야!”“진 선배가 왜 나한테 다 떠넘기려고 하겠어?”초조해하는 동기들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이가음의 엄마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매섭게 설유아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널 왜 때렸는지 몰라서 물어?”“천한 것! 나 이미 다 알고 왔어!”“네가 방아쇠를 당겨서 내 딸을 죽이려 했잖아?!”“일부러 그런 거 다 알아! 우리 딸이 부러워서 그런 거잖아!”“소품이지만 총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딸한테 총을 쐈잖아! 그러면서 지금 무슨 억울한 척을 해? 이러고도 내가 널 왜 때렸는지 모르겠어?”이가음의 엄마는 기세등등하여 앞으로 나와 설유아를 향해 또 뺨을 때리려고 했다.“툭!”이번에는 마음의 준비가 된 설유아가 부인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어머니, 말씀은 제대로 하셔야죠!”“우린 그냥 놀러 왔을 뿐이에요.”“여기 있는 모든 건 그냥 소품이에요!”“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그냥 했을 뿐이라구요!”“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하지만 그건 절대 고의가 아니었어요. 저도 피해자라고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 총안에 진짜 총알이 들어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어떻게 방아쇠를 당겼겠어요?”“저도 후회하고 있고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지만 이 일의 모든 책임을 전부 저한테 떠넘기는 건 말이 안 돼요!”“어머님이 화가 나고 기분이 나쁘신 건 알겠지만 제대로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린 거예요!”설유아는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가음의 엄마는 못마땅한 듯 얼굴을 부르르 떨며 천천히 말했다.“이년아! 네가 천 번 만 번 말해 봐도 네가 총을 쐈다는 사실은 바꿀 수가 없어!”“내 딸이 너 때문에 죽을 뻔했어!”“내 딸이 너보다 조건도 더 좋고 예쁜 게 부러워서 일부러 방아쇠를 당겨 죽이려고 한 게 틀림없어!”“내 말 똑똑히 들어.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지! 이건 당연한 이치야!”“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알았어?”“내가 방금 네 뺨을 때린 건 단지 세상을 좀 알라고 교훈 차원에서 한 훈계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