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단번에 하현을 때려죽일 듯 달려왔다.하현도 물러섬이 없었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가 손바닥을 힘껏 후려갈겼다.“퍽!”중년 뚱보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얼굴이 얼얼해지더니 그대로 날아올라 링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비명을 지르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에 몸부림쳤다.하현은 양손을 뒷짐진 채 냉랭한 얼굴로 중년 뚱보를 쳐다보았다.“만점!”링 위에 있던 시험관은 이 장면을 보고 하현에게 만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하현이 단숨에 용문 제자를 물리쳤으니 만점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김방아의 얼굴은 새까맣게 변했다.그녀는 하현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하현은 그녀가 놀라든 말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링 아래를 향해 손짓을 할 뿐이었다.곧 두 번째 상대, 세 번째 상대가 차례로 링 위로 올라왔다.하지만 이런 평범한 용문 자제들이 어떻게 하현의 적수가 되겠는가?두 사람도 모두 하현에게 힘도 못 쓰고 패하고 말았다.하현은 다시 만점 두 개를 획득했다.한 시간 후 모든 경기가 끝나고 예선전에서 선발된 사람 중 단 열 명만이 도 대회에 진출했다.하현은 또다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사람이 되었다.김방아도 대단하긴 했지만 마지막 한 명과 맞붙었을 때 한 수 차로 패한 탓에 결국 컷오프까지 갔지만 꼴찌를 면하지는 못했다.모든 참가자들은 하현이 1등을 한 것을 보고 하나같이 놀라운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이론 시험뿐만 아니라 현재까지의 실전 시험에서도 1등을 한 것이었다!이것은 그가 문무를 겸비한 올해 최대 다크호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구양연 일행은 모두 참지 못하고 하현에게 달려와 축하의 말을 전했다.“하현, 정말 대단해! 아주 훌륭해! 영웅이 탄생한 거야!”“1등으로 도 대회 진출한 것을 축하하네!”시험관들도 하나같이 하현의 실력에 탄복하는 기색이었다.
김방아의 절친은 하현이 주변의 칭송을 받는 것조차 아니꼬웠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김방아에게 말했다.“김방아, 우리 가자.”“용문대회는 앞으로 앞날이 뻔해!”“다 짜고 치는 판인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맞아. 이런 형편없는 것도 칭찬을 늘어놓으니, 참!”옆에 있던 김방아의 다른 친구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지금은 센 척하면 할수록 나중에 당할 수모가 더 뼈아플 거야!”“노새인지 말인지는 그때 가 보면 알겠지! 흥!”“어쩐지 대하의 무학이 외국에서 온 강자들한테 치욕스러운 꼴을 당하더라니! 당신 같이 명예만 좇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구나!”“쳇! 뒤에서 짠 거 다 알아!”김방아도 하현을 향해 냉소를 날리며 떠날 준비를 했다.명예만 좇는다고?짰다고?하현은 김방아의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어이, 김방아. 근거가 없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공식적으로 제대로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뭐? 끝나지 않을 거라고?”“네가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해?”김방아는 하현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뻔뻔스럽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해. 대하의 무학도 체면을 아주 중시하지!”“당신같이 머리가 썩은 사람들이랑 다르다고!”하현과 김방아 일행들이 웅성거리고 있자 다른 쪽에 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구경하기 시작했다.구양연은 얼굴빛이 일그러지며 말했다.“김방아, 말은 똑바로 하는 게 좋겠어.”“짰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허허, 말 똑바로 해 봐!”진실을 간파한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김방아가 입을 열었다.“우리는 바보가 아니에요. 정말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세요?”“그러니까 구양연 부지회장님. 우리가 정말 다 털어놓으면 용문 무성 지회 부지회장으로서의 당신 명예는 땅에 떨어질 텐데요!”또 다른 김방아의 절친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하현은 이론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모두를 놀라게 했어요.”“그리고 무성 지부 사람들은 진정한 최고 실력자가 없다고 생각해 누군가를 하나 내세워 영웅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그래서 이번 시합에서 당신들은 하현에게 세 명의 상대를 맡겼죠!”“세 명은 모두 한 방에 나가떨어졌어요. 다 합치면 10초도 되지 않아요.”“그게 순전히 하현의 실력 때문이라고요? 그걸 믿으라구요?”“무도에서 십여 년을 수련한 우리 같은 사람들도 용문 자제를 만나면 힘겹게 겨우 이길 수 있는데!”“하현 이 사람은 중도에 출가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가 단번에 이긴다구요?!”“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이론 시험에서 만점 받은 건 이해할 수 있어요.”“하지만 링 위에서는 경험, 실력, 실전의 문제라구요!”“신참이 어떻게 고수들을 그렇게 쉽게 제압할 수 있어요?!”“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김방아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구양연을 바라보았다.“하현은 말할 것도 없고 구양연 부지회장님이라도 젊었을 때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었는데 어떻게 그가 이런 일을 해내죠?”구양연은 얼굴빛을 흐리며 말했다.“맞아. 나도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하지만 내가 못한다고 해서 남들도 못하는 건 아니야!”“내가 못한다고 하현이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됐어요!”김방아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예전에 나와 대학 동창이었던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실력인지 내가 모를 리가 있겠어요?”“당신들이 자꾸 이렇게 감싸고 도니 우린 절대 믿을 수가 없어요!”“하현 같은 인물이 최고 실력자가 된다면 그건 당신들 용문 무성 지회가 만든 영웅일 뿐이에요!”“그래서 당신들은 뒤로 뭔가 거래를 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거예요! 짜고 치는 판이라는 거 다 알아요!”“우리가 바본 줄 아세요? 사람을 속일 거였으면 제대로 무학의 대가를 불러왔어야죠!”“아니면 하현이 도중에 출가한 사람이라 조종하기 쉽다고 생각해서 그를 택한 거 아니에
이번 패배로 그들의 마음은 불쾌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들이 탈락한 것을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김방아의 주장은 들끓어 오르던 그들의 마음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그렇군. 내가 무학을 십여 년 수련했는데도 패배한 이유가 따로 있었군!”“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의 상대는 무작위가 아니라 이미 짜여 있던 거였어!”“어쩐지 하현이라는 다크호스가 나오더라니. 모든 게 다 주최 측의 농간이었어!”“이제 모든 것이 설명이 돼!”“이론 시험도 1등, 실전도 1등!”“이번 시험은 완전히 조작된 거였어. 마지막 현장 시험까지 가기 위한 쇼였어!”“이렇게 보니 하현을 쫓아낸 이서국이야말로 진정한 정의의 용사군!”“...”김방아가 하현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자 선수들도 덩달아 입방아를 찧기 시작했다.하현을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경멸과 멸시로 가득 찼다.하현이 두 번의 시합에서 1등을 했다는 것보다 자신들이 주최 측의 농간으로 얼룩진 대회의 희생양이었다는 프레임이 훨씬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김방아를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고밖에 설명할 말이 없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야!”“우리 용문 무성 지회는 처음부터 공명정대하고 떳떳하게 행사를 진행했어!”“당신이 방금 한 말은 모두 악의에 찬 추측일 뿐이야!”“하현이 당신보다 대단하다고 질투하는 거잖아!”많은 사람들의 억측을 듣고 구양연은 갑자기 얼굴이 검게 변했다.그는 평생 고결하게 살았다.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듣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젊은이들. 당신들이 고소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하지만 똑바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행사를 훼방한 죄로 당신을 고소할 수밖에 없어!”“증거요? 그 딴 거 없어요!”김방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도발적으로 쳐다보았다.“하지만 그렇
”하지만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말이야.”“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구양연 부지회장님께 사과해.”“그리고 군말 말고 꺼져! 다시는 용문대회에 얼씬도 하지 마!”“어때?”하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김방아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마음먹은 것 같았다.김방아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의기양양하게 목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좋아! 약속해!”“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증인이야!”그녀는 자신이 하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곧 양측은 링으로 직행했다.시합이라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면 된다.하현이 제대로 한 방 날려 김방아를 물리친다면 승부가 갈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하현의 실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였다.그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하현의 얼굴을 노려보며 곧 펼쳐질 그의 창피한 말로를 기다리고 있었다.링 맞은편에서 김방아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녀는 하현을 위아래로 잠시 훑어본 뒤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네가 내 동창인 걸 봐서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할게!”“네가 지는 게 너한테는 별로 치명적인 일은 아니야.”“하지만 네가 지면 용문 무성 지회의 체면이 말도 아니게 돼.”“동창들 체면을 봐서 마지막 기회를 줄게!”“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그리고 진실을 말해. 그러면 여기서 끝낼게.”“그렇지 않으면 결국 체면이 깎이는 건 너뿐만이 아니게 될 거야.”김방아는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빨리 무릎 꿇지 않고 뭐 하는 거야?”“설마 정말 나랑 싸울 생각인 거야?”“정말 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센 척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김방아의 말을 들은 그녀의 절친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뒤로 불순한 거래를 해 놓고 정말로 자신이 무적쯤 되는 줄 아나?김방아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헛!
김방아는 얼굴을 쓱 문지르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개자식, 기습 공격을 해?!”“준비도 안 됐는데 손을 쓰다니!”“오? 그래?”하현은 김방아를 향해 검지를 까딱거렸다.“어서 덤벼!”김방아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가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옆에 있던 무기 선반에서 장검을 꺼내 하현을 가리켰다.“하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김방아는 이를 악물었고 있는 힘껏 칼을 휘둘렀다.“퍽!”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또 한 번 김방아의 뺨을 때렸다.김방아는 ‘악'소리를 지르며 몸이 날아갔다.이번에는 땅바닥에 떨어져 한참 동안 경련을 일으켰다.보던 사람들은 모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방금 하현의 공격은 김방아의 공격에 따른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김방아가 먼저 손을 쓰도록 가만히 기다렸다가 친 공격이었다.그런데 김방아가 또 날아가다니!이것은 하현의 실력이 누구에게도 비할 바 없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그러자 방금 소리를 지르며 김방아를 응원하던 참가자들도 하나같이 땀을 뻘뻘 흘렸다.그들은 실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다 싶으면 가감 없이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거꾸로 진정한 고수를 만나면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김방아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비록 그들도 하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현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양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훤히 드러난 김방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얼굴을 가렸다.“이, 이럴 리가 없어?”“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내가 어떻게 저런 사람 하나 막지 못할 수가 있어?!”“조작이라고?”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링의 끝까지 다가가서 김방아를 내려다보았다.“너같이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소인배를 상대하겠다고 내가 대회를 조작했다고?”“어서 무릎 꿇고 구양연 부지회장님께 사과해. 그리고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1분 1초라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너!”김방아는
”용천오, 걱정하지 마세요.”“오빠가 요즘 인터넷으로 댓글 부대를 동원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창 하고 있다고 해요. 위장 거래로 1단지 가격을 30%나 올려놓았다는군요.”“현재 진도로 볼 때 우리 2단지가 오픈하면 1제곱미터당 삼천만 원정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게다가 무성은 대하 서남의 상업, 정치 중심지입니다.”“층수가 좋은 부동산에 대해선 조금 가격을 올려도 문제없을 듯싶습니다.”“용천오께서 택하신 땅은 역시 탁월합니다!”“배산임수의 빼어난 지리적 입지는 어디 내놔도 손색없어요!”“발전 전망이나 현재의 수려한 풍광은 무성에서는 앞으로도 찾지 못할 거예요.”마영아의 말에 용천오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계속 주시하고 있어.”“요즘 우리는 계속 슬럼프를 겪고 있어.”“무슨 일이 있어도 분양이 잘 될 때까지 버텨야 돼.”용천오는 무성 신시가지 부동산 분양에 그의 절반 가까운 재산을 쏟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분양만 잘 되면 그의 재산은 과거보다 두세 배 넘게 늘어날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그가 무성을 이끌고 있는 신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한다면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을 올리기 위해 그와 함께할 운명이 된다는 것이다.그리고 이 사람들은 그가 상위로 올라서는 디딤돌이자 조력자들이 될 것이다.용천오는 자신의 큰 그림에 벌써부터 흡족한 듯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초기에 그는 고생고생하다가 1단지를 일부 상위 10대 가문에게 헐값에 팔기까지 했다.하지만 이제 곧 본전을 되찾게 되니 당연히 기쁘고 기대되었다.분양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용천오는 또 다른 일이 생각났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마영아 앞에 놓고 담담하게 말했다.마영아는 핸드폰을 힐끔 쳐다본 후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하현이 그놈이 용문 집법당 당주 자리를 내려놓고 용문대회에 참가한 거예요?”“도대체 뭘 하려는 거죠?”“게다가 이미 통과했다고요?”시 대회 다음은 도 대회였다.도
”뭐?”“하 씨 그놈이 간도 크게시리 감히 인도인을 죽였다고?”“내 기억이 맞다면 브라흐마 아샴은 브라흐마 커크의 제자 아니야?”용천오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한동안 이런 작은 인물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상대가 이렇게 말썽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마영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습니다!”“브라흐마 커크가 황금궁을 떠나 오늘 정오에 무성에 도착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그런 다음 그는 가장 먼저 브라흐마 아부를 불렀다고 합니다.”“그의 여제자 브라흐마 이샤도 인도에서 달려왔고 다른 고수들도 함께 했다고 합니다.”“간단히 말해 지금 브라흐마 커크 사람들은 칼을 갈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용천오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하현이 브라흐마 아샴을 죽였다는 확실한 증거 있어?”“지금까지는 없지만 그가 사건 현장에 왔을 때 몇몇 인도인들이 그의 얼굴을 보았답니다.”“다른 증거는 없지만 사고가 난 병원은 공교롭게도 설은아가 입원한 병원이기도 하구요.”“그래서 경찰서 사람들은 증거 부족을 핑계로 아직 하현에게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하지만 인도 측에서는 얼굴을 봤다는 증언만으로도 복수를 불태우기에 충분한 거죠.”그동안의 정황을 설명하는 마영아의 얼굴에는 뭔가 통쾌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용천오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안 그래도 등이 가려운 찰나였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등을 긁어주는 사람이 있다니!”“성가신 파리 한 마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안 그래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올 줄은 몰랐군...”“음, 재미있군. 재미있어.”“용천오, 우린 이제 뭘 해야 할까요?”“방금 무성 신시가지 2단지 물량이 다 팔릴 때까지는 잠시 몸을 사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당연히 그래야지.”용천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가끔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정도는 해야 하지 않
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형나운도 틀림없이 이 사기꾼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감히 자신을 풍수대사라 할 수 있겠는가?장난하는 건가?이런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누가 사기꾼이란 말인가?임단이 참지 못하고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럼 당신은 음양학을 배운 학생이에요?”하현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아니요. 난 굴착기를 배웠어요. 기술도 좋고 자격증도 있어요.”“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갑자기 표정이 냉랭해졌다.“지금 뭐라는 거예요?”“굴착기를 배운 사람이 무슨 풍수를 본단 말이에요?”“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예요?”“대하에서 풍수지리가 얼마나 큰 위상을 차지하는지 몰라요?”“우리를 속이려 들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요?”나천우의 말에 형나운의 안색이 새까맣게 일그러졌다.그녀는 다급하게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하면 안 돼!”“우리 두 집안의 친분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두고 오빠를 속였을 거라고 생각해?”“내가 바보야?!”“너 나 속이는 거 아냐?”나천우의 얼굴은 냉랭하게 식었다.“너도 자세히 봐 봐. 이 젊은 사람은 풍수라는 두 글자도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믿으란 얘기야?!”“이 사기꾼을 만나려고 내가 금정은행 투자 포럼도 안 나가고 여기 왔겠냐고!”임단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비난에 열을 올렸다.“형나운, 당신 정말 경솔했어!”예전 같았으면 두 집 사이에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형나운이 하현에 대해 거의 신처럼 말했다는 것이다.나천우와 임단은 자신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줄로 알고 커다란 희망을 품고 여기 왔다.다만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나 사장님?”형나운은 하현의 목소리에 그에게 눈길을 떨구며 손을 내저었지만 하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담담한 눈
”형나운, 정말 축하해!”“우릴 속이지 않았군!”“그런데 그 대사님은 어디에 계셔?”“얼른 좀 소개해 줘!”나 사장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병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명의들한테 보여줬어. 국수인 장북산 선생님도 보셨지!”“어르신은 우릴 보고 병이 아니라 악에 부딪힌 것이라고 하셨어.”“풍수에 정통한 사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대.”“하지만 수많은 풍수지리사를 만나봤지만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어.”“어쨌든 형나운, 당신이 대사님한테 말 좀 잘 해 줘!”나 사장의 부인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형나운, 우리를 살릴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손에 달려 있어.”“이 일이 잘 해결되면 최고 가문에서 기가 막힌 남편감을 물색해 줄게. 정말 섭섭하지 않게 해 줄 거야!”옆에 살짝 비켜서 있던 하현의 이마에 주름살이 잔뜩 드리워졌다.기가 막힌 남편감?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지?형나운은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나 사장님, 그 대사님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어요.”“하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나천우 사장님, 그리고 이쪽은 나 사장님 사모님, 임단.”“나 사장님은 나 씨 가문 출신이에요.”“나 씨 가문은 형 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금정에 토박이로 아주 뿌리가 깊은 가문이죠.”“예로부터 은행업을 해 왔고 지금도 금정에서 가장 큰 은행인 금정은행을 움직이는 가장 큰 지주이자 실세죠.”“나 사장님 부부는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자식이 없어요. 그래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성과가 없어서 결국 풍수지리술에 기대 보려고 하고 있어요.”“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셨고요.”“우리 형 씨 가문과 나 씨 가문은 사이가 좋아서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당신한테 말도 없이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형나운은 조금 찔리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하현, 이렇게 불쑥 말을 꺼내면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지만 제발 나 사장님 부부를 좀 도와줬으면
하현은 이맛살을 구기며 말했다.“말로 하면 되지! 당신 왜 이러는 거야? 이런 행동을 왜 하는 거냐고?”“내가 그런 사람이야?”“하현, 치료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형나운은 미안한 듯 겸연쩍어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주동적으로 이런 자세를 보인 거예요. 언제든지 와도 상관없다고.”“아무튼 당신이 날 고쳐 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강하면 강할수록 난 더 좋아요.”“당신 정말...”“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퍽’하고 내리쳤다.“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어?”“지난번에 난 기혈과 두통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줬어.”“그런데 지금 당신 문제는 완전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호전되지 않아!”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얼굴이 벌게졌다.그녀는 얼른 엉덩이를 내리고 똑바로 선 다음 서랍 속에서 노란 가죽으로 싼 고서적 한 권을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영춘’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집안을 다스리는 처세술에 관한 책인 ‘영춘’은 여자아이의 수련에 안성맞춤이었다.하지만 진짜 ‘영춘’은 기본적으로 무학의 성지에서 내려오는 비법서 같은 것이고 방금 형나운이 꺼낸 책은 남은 자투리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투리 잡서에 가까운 책으로 수련을 하는 바람에 자주 숨이 막히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하현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리며 빠진 부분을 보충해서 써 준 뒤 그녀에게 책을 던져주며 말했다.“이 책은 영춘의 상반부에 불과해. 그래서 내가 상반부만 보충해 줬어. 이렇게 한다면 별일 없을 거야.”“후반부는 당신이 기회를 봐서 오매 도교 사원에 가서 문의해 봐.”“만약 내가 당신한테 준다면 오매 도교 사원이 아마 날 죽이려고 들 거야.”“아, 알겠어요.”형나운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이 보충해 놓은 부분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돌아서서 형나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집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훨씬 성숙하고 듬직했기 때문이다.비록 아직 철없이 밀어붙이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럴 때는 노련한 기질이 더해져 함부로 나서지 않고 슬쩍 뒤로 빠지는 것이다.하현은 잠시 지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없어. 여기서 잠깐 봐 봐”“보고 나서 바로 가게 물색하러 가 봐야 해.”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지금 자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참고 있는데 그게 할 소린가?그러나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유하고 정숙한 척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했다.눈먼 장님에게 아무리 눈빛을 보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형나운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천천히 자신의 코트를 벗고 하현이 보는 앞에서 앞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녀는 자신의 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아침 무술을 연마할 때 여기가 답답해져서 죽을 뻔했어요.”“한번 봐 보세요.”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은근슬쩍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단추 풀지 않아도 돼.”“그러다가 험상궂은 당신 경호원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래?”“왜요? 무서워요?”형나운은 놀리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내가 지금 누가 날 추행한다고 소리 지르면 내 경호원들이 쫓아와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할까 봐요?”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봐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옷 입어.”“딱 3초 줄게. 내 말대로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이면 난 그냥 갈 거야!”하현이 약간 화가 난 것을 보고 형나운은 비로소 다소곳해졌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난 정말 이 거추장스러운 외투는 안 입고 싶은데요. 이
형나운의 말을 듣고 우다금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정말로 하현이 자신의 딸을 뒷문으로 들여보냈을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하현이 없었다면 자신의 딸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우다금은 갑자기 난처한 듯 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우소희는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깔보던 데릴사위의 도움을 받았다니!그걸 인정한다면 앞으로 설은아의 집에 가서 어떻게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어제 설은아 앞에서 얼마나 큰소리 떵떵 치고 나왔는데 이렇게 단번에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우소희는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채 기세를 꺾지 않았다.“형 대표님, 인사팀 팀장님이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이 회사가 사람의 외모나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 아니겠어요?”“데릴사위가 뒷문으로 들여보냈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우소희는 나름 상류사회에서 놀던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섞어가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몇몇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경비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없어했다.그들은 우소희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우소희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형나운, 이 사람이 데릴사위인 내 도움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그럼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줘!”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홀연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형나운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무 팀장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지시했다.“하현이 그렇게 말했으니 분부대로 해. 우소희 씨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다고 자신하니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채용하도록 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줘야지.”“누가 청탁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 스스로의 능력이 가장 중요해.”형나운의 말을 듣고 무 팀장은 곧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우소희 씨. 스스로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말했다.“선생님, 여기는 형 씨 가문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기업이죠.”“만약 당신이 여기서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이때 몇몇 경비원도 냉담한 표정으로 걸어왔다.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2분 남았어요.”우소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그만해요. 센 척 좀 그만해요!”“당신이 그런다고 누가 내려올 줄 알아요?”“잘 들어요. 당신이 설령 간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해도, 혹은 김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할지라도 이럴 자격은 없어요. 알겠어요?”우다금도 하현을 한심스러운 듯 노려보며 냉소를 연발했다.“하현, 우리 앞에서 허풍 떠는 짓 그만해!”“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그래? 어?”“여기 대표님이 내려와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묻힐 곳도 없이 이승을 떠돌 거야!”“내가 한마디 충고할게.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썩 꺼져! 얼른!”“그리고 당신 때문에 우리까지 대표님한테 나쁜 인상을 주게 생겼다고!”“우리 딸은 앞으로 연봉 이억을 받을 인재야!”“당신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우다금은 하현이 자신들을 등에 업고 뭔가 이득을 볼 심산으로 여기 왔다고 확신했다.그런 목적이 들통났으니 이판사판으로 사람을 불러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데릴사위놈이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고약한 놈!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가?“1분 전.”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내가 당신이라면 벌써 전화를 걸었을 거예요.”“일이 잘못된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당신이 형나운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갈 텐데?”하현이 기세 좋게 몰아붙이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도 잠시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가 못마땅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하현, 이제 그만해. 충분히 했잖아!”
우다금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어서더니 하현에게 달려왔다.“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어?”“설마 당신 장모가 우릴 미행이라도 하라고 시켰어?”“떠도는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당신 처가는 이제 파산이야!”“그래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우리 덕을 보려고 하는 거지!”우다금은 최희정 일가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로 달한 것 같았다.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더니 이제 자기 딸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으니까 사위를 대동해 뭐라도 덕을 보려고 치근덕거리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썩 꺼져! 꺼지라고!”우다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을 벌이는 사자처럼 포효했다.“어쨌든 형 씨 가문 그룹에서 너 같은 놈을 경비로 부를 일은 없어!”“형 씨 가문 그룹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제대로 된 졸업장이 없으면 발도 들이지 못할 그룹이야!”“모두가 우리 딸처럼 능력이 뛰어난 줄 알아?”하현은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우다금의 억지에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하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우소희는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며 말했다.“하 씨! 들었어?”“이곳은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빨리 꺼져! 안 꺼져?!”“어서 꺼지라고! 우리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무 팀장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품위가 완전히 떨어진다고!”말을 하면서 그녀는 하현을 밀치려고 했다.하현의 존재가 그녀들에게는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보였던 것이다.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형 씨 가문 그룹에서 어떻게 잘생긴 갑부들을 낚을 수 있겠는가?하현이 한 발짝 물러서며 우소희의 손을 피했다.그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혐오스러워서였다.그는 소위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조금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감히 자신의 손을 피하는 것을 보고 우소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뭔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두 모녀를 본 하현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정대로라면 우소희는 오늘 아침 일찍 출근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텐데 왜 로비에 이렇게 있는 것인가?결국 하현은 우다금이 전화기에 대고 울먹거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인사팀 팀장님 맞으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우소희 엄마, 우다금입니다.”“아, 맞아요. 맞아요. 바로 오늘 출근하려던 우소희예요! 좋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된 우소희요!”“사실은 어제 너무 기뻐서 온 가족이 축하하느라 우리 딸이 술을 너무 먹어서 오늘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뭐예요!”“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쨌든 우리 소희는 인재잖아요! 그러니 좀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정말로 가지가지 하는 진상 모녀였다.어렵게 형 씨 가문 그룹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지각을 해?그러고도 자신들이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우리 딸이 여기 입사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데 가지는 않을 거예요.”우다금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가 여기 로비에 있는데 팀장님이 좀 내려와서 데려가 주면 안 될까요?”“아, 그리고 점심은 너무 오버할 필요없이 고위층 몇 명과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시켜 주면 됩니다.”“참고로 우리 딸은 82년산 라피트만 마셔요. 피부가 상할까 봐 고급술만 마시죠.”“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우다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우소희를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니잖아?”“우리 딸 같은 출중한 인재를 모셔가는 형 씨 가문 그룹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쩌겠다는 거야?”“네가 이 회사에 오지 않는다면 형 씨 가문 그룹은 석 달도 안 되어서 문을 닫을 거야!”“아마 무 팀장이 곧 내려와서 우릴 맞이할 거야.”우다금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의 예쁜 직원과 잘생긴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