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패배로 그들의 마음은 불쾌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들이 탈락한 것을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김방아의 주장은 들끓어 오르던 그들의 마음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그렇군. 내가 무학을 십여 년 수련했는데도 패배한 이유가 따로 있었군!”“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의 상대는 무작위가 아니라 이미 짜여 있던 거였어!”“어쩐지 하현이라는 다크호스가 나오더라니. 모든 게 다 주최 측의 농간이었어!”“이제 모든 것이 설명이 돼!”“이론 시험도 1등, 실전도 1등!”“이번 시험은 완전히 조작된 거였어. 마지막 현장 시험까지 가기 위한 쇼였어!”“이렇게 보니 하현을 쫓아낸 이서국이야말로 진정한 정의의 용사군!”“...”김방아가 하현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자 선수들도 덩달아 입방아를 찧기 시작했다.하현을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경멸과 멸시로 가득 찼다.하현이 두 번의 시합에서 1등을 했다는 것보다 자신들이 주최 측의 농간으로 얼룩진 대회의 희생양이었다는 프레임이 훨씬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김방아를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고밖에 설명할 말이 없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야!”“우리 용문 무성 지회는 처음부터 공명정대하고 떳떳하게 행사를 진행했어!”“당신이 방금 한 말은 모두 악의에 찬 추측일 뿐이야!”“하현이 당신보다 대단하다고 질투하는 거잖아!”많은 사람들의 억측을 듣고 구양연은 갑자기 얼굴이 검게 변했다.그는 평생 고결하게 살았다.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듣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젊은이들. 당신들이 고소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하지만 똑바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행사를 훼방한 죄로 당신을 고소할 수밖에 없어!”“증거요? 그 딴 거 없어요!”김방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도발적으로 쳐다보았다.“하지만 그렇
”하지만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말이야.”“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구양연 부지회장님께 사과해.”“그리고 군말 말고 꺼져! 다시는 용문대회에 얼씬도 하지 마!”“어때?”하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김방아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마음먹은 것 같았다.김방아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의기양양하게 목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좋아! 약속해!”“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증인이야!”그녀는 자신이 하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곧 양측은 링으로 직행했다.시합이라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면 된다.하현이 제대로 한 방 날려 김방아를 물리친다면 승부가 갈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하현의 실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였다.그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하현의 얼굴을 노려보며 곧 펼쳐질 그의 창피한 말로를 기다리고 있었다.링 맞은편에서 김방아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녀는 하현을 위아래로 잠시 훑어본 뒤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네가 내 동창인 걸 봐서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할게!”“네가 지는 게 너한테는 별로 치명적인 일은 아니야.”“하지만 네가 지면 용문 무성 지회의 체면이 말도 아니게 돼.”“동창들 체면을 봐서 마지막 기회를 줄게!”“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그리고 진실을 말해. 그러면 여기서 끝낼게.”“그렇지 않으면 결국 체면이 깎이는 건 너뿐만이 아니게 될 거야.”김방아는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빨리 무릎 꿇지 않고 뭐 하는 거야?”“설마 정말 나랑 싸울 생각인 거야?”“정말 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센 척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김방아의 말을 들은 그녀의 절친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뒤로 불순한 거래를 해 놓고 정말로 자신이 무적쯤 되는 줄 아나?김방아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헛!
김방아는 얼굴을 쓱 문지르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개자식, 기습 공격을 해?!”“준비도 안 됐는데 손을 쓰다니!”“오? 그래?”하현은 김방아를 향해 검지를 까딱거렸다.“어서 덤벼!”김방아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가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옆에 있던 무기 선반에서 장검을 꺼내 하현을 가리켰다.“하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김방아는 이를 악물었고 있는 힘껏 칼을 휘둘렀다.“퍽!”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또 한 번 김방아의 뺨을 때렸다.김방아는 ‘악'소리를 지르며 몸이 날아갔다.이번에는 땅바닥에 떨어져 한참 동안 경련을 일으켰다.보던 사람들은 모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방금 하현의 공격은 김방아의 공격에 따른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김방아가 먼저 손을 쓰도록 가만히 기다렸다가 친 공격이었다.그런데 김방아가 또 날아가다니!이것은 하현의 실력이 누구에게도 비할 바 없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그러자 방금 소리를 지르며 김방아를 응원하던 참가자들도 하나같이 땀을 뻘뻘 흘렸다.그들은 실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다 싶으면 가감 없이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거꾸로 진정한 고수를 만나면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김방아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비록 그들도 하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현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양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훤히 드러난 김방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얼굴을 가렸다.“이, 이럴 리가 없어?”“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내가 어떻게 저런 사람 하나 막지 못할 수가 있어?!”“조작이라고?”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링의 끝까지 다가가서 김방아를 내려다보았다.“너같이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소인배를 상대하겠다고 내가 대회를 조작했다고?”“어서 무릎 꿇고 구양연 부지회장님께 사과해. 그리고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1분 1초라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너!”김방아는
”용천오, 걱정하지 마세요.”“오빠가 요즘 인터넷으로 댓글 부대를 동원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창 하고 있다고 해요. 위장 거래로 1단지 가격을 30%나 올려놓았다는군요.”“현재 진도로 볼 때 우리 2단지가 오픈하면 1제곱미터당 삼천만 원정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게다가 무성은 대하 서남의 상업, 정치 중심지입니다.”“층수가 좋은 부동산에 대해선 조금 가격을 올려도 문제없을 듯싶습니다.”“용천오께서 택하신 땅은 역시 탁월합니다!”“배산임수의 빼어난 지리적 입지는 어디 내놔도 손색없어요!”“발전 전망이나 현재의 수려한 풍광은 무성에서는 앞으로도 찾지 못할 거예요.”마영아의 말에 용천오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계속 주시하고 있어.”“요즘 우리는 계속 슬럼프를 겪고 있어.”“무슨 일이 있어도 분양이 잘 될 때까지 버텨야 돼.”용천오는 무성 신시가지 부동산 분양에 그의 절반 가까운 재산을 쏟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분양만 잘 되면 그의 재산은 과거보다 두세 배 넘게 늘어날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그가 무성을 이끌고 있는 신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한다면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을 올리기 위해 그와 함께할 운명이 된다는 것이다.그리고 이 사람들은 그가 상위로 올라서는 디딤돌이자 조력자들이 될 것이다.용천오는 자신의 큰 그림에 벌써부터 흡족한 듯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초기에 그는 고생고생하다가 1단지를 일부 상위 10대 가문에게 헐값에 팔기까지 했다.하지만 이제 곧 본전을 되찾게 되니 당연히 기쁘고 기대되었다.분양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용천오는 또 다른 일이 생각났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마영아 앞에 놓고 담담하게 말했다.마영아는 핸드폰을 힐끔 쳐다본 후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하현이 그놈이 용문 집법당 당주 자리를 내려놓고 용문대회에 참가한 거예요?”“도대체 뭘 하려는 거죠?”“게다가 이미 통과했다고요?”시 대회 다음은 도 대회였다.도
”뭐?”“하 씨 그놈이 간도 크게시리 감히 인도인을 죽였다고?”“내 기억이 맞다면 브라흐마 아샴은 브라흐마 커크의 제자 아니야?”용천오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한동안 이런 작은 인물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상대가 이렇게 말썽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마영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습니다!”“브라흐마 커크가 황금궁을 떠나 오늘 정오에 무성에 도착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그런 다음 그는 가장 먼저 브라흐마 아부를 불렀다고 합니다.”“그의 여제자 브라흐마 이샤도 인도에서 달려왔고 다른 고수들도 함께 했다고 합니다.”“간단히 말해 지금 브라흐마 커크 사람들은 칼을 갈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용천오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하현이 브라흐마 아샴을 죽였다는 확실한 증거 있어?”“지금까지는 없지만 그가 사건 현장에 왔을 때 몇몇 인도인들이 그의 얼굴을 보았답니다.”“다른 증거는 없지만 사고가 난 병원은 공교롭게도 설은아가 입원한 병원이기도 하구요.”“그래서 경찰서 사람들은 증거 부족을 핑계로 아직 하현에게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하지만 인도 측에서는 얼굴을 봤다는 증언만으로도 복수를 불태우기에 충분한 거죠.”그동안의 정황을 설명하는 마영아의 얼굴에는 뭔가 통쾌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용천오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안 그래도 등이 가려운 찰나였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등을 긁어주는 사람이 있다니!”“성가신 파리 한 마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안 그래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올 줄은 몰랐군...”“음, 재미있군. 재미있어.”“용천오, 우린 이제 뭘 해야 할까요?”“방금 무성 신시가지 2단지 물량이 다 팔릴 때까지는 잠시 몸을 사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당연히 그래야지.”용천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가끔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정도는 해야 하지 않
용천오가 불난 집에 어떻게 기름을 들이부을지 궁리하던 그다음 날.하현은 아침 일찍 아침식사를 마무리하고 무성 인민병원으로 향했다.병원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고층에 있는 입원실로 올라갔다.병실로 오는 길의 모든 것은 하현에게 익숙한 것들이었다.그러나 설은아가 있는 층에 도착했을 때 하현은 갑자기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렸다.공기 중에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향수 냄새 같지는 않았고 오히려 침향목 냄새 같았다.게다가 병실이 있는 층에서 이런 냄새가 나다니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하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설은아의 병실로 갔다.방문이 열리고 안에는 설은아의 안전을 책임지는 용문 집법당 제자들이 몇 명 있었다.이 사람들은 하현을 알아보고 모두 깍듯이 하현을 들여보냈다.하현은 수표 한 장을 건네며 최희정을 내쫓은 뒤 설은아의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설은아는 이미 많이 회복되어 얼굴에 멍이 조금 남아 있는 것 외에 별로 불편한 곳은 없어 보였다.며칠만 더 쉬면 무성황금회사로 돌아가 전체를 주관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칠 동안 병원 신세를 졌는데 너무 심심하진 않아?”하현은 포장해 온 음식을 눈앞의 여인에게 건네주며 미소를 지었다.창밖을 내다보던 설은아는 하현을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사실 별로 크게 아픈데도 없어. 매일 누워만 있으니 몸에서 곰팡이가 필 것 같아.”“다행히 유아가 회사 일을 빨리 정착시켰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가끔 전화로 조언 정도 해주고 있어.”설은아는 옆모습을 보이며 목선을 드러내었다.“그래도 경험이 부족해서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걱정이야.”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유아는 성격이 활발하고 그녀의 주된 영역은 여전히 연예계야. 조만간 회사 일은 당신이 맡아서 처리해.”“유아가 정말 실수로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다고 해도 결국 당신이 맡아서 처리해 줬잖아, 안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
”풋풋풋!”여의사는 갑자기 오른손을 치켜들더니 손가락 사이로 은침을 튕겨 용문 집법당 제자들에게 쏘았다.집법당 제자들은 미처 대응하지 못한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쓰러졌다.모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뒤 여의사는 냉랭한 표정으로 뒤돌아섰고 차가운 시선으로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당신 누구야?”“난 당신과 아는 사이도 아닌데.”“왜 날 죽이려고 하는 거지?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어?”“황금광산 일 때문에 온 거라면 당신이 날 죽여도 아무 소용없어.”여의사는 마스크를 벗은 채 태연스러운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설은아, 걱정하지 마.”“어떤 감정이나 이유에 관계없이 난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당신을 죽인다고 해서 나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나한테는 폐만 될 뿐이야.”“하지만 나와 함께 가 줘야겠어. 가서 나의 히든 카드가 되어 주어야겠어.”여의사는 냉담한 눈빛과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물론 내가 비인간적이고 제멋대로라고 욕하고 싶겠지. 하지만 날 탓하지는 마.”“탓하고 싶으면 당신 남편을 탓해.”“누가 내 이복동생을 죽이라고 했어?”설은아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이 당신의 동생을 죽였다고?”“당신 혹시 인도인이야?”“브라흐마 아샴의 누나?”설은아는 병실 안에서도 바깥세상의 일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녀는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순진무구하지 않았다.브라흐마 아샴이 죽었다는 사실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역시 당신은 생각보다 대단한가 보군.”여의사는 손뼉을 치며 싱긋 웃었다.“내 소개를 하자면 난 브라흐마 이샤야.”“브라흐마 아샴은 이복동생이지만 사이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그는 어디까지나 우리 집안의 유일한 핏줄이었으니까.”“그러니 그가 죽은 이 마당에 내가 대신 복수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설은아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동안 브라흐마 이샤는 천천히 병상 옆으로 걸어와 손가락 사이로 은침을 드러내었다.“대하인들은 은침으로 혈을 찌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오늘 당신의 혈을 찔러 내가 폐인으로 만들어 주겠어!”“반항하지 말고 눈 똑바로 뜨고 내가 하는 걸 지켜보기만 하면 돼.”“그렇지 않으면 내가 갑자기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어. 내가 기분이 나빠지면 나 자신도 통제하지 못해. 그러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어.”“그때 가서 내 탓하지 말고 지금 잘 해.”말을 하면서 브라흐마 이샤는 쥐고 있던 은침을 설은아의 혈자리에 찌를 준비를 했다.곧 돌아올 하현을 상대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 셈이었다.“탕!”그런데 그때 갑자기 병상 아래로 총 한 자루가 튀어나와 브라흐마 이샤의 복부에 닿더니 순식간에 방아쇠가 당겨졌다.“앗!”“이 개자식!”브라흐마 이샤는 충격으로 뒤로 밀리면서 비명을 질렀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이 밀려왔다.아무리 생각해도 설은아의 침대 밑에 총잡이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상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단호하게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브라흐마 이샤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한 손으로 복부의 상처를 부여잡았고 한 손으로는 설은아가 있는 곳을 억지로 잡아 그녀를 인질로 삼으려 했다.총 한 방으로 그녀는 전투력의 반을 상실했다.이런 상황에서 인질이 없으면 그녀는 완전히 가망이 없게 된다.“펑!”그러나 그녀의 오른손이 설은아에게 닿기도 전에 총잡이는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브라흐마 이샤는 얼른 뒤로 물러서서 가까스로 총알을 피했다.하지만 물러선 뒤에는 병실 문 앞까지 밀려난 상황이라 더 이상 설은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침대 밑에서 누군가 굴러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녀의 얼굴에는 냉랭한 기운이 흘렀고 손에 든 총은 여전히 브라흐마 이샤를 향해 있었다.이 여자의 가슴 부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