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미소를 지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좋아, 그럼 내가 사람을 부르지.”도도한 인도 여자들은 하현을 보고 냉소를 흘렸다.대단한 척하기는!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위세를 부려?그러자 까까머리 남자는 껄렁껄렁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무릎을 꿇지 않는 거야? 정말 내가 화나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남자는 사납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겼다.“다다다다!”바로 그때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우레와 같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발자국 소리는 힘이 넘치고 웅장했다.어둠 속에서 유난히도 심장을 크게 울리는 소리였다.“누구지?”샤르마 수라즈 일행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그들은 온몸을 움찔거렸다.밖에는 어느새 몰려왔는지 검은 그림자가 쫙 깔려 있었다.검은 양복을 입고 손에는 도끼를 든 채 무념무상의 냉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폭풍 같은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도끼파 형제들이여! 하현에게 힘을 보태라!”파도같이 거대한 목소리가 밀려왔다.집채만 한 도끼파들의 울림소리가 사람들을 덮쳤다.도끼파 패거리들은 하현이 있는 곳으로 들어와 일당백의 능력으로 인도인들을 죽였다.도도한 눈빛으로 일관하던 여자들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다고?도끼파들은 닥치는 대로 무기를 휘둘렀다.사람들은 쓰나미가 들이닥친 듯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쓰러졌다.하현이 손가락 한 번 튕겼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치다니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도끼파 패거리들이 아무리 잘 싸우는 사람들이라지만 아무리 해도 이 정도 규모는 안 될 텐데 어디서 이렇게 모인 거지?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이 모든 것은 한여침이 하현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샤르마 수라즈는 하현이 보통 사람이 아닐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한 번에 이백 명이
까까머리 남자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만약 예전에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이렇게 호통쳤다면 그들은 반드시 상대를 해치웠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그들에게는 조금의 오기도 용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다만 목숨보다 소중한 마지막 자존심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그래서 그들은 더욱 난감했다.무릎 꿇고 투항하는 게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이란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이 일로 그들은 평생 고개도 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무성 사람들 모두에게 영원히 비웃음을 살 것이다.심지어 인도인의 체면까지 구기게 된다.샤르마 수라즈는 눈꺼풀이 파들파들 떨렸다.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쓸데없는 말 따위는 집어치우고 오른손을 힘차게 휘두르며 담담하게 말했다.“해치워!”한여침이 고개를 까딱하자 순식간에 그의 뒤편에서 수없이 많은 도끼가 동시에 날을 세웠다.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인도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쳤다.“개자식! 어서 맞서라!”도끼파들과 인도인들이 뒤엉키는 걸 보며 하현은 신선처럼 여유로운 자태로 찻잔을 들었다.까까머리 남자는 격노하며 손에 든 칼을 휘둘렀고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돌진했다.흰자위가 가득한 남자의 눈은 이미 보이는 게 없는 듯했다.남자의 움직임도 맹렬하고 빨랐으나 아무리 빨라도 하현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그가 들고 있던 칼이 하현의 머리 위에 떨어지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제압했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고 그의 커다란 몸집은 순식간에 뒤집혔다.그의 코는 그대로 주저앉아 피범벅이 되었고 칼을 쥐고 있던 손에는 말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그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끊임없이 울부짖었고 온몸에 쉴 새 없이 경련이 일어나 도저히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도도한 인도 여자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하현을 얕잡아보던 도도함은 온데간데없
”하현!”“사람들 괴롭히는 짓 그만해!”몰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샤르마 수라즈는 호통을 쳤다.“이래 봬도 인도상회 총지배인이고 무성 전체에서 으뜸가는 거물이야.”“당신 같은 사람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구!”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무릎부터 꿇고 말해!”“무릎 꿇고 말하라고?”샤르마 수라즈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무성 전체에서 샤르마 수라즈한테 무릎 꿇으라고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자신이 용 씨 가문 사람이라도 된다고 생각해? 어?”“똑똑히 들어. 당신이 용 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한테 이런 짓은 할 수 없어!”샤르마 수라즈는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렸다.비록 하현이 젊고 세력도 강한 것 같지만 샤르마 수라즈는 인도의 두 번째 계급의 성 씨였다.인도상회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는 인물이었다.그는 요가 기술에 있어 고수로도 군림하는 자였다.병왕의 경지에 거의 진입한 실력이다!자신의 실력이면 일당백으로는 안 되겠지만 자신의 아들을 이끌고 혈로를 뚫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샤르마 수라즈의 자신감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어쨌든 그는 인도의 3대 요승 중 하나인 브라흐마 커크의 제자였다.다만 지금까지는 겸손을 미덕의 소양으로 여겨 떠벌리지 않았을 뿐이다.샤르마 수라즈는 원래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자신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려고 하고 있으니 그도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개자식! 찢어 죽일 놈! 고수가 무엇인지 오늘 내가 단단히 네놈에게 알려주마!”말을 하면서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두 손을 툭툭 쳤다.“퍽!”하현은 냉소를 머금은 채 걸음을 옮겼고 순식간에 샤르마 수라즈의 얼굴에 손바닥을 후려쳤다.“용상반야권!”샤르마 수라즈는 온몸이 흔들리고 몸 안에 있던 힘이 폭발하면서 윙윙 바람 소리가 났다.이것은 인도 요가술의 일종으로 보는 것
하현의 손바닥 앞에서 한때 고귀했던 샤르마 수라즈는 반격도 하지 못하고 모두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현은 계속 샤르마 수라즈의 뺨을 때렸고 그의 몰골은 점점 더 피범벅으로 뭉개지기 시작했다.인도인들은 이 모습을 보고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샤르마 커는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의 실력을 잘 모르겠지만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아버지는 인도 3대 요승 중 하나인 브라흐마 커크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가장 어렵다는 용상반야권도 수련했다.아버지가 1 대 10으로 사람들을 쉽게 날려 버리는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다.그런데 왜? 이렇게 강한 아버지가 하현 앞에서는 왜 아무것도 못하는 거지?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나?샤르마 커는 자신도 모르게 뺨을 때렸다.이건 분명 꿈일 것이다.현실일 리가 없다.자신의 뺨을 때려서라도 샤르마 커는 확인하고 싶었다.“퍽!”하현의 마지막 한 방에 샤르마 수라즈는 피범벅이 된 채 날아올랐다.샤르마 수라즈는 땅바닥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다 핏덩어리를 뿜어내고 일어서려고 애썼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치켜들었다.“풀썩!”샤르마 수라즈는 놀라서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인도인의 고귀한 자존심, 하늘을 찌를 듯했던 고수로서의 자부심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그는 정말 무서웠다!하현은 이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치며 샤르마 커와 차현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당신들은... 그냥 가만히 서 있을 거야?”샤르마 커와 차현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순간 누구랄 것도 없이 풀썩 무릎을 꿇었다.이를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모두들 얼빠진 사람처럼 초점을 잃었다.도저히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하현은 그들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가 유유히 그곳을 떠났다.그러나 떠나기 전 그는 샤르마 수라즈 일행에게 말했다.“모두들, 병원 입구에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사람들이 은아를 다치게 해서 사과의 뜻으로 밤낮으로 3일 동안 무릎 꿇으라고 한 것뿐이에요.”“아, 그래?”최희정의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내가 원한 해명은 이런 게 아니었어. 그들이 배상할 건 배상하고 봐줄 건 봐주면 되는 거지!”“이렇게 무릎을 꿇게 만들면 뭐해?”“무엇보다 이런 놈들은 나중에 앙심을 품고 사사로이 원한을 갚으려 덤빌 놈들이라고!”“괜히 무릎 꿇게 해서 망신을 주고 그래?!”“이런 상황에서는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 거야.”“그 대신 오늘 일로 인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한테 앙갚음하려고 할 거라고!”“그냥 그들한테 몇억 배상하라고 해. 무릎 꿇지 말고!”최희정은 분명 밖에서 한참 동안 그들을 관찰한 것 같았다.특히 샤르마 수라즈, 샤르마 커가 밤새 꼿꼿이 무릎 꿇고 있는 것을 보았고 적잖이 당황했을 터였다.“그들이 그렇게 무서워요?”하현은 차를 한 잔 따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몇몇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배경과 힘을 믿고 우리 대하 땅에서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저렇게 밖에서 3일 동안 무릎 꿇게 하지 않으면 저들이 어찌 교훈을 얻을 수 있겠어요?”“앙갚음이요?”“어찌 되었든 저들은 앙갚음을 할 거예요.”“하지만 우리가 강하다면 그들은 원한을 마음속에 간직할 뿐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할 거예요.”“몇억? 그 정도 돈은 없어도 살아요.”“하지만 무성의 모든 사람들은 알아야 할 거예요. 감히 설은아를 건드리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요!”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샤르마 커 일행들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이유를 설명했다.강력한 경고는 벌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이렇게 해야만 무성 상류층 모두가 설은아를 쉽게 보지 못할 거라는 걸 하현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들에게 배상하라고 하면 절대로 이런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최희정은 마뜩잖은 얼굴로 말했다.“그들을 무릎
돈만 밝히는 최희정의 모습을 하현은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었다.그는 병원을 떠나 택시를 타고 무성체육관으로 향했다.오늘 그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용문대회에 참가하는 일이었다.원래 그는 이 대회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만진해의 간곡한 부탁을 하현은 끝끝내 거절할 수가 없었다.아침 일찍부터 진주희는 하현에게 이미 많은 자료를 보냈다.자료는 용문대회에 관한 기본적인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용문대회 절차는 간단했다.용문 사람, 용문의 각 분파, 용 씨 가문 사람이면 누구라도 예선에 참가할 수 있었다.이른바 예선전은 전국의 시에서 치러진다.첫 번째 절차는 이론 시험을 치른 후 100명을 선발하여 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두 번째 절차는 시 대회에서 10명을 선발하여 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세 번째 절차는 도 대회에서 한 명을 선발해 진짜 용문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그리고 진정한 용문대회의 일인자는 용문의 일인자가 될 뿐만 아니라 용문주가 될 기회를 얻게 된다.일단 용문주 자리에 오르면 대하의 절대적인 지존이 되는 것이다.말 한마디로 수많은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명예와 권세를 누리게 된다.하현이 다른 자료를 보니 무학의 성지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날고 긴다는 사람들은 일단 대부분 참가 신청을 하는 것 같았다.최종 고사장에 정원이 몇 명이든 일단 지원 열기는 후끈했다.자료를 쭉 훑어보는 하현에게 진주희는 무학의 상식도 세심하게 준비해 주었다.하현은 몇 번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아마 사람들은 용문대회에 이론 시험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하현이 자료를 다 읽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맞은편에서 만진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오늘 시험인 거 알지?!”“꼭 승리할 거라 믿네!”“참, 누군가 자네를 방해할 수도 있으니 내가 특별히 자네의 신상정보를 좀 바꿔 놓았네.”“지금 자료에는 자네 이름
하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회에 참가하기로 약속했으니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서 어르신의 뜻을 이루겠습니다.“그런데 며칠 동안 만천우에게 신세를 좀 져야 할 것 같습니다.”“예를 들어 인민병원 입구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좀 지켜봐 달라든가 하는 일 말이죠.”“사흘 밤낮을 무릎 꿇고 있지 않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전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하현은 만진해가 이 일을 언급할 것 같아서 먼저 선수를 쳤다.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만진해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만진해는 원래 이 일에 관해서 뭐라고 할 생각이었다.샤르마 부자는 아무리 그래도 인도인이자 브라흐마 커크의 사람들이었다.잘못하다가 브라흐마 커크의 미움까지 살까 봐 조금은 걱정스럽던 참이었다.하지만 하현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듣고 만진해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음을 깨달았다.만진해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자네가 이미 그런 결정을 했다면 나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네.”“다만 브라흐마 커크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임을 꼭 명심하길 바라네.”“인도인을 상대할 때는 신중해야 하네...”하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그게 아닙니다!”“제가 인도인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인도인이 절 미워합니다.”“저들이 3일 동안 충분히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면 저도 여기서 끝낼 것입니다.”“그러나 저들이 계속해서 절 귀찮게 한다면...”“죄송하지만 그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저들을 밟아 죽일 수밖에요.”만진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자네 뜻 알았네.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네.”“아, 참. 그리고 용천오를 조심해야 하네.”“용 씨 가문의 세 자제들과 인도인은 사이가 아주 가까워.”“인도인을 건드린다는 건 그들을 건드린다는 거나 마찬가지야.”전화를 끊은 후 하현은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만진해는 주의를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신분으로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뒤를 돌아보니 예쁜 여자들 몇 명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제일 앞에 서 있는 여자는 머리를 하나로 단단히 묶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절로 눈길을 끄는 세련한 생김새였다.하현은 이 여자가 왠지 낯이 많이 익은 것 같았다.그러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저기...”“어머? 나 몰라?”“하현, 오랜만이야. 나 못 알아보겠어?”포니테일을 한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나야. 김방아.”“김방아?”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아, 이제 생각났어. 김방아였구나...”하현은 그제야 그녀가 생각이 났다.대학 때 친구였다.게다가 학교의 꽃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여자였다.역시 그녀의 가문은 듣던 대로였다.무학의 가문에서 태어나 졸업 후 바로 무성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친구들 중 아무도 그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하현이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교외 인턴을 참가했을 때였다.김방아가 실수로 인턴십 회사의 수천만 원 상당의 장비를 망가뜨렸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그 실수로 인해 하현이 다치게 되었다.그러나 하현은 좋은 마음으로 김방아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그런데 그 결과 뜻밖에도 김방아는 하현이 인턴 기업의 장비를 망가뜨렸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녔다.그때 하현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일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다른 평범한 학생들이었다면 아마도 그런 김방아의 행동에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이 일이 있은 후 하현은 김방아가 얼굴은 예쁘지만 심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어차피 하현도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른 것이다.그런데 몇 년 만에 이렇게 무성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하현은 별생각 없이 예의상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오랜만이야.”“누가 이렇게 예쁜가 했네.”“설마? 아직도 남자 친구가 있나 없나 염탐하는 거야?”김방아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