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진해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생사는 운명에 달렸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있어.”“성공률이 높지 않으면 됐어!”“닥터 루돌프가 먼 길을 왔는데 천우야, 이분께 섭섭치 않게 챙겨 드려라.”만진해는 남은 시간을 병상에서 연명하고 싶지 않았다.이 말을 들은 루돌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르신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다만 이 돈은 받기가 민망합니다.”영지루는 단념하지 않았다.“루돌프, 당신은 국제 의학 연맹 최연소 이사예요. 당신은 의술이 뛰어난 의사라구요. 정말 다른 방법 없겠어요?”“심장 이식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루돌프는 심호흡을 했다.“30%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 것인지 아니면 3개월 동안 죽을 날만 기다리든지요!”“저는 물론이고 국제 의술 연맹 이사장이 와도 이건 고칠 수 없어요.”루돌프의 말에 영지루는 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이때 하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루돌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루돌프, 당신은 의술은 뛰어난지 모르겠지만 식견은 좀 부족해 보이는군요...”“대하의 문화는 넓고 심오해요. 몇 년 배운다고 해서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러니 당신의 얕은 식견을 탓할 것만도 못 돼요.”“하지만 앞으로 우리 대하에서 그런 잘난 척은 하지 말길 바라요...”말을 마치며 하현은 눈을 낮게 뜨고 만진해를 바라보았다.“어르신, 이 병은 제가 해결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영지루는 하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당신이 어떻게 해결한단 말이에요? 말도 안 돼요!”“당신이 루돌프보다 대단하다는 말이에요?”루돌프는 방금 하현이 한 말에 얼굴이 벌게졌다.하현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루돌프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비록 하현 앞에서 약간의 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루돌프의 의술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그는 자신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굳게 믿었다.만진해는 하현의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
루돌프는 의술이 탁월하다고 자인하며 북유럽에서 오랜 시간 동안 황실과 귀족들의 집안을 드나들었다.게다가 국제의학연맹 이사라는 간판까지 내걸었으니 의학계에서는 늘 권위자였던 셈이다.그가 고칠 수 있다면 고칠 수 있는 것이었고 그가 고칠 수 없다면 누구도 고칠 수 없는 것이었다!방금 하현이 자신의 말 못 할 고충을 사람들 앞에서 들추어내자 루돌프는 이미 그때부터 매우 불쾌했었다.그런데 지금 그가 잘하는 분야에서 하현이 망신을 주니 당연히 더 기분이 나빴다.그의 주변에 있던 조수들과 여자 간호사들은 모두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녀들은 대하 사람들이 너무 오만하다고 생각했다.정말로 루돌프의 말 못 할 사정을 알았더라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모른 척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루돌프는 그쪽 방면으로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의 의술만은 누가 보아도 최고였다!“어르신, 제가 한 번 상태를 봐도 괜찮겠습니까?”하현은 루돌프 일행의 비아냥거림에도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만진해를 바라보았다.“방금 말씀드렸듯이 의술은 몰라도 살인술은 제가 좀 압니다.”“칠절탈명지는 아무리 과장해서 말한다고 해도 살인술에 불과합니다.”“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거꾸로 살릴 수도 있는 것이죠.”하현의 당당한 표정에 만진해의 눈동자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만진해 같은 인물은 한눈에 경험이 많은지 적은지 알아볼 수 있었다.하현은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진 사람 같았다.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당당하고 단호할 수가 없을 것이다.“하현, 정말 날 구할 수 있겠나? 확신할 수 있어?”만진해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100% 자신 있냐는 말일세?!”하현은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100%라고 말했으니 분명 100% 자신 있습니다.”“그럼 됐어!”만진해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젊은이가 그런 기개라면 한번 치료해 보시게.”만진해는 하현이 어떻게 자신을 치료할지 매우 궁금했다.비록 하현의 정체를
이 광경을 본 영지루는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다만 만진해가 이미 하현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했기 때문에 영지루도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오직 만천우만이 자신의 아버지가 곧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어르신, 준비되셨죠?”하현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손을 뻗어 검지와 중지를 칼처럼 세운 후 살짝 움직였다.“자네 마음대로 해 보게.”만진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러나 아무리 담담한 사람이라도 지금 이 순간은 긴장되고 근육이 약간 팽팽해졌다.“솩!”이때 하현은 곧장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고 갑자기 그의 왼손을 만진해의 얼굴에 떨어뜨렸다.“퉁!”공명이 가득 찬 소리가 울리자 만진해의 얼굴에 순간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하현!”만천우의 안색도 크게 요동쳤다.“감히 저 사람이!”영지루의 예쁜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나쁜 놈!”루돌프의 얼굴이 분노로 슬슬 차올랐다.이렇게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그가 그 오랜 세월 동안 의과대학에서 뭐하러 허송세월했겠는가?!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슬슬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을 때...하현은 이미 오른손 두 손가락을 모아 재빠른 손놀림으로 만진해의 명치를 찔렀다.잠시 후 하현의 손놀림은 더욱더 빨라져서 순식간에 일곱 번이나 같은 자리를 눌렀다.그런 다음 하현은 살짝 뒤로 발을 뺐다.그는 뒤로 물러서는 순간에 다시 손바닥으로 만진해의 얼굴을 후려쳤다.“퍽!”순식간에 바닥에는 얼음 결정 같은 것들이 섞인 핏물이 후두둑 떨어졌고 핏물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만진해는 순간 고통스럽게 얼굴이 일그러졌고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의자에 축 늘어져 꼼짝도 하지 못했다.“아저씨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영지루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당신 이건 모욕이에요! 살인이라구요!”루돌프의 조수들과 간호사들도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사람은 정말
루돌프는 세상이 이런 신기한 의술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하현은 만진해의 얼굴에 뺨을 두 번 때리고 가슴에 손가락으로 몇 번 그은 게 다였다.그런데 그가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선언한 만진해를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온 것이다!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왜 어르신을 포박한 겁니까?”“그리고 왜 뺨을 때렸어요?”“그 이유를 꼭 들어야겠습니다!”루돌프는 목이 타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것이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았다.애가 타는 듯한 루돌프의 얼굴에 영지루는 몹시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조수들은 물론이고 간호사들까지 하나같이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교만하고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았던 루돌프한테서 이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간단합니다.”하현은 만천우에게도 이미 설명했기 때문에 조금도 숨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어르신은 21년 간 앓아 오면서 심장에 무리가 생겼어요.”“물리적인 손상은 아니었지만 나쁜 기운이 심장에 박힌 거죠.”“처음에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점점 더 강한 한기가 어르신의 심장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게 된 것입니다...”“그러면서 어르신의 몸은 더욱더 쇠약해지셨고요...”“내가 어르신의 뺨을 때린 것은 첫 번째는 그의 마음에 분노가 생겨서 마음의 한기를 막아내는 저항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어요.”“두번째 뺨을 때렸을 때 어르신의 분노가 한기 가득한 핏물을 내뿜은 거죠...”“자세히 보면 어르신이 내뿜은 핏물이 바닥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어요....”“어르신의 가슴에 맺혀 있던 한기가 사라지면 병세는 완전히 치유될 겁니다...”하현의 설명은 쉽고 간결해서 모두가 이해하기 쉬웠다.만천우와 영지루는 모두 무술을 익힌 사람들이라 바로 이해했다.하현이 말하는 한기는 바로 그 당신 일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었다.다만 하현이
영지루는 깜짝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물끄러미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하현,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기술을 국가에 공헌하는 건 당연해요. 당신을...”“루돌프, 너무 지나친 말씀입니다.”“의술은 잘 모르고 살인술만 알 뿐입니다!”“학술에는 순서가 있고 예술에도 전문성이란 것이 있습니다.”“난 운이 좋아서 잘하는 분야에서 다행히 사람을 구했을 뿐이에요.”하현은 영지루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루돌프를 일으켜 세웠다.“어르신이 이 병을 앓은 지 오래되셨기 때문에 비록 지금 병의 원인을 제거했다고 해도 기력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동안 보양을 잘 해야 하구요.”“이후 어르신의 회복에 대해선 당신한테 부탁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하현은 돌아서서 떠났다.잘나가는 집안의 곱게 큰 여식에게 하현은 일일이 대꾸할 의사가 없었다.하현이 아니라도 영지루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눈먼 귀족 공자들은 얼마든지 많을 테니까.하현은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1호 정원에서 이들을 만났다는 것으로 무성에서 하현의 인맥이 또 한층 넓어진 것이다.전에는 만 씨 집안 만천우만이 그에게 고분고분했다면 아마 지금쯤 당당하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현을 대했던 만천구조차 순한 양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하현은 그런 세세한 것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만진해를 구한 것은 순전히 만천우의 체면을 위해서였다.하현은 만진해가 젊었을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사람이 만년에 편안하게 지내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도끼파 본거지에 돌아온 하현은 주변의 어두운 불빛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처음에는 이곳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만 씨 가문의 저택을 보고 나니 비교가 되었던 것이다.하현은 무성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1호 정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만천우에게 부탁해 설은아가 오래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1호 정원
”초대한 사람이 남자야? 여자야?”하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당연히 여자죠!”설유아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난 이미 어른이에요.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그것도 몰라요?!”“남자가 초대했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거예요!”“오늘은 무성 비즈니스 업계에서 신분이 두터운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어요.”“오늘 오후에 우리 회사에 와서 비즈니스 상담하던 사람이 마침 오늘 이 모임의 주최자여서 날 초대한 거예요.”“언니가 무성에서 단단히 자리잡으려면 이런 자리도 거절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흔쾌히 승낙했구요!”“하지만 이곳은 낯선 곳이잖아요.”“그래서 형부한테 함께 가 달라고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이쯤 되자 설유아의 표정은 애처롭게 구걸하는 얼굴이 되었다.“형부, 어차피 무성은 형부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그렇다고 항상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구요!”“사람들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사업을 하려면 두루두루 잘 지내 놓아야 한다고들 하잖아요.”“오늘 밤은 우리가 언니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두 손 걷어붙였다고 생각해요, 형부?”설유아는 하현의 두 손을 번쩍 들어 흔들기 시작했다.하현은 마치 벌을 서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하현은 스스로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피식하고 웃었다.“됐어. 보아하니 오늘 그 모임은 부잣집 자제들이 모여 놀고 마시는 자리가 될 것 같은데.”“처제 혼자 가. 난 안 가!”“한여침한테 얘기해서 경호원 몇 명 붙여 달라고 할게.”설유아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형부, 한여침이 보낸 사람들은 딱 봐도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게 생겼잖아요. 옆에 있으면 다들 날 어린애 취급할 거라고요.”“싫어요!”“형부가 나랑 같이 가 줘야 나중에 내가 언니한테 좋은 얘기라도 해 줄 거 아니에요!”“난 알아요. 형부가 우리 언니와 이혼하는 것을 주저한다는 걸요. 많이 아쉬워하시잖아요!”“형부는 사실 언니와의 관계를 개선해서 재결합
이해나는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으며 매혹적인 눈매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한기가 가득했다.그녀의 눈빛을 보아하니 설유아가 자신의 초대에 응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어 일부러 마중 나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이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해나를 쳐다보았다.“설유아, 당신이랑 함께 일하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이런 자리에 초대했어요.”“내가 너무 지나쳤나요?”하현의 팔짱을 끼고 있던 설유아의 다정한 모습에 이해나의 매혹적인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우리 상류층 만찬에 외부인을 데리고 왔군요.”“샤르마 커가 알면 기분 나빠할 텐데.”“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좀 골치 아프거든요!”샤르마 커?인도 특유의 성 씨를 듣자 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해나를 바라보았다.이제야 하현은 설유아가 왜 자신을 이 모임에 데리고 가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아마도 방패막이가 필요했던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하현은 화가 나지 않았다.하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사건에 관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인도인이란 얘기를 아침에 만천우한테서 전해 들은 터였다.겉으로 보기에 상대방은 설유아를 노리고 온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하현은 인정과 도리에 따라 스스로 이 방패막이가 되기로 했다.설유아는 지금 이해나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는지 방긋 웃으며 말했다.“그냥 친구들 모임인 줄 알았어요. 하현은 내 형부이자 가장 친한 친구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같이 왔죠.”이해나는 하현은 매섭게 쳐다보았다.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인도상회 사람이라 당연히 하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듣자 하니 그들의 브라흐마 아부와 가까운 용이국조차도 하현의 손에 당했다고 들었다.다만 그녀는 최희정과 접촉한 적은 있었다.최희정의 말에 의하면 하현은 대구 정 씨 집안의 세력과 설은아의 지위를 믿고 무성에 와서 제멋대로 위세를 떨쳤다고 했다.
이해나가 보기에 샤르마 커는 훤칠한 키에 특이한 향까지 풍겨 딱 봐도 지위가 높은 사람 같았다.게다가 그의 가문은 인도에서도 명실상부한 집안에 복제약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사람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실력과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한 샤르마 커가 카스트의 속박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업적은 더 높았을 것이다.더욱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브라흐마 아부도 그를 매우 중히 여긴다는 점이다.브라흐마 아부는 인도상회의 부이사장이다!이런 사람들이 샤르마 커를 아낀다는 건 많은 것을 시사한다.한마디로 하현과 샤르마 커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사이다.비교할 만한 가치도 없다.이해나는 하현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샤르마 커의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그녀는 하현이 가지 않으면 안 가겠다는 설유아의 완강한 태도를 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현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형부, 차에 타세요.”이해나의 표정을 본 설유아는 다소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사실 설유아는 무성 상류층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게다가 하현의 보호까지 받았으니 이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설유아는 하현을 끌고 뒷좌석에 앉았다.이해나는 ‘쾅'하고 문을 사납게 닫으며 하현을 힐끔 쳐다본 후 액셀을 거칠게 밟아 도로를 질주했다.차는 곧 프라이빗 클럽 입구에 도착했다.비록 무성은 고원에 있는 도시긴 했지만 이 프라이빗 클럽은 이남의 건축이 자아낼 법한 정취를 담고 있었다.하나의 큰 뜰 안에 또 다른 뜰이 있었다.중간중간 물이 흐르는 개울 위로 작은 다리들이 놓여 있는 것이 딱 봐도 고급스러운 풍취가 느껴졌다.문에 들어섰을 때 이해나는 설유아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했고 자신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 하현을 막았다.“하현, 맞죠?”“당신은 분수도 몰라요?”이해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강한 카리스마를 풍겼다.“분수를 모르다니요?”하현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이해나는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