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설유아를 이곳에 데려온 것은 인도에서 온 샤르마 커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구요!”“이 일도 최 여사님께 벌써 승낙받은 거구요!”“당신이 나타난다면 샤르마 커가 기분이 몹시 언짢을 거예요!”이해나는 까칠한 얼굴로 퍼붓듯이 말했다.“그러니까 여기서 꺼져요!”“여기 십만 원 줄 테니까 어서 택시 타고 가서 배달이나 시켜 먹어요!”“남은 돈은 내 성의로 쳐요!”잠시 후 이해나는 핸드백에서 십만 원을 꺼내 바람에 휙 날렸다.하현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이때 방금 안으로 들어갔던 설유아가 돌아왔다.“하현, 왜 아직도 안 들어와요?”설유아가 직접 와서 하현의 손을 이끌었다.하현이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하현이 속이 안 좋아서 밥을 안 먹겠다고 하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요.”이해나는 하현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얼른 끼어들었다.이해나는 오늘 일을 성사시키려고 눈에 불을 켠 것 같았다.그리고 나서 그녀는 다시 삼십만 원을 꺼내 하현 앞에 내던졌다.“십만 원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보죠?”“여기 삼십만 원이에요!”이해나는 자신이 좀 더 대범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무렇게나 돈을 내놓았다.설유아는 하현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하현, 어디 몸이 안 좋아요?”“병원까지 데려다줄까요?”“아니, 처제를 보니 아픈 것도 다 나았어.”“처제가 내 만병통치약이네!”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이해나를 무시한 채 설유아에게 고개를 돌렸다.“같이 들어가자구.”“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는데 오늘은 실컷 먹어야겠어.”말을 하면서 하현은 설유아의 손을 꼭 잡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설유아는 얼굴을 살짝 붉혔지만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하현의 손을 꽉 잡았다.손을 잡고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이해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화가 나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할 뻔했다.“개자식! 체면을 세워 줄 때 챙겼어야지! 기회를 주는 데도 꾸역꾸역 거절하시겠다?! 흥!”
이해나는 고개를 바짝 엎드린 채 샤르마 커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늦게 와 흥을 깨뜨려서 정말 죄송해요.”“하하하, 해나. 그게 무슨 말이야?”“늦긴 뭐가 늦어?”샤르마 커는 샴페인을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설유아에게 뜨거운 시선을 돌렸다.“이분이 바로 당신이 말한 그 설유아 씨?”“네, 맞아요.”이해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대하 10대 가문인 대구 정 씨 가문의 아홉 번째 방주인 설은아의 동생이죠.”“요즘 핫한 인플루언서에 연예인이죠. 게다가 대학생이라 아직 순수미가 살아 있어요!”“샤르마 커, 오늘 밤 아주 복받으신 겁니다.”“그렇군. 설유아, 안녕하세요.”샤르마 커는 오른손을 내밀며 능글능글한 미소로 설유아를 바라보았다.“난 샤르마 커예요. 인도 샤르마 가문에서 왔죠.”“당신이 인도 카스트 제도에 대해 잘 모를 테니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우리 가문은 타고난 장사꾼이죠. 부자란 얘기고요. 대충 이해하겠죠?”“앞으로 잘 부탁해요!”손을 내민 샤르마 커는 환한 미소와 뜨거운 눈망울에 숨이 가빠질 정도였다.설유아의 하얗고 예쁜 얼굴은 인도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상위 카스트에서 독차지했을 것이다.샤르마 가문까지 내려올 리가 없다.그래서 지금 샤르마 커는 자신의 뜨거운 욕망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설유아를 유린하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서 들끓었다.브라흐마 아부가 오늘 밤 준비한 이 임무와 선물이 그는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샤르마 커, 안녕하세요.”하지만 설유아는 샤르마 커가 예상하는 것처럼 손은 내밀지 않고 미소로만 답하며 여전히 하현의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만나서 반갑습니다.”“저도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이분은 내 남자친구 하현입니다.”설유아도 바보가 아니었다.사회생활이 몇 년째인데 이런 분위기를 읽지 못할 수가 있겠는가?그녀는 진작부터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뭐?”“전 형부?”“방패막이?”“아, 그렇구나. 이거 참 재미있군요.”샤르마 커는 그제야 깨달은 듯 하현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전 형부라.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할 때가 많아요.”“당신네 대하인들은 때에 따라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자가 현명한 자라고 하더군요.”“당신은 현명한 자가 되기는 글렀구요.”“그래서 내가 충고 한마디 하는데, 웬만하면 나서지 마세요.”“그렇지 않으면 당신 같은 하찮은 사람은 발버둥을 쳐 봐야 시신도 수습하기 힘들어요.”샤르마 커는 담담하게 아무 일 아닌 듯 말했지만 말 속에는 위협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설유아가 하현의 팔짱을 낀 채 그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자 샤르마 커는 질투와 증오의 감정에 휩싸이고 있었다.이때 설유아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하현은 정말로 내 남자친구예요!”“당신들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가소로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부잣집에서 온 사람들이 여자 등이나 처먹고 사는 데릴사위를 온전히 봐줄 리 만무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연인 같지가 않은데 설유아가 완전히 헛다리 짚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누가 믿겠는가?“설유아,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농담 그만해요.”샤르마 커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어떻게 이런 사람과 연인이 될 수 있다는 거죠?”“두꺼비가 어떻게 백조 고기를 먹을 수 있겠냐고요?”샤르마 커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사람과 연인 관계를 맺고 싶겠어?말도 안 돼!“쪽!”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설유아의 작은 허리를 바짝 당겨 감싸 안은 후 그녀의 얼굴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다.그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어떻게 먹냐고요? 이렇게 하면 되죠? 그게 뭐 어렵다고.”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 말을 잇지 못했
하현의 말을 들은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아무리 해도 설유아 같은 멋진 여자가 하현 같은 하찮은 남자와 연인 관계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마치 자신이 한 말이 진실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려는 듯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샤르마 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못한다는 거 알아요. 만약 그렇다면 내가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이죠!”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유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입술에 뽀뽀를 했다.하지만 이는 영화처럼 약간의 눈속임을 덧붙인 것이었다.겉으로는 두 사람의 입이 맞닿는 것처럼 보였지만 얼굴만 살짝 스쳤을 뿐이었다.그래도 이 광경은 사람들을 놀래키기 충분했다.설유아는 깜짝 놀라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이 모습을 자신의 언니나 엄마가 보기라도 한다면 아마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최희정은 자신의 큰딸에 이어 막내딸까지 하현과 엮이는 꼴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더군다나 이건 양다리나 마찬가지였다.“개자식, 당신 미쳤구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말끔하게 머리를 넘긴 인도 남자가 앞으로 나와 하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당신네 대하인들은 우리 인도에 비하면 기껏해야 발아래 보일까 말까 한 존재들이라고!”“그런데 지금 감히 당신이 우리 샤르마 커의 여자를 빼앗다니!”“머리에 총 맞았어?”“이렇게 예쁜 여자는 높은 지위의 남자랑만 어울린다고!”“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따위 짓이야? 감당할 수 있어? 먹여 살릴 수 있냐고? 지킬 수 있냔 말이야?”현장에 있던 남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말에 동의했다.인도는 대하와 급이 다른 나라라고 생각한 것이다.대하의 여인들은 일찍이 독립이라는 개념을 배웠지만 인도의 여인, 특히 아름다운 여인은 항상 권력자의 부속품이나 노리개였다.계급이 낮은 사람은 예쁜 여자를 곁에 둘 자격조차 없다.일시적으로 얻었다고 해도 그
”당신, 잘 들었어? 설유아는 당신이 먹여 살릴 필요없다잖아!”“잘 들어. 난 인도에서 세 번째 계급으로 비록 높은 권위는 아니지만 집안의 재산은 수조 원이 넘어.”“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설유아를 먹여 살릴 수 없어.”하현이 얼토당토않는 태도를 보이자 머리를 빗어넘긴 인도 남자가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입심이 이렇게 좋으시니 아마 자산이 몇십조 원쯤 되나 본데.”“대하 10대 가문 중 어느 곳에서 왔는지 모르겠군. 5대 문벌 중 어디야?”“얼른 말해 봐. 내가 겁먹을 수 있도록 어디 한번 떠들어 봐. 이러면 내가 재미가 없어지잖아!”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이 남자가 하현을 비꼬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맞는 얘기였다.데릴사위가 어떻게 몇십 조, 몇십억을 가질 수 있겠는가?그렇게 돈이 많은데 뭐 하러 데릴사위 노릇을 하겠는가?정말 그렇게 돈이 많다면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면서 데릴사위 소릴 듣지는 않을 것이다.“수십조?”남자의 말을 들은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솔직히 내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나도 잘 몰라.”“돈에는 관심이 없거든.”“나한테 돈은 숫자일 뿐이야.”“내가 가장 즐거웠던 때는 하루 몇십만 원 벌면서 월급 받을 때였어.”“돈에는 관심이 없다고?”하현의 말에 몇 명 아름다운 여인들이 콧방귀를 뀌었다.무슨 갑부라도 되는 줄 아나?돈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른다고?뭐? 돈에 관심이 없어?가장 기쁜 날이 하루 몇십 만원 벌면서 월급받을 때였다고?잘난 척도 정도껏이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나?설유아조차도 하현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하현이 무성 황금 회사 주식도 별로 안중에도 없는 걸 보고 그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건 너무 많이 나간 것 같았다!이해나는 더더욱 냉소를 지으며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하하하!”샤르마 커 일행은 미친 듯이 웃
”알았어! 알았다구!”차현이라 불리는 인도 남자는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내가 너무 심했다면 용서해.”“당신의 그 원대한 목표를 날 죽이는 데 쓰지 마!”“아이고, 무서워.”“내 몸이야말로 당신의 그 원대한 목표 중 작은 일부분이잖아!”공포에 질린 척하며 하현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차현의 모습에 장내는 완전히 웃음바다로 변했다.아름다운 여인들 눈에는 하현이 허풍선이처럼 보였다.“하현, 당신 같은 인물은 무성에서 단연 으뜸이야! 벌써부터 친구가 된 것 같으니 내가 말을 놓아도 되겠지?”샤르마 커가 껄껄 웃자 그의 목에 둘러 있던 금목걸이도 덩달아 번쩍번쩍거렸다.그는 하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했다.“내가 이번에 무성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무성에 의약 기지를 건설하고 국제적으로 긴급히 필요한 약을 빠른 시일 내에 조달하는 거야!”“난 원래 은행에서 몇천억 융자할 생각이었는데 하현 당신이 그렇게 돈이 많다니 갑자기 당신한테 돈을 빌리고 싶어졌는 걸!”“하현, 어때? 투자만 한다면 1년 안에 원금 회수는 물론이고!”“10년 이내에 원금의 3배 이상을 벌어들일 거야!”“어때?”“관심 있어?”“당신한테 몇천억쯤 일도 아니잖아?”“그냥 손 흔들어서 밑에 있는 사람한테 시키면 몇 초도 안 되어서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야?”한 무리의 남녀들은 이 광경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껄껄 웃었다.샤르마 커는 간악한 사람이었다.겉으로는 하현의 체면을 세워 주는 척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전혀 아니었다!완전히 하현의 얼굴을 마룻바닥에 대고 박박 문지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형부, 가요!”이 모습을 본 설유아는 화가 나서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하현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그녀는 하현이 돈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함부로 투자하는 사람도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눈앞에 있는 인도 사람들은 딱 봐도 신뢰가 가는 인물들이 아니었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람들에게 속아 넘어갈 수
이해나의 말에 샤르마 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역시 자기가 잘 골랐다.이렇게 입에 혀처럼 굴다니!샤르마 커는 가볍게 싱긋 웃으며 손에 든 샴페인 잔을 들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자, 모두 함께 보자구!”“우리 무성에 최고로 배짱 두둑한 분이 한 푼 두 푼 얼마나 모았는지. 천억을 투자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보자구!”“아마 이 기회를 빌려 우린 하현이라는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몰라! 하하! 자금 조달에 아무 문제없다면 당장 우리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겠지!”“하현은 그야말로 무성의 인물 중의 인물이었네!”“정말 무적이 따로 없어!”“하현 만세다 만세야!”샤르마 커의 일행들은 하현에게 거드름을 피우며 다가가 아첨하는 시늉을 보이기 시작했다.눈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지금 보란 듯이 하현을 비꼬고 있다는 것을.하현은 이 사람들의 멍청한 행동을 보면서 두 눈을 의심했다.정말 진심으로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주변에 있던 무성의 유명 인사들도 냉소를 금치 못했다.샤르마 커 일행이 보이는 행동은 가히 가관이었다.그들은 하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를 지켜보고 있었다.바로 그때 하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려고 했다.그런데 실수로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문자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으로 바뀌었다.“존경하는 고객님, 고객님의 대구 엔터테인먼트 주식 배당금은 천이십억입니다.”이를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한동안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가장 날뛰며 비아냥거렸던 샤르마 커도 어리둥절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들 하현을 주시하고 있을 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하현이 천억 넘는 배당금을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차현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입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그는 평생 이렇게 많은 액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처음부터 무시하던 눈길로 하현
갑자기 사람들은 하현의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란 걸 깨달았다.“그러니까 쥐뿔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천억을 내놓겠어?!”“음성 기능으로 뭔가 조작한 거지? 아주 허영심이 대단해!”“당신 때문에 설유아도 창피하겠어!”“당신은 뭘 믿고 그런 허세를 부리는 거야? 그렇게 많은 돈을 본 적이나 있어?”“샤르마 커나 차현이랑 말 섞으니까 뭐라도 된 것 같지? 상류층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았지?”방금까지 하현에게 놀라서 말도 못 하던 사람들이 봇물 터진 듯 가차 없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충격이 클수록 말이 아주 심하게 과장되는 법이다.그들은 하마터면 허풍선이에게 깜빡 속아넘어갈 뻔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사람들이 이랬다저랬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그는 설명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인도인들의 안목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닥쳐!”“내 형부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하현이 계속 놀림거리가 되고 있는 꼴을 보고 설유아는 참을 수가 없었다.“내 형부는 당신들을 속이지 않았어!”“천억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구!”“무성 황금 회사의 지분 70%를 눈도 깜짝하지 않고 우리 언니한테 준 사람이야!”설유아의 말에 차현 등은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가 이내 뒤로 나자빠질 듯 웃음을 터뜨렸다.무성 황금 회사 주식을 설은아에게 줬다고?무슨 귀신도 웃고 갈 농담을!무성 황금 회사가 용천오의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지금 주식이 설은아에게 넘어갔다면 그건 설은아가 용천오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는 뜻일 것이다.주식과 자신의 마음을 맞바꿨다는 것일 뿐이다.정말 듣다 듣다 별말을 다 들어 보겠군!더 웃긴 건 아무것도 모르는 설유아는 이런 공을 하현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설유아가 순진한 사람이라 하현이 얼마나 간악한 사람인지 몰라서 이러는 걸까?“자, 모두 설유아의 체면을 좀 세워 주자고. 하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이해나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