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나의 말에 샤르마 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역시 자기가 잘 골랐다.이렇게 입에 혀처럼 굴다니!샤르마 커는 가볍게 싱긋 웃으며 손에 든 샴페인 잔을 들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자, 모두 함께 보자구!”“우리 무성에 최고로 배짱 두둑한 분이 한 푼 두 푼 얼마나 모았는지. 천억을 투자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보자구!”“아마 이 기회를 빌려 우린 하현이라는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몰라! 하하! 자금 조달에 아무 문제없다면 당장 우리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겠지!”“하현은 그야말로 무성의 인물 중의 인물이었네!”“정말 무적이 따로 없어!”“하현 만세다 만세야!”샤르마 커의 일행들은 하현에게 거드름을 피우며 다가가 아첨하는 시늉을 보이기 시작했다.눈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지금 보란 듯이 하현을 비꼬고 있다는 것을.하현은 이 사람들의 멍청한 행동을 보면서 두 눈을 의심했다.정말 진심으로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주변에 있던 무성의 유명 인사들도 냉소를 금치 못했다.샤르마 커 일행이 보이는 행동은 가히 가관이었다.그들은 하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를 지켜보고 있었다.바로 그때 하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려고 했다.그런데 실수로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문자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으로 바뀌었다.“존경하는 고객님, 고객님의 대구 엔터테인먼트 주식 배당금은 천이십억입니다.”이를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한동안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가장 날뛰며 비아냥거렸던 샤르마 커도 어리둥절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들 하현을 주시하고 있을 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하현이 천억 넘는 배당금을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차현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입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그는 평생 이렇게 많은 액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처음부터 무시하던 눈길로 하현
갑자기 사람들은 하현의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란 걸 깨달았다.“그러니까 쥐뿔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천억을 내놓겠어?!”“음성 기능으로 뭔가 조작한 거지? 아주 허영심이 대단해!”“당신 때문에 설유아도 창피하겠어!”“당신은 뭘 믿고 그런 허세를 부리는 거야? 그렇게 많은 돈을 본 적이나 있어?”“샤르마 커나 차현이랑 말 섞으니까 뭐라도 된 것 같지? 상류층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았지?”방금까지 하현에게 놀라서 말도 못 하던 사람들이 봇물 터진 듯 가차 없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충격이 클수록 말이 아주 심하게 과장되는 법이다.그들은 하마터면 허풍선이에게 깜빡 속아넘어갈 뻔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사람들이 이랬다저랬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그는 설명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인도인들의 안목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닥쳐!”“내 형부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하현이 계속 놀림거리가 되고 있는 꼴을 보고 설유아는 참을 수가 없었다.“내 형부는 당신들을 속이지 않았어!”“천억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구!”“무성 황금 회사의 지분 70%를 눈도 깜짝하지 않고 우리 언니한테 준 사람이야!”설유아의 말에 차현 등은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가 이내 뒤로 나자빠질 듯 웃음을 터뜨렸다.무성 황금 회사 주식을 설은아에게 줬다고?무슨 귀신도 웃고 갈 농담을!무성 황금 회사가 용천오의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지금 주식이 설은아에게 넘어갔다면 그건 설은아가 용천오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는 뜻일 것이다.주식과 자신의 마음을 맞바꿨다는 것일 뿐이다.정말 듣다 듣다 별말을 다 들어 보겠군!더 웃긴 건 아무것도 모르는 설유아는 이런 공을 하현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설유아가 순진한 사람이라 하현이 얼마나 간악한 사람인지 몰라서 이러는 걸까?“자, 모두 설유아의 체면을 좀 세워 주자고. 하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이해나는
”지금 가도 늦지 않았어.”“샤르마 커를 대신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없던 일로 하겠다고.”차현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지금 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그래?”“무서운데.”“하 씨, 내 앞에서 센 척 그만해!”차현이 냉소를 흘렸다.“난 인도인지만 무성에 적지 않은 인맥이 있어!”“내 말 한마디면 감옥에도 갈 수 있다고!”차현은 은근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었다.“성경무?”“무성 경찰서 이인자?”하현은 실소를 터뜨린 뒤 더 이상 가타부타 캐묻지 않았다.“좋아. 그럼 이인자를 데려와서 날 잡아가라고 해!”“날 감옥에 보낸다면 내가 일억을 주지!”차현은 하현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차현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 씨! 무성 경찰서 이인자의 힘이 얼마나 센 줄 알기나 해?”차현은 어이가 없어서 훈계하듯 하현에게 말했다.“무성 경찰서 이인자라면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도 있는 인물이야!”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어서 날 잡아가라고 해!”“기다리고 있을게!”“좋아! 아주 배짱 한 번 좋군!”차현은 당당하게 나오는 하현에게 점점 더 자극받은 듯 사납게 내뱉었다.“당신이 그렇게 죽고 싶다니 그 소원 들어줄게!”“기다려! 죽는 게 어떤 것인지 곧 알게 될 테니까!”차현은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흘렸다.비록 그가 샤르마 커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계급이 낮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교만하고 자신만만했다.그는 인도상회에서 핵심은 아니지만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무성에서 많은 인맥을 쌓았다.요 몇 년 동안 그를 건드린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나가떨어졌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차현을 잘 알고 있던 그의 일행들은 옆에서 이를 지켜보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하현 같은 사람은 인도상회 사람들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
”자자자, 한 잔만!”“한 잔만 해! 그럼 더 요구하지 않을게!”차현은 설유아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술을 권했다.설유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니까.”“설유아, 분위기 깨지 말고 조금만 마셔.”“아, 글쎄. 이렇게 손님으로 왔으면 자리를 마련한 사람 체면도 좀 세워 줘야지, 안 그래?”“샤르마 커와 차현은 모두 인도상회의 거물들이야. 당신이 체면을 봐주지 않으면 앞으로 무성에서 어떻게 잘 지낼 수 있겠어?”“술 한 잔이야! 그리고 이 술 한 잔에 얼마나 많은 이익이 걸려 있는지 당신 모르는 건 아니지?”한 무리의 사람들이 너도 나도 덩달아 설유아에게 술을 권했다.설유아는 냉담한 표정만 지을 뿐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샤르마 커는 잠시 생각하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설유아, 아직도 우리가 당신 형부를 괴롭힌 것에 화가 난 거야?”설유아가 냉랭하게 대답했다.“맞아.”샤르마 커는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눈동자는 더욱더 차가워졌다.그는 이 여자가 다른 여자와는 달리 이렇게 다루기 힘들 줄은 몰랐다.몇 번을 청했건만 끈질긴 그의 요구에 끝끝내 거절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까다롭기 그지없는 여자였다.다만 샤르마 커에게 있어 까다로운 여자일수록 더 구미가 당기는 건 사실이었다.그래서 그는 소리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은 뒤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하현, 방금은 우리가 잘못했어. 당신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는 거였는데.”“모두를 대표해서 정식으로 사과할게.”말을 마친 후 그는 하현을 향해 약간 몸을 숙인 다음 말머리를 돌렸다.“하지만 하현, 오늘은 기쁜 날이야. 다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도 다 정리가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한잔하면서 즐겁게 얘기해 보자구!”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오늘은 즐거운 날이야. 당연히 마셔야지!”“하지만 설유아는 정말
”하현, 이 잔은 내가 주는 거야. 싸우면서 정이 든 우리를 위해!”샤르마 커는 미소를 머금고 다시 잔을 들었다.“그러지!”하현은 사양하지 않고 샤르마 커와 잔을 부딪힌 후 단숨에 잔을 비웠다.곧 세 번째 잔이 모두 돌았고 사람들은 약간의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샤르마 커가 누군가에게 눈짓을 하자 곧 인도 청년이 다가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현, 처음 보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자, 건배!”“하현, 이제 그만하고 가요!”옆에 있던 설유아는 이미 이 사람들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하현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그를 만류했다.하현은 설유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향해 싱긋이 웃으며 잔을 부딪힌 후 말끔하게 잔을 비웠다.“하현, 당신은 포부를 가지고 있는 대장부야. 앞으로 잘 부탁해.”“하현, 돈을 좇지 않고 자신의 철학에 따라 움직이는 당신은 내가 간절히 바라는 남자상이야.”“하현, 싸우면서 정이 든다더니 이제 우린 한 식구나 다름없어!”인도 귀족 집안 자제들 예닐곱 명이 모두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술을 권했다.그들이 들고 온 술 잔의 술도 상당한 양이었다.하현에게 술을 먹이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 같았다.그들은 마치 하현이 생명의 은인인 양 한껏 하현을 추켜세우며 접근했다.하현도 웃으며 그들과 잔을 부딪혔다.거절하는 기색도 없이 한 잔씩 다 받아 마셨다.그 비싼 술들이 벌써 반이나 없어졌다.“하현, 정말 더 이상 마시면 안 돼요.”하현은 혼자 거의 세 병을 마신 것 같았고 설유아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하현을 말렸지만 하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하현을 이곳에 데리고 온 자신을 후회하기 시작했다.이런 모임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하현, 남자들이랑 술 마시는 게 무슨 재미가 있어?”“이제 우리랑 술 한잔해!”샤르마 커의 눈짓에 이해나는 아리따운 여자들을 데리고 다가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잔이 한 바퀴 돌고 나자 술병은 완전히 비워졌다.이를 본 샤르마 커는 속으로 냉소를 금치 못했다.하현은 이런 큰 술자리를 가져 본 적이 없는 순진한 바보라고 생각했다.그러니 이렇게 술잔을 돌리며 혼을 속 빼놓으려는 의도도 알아채지 못할 수밖에!게다가 하현이 비틀거리자 모든 사람들은 하현이 곧 나가떨어질 것임을 직감했다.차현도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하현을 비웃었다.역시 자신들의 작전이 통한 것이다.샤르마 커는 지난 몇 년 동안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선혈이 낭자한 칼날을 들이대지 않아도 사람을 고꾸라지게 만드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그는 즉시 손뼉을 치며 웨이터를 불러 드래곤 세트를 한 번 더 주문했다.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직접 스페이드 A 병을 들고 하현에게 다가가 술잔을 건넸다.“하현, 역시 당신은 화통한 사람이군. 우리 병째 들고 한 번 마셔 볼까?”이 모습을 보자마자 설유아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소리쳤다.“형부, 정말 이제 그만 마셔요!”“괜찮아, 난 괜찮다고!”“당신 형부 주량 세!”하현은 흐리멍덩한 눈빛과 흔들리는 몸으로 샤르마 커가 건네준 술병을 받아들었다.“자, 우리 병나발 불어 봅시다!”차현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내가 먼저 하지!”차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술병을 들고 꼴깍꼴깍 마시기 시작했다.다시 불이 붙은 두 사람의 술 싸움은 끝날 줄을 몰랐다.오백 밀리리터에 달하는 스페이드 A 한 병이 순식간에 비워졌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샤르마 커 일행의 예상과 달리 곧 쓰러질 듯 비틀거리던 하현은 꼿꼿하게 서 있었다.설유아가 뒤에서 계속 만류했음에도 하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병나발을 불었다.한 사람 당 한 병씩 비우자 방 전체는 완전히 고요 속에 잠겼다.샤르마 커 일행은 모두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고 멀쩡히 서 있는 하현을 보고 더 이상 그에게 술을 권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현 일행은 모두 쓰러져 기절한 듯 엎드렸다.설유아는 눈앞의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하현은 역시 대단한 인물이었다.이 많은 사람들을 다 초토화시켜 버리다니!하현은 술병을 들고 초점이 흐려진 샤르마 커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샤르마 커. 위대한 당신의 인도를 위해 한 잔 더!”하현은 샤르마 커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핑계를 댔다.샤르마 커는 부들부들 떨며 절망적인 눈빛을 보였지만 하현이 건네주는 잔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샤르마 커는 미칠 것 같았다.이렇게 잘 마시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이런 판국에 작전은 무슨 작전이고 계략은 무슨 계략인가!그 모든 계획들이 우스갯소리로 변했다!샤르마 커는 이미 온몸이 나른해지고 위벽이 뜨거워서 계속 마시면 죽을 것 같았다.그러나 하현은 그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술 잔을 건네며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자자, 샤르마 커, 위대한 샤르마를 위하여 한 잔 더!”눈빛이 흐릿해진 샤르마 커는 술잔을 받아 반쯤 마시다가 끝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꽈당'하고 쓰러졌다.샤르마 커가 쓰러지는 순간 하현은 술잔을 버리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3년 동안 종군하면서 그는 일찍이 술을 물처럼 마시는 능력을 연마했었다.그가 이 정도로 취할 리 있겠는가?룸 안을 천천히 둘러보던 하현은 남은 술을 모두 따라 샤르마 커와 차현의 입에 부었다.샤르마 커는 술을 마시기는커녕 숨도 쉬기 힘들었다.처음에 걱정이 앞섰던 설유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하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스무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을 한 사람도 남겨두지 않고 고꾸라지게 만들었고 결국 혼자 우뚝 섰다.정말 무섭다!이보다 더 대단할 수 없었다!“형부, 어떻게 한 거예요?”설유아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하현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형부, 괜찮아요?”“취했어요?”“난 괜찮아. 어서 택시나 불러.”하현이
다음 날 오전, 무성 황금 회사.설은아는 밤새 야근한 후 초췌한 모습으로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최희정 때문에 도끼파 본거지가 아닌 회사에 있는 방 한 칸을 치우고 임시로 거처하고 있었다.휴게실로 돌아온 설은아는 먹을 생각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일단 죽 한 그릇을 주문했다.무성 황금 회사의 경영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복잡한 장부를 보는 것 외에 회사의 흩어져 있는 주주들과 실세들을 상대하기가 꽤나 까다로운 일이었다.설은아가 지금 주식의 70%를 장악하고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흩어진 주주들 하나하나가 다 만만치가 않았다.게다가 무성의 상류층들은 태생적으로 외부인을 적대시하는 성향을 띠고 있어 요 며칠 동안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들은 모두 하현이 자신을 위해 힘들게 쟁취해 준 것이란 걸 설은아는 모르지 않았다.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 가지고 있던 장부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하현이 무성 황금 회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그녀에게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로서도 강력한 지위를 행사할 수 없을 것이다.“쾅!”바로 그때 회사 문이 굉음을 내며 거칠게 열렸다.그 소리에 놀란 설은아가 벌떡 일어섰다.“뭐 하는 거예요?!”“앗!”설은아의 목소리에 경호원들이 놀라 달려왔지만 거칠게 들어온 예닐곱 명의 젊은 남녀들에게 뺨을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예닐곱 명의 남녀들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설은아를 노려보았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머리를 빨빨 민 요승이 두 명 서 있었다.그들은 노란 승복을 입고 고승의 모습을 하고 서 있었지만 그들이 한 짓은 마치 도적들과도 같았다.무엇보다 이들의 시선은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여인에게 쏠려 있었다.검은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은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기세등등하게 설은아를 노려보았다.이 여인은 바로 인도상회 이해나였다.그녀는 지금 사람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