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루는 깜짝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물끄러미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하현,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기술을 국가에 공헌하는 건 당연해요. 당신을...”“루돌프, 너무 지나친 말씀입니다.”“의술은 잘 모르고 살인술만 알 뿐입니다!”“학술에는 순서가 있고 예술에도 전문성이란 것이 있습니다.”“난 운이 좋아서 잘하는 분야에서 다행히 사람을 구했을 뿐이에요.”하현은 영지루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루돌프를 일으켜 세웠다.“어르신이 이 병을 앓은 지 오래되셨기 때문에 비록 지금 병의 원인을 제거했다고 해도 기력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동안 보양을 잘 해야 하구요.”“이후 어르신의 회복에 대해선 당신한테 부탁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하현은 돌아서서 떠났다.잘나가는 집안의 곱게 큰 여식에게 하현은 일일이 대꾸할 의사가 없었다.하현이 아니라도 영지루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눈먼 귀족 공자들은 얼마든지 많을 테니까.하현은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1호 정원에서 이들을 만났다는 것으로 무성에서 하현의 인맥이 또 한층 넓어진 것이다.전에는 만 씨 집안 만천우만이 그에게 고분고분했다면 아마 지금쯤 당당하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현을 대했던 만천구조차 순한 양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하현은 그런 세세한 것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만진해를 구한 것은 순전히 만천우의 체면을 위해서였다.하현은 만진해가 젊었을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사람이 만년에 편안하게 지내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도끼파 본거지에 돌아온 하현은 주변의 어두운 불빛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처음에는 이곳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만 씨 가문의 저택을 보고 나니 비교가 되었던 것이다.하현은 무성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1호 정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만천우에게 부탁해 설은아가 오래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1호 정원
”초대한 사람이 남자야? 여자야?”하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당연히 여자죠!”설유아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난 이미 어른이에요.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그것도 몰라요?!”“남자가 초대했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거예요!”“오늘은 무성 비즈니스 업계에서 신분이 두터운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어요.”“오늘 오후에 우리 회사에 와서 비즈니스 상담하던 사람이 마침 오늘 이 모임의 주최자여서 날 초대한 거예요.”“언니가 무성에서 단단히 자리잡으려면 이런 자리도 거절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흔쾌히 승낙했구요!”“하지만 이곳은 낯선 곳이잖아요.”“그래서 형부한테 함께 가 달라고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이쯤 되자 설유아의 표정은 애처롭게 구걸하는 얼굴이 되었다.“형부, 어차피 무성은 형부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그렇다고 항상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구요!”“사람들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사업을 하려면 두루두루 잘 지내 놓아야 한다고들 하잖아요.”“오늘 밤은 우리가 언니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두 손 걷어붙였다고 생각해요, 형부?”설유아는 하현의 두 손을 번쩍 들어 흔들기 시작했다.하현은 마치 벌을 서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하현은 스스로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피식하고 웃었다.“됐어. 보아하니 오늘 그 모임은 부잣집 자제들이 모여 놀고 마시는 자리가 될 것 같은데.”“처제 혼자 가. 난 안 가!”“한여침한테 얘기해서 경호원 몇 명 붙여 달라고 할게.”설유아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형부, 한여침이 보낸 사람들은 딱 봐도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게 생겼잖아요. 옆에 있으면 다들 날 어린애 취급할 거라고요.”“싫어요!”“형부가 나랑 같이 가 줘야 나중에 내가 언니한테 좋은 얘기라도 해 줄 거 아니에요!”“난 알아요. 형부가 우리 언니와 이혼하는 것을 주저한다는 걸요. 많이 아쉬워하시잖아요!”“형부는 사실 언니와의 관계를 개선해서 재결합
이해나는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으며 매혹적인 눈매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한기가 가득했다.그녀의 눈빛을 보아하니 설유아가 자신의 초대에 응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어 일부러 마중 나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이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해나를 쳐다보았다.“설유아, 당신이랑 함께 일하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이런 자리에 초대했어요.”“내가 너무 지나쳤나요?”하현의 팔짱을 끼고 있던 설유아의 다정한 모습에 이해나의 매혹적인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우리 상류층 만찬에 외부인을 데리고 왔군요.”“샤르마 커가 알면 기분 나빠할 텐데.”“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좀 골치 아프거든요!”샤르마 커?인도 특유의 성 씨를 듣자 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해나를 바라보았다.이제야 하현은 설유아가 왜 자신을 이 모임에 데리고 가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아마도 방패막이가 필요했던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하현은 화가 나지 않았다.하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사건에 관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인도인이란 얘기를 아침에 만천우한테서 전해 들은 터였다.겉으로 보기에 상대방은 설유아를 노리고 온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하현은 인정과 도리에 따라 스스로 이 방패막이가 되기로 했다.설유아는 지금 이해나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는지 방긋 웃으며 말했다.“그냥 친구들 모임인 줄 알았어요. 하현은 내 형부이자 가장 친한 친구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같이 왔죠.”이해나는 하현은 매섭게 쳐다보았다.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인도상회 사람이라 당연히 하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듣자 하니 그들의 브라흐마 아부와 가까운 용이국조차도 하현의 손에 당했다고 들었다.다만 그녀는 최희정과 접촉한 적은 있었다.최희정의 말에 의하면 하현은 대구 정 씨 집안의 세력과 설은아의 지위를 믿고 무성에 와서 제멋대로 위세를 떨쳤다고 했다.
이해나가 보기에 샤르마 커는 훤칠한 키에 특이한 향까지 풍겨 딱 봐도 지위가 높은 사람 같았다.게다가 그의 가문은 인도에서도 명실상부한 집안에 복제약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사람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실력과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한 샤르마 커가 카스트의 속박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업적은 더 높았을 것이다.더욱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브라흐마 아부도 그를 매우 중히 여긴다는 점이다.브라흐마 아부는 인도상회의 부이사장이다!이런 사람들이 샤르마 커를 아낀다는 건 많은 것을 시사한다.한마디로 하현과 샤르마 커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사이다.비교할 만한 가치도 없다.이해나는 하현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샤르마 커의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그녀는 하현이 가지 않으면 안 가겠다는 설유아의 완강한 태도를 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현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형부, 차에 타세요.”이해나의 표정을 본 설유아는 다소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사실 설유아는 무성 상류층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게다가 하현의 보호까지 받았으니 이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설유아는 하현을 끌고 뒷좌석에 앉았다.이해나는 ‘쾅'하고 문을 사납게 닫으며 하현을 힐끔 쳐다본 후 액셀을 거칠게 밟아 도로를 질주했다.차는 곧 프라이빗 클럽 입구에 도착했다.비록 무성은 고원에 있는 도시긴 했지만 이 프라이빗 클럽은 이남의 건축이 자아낼 법한 정취를 담고 있었다.하나의 큰 뜰 안에 또 다른 뜰이 있었다.중간중간 물이 흐르는 개울 위로 작은 다리들이 놓여 있는 것이 딱 봐도 고급스러운 풍취가 느껴졌다.문에 들어섰을 때 이해나는 설유아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했고 자신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 하현을 막았다.“하현, 맞죠?”“당신은 분수도 몰라요?”이해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강한 카리스마를 풍겼다.“분수를 모르다니요?”하현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이해나는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
”오늘 설유아를 이곳에 데려온 것은 인도에서 온 샤르마 커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구요!”“이 일도 최 여사님께 벌써 승낙받은 거구요!”“당신이 나타난다면 샤르마 커가 기분이 몹시 언짢을 거예요!”이해나는 까칠한 얼굴로 퍼붓듯이 말했다.“그러니까 여기서 꺼져요!”“여기 십만 원 줄 테니까 어서 택시 타고 가서 배달이나 시켜 먹어요!”“남은 돈은 내 성의로 쳐요!”잠시 후 이해나는 핸드백에서 십만 원을 꺼내 바람에 휙 날렸다.하현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이때 방금 안으로 들어갔던 설유아가 돌아왔다.“하현, 왜 아직도 안 들어와요?”설유아가 직접 와서 하현의 손을 이끌었다.하현이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하현이 속이 안 좋아서 밥을 안 먹겠다고 하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요.”이해나는 하현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얼른 끼어들었다.이해나는 오늘 일을 성사시키려고 눈에 불을 켠 것 같았다.그리고 나서 그녀는 다시 삼십만 원을 꺼내 하현 앞에 내던졌다.“십만 원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보죠?”“여기 삼십만 원이에요!”이해나는 자신이 좀 더 대범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무렇게나 돈을 내놓았다.설유아는 하현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하현, 어디 몸이 안 좋아요?”“병원까지 데려다줄까요?”“아니, 처제를 보니 아픈 것도 다 나았어.”“처제가 내 만병통치약이네!”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이해나를 무시한 채 설유아에게 고개를 돌렸다.“같이 들어가자구.”“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는데 오늘은 실컷 먹어야겠어.”말을 하면서 하현은 설유아의 손을 꼭 잡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설유아는 얼굴을 살짝 붉혔지만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하현의 손을 꽉 잡았다.손을 잡고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이해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화가 나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할 뻔했다.“개자식! 체면을 세워 줄 때 챙겼어야지! 기회를 주는 데도 꾸역꾸역 거절하시겠다?! 흥!”
이해나는 고개를 바짝 엎드린 채 샤르마 커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늦게 와 흥을 깨뜨려서 정말 죄송해요.”“하하하, 해나. 그게 무슨 말이야?”“늦긴 뭐가 늦어?”샤르마 커는 샴페인을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설유아에게 뜨거운 시선을 돌렸다.“이분이 바로 당신이 말한 그 설유아 씨?”“네, 맞아요.”이해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대하 10대 가문인 대구 정 씨 가문의 아홉 번째 방주인 설은아의 동생이죠.”“요즘 핫한 인플루언서에 연예인이죠. 게다가 대학생이라 아직 순수미가 살아 있어요!”“샤르마 커, 오늘 밤 아주 복받으신 겁니다.”“그렇군. 설유아, 안녕하세요.”샤르마 커는 오른손을 내밀며 능글능글한 미소로 설유아를 바라보았다.“난 샤르마 커예요. 인도 샤르마 가문에서 왔죠.”“당신이 인도 카스트 제도에 대해 잘 모를 테니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우리 가문은 타고난 장사꾼이죠. 부자란 얘기고요. 대충 이해하겠죠?”“앞으로 잘 부탁해요!”손을 내민 샤르마 커는 환한 미소와 뜨거운 눈망울에 숨이 가빠질 정도였다.설유아의 하얗고 예쁜 얼굴은 인도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상위 카스트에서 독차지했을 것이다.샤르마 가문까지 내려올 리가 없다.그래서 지금 샤르마 커는 자신의 뜨거운 욕망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설유아를 유린하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서 들끓었다.브라흐마 아부가 오늘 밤 준비한 이 임무와 선물이 그는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샤르마 커, 안녕하세요.”하지만 설유아는 샤르마 커가 예상하는 것처럼 손은 내밀지 않고 미소로만 답하며 여전히 하현의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만나서 반갑습니다.”“저도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이분은 내 남자친구 하현입니다.”설유아도 바보가 아니었다.사회생활이 몇 년째인데 이런 분위기를 읽지 못할 수가 있겠는가?그녀는 진작부터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뭐?”“전 형부?”“방패막이?”“아, 그렇구나. 이거 참 재미있군요.”샤르마 커는 그제야 깨달은 듯 하현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전 형부라.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할 때가 많아요.”“당신네 대하인들은 때에 따라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자가 현명한 자라고 하더군요.”“당신은 현명한 자가 되기는 글렀구요.”“그래서 내가 충고 한마디 하는데, 웬만하면 나서지 마세요.”“그렇지 않으면 당신 같은 하찮은 사람은 발버둥을 쳐 봐야 시신도 수습하기 힘들어요.”샤르마 커는 담담하게 아무 일 아닌 듯 말했지만 말 속에는 위협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설유아가 하현의 팔짱을 낀 채 그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자 샤르마 커는 질투와 증오의 감정에 휩싸이고 있었다.이때 설유아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하현은 정말로 내 남자친구예요!”“당신들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가소로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부잣집에서 온 사람들이 여자 등이나 처먹고 사는 데릴사위를 온전히 봐줄 리 만무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연인 같지가 않은데 설유아가 완전히 헛다리 짚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누가 믿겠는가?“설유아,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농담 그만해요.”샤르마 커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어떻게 이런 사람과 연인이 될 수 있다는 거죠?”“두꺼비가 어떻게 백조 고기를 먹을 수 있겠냐고요?”샤르마 커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사람과 연인 관계를 맺고 싶겠어?말도 안 돼!“쪽!”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설유아의 작은 허리를 바짝 당겨 감싸 안은 후 그녀의 얼굴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다.그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어떻게 먹냐고요? 이렇게 하면 되죠? 그게 뭐 어렵다고.”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 말을 잇지 못했
하현의 말을 들은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아무리 해도 설유아 같은 멋진 여자가 하현 같은 하찮은 남자와 연인 관계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마치 자신이 한 말이 진실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려는 듯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샤르마 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못한다는 거 알아요. 만약 그렇다면 내가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이죠!”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유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입술에 뽀뽀를 했다.하지만 이는 영화처럼 약간의 눈속임을 덧붙인 것이었다.겉으로는 두 사람의 입이 맞닿는 것처럼 보였지만 얼굴만 살짝 스쳤을 뿐이었다.그래도 이 광경은 사람들을 놀래키기 충분했다.설유아는 깜짝 놀라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이 모습을 자신의 언니나 엄마가 보기라도 한다면 아마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최희정은 자신의 큰딸에 이어 막내딸까지 하현과 엮이는 꼴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더군다나 이건 양다리나 마찬가지였다.“개자식, 당신 미쳤구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말끔하게 머리를 넘긴 인도 남자가 앞으로 나와 하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당신네 대하인들은 우리 인도에 비하면 기껏해야 발아래 보일까 말까 한 존재들이라고!”“그런데 지금 감히 당신이 우리 샤르마 커의 여자를 빼앗다니!”“머리에 총 맞았어?”“이렇게 예쁜 여자는 높은 지위의 남자랑만 어울린다고!”“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따위 짓이야? 감당할 수 있어? 먹여 살릴 수 있냐고? 지킬 수 있냔 말이야?”현장에 있던 남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말에 동의했다.인도는 대하와 급이 다른 나라라고 생각한 것이다.대하의 여인들은 일찍이 독립이라는 개념을 배웠지만 인도의 여인, 특히 아름다운 여인은 항상 권력자의 부속품이나 노리개였다.계급이 낮은 사람은 예쁜 여자를 곁에 둘 자격조차 없다.일시적으로 얻었다고 해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