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의 세심한 진료가 끝났고, 슬기의 얼굴은 단순한 외상에 불과해 열흘 보름 정도만 쉬면 회복이 될 것이다. 김겨울의 부상도 심하지 않아 2-3일 정도 쉬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이런 몰골로는 출근 할 수 없었고, 집에서 안정을 취해야 했다. 슬기는 겨울과 함께 가서 치료받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요 며칠 하엔 그룹의 일은 하현 밖에는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일 주일 뒤 김겨울은 다시 출근을 했지만 슬기는 며칠 더 쉬어야 했다. 지금 김겨울은 회장비서의 일에도 어느 정도 이해가 있어 슬기의 지시로 잠시 업무를 인계 받기 시작했다. 회장 사무실에서 하현이 서류를 보고 있는데 김겨울이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들어와 초대장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회장님, 제주에 있는 안씨 집안이 이곳 서울에서 골동품 품평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안흥섭 대가가 직접 주관하는 것으로, 그들이 보낸 초대장으로 보이는데 회장님 참석하시겠습니까? 하현은 어리둥절했다. 안수정이 요 며칠 제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었나? 어째서 갑자기 또 골동품 품평회를 한다는 거지? 김겨울이 나가자, 하현은 바로 안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수정 아가씨, 안씨 집안이 왜 갑자기 서울에서 골동품 품평회를 하려고 하는 거죠?”하현은 궁금한 듯 입을 열었다. 전화 반대편의 안수정은 끝내 하현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마음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이 처녀가 요 며칠 너한테 적극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너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겠지? 만약에 내가 할아버지에게 골동품 품평회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면 너는 내가 떠나기 전에 배웅할 준비도 하지 않았을 거잖아. 사실 하현은 요 며칠 회사일로 너무 바빠서 안수정이 간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잠시 이를 악문 뒤에 안수정은 쓸쓸하게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께서 뜻밖에도 서울에서 값진 골동품 하나를 발견하셨대요. 또 서울에서 할아버지 옛 친구의 초청을 받아 품평회를 바로 여신 거예요.
설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쳐다봤다. 안씨 집안이 이미 하엔 그룹의 새 회장을 골동품 품평회에 정식적으로 초대했다는 것을 다들 들어본 적이 있었다. 현재 서울 일류 가문들은 벌써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설씨 집안은 예전처럼 초대장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안씨 집안의 눈에 아직 들지 못한 게 분명하다. 제주의 일류 가문인 안씨 집안이 서울에 나타나면 더할 수 없이 높은 가문이라 모든 가문이 우러러봐야 할 존재이다. 안씨 집안의 골동품 품평회에 초대 받는다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었다. 설씨 집안은 올해 비록 조금 성과가 있긴 했지만 안씨 집안의 눈에 들진 못해 조금 힘에 겨웠다. 하지만 설씨 집안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지만 대표 설씨 어르신의 생각은 달랐다. 이 때 그는 손을 뻗어 탁자를 두드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올해 우리 설씨 집안은 어쨌든 약간의 성과가 있긴 했습니다. 쇼핑몰 프로젝트, 하엔 그룹과의 합작은 우리 설씨 가문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말해줍니다.”“하지만 안씨 집안은 너무 높아서 우리 밑의 사람들을 내려다보지 않겠지만, 우리도 우리 자신을 낮춰서는 안됩니다. 민혁, 은아. 너희 두 사람이 우리 설씨 가문을 대표해서 안흥섭 어르신이 계신 곳에 방문해라. 듣기로 그는 경치 좋은 별장에 사신다고 하더라.”설씨 어르신은 이 골동품 품평회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가 직접 안흥섭이 지내는 곳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안흥섭이 그들을 만날 확률이 너무 낮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아랫사람이 가서 못 만나면 그래도 웃어 넘길 수 있지만 그는 설씨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이라 거절을 당하면 체면을 되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설민혁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전에 회장 자리를 요구했어도 설씨 어르신이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이런 망신 당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설민혁은 설씨 가문의 부사장인데 어떻게 그렇게 망신을 당하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설씨 어르신이 입을 여셨기
“난 아무 의미 없어. 다만 은아 네가 지금 이렇게 대단하니 그렇게 많은 귀찮은 일들도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거지. 이렇게 작은 일이 너를 어렵게 할 수 있겠어?” 설민혁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맞아! 민혁의 말이 맞아. 지금 밖에서는 은아 네가 우리 설씨 집안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야. 결국 지금 서울에서 너만 하엔 그룹의 투자를 가져왔잖아!”“은아가 나서면 틀림없이 성공할거야!”“은아야. 우리가 너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야. 때로는 스트레스가 원동력이 될 수도 있어. 그래야 너도 전력투구할 수 있지!”“……”일부러 설은아를 곤란하게 하려는 설민혁의 말을 듣고 설씨 가족들은 일제히 맞장구를 쳤다. 어쨌든 이 창피한 일이 자기에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그만이고, 게다가 설은아가 요즘 회사의 재무 관리를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어 많은 설씨 집안 사람들이 회사 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모두 익숙하지 않았다. 이렇게 설은아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누가 놓치려 하겠는가?“자, 다 입다물어!”이 자리에서 설씨 집안에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사람은 설씨 어르신 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설민혁을 도와 설은아를 압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곤란하게 만드는 성질을 고쳐먹고 설은아를 보며 말했다. “은아야, 네가 가봐. 최선을 다한다면 실패해도 돼. 나도 너를 탓하지 않을게.”설씨 어르신은 설은아가 가겠다고 하면 설씨 집안에 아직 한 가닥 기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설은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은 그녀를 잘 구슬려야 했다. 설은아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씨 어르신이 저럴수록 부담이 커졌다. 일단 이 일이 실패하면 설민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압박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는 설씨 어르신도 때가 되면 갑자기 돌변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희정도 비할 데 없이 힘든
“하하하하”“웃겨 죽겠네. 이 녀석 진짜 갈수록 허풍이 심해지네! 이런 상판대기를 그것도 큰 딸 안수정이 직접 초대했다고?”“하현, 너 정말 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쇼핑몰 거물? 아니면 기업의 우두머리? 안수정이 너를 직접 초대했다고 네가 그렇게까지 과장하면서 허풍을 떨지 않으면 안되겠니?” “하현, 너 아예 하엔 그룹의 회장이라고 계속 말하지 그래? 안씨 집안 초대장을 회장 사무실로 보내달라고 시원스럽게 말해. 그럼 우리가 다 네 말을 믿을게. 하하하……”비아냥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설씨 집안 사람 모두 다 웃고 떠들었다. 이 데릴사위는 너무 뻔뻔해서 모두가 이런 말들을 내뱉었다. 이렇게 비웃음을 당하는데도 하현은 오히려 담담하기 짝이 없었다. 허풍인지 장난인지 그는 자신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이 때 은아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현이 허풍을 떨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본래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 적이 없다. 이전에 그는 《부춘산거도》를 감정했었다. 안수정과 내기를 했었고 결국 안수정에게 팔았다. 그걸 고려한다면 안수정이 직접 나서서 그를 초청 했다고 해도 그럴 듯 해 보였다. 하지만 설은아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수정과 같은 큰 가문이 하는 일은 전부 자신의 이익을 보고 하는 거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현이 물건은 감정하는데 약간의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성적으로 따지면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는 이런 품평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알기론 이번 안씨 집안이 초대한 것은 모두 서울의 일류가문과 기업이다. 이 사람들 조차도 안씨 집안의 초대를 받았을 뿐 안수정이 직접 초대 했을 리 만무하다. 옛날 같았으면 설은아가 이 때쯤 하현을 도와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그렇게 하지 않고 조용히 설씨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을 듣기만 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 설
보아하니 설은아가 정말 데릴사위를 버리고 조력자가 될 남편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순간, 설민혁의 경계심은 극에 달했다. “할아버지, 정말 하현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도록 놔두실 건가요? 어쩌면 그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이 일을 망칠지도 몰라요. 그렇게 해야 우리 설씨 가문의 위신이 어떤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을 거예요.” 설민혁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설씨 어르신은 그를 차갑게 쳐다봤다. 이때까지 설은아를 공격한 것은 그만큼 설민혁의 마음이 편협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설민혁의 말이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시라도 정말 설은아가 은밀히 지시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때 설씨 어르신은 속으로 설은아를 더욱 경계했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하현, 여기는 공적인 일을 상의하는 곳이야. 네가 연기를 하려고 한다면 바로 나가라.”“할아버지, 제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말씀 드린 것은 사실입니다.”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이런 쓸모없는 놈이라는 걸 계속 눈뜨고 보고 있기가 힘들다. 네가 안씨 집안의 큰 딸 안수정에게 직접 초대를 받았다고? 증거 있어? 기생오라비 같은 게 증거냐?”설민혁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씨 집안에서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시나 봐요.”하현이 말했다. “너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너 같이 쓸모없는 놈을? 네가 화장실 청소 하는 걸 맘에 들어 하시나? 아니면 네가 데릴사위가 된걸 좋아하시나? 네가 안씨 집안 데릴사위가 되길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설민혁은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우리 설씨 가문이 어떻게 너같이 바보 같은 데릴사위를 데려왔을까? 너의 이런 말들이 우리 설씨 집안 내부에서 나왔으니 망정이지 밖으로 새어 나가기로도 했어 봐. 우리 설씨 집안은 바로 서울시 전체에서 아니, 강남 전역에서 웃음 거리가 됐을 거야!”설민혁은 경멸하는
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주변 시야에 들어오는 은아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작은 한숨을 쉬었다. 만약 방금 내 말을 네가 몇 마디 거들어 주었다면 그들의 태도가 달라졌을까? 내가 뭘 위해 일어났는지 너는 모르겠니?하현은 마음이 좀 아리송했다. 사실 은아 역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요 며칠간 그녀는 몰래 서연을 몇 차례 찾아갔었다. 국민 첫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모든 환자들을 온유하고 원래 알던 사이인 것처럼 대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칼 같다고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하현을 전혀 상대할 수가 없었고 그를 위해 어떤 좋은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연애 중인 여자는 IQ가 제로라고 하지만, 질투하는 여자의 IQ는 마이너스가 된다. 한 가지 원인은 설은아가 3년 동안 이미 하현을 자신의 소유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소유물을 양보할 수 있겠는가? 너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너는 설명하기가 어렵니?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너는 해명하기가 어려운 거니? “은아야, 너는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안씨 대가를 찾아 뵈라. 명심해. 반드시 겸손한 태도여야 한다. 나는 벌써 선물을 준비해놨어!”설씨 어르신은 확고했다. 어떤 사람에게도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때 설씨 집안 하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들어와 설씨 어르신께 절을 하며 말했다. “어르신, 문 밖에 누가 왔습니다. 안씨 집안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들여보낼까요?”설씨 어르신은 ‘탁’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안씨 집안 사람이라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안씨 집안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설씨 집안에 왔을까? 어렵사리 안씨 집안이 설씨 집안을……그러자 설씨 어르신은 격양된 표정으로 말했다.“빨리, 빨리 들어오시라고 해!”얼마 지나지 않아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초대장 한 통을
설씨 어르신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초대장을 받아 들고는 그 중년 남자를 떠나 보내고도 한 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전에도 안씨 집안은 서울에서 골동품 품평회를 한 번 열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설씨 집안은 참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결국은 버려진 개와 같았다. 설씨 어르신은 이 일로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것이 이번 골동품 품평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오늘 안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주다니, 이것은 이 집안에 엄청난 큰 돌파구가 되었다. 심지어 서울에 있는 모든 이류 가문들 중에 오직 설씨 가문만 한 걸음 더 도약하게 된 것이다. “설씨 집안이 마침내 고비를 넘겼구나! 우리는 벌써 안씨 집안의 허락을 받았어!” 설씨 어르신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어떤 요구가 있는지 빨리 봐보세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지요!”설민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들떠 있었다. 비록 그는 지금 설씨 가문의 부사장이지만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일류 가문 사람과 마주치면 굽실거려야 했다. 그가 이미 예약해 놓은 자리라고 해도, 그가 마음에 두는 여자라도, 만약 이 사람들이 원한다면 그는 그저 웃으면서 보내줘야 했다. 심지어 이 사람들의 계산서까지 적극적으로 지불해야 했다. 억울하다! 설민혁은 고집이 센데 그런 굴욕적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방법이 없다. 일류 가문은 설씨 가문보다 힘이 있기에 그는 그것을 견뎌야만 한다!지금 설민혁은 이 초대장을 받고 일류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설씨 가문의 자리가 확고해 지면 이렇게 큰 서울에서 누가 감히 그를 굽실거리게 하겠는가? “그래 그래!” 설씨 어르신은 이 순간에도 흥분한 표정으로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초대장을 열었다.초대장에는 옷차림, 예절 등 주의사항이 표시돼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설씨 집안을 위해 10개의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는 것이다. 설씨 집안에서 이번
하엔 그룹과의 합작? 쇼핑몰 프로젝트? 이런 것들이 설씨 집안에서는 그럴 듯 하게 보였겠지만 안씨 집안이 보기에는 이게 뭐라고 보였겠는가?만약 이 정도의 일로 설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면 안씨 집안을 너무 얕본 것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안씨 집안이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보내면서까지 설씨 집안을 존중해준 이유는 간단하다. 하현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이었다. 비록 하현은 초대장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안씨 집안에서는 당연히 예의를 갖춰야 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설씨 집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내든 관계없이 결과는 하나다. 바로 안씨 집안이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이렇게 작은 지방 이류 가문인 설씨 집안은 안씨 집안의 개만한 자격조차 없었다. “할아버지, 이번에 10명 밖에 참가를 못하니 그렇다면 누가 이 골동품 품평회에 갈 수 있는지 잘 따져봐야겠죠?” 설민혁이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정원은 10명 뿐이니 묻지 않아도 그들 부자 두 사람은 반드시 정원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봐야 한다. 지금 설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얼굴로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선택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번에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골동품 품평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설씨 집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제가 이번에 가는 목적을 잊지 마세요.”설지연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번에 하엔 그룹의 새 회장을 꼬셔야 하니 반드시 정원에 포함되어야 한다. “너희 두 사람은 안심해, 누가 갈지 안 갈지 내가 심사숙고 해볼게.”설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확실히 어린 애 장난처럼 취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돌아가 신중하게 생각했다.설민혁은 이 때 하현을 바라보며 비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누가 갈지는 분명히 모르지만 확실히 못 갈 사람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