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설은아가 정말 데릴사위를 버리고 조력자가 될 남편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순간, 설민혁의 경계심은 극에 달했다. “할아버지, 정말 하현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도록 놔두실 건가요? 어쩌면 그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이 일을 망칠지도 몰라요. 그렇게 해야 우리 설씨 가문의 위신이 어떤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을 거예요.” 설민혁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설씨 어르신은 그를 차갑게 쳐다봤다. 이때까지 설은아를 공격한 것은 그만큼 설민혁의 마음이 편협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설민혁의 말이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시라도 정말 설은아가 은밀히 지시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때 설씨 어르신은 속으로 설은아를 더욱 경계했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하현, 여기는 공적인 일을 상의하는 곳이야. 네가 연기를 하려고 한다면 바로 나가라.”“할아버지, 제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말씀 드린 것은 사실입니다.”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이런 쓸모없는 놈이라는 걸 계속 눈뜨고 보고 있기가 힘들다. 네가 안씨 집안의 큰 딸 안수정에게 직접 초대를 받았다고? 증거 있어? 기생오라비 같은 게 증거냐?”설민혁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씨 집안에서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시나 봐요.”하현이 말했다. “너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너 같이 쓸모없는 놈을? 네가 화장실 청소 하는 걸 맘에 들어 하시나? 아니면 네가 데릴사위가 된걸 좋아하시나? 네가 안씨 집안 데릴사위가 되길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설민혁은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우리 설씨 가문이 어떻게 너같이 바보 같은 데릴사위를 데려왔을까? 너의 이런 말들이 우리 설씨 집안 내부에서 나왔으니 망정이지 밖으로 새어 나가기로도 했어 봐. 우리 설씨 집안은 바로 서울시 전체에서 아니, 강남 전역에서 웃음 거리가 됐을 거야!”설민혁은 경멸하는
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주변 시야에 들어오는 은아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작은 한숨을 쉬었다. 만약 방금 내 말을 네가 몇 마디 거들어 주었다면 그들의 태도가 달라졌을까? 내가 뭘 위해 일어났는지 너는 모르겠니?하현은 마음이 좀 아리송했다. 사실 은아 역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요 며칠간 그녀는 몰래 서연을 몇 차례 찾아갔었다. 국민 첫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모든 환자들을 온유하고 원래 알던 사이인 것처럼 대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칼 같다고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하현을 전혀 상대할 수가 없었고 그를 위해 어떤 좋은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연애 중인 여자는 IQ가 제로라고 하지만, 질투하는 여자의 IQ는 마이너스가 된다. 한 가지 원인은 설은아가 3년 동안 이미 하현을 자신의 소유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소유물을 양보할 수 있겠는가? 너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너는 설명하기가 어렵니?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너는 해명하기가 어려운 거니? “은아야, 너는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안씨 대가를 찾아 뵈라. 명심해. 반드시 겸손한 태도여야 한다. 나는 벌써 선물을 준비해놨어!”설씨 어르신은 확고했다. 어떤 사람에게도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때 설씨 집안 하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들어와 설씨 어르신께 절을 하며 말했다. “어르신, 문 밖에 누가 왔습니다. 안씨 집안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들여보낼까요?”설씨 어르신은 ‘탁’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안씨 집안 사람이라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안씨 집안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설씨 집안에 왔을까? 어렵사리 안씨 집안이 설씨 집안을……그러자 설씨 어르신은 격양된 표정으로 말했다.“빨리, 빨리 들어오시라고 해!”얼마 지나지 않아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초대장 한 통을
설씨 어르신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초대장을 받아 들고는 그 중년 남자를 떠나 보내고도 한 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전에도 안씨 집안은 서울에서 골동품 품평회를 한 번 열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설씨 집안은 참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결국은 버려진 개와 같았다. 설씨 어르신은 이 일로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것이 이번 골동품 품평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오늘 안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주다니, 이것은 이 집안에 엄청난 큰 돌파구가 되었다. 심지어 서울에 있는 모든 이류 가문들 중에 오직 설씨 가문만 한 걸음 더 도약하게 된 것이다. “설씨 집안이 마침내 고비를 넘겼구나! 우리는 벌써 안씨 집안의 허락을 받았어!” 설씨 어르신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어떤 요구가 있는지 빨리 봐보세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지요!”설민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들떠 있었다. 비록 그는 지금 설씨 가문의 부사장이지만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일류 가문 사람과 마주치면 굽실거려야 했다. 그가 이미 예약해 놓은 자리라고 해도, 그가 마음에 두는 여자라도, 만약 이 사람들이 원한다면 그는 그저 웃으면서 보내줘야 했다. 심지어 이 사람들의 계산서까지 적극적으로 지불해야 했다. 억울하다! 설민혁은 고집이 센데 그런 굴욕적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방법이 없다. 일류 가문은 설씨 가문보다 힘이 있기에 그는 그것을 견뎌야만 한다!지금 설민혁은 이 초대장을 받고 일류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설씨 가문의 자리가 확고해 지면 이렇게 큰 서울에서 누가 감히 그를 굽실거리게 하겠는가? “그래 그래!” 설씨 어르신은 이 순간에도 흥분한 표정으로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초대장을 열었다.초대장에는 옷차림, 예절 등 주의사항이 표시돼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설씨 집안을 위해 10개의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는 것이다. 설씨 집안에서 이번
하엔 그룹과의 합작? 쇼핑몰 프로젝트? 이런 것들이 설씨 집안에서는 그럴 듯 하게 보였겠지만 안씨 집안이 보기에는 이게 뭐라고 보였겠는가?만약 이 정도의 일로 설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면 안씨 집안을 너무 얕본 것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안씨 집안이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보내면서까지 설씨 집안을 존중해준 이유는 간단하다. 하현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이었다. 비록 하현은 초대장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안씨 집안에서는 당연히 예의를 갖춰야 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설씨 집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내든 관계없이 결과는 하나다. 바로 안씨 집안이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이렇게 작은 지방 이류 가문인 설씨 집안은 안씨 집안의 개만한 자격조차 없었다. “할아버지, 이번에 10명 밖에 참가를 못하니 그렇다면 누가 이 골동품 품평회에 갈 수 있는지 잘 따져봐야겠죠?” 설민혁이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정원은 10명 뿐이니 묻지 않아도 그들 부자 두 사람은 반드시 정원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봐야 한다. 지금 설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얼굴로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선택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번에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골동품 품평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설씨 집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제가 이번에 가는 목적을 잊지 마세요.”설지연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번에 하엔 그룹의 새 회장을 꼬셔야 하니 반드시 정원에 포함되어야 한다. “너희 두 사람은 안심해, 누가 갈지 안 갈지 내가 심사숙고 해볼게.”설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확실히 어린 애 장난처럼 취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돌아가 신중하게 생각했다.설민혁은 이 때 하현을 바라보며 비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누가 갈지는 분명히 모르지만 확실히 못 갈 사람은
다음날 서울 호텔.오늘은 서울에서 큰 날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소위 상류사회의 성대한 행사가 오늘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일류 가문 안씨 집안이 서울에서 골동품 품평회를 개최하는 날이었다. 안씨 집안의 골동품 품평회는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매번 열릴 때마다 진귀한 것들이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골동품 품평회의 규칙이 너무 높아 일반인은 전혀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한번의 이 골동품 품평회를 위해서 서울 호텔이 3일 전부터 손님을 모시지 않고 총력을 기울여 골동품 품평회를 준비했다. 오늘 초대받은 가족과 기업을 제외하고는 서울 호텔에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호텔 종업원 조차도 신중하게 선별되어 섬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이 일이 서울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큰 일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고급 차량들이 끊임없이 서울호텔 주차장에 들어섰다. 호텔 정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서울 비즈니스계의 거물급 인사들이었다.설씨 집안은 특별히 메드세데스 벤츠를 몰고 다녔는데 설동수, 설민혁과 설지연을 제외하고 설은아만 자연스럽게 내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설씨 집안의 높은 직위에 있는 핵심 인물들이었다. 이 일행은 설씨 어르신을 필두로 차에서 내렸다. 설씨 어르신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설레임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몸에 보관하고 있던 초대장을 벨보이에게 건넸고 그 후 어떤 사람이 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전문 도우미가 그들을 서울호텔의 최대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이번 골동품 품평회는 골동품을 품평하는 것 외에 대형 만찬회가 있었다. 설씨 집안 10명이 마침 큰 탁자 하나를 차지했고 근처에 다른 외부인은 없었다. 그만큼 안씨 집안이 그들을 중시했다는 얘기다.이 장면은 설씨 할아버지를 흥분시켰는데, 설씨 집안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존중 받는 게 어려웠다. 연회장의 좌석 배치는 단상에서 가까울수록 안씨 집안인 그들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설씨 가문은
“은아야, 그 사람은 아무리 그래도 네 남편이야.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너는 나중에 그가 설민혁 앞에서 어떻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그를 일깨워 줘야 돼. 그렇지 않으면 너도 말려들어 너희 두 사람은 쓸려 나가야 돼. 그럼 안 좋잖아!”설지연은 ‘친절한’ 얼굴을 하고 설은아를 일깨워 주었다. 설은아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가 올지 안 올지, 무릎을 꿇지 안 꿇을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어? 벌써 이렇게 빨리 그 사람이랑 관계 정리한 거야? 설은아, 너 기업의 책임자가 되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잖아. 지금 신분이 이렇게 달라졌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너도 창피 당할까 봐 겁나니? 아니면 벌써 3년이 지났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네 남편이 폐물이라는데 익숙해지지 않은 거야?” 설민혁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네가 그 사람과 이혼 할 수 있으라고 기대하지 마. 너와 그 사람의 결혼은 설 씨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 맺은 건데 누가 감히 할머니의 뜻을 존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누구든 그런 사람은 설씨 집안과 적수가 되는 거야!”이틀 동안 설민혁은 심사숙고했다. 어쨌든 하현 이 폐물과 설은아를 이혼 시켜서는 안되고 이 쓸모없는 놈이 있어야 했다. 그가 설은아의 발목을 잡는 한 설은아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민혁아 나 방금 생각났는데, 그 폐물을 매일 무릎 꿇게 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 차라리 그들 부부 두 사람을 회사 직원들 앞에서 한 번 무릎 꿇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네가 자비를 베풀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어때?”설지연은 악독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얼굴은 선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민혁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좋아. 설은아, 그가 네 남편인 걸 봐서 내가 너희 부부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게. 나한테 너무 고마워하지마!”이 순간 설민혁은 정말 의기양양했다. 설지연의 이 악독한 생각이 정말 맘에 들었다. 만약 설은아와 하현이 회사 앞에서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장택일이라는 이름의 이 노인은 서울 골동품 협회의 회장이었고, 그 뒤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는 안수정이었고, 남자는 그의 제자 장민수였다. 이 사람을 봤을 때도 하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서울 골동품계의 명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골동품 감식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안흥섭과 친분이 두터웠다. 제자 장민수는 분명 안수정에게 관심이 있었다.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초점은 안수정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수정이 하현을 보았을 때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있었고, 장민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향했을 때 그의 눈동자 속에는 더욱 강한 경각심이 생겼다. 안수정은 진정 차가운 미인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사람에게도 가식을 떨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젊은이를 마주하니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 순간 서로 소개할 필요도 없이 장민수는 벌써 하현을 경쟁상대로 삼았다. 이 때 안흥섭이 일어나 건너가서 장택일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 드디어 왔구나. 이번에는 네가 내 체면을 구기지 않을 줄 알았어.” 장택일이 웃으며 말했다. “듣기로 네가 우리 서울에서 좋은 물건을 몇 가지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가 반드시 보러 와야지. 만약 안흥섭 대가의 눈이 멀었다면 난 며칠 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쳇, 모든 일이 순조로워. 비록 내가 노안이 오긴 했지만 아직 눈이 멀 때는 아니야.”안흥섭은 한 마디 욕을 했다. 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깨달았다. 이 두 골동품계의 유명한 인물은 반드시 진정한 지교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교류방식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안흥섭의 잘 아는 동생이시죠? 듣기로는 지난번에 《부춘산거도》도 감정했다면서요?”장택일은 하현 앞에서 위아래로 몇 번을 훑어 본 후에야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가 보기에 하현은 보통 젊은이로 평범하고 특이한 점이 없었다. 어떻게
이 말을 듣고 하현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는데, 보아하니 장민수는 자신에 대한 적의가 심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에 그는 안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여자가 바로 화근이었다. 공연히 말썽만 피운다. 안수정은 하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녀의 싸늘한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하현을 향해 하나의 이모티콘 같은 윙크를 날렸다.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옆에 있는 장민수는 참다못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잡놈이 자신의 면전에서 자신의 여신에게 눈짓으로 사랑을 전하다니,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 장택일의 눈가에 비친 여광은 이러한 젊은이의 행동을 보고 참지 못했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시점부터 자기 제자는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와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은 도리에 어긋난다. 순간 그는 장민수를 힐끗 쳐다보며 가볍게 말했다. “민수야, 내가 평소에 너를 어떻게 가르쳤지? 사람은 겸손해야 돼. 자신의 능력이 없으면 아래 사람처럼 보이게 돼. 알겠어?”하지만 하현은 듣기를 거절했다. 비록 장택일이 장민수를 가르치고 있었지만 이것은 분명 자신을 폄하하는 것이었고, 장민수를 뼛속부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것이었다. “선생님, 저는 그저 아는 척 하는 사람을 보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요. 눈 먼 고양이가 죽은 생쥐를 한 번 만나보고는 자신을 감정대사라고 여기다니요! 이런 입을 가진 사람이 밖에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이런 사람의 존재는 우리 업계의 신용을 떨어뜨릴 뿐이에요!” 장민수는 불복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하현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안수정은 벌써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민수를 노려보며 말했다.“장씨, 네가 이것도 깔보고, 저것도 깔보면서 솜씨가 좀 있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가지고 있는 그까짓 솜씨는 하현에 비하면 전혀 무대에 오를 수 없어.
신사 상인 연합회 무리들은 부리나케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종여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그들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들이 하현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다니!“좋아! 돈도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사람들 괜찮군!”하현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더 올 사람 없어? 있으면 또 오라고 해!”“여기 아직 사람이 부족하거든!”종여군은 바보가 아니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걸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러니 하현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저렇게들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아니겠는가?종여군은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 뒤 부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가자!”칠팔 명의 사람들이 돌아서려던 찰나 하현이 입을 열었다.“뭐 하는 거야?”“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함부로 와서 협박 섞인 말들을 잔뜩 퍼부은 것도 모자라 공사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종여군이 이를 갈며 내뱉었다.“저쪽에 가서 사흘 동안 같이 일을 해야지. 그래야 이 일은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사람이 좋아서 먹고 자는 건 다 책임질게. 매일 16시간씩 열심히 일만 해주면 돼!”하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결벽증이 있는 종여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몇몇 싸움꾼들한테 겁 좀 줬다고 나 종여군을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LS건축자재 사람이야!”“똑똑히 들어! 지금 떠나려는 내 앞길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거야!”“참담한 결과?”하현은 웃으며 손
하현은 종여군의 말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세상사를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그래서 오늘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흥! 그럼 보여드리지!”종여군은 냉소를 흘리며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뒤이어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개자식!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요즘엔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얼뜨기들이 너무 맣아!”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왔다.“이봐! 똑바로 말해 봐! 당신 뭐야?”“난 아무 배경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건드린 적이 없었어.”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의 뒤에는 칠팔 명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이 뒤이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이야!”“우리 형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엄도훈이야!”“우리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비참하게 죽는 일 밖에 없어!”“당신이 조금이나마 내세울 명성이 있어서 날 좀 두렵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당장 저세상 문턱을 넘을 거야!”종여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어유 어떻게 해? 당신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은데!”“신사 상인 연합회? 엄도훈?”하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내 이름 알고 싶어?”“내 이름은 하현이야.”“헉!”이 말을 듣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그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뭐? 하, 하현?!”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종여군 일행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떠올리며 방금 이억 운운하며 의기양양할 때와는 딴판으로 누구랄 것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금정바닥을 휩쓸고 다닌 무리들은 방금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하현은 선글라스
”동의?”하현이 웃었다.“당신은 LS건축자재 사람에 불과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자기가 무슨 관청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지랖도 참 넓군!”“어디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종여군이 노발대발하며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당신은 설마 이 바닥의 규칙도 모르는 거야?”“이 구역의 모든 인테리어와 자재 수송은 우리 LS건축자재와 계약이 되어 있어!”“인테리어를 하려면 누구나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축자재를 구매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거니 우리한테 처벌을 받아야 해!”“알아들었어?”여기까지 말하고 난 종여군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거만하게 지시했다.하현이 싸늘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군. 내가 내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종여군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예의상 곱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저기 이봐. 정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거야?”“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 이해하도록 말했잖아?”“우리가 이 구역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고!”“우리 쪽에서 건축자재를 사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잖아!”“그렇게 안 하면 벌금 이억을 내야 해!”“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선택해!”말을 마치자마자 종여군은 동료에게 눈짓을 하며 하현에게 건축자재 가격표를 던져주라고 일렀다.하현은 그것을 들고 한 번 쭉 훑어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물건은 너무 비싸. 내가 직접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비싸군. 당신한테 안 살 거야!”“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 벌금도 내지 않을 거고.”“여기 당신들 환영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인데 이만 가 줘!”“허! 세상 물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이를 만날 줄은 몰랐네!”종여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건축자재를 사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겠다?! 간덩이가
하현은 이 상황에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는 부동산 물건을 사러 온 것이었다.제자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산전수전 다 겪은 황보동의 수가 역시 노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로부터 며칠 동안 하현은 바빠지기 시작했다.황보동은 집을 하현의 명의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하현이 준 이백억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입만 열면 스승님, 스승님이라는 말을 연발했고 돈은 일체 받으려 하지 않았다.하현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어쩌다 보니 결국 황보동을 학생으로 받아들여 겸사겸사 주역의 ‘환자결’을 전수하며 스승과 제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황보동은 보물을 얻은 듯 감격했고 당분간은 다른 사람의 풍수나 관상을 봐주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오로지 환자결을 잘 연습하는 데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그리고 장천중도 이 기회를 빌려 집복당에 머물렀고 하현에게 보다 확실하게 화자결을 배운 뒤에야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풍수관을 폐관했다.이렇게 해서 금정의 두 거대 풍수사가 잇따라 폐관하였고 하룻밤 사이에 금정의 많은 사람들은 풍수 관상을 봐주는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그로부터 며칠 뒤 황보정도 많이 회복되었다.그녀의 풍수지리술도 매우 수준이 높았으며 재능도 아주 뛰어났다.그래서 하현은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그녀에게 전수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어떻게 풍수를 보고 기운이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하현은 황보정을 이 분야의 대가로 양성해서 금정개발에 직접 내보낼 생각을 했다.이렇게 되면 금정개발은 앞으로 그가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토지를 매입할 때 절대 차질이 없을 것이다.역시 멀리 내다보고 행동하는 그의 책략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했다.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성을 듣고 집복당을 찾아 풍수 관상을 보러 왔다.특별한 일이 있어서 찾아온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길일을 잡아 행사를 진행하려는 사람들과 좋은 풍수지리의 집이나 땅
황보동은 핏기를 잃은 진홍민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한 가지만 더 말해 두지.”“이 집은 꿈도 꾸지 마!”“하현한테 줄 거니까.”“아, 안 돼요!”진홍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난 이모할아버지의 친척이에요!”“하현은 남이고요! 어떻게 외부인한테 집을 주겠다는 거예요?”“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뭐? 받아들일 수 없어?”황보동은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난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집을 물러줄 수 있어서 좋기만 하구만!”진홍민은 여전히 달갑지 않은 얼굴로 소리쳤다.“이러면 안 돼요! 하 씨 이놈은 전혀 풍수지리술을 할 줄 몰라요!”“이놈은 절대로 황보정을 살릴 수 없다고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얼굴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상상하지도 못한 전개에 그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황보정이 마침내 조용히 일어선 것이다.공허한 눈빛으로 멍하니 시선을 배회하던 그녀의 눈망울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한 게 보였다.“보여요!”“정말 보여요!”황보정은 기쁨에 겨워 눈물까지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벅찬 감동을 드러내었다.그녀는 자신의 여생을 어둠 속에서 보낼 것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겹겹이 가로막혀 길조차 없는 것 같았던 그녀의 삶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우선은 보려고 애를 쓰지 마.”하현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며칠 동안은 평소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편안하게 쉬어.”“할아버지께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안약이나 사 달라고 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 달라고 해.”“3일 후면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될 거야.”“당신이 풍수지리술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는 한 여전히 쓸 수 있을 정도는 될 거야.”“좀 더 심오한 것은 나중에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 다시 얘기해.”하현의 말을 듣고 황보정의 눈동자가 반짝반짝거렸다.하현이 자신을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풍수지리술
”쓱!”10분 후 황보동의 몸에서 번져 나온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하현이 손가락을 꼽으며 일정 거리를 걸어 나왔고 검은 기운을 훅하고 내뿜었다.검은 기운이 공기 중에 사라진 후에야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됐어요. 몇 분만 더 가만히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있으면 시력도 회복할 수 있고 기운도 회복할 거예요.”“툭!”이때 진홍민은 하현을 밀쳐내고 황보정 앞에 달려가 그녀의 몸에 있는 붉은 주사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안 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탁!”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듯 간민효가 손바닥을 뒤로 젖혔다가 진홍민의 얼굴에 세차게 내리쳤다.진홍민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몸이 날아갔다.하지만 이내 얼굴을 가린 채 기어 나와 입을 열었다.“이러면 진짜 큰일 나! 큰일 난다고!”“저 주사 흔적을 지워야 해!”“퍽!”황보동이 순간 앞으로 나서며 세차게 뺨을 후려갈겼다.그래도 진홍민은 다시 기어들었다.“이모할아버지, 왜 절 때리는 거예요?”진홍민은 언짢은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정이를 위해서예요!”“정말로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 정이를 해칠 뿐이라고요!”그녀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걸 알았지만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이백억이 걸린 문제다!그냥 날름 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녀는 중천그룹 사람이었지만 돈이 별로 없었다.이백억이라는 거금은 그녀가 돈에 쥘 수 없는 돈이었다.그녀가 데려온 사람이 황보정을 살렸든 살리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든 어쨌든 이 집은 그녀의 손에 넘어올 것이었다.그런데 하현이라는 놈이 또 나타나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만약 하현이 황보정을 살려낸다면 절대로 자신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진홍민은 자신의 오랜 노력이 이대로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정말 내가 노망이라도 난 줄 아느냐?”황보동이 차가운 얼굴로 진홍민을 노려보았
진홍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눈꺼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르르 떨렸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자신이 한없이 무시했던 데릴사위가 이렇게 강한 자였다니?!그리고 자신이 의지했었던 남자가 이렇게 나약하게 무릎을 꿇고 얼굴이 부어터지도록 만신창이가 되다니!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복잡한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던 진홍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일어나!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장천중과 장용호의 태도를 보고 잠자코 있던 하현이 결국 나서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다만 앞으로는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풍수술을 배우는 것은 겉치레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만약 오늘 자신이 마침 이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장용호의 서툰 솜씨에 황보정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장용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꼭 명심할게요! 우리 할아버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지금부터 그 말을 꼭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장용호에겐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장천중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자결은 확실히 황보정의 체내에 있는 나쁜 기운과 사악한 기운을 없앨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나 그녀의 두 눈을 뜨게 할 수는 없습니다!”“작은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하려면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작은 배의 능력이 충분히 좋아야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이치와 똑같습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화자결은 황보정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아! 화자결로도 해결 못 하는 건가?”장천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난 하 대사의 방법으로 하면 황보정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순간 장천중의 얼굴엔 제대로 영글지 못한 모자란 손자를 향한 한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그는 장용호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어느새 장용호은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볼썽사납게 부풀어 올랐다.장촌중은 장용호의 멱살을 잡고 바로 하현 앞에 내동댕이치며 무릎을 꿇었다.“대사, 용서해 주게.”“내가 잘못 가르쳤네.”“내가 이놈에게 화자결을 알려줬어!”“배움이 부족한 이놈이 자네 앞에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용서해 주게.”“제발 한 번만 봐줘!”대사?!황보동이든 장용호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장천중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홍민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라 불리며 대하 풍수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만세당 장천중이 하현을 대사라 칭하며 무릎을 꿇을 줄은!이 소식이 금정 전체에 퍼진다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이놈아, 잘 들어!”“화자결은 하 대사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신 거야!”이때 장천중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장용호의 얼굴을 내리쳤다.장용호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하현은 내 스승일 뿐만 아니라 네 조상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야!”“넌 지금 조상님에게 대드는 하극상을 보인 거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거라고! 얼른 용서를 빌어!”장천중은 배움이 모자란 손자가 황보정의 몸을 살피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자가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달려온 것이다.역시나 모자란 자신의 손자는 잘난 척 기고만장해서는 도리어 하현에게 비법을 도둑질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이 광경을 본 장천중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하무인한 짓을 할 수 있는가?이런 행동을 하면 만세당의 그 수많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라는 걸 모르
황보정은 온몸이 약간 회복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용호는 이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자, 이제 마지막 한 수를 쓰겠습니다.”“화자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거기, 당신은 좀 나가주지. 내가 하는 방법을 몰래 훔쳐볼 생각하지 말고!”“이건 우리 만세당의 독점술이나 마찬가지니까!”“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면 곤란하지!”말을 마친 뒤 장용호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하현이 떠나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독점술?”하현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장천중이 알려줬어?”“개자식! 어디서 함부로 내 할아버지 함자를 입에 올리는 거야?”“게다가 우리 독점술을 누가 알려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장용호는 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아무튼 간에 난 당신 같은 나쁜 놈은 보고 싶지 않아!”“여기서 당장 꺼져 주지 않으면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진홍민도 나서서 장용호의 말을 거들었다.“하현, 당신은 그냥 나쁜 사기꾼일 뿐이야!”“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면 장용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거야!”“왜냐하면 당신이 몰래 촬영해서 그 영상을 누구한테 팔지 모르는 일이니까!”“당신 같은 사람이 못 할 짓이 뭐야?”간민효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이 손을 가로저으며 그녀를 만류했고 이어 장용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기운을 풀어주려고 마지막 한 수로 침을 놓을 때 꼭 명심해. 반드시 주사 광물을 찍어야 해.”“풀어진 기운은 몸 안에 유입되어야 해. 공중에 함부로 흩어져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황보정은 숨이 막혀서 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