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야, 그 사람은 아무리 그래도 네 남편이야.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너는 나중에 그가 설민혁 앞에서 어떻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그를 일깨워 줘야 돼. 그렇지 않으면 너도 말려들어 너희 두 사람은 쓸려 나가야 돼. 그럼 안 좋잖아!”설지연은 ‘친절한’ 얼굴을 하고 설은아를 일깨워 주었다. 설은아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가 올지 안 올지, 무릎을 꿇지 안 꿇을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어? 벌써 이렇게 빨리 그 사람이랑 관계 정리한 거야? 설은아, 너 기업의 책임자가 되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잖아. 지금 신분이 이렇게 달라졌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너도 창피 당할까 봐 겁나니? 아니면 벌써 3년이 지났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네 남편이 폐물이라는데 익숙해지지 않은 거야?” 설민혁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네가 그 사람과 이혼 할 수 있으라고 기대하지 마. 너와 그 사람의 결혼은 설 씨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 맺은 건데 누가 감히 할머니의 뜻을 존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누구든 그런 사람은 설씨 집안과 적수가 되는 거야!”이틀 동안 설민혁은 심사숙고했다. 어쨌든 하현 이 폐물과 설은아를 이혼 시켜서는 안되고 이 쓸모없는 놈이 있어야 했다. 그가 설은아의 발목을 잡는 한 설은아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민혁아 나 방금 생각났는데, 그 폐물을 매일 무릎 꿇게 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 차라리 그들 부부 두 사람을 회사 직원들 앞에서 한 번 무릎 꿇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네가 자비를 베풀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어때?”설지연은 악독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얼굴은 선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민혁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좋아. 설은아, 그가 네 남편인 걸 봐서 내가 너희 부부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게. 나한테 너무 고마워하지마!”이 순간 설민혁은 정말 의기양양했다. 설지연의 이 악독한 생각이 정말 맘에 들었다. 만약 설은아와 하현이 회사 앞에서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장택일이라는 이름의 이 노인은 서울 골동품 협회의 회장이었고, 그 뒤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는 안수정이었고, 남자는 그의 제자 장민수였다. 이 사람을 봤을 때도 하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서울 골동품계의 명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골동품 감식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안흥섭과 친분이 두터웠다. 제자 장민수는 분명 안수정에게 관심이 있었다.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초점은 안수정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수정이 하현을 보았을 때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있었고, 장민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향했을 때 그의 눈동자 속에는 더욱 강한 경각심이 생겼다. 안수정은 진정 차가운 미인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사람에게도 가식을 떨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젊은이를 마주하니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 순간 서로 소개할 필요도 없이 장민수는 벌써 하현을 경쟁상대로 삼았다. 이 때 안흥섭이 일어나 건너가서 장택일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 드디어 왔구나. 이번에는 네가 내 체면을 구기지 않을 줄 알았어.” 장택일이 웃으며 말했다. “듣기로 네가 우리 서울에서 좋은 물건을 몇 가지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가 반드시 보러 와야지. 만약 안흥섭 대가의 눈이 멀었다면 난 며칠 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쳇, 모든 일이 순조로워. 비록 내가 노안이 오긴 했지만 아직 눈이 멀 때는 아니야.”안흥섭은 한 마디 욕을 했다. 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깨달았다. 이 두 골동품계의 유명한 인물은 반드시 진정한 지교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교류방식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안흥섭의 잘 아는 동생이시죠? 듣기로는 지난번에 《부춘산거도》도 감정했다면서요?”장택일은 하현 앞에서 위아래로 몇 번을 훑어 본 후에야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가 보기에 하현은 보통 젊은이로 평범하고 특이한 점이 없었다. 어떻게
이 말을 듣고 하현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는데, 보아하니 장민수는 자신에 대한 적의가 심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에 그는 안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여자가 바로 화근이었다. 공연히 말썽만 피운다. 안수정은 하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녀의 싸늘한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하현을 향해 하나의 이모티콘 같은 윙크를 날렸다.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옆에 있는 장민수는 참다못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잡놈이 자신의 면전에서 자신의 여신에게 눈짓으로 사랑을 전하다니,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 장택일의 눈가에 비친 여광은 이러한 젊은이의 행동을 보고 참지 못했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시점부터 자기 제자는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와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은 도리에 어긋난다. 순간 그는 장민수를 힐끗 쳐다보며 가볍게 말했다. “민수야, 내가 평소에 너를 어떻게 가르쳤지? 사람은 겸손해야 돼. 자신의 능력이 없으면 아래 사람처럼 보이게 돼. 알겠어?”하지만 하현은 듣기를 거절했다. 비록 장택일이 장민수를 가르치고 있었지만 이것은 분명 자신을 폄하하는 것이었고, 장민수를 뼛속부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것이었다. “선생님, 저는 그저 아는 척 하는 사람을 보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요. 눈 먼 고양이가 죽은 생쥐를 한 번 만나보고는 자신을 감정대사라고 여기다니요! 이런 입을 가진 사람이 밖에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이런 사람의 존재는 우리 업계의 신용을 떨어뜨릴 뿐이에요!” 장민수는 불복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하현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안수정은 벌써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민수를 노려보며 말했다.“장씨, 네가 이것도 깔보고, 저것도 깔보면서 솜씨가 좀 있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가지고 있는 그까짓 솜씨는 하현에 비하면 전혀 무대에 오를 수 없어.
나무 상자 가운데는 스틸 소재의 골동품시계가 있었는데 바로 그 유명한 롤렉스 시계였다. 이 손목 시계는 세월의 시련을 많이 견딘 듯 표면이 이미 조금 누렇게 변해 있었다. 보기 좋은 군청색으로 변해 있었고, 케이스는 세월의 흔적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새로웠다. 장민수는 비록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곧장 골동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사양하지 않고 확대경을 꺼내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반면 하현은 멀리서 몇 번 보았지만 얼굴은 큰 변화가 없는 기색이었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분명 하현은 더 대가다운 기품이 있었다. 안흥섭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안수정의 눈동자속도 이채로운 빛으로 계속 빛났다. 전반적으로 하현의 기세가 장민수의 기세보다 훨씬 대단했다. 장민수는 어찌 보면 시계 수리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쪽의 장택일은 이 광경을 보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거드름 피우는 걸 많이 배웠다.골동품 감정은 진지함과 세심함을 중시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항상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이른바 품격, 기세 때문에 때로는 눈이 멀어 평생 명성을 잃기도 한다. 하현은 이미 다 보았지만 장민수는 한 번만 더 보면 대략 30분 정도 본 것이다. 옆에 있던 안수정이 조금 귀찮아 하며 눈썹을 찡그리고 말했다. “장민수, 너 정말 할 수 있어? 안 되면 그만 둬.”장민수가 고개를 들고 미간에 의심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으나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다 봤어. 이 골동품시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아. 근데 아직 다 못 본 사람이 있는 거 아니야?”“저는 일찍 다 봤습니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자, 그럼 둘이서 먼저 판단을 좀 해봐라.”안흥섭이 말했다. “이 시계는 정말 값어치가 있습니다. 값이 적지 않습니다.” 장민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짜예요. 지하철 입구에서 파는 4만 원짜리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의 이 말을 듣고 장민
“그럼 맛있게 드세요.”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시계는 가짜예요. 게다가 너무 저급이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볼 수 있어서 감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너 정말 우습다. 이 정도로 무지하다니!”장민수는 참지 못하고 하현의 코를 가리켰다. 이 사기꾼은 정말 정도가 심하다. 이런 말까지 하다니.하현을 바라보는 안수정의 눈빛도 실망스러웠다. 이런 일에 장민수와 같은 전문가에게 지는 것이 창피한 일은 아니었지만, 하현의 태도는 오히려 너무 매너가 없어 보였다.이 때 안수정은 조금 의심이 들었다. 지금의 하현은 이전에 자신이 느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자신이 이전에 그를 잘못 본 것일까?장택일은 하현을 가볍게 힐끗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젊은이가 승부욕이 있는 건 좋지만 때로는 인정할 수도 있어야지. 고집이 세서 좋을 게 없어.”분명, 장택일도 이 골동품 시계는 진짜라고 확신했다.“아이구.”옆에 있던 안흥섭은 하현을 깊이 쳐다보고 일깨우며 말했다.“이 보게. 만약 자네가 이 골동품 시계가 가짜라고 생각한다면 설명해보게.”하현은 안흥섭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늙은 여우는 틀림없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 그가 말하지 않고, 자신을 시켜 말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분명 장택일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역시 이 늙은 여우들은 모두 다 좋은 사람들이야.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장민수가 분석을 잘해서 저도 지식이 늘었네요. 이 롤렉스 시계 안에 이렇게 많은 수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하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장민수는 참지 못하고 의기양양한 웃음을 보였다. 보아하니 이 사기꾼을 가지고 놀 수 있겠다.“하지만”하현은 눈썹을 비비며 계속 입을 열었다.“이것을 시험하는데 오류가 있어요. 이 시계가 어떤 모델인지 여러분은 알 수 있겠죠?”“롤렉스의 잠항자, 지금은 속칭 물귀신이라고 하죠. 이 시계는 물귀신 모델입니
“이……”옆에 있던 장민수도 멍해졌다. 그는 이 시계가 진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도 지금 이 시계는 가짜임에 부족함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면목이 없었다.이때, 장택일도 자신과 장민수가 너무 자만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감정하지 않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까는 내가 직접 검증에 나서지 않아서 그런 거지만 이런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면 1분도 안돼 바로 진위를 판별할 수 있어!”장민수는 지금 이를 악물고 승복하지 않는 얼굴로 자신이 졌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그가 보기에 이번에 지게 된 것은 안흥섭이 전에 설정해 놓은 조건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가짜 물건을 어떻게 잘못 볼 수 있었겠는가?하현 이 찌그러진 놈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운이 좋아서 그랬던 것뿐인데, 심지어 안흥섭도 그의 편에 서서 자신을 구덩이에 빠뜨리려고 했다.“한판 더 하면 내가 정말 이길 수 있어!”장민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는 반드시 안수정의 눈앞에서 자신이 그녀의 진정한 백마 탄 왕자임을 증명해야 했다.눈앞의 이 녀석은 한낱 빈털터리에 지나지 않는다.“더 노는 것도 좋지만 너 먼저 이 물건을 먹어 치워야 하지 않겠니?”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 장민수라는 녀석은 들어올 때부터 그를 계속 겨냥하고 있었다. 진흙 인형은 약간 촌스럽기 마련인데, 하물며 그는?“너……”장민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먹나? 지금 그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했다. 누가 방금 자신의 입을 아무렇게나 놀리라고 한 것인가?“좋아. 젊은이들이 이렇게 가끔 만나서 노는 거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내가 주최한 이 골동품 품평회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그들이 조바심을 낼 거야.”안흥섭은 적시에 입을 열었고 장민수가 난처함을 모면할 수 있게 해주었다.장택일은 하현을 깊이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이번 승부는 그렇게 신경 쓰
“제가 왜 감정을 해야 하는 거죠?”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제가 두려워한다고요? 우습네요.”하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감정은 그에게 있어서 그저 취미일 뿐이고, 또 그가 이것으로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이 업계에서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워해야 한단 말인가?안흥섭의 눈빛은 약간 굳어 있었다. 이전에 하현이 그의 초청을 거절한 후 그는 특별히 하현의 내력을 조사했었다. 조사한 결과 특이점을 찾아내지는 못했다.단지 두 가지의 가능성만 있었다.첫째, 하현은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둘째, 하현의 출생 내력은 너무 평범하지 않아서 심지어 안씨 집안도 그의 내막을 조사할 자격이 없기에 아무것도 조사할 수 없었다.하지만 안흥섭이 하현을 보통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두 번째 가능성밖에는 없다.“하씨, 강남의 하씨 집안인가? 근데 문제는 내가 듣기로는 하씨 가문에서는 1인자가 있다는 얘기는 없었는데.”안흥섭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것도 그럴 것이, 3년 전 하씨 가문에서 쫓겨날 때부터 하씨 쪽에서는 하현이 남긴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안흥섭은 제3자라, 당연히 하현에 대해 듣지 못한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안흥섭은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해 잠시 후에 내가 꺼낼 골동품은 모두 평범하지 않은 물건들이야. 만약 군중들 앞에서 지면 그 노인의 심성에 비추어 볼 때 호되게 발등이 찍히게 될 테니 너는 조심해야 할 거야.”하현은 눈을 부릅떴다. 이 일로 나를 탓할 수 있겠는가?너의 이 귀한 손녀 때문이 아니었다면 이 사제 두 사람이 나를 미워할 수 있었을까?“그래, 얘야. 내가 가서 장 어르신을 설득해줄까? 그에게 다시는 너를 겨냥하지 말라고 하면 너 역시 창피를 당하지 않을 거야.”안흥섭은 상냥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는 한 가지 요구를 들어줘야 해.”“괜찮아요.”하현이 고개를 저었다.“내가 얼마나 이 두 사람을 이길 자신이 있는지
설지연도 옆에서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 뭐가 그렇게 급해? 딱 만나게 됐을 때 무릎을 꿇어야 재미있지. 하루이틀은 조급해 하지마!”“그건 그렇네.”설민혁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가 있는데 날이 아직 멀었네. 만약 감히 그가 번복하면 나는 그의 두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오늘 밤 우리의 일을 잊지 마.”설지연은 설레는 표정과 함께 아직 아무도 없는 책상에 시선을 고정시켰다.“하엔 그룹 새 회장이 온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직도 자리가 비어 있지? 나의 미래의 남편 될 사람인데 그가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설민혁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나도 분명 늦었을 거야. 그는 강남 하씨 가문의 대표라 신분도 안씨 가문보다 높아. 그가 온다는 건 이미 안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준 건데 결국 안 오더라도 안씨 집안이 감히 그를 찾아 다니며 귀찮게 할 수 있겠어?”설지연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자신의 미래의 남편은 거만했다. 하지만 계속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이 어떻게 말을 걸 수 있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던 젊은 미녀들이 그 자리를 바라보며 꿈틀거리는 모습에 설지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희 이 방탕한 년들, 감히 내 미래의 남편을 꼬실 생각을 하다니! 나 설지연이 여기 있으니, 너희들은 기회가 없어……”설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한편 마음속으로는 하엔 그룹 새 회장이 오늘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어차피 설씨 가문은 그 회사와 합작을 하고 있으니 이후에라도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오늘 만약 그가 와서 다른 작은 아가씨들에게 발길이 먼저 간다면 그것 또한 큰 골칫거리였다. ……바로 이 때, 조용하던 연회장이 갑자기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반듯하게 앉아 있던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일어나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한치의 원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안씨 대가님 안녕하세요!”“대가님, 저의 우상이십니다!”“대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