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엔 그룹과의 합작? 쇼핑몰 프로젝트? 이런 것들이 설씨 집안에서는 그럴 듯 하게 보였겠지만 안씨 집안이 보기에는 이게 뭐라고 보였겠는가?만약 이 정도의 일로 설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면 안씨 집안을 너무 얕본 것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안씨 집안이 사람을 보내 초대장을 보내면서까지 설씨 집안을 존중해준 이유는 간단하다. 하현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이었다. 비록 하현은 초대장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안씨 집안에서는 당연히 예의를 갖춰야 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설씨 집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내든 관계없이 결과는 하나다. 바로 안씨 집안이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이렇게 작은 지방 이류 가문인 설씨 집안은 안씨 집안의 개만한 자격조차 없었다. “할아버지, 이번에 10명 밖에 참가를 못하니 그렇다면 누가 이 골동품 품평회에 갈 수 있는지 잘 따져봐야겠죠?” 설민혁이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정원은 10명 뿐이니 묻지 않아도 그들 부자 두 사람은 반드시 정원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봐야 한다. 지금 설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얼굴로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선택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번에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골동품 품평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설씨 집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제가 이번에 가는 목적을 잊지 마세요.”설지연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번에 하엔 그룹의 새 회장을 꼬셔야 하니 반드시 정원에 포함되어야 한다. “너희 두 사람은 안심해, 누가 갈지 안 갈지 내가 심사숙고 해볼게.”설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확실히 어린 애 장난처럼 취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돌아가 신중하게 생각했다.설민혁은 이 때 하현을 바라보며 비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누가 갈지는 분명히 모르지만 확실히 못 갈 사람은
다음날 서울 호텔.오늘은 서울에서 큰 날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소위 상류사회의 성대한 행사가 오늘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일류 가문 안씨 집안이 서울에서 골동품 품평회를 개최하는 날이었다. 안씨 집안의 골동품 품평회는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매번 열릴 때마다 진귀한 것들이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골동품 품평회의 규칙이 너무 높아 일반인은 전혀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한번의 이 골동품 품평회를 위해서 서울 호텔이 3일 전부터 손님을 모시지 않고 총력을 기울여 골동품 품평회를 준비했다. 오늘 초대받은 가족과 기업을 제외하고는 서울 호텔에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호텔 종업원 조차도 신중하게 선별되어 섬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이 일이 서울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큰 일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고급 차량들이 끊임없이 서울호텔 주차장에 들어섰다. 호텔 정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서울 비즈니스계의 거물급 인사들이었다.설씨 집안은 특별히 메드세데스 벤츠를 몰고 다녔는데 설동수, 설민혁과 설지연을 제외하고 설은아만 자연스럽게 내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설씨 집안의 높은 직위에 있는 핵심 인물들이었다. 이 일행은 설씨 어르신을 필두로 차에서 내렸다. 설씨 어르신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설레임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몸에 보관하고 있던 초대장을 벨보이에게 건넸고 그 후 어떤 사람이 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전문 도우미가 그들을 서울호텔의 최대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이번 골동품 품평회는 골동품을 품평하는 것 외에 대형 만찬회가 있었다. 설씨 집안 10명이 마침 큰 탁자 하나를 차지했고 근처에 다른 외부인은 없었다. 그만큼 안씨 집안이 그들을 중시했다는 얘기다.이 장면은 설씨 할아버지를 흥분시켰는데, 설씨 집안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존중 받는 게 어려웠다. 연회장의 좌석 배치는 단상에서 가까울수록 안씨 집안인 그들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설씨 가문은
“은아야, 그 사람은 아무리 그래도 네 남편이야.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너는 나중에 그가 설민혁 앞에서 어떻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그를 일깨워 줘야 돼. 그렇지 않으면 너도 말려들어 너희 두 사람은 쓸려 나가야 돼. 그럼 안 좋잖아!”설지연은 ‘친절한’ 얼굴을 하고 설은아를 일깨워 주었다. 설은아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가 올지 안 올지, 무릎을 꿇지 안 꿇을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어? 벌써 이렇게 빨리 그 사람이랑 관계 정리한 거야? 설은아, 너 기업의 책임자가 되기 전에는 이렇지 않았잖아. 지금 신분이 이렇게 달라졌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너도 창피 당할까 봐 겁나니? 아니면 벌써 3년이 지났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네 남편이 폐물이라는데 익숙해지지 않은 거야?” 설민혁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네가 그 사람과 이혼 할 수 있으라고 기대하지 마. 너와 그 사람의 결혼은 설 씨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 맺은 건데 누가 감히 할머니의 뜻을 존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누구든 그런 사람은 설씨 집안과 적수가 되는 거야!”이틀 동안 설민혁은 심사숙고했다. 어쨌든 하현 이 폐물과 설은아를 이혼 시켜서는 안되고 이 쓸모없는 놈이 있어야 했다. 그가 설은아의 발목을 잡는 한 설은아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민혁아 나 방금 생각났는데, 그 폐물을 매일 무릎 꿇게 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 차라리 그들 부부 두 사람을 회사 직원들 앞에서 한 번 무릎 꿇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네가 자비를 베풀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어때?”설지연은 악독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얼굴은 선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민혁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좋아. 설은아, 그가 네 남편인 걸 봐서 내가 너희 부부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게. 나한테 너무 고마워하지마!”이 순간 설민혁은 정말 의기양양했다. 설지연의 이 악독한 생각이 정말 맘에 들었다. 만약 설은아와 하현이 회사 앞에서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장택일이라는 이름의 이 노인은 서울 골동품 협회의 회장이었고, 그 뒤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는 안수정이었고, 남자는 그의 제자 장민수였다. 이 사람을 봤을 때도 하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서울 골동품계의 명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골동품 감식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안흥섭과 친분이 두터웠다. 제자 장민수는 분명 안수정에게 관심이 있었다.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초점은 안수정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수정이 하현을 보았을 때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있었고, 장민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향했을 때 그의 눈동자 속에는 더욱 강한 경각심이 생겼다. 안수정은 진정 차가운 미인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사람에게도 가식을 떨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젊은이를 마주하니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 순간 서로 소개할 필요도 없이 장민수는 벌써 하현을 경쟁상대로 삼았다. 이 때 안흥섭이 일어나 건너가서 장택일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 드디어 왔구나. 이번에는 네가 내 체면을 구기지 않을 줄 알았어.” 장택일이 웃으며 말했다. “듣기로 네가 우리 서울에서 좋은 물건을 몇 가지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가 반드시 보러 와야지. 만약 안흥섭 대가의 눈이 멀었다면 난 며칠 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쳇, 모든 일이 순조로워. 비록 내가 노안이 오긴 했지만 아직 눈이 멀 때는 아니야.”안흥섭은 한 마디 욕을 했다. 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깨달았다. 이 두 골동품계의 유명한 인물은 반드시 진정한 지교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교류방식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안흥섭의 잘 아는 동생이시죠? 듣기로는 지난번에 《부춘산거도》도 감정했다면서요?”장택일은 하현 앞에서 위아래로 몇 번을 훑어 본 후에야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가 보기에 하현은 보통 젊은이로 평범하고 특이한 점이 없었다. 어떻게
이 말을 듣고 하현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는데, 보아하니 장민수는 자신에 대한 적의가 심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에 그는 안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여자가 바로 화근이었다. 공연히 말썽만 피운다. 안수정은 하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녀의 싸늘한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하현을 향해 하나의 이모티콘 같은 윙크를 날렸다.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옆에 있는 장민수는 참다못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잡놈이 자신의 면전에서 자신의 여신에게 눈짓으로 사랑을 전하다니,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 장택일의 눈가에 비친 여광은 이러한 젊은이의 행동을 보고 참지 못했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시점부터 자기 제자는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와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은 도리에 어긋난다. 순간 그는 장민수를 힐끗 쳐다보며 가볍게 말했다. “민수야, 내가 평소에 너를 어떻게 가르쳤지? 사람은 겸손해야 돼. 자신의 능력이 없으면 아래 사람처럼 보이게 돼. 알겠어?”하지만 하현은 듣기를 거절했다. 비록 장택일이 장민수를 가르치고 있었지만 이것은 분명 자신을 폄하하는 것이었고, 장민수를 뼛속부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것이었다. “선생님, 저는 그저 아는 척 하는 사람을 보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요. 눈 먼 고양이가 죽은 생쥐를 한 번 만나보고는 자신을 감정대사라고 여기다니요! 이런 입을 가진 사람이 밖에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이런 사람의 존재는 우리 업계의 신용을 떨어뜨릴 뿐이에요!” 장민수는 불복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하현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안수정은 벌써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민수를 노려보며 말했다.“장씨, 네가 이것도 깔보고, 저것도 깔보면서 솜씨가 좀 있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가지고 있는 그까짓 솜씨는 하현에 비하면 전혀 무대에 오를 수 없어.
나무 상자 가운데는 스틸 소재의 골동품시계가 있었는데 바로 그 유명한 롤렉스 시계였다. 이 손목 시계는 세월의 시련을 많이 견딘 듯 표면이 이미 조금 누렇게 변해 있었다. 보기 좋은 군청색으로 변해 있었고, 케이스는 세월의 흔적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새로웠다. 장민수는 비록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곧장 골동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사양하지 않고 확대경을 꺼내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반면 하현은 멀리서 몇 번 보았지만 얼굴은 큰 변화가 없는 기색이었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분명 하현은 더 대가다운 기품이 있었다. 안흥섭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안수정의 눈동자속도 이채로운 빛으로 계속 빛났다. 전반적으로 하현의 기세가 장민수의 기세보다 훨씬 대단했다. 장민수는 어찌 보면 시계 수리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쪽의 장택일은 이 광경을 보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거드름 피우는 걸 많이 배웠다.골동품 감정은 진지함과 세심함을 중시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항상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이른바 품격, 기세 때문에 때로는 눈이 멀어 평생 명성을 잃기도 한다. 하현은 이미 다 보았지만 장민수는 한 번만 더 보면 대략 30분 정도 본 것이다. 옆에 있던 안수정이 조금 귀찮아 하며 눈썹을 찡그리고 말했다. “장민수, 너 정말 할 수 있어? 안 되면 그만 둬.”장민수가 고개를 들고 미간에 의심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으나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다 봤어. 이 골동품시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아. 근데 아직 다 못 본 사람이 있는 거 아니야?”“저는 일찍 다 봤습니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자, 그럼 둘이서 먼저 판단을 좀 해봐라.”안흥섭이 말했다. “이 시계는 정말 값어치가 있습니다. 값이 적지 않습니다.” 장민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짜예요. 지하철 입구에서 파는 4만 원짜리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의 이 말을 듣고 장민
“그럼 맛있게 드세요.”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시계는 가짜예요. 게다가 너무 저급이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볼 수 있어서 감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너 정말 우습다. 이 정도로 무지하다니!”장민수는 참지 못하고 하현의 코를 가리켰다. 이 사기꾼은 정말 정도가 심하다. 이런 말까지 하다니.하현을 바라보는 안수정의 눈빛도 실망스러웠다. 이런 일에 장민수와 같은 전문가에게 지는 것이 창피한 일은 아니었지만, 하현의 태도는 오히려 너무 매너가 없어 보였다.이 때 안수정은 조금 의심이 들었다. 지금의 하현은 이전에 자신이 느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자신이 이전에 그를 잘못 본 것일까?장택일은 하현을 가볍게 힐끗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젊은이가 승부욕이 있는 건 좋지만 때로는 인정할 수도 있어야지. 고집이 세서 좋을 게 없어.”분명, 장택일도 이 골동품 시계는 진짜라고 확신했다.“아이구.”옆에 있던 안흥섭은 하현을 깊이 쳐다보고 일깨우며 말했다.“이 보게. 만약 자네가 이 골동품 시계가 가짜라고 생각한다면 설명해보게.”하현은 안흥섭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늙은 여우는 틀림없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 그가 말하지 않고, 자신을 시켜 말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분명 장택일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역시 이 늙은 여우들은 모두 다 좋은 사람들이야.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장민수가 분석을 잘해서 저도 지식이 늘었네요. 이 롤렉스 시계 안에 이렇게 많은 수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하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장민수는 참지 못하고 의기양양한 웃음을 보였다. 보아하니 이 사기꾼을 가지고 놀 수 있겠다.“하지만”하현은 눈썹을 비비며 계속 입을 열었다.“이것을 시험하는데 오류가 있어요. 이 시계가 어떤 모델인지 여러분은 알 수 있겠죠?”“롤렉스의 잠항자, 지금은 속칭 물귀신이라고 하죠. 이 시계는 물귀신 모델입니
“이……”옆에 있던 장민수도 멍해졌다. 그는 이 시계가 진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도 지금 이 시계는 가짜임에 부족함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순간 그는 비할 데 없이 면목이 없었다.이때, 장택일도 자신과 장민수가 너무 자만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감정하지 않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까는 내가 직접 검증에 나서지 않아서 그런 거지만 이런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면 1분도 안돼 바로 진위를 판별할 수 있어!”장민수는 지금 이를 악물고 승복하지 않는 얼굴로 자신이 졌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그가 보기에 이번에 지게 된 것은 안흥섭이 전에 설정해 놓은 조건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가짜 물건을 어떻게 잘못 볼 수 있었겠는가?하현 이 찌그러진 놈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운이 좋아서 그랬던 것뿐인데, 심지어 안흥섭도 그의 편에 서서 자신을 구덩이에 빠뜨리려고 했다.“한판 더 하면 내가 정말 이길 수 있어!”장민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는 반드시 안수정의 눈앞에서 자신이 그녀의 진정한 백마 탄 왕자임을 증명해야 했다.눈앞의 이 녀석은 한낱 빈털터리에 지나지 않는다.“더 노는 것도 좋지만 너 먼저 이 물건을 먹어 치워야 하지 않겠니?”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 장민수라는 녀석은 들어올 때부터 그를 계속 겨냥하고 있었다. 진흙 인형은 약간 촌스럽기 마련인데, 하물며 그는?“너……”장민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먹나? 지금 그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했다. 누가 방금 자신의 입을 아무렇게나 놀리라고 한 것인가?“좋아. 젊은이들이 이렇게 가끔 만나서 노는 거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내가 주최한 이 골동품 품평회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그들이 조바심을 낼 거야.”안흥섭은 적시에 입을 열었고 장민수가 난처함을 모면할 수 있게 해주었다.장택일은 하현을 깊이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이번 승부는 그렇게 신경 쓰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