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들었으면 오늘 밤 안으로 어서 멀리 꺼져!”“당신이랑 한 약속은 여기까지!”“날 보내줘. 그러면 하수진과의 파혼도 고려해 볼 수 있어!”“그리고 당신들은 항성 4대 가문에게 재산의 절반을 우리 집 앞에 보내라고 해. 대구 엔터테인먼트 카지노는 어서 내 명의로 돌려! 그러면 내가 그들의 가문 사람들한테는 손을 대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볼게!”“이거 당신한테 크게 양보한 거야!”하현에게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이걸윤의 말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당신이 이겼으니까 내가 이 정도로도 기회를 주는 거야.”“그렇지 않았으면 당신은 오늘 여기서 끝났어!”하현은 눈을 흘기며 이걸윤을 바라보았다.“약혼을 파기해도 좋고 원한을 여기서 다 정리해도 좋아.”“그러나 이건 엄연히 문서로 서약한 게임이었어.”“그리고 전 과정이 녹화가 되어 있어.”“당신은 졌고 이 사실을 인정하고 약속한 사항들을 이행해야 해.”“지금 당신은 이행은커녕 나와 흥정을 하고 있어.”“이걸윤, 머리에 총 맞았어? 아니면 예의와 염치를 어디 개한테 줘 버린 거야?”“아, 참. 맞다. 내가 잊었었네. 당신은 원래 조상을 배반한 사람이었으니까 애초에 예의와 염치 따위는 없었겠군.”“당신들은 노국의 이익이 항상 우선일 테니 나라를 배반하는 것쯤은 뭐 식은 죽 먹기겠지, 안 그래?”“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한 약속은 당신이 인정하지 않아도 돼...”“하지만 나와 한 약속은 당신이 잊으면 안 되는 거지.”“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의 노국에 있는 여왕이 온다고 해도 이 약속을 뒤집을 순 없어.”“순순히 이행을 한다면 통쾌하게 봐줄 순 있어.”“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모든 존엄을 다 잃고 개만도 못한 인생의 쓴맛을 볼 거야!”하현은 이걸윤의 심장에 칼로 새기듯 또박또박 말하면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가 이걸윤 일행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쏘아붙였다.“하현, 이 소주가 항성과 도성에 품었던 원한은 이제 없던 걸로 하는 거
아니나 다를까, 하현을 노려보고 있는 이걸윤의 눈에선 살의가 번뜩이고 있었다.쇠뿔도 단김에 빼려는 듯 하현은 차갑게 말을 이었다.“당신이 이걸윤을 돌아오게 한 것은 그와 하수진과의 약혼 문제를 해결하고 상석에 앉으려는 당신의 목적에 장애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지!”“그런데 지금 내가 이걸윤을 죽이려 하니까 왜 고양이 앞의 쥐처럼 이렇게 자비를 베푸는 거야?”“하구천, 좀 대범하게 행동하면 안 돼?”“개자식! 당신 지금...”하구천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는 하현이 이렇게 뻔뻔하게 자신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그러나 문제는 이 상황에서 하구천이 전혀 부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지난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걸윤이 이렇게 된 것은 정말 하구천이 ‘노력'한 결과였기 때문이다.이걸윤은 눈동자를 사납게 굴리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 씨, 우리 의형제를 이간시키려 하지 마!”“난 속지 않아!”“하현, 날 건드린 결과가 얼마나 심각할지 알기나 해?!”“당신은 함부로 날 건드리지 못할 거야!”“난 노국의 남작이야. 곧 백작이 될 몸이라구!”“난 성전 기사단 부단장이야. 곧 단장이 될 몸이야!”“넷째 공주의 최측근이라구!”“날 죽이면 당신이 이 모든 책임을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앞으로 옴짝달싹 못하고 성전 기사단의 칼끝에 생을 마감하는 게 두렵지도 않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들이 무슨 자격으로?”“그럴 능력이나 돼?”“우린 서약을 했어. 게다가 이 모든 게 다 녹화가 되고 있어.”“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그 누구도 날 비난할 수 없어!”“노국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국제적으로 제재하는 말 몇 마디 하고 암암리에 날 죽이려고 시도하겠지!”“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당신이 죽어서 이 씨 집안의 선산에 묻힐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거나 걱정해!”“하지만 당신은 이미 조상을 잊은 지 오래니까 아마 당신이 선산에
이를 본 이걸윤과 하구천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이영돈은 최고의 병왕이다!그들 둘이 합쳐도 그에게 맞서려면 전력을 다해야 할 정도로 강한 상대였다!그렇지 않으면 이영돈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없다.그러나 하현은 손쉽게, 너무나 손쉽게 이영돈의 얼굴을 날려 버리지 않는가?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걸윤과 하구천은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특히 하구천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이미 하현에 대한 경외심이 마음속에 자리잡은 하구천이었다.그러나 이 광경을 보고 하구천의 마음속엔 하현을 향한 경외심이 더욱더 짙게 깔렸다.“이것이 성전 기사의 수준이야?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데?”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바닥을 닦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러자 이걸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고 더 이상 지체할 겨를이 없는지 허리춤에 찬 총에 오른손을 대며 말했다.“하 씨, 당신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난 전신이야!”“당신이 정말로 나와 싸우고 싶다면 아마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할 거야.”하구천도 차가운 눈빛으로 이걸윤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하현, 사람을 대할 땐 관대해야지. 너그럽게 용서해야 할 땐 용서하고 뒷일을 생각해야지.”“어젯밤 동 항독이 당신들한테 사정하러 갔을 땐 당신들 콧방귀도 안 뀌었잖아?”하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지금 내가 이치를 따지고 우위를 점하니까 뭐, 관대하게 대하라고?”“게다가 당신들은 지금 죽자고 나한테 덤비면서 난 당신들 말에 고분고분 따라야 하는 거야?”“대구 엔터테인먼트는 화 씨 가문 거라는 거 잊지 마!”“화 씨 가문 경호원 외에도 난 용문 항도 지회,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을 파견했어.”“당신들이 싸우자고 해도 난 아무 상관없어!”하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르르 나타났다.이들은 모두 용문 사람들이었고 하나같이 칼을 들고 살벌할 얼굴로 이걸윤 일행을 쳐다보았다.이를 지켜보던 이걸윤과 하구천의 낯
”탕!”총알 한 발이 하구천의 복부에 떨어졌다.엄청난 충격으로 하구천의 몸이 튀어나와 한쪽 면의 유리에 세게 부딪혔다.유리는 거미줄 같은 균열을 드러내며 산산조각이 났다.다음 순간 하구천의 몸이 땅에 떨어지며 ‘윽'하고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왔다.순간 그는 피를 뿜어내며 낯빛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이걸윤의 행동이 너무나 급작스러워서 아무리 하구천이라고 할지라도 막을 수가 없었다.하구천은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상처에서 피가 솟구쳤다.“이 소주!”항도 하 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혼비백산한 채 놀라서 달려나와 하구천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씨 이 개자식! 우리 도련님은 당신을 위해 생사를 걸고 있는데 당신은 감히 등 뒤에 칼을 꽂다니!”몇몇 사람들은 얼른 구급상자를 열어 연신 소리쳤다.“얼른 처치해! 얼른 처치해서 병원으로 가야 해!”순간 카지노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항도 하 씨 가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모두 정신이 혼미해졌다.성전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이걸윤은 분명 하구천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제라고 외쳤다.그런데 왜 갑자기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설마 총알이 잘못 날아든 것이었을까?처치를 마친 하구천은 들고 있던 알약을 얼른 삼켰고 그러자 창백한 그의 안색이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그는 앞을 가로막고 있던 호위대를 밀어내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이걸윤을 노려보았다.“이 소주, 당신 지금 이게 무슨 뜻이야?”형제가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던 하현은 웃으며 손을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개가 악에 받혀 으르렁대고 있는 순간인데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장면인가?굳이 여기에 끼어들 필요가 있겠는가!심지어 하현은 자신들의 일행을 이끌고 4, 5미터 정도 뒤로 물러나 두 형제들에게 싸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무슨 뜻이냐고?”이걸윤은 냉소를 지으며 하구천을 쳐다보았다.“나랑 당신이 의형제라고?”
”이걸윤,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하 씨 이놈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거냐고?”“내가 항성으로 불러들인 게 당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라고?”“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어?!”“당신은 전신이야!”“누가 당신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겠어?”하구천은 거의 피를 토할 듯 소리쳤다.“이걸윤, 당신은 쓸모없는 인간이었어!”“오죽했으면 6년 전 이곳에서 사람들한테 쫓겨나듯이 항성을 떠났겠어!”“당신이 이렇게 금의환향하게 된 건 다 내 덕분이라고!”이걸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하구천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무리 뭐라고 떠들어대도 당신이 날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어.”“게다가 지금 당신은 전신의 명성을 더럽히고 있어.”“당신이 이렇게 하는 것은 성전 기사단을 더럽히고 노국을 더럽히는 짓이야!”“아무리 왕법이 당신을 용서한다고 해도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러자 이걸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어서 저놈을 쳐! 내 말 못 들었어?”“다 귀가 먹은 거야?”“죽여!”말이 떨어지자마자 이걸윤은 들고 있던 총을 다시 들어 그대로 전방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조심하세요!”몇몇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들이 순식간에 몸을 날려 하구천의 앞을 막았다.총알이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호위대들은 모두 총알받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하구천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눈앞에서 섬뜩한 광경이 펼쳐지자 하구천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당신 정말 죽고 싶어?” 하구천은 화가 끓어올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이걸윤을 죽이려고 발걸음을 내디디려고 했으나 호위대가 그를 막고 섰다.“도련님, 지금 도련님은 다친 상태입니다. 그는 전신입니다. 도련님이 나설 상대가 아닙니다.”“우선 도련님은 여기를 벗어나십시오!”“항도 하 씨 가문이 온전해야 우리가 삽니다. 여기를 떠나기만 한다면 누가 도련님을 건드리겠습니다!”“도련님은 도자기 같은 존재이십니다. 어
하구천이 창문을 뛰쳐나온 순간 이미 성전 기사들이 몰려왔다.그들의 손에 든 총기는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의 손에 있는 것보다 더 많았다.머지않아 성전 기사들은 호위대를 짓눌러 무너뜨릴 태세였다.그러나 호위대들은 하구천이 떠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다.군중 속에서 최영하는 얼른 일어나 하현을 보고 하구천을 지금 잡을 것인지 말 것인지 물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 밤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승리는 그의 몫이다.그러나 움직이면 자신에게 무리가 될 수도 있었다.그래서 지금은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현은 생각한 것이다.“웅!”잠시 후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하구천은 대구 엔터테인먼트를 성공적으로 탈출하여 자신의 전용 좌석에 앉은 것이 분명했다.“이걸윤, 하현. 오늘 밤 일, 내가 똑똑히 기억하겠어!”살의에 가득 찬 하구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하구천, 난 당신을 건드린 적이 없어. 원한이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덤비는 되는 거야.”“당신이 머릿속으로 머리를 굴린 뒤에 날 건드린다면 나도 정당방위를 할 수밖에 없잖아.”하현의 말을 듣고 차에 있던 하구천은 하마터면 피를 뿜을 뻔했다.하현이 그의 속을 꿰뚫어 보듯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분명 하구천은 이걸윤 그 망나니에게 손을 쓰라고 부추겼는데 이런 결과가 되다니!도저히 하구천은 인정할 수 없었다.“개자식! 감히 도망을 치다니!”이걸윤의 안색이 확 변했다.하구천을 그냥 떠나보내면 하현이 따로 자신에게 손을 쓰지 않아도 자신이 곤란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이걸윤이었다.그는 지금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곁에 남은 십여 명의 성전 기사들을 데리고 창가로 돌진한 후 모든 전력을 동원해 하구천을 향해 무자비하게 사격을 가했다.“탕탕탕탕!”총알이 빗발쳤으나 하구천의 운전사는 이미 멀리 차를
이걸윤은 안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하현, 내 부하들이 하구천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잘 알잖아?”“내가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하구천을 죽일 수 없어!”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덤덤하게 말했다.“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내가 말했잖아, 당신이 당신의 의형제를 죽일 수 있다면 난 당신을 죽이지 않겠다고.”“그런데 지금 당신이 그를 죽일 수도 없는데 여길 이렇게 떠나려고 한다면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당신은 여기서 매복할 인력을 배치하거나 전화를 걸어 병력을 파견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어.”“당신이 능력만 있다면 여기서 당신이 뭘 하든 난 막지 않을 거야.”“단 한 가지, 당신은 여기서 한 발자국도 떠날 수 없어.”“만약 떠나려고 한다면 내 부하들의 총이 당신의 심장에 꽂힐 거야. 그때 가서 날 탓하지 마.”“얼토당토않은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이걸윤.”“내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으니까.”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것 같은 하현의 얼굴을 보며 이걸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총구를 들어 올려 전방을 향해 겨누었다.그러나 그는 곧 다시 총구를 내려놓아야 했다.그가 총구를 앞으로 향하자 수십 개의 총구멍이 자신의 이마를 겨냥했기 때문이다.그가 만약 하지 말아야 할 동작을 했으면 아마 선 채로 저세상 문턱을 넘었을 것이다.전쟁의 신이라도 이렇게 많은 총부리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게다가 최면에 힘을 쏟느라 이미 자신의 평소 실력의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상태가 되었다.망했다!이런 생각이 이걸윤의 마음속에서 슬슬 똬리를 틀었다.그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엄청난 아우라를 뿜으며 항성과 도성에 금의환향한 그였다.하지만 오늘 밤 그가 저지른 실수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그는 졌다.이미 판을 뒤집을 능력을 상실한 패잔병이 된 것이다.하현 이놈은 앞에서 사람을 죽일 뿐만 아니라 뒤에서 사람을 부추겼다.지금 그는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급할 거 없어. 지금 가장 그를 원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하구천이야.”“그렇다면 우리가 왜 하구천한테 이로운 일을 하는 겁니까?”“남겨두면 골칫거리나 되지 않겠습니까?”최문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이놈 만만치가 않네요.”“우리한테 잡힌 후 연신 비아냥거리고 있어요. 우리는 그를 어찌할 수 없다고 하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을 내보낼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어요.”“정말 대장님의 명령이 없었더라면 이미 형틀에 매달았을 거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도 나름에는 전신인데 보통의 형벌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잠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행동은 그의 의지를 부추기는 꼴밖에 되지 않을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걸윤은 인간쓰레기이지만 인간쓰레기도 남다른 데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그를 파멸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굴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그래도 방법이 있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최문성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한 뒤 말했다.최문성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대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바람같이 사라졌다.“하현, 방금 문성이한테 뭐라고 한 거야?”최영하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물었다.“방금 말했잖아. 아무리 용전 항도라고 해도 이걸윤 같은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는 없어.”“가장 간단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때가 있어.”하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는 며칠 후에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말이야. 이런 건 발설해 버리면 효과가 떨어져.”하현은 옅은 미소를 띠며 찻잔을 들고 하수진을 바라보았다.“그건 그렇고, 약혼 취소된 거 미리 축하해.”“하지만 하구천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오늘 밤 그는 큰 손실을 입었어. 비록 항도 하 씨 가문이 그걸 핑계로 날 괴롭힐 수는 없겠지만 하구천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