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기분 좀 나쁘고 체면 좀 구겼다고 김 비서의 얼굴을 때려?”“내가 듣기론 그 김 비서가 이시카와 다이치의 최측근이라고 하던데.”“너희들이 김 비서를 때려서 좋은 일이 뭐가 있어?”“이시카와 가문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올해 우리 재단의 가장 주요한 업무야.”“가만히 있으면 재단의 주가는 최소 50%는 오를 수 있는 일이라고.”“하지만 너 때문에 이렇게 중요한 사업이 엎어졌어.”하문성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네가 취임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상당히 실망스럽구나!”“이 일은 내가 직접 넷째를 찾아가 얘기해 봐야겠어.”“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이렇게 사람을 기용해서는 안 되지.”“그러니 이렇게 정리하도록 하자. 넌 어서 사직서를 써. 그러면 더 이상 네 잘못에 대해선 추궁하지 않겠다.”“그리고 네 아비에게 가서 전해라. 앞으로 내가 여기 있는 한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항도 재단은 항도 하 씨 가문의 돈줄이다.”“다른 외부인이 손댈 곳이 아니란 말이다!”하수진은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하문성이 자신만을 노린 것이라면 그녀도 참을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하문성은 순전히 하문준을 겨냥하고 있었다.하수진이 불쾌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듯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하자 하현이 한발 앞서 먼저 입을 열었다.“하 회장님 맞으시죠?”“일류 그룹도 아닌 일개 섬나라 그룹과의 계약건 아닙니까?”“섬나라 사람의 뺨을 때린 거잖습니까?”“이게 그렇게 심각할 일입니까?”무덤덤한 하현의 얼굴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당신들이 비즈니스에서 이익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거 잘 압니다.”“그런데 이런 사소한 일로 하수진을 집행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건 좀 과하지 않습니까?”“사소한 일?!”“일개 섬나라 그룹?!”하현의 말에 맹효남은 코웃음을 쳤다.“하 씨. 당신이 뭘 잘 모르는 모양인데 당신이 말한 그 일류도 아닌 일개 그
”하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뭐? 서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그러는 사람이 김 비서의 뺨을 두 대나 때리고 이시카와 도련님을 여기서 내쫓아?!”“그러고 이제 와서 무슨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거야?”“우리가 약속한 시간이 곧 다가와!”“이따가 이시카와 도련님한테 계약서에 사인해 달라고 애걸복걸이나 하지 마!”“하현이라고 했나?”하문성은 곁눈으로 하현을 힐끔 보면서 손에 든 자료를 뒤적거리며 하현의 프로필을 살펴보았다.하현에 대해 소개한 글을 보며 그의 눈은 약간 찡그려졌고 눈동자에는 냉기가 가득했다.“인정, 인정하네. 인물은 인물이군. 요즘 항성과 도성을 떠들썩하게 했으니 유명 인사는 유명 인사군!”“한데 비즈니스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당신이 아무리 주먹이 세고 유명 인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당신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으면 돈 벌 기회가 없어.”“당신의 언행 때문에 우리 재단은 막대한 손해를 봤어. 그러니 당신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하문성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냉랭했다.“두 번 말하지 않겠어. 두 사람 모두 체면을 챙기고 그냥 여기서 사직할 텐가? 아니면 내가 당신들을 해고할 때까지 기다릴 텐가?”의심의 여지가 없었다.하문성이 항도 재단에서 하수진을 끌어내리려는 목적은 명확했다.하수진에게 집행총재 자리를 내놓으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하문성은 이 상황이 굉장히 언짢은 듯했다.하수진이 집행총재 자리에 있는 꼴을 더는 지켜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하문성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하수진과 하현을 끌어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하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문성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큰아버지. 제가 재단에 있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으십니까?”“제가 재단에서 집행총재를 하면서 무슨 손해를 그렇게 끼쳤다는 거예요?”하문성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그저 냉담하게 하수진의 말에 대답했다.“난
하현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 뒤 입을 열었다.“고작 이시카와 그룹과의 계약이잖아요? 결국 일 년에 몇 천억밖에 안 되는 사업 때문에 이렇게 언성을 높이며 싸워야 합니까?”맹효남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작?”“고작 몇 천억밖에 안 되는 사업이라고?”“하 씨, 당신 정말 낯짝 한 번 두껍군!”맹효남은 하현을 마음껏 비웃었다.몇몇 여성 임원들도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고 맹효남의 비웃음에 동참했다.그들의 눈에는 하현이 천지 분간도 못하는 바보나 다름없어 보였다.“하 씨. 당신 이 계약 건을 몇 천억 밖에라고 했어?”“그렇게 쉽고 편하게 말할 거면 어서 계약서 가져와 봐!”“난 그냥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당신이 계약서는 못 받고 변호사 소장이나 받을까 봐.”“이시카와 도련님이 당신한테 두들겨 맞았는데 그냥 넘어갈 리 만무하잖아.”임원들은 하나같이 하현을 향해 비웃음 섞인 시선을 던졌다.그들의 눈에는 하현이 객기나 부리는 철부지로 보이는 모양이었다.하현은 잠자코 롤렉스 손목시계를 힐끔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곧 열 시예요.”“이시카와 다이치가 계약서를 들고 나타날 때가 되었군.”맹효남은 코웃음을 치다가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자신이 바보와 겨루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다.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껏 코웃음을 쳤다.“하 씨. 당신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야?”“필요하면 내가 좋은 병원 소개해 줄까?”“아, 걱정은 하지 마. 병원비는 공짜야.”“다시 말하지만 당신 꿈도 꾸지 마!”“어제 김 비서의 얼굴을 때렸어!”“게다가 이시카와 다이치를 내쫓았어!”“그런데 오늘 계약서를 들고 나타나기를 바라는 거야?”“제발 꿈 깨! 꿈 깨라구!”“그리고 당신, 이시카와 다이치의 정체를 알긴 아는 거야?”“그는 이시카와 가문의 직계야.”“그 집안은 체면도 없대?”“그런 사람들이 당신한테 와서 굽신거린다고?”“만약 그가 당신한
곧 이시카와 다이치가 항도 재단에 들이닥쳐 이런저런 요구를 해댈 것이 분명하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얼굴을 맞은 이시카와 다이치가 이렇게 일찍 항도 재단에 올 수 있단 말인가?떠들썩한 가운데 하문성은 냉정을 되찾고 곧 들이닥칠 이시카와 다이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이시카와 다이치, 어서 오세요!”하문성이 일어나 이시카와 일행을 맞을 준비를 하던 그때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섬나라 사람 여남은 명을 데리고 회의실에 들어섰다.맨 앞에는 섬나라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세련된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그녀는 진중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왔다.그녀의 뒤에는 살짝 움츠린 이시카와 다이치가 있었다.이어 뺨을 맞은 김 비서를 비롯해 보좌관, 법무사, 경호원 등이 눈에 띄었다.하현은 사뭇 흥미진진한 시선을 이시카와 유키코에게 던졌다.보자마자 그녀가 대구에서 그에게 밟혔던 이시카와 유키코란 것을 알아차렸다.이번에 이런 우연한 기회로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잊힐 인물이었다.“이시카와 대표님이 이리 오셨는데 멀리 영접도 못 갔습니다.”“항도 하 씨 가문과 항도 재단을 대표해 이렇게 오신 것에 감사드립니다!”“정말 영광입니다!”하문성도 이시카와 유키코를 알아본 모양이었다.그녀가 나타나자 하문성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한껏 미소를 지으며 이시카와 유키코를 맞았다.재단의 또 다른 이사와 여성 임원들도 모두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나누었다.맹효남은 이시카와 유키코를 알지 못했지만 이시카와 유키코의 기세나 하문성의 태도를 보고 바로 보통 인물이 아님을 눈치챘다.이시카와 유키코의 뒤편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한 채 개처럼 벌벌 떨고 있는 이시카와 다이치가 서 있었다.이 여자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히 짐작할 만했다!절대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았다.순간 맹효남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는 자
하문성은 열정이 가득 넘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시카와 대표님의 일이라면 항도 재단이 능력이 있든 없든 다 해결해 드려야죠.”“항성과 도성에서 제가 해결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아마 우리 항도 재단 사람들이 실수로 이시카와 가문의 심기를 건드렸나 본데 이시카와 대표가 말씀만 하시면 내가 만족할 만한 보답을 드리겠습니다.”하문성은 오늘 이시카와 유키코가 사람들을 동원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어제 일에 대해 단단히 해명을 듣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시카와 유키코가 대구에서부터 친히 이 먼 길을 올 리가 있겠는가?게다가 이렇게 급하게 오다니!어찌 보면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이시하라 유키코 측이 아직까진 예의 바르게 자신을 대하는 것도 다 일리가 있다고 하문성은 생각했다.어찌 되었건 먼저 인사를 나눈 후에 후일을 도모해도 도모해야 하는 것 아닌가?섬나라는 예의가 바른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나더라도 공손히 인사를 한 후에 칼을 뽑는다 하지 않던가!그러니 지금 그들이 예의를 차려 미소를 띠는 것도 정상인 것이다.하문성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맹효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함박미소로 입을 열었다.“우리 회장님은 항상 공명정대하시죠. 절대 사사로운 정을 위해 법을 어기실 분이 아니거든요.”“이시카와 대표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말을 마치며 맹효남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수진과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맹효남의 생각으로는 이제 이시카와 유키코가 나섰으니 하현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제가 볼일이 좀 있어서 오늘 여기 왔어요.”이시카와 유키코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전 오늘 이시카와 가문을 대표해서 사죄하러 왔습니다.”맹효남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사, 사죄하러 왔다고요?”“무릎 꿇어!”이시카와 유키코는 아직 하현을 보진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그녀는 얼굴
하문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이시카와 유키코,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소주는 하구천이지 하현이 아닙니다.”이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하현은 항도 하 씨 사람이 아니니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하문성은 이시카와 다이치의 곁으로 다가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시카와 다이치, 어제 일 나도 들었어요.”“별일도 아니고 이미 다 지난 일이니 이제 일어나세요.”말을 하면서 그는 손을 뻗어 이시카와 다이치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시카와 다이치는 그를 무시한 채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자신의 뺨을 계속 때렸다.“하 회장님의 배려에 감사하지만 우리 이시카와 가문에서는 자신이 잘못했다면 인정해야 하는 규율이 있습니다.”“저는 오늘 하현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왔습니다.”이시카와 유키코는 하문성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몸을 숙였다.그녀는 말로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자신의 뜻을 보여준 셈이었다.이를 본 하문성의 얼굴에 약간 언짢은 빛이 스쳤다.이시카와 유키코가 하현에게 이렇게 고개를 숙일 정도로 큰일이 일어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숙이고 있는 이시카와 유키코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지는 않았다.그러자 하문성은 하수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수진아,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해. 맺힌 채로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옛말이 있어. 용서할 것은 용서해야 해.”“이시카와 대표가 굉장히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됐다고 말씀드려.”하문성의 입장에서는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현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오래 보이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그는 의도적으로 이런 국면을 전환해 보려고 애를 썼다.하수진은 하문성의 말을 무시한 채 하현을 보고만 있었다.오늘 이 일은 하현이 결정해야만 하는 일인 것 같았다.“이시카와 다이치 도련님이 어떻게 무릎을 다
하문성과 이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누가 봐도 하현이 그들의 위에서 군림하는 광경이었다.하수진이 데려온 고문이란 작자가 이시카와 집안사람들을 개처럼 취급하며 무릎을 꿇리고 짓밟아 버렸다.이 광경을 보고 앞으로 항도 재단에서 누가 감히 하수진에게 반항하겠는가?앞으로 하수진이 집행총재로서 자리를 굳건히 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당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사람답게 살게.”이시카와 다이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이시카와 유키코가 그에게 슬쩍 눈길을 던지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하현이 오빠를 용서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바다에 물고기 밥이 되었을 거야.”“고맙게 생각해!”이시카와 유키코가 단호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적잖이 실망한 얼굴이었다.섬나라 사람들은 정말 잔인하다.적에게 잔인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잔인했다.하현은 옅은 미소와 함께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시카와 유키코를 쳐다보았다.동시에 섬나라 사람들에게는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만약 자신이 이시카와 유키코를 제압하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 여기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손목이 부러진 사람은 이시카와 다이치가 아니라 자신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번에 꽤나 먼 길을 온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니 앞으로 이시카와 가문을 괴롭힐 명분은 사라지게 되었다.말하자면 이시카와 유키코가 보인 이 수법은 두 발 전진을 위한 한 발 후퇴와도 같은 것이었다.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것은 그녀가 마음먹은 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셈이었다.그래서 지금 공손해 보이는 이시카와 유키코를 눈앞에 두고도 하현은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결국 섬나라 민족이 이렇다.굽신거리고 찌질할 때는 한없이 굽신거리고 찌질해 보인다.하지만 그들은 독사 같아서 어두운 구석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어나와 딩신을 모질게 물어뜯을지도 모른다.“하현, 이건 대하 권역에서 우리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계약서에 딸려 오는 이익만 눈에 보였겠지만 하현은 지금 이시카와 유키코가 계약서 이면에 숨겨 놓은 음흉한 속셈을 간파한 것이다.말인즉슨 하현이 대리점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그는 항도 재단, 나아가서는 항도 하 씨 가문의 눈엣가시로 전락할 것임이 틀림없다.그다음의 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자신을 죽이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싸움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이시카와 유키코는 하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마찬가지로 항도 하 씨 가문은 5대 문벌 중 하나로서 실로 어마어마한, 감히 예측할 수도 없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이런 양측이 정말 쉬지 않고 싸우면 그 싸움은 양측 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하 상류층에까지 번질 것이다.3년 동안 독점 계약이라는 미끼를 던져 놓고 하현과 항도 하 씨 가문 둘 다 죽여 버리려는 속셈이었다.대하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섬나라 사람들에게 이것은 손해 볼 것 없는 안정적인 거래였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하현은 손을 내밀어 이시카와 유키코의 옥같이 아름다운 턱을 치켜올리고는 입을 열었다.“이시카와 아가씨, 3년 독점 계약으로는 부족해.”“두 가지 조건이 더 있어.”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이시카와 유키코는 이내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요구하는 건 뭐든지 우리 이시카와 가문에서 들어줄게요.”“그래, 좋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첫째, 3년 동안 대하 지역의 독점 계약으로는 부족해. 난 당신네 섬나라 본토를 포함한 극동 지역의 독점 계약도 원해.”이시카와 유키코는 흠칫 놀랐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좋아요. 들어드리죠.”“둘째, 3년 동안 극동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각지에서 우리도 이시카와 그룹의 모든 물건을 팔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거지.”이시카와 유키코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잠자코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이시카와 유키코는 원하는 바를 얻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