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가든 별장에서 막 잠에서 깬 하현은 항도 재단에서 회의 통지를 받았다.하수진이 그를 데리고 항도 재단 회의실로 왔을 때 회의실 전체가 사람들로 꽉 찬 것을 보았다.어제 만난 임원들 외에 몇 명이 더 나와 있었다.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은 항도 하 씨 가문 큰아들이자 항도 재단의 회장인 하문성이었다!하구천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전체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하문성이 앉아 있는 모습에 하수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하문성에게 전에 느껴본 적 없는 적개심이 느껴졌다.하지만 하현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보며 인사를 했다.“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왜 이렇게 많이들 오신 겁니까? 누구 손목이라도 절단되는 거 구경이라도 하러 오신 건가요?”“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바로 고문으로 온 하현입니다!”하문성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맹효남이 먼저 일어나 기세등등하게 하현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하수진이 집행총재 자리에 앉는 바람에 내가 이시카와 그룹과 맺은 계약이 깨졌어요.”“어제 하현은 마구 생트집을 잡아 날 몰아붙였구요. 내가 일을 잘 못한다며 항도 재단에서 내쫓으려 했어요!”“난 승복하지 않고 재단의 이익을 위해 하현과 내기를 했어요. 하현이 이시카와 그룹과 계약 건에 대해 담판을 짓게 했죠.”“오늘까지 이시카와 그룹과의 계약을 따내면 내가 진 걸로 하기로 약속했어요.”“저도 원래는 재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 괜찮다고 생각했어요.”“하지만 어제 오후 이곳에서 이시카와 다이치를 만난 하현은 제멋대로 오만방자하게 굴었을 뿐만 아니라 이시카와 다이치의 비서를 때렸어요. 결국 빈손으로 이시카와 다이치를 돌려보냈죠.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요. 이시카와 다이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우리 항도 재단이랑 협력하려고 하겠냐고요?”“그 계약 건은 분명 우리 경쟁자에게 돌아갈 거예요!”“그래서 저는 감
”콜록콜록.”오십 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얼굴에 금테 안경을 쓰고 온몸에는 고위층의 기품을 한껏 뿜어내는 하문성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환기시켰다.그리고 그는 똑바로 앉아 잠시 눈앞의 자료를 훑어본 후에야 눈을 가늘게 뜨고 하수진을 바라보았다.“수진아, 맹 부장이 방금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냐?”“해명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해 봐.”그는 하현에게 직접 묻지 않았다.왜냐하면 이 회의장에서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주기에는 하현의 위치가 약간 어정쩡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하문성은 일부러 하수진에게 물은 것이다.“맹 부장이 말한 것은 기본적으로 사실입니다.”하수진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하현이 그렇게 한 이유를 간과했어요.”“그것은 이시카와 다이치 일행이 우리 지역에서 우리 재단의 직원을 때렸다는 거예요.”“하현이 보기에 그 행동은 분명 부적절한 것이었기 때문에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시카와 다이치 일행에게 훈계의 일환으로 그런 행동을 한 거예요.”“이 일은 하현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하현이 이 일에 책임이 있다고 회장님께서 생각하신다면 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지겠습니다.”“어쨌든 그의 말은 저의 말을 대변하는 것이고 그의 행동은 저의 행동을 대변하는 거라고 제가 말했으니까요.”“제가 한 말은 책임져야죠.”하현은 흥미로운 듯 하수진을 쳐다보았다.이 여자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이때 맹효남이 끼어들었다.“하 총재, 이시카와 도련님 같은 재벌 2세는 원래 제멋대로예요.”“내가 몇 번이나 그에게 뺨을 맞았는데 한 번이라도 뭐라고 했겠습니까? 직원 한둘이 뺨을 좀 맞은 걸 가지고 뭘 그래요? 그들이 나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면 뭐 그 직원들에겐 영광이지요!”“이시카와 도련님이 계약만 해 준다면 내 뺨이 문제겠습니까? 날 밟아버린다고 해도 재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감당할 수 있는 문제지요!”“어쨌든 당신도 장사꾼인데 이런 도리도 몰라요?”“이까짓 것 하
”게다가 기분 좀 나쁘고 체면 좀 구겼다고 김 비서의 얼굴을 때려?”“내가 듣기론 그 김 비서가 이시카와 다이치의 최측근이라고 하던데.”“너희들이 김 비서를 때려서 좋은 일이 뭐가 있어?”“이시카와 가문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올해 우리 재단의 가장 주요한 업무야.”“가만히 있으면 재단의 주가는 최소 50%는 오를 수 있는 일이라고.”“하지만 너 때문에 이렇게 중요한 사업이 엎어졌어.”하문성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네가 취임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상당히 실망스럽구나!”“이 일은 내가 직접 넷째를 찾아가 얘기해 봐야겠어.”“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이렇게 사람을 기용해서는 안 되지.”“그러니 이렇게 정리하도록 하자. 넌 어서 사직서를 써. 그러면 더 이상 네 잘못에 대해선 추궁하지 않겠다.”“그리고 네 아비에게 가서 전해라. 앞으로 내가 여기 있는 한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항도 재단은 항도 하 씨 가문의 돈줄이다.”“다른 외부인이 손댈 곳이 아니란 말이다!”하수진은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하문성이 자신만을 노린 것이라면 그녀도 참을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하문성은 순전히 하문준을 겨냥하고 있었다.하수진이 불쾌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듯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하자 하현이 한발 앞서 먼저 입을 열었다.“하 회장님 맞으시죠?”“일류 그룹도 아닌 일개 섬나라 그룹과의 계약건 아닙니까?”“섬나라 사람의 뺨을 때린 거잖습니까?”“이게 그렇게 심각할 일입니까?”무덤덤한 하현의 얼굴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당신들이 비즈니스에서 이익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거 잘 압니다.”“그런데 이런 사소한 일로 하수진을 집행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건 좀 과하지 않습니까?”“사소한 일?!”“일개 섬나라 그룹?!”하현의 말에 맹효남은 코웃음을 쳤다.“하 씨. 당신이 뭘 잘 모르는 모양인데 당신이 말한 그 일류도 아닌 일개 그
”하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뭐? 서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그러는 사람이 김 비서의 뺨을 두 대나 때리고 이시카와 도련님을 여기서 내쫓아?!”“그러고 이제 와서 무슨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거야?”“우리가 약속한 시간이 곧 다가와!”“이따가 이시카와 도련님한테 계약서에 사인해 달라고 애걸복걸이나 하지 마!”“하현이라고 했나?”하문성은 곁눈으로 하현을 힐끔 보면서 손에 든 자료를 뒤적거리며 하현의 프로필을 살펴보았다.하현에 대해 소개한 글을 보며 그의 눈은 약간 찡그려졌고 눈동자에는 냉기가 가득했다.“인정, 인정하네. 인물은 인물이군. 요즘 항성과 도성을 떠들썩하게 했으니 유명 인사는 유명 인사군!”“한데 비즈니스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당신이 아무리 주먹이 세고 유명 인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당신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으면 돈 벌 기회가 없어.”“당신의 언행 때문에 우리 재단은 막대한 손해를 봤어. 그러니 당신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하문성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냉랭했다.“두 번 말하지 않겠어. 두 사람 모두 체면을 챙기고 그냥 여기서 사직할 텐가? 아니면 내가 당신들을 해고할 때까지 기다릴 텐가?”의심의 여지가 없었다.하문성이 항도 재단에서 하수진을 끌어내리려는 목적은 명확했다.하수진에게 집행총재 자리를 내놓으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하문성은 이 상황이 굉장히 언짢은 듯했다.하수진이 집행총재 자리에 있는 꼴을 더는 지켜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하문성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하수진과 하현을 끌어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하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문성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큰아버지. 제가 재단에 있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으십니까?”“제가 재단에서 집행총재를 하면서 무슨 손해를 그렇게 끼쳤다는 거예요?”하문성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그저 냉담하게 하수진의 말에 대답했다.“난
하현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 뒤 입을 열었다.“고작 이시카와 그룹과의 계약이잖아요? 결국 일 년에 몇 천억밖에 안 되는 사업 때문에 이렇게 언성을 높이며 싸워야 합니까?”맹효남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작?”“고작 몇 천억밖에 안 되는 사업이라고?”“하 씨, 당신 정말 낯짝 한 번 두껍군!”맹효남은 하현을 마음껏 비웃었다.몇몇 여성 임원들도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고 맹효남의 비웃음에 동참했다.그들의 눈에는 하현이 천지 분간도 못하는 바보나 다름없어 보였다.“하 씨. 당신 이 계약 건을 몇 천억 밖에라고 했어?”“그렇게 쉽고 편하게 말할 거면 어서 계약서 가져와 봐!”“난 그냥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당신이 계약서는 못 받고 변호사 소장이나 받을까 봐.”“이시카와 도련님이 당신한테 두들겨 맞았는데 그냥 넘어갈 리 만무하잖아.”임원들은 하나같이 하현을 향해 비웃음 섞인 시선을 던졌다.그들의 눈에는 하현이 객기나 부리는 철부지로 보이는 모양이었다.하현은 잠자코 롤렉스 손목시계를 힐끔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곧 열 시예요.”“이시카와 다이치가 계약서를 들고 나타날 때가 되었군.”맹효남은 코웃음을 치다가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자신이 바보와 겨루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다.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껏 코웃음을 쳤다.“하 씨. 당신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야?”“필요하면 내가 좋은 병원 소개해 줄까?”“아, 걱정은 하지 마. 병원비는 공짜야.”“다시 말하지만 당신 꿈도 꾸지 마!”“어제 김 비서의 얼굴을 때렸어!”“게다가 이시카와 다이치를 내쫓았어!”“그런데 오늘 계약서를 들고 나타나기를 바라는 거야?”“제발 꿈 깨! 꿈 깨라구!”“그리고 당신, 이시카와 다이치의 정체를 알긴 아는 거야?”“그는 이시카와 가문의 직계야.”“그 집안은 체면도 없대?”“그런 사람들이 당신한테 와서 굽신거린다고?”“만약 그가 당신한
곧 이시카와 다이치가 항도 재단에 들이닥쳐 이런저런 요구를 해댈 것이 분명하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얼굴을 맞은 이시카와 다이치가 이렇게 일찍 항도 재단에 올 수 있단 말인가?떠들썩한 가운데 하문성은 냉정을 되찾고 곧 들이닥칠 이시카와 다이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이시카와 다이치, 어서 오세요!”하문성이 일어나 이시카와 일행을 맞을 준비를 하던 그때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섬나라 사람 여남은 명을 데리고 회의실에 들어섰다.맨 앞에는 섬나라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세련된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그녀는 진중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왔다.그녀의 뒤에는 살짝 움츠린 이시카와 다이치가 있었다.이어 뺨을 맞은 김 비서를 비롯해 보좌관, 법무사, 경호원 등이 눈에 띄었다.하현은 사뭇 흥미진진한 시선을 이시카와 유키코에게 던졌다.보자마자 그녀가 대구에서 그에게 밟혔던 이시카와 유키코란 것을 알아차렸다.이번에 이런 우연한 기회로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잊힐 인물이었다.“이시카와 대표님이 이리 오셨는데 멀리 영접도 못 갔습니다.”“항도 하 씨 가문과 항도 재단을 대표해 이렇게 오신 것에 감사드립니다!”“정말 영광입니다!”하문성도 이시카와 유키코를 알아본 모양이었다.그녀가 나타나자 하문성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한껏 미소를 지으며 이시카와 유키코를 맞았다.재단의 또 다른 이사와 여성 임원들도 모두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나누었다.맹효남은 이시카와 유키코를 알지 못했지만 이시카와 유키코의 기세나 하문성의 태도를 보고 바로 보통 인물이 아님을 눈치챘다.이시카와 유키코의 뒤편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한 채 개처럼 벌벌 떨고 있는 이시카와 다이치가 서 있었다.이 여자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히 짐작할 만했다!절대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았다.순간 맹효남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는 자
하문성은 열정이 가득 넘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시카와 대표님의 일이라면 항도 재단이 능력이 있든 없든 다 해결해 드려야죠.”“항성과 도성에서 제가 해결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아마 우리 항도 재단 사람들이 실수로 이시카와 가문의 심기를 건드렸나 본데 이시카와 대표가 말씀만 하시면 내가 만족할 만한 보답을 드리겠습니다.”하문성은 오늘 이시카와 유키코가 사람들을 동원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어제 일에 대해 단단히 해명을 듣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시카와 유키코가 대구에서부터 친히 이 먼 길을 올 리가 있겠는가?게다가 이렇게 급하게 오다니!어찌 보면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이시하라 유키코 측이 아직까진 예의 바르게 자신을 대하는 것도 다 일리가 있다고 하문성은 생각했다.어찌 되었건 먼저 인사를 나눈 후에 후일을 도모해도 도모해야 하는 것 아닌가?섬나라는 예의가 바른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나더라도 공손히 인사를 한 후에 칼을 뽑는다 하지 않던가!그러니 지금 그들이 예의를 차려 미소를 띠는 것도 정상인 것이다.하문성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맹효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함박미소로 입을 열었다.“우리 회장님은 항상 공명정대하시죠. 절대 사사로운 정을 위해 법을 어기실 분이 아니거든요.”“이시카와 대표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말을 마치며 맹효남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수진과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맹효남의 생각으로는 이제 이시카와 유키코가 나섰으니 하현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제가 볼일이 좀 있어서 오늘 여기 왔어요.”이시카와 유키코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전 오늘 이시카와 가문을 대표해서 사죄하러 왔습니다.”맹효남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사, 사죄하러 왔다고요?”“무릎 꿇어!”이시카와 유키코는 아직 하현을 보진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그녀는 얼굴
하문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이시카와 유키코,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소주는 하구천이지 하현이 아닙니다.”이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하현은 항도 하 씨 사람이 아니니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하문성은 이시카와 다이치의 곁으로 다가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시카와 다이치, 어제 일 나도 들었어요.”“별일도 아니고 이미 다 지난 일이니 이제 일어나세요.”말을 하면서 그는 손을 뻗어 이시카와 다이치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시카와 다이치는 그를 무시한 채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자신의 뺨을 계속 때렸다.“하 회장님의 배려에 감사하지만 우리 이시카와 가문에서는 자신이 잘못했다면 인정해야 하는 규율이 있습니다.”“저는 오늘 하현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왔습니다.”이시카와 유키코는 하문성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몸을 숙였다.그녀는 말로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자신의 뜻을 보여준 셈이었다.이를 본 하문성의 얼굴에 약간 언짢은 빛이 스쳤다.이시카와 유키코가 하현에게 이렇게 고개를 숙일 정도로 큰일이 일어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숙이고 있는 이시카와 유키코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지는 않았다.그러자 하문성은 하수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수진아,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해. 맺힌 채로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옛말이 있어. 용서할 것은 용서해야 해.”“이시카와 대표가 굉장히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됐다고 말씀드려.”하문성의 입장에서는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현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오래 보이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그는 의도적으로 이런 국면을 전환해 보려고 애를 썼다.하수진은 하문성의 말을 무시한 채 하현을 보고만 있었다.오늘 이 일은 하현이 결정해야만 하는 일인 것 같았다.“이시카와 다이치 도련님이 어떻게 무릎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