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오행 일행은 솔직히 말해 광대일 뿐이야.”“다만 그들이 이렇게 많은 조력자들을 끌어들였으니 나도 나름의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어?”“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무 체면이 없어 보이잖아, 안 그래?”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솔직히 말했다.이 말을 듣고 양유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양제명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말했다.“하현, 자네 성격 참 마음에 드네!”“대장부가 하는 짓이 모름지기 이래야지. 하고 싶은 대로 해. 조심조심 몸 사리는 건 소인배나 하는 짓이지.”“자네가 이렇게 솔직히 말해 주니 나도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네.”“오늘 밤 자네가 내 몸속에 있는 독소를 완전히 뽑아준다면.”“그 순간부터 자네 일은 곧 나 이 양제명의 일이 되는 거야!”하현은 환하게 웃었다.그가 기다린 것은 바로 이 한마디였다.하현은 지체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그는 전에 준비한 독극물을 모두 끓여 큰 가마솥에 넣으라고 양유훤에게 지시했다.가마솥 밑에는 장작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솥 안에서는 검은 거품이 계속 일렁이며 비리고 구역질 나는 냄새를 사방에 풍겼다.그러나 하현은 흐트러짐 없는 얼굴로 양제명의 몸을 자세히 검사했고 양유훤에게 수술용 기구 몇 개를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밤 12시가 되어 갈 즈음 모든 것이 다 준비되었다.하현은 직접 양제명을 일으켜 나무 욕조에 양제명의 몸을 담그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앞으로 두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양유훤, 당신이 직접 밖에서 좀 지키고 있어.”“아무도 들여서는 안 돼.”“누군가 들어와서 방해라도 하게 된다면 바로 실패야.”하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독극물을 이용한 이 방법은 허무맹랑하고 사도에 쉽게 빠지는 사이비 종교 같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 와서 방해한다면 독가스를 역행하게 만들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양제명은 독소를 제거하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게 된다.하현의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양유훤도 이 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
”양 어르신, 오늘 제가 하는 독극물 제거 방법은 치료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 과정에는 분명 큰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하현은 수술용 기구를 몇 개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좀 참으셔야 할 것입니다.”양제명은 이 말을 듣고 실소를 터뜨렸다.“하현, 난 전장을 누빈 사람이야. 전쟁의 신.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게 뭐가 있겠는가?”“이 극야한독보다 더 음험하고 악독한 것도 겪었을 걸세.”“어르신이 이렇게 자신하시니 저도 괘념치 않고 시작하겠습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침통에서 침을 꺼내 양제명의 척추에 푹 찔렀다.잠시 후 하현은 양제명의 몸에 꽂았던 침을 뽑았다.침에는 검은 액체가 묻어 나왔다.분명 양제명의 몸속에 있던 독소는 대부분 척추에 숨겨져 있는 듯했다.독소를 빼내고 나자 양제명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확 좋아졌고 새로운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이 모습을 본 하현은 환한 미소를 띠며 메스를 손에 들고 양제명의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칼자국을 내었다.“푸푸푸푸.”시커먼 핏물이 튀어나와 나무 욕조에서 서로 중화되어 이상한 냄새를 풍겼다.하현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전에 남아 있던 독소를 모두 빠져나가게 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진정 가장 큰 극야한독은 여전히 양제명의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극야한독은 매우 완강하고 악독해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하현이 이 독소를 건드리자 독소들이 완강하고 격렬히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음.”한때 전장을 평정했던 전쟁의 신인 양제명도 이 극한의 고통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양손으로 나무 욕조의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나무 욕조가 그의 손아귀에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양유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움직이지 마세요!”“이 독이 어르신의 몸속에 들어가 극야한독을 완전히 중화시켜야 하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야.”“그래야 어르신의 몸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어.”양유훤은
이윽고 독소 제거 치료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하현은 메스를 꺼내 조심스럽게 양제명의 양미간을 찔렀다.한 줄기 검은 피가 선명하게 흘러내렸다.이제 이쪽만 뽑아내면 양제명의 몸속에는 극야한독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다.양제명의 정신력으로 볼 때 하룻밤이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듯 보였다.“쾅!”하현이 마지막 핵심 독소를 뽑아내고 있을 때였다.십여 대의 지프차가 남양 회관 앞에 거칠게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위장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양 남자들이 쏟아져 내렸다.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을 가득 머금은 채 허리춤에 훈장처럼 총을 차고 들어온 남자들은 한눈에 딱 봐도 전문 경호원들 같았다.곧이어 맨 가운데 차 문이 열리면서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남녀 몇 명이 세상 당당한 모습으로 내렸다.단발머리를 한 남양 여자가 선두에 서 있었다.그녀의 피부는 너무 검지도 너무 희지도 않은 말쑥한 보리 색이었고 몸매는 더할 나위 없이 매끈했다.몸에 걸친 옷이 그녀의 매력적인 몸매에 날개를 날아 주었다.독보적인 미모의 여자는 모든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단연 눈에 띄었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거만한 기질이 줄줄 흘렀다.걸을 때 나는 하이힐 소리에서는 뼈가 부러지는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남양 회관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빛이 변했다.여자가 남양 회관으로 들어서자 술잔을 부딪히던 남녀가 모두 얼굴을 찡그렸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여자를 보면 꺼림칙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웃음꽃을 피우던 남양 남자의 얼굴에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원여옥이 항성엔 어쩐 일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원 씨 가문이 항성에 와서 권력을 움켜쥔 뒤 남양 거리 쪽을 다 장악하려는 거 아니야?”“남양 거리는 지금 양 씨 가문에서 꽉 잡고 있는데 말이야!”“하지만 원여옥이 남양에서는 훨씬 더 대단한 인물이잖아. 원 씨 가문은 현재 남양 3대 가문 중에서도 우두머리라 할 수
”퍽!”원여옥은 길을 가로막는 남자에게 쓸데없는 말 대신 그의 얼굴에 뺨을 후려갈겼다.“개자식,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함부로 말을 걸어?”“지금의 남양파의 이 기세를 남양 3대 가문이 피땀 흘려 만든 거라는 사실, 잊었어?”“남양파에서 우리 원 씨 가문의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하고 무거운지 몰라? 그런 내가 어디 못 올 데라도 온 거야?”“내가 남양 거리에 왔는데 일일이 보고라도 하고 다녀야 돼?”“가당키나 해?”“아니면 양유훤 밑에서 굴러먹다 보니 당신 주인이 누구인지 그새 잊은 거야?”원여옥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살의를 뿜으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남자의 말이 원여옥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분명하다.그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중년 남성의 얼굴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벌겋게 떠올랐고 눈꺼풀은 쉴 새 없이 파동을 일으켰다.그는 지금 감히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허리를 굽신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원여옥 아가씨, 농담하시는 거죠?”“아가씨가 내 주인인 걸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다른 뜻은 없습니다.”“지, 지금은 많이 늦, 늦었으니 어서 들어가서 푹 쉬세요. 오시느라 노곤하셨을 텐데!”“마침 남양파에서 삼계호텔 스위트룸을 오랫동안 잡아 놓고 있으니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가서 쉬셔도 됩니다!”“퍽!”원여옥은 또 한 번 손바닥을 휘둘렀다.“내가 언제 쉬러 간다고 했어?”“당신 추잡한 꼴 여기서 계속 보는 거 역겨워서 지나가려던 거잖아!”“그런데 당신이 내 길을 막은 거고. 계속 이렇게 막을 거야?”“양유훤이 남양파의 우두머리이긴 하지만 우리 가문도 남양파를 감찰할 자격이 있다는 거 잊지 마!”“게다가 만약 우리 눈에 마음 안 들면 언제든지 양유훤을 끌어내릴 수 있어. 말 한마디면 되는 일이야!”원여옥은 불쾌하고 언짢은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얼굴을 찡그렸다.“한 가지 더 일러두자면 난 중요한 일 아니면 여길 올 이유가 없었어
원여옥의 눈에서 경멸의 불꽃이 튀고 있었다.만약 지금 눈앞에 양유훤이 있었다면 당장 요절내고야 말 태세였다.양제명이라는 큰 산이 뒤에 받치고 있지 않았더라면 양유훤이 무슨 능력으로 남양파 우두머리 자리에 앉았겠는가?양 씨 집안은 이 자리에서 너무 많은 이익을 가져갔다.말로는 그 자리가 탐이 나지 않는다 했지만 마음속으로 그녀는 늘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어찌 되었든 남양파는 항성과 도성에서 홍성과 견줄 만한 세력이었다.게다가 항성이라는 국제도시에서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원여옥의 말을 듣고 있던 중년 남자는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요 며칠 양 어르신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양유훤이 대하에서 온 유능한 사람에게 특별히 청했다는군요. 이 사람은 전에 화 씨 집안의 일도 해결한 적이 있고요.”“이 사람은 지금 독으로 독을 제거하는 방법을 써서 양 어르신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양 어르신이 곧 털고 일어나실 것 같습니다.”“뭐?”“대하에서 온 유능한 사람?”“그까짓 놈이 무슨 재주가 있겠어?”원여옥은 중년 남자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분풀이하듯 그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화 씨 집안의 일도 해결했다고? 혹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사기꾼 아니야?”“사기꾼에게 속아 양 노인을 치료하게 하다니, 참. 뭐? 독으로 독을 제거해? 무슨 그런 방법이 다 있어?”“머리에 총 맞았어?”“깨어나지도 않았잖아?”“그리고 양유훤도 그래. 몸만 놀릴 줄 아는 사교계 꽃이 지금 뭐하는 짓이야?”“항성 10대 명의들도 양 노인의 병을 고치지 못했고 미국에서 온 양의들도 속수무책이었다던데.”“항성과 미국에 한참 뒤쳐진 대하인한테 의지해서 치료를 해?”“농담도 무슨 이런 농담이 다 있어?”“양유훤은 쓰레기야. 당신들도 마찬가지고!”“대하인을 양 노인에게 접근하게 하다니!”“만약
비록 난감해하는 빛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지만 아묵은 침착하게 양유훤의 심복 십여 명을 데리고 와서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원여옥 아가씨, 여기 잠깐 계셔야 할 듯합니다!”“지금 안에서 하현이 양 어르신의 골수에서 독을 빼내고 계십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분부가 있었고요.”“골수에서 독을 빼낸다고?”원여옥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소설을 많이 읽은 거야? 아니면 영화를 많이 본 거야?”“그런 말을 믿어?”“양유훤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당신들은 양 노인을 죽이려 하고 있어.”“양 노인이 이렇게 죽게 내버려둘 순 없어. 적어도 비책서를 내놓을 때까지는 절대 안 돼!”“만약 양 노인이 그 사기꾼 손에 죽는다면 당신들 모두 무사하지 못할 거야!”“당장 물러서!”“감히 내 앞길을 막지 마. 내 시간은 금 같은 거니까!”원여옥은 눈에 살기를 가득 품은 채 아묵을 쏘아붙였다.그녀의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베어버릴 매서운 눈빛이었다.아묵은 심장이 벌렁벌렁거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원여옥 아가씨, 죄송합니다. 양유훤께서 특별히 분부하신 일이라 다른 하명이 있을 때까지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이에 응하지 않을 시는 죽여도 무방하다고 하셨습니다.”“탕!”원여옥은 더 이상 쓸데없는 입씨름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아묵을 향해 망설임 없이 총을 쏘았다.아묵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총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순간 그는 힘을 잃어 전혀 일어나지 못했다.“당신들, 감히 누가 총을? 누가 감히?”양 씨 가문 경호원들이 얼른 손을 쓰려고 했지만 어느새 원여옥이 데려온 경호원들에게 에워싸여 버렸다.양측의 수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고 원여옥은 더욱더 기세등등해졌다.양 씨 집안의 평범한 경호원들은 감히 그녀와 맞서지 못했다.아묵은 피를 흘리며 더듬거렸다.“원, 원여옥 아가씨, 정말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절대...”“탕!”또 한 발의 총알이 아묵의
”할아버지!”양유훤은 검은 핏물을 흘리는 양제명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하현도 얼굴을 찡그리며 양제명의 상태를 살폈다.그러다가 그는 양제명의 얼굴에 검은 기운이 어른거리는 걸 발견했다.순간 자신이 궁지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양미간에 모여 있던 검은 기운은 양제명의 심맥을 향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만약 그것이 심맥에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면 아마 양제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하현은 의사가 아니었다.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던 그때였다.하현은 뭔가 결심을 한 듯 들고 있던 메스로 양제명의 가슴에 구멍을 내었다.어쨌든 피를 밖으로 빼내야 할 것 같았다.이렇게 함으로써 독소를 방출하고 검은 기운이 심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동작을 마친 후 하현은 기도하듯 중얼거렸다.“어서 꺼져!”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의 위엄 서린 어조는 원여옥 같은 인물을 그 자리에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하현은 자신에게 총을 쏜 이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녀가 계속 자신의 일을 방해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양제명의 몸속 독을 제거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다만 상황이 급박한지라 직접 원여옥을 처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지금은 무엇보다 독소를 제거하는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조금도 지체 없이 독소를 제거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이전의 모든 과정들이 물거품이 된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자 하현의 손이 분주해졌다.그는 메스로 양제명의 가슴에 몇 번 더 구멍을 내었다.방금 구멍을 낸 지점에서 흘러나온 피는 아직 독소에 오염된 것이 아니었다.하현은 양제명의 가슴을 힘껏 눌러 바깥의 독이 양제명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해서 몸속의 독과 중화시키도록 했다.그리고 하현은 다시 메스를 들고 양제명의 정수리에 세게 꽂았다.검은 핏물이 튀어 올랐고 잠시 독소의 공격이 멈춘 듯했다.“개자식!”“감히 양 어르신의 몸에
”원여옥, 날 함부로 폄훼하지 마!”양유훤은 차가운 눈빛으로 원여옥의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하현 이 사람은 내가 모셔온 사람이야!”“그는 살인술을 알고 우리 할아버지의 독소를 어떻게 제거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구!”“지금 거의 마지막 단계에 다 왔어. 이것만 마치면 우리 할아버지는 무사히 회복하실 수 있어.”“몇십 년 더 살 수 있을 정도로 정정하게 돌아오실 거라고!”“이건 우리 남양파는 물론이고 심지어 남양국에도 아주 중요한 일이야!”“지금이 독을 빼내는 데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야. 원여옥, 제발 하현을 방해하지 마!”양유훤이 원래 성격대로 했다면 아마도 벌써 손을 써서 제압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크게 싸우는 것이 할아버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자신의 진심에 의지해 이 앙큼한 원여옥을 설득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양유훤, 너 정말!”원여옥은 양유훤에게 잡힌 오른손을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분을 삭일 수도 없어 얼굴이 쉴 새 없이 울그락불그락했다.감히 양유훤이 자신의 말을 거역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원여옥의 마음속에선 양유훤에 대한 정의할 수 없는 두려움이 일렁거렸다.만약 양제명의 몸속 독소가 완전히 제거되어 그가 회복한다면 정말 모든 것이 다 끝장이다!“찰싹!”이런 생각이 들자 원여옥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왼손을 번쩍 들어 양유훤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다.양유훤의 몸이 비틀거렸고 그녀의 고운 얼굴에 선명한 선홍색 손자국이 떠올랐다.“양유훤,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당신이 대하의 의사에게 양 어르신을 치료해 달라고 청했으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그런데 지금 누구를 모셔왔다고? 살인술을 안다고?”“지금 나랑 농담해?”“살인술을 아는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고?”“그런 사람이 정말 양 어르신을 구한다고?”“당신은 지금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어 친할아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