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얼굴은 여전히 냉담하고 평온하기 그지없었다.평소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집법당 제자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집법당 제자들이 하현에게 달려들었을 때 그들의 눈에는 커다란 하현의 손바닥밖에 보이지 않았다.불과 1분도 되지 않아 용문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집법당 제자들이 널브러졌다.이 과정에서 하현은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았다.심지어 집법당 제자들은 하현의 옷자락 한번 스쳐 보지 못했다.공송연의 얼굴은 갑자기 죽을상이 되었다.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그제야 그녀는 하현의 실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자신은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천하무적 중의 천하무적 같았다.용문에서는 스스로의 지위를 지켜줄 무력이 필요했다.보이지 않는 권력 싸움 안에서 자신의 안위를 외부의 세력에 의존해야 했던 것이다.그러나 하현은 어떤 무력에도 의지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스스로가 천하무적인 것을!날 막으면 다 죽을 거라던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쾅!”하현의 발길질에 도관 문이 펄럭였고 문 앞에 숨어 있던 집법당 제자들은 단숨에 몸이 박살이 났다.그들은 심지어 안전장치를 푼 총까지 들고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하현이 지나가는 곳은 비명이 난무했다.몇 번의 몸놀림에 집법당 제자들이 그대로 나가떨어졌다.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무적 그 자체였다.진정한 무적이었다!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발로 문을 차고 들어가려던 순간 무도복을 입은 노인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강철로 된 너클을 손에 차고 있던 노인은 순간 차가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어린 놈이 날뛰고 있다니 이 할애비가 손 좀 봐 주지!”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철제 너클이 하현의 가슴과 목구멍을 향해 돌진했다.무섭고 위압적인 기세가 말할 수 없는 살기를 뿜었다.고수였다.이건 확실히 고수의 몸놀림이다!병왕급 고수!“퍽!”안타깝게도 고수가 하현을 박살내려고 손을 뻗은 순간 하현의 오른손이 어느
복도에는 십여 명의 집법당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하현을 본 그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문스럽게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이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 전에 하현은 닥치는 대로 손을 날려 집법당 제자들을 날려 버렸다.그동안 많은 집법당 제자들이 하현의 손에 종잇장처럼 날아갔다.하현의 일격에 그들은 제대로 반격할 틈도 없이 생사를 걱정할 지경에 놓여 버렸다.이런 모습들은 그야말로 공송연에게는 충격에 또 충격이었다.그녀는 집법당 제자들이 이렇게 쓸모없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또 한편으로는 하현이 이렇게 강력하고 저돌적일 줄 몰랐다.공송연은 마지막 용기를 끌어모아 하현에게 발악했다.“하현, 당신 후회하게 될 거야!”“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라고!”“이렇게 우리 집법당 제자들을 괴롭힌 대가가 얼마나 쓰라릴지 각오해!”하현은 어디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 공송연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복도 깊숙이 들어가 발로 문을 걷어찼다.“뻥!”문이 미친 듯이 팔랑거리다가 제풀에 맥없이 떨어져나갔다.화려한 조명 아래 웃음소리가 천장을 뒤덮던 홀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수십 명의 남녀가 모두 술잔을 쥔 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나 하현이야.”의아한 눈빛을 띤 장내의 모든 시선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외부인에게 쏠렸다.많은 사람들은 하현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겹겹이 쌓인 보안을 뚫고 여기에 나타난 외부인이 어떤 존재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오히려 갑자기 들이닥쳐 자신들의 흥을 깨뜨린 하현에게 그 자리에 있던 남녀들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비웃었다.여기는 용정재의 세상이군!용정재는 아리따운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용정재는 이미 파란 알약을 여러 개 집어먹은 탓에 아주 흥분 상태였다.이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와서 그의 흥을 깨뜨려 놓는단 말인가?죽고 싶어 환
용정재는 용문 집법당의 당주 친아들이었다.용 씨 가문 사람이기도 했다.이런 관계로 그는 항성 용문 안에서 제멋대로 굴었다.하고 싶은 대로 거침없이 행동했다.듣자 하니 무성에는 많은 양갓집 여자들이 몹쓸 짓을 당했다고 한다.그러나 그들은 집법당의 힘이 두려워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이번에 용정재가 항성에 온 목적은 간단했다.바로 하현을 제압하는 것.집법당에서는 하현이 용문주가 미는 강력한 후계자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그리고 이건 용문 집법당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다.그래서 집법당은 하현을 죽이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쉽게 말해 이 모든 일은 용인서가 하현을 지지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뜻하지 않게 하현은 용문 최고위들의 권력 싸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하현은 이런 권력 싸움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는 용정재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그러나 눈앞에 있는 용정재란 놈이 자신을 건드렸으니 이제 끝까지 해 볼 수밖에.하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담담하게 말했다.“항성과 도성에 온 목적이 무엇이든 아무 상관없어.”“당신 뒤에 누가 있는지 그것도 아무 상관없어.”“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야.”“하나는 강 지회장과 강옥연을 풀어 주는 일.”“둘째, 석고대죄하는 일.”“이 두 가지만 한다면 난 당신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야.”“하지만 죽음으로써 그 죄를 피할 수는 있지만 살아 있는 한은 죄를 피하며 살 수 없어. 내 말 알겠어?”용정재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하현은 자신이 건넨 호의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앞에서 감히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용정재는 피식하고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하 씨.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당신이랑 이런 쓸데없는 말로 시간 보내고 싶지 않거든. 당신은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내 흥을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 줄
”푸하하하!”주변에서 좋은 구경거리라도 보는 양 시시적거리던 남녀들이 소리내어 비웃었다.강옥연의 얼굴에 난 손자국을 보고 하현은 가만히 침묵했다.구경하던 남녀들은 하현이 겁에 질려 입을 꾹 다물었다고 생각했다.헛소리 치다가 정작 일이 벌어지니 아무 말도 못하는 소인배라고 여긴 것이다.“쯧쯧쯧, 미인을 구하는 영웅이라도 된 듯 말하더니! 흥!”“어서 구해 봐?”“아니면 입만 놀릴 줄 아는 뻔뻔한 인간이었던 거지!”용정재는 샴페인 잔을 천천히 흔들며 흥겨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당신이 날 건드리면 난 당신을 죽여 버릴 수 있어.”“하지만 당신의 그 겁없이 덤벼드는 용기는 가상해. 내가 이 여자들이랑 놀고 있을 때 든든하게 내 뒤나 봐 주면 딱 좋겠는데, 어때?”“당신이 뒤만 잘 봐 준다면 말이야.”“내가 이 여자들을 상으로 줄 수 있어. 내가 고기를 먹으면 당신은 고기 국물이라도 맛봐야지, 안 그래?”용정재의 거침없는 발언에 주변에 있던 남녀들은 모두 자지러지게 웃어 댔다.하현을 바라보는 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의 표정은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마냥 일그러졌다.보아하니 하현이란 놈은 큰소리만 뻥뻥 쳐댔지 영웅 행세를 할 깜냥도 되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런 사람이 저런 허세를 부리다니!용정재 앞에서 허세 부리다가 결국 여자도 못 구한 주제에 어떻게 용정재의 뒤를 봐 준단 말인가?남자가 이 정도 체면 구기는 지경에 이르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망신도 무슨 저런 망신인가!하현은 태연스럽게 뒷짐을 지고 단호한 얼굴로 용정재에게 다가갔다.“내가 방금 그렇게 말한 건 그나마 용인서의 체면을 봐서였어. 당신 가문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고 용문 집법당에게도 기회를 준 것이었지.”“그런데 당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다가 내 깊은 뜻도 이해하지 못하니 내가 직접 당신에게 알려줄 수밖에 없지!”“개자식! 누가 당신한테 이런 가당찮은 용기를 준 거야?”“알려주긴 뭘 알려줘!”“오히려 내가 매
장 어르신은 결연한 표정으로 하현을 향해 전력으로 덤벼들었다.절정의 병왕은 기세가 하늘로 치솟았다.목표는 오직 하나, 하현을 죽이는 것.그가 해야 할 일은 하현 일행을 일벌백계하는 것이다.감히 집법당을 건드리고 용정재를 위협한 자는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다.“휙휙!”장 어르신의 주먹은 휘두를 때마다 번개가 치듯 빛이 번쩍이는 것 같았고 믿을 수 없이 빠른 손놀림이 상대를 제압하려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몇몇 여인들은 이 장면을 바라보면서 장 어르신을 향한 흠모의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역시 강한 남자들은 어디서나 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반면 하현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서는 경멸과 비아냥으로 가득 차 있었다.장 어르신을 만났으니 죽지는 않을 수도 있으나 적어도 중상은 입을 거라 예상했던 것이다.“쓰레기 같은 놈.”“힘도 못 쓰고 주저앉을 거야!”“장 어르신 앞에서 감히 주먹을 휘두를 생각을 하다니!”한 무리의 여자들은 빈정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무시하는 눈빛을 던졌다.하현은 이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바닥을 휘둘렀다.순간 장 어르신을 향한 선망의 시선 속에서 하현의 손바닥이 장 어르신의 주먹 위로 떨어졌다.“퍽!”주먹과 손바닥이 마주치자 뭔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장 어르신의 주먹에서 나오는 힘이 그대로 하현의 손바닥에 전해졌다.대단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장 어르신의 주먹에 폭풍 같은 충격이 전해져 그대로 팔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아악!”장 어르신은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와 땅바닥에 떨어진 뒤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그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망했다!뜻밖에도 그의 힘이 하현에게는 먹히지 않았다!“아악!”“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가 손바닥 한 방으로 장 어르신의 주먹을 물리쳤다고?”“장 어르신이 적을 너무 얕잡아본 거 아니야?”많은 여자들
용정재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리고 그는 다시 하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하현은 날랜 몸놀림으로 총알을 피하며 바로 용정재의 얼굴에 손바닥을 휘둘렀다.“찰싹!”용정재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이 그대로 붕 떴다가 땅바닥에 널브러졌다.뺨 한 대일 뿐이었는데 완전히 그의 몸이 무력화되었다.“개자식!”“빌어먹을 놈!”입가에 피를 흘리던 용정재는 허우적거리며 뒤로 물러나면서 미친 듯이 손에 든 총기를 들어 올려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탕탕탕!”연이은 총소리는 장내에 전쟁터 같은 공포를 몰고 왔다.하현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용정재 앞에 섰다.그것을 지켜보던 남녀들은 믿을 수가 없어 눈을 껌뻑껌뻑거렸다.공송연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용정재, 조심해!”용정재는 자신이 총을 계속 쏘는데도 하현이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서자 오른손을 허리춤에 넣더니 이윽고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그러나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하현은 앞으로 달려가 그의 손을 발로 걷어찼다.“탕!”용정재의 총은 방향을 잃고 자신의 왼쪽 얼굴을 향해 주둥이를 벌렸다.순간 핏줄기가 튀어 오르며 용정재의 귀가 반쯤 날아가 버렸다.“아악!”용정재는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정신을 잃었던 그는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마치 미치광이처럼 발작을 일으키며 몸부림쳤다.자신이 하현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 회심의 무기를 꺼냈건만 결과는 처참했다.용정재는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다행히 용정재에겐 용 씨 집안 자존심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다.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용정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 듯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런 그의 모습을 본 남녀들의 얼굴은 완전히 새하얗게 변했다.어떤 여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온몸을 벌벌 떨었다.그들이 보고
”용정재를 놓아줘!”“함부로 굴지 마!”집법당 제자들이 당황하며 허둥지둥 달려들었다.만약 용정재가 죽는다면 그들의 말로도 끔찍할 거라는 걸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용정재의 안위를 책임지는 세 명의 고수들도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다.문 앞에 있던 공송연은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집법당에서 소위 정예라 할 수 있는 제자들이 최문성에게 일격을 당해 이미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밖에는 이미 용전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싸늘한 기색으로 들어섰다.최영하가 온 것이 분명했다.이 모습을 본 공송연은 얼굴에 절망이 가득 들어찼다.만약 하구천의 사람들이 온다면 그들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하지만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까지 왔으니 모든 것이 이미 끝장이었다.용정재가 죽은 개처럼 하현의 발아래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고 하현의 총은 용정재의 이마를 향해 있었다.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그녀들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소리쳤다.“하 씨, 당신 무슨 자격으로 지금 그러는 거야?”“용정재는 용문 집법당 당주의 아들이야!”“또한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용 씨 집안 자제라고!”“당신 용정재를 이렇게 만들고도 멀쩡하게 살아남을 줄 알아?”예쁘장한 여자들은 형세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호들갑을 떨기 바빴다.장 어르신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나 하현을 손가락질하며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 지금 뭘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당신은 지금 외부와 내통했다는 죄목을 지고 있어! 그런데 감히 용정재를 다치게 하다니!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문주가 와도 당신을 구해 주지 못할 거야!”“당신은 이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당주께서 내일 몸소 항성과 도성을 방문한다는 걸 알기나 해?”“용정재를 건드리면 당주께서 납시는 거야. 당신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응?”비록 하현의 몸놀림이 무섭고 두렵기는 하나 지금 용정재의 부하들은 전설
이때다 싶었는지 공송연도 사나운 표정으로 거들었다.“하 씨, 더 이상 함부로 행동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당신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이때 장 어르신은 핸드폰을 꺼내 영상통화를 켜고는 TV로 통화 화면을 옮겼다.갑자기 엄중한 표정을 한 사람이 TV에 나타났다.용문 집법당 당주, 용오행!용오행은 이미 항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듯 한껏 심각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난 용오행일세!”“용문 집법당 당주!”“용 씨 가문 십삼대 종손!”“내 신분이나 지위에 대해서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잘 들어. 당신이 예전에 섬나라 귀인의 미움을 산 뒤 남양인과 결탁한 일을 난 이미 보고를 들어서 알고 있어!”“내 아들을 항성에 파견한 것은 당신의 그 행동을 멈추게 하고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는 걸 막기 위해서였어!”“그래서 난 지금 당신에게 명령하겠어. 내 아들 놓아주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그렇지 않으면 내일 내가 항성에 가자마자 해야 될 일이 당신을 죽이는 일이 될 거야!”“당신을 죽인 뒤 당신과 관계 있는 모든 사람들도 응당의 벌을 받을 거야, 알아듣겠어?”용오정은 위엄을 떨치며 거침없이 내뱉었다.“내가 한 말은 즉시 그 자리에서 실행될 거야. 명심해!”“지금 당장 내 아들을 놓아주지 않으면 바로 죽을 거란 얘기야!”“정말 당신 용당주 맞습니까? 용 씨 가문 종손 맞냐고요?”하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홀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내가 당신 아들을 풀어주길 바라세요? 그건 문제없어요. 언제든지 풀어줄 수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우리 용문 규칙에 따르면 용문 제자들이 모여 어지럽고 지저분하게 뒤섞여 놀았는데 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런 건 상관하지 않으세요? 당신은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신은 집법당 당주잖습니까?”“당신은 일개 대구 지회장에 불과하고 장로회에선 아직 인정도 하지
순간 장천중의 얼굴엔 제대로 영글지 못한 모자란 손자를 향한 한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그는 장용호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어느새 장용호은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볼썽사납게 부풀어 올랐다.장촌중은 장용호의 멱살을 잡고 바로 하현 앞에 내동댕이치며 무릎을 꿇었다.“대사, 용서해 주게.”“내가 잘못 가르쳤네.”“내가 이놈에게 화자결을 알려줬어!”“배움이 부족한 이놈이 자네 앞에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용서해 주게.”“제발 한 번만 봐줘!”대사?!황보동이든 장용호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장천중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홍민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라 불리며 대하 풍수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만세당 장천중이 하현을 대사라 칭하며 무릎을 꿇을 줄은!이 소식이 금정 전체에 퍼진다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이놈아, 잘 들어!”“화자결은 하 대사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신 거야!”이때 장천중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장용호의 얼굴을 내리쳤다.장용호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하현은 내 스승일 뿐만 아니라 네 조상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야!”“넌 지금 조상님에게 대드는 하극상을 보인 거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거라고! 얼른 용서를 빌어!”장천중은 배움이 모자란 손자가 황보정의 몸을 살피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자가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달려온 것이다.역시나 모자란 자신의 손자는 잘난 척 기고만장해서는 도리어 하현에게 비법을 도둑질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이 광경을 본 장천중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하무인한 짓을 할 수 있는가?이런 행동을 하면 만세당의 그 수많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라는 걸 모르
황보정은 온몸이 약간 회복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용호는 이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자, 이제 마지막 한 수를 쓰겠습니다.”“화자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거기, 당신은 좀 나가주지. 내가 하는 방법을 몰래 훔쳐볼 생각하지 말고!”“이건 우리 만세당의 독점술이나 마찬가지니까!”“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면 곤란하지!”말을 마친 뒤 장용호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하현이 떠나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독점술?”하현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장천중이 알려줬어?”“개자식! 어디서 함부로 내 할아버지 함자를 입에 올리는 거야?”“게다가 우리 독점술을 누가 알려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장용호는 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아무튼 간에 난 당신 같은 나쁜 놈은 보고 싶지 않아!”“여기서 당장 꺼져 주지 않으면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진홍민도 나서서 장용호의 말을 거들었다.“하현, 당신은 그냥 나쁜 사기꾼일 뿐이야!”“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면 장용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거야!”“왜냐하면 당신이 몰래 촬영해서 그 영상을 누구한테 팔지 모르는 일이니까!”“당신 같은 사람이 못 할 짓이 뭐야?”간민효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이 손을 가로저으며 그녀를 만류했고 이어 장용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기운을 풀어주려고 마지막 한 수로 침을 놓을 때 꼭 명심해. 반드시 주사 광물을 찍어야 해.”“풀어진 기운은 몸 안에 유입되어야 해. 공중에 함부로 흩어져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황보정은 숨이 막혀서 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오
장용호는 진홍민의 눈빛을 알아듣고 헛기침을 하며 희미한 미소를 보이다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친한 사이일수록 돈 관계는 확실히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요즘 그런 소문이 들리더라고요.”“누군가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이 집복당을 무료로 준다고요, 사실입니까?”황보동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홍민을 쳐다본 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당신이 내 손녀를 구해 줄 수만 있다면 이 집복당을 가져도 돼.”“게다가 우리 황보 집안을 잇게 되는 거야.”황보동의 말을 듣고 진홍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용호, 걱정하지 마. 우리 이모할아버지는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로 지키는 사람이야!”“그래도 당신이 안심을 못 하겠다면 내가 나서서 보증할게!”“퍽!”황보동은 다른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기 귀찮아 서가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장용호 앞에 내던지듯 내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이미 계약서까지 다 준비해 두고 있었어.”“누구라도 내 손녀를 구해 낸다면 바로 이 계약서를 가져갈 수 있어.”진홍민은 흥분된 표정으로 계약서를 얼른 낚아채 눈을 반짝이며 살펴보았다.“맞아. 이 계약서는 원본이고 유효해. 양측이 여기 서명만 하면 돼.”“좋아요. 황보대사님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저도 모든 걸 다 쏟아 보겠습니다!”“여러분들에게 주역에서 가장 뛰어난 풍수술과 화자결을 보여드리죠!”말을 마치며 장용호는 호탕한 웃음을 보인 뒤 들고 있던 꾸러미에서 은침 한 개와 붉은 주사 광물을 꺼냈다.“우선 황보정의 온몸에 가득 찬 살기를 제거하여 그녀의 몸을 회복시킨 다음 기력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하현은 장용호의 말을 듣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장용호는 바로 은침을 쥐고 소독한 후 약간의 주사 광물을 묻힌 후 천천히 황보정의 눈썹 위에 찍었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작부터 틀렸어.”장용호는 이 말을 듣고 미간
서류 뭉치에는 하현의 사진과 철인도 완벽하게 찍혀 있었다.진홍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허! 가짜 증명서인 게 틀림없어!”그녀는 냉소를 연발했다.“이모할아버지, 정말로 이 사기꾼을 믿기로 하신 건 아니죠?”“야! 사기 치려고 별짓을 다하는구나!”진홍민의 비아냥거림에 줄곧 입을 열지 않았던 장용호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이며 앞으로 나왔다.“황보대사님, 어디서 이런 사기꾼을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요.”“왜 이런 사기꾼을 믿게 된 거예요? 도저히 모르겠어요.”“전 단지 지금 황보정의 상황은 우리 만세당 말고는 절대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실히 말해 두고 싶어요.”황보동은 자신감 넘치는 장용호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유가 뭔가?”“이유요?”장용호는 팔짱을 진 채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주역의 ‘화자결’을 전수받았기 때문이죠.”“세상의 모든 재앙을 다 물리칠 수 있다고요!”‘화자결’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황보동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 주역?”“그럴 리가 없는데. 주역은 오래전에 전수가 끊겼는데.”“자네 날 속일 셈인가?”황보동이 의아한 눈빛으로 몰아붙이자 장용호는 더욱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는 얼마 전 진정한 고수에게서 가르침을 받으셨죠. 쉬쉬하며 음성적으로 전해지던 주역의 ‘화자결’을 몽땅 전수해 받았다고요!”“이걸 전수받은 풍수지리사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가 있어요!”여기까지 말한 장용호는 세상을 발아래 둔 사람처럼 기고만장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내가 보기엔 황보정은 천기를 누설한 죄로 이런 벌을 받은 거예요!”“내가 그녀를 그 업보에서 벗어나게 해 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입니다.”이 말을 듣고 진홍민이 재빨리 끼어들었다.“이모할아버지, 어서 장 대사님을 오라고 하세요!”“그는 명문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절대로 남을 속이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주역의 화자결?하현은 이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헛
진홍민이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이자 하현은 그녀를 상대하기조차 싫어졌다.하지만 진홍민은 여전히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하현을 문밖으로 내쫓을 태세를 보였다.그때 황보동이 황급히 그녀를 가로막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홍민아, 진정해. 함부로 이러지 마!”황보정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 나 괜찮아.”“괜찮다니?”“마침 내가 왔기에 망정이지 내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야!”진홍민은 거만한 얼굴로 황보동의 손을 뿌리치며 하현 앞으로 걸어갔다.뺨이라도 한 대 때릴 듯 그녀의 행보는 거셌다.“개자식! 지난번 일은 아직 계산도 안 했어!”“우리 오빠의 일을 다 망쳐 놓고 이제는 감히 내 사촌동생한테까지 손을 쓰려고 해?”“흥! 사는 게 귀찮아?”“퍽!”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민효가 갑자기 한 발짝 내디디며 손바닥으로 진홍민을 후려갈겼다.“하현한테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 죽고 싶어?”간민효의 노기 어린 말투와 간 씨 가문이라는 신분에 진홍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간민효를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방금 진홍민의 관심은 온통 하현에게 쏠려 있어서 옆에 있던 간민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간민효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거친 숨을 씩씩거렸지만 진홍민은 감히 간민효에게 뭐라고 대거리를 할 수가 없었다.진홍민은 얼굴을 가리고 표독스럽게 말했다.“이모할아버지, 보셨죠?”“감히 내가 한마디했다고 사람을 때리다니!”“이런 사람을 가만히 두면 안 되잖아요?!”지금 진홍민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초조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 게 아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만약 정말로 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한다면?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눈독을 들이던 집을 엄한 놈이 차지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현이 정말로 이백억 집을
간민효 일행은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회랑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 중 무도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선두에 서 있는 것이 하현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체구가 약간 왜소했지만 얼굴에는 자신만만함이 가득 묻어났다.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장천중과 비슷했다.황보동을 본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안녕하세요.”다만 인사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오만한 기운이 가득 풍겼다.“진홍민, 만세당 사람들을 데려왔구만?”황보동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젊은 남자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당신이 장 대사의 손자, 장용호인가?”장용호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황보대사님, 기억력이 아주 좋으십니다. 그저 몇 년 전에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절 기억하시다니요!”그러자 진홍민이 희미한 미소를 내걸며 입을 열었다.“이모할아버지, 장용호는 정말 좋은 친구예요!”“그는 풍수지리로는 금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예요!”“무엇보다 최근 내공이 훨씬 더 강하고 깊어졌어요!”“내가 정이를 생각해서 특별히 모셔온 사람이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진홍민의 눈동자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이 친구한테 정이를 한번 보라고 해 보세요. 어차피 지금은 다른 방법도 없잖아요?”황보동은 오만한 미소로 당당하게 서 있는 장용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자네 할아버지가 이미 손을 써 보았다네.”“하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더는 어떻게 할 수 있다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했네.”“그리고 자네, 할아버지의 재주를 90% 이상을 전수받았다고 해도 아마 내 손녀를 치료할 수는 없을 거야.”황보동은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이미 하 대사를 불렀거든.”“하 대사가 나서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야.”황보동은 분명 만세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금정 제일의 풍수사라 불리는 장천중은 아무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우리 집을 산다고요?”황보정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에요?”황보동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아무리 총명한 황보정이라고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반신반의하던 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숨결과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 이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제압한 풍수대사라고?무슨 그런 농담을?!하지만 황보정은 평소 도도한 할아버지의 성품으로 봤을 때 하현이 정말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할아버지의 눈에 들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보정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하현은 더 이상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하현이라고 합니다.”황보정은 하현에게 말했다.“하 대사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다만 하 대사님은 절대 부담 가지지 마세요. 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저는 천기를 누설해서 이런 벌을 받았어요.”황보정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천기누설? 그래서 벌을 받았다고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부담 느끼지 않으니까요.”황보정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하현, 그게 무슨 뜻이에요?”하현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업보나 벌이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황보동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대사, 정말 할 수 있겠는가?’예전 같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무당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국내외 내로라하는 대사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결과는 처참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그런데 하현에게 방법이 있다고?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하지만 하현이 조금 전까지 보인 행동으로
집복당 후원과 앞뜰을 잇는 긴 회랑.회랑 양옆에는 연못이 있었고 연꽃 사이를 숨바꼭질하는 금붕어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이곳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유명한 정원과도 맞먹는 유려한 풍광과 격조가 느껴졌다.아름드리나무가 테두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고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즈넉한 정자, 단단한 선비의 기상이 넘치는 바위 정원, 그 사이를 유유히 유람하는 맑고 고요한 물줄기.더운 여름에도 이곳에서는 상쾌하고 서늘한 바람이 일렁거려서 무릉도원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가운데 있는 정자에는 흰색 긴 치마를 입고 단정하게 하나로 머리를 묶은 화장기 없는 여자가 있었다.그녀는 손에 나침반을 들고 있었는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그녀의 곁에는 오래된 죽간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촉감으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칼로 빼곡하게 글자를 새겨 놓았다.눈이 멀고 온몸에 힘이 빠져도 글과 그림을 향한 열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현의 눈에서는 절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다.요즘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겉모습을 꾸미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서 미인이란 미인은 도처에 널렸다.하지만 이렇게 기품 있고 우아한 여자는 찾기 어렵다.“할아버지, 정말 우리 집복당을 팔 생각이세요?”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뭔가를 눈치챈 황보정이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표정을 말했다.“저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천기를 누설한 업보로 이렇게 된 거라고 말했잖아요?”“조상님들이 물러주신 이 집복당을 판다고 해도 내 병을 고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어요. 다 헛수고라고요.”“그러니까 할아버지, 나중에 죽어서 조상님 뵐 낯도 없어서 전전긍긍하시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두세요. 제발 부탁이에요.”황보정은 글과 그림에 대한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착한 마음씨와 효를 심성에 장착하고 있었다.그래서 하현은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정아, 넌 내 하나밖에
하현의 몇 마디에 모든 문제가 줄줄이 해결되었다.손님들은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하현이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들이 믿고 떠받들던 황보동은 한켠에 방치되었다.하현은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등을 빠른 속도로 설명하며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책까지 한 번에 술술 늘어놓았다.다들 놀란 표정으로 하현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고 문제가 해결되자 감격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하현이 붉은 주사 광물을 가지고 각종 부적을 그려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이웃들은 모두 집복당에 젊은 신선이 왔다고 말하며 달려 나갔다.심지어 일부 아줌마들은 자기 딸이 몇 년 동안 시집도 못 가는 일까지 하현에게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하현은 한 명 한 명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많은 의견과 해결책들을 제시했다.즉석에서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당사자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소위 풍수지리사들이 대부분 이와 같은 일을 한다.이 과정에서 황보동은 옆에서 하현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그는 들으면 들을수록 표정이 엄숙하고 경건해졌다.하현이 하는 말들은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서로 다 알고 지내는 이웃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평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누구보다 황보동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침착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황보동의 눈빛은 어느새 그에 대한 경의로 가득 찼다.황보동의 기억 속에 그가 이런 광경을 본 적은 어린 시절뿐이었던 것 같았다.그래서 하현의 모습을 보자 황보동은 아련한 설렘마저 느끼게 되었다.결국 황보동은 자발적으로 책상 옆으로 가서 하현의 조수로 변신해 부적 그리는 것을 도왔다.“하 대사, 당신이 진정한 대사일세!”손님들이 모두 떠난 뒤에야 황보동은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인사했다.“자네는 나를 훨씬 능가하는 재주를 가졌어!”“자네가 이 집복당을 이어간다면 그건 모든 사람들이 복을 얻는 것과 같아!”그의 인생에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