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당신이 용정재를 찾아가 혼을 내주겠다고? 그야말로 스스로 무덤 파는 짓이야!”“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짓이라고!”“내 말 잘 들어. 당신이 말귀를 알아들었다면 어서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내가 나서서 몇 마디 해 주면 좋게 끝날지도 몰라.”“그렇지 않고 자꾸 이렇게 깐죽대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표정이 어두워진 하현은 공송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세게 후려쳤다.“아악!”공송연은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맞은 순간도 아팠지만 충격을 받은 세포들이 일제히 일어나는지 감당하지 못할 고통이 서서히 밀려와 그녀를 괴롭혔다....몇 분 후 하현 일행을 실은 차가 항성에 있는 용문 항도 도관 앞에 들어섰다.문이 열리며 하현 일행이 나왔고 최문성은 이미 폐인이 된 공송연을 끌고 나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그들은 용문 항도 지회가 이미 집법당 사람들에게 점령당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하현 일행이 차에서 내리고 난 뒤 가장 먼저 본 사람이 험상궂은 얼굴의 집법당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현을 보자마자 집법당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간땡이가 부었군, 하현. 감히 공송연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당신 제 명대로 살기 힘들겠군!”이 말을 듣고도 하현은 아무런 표정 없이 손바닥을 휘둘렀다.“퍽!”“나를 막는 자는 그 자리에서 모두 죽여 버릴 거야!”집법당 사람들이 한꺼번에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하현은 어느새 뒷짐을 진 채 잘 다듬어진 계단 위를 올라가 유유히 본관으로 향했다.집법당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그들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하 씨, 여기가 용문 대구 지회인 줄 알아? 여기서 당신이 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전에는 당신이 운이 좋았을 뿐이야. 정말로 당신 눈엔 우리 집법당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오늘 용정재도 오셨으니 당신 하나쯤 죽이는 건 길고양이
하현의 얼굴은 여전히 냉담하고 평온하기 그지없었다.평소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집법당 제자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집법당 제자들이 하현에게 달려들었을 때 그들의 눈에는 커다란 하현의 손바닥밖에 보이지 않았다.불과 1분도 되지 않아 용문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집법당 제자들이 널브러졌다.이 과정에서 하현은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았다.심지어 집법당 제자들은 하현의 옷자락 한번 스쳐 보지 못했다.공송연의 얼굴은 갑자기 죽을상이 되었다.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그제야 그녀는 하현의 실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자신은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천하무적 중의 천하무적 같았다.용문에서는 스스로의 지위를 지켜줄 무력이 필요했다.보이지 않는 권력 싸움 안에서 자신의 안위를 외부의 세력에 의존해야 했던 것이다.그러나 하현은 어떤 무력에도 의지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스스로가 천하무적인 것을!날 막으면 다 죽을 거라던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쾅!”하현의 발길질에 도관 문이 펄럭였고 문 앞에 숨어 있던 집법당 제자들은 단숨에 몸이 박살이 났다.그들은 심지어 안전장치를 푼 총까지 들고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하현이 지나가는 곳은 비명이 난무했다.몇 번의 몸놀림에 집법당 제자들이 그대로 나가떨어졌다.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무적 그 자체였다.진정한 무적이었다!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발로 문을 차고 들어가려던 순간 무도복을 입은 노인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강철로 된 너클을 손에 차고 있던 노인은 순간 차가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어린 놈이 날뛰고 있다니 이 할애비가 손 좀 봐 주지!”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철제 너클이 하현의 가슴과 목구멍을 향해 돌진했다.무섭고 위압적인 기세가 말할 수 없는 살기를 뿜었다.고수였다.이건 확실히 고수의 몸놀림이다!병왕급 고수!“퍽!”안타깝게도 고수가 하현을 박살내려고 손을 뻗은 순간 하현의 오른손이 어느
복도에는 십여 명의 집법당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하현을 본 그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문스럽게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이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 전에 하현은 닥치는 대로 손을 날려 집법당 제자들을 날려 버렸다.그동안 많은 집법당 제자들이 하현의 손에 종잇장처럼 날아갔다.하현의 일격에 그들은 제대로 반격할 틈도 없이 생사를 걱정할 지경에 놓여 버렸다.이런 모습들은 그야말로 공송연에게는 충격에 또 충격이었다.그녀는 집법당 제자들이 이렇게 쓸모없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또 한편으로는 하현이 이렇게 강력하고 저돌적일 줄 몰랐다.공송연은 마지막 용기를 끌어모아 하현에게 발악했다.“하현, 당신 후회하게 될 거야!”“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라고!”“이렇게 우리 집법당 제자들을 괴롭힌 대가가 얼마나 쓰라릴지 각오해!”하현은 어디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 공송연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복도 깊숙이 들어가 발로 문을 걷어찼다.“뻥!”문이 미친 듯이 팔랑거리다가 제풀에 맥없이 떨어져나갔다.화려한 조명 아래 웃음소리가 천장을 뒤덮던 홀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수십 명의 남녀가 모두 술잔을 쥔 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나 하현이야.”의아한 눈빛을 띤 장내의 모든 시선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외부인에게 쏠렸다.많은 사람들은 하현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겹겹이 쌓인 보안을 뚫고 여기에 나타난 외부인이 어떤 존재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오히려 갑자기 들이닥쳐 자신들의 흥을 깨뜨린 하현에게 그 자리에 있던 남녀들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비웃었다.여기는 용정재의 세상이군!용정재는 아리따운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용정재는 이미 파란 알약을 여러 개 집어먹은 탓에 아주 흥분 상태였다.이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와서 그의 흥을 깨뜨려 놓는단 말인가?죽고 싶어 환
용정재는 용문 집법당의 당주 친아들이었다.용 씨 가문 사람이기도 했다.이런 관계로 그는 항성 용문 안에서 제멋대로 굴었다.하고 싶은 대로 거침없이 행동했다.듣자 하니 무성에는 많은 양갓집 여자들이 몹쓸 짓을 당했다고 한다.그러나 그들은 집법당의 힘이 두려워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이번에 용정재가 항성에 온 목적은 간단했다.바로 하현을 제압하는 것.집법당에서는 하현이 용문주가 미는 강력한 후계자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그리고 이건 용문 집법당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다.그래서 집법당은 하현을 죽이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쉽게 말해 이 모든 일은 용인서가 하현을 지지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뜻하지 않게 하현은 용문 최고위들의 권력 싸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하현은 이런 권력 싸움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는 용정재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그러나 눈앞에 있는 용정재란 놈이 자신을 건드렸으니 이제 끝까지 해 볼 수밖에.하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담담하게 말했다.“항성과 도성에 온 목적이 무엇이든 아무 상관없어.”“당신 뒤에 누가 있는지 그것도 아무 상관없어.”“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야.”“하나는 강 지회장과 강옥연을 풀어 주는 일.”“둘째, 석고대죄하는 일.”“이 두 가지만 한다면 난 당신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야.”“하지만 죽음으로써 그 죄를 피할 수는 있지만 살아 있는 한은 죄를 피하며 살 수 없어. 내 말 알겠어?”용정재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하현은 자신이 건넨 호의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앞에서 감히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용정재는 피식하고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하 씨.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당신이랑 이런 쓸데없는 말로 시간 보내고 싶지 않거든. 당신은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내 흥을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 줄
”푸하하하!”주변에서 좋은 구경거리라도 보는 양 시시적거리던 남녀들이 소리내어 비웃었다.강옥연의 얼굴에 난 손자국을 보고 하현은 가만히 침묵했다.구경하던 남녀들은 하현이 겁에 질려 입을 꾹 다물었다고 생각했다.헛소리 치다가 정작 일이 벌어지니 아무 말도 못하는 소인배라고 여긴 것이다.“쯧쯧쯧, 미인을 구하는 영웅이라도 된 듯 말하더니! 흥!”“어서 구해 봐?”“아니면 입만 놀릴 줄 아는 뻔뻔한 인간이었던 거지!”용정재는 샴페인 잔을 천천히 흔들며 흥겨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당신이 날 건드리면 난 당신을 죽여 버릴 수 있어.”“하지만 당신의 그 겁없이 덤벼드는 용기는 가상해. 내가 이 여자들이랑 놀고 있을 때 든든하게 내 뒤나 봐 주면 딱 좋겠는데, 어때?”“당신이 뒤만 잘 봐 준다면 말이야.”“내가 이 여자들을 상으로 줄 수 있어. 내가 고기를 먹으면 당신은 고기 국물이라도 맛봐야지, 안 그래?”용정재의 거침없는 발언에 주변에 있던 남녀들은 모두 자지러지게 웃어 댔다.하현을 바라보는 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의 표정은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마냥 일그러졌다.보아하니 하현이란 놈은 큰소리만 뻥뻥 쳐댔지 영웅 행세를 할 깜냥도 되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런 사람이 저런 허세를 부리다니!용정재 앞에서 허세 부리다가 결국 여자도 못 구한 주제에 어떻게 용정재의 뒤를 봐 준단 말인가?남자가 이 정도 체면 구기는 지경에 이르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망신도 무슨 저런 망신인가!하현은 태연스럽게 뒷짐을 지고 단호한 얼굴로 용정재에게 다가갔다.“내가 방금 그렇게 말한 건 그나마 용인서의 체면을 봐서였어. 당신 가문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고 용문 집법당에게도 기회를 준 것이었지.”“그런데 당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다가 내 깊은 뜻도 이해하지 못하니 내가 직접 당신에게 알려줄 수밖에 없지!”“개자식! 누가 당신한테 이런 가당찮은 용기를 준 거야?”“알려주긴 뭘 알려줘!”“오히려 내가 매
장 어르신은 결연한 표정으로 하현을 향해 전력으로 덤벼들었다.절정의 병왕은 기세가 하늘로 치솟았다.목표는 오직 하나, 하현을 죽이는 것.그가 해야 할 일은 하현 일행을 일벌백계하는 것이다.감히 집법당을 건드리고 용정재를 위협한 자는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다.“휙휙!”장 어르신의 주먹은 휘두를 때마다 번개가 치듯 빛이 번쩍이는 것 같았고 믿을 수 없이 빠른 손놀림이 상대를 제압하려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몇몇 여인들은 이 장면을 바라보면서 장 어르신을 향한 흠모의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역시 강한 남자들은 어디서나 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반면 하현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서는 경멸과 비아냥으로 가득 차 있었다.장 어르신을 만났으니 죽지는 않을 수도 있으나 적어도 중상은 입을 거라 예상했던 것이다.“쓰레기 같은 놈.”“힘도 못 쓰고 주저앉을 거야!”“장 어르신 앞에서 감히 주먹을 휘두를 생각을 하다니!”한 무리의 여자들은 빈정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무시하는 눈빛을 던졌다.하현은 이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바닥을 휘둘렀다.순간 장 어르신을 향한 선망의 시선 속에서 하현의 손바닥이 장 어르신의 주먹 위로 떨어졌다.“퍽!”주먹과 손바닥이 마주치자 뭔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장 어르신의 주먹에서 나오는 힘이 그대로 하현의 손바닥에 전해졌다.대단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장 어르신의 주먹에 폭풍 같은 충격이 전해져 그대로 팔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아악!”장 어르신은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와 땅바닥에 떨어진 뒤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그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망했다!뜻밖에도 그의 힘이 하현에게는 먹히지 않았다!“아악!”“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가 손바닥 한 방으로 장 어르신의 주먹을 물리쳤다고?”“장 어르신이 적을 너무 얕잡아본 거 아니야?”많은 여자들
용정재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리고 그는 다시 하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하현은 날랜 몸놀림으로 총알을 피하며 바로 용정재의 얼굴에 손바닥을 휘둘렀다.“찰싹!”용정재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이 그대로 붕 떴다가 땅바닥에 널브러졌다.뺨 한 대일 뿐이었는데 완전히 그의 몸이 무력화되었다.“개자식!”“빌어먹을 놈!”입가에 피를 흘리던 용정재는 허우적거리며 뒤로 물러나면서 미친 듯이 손에 든 총기를 들어 올려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탕탕탕!”연이은 총소리는 장내에 전쟁터 같은 공포를 몰고 왔다.하현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용정재 앞에 섰다.그것을 지켜보던 남녀들은 믿을 수가 없어 눈을 껌뻑껌뻑거렸다.공송연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용정재, 조심해!”용정재는 자신이 총을 계속 쏘는데도 하현이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서자 오른손을 허리춤에 넣더니 이윽고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그러나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하현은 앞으로 달려가 그의 손을 발로 걷어찼다.“탕!”용정재의 총은 방향을 잃고 자신의 왼쪽 얼굴을 향해 주둥이를 벌렸다.순간 핏줄기가 튀어 오르며 용정재의 귀가 반쯤 날아가 버렸다.“아악!”용정재는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정신을 잃었던 그는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마치 미치광이처럼 발작을 일으키며 몸부림쳤다.자신이 하현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 회심의 무기를 꺼냈건만 결과는 처참했다.용정재는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다행히 용정재에겐 용 씨 집안 자존심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다.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용정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 듯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런 그의 모습을 본 남녀들의 얼굴은 완전히 새하얗게 변했다.어떤 여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온몸을 벌벌 떨었다.그들이 보고
”용정재를 놓아줘!”“함부로 굴지 마!”집법당 제자들이 당황하며 허둥지둥 달려들었다.만약 용정재가 죽는다면 그들의 말로도 끔찍할 거라는 걸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용정재의 안위를 책임지는 세 명의 고수들도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다.문 앞에 있던 공송연은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집법당에서 소위 정예라 할 수 있는 제자들이 최문성에게 일격을 당해 이미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밖에는 이미 용전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싸늘한 기색으로 들어섰다.최영하가 온 것이 분명했다.이 모습을 본 공송연은 얼굴에 절망이 가득 들어찼다.만약 하구천의 사람들이 온다면 그들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하지만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까지 왔으니 모든 것이 이미 끝장이었다.용정재가 죽은 개처럼 하현의 발아래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고 하현의 총은 용정재의 이마를 향해 있었다.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그녀들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소리쳤다.“하 씨, 당신 무슨 자격으로 지금 그러는 거야?”“용정재는 용문 집법당 당주의 아들이야!”“또한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용 씨 집안 자제라고!”“당신 용정재를 이렇게 만들고도 멀쩡하게 살아남을 줄 알아?”예쁘장한 여자들은 형세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호들갑을 떨기 바빴다.장 어르신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나 하현을 손가락질하며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 지금 뭘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당신은 지금 외부와 내통했다는 죄목을 지고 있어! 그런데 감히 용정재를 다치게 하다니!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문주가 와도 당신을 구해 주지 못할 거야!”“당신은 이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당주께서 내일 몸소 항성과 도성을 방문한다는 걸 알기나 해?”“용정재를 건드리면 당주께서 납시는 거야. 당신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응?”비록 하현의 몸놀림이 무섭고 두렵기는 하나 지금 용정재의 부하들은 전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