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손바닥이 뺨에 부딪히는 차진 소리가 났다.사람들은 머릿속이 멍해졌고 북천 패도는 하현의 손바닥에 뺨이 날아갔다.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자신만만하던 북천 패도의 어깨가 고꾸라졌다.다시 일어날 생각은 도저히 꿈꿀 수도 없었다.음류 제자, 회오리바람을 몰아세운 무사의 칼끝도 하현의 주먹 한 방에 그 힘을 잃었다.“퍽!”북천 패도는 땅에 널브러졌고 손에 쥐고 있던 칼도 내동댕이쳤다.얼굴에 벌건 손자국만이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말해 주었다.북천 패도가 일어나기도 전에 하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또 주먹을 한 대 날렸다.북천 패도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몸이 날아갔다.“퍽!”“당신 북천 작은 두목이라며?”“당신 음류 제자라며?”“당신 회오리바람의 위력이 뭔지 보여주겠다며?”“당신 이러고도 얼굴 들고 다니겠어?”하현은 북천 패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 가며 그의 뺨을 툭툭 쳤다.북천 패도는 울먹였고 뺨은 점점 더 검붉게 변했다.“퍽!”“내가 지금 당신을 모욕한다고 뭐 또 어떻게 덤벼 볼 거야?”“섬나라 사람이 감히 우리 대하 땅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 하다니!?”“당신 아버지는 대하 사람을 만나면 꼬리를 움츠리라고 말해 주지 않았나 봐?”“힘 좀 있다고 스스로를 천왕이라 생각하고 천하무적인 줄 알았어?”“당신이 그럴 힘이나 있어?”북천 패도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얼굴은 푸르스름하게 변했고 퉁퉁 부어올랐다.북천 패도는 쉴 새 없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그는 문무를 겸비한 섬나라 젊은 세대들의 우상이었고 섬나라 음류 검객의 제자라고 했다.그는 한 번에 큰 바위를 부수기도 했고 한 번에 날아가는 파리를 죽이기도 했다.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젊은 세대에서는 무적으로 통했다.하지만 지금 하현 앞에서 죽은 개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고꾸라져 있었다.더욱 치욕스러운 것은 하현이 주먹을 몇 번 휘두른
”하현, 기회를 줘.”북천 패도는 복잡한 심경을 띠며 사정했다.방금까지 날뛰던 횡포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아까부터 이미 무릎을 꿇고 있던 섬나라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입을 앙다물었다.그녀들은 눈앞의 인물이 전쟁의 신급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자존심인 북천 패도가 무릎을 꿇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자 그들의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기회를 줘.”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좋아. 당신의 그 존경스러운 무사도 정신에 따라 기회를 드리지.”“한 사람씩 손을 끊은 다음 썩 꺼져.”“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저항해도 돼. 그렇지만 이미 그때쯤이면 두 동강이 나 있을 거야.”하현은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 얼굴로 말했지만 그의 말에 지금까지 거만했던 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자, 1분 줄게.”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최영하는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60, 59, 58...”하현의 말에 무릎을 꿇은 북천 패도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을 수도 심지어 개처럼 기어다닐 수도 있다.하지만 그는 절대로 두 손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그가 윗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사라지는 꼴이었다.북천 패도는 무릎을 꿇은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갈며 강경하게 말했다.“하현, 당신이 전쟁의 신급이라는 걸 알아. 당신은 천하무적이야. 대단해. 하지만 내 체면은 좀 세워줘.”“난 북천파 작은 두목이야. 내 뒤에는 섬나라 음류가 있어. 섬나라 황실의 왕자, 공주들도 몇 분 계셔.”“그러니 제발 내 체면은 좀 세워줘.”“이대로 내 손을 다치게 한다면 미움을 사지 않아도 될 사람들한테 당신은 미움을 사게 될 거야.”“그러니 하현, 잘 생각해 봐!”“그리고 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은혜는 은혜로 갚고, 원수는 원수로 갚아!”“당신이 내 체면을 세워준다면 평
키노시타에게 욕을 퍼부은 북천 패도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계속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내가 무례하게 군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도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잖아.”“이 일은 내가 따지지 않을 테니까 당신도 이쯤에서 그만하고 우리 서로 여기서 털어 버리자고!”“당신은 여기서 나가. 난 일어설게!”북천 패도는 하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담판을 짓는 듯한 투로 말했다.“지금부터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걷고 난 나의 길을 걷는 거야. 우린 본 적도 없어, 아니 아예 모르는 것으로 하자구. 어때?”북천 패도는 자신의 태도를 한껏 낮추었다.눈앞에 있는 하현이 자신의 얼굴을 연달아 때린 일조차 잊어버릴 수 있었다.푸른 산은 계속 푸르고 물은 영원히 흐를 것이란 사실을 하현도 알아야 한다.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이 무엇이겠는가?웃으며 원한을 털어버린다는 말이 뭐겠는가?그러나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라고?”“내가 이미 여기서 이렇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는데 더 이상 뭘 원하는 거야?”북천 패도는 이를 악물었다.“하현, 당신 내 얼굴 몇 대 친 걸로 뭐라도 된 것처럼 그러는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자꾸 이렇게 내 체면을 건드리면 나도 정말 가만있지 않아!”“당신 절대 잊지 마. 내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난 절대 외톨이가 아니라구. 당분간은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친척들과 친구들은 달라. 언제든 당신을 건드릴 수 있다구!”“우리 북천에는 다른 건 몰라도 죽음을 각오한 기사들은 충분하니까!”“날 협박하는 거야?”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을 닦으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하현의 말을 듣고 북천 패도는 갑자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의 위협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했다.“한 사람씩 두 손을 다 내 놔.”하현의 말에 현장에 있던 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악!”돼지 멱따는 듯 처절하고 묵직한 비명이 사방을 울렸다.이 장면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던 첩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그들은 하현을 잘 알지 못했지만 최영하의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용전에서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용전 항도 지부가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나올지 몰랐다.“뚜둑!”키노시타는 모든 사람들의 손을 꺾은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꺾었다.하지만 그는 비명소리 하나 토해 내지 않고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결심하던 일을 마친 기사처럼 그는 비로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현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수많은 비명 속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이제 마음에 좀 드십니까?”“그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섬나라 무사도 정신이라 할 수 있지.”“앞으로 잘 새겨둬. 대하인을 만나거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무릎을 꿇어야 할 일이 있으면 무릎을 꿇어야 해.”하현은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하현의 빈정거림을 듣고도 키노시타는 못 알아듣는 척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하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그는 구실을 찾아 이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다시는 허튼 생각하지 못하도록 싹을 잘라버릴 생각이었다.결과적으로 키노시타가 비굴하게 나오는 바람에 그가 손을 쓰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정신을 가다듬은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하지만 나중에 또 나를 만나게 되거든 돌아서서 날 피해 가도록 해. 명심해.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구, 알았어?”“복수할 생각도 다시 또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북천파는 물론이고 섬나라 음류까지도 가만 안 둘 테니까.”“알겠습니다.”“내가 누군지 생각나지 않으면 텐푸 쥬시로에게 물어봐. 그의 제자들도 다 죽인 내 앞에서 북천이 감히 횡포를 부리다니! 한 주먹도 안 되는 것들이!”텐푸 쥬시로라는 이름을 듣고 키노시타는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마침내 하현
최영하를 따라온 용전 항도 지부 요원들은 지금 머리털이 바짝 곤두서며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자작을 땅바닥에 진압했다.지금 눈앞에서 본 하현의 행동에 그들은 이미 그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그들은 최영하가 지금의 자리에 등극한 과정을 떠올리며 하현이 진짜 실세라는 것을 알았다.하현이 그녀의 뒤를 탄탄히 받쳐 주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누가 그녀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최영하는 섬나라 사람들에게도 직접 총을 쏘는데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더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자작의 얼굴빛은 완전히 일그러졌고 위험을 감지한 듯 끊임없이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날 놔줘. 놔 달라니까!. 나도 피해자야!”안타깝게도 지금 술집에는 모든 방면의 첩자들이 있었고 평범한 손님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영하의 행동에 입을 다물 뿐 함부로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최영하는 무거운 표정으로 룸 입구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방금 북천 패도 사건의 영향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최영하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여러분은 지금 항도 하 씨와 용전, 홍성 등 각 방면에서 온 첩자들이죠.”“내 이름은 최영하입니다. 오늘부터 용전 항도 지부를 맡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용전 항도 지부는 용전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앞으로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든 도성과 항성에서 누구를 만나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항성과 도성에서 행동할 때 규칙에 따라 행동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특히 뒷골목 사람들은 명심하세요. 내가 관할하는 구역에서는 내가 맞다면 맞고 내가 틀리다면 틀린 겁니다!”“내가 있는 한 어떤 경우에도 체면 따위는 봐 주지 않을 겁니다.”“오늘 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규칙을 어기는 자는 반드시 법에 따라 처벌합니다!”“여러분이 돌아가서 모시는 분께 잘 말씀드리세요. 이것이 바로 최영하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소박한 꽃집에는 손님이라곤 없었고 항성과 도성의 상류층 사람들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하민석은 핸드폰을 움켜쥔 채 입을 열었다.“방금 최영하가 용전 항도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소식을 들었어.”“북천 패도도 하현에게 짓밟혀 돌아갔고 키노시타마저도 두 손을 잘려서 지금 황급히 남규 거리를 떠났다는군.”그는 항성 S4 중 한 사람이며 항도 하 씨 집안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이번에는 최영하를 상대할 계획을 아주 치밀하게 짰었는데 뜻밖에 반격을 당하고 말았다.하백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특기인 꽃꽂이에 정신을 쏟을 뿐 젊은 세대들의 대화에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밤 사건으로 용전 항도 지부의 주인은 확실히 바뀌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최영하가 이런 기세라면 앞으로 용전주의 부인인 자신의 세력마저도 용전 항도의 손아귀에 쥐락펴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맞은편에서 하구천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에 든 와인을 마셨고 그의 앞에는 곽영준이 냉랭한 얼굴로 서 있었다.“하구천, 아무리 그래도 설마했는데. 하현이 섬나라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체면을 이렇게 짓밟아 놓을 줄이야.”“북천 패도를 빌미로 반항하는 사람을 처단했을 뿐만 아니라 최영하의 위세도 더 강력하게 만들어 버렸어.”“가장 뼈아픈 건 부인의 중요한 심복 하나를 잃었다는 겁니다. 모두 내 잘못이에요.”곽영준은 면목이 없다는 얼굴로 하백진에게 깍듯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부인께서 조언 좀 해 주십시오.”하백진은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장미꽃을 잡으려고 하다가 그만 가시에 찔렸다.그녀는 자신의 집게손가락에서 점점 커지는 동그란 핏멍울을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용전 항도 지부는 우리가 너무 안중에 두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곳은 항성과 도성의 각 권한을 움켜쥐고 있는 곳이야.”“만약 그곳이 외부인의 손아귀에 넘어가거나 하현에게 넘어가게 된다면 이는 구천이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는데 영
전화기 맞은편에 있던 사송란은 자신의 업무용 차가 화 씨 집안 저택 입구에 멈춰 서자 눈앞의 호화로운 저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이 약간 발그레졌다.하구천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떠올리며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속삭였다.“구천, 걱정하지 마세요!”“화 씨 집안 쪽은 내가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어요.”“화풍성 그 늙은 여우 같은 영감은 태국 3대 마승이 남긴 귀신을 해결해 달라고 하지 않았겠어요?”“난 이미 오매 도교 사원의 외부 장로를 접촉해서 이미 말을 해 두었죠. 항성 제일 풍수사라고 불리는 소서림을 배치했어요.”“화풍성 그 늙은 여우 같은 늙은이, 지금쯤 아주 얼굴이 죽상이 되어 있을 거예요.”“송란, 그래도 당신 조심해야 해!”하구천의 온화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당부했다.“잘 들어. 화풍성은 이미 유언장을 써 두었다고 들었어.”“만약 그가 뜻밖의 사고를 당한다면 그의 집 자산은 화 씨 집안 사형제가 맡아서 관리하게 될 거야.”“그가 죽은 후 3년 이내에 어떤 자식이든 죽으면 그의 집 모든 재산은 도성 관청으로 무상 기부돼.”“그래서 화풍성은 반드시 죽어야 해.”“하지만 화 씨 집안 사형제는 한 명도 죽어선 안 되는 거야!”...용전 항도 지부 휴게실.하현은 창가에 서서 빅토리아 항 야경을 내려다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약 30분 후 최영하가 들어와 하현을 향해 눈인사를 했다.“조사한 거 확인되었어?”하현이 궁금해하며 얼른 입을 열었다.최영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상대방의 수법이 은밀하고 치밀하긴 했지만 남긴 단서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손을 쓴 사람은 항도 하 씨 가문인 게 거의 확실해.”“그러나 이 단서들은 증거가 될 수 없고 누구도 증명할 수가 없어.”“항도 하 씨 가문이라.”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렸다.“우리가 용전 항도 지부를 점령한 것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손에서 고기 한 조각을 떼어낸 것과 같아. 하구천이 움직이는 것도 어찌 보면 정상이
하현이 화 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화 씨 가문 전체가 뒤숭숭했다.몇 명의 경호원이 대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분위기가 흉흉했다.화 씨 집안 내부에는 경호원들과 호위병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집안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얼른! 얼른 오매 도교 사원에 사람을 보내 구조 요청해!”“이번에는 셋째 도련님이 쓰려지셨습니다!”“병원에서 모셔온 의사들도 속수무책입니다.”“어떡해요!?”“어유, 이번엔 넷째 도련님이 쓰러지셨어!”“이쪽에도 쓰러진 사람이 있어요!”온 집안이 아수라장이었다.집안의 직계 자손들 외에도 하인들과 경호원들도 소리 없이 픽픽 쓰러졌다.화 씨 집안 직계 가족들 중에는 가장 먼저 구조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있었지만 하인들과 경호원들은 그마저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집안을 둘러보는 하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그러나 그는 직접 손을 쓰지는 않고 그저 눈만 가늘게 뜨고 사당 쪽을 보고만 있었다.음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핏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흉악한 몰골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역시 전설적인 항성 제일의 풍수사다운 솜씨였다!“송란 언니, 얼른 우리 엄마 좀 살려줘요!”하현이 거실에 들어서자 화소혜가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비틀거리며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약간 흥분해 있는 화소혜를 무시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따라 뒷방으로 들어갔다.뒷방 소파에 귀티가 자글자글 흐르는 여자가 누워 있었다.바로 화풍성의 넷째 부인 곽추연이었다.곽추연의 얼굴은 검게 변해 있었고 온몸을 쉴 새 없이 떨며 입에 흰 거품을 물고 있었다.몇몇 의사들이 옆에서 쩔쩔매고 있었다.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상태를 호전시켜 보려고 했지만 백방이 무용지물이었다.하현은 앞으로 나서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기저기 주시하며 이것이 지금 무슨 상황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음기가 온몸을 장악하고 심지어 마음까지 스며들고 있었다.하현은 곽추연에게 그
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형나운도 틀림없이 이 사기꾼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감히 자신을 풍수대사라 할 수 있겠는가?장난하는 건가?이런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누가 사기꾼이란 말인가?임단이 참지 못하고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럼 당신은 음양학을 배운 학생이에요?”하현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아니요. 난 굴착기를 배웠어요. 기술도 좋고 자격증도 있어요.”“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갑자기 표정이 냉랭해졌다.“지금 뭐라는 거예요?”“굴착기를 배운 사람이 무슨 풍수를 본단 말이에요?”“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예요?”“대하에서 풍수지리가 얼마나 큰 위상을 차지하는지 몰라요?”“우리를 속이려 들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요?”나천우의 말에 형나운의 안색이 새까맣게 일그러졌다.그녀는 다급하게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하면 안 돼!”“우리 두 집안의 친분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두고 오빠를 속였을 거라고 생각해?”“내가 바보야?!”“너 나 속이는 거 아냐?”나천우의 얼굴은 냉랭하게 식었다.“너도 자세히 봐 봐. 이 젊은 사람은 풍수라는 두 글자도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믿으란 얘기야?!”“이 사기꾼을 만나려고 내가 금정은행 투자 포럼도 안 나가고 여기 왔겠냐고!”임단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비난에 열을 올렸다.“형나운, 당신 정말 경솔했어!”예전 같았으면 두 집 사이에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형나운이 하현에 대해 거의 신처럼 말했다는 것이다.나천우와 임단은 자신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줄로 알고 커다란 희망을 품고 여기 왔다.다만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나 사장님?”형나운은 하현의 목소리에 그에게 눈길을 떨구며 손을 내저었지만 하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담담한 눈
”형나운, 정말 축하해!”“우릴 속이지 않았군!”“그런데 그 대사님은 어디에 계셔?”“얼른 좀 소개해 줘!”나 사장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병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명의들한테 보여줬어. 국수인 장북산 선생님도 보셨지!”“어르신은 우릴 보고 병이 아니라 악에 부딪힌 것이라고 하셨어.”“풍수에 정통한 사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대.”“하지만 수많은 풍수지리사를 만나봤지만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어.”“어쨌든 형나운, 당신이 대사님한테 말 좀 잘 해 줘!”나 사장의 부인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형나운, 우리를 살릴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손에 달려 있어.”“이 일이 잘 해결되면 최고 가문에서 기가 막힌 남편감을 물색해 줄게. 정말 섭섭하지 않게 해 줄 거야!”옆에 살짝 비켜서 있던 하현의 이마에 주름살이 잔뜩 드리워졌다.기가 막힌 남편감?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지?형나운은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나 사장님, 그 대사님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어요.”“하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나천우 사장님, 그리고 이쪽은 나 사장님 사모님, 임단.”“나 사장님은 나 씨 가문 출신이에요.”“나 씨 가문은 형 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금정에 토박이로 아주 뿌리가 깊은 가문이죠.”“예로부터 은행업을 해 왔고 지금도 금정에서 가장 큰 은행인 금정은행을 움직이는 가장 큰 지주이자 실세죠.”“나 사장님 부부는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자식이 없어요. 그래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성과가 없어서 결국 풍수지리술에 기대 보려고 하고 있어요.”“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셨고요.”“우리 형 씨 가문과 나 씨 가문은 사이가 좋아서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당신한테 말도 없이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형나운은 조금 찔리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하현, 이렇게 불쑥 말을 꺼내면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지만 제발 나 사장님 부부를 좀 도와줬으면
하현은 이맛살을 구기며 말했다.“말로 하면 되지! 당신 왜 이러는 거야? 이런 행동을 왜 하는 거냐고?”“내가 그런 사람이야?”“하현, 치료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형나운은 미안한 듯 겸연쩍어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주동적으로 이런 자세를 보인 거예요. 언제든지 와도 상관없다고.”“아무튼 당신이 날 고쳐 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강하면 강할수록 난 더 좋아요.”“당신 정말...”“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퍽’하고 내리쳤다.“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어?”“지난번에 난 기혈과 두통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줬어.”“그런데 지금 당신 문제는 완전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호전되지 않아!”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얼굴이 벌게졌다.그녀는 얼른 엉덩이를 내리고 똑바로 선 다음 서랍 속에서 노란 가죽으로 싼 고서적 한 권을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영춘’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집안을 다스리는 처세술에 관한 책인 ‘영춘’은 여자아이의 수련에 안성맞춤이었다.하지만 진짜 ‘영춘’은 기본적으로 무학의 성지에서 내려오는 비법서 같은 것이고 방금 형나운이 꺼낸 책은 남은 자투리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투리 잡서에 가까운 책으로 수련을 하는 바람에 자주 숨이 막히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하현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리며 빠진 부분을 보충해서 써 준 뒤 그녀에게 책을 던져주며 말했다.“이 책은 영춘의 상반부에 불과해. 그래서 내가 상반부만 보충해 줬어. 이렇게 한다면 별일 없을 거야.”“후반부는 당신이 기회를 봐서 오매 도교 사원에 가서 문의해 봐.”“만약 내가 당신한테 준다면 오매 도교 사원이 아마 날 죽이려고 들 거야.”“아, 알겠어요.”형나운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이 보충해 놓은 부분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돌아서서 형나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집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훨씬 성숙하고 듬직했기 때문이다.비록 아직 철없이 밀어붙이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럴 때는 노련한 기질이 더해져 함부로 나서지 않고 슬쩍 뒤로 빠지는 것이다.하현은 잠시 지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없어. 여기서 잠깐 봐 봐”“보고 나서 바로 가게 물색하러 가 봐야 해.”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지금 자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참고 있는데 그게 할 소린가?그러나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유하고 정숙한 척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했다.눈먼 장님에게 아무리 눈빛을 보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형나운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천천히 자신의 코트를 벗고 하현이 보는 앞에서 앞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녀는 자신의 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아침 무술을 연마할 때 여기가 답답해져서 죽을 뻔했어요.”“한번 봐 보세요.”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은근슬쩍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단추 풀지 않아도 돼.”“그러다가 험상궂은 당신 경호원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래?”“왜요? 무서워요?”형나운은 놀리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내가 지금 누가 날 추행한다고 소리 지르면 내 경호원들이 쫓아와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할까 봐요?”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봐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옷 입어.”“딱 3초 줄게. 내 말대로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이면 난 그냥 갈 거야!”하현이 약간 화가 난 것을 보고 형나운은 비로소 다소곳해졌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난 정말 이 거추장스러운 외투는 안 입고 싶은데요. 이
형나운의 말을 듣고 우다금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정말로 하현이 자신의 딸을 뒷문으로 들여보냈을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하현이 없었다면 자신의 딸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우다금은 갑자기 난처한 듯 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우소희는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깔보던 데릴사위의 도움을 받았다니!그걸 인정한다면 앞으로 설은아의 집에 가서 어떻게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어제 설은아 앞에서 얼마나 큰소리 떵떵 치고 나왔는데 이렇게 단번에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우소희는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채 기세를 꺾지 않았다.“형 대표님, 인사팀 팀장님이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이 회사가 사람의 외모나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 아니겠어요?”“데릴사위가 뒷문으로 들여보냈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우소희는 나름 상류사회에서 놀던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섞어가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몇몇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경비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없어했다.그들은 우소희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우소희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형나운, 이 사람이 데릴사위인 내 도움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그럼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줘!”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홀연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형나운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무 팀장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지시했다.“하현이 그렇게 말했으니 분부대로 해. 우소희 씨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다고 자신하니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채용하도록 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줘야지.”“누가 청탁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 스스로의 능력이 가장 중요해.”형나운의 말을 듣고 무 팀장은 곧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우소희 씨. 스스로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말했다.“선생님, 여기는 형 씨 가문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기업이죠.”“만약 당신이 여기서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이때 몇몇 경비원도 냉담한 표정으로 걸어왔다.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2분 남았어요.”우소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그만해요. 센 척 좀 그만해요!”“당신이 그런다고 누가 내려올 줄 알아요?”“잘 들어요. 당신이 설령 간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해도, 혹은 김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할지라도 이럴 자격은 없어요. 알겠어요?”우다금도 하현을 한심스러운 듯 노려보며 냉소를 연발했다.“하현, 우리 앞에서 허풍 떠는 짓 그만해!”“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그래? 어?”“여기 대표님이 내려와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묻힐 곳도 없이 이승을 떠돌 거야!”“내가 한마디 충고할게.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썩 꺼져! 얼른!”“그리고 당신 때문에 우리까지 대표님한테 나쁜 인상을 주게 생겼다고!”“우리 딸은 앞으로 연봉 이억을 받을 인재야!”“당신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우다금은 하현이 자신들을 등에 업고 뭔가 이득을 볼 심산으로 여기 왔다고 확신했다.그런 목적이 들통났으니 이판사판으로 사람을 불러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데릴사위놈이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고약한 놈!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가?“1분 전.”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내가 당신이라면 벌써 전화를 걸었을 거예요.”“일이 잘못된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당신이 형나운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갈 텐데?”하현이 기세 좋게 몰아붙이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도 잠시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가 못마땅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하현, 이제 그만해. 충분히 했잖아!”
우다금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어서더니 하현에게 달려왔다.“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어?”“설마 당신 장모가 우릴 미행이라도 하라고 시켰어?”“떠도는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당신 처가는 이제 파산이야!”“그래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우리 덕을 보려고 하는 거지!”우다금은 최희정 일가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로 달한 것 같았다.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더니 이제 자기 딸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으니까 사위를 대동해 뭐라도 덕을 보려고 치근덕거리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썩 꺼져! 꺼지라고!”우다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을 벌이는 사자처럼 포효했다.“어쨌든 형 씨 가문 그룹에서 너 같은 놈을 경비로 부를 일은 없어!”“형 씨 가문 그룹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제대로 된 졸업장이 없으면 발도 들이지 못할 그룹이야!”“모두가 우리 딸처럼 능력이 뛰어난 줄 알아?”하현은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우다금의 억지에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하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우소희는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며 말했다.“하 씨! 들었어?”“이곳은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빨리 꺼져! 안 꺼져?!”“어서 꺼지라고! 우리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무 팀장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품위가 완전히 떨어진다고!”말을 하면서 그녀는 하현을 밀치려고 했다.하현의 존재가 그녀들에게는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보였던 것이다.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형 씨 가문 그룹에서 어떻게 잘생긴 갑부들을 낚을 수 있겠는가?하현이 한 발짝 물러서며 우소희의 손을 피했다.그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혐오스러워서였다.그는 소위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조금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감히 자신의 손을 피하는 것을 보고 우소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뭔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두 모녀를 본 하현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정대로라면 우소희는 오늘 아침 일찍 출근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텐데 왜 로비에 이렇게 있는 것인가?결국 하현은 우다금이 전화기에 대고 울먹거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인사팀 팀장님 맞으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우소희 엄마, 우다금입니다.”“아, 맞아요. 맞아요. 바로 오늘 출근하려던 우소희예요! 좋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된 우소희요!”“사실은 어제 너무 기뻐서 온 가족이 축하하느라 우리 딸이 술을 너무 먹어서 오늘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뭐예요!”“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쨌든 우리 소희는 인재잖아요! 그러니 좀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정말로 가지가지 하는 진상 모녀였다.어렵게 형 씨 가문 그룹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지각을 해?그러고도 자신들이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우리 딸이 여기 입사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데 가지는 않을 거예요.”우다금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가 여기 로비에 있는데 팀장님이 좀 내려와서 데려가 주면 안 될까요?”“아, 그리고 점심은 너무 오버할 필요없이 고위층 몇 명과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시켜 주면 됩니다.”“참고로 우리 딸은 82년산 라피트만 마셔요. 피부가 상할까 봐 고급술만 마시죠.”“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우다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우소희를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니잖아?”“우리 딸 같은 출중한 인재를 모셔가는 형 씨 가문 그룹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쩌겠다는 거야?”“네가 이 회사에 오지 않는다면 형 씨 가문 그룹은 석 달도 안 되어서 문을 닫을 거야!”“아마 무 팀장이 곧 내려와서 우릴 맞이할 거야.”우다금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의 예쁜 직원과 잘생긴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