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손바닥이 뺨에 부딪히는 차진 소리가 났다.사람들은 머릿속이 멍해졌고 북천 패도는 하현의 손바닥에 뺨이 날아갔다.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자신만만하던 북천 패도의 어깨가 고꾸라졌다.다시 일어날 생각은 도저히 꿈꿀 수도 없었다.음류 제자, 회오리바람을 몰아세운 무사의 칼끝도 하현의 주먹 한 방에 그 힘을 잃었다.“퍽!”북천 패도는 땅에 널브러졌고 손에 쥐고 있던 칼도 내동댕이쳤다.얼굴에 벌건 손자국만이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말해 주었다.북천 패도가 일어나기도 전에 하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또 주먹을 한 대 날렸다.북천 패도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몸이 날아갔다.“퍽!”“당신 북천 작은 두목이라며?”“당신 음류 제자라며?”“당신 회오리바람의 위력이 뭔지 보여주겠다며?”“당신 이러고도 얼굴 들고 다니겠어?”하현은 북천 패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 가며 그의 뺨을 툭툭 쳤다.북천 패도는 울먹였고 뺨은 점점 더 검붉게 변했다.“퍽!”“내가 지금 당신을 모욕한다고 뭐 또 어떻게 덤벼 볼 거야?”“섬나라 사람이 감히 우리 대하 땅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 하다니!?”“당신 아버지는 대하 사람을 만나면 꼬리를 움츠리라고 말해 주지 않았나 봐?”“힘 좀 있다고 스스로를 천왕이라 생각하고 천하무적인 줄 알았어?”“당신이 그럴 힘이나 있어?”북천 패도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얼굴은 푸르스름하게 변했고 퉁퉁 부어올랐다.북천 패도는 쉴 새 없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그는 문무를 겸비한 섬나라 젊은 세대들의 우상이었고 섬나라 음류 검객의 제자라고 했다.그는 한 번에 큰 바위를 부수기도 했고 한 번에 날아가는 파리를 죽이기도 했다.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젊은 세대에서는 무적으로 통했다.하지만 지금 하현 앞에서 죽은 개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고꾸라져 있었다.더욱 치욕스러운 것은 하현이 주먹을 몇 번 휘두른
”하현, 기회를 줘.”북천 패도는 복잡한 심경을 띠며 사정했다.방금까지 날뛰던 횡포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아까부터 이미 무릎을 꿇고 있던 섬나라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입을 앙다물었다.그녀들은 눈앞의 인물이 전쟁의 신급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자존심인 북천 패도가 무릎을 꿇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자 그들의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기회를 줘.”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좋아. 당신의 그 존경스러운 무사도 정신에 따라 기회를 드리지.”“한 사람씩 손을 끊은 다음 썩 꺼져.”“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저항해도 돼. 그렇지만 이미 그때쯤이면 두 동강이 나 있을 거야.”하현은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 얼굴로 말했지만 그의 말에 지금까지 거만했던 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자, 1분 줄게.”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최영하는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60, 59, 58...”하현의 말에 무릎을 꿇은 북천 패도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을 수도 심지어 개처럼 기어다닐 수도 있다.하지만 그는 절대로 두 손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그가 윗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사라지는 꼴이었다.북천 패도는 무릎을 꿇은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갈며 강경하게 말했다.“하현, 당신이 전쟁의 신급이라는 걸 알아. 당신은 천하무적이야. 대단해. 하지만 내 체면은 좀 세워줘.”“난 북천파 작은 두목이야. 내 뒤에는 섬나라 음류가 있어. 섬나라 황실의 왕자, 공주들도 몇 분 계셔.”“그러니 제발 내 체면은 좀 세워줘.”“이대로 내 손을 다치게 한다면 미움을 사지 않아도 될 사람들한테 당신은 미움을 사게 될 거야.”“그러니 하현, 잘 생각해 봐!”“그리고 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은혜는 은혜로 갚고, 원수는 원수로 갚아!”“당신이 내 체면을 세워준다면 평
키노시타에게 욕을 퍼부은 북천 패도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계속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내가 무례하게 군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도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잖아.”“이 일은 내가 따지지 않을 테니까 당신도 이쯤에서 그만하고 우리 서로 여기서 털어 버리자고!”“당신은 여기서 나가. 난 일어설게!”북천 패도는 하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담판을 짓는 듯한 투로 말했다.“지금부터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걷고 난 나의 길을 걷는 거야. 우린 본 적도 없어, 아니 아예 모르는 것으로 하자구. 어때?”북천 패도는 자신의 태도를 한껏 낮추었다.눈앞에 있는 하현이 자신의 얼굴을 연달아 때린 일조차 잊어버릴 수 있었다.푸른 산은 계속 푸르고 물은 영원히 흐를 것이란 사실을 하현도 알아야 한다.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이 무엇이겠는가?웃으며 원한을 털어버린다는 말이 뭐겠는가?그러나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라고?”“내가 이미 여기서 이렇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는데 더 이상 뭘 원하는 거야?”북천 패도는 이를 악물었다.“하현, 당신 내 얼굴 몇 대 친 걸로 뭐라도 된 것처럼 그러는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자꾸 이렇게 내 체면을 건드리면 나도 정말 가만있지 않아!”“당신 절대 잊지 마. 내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난 절대 외톨이가 아니라구. 당분간은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친척들과 친구들은 달라. 언제든 당신을 건드릴 수 있다구!”“우리 북천에는 다른 건 몰라도 죽음을 각오한 기사들은 충분하니까!”“날 협박하는 거야?”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을 닦으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하현의 말을 듣고 북천 패도는 갑자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의 위협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했다.“한 사람씩 두 손을 다 내 놔.”하현의 말에 현장에 있던 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악!”돼지 멱따는 듯 처절하고 묵직한 비명이 사방을 울렸다.이 장면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던 첩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그들은 하현을 잘 알지 못했지만 최영하의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용전에서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용전 항도 지부가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나올지 몰랐다.“뚜둑!”키노시타는 모든 사람들의 손을 꺾은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꺾었다.하지만 그는 비명소리 하나 토해 내지 않고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결심하던 일을 마친 기사처럼 그는 비로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현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수많은 비명 속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이제 마음에 좀 드십니까?”“그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섬나라 무사도 정신이라 할 수 있지.”“앞으로 잘 새겨둬. 대하인을 만나거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무릎을 꿇어야 할 일이 있으면 무릎을 꿇어야 해.”하현은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하현의 빈정거림을 듣고도 키노시타는 못 알아듣는 척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하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그는 구실을 찾아 이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다시는 허튼 생각하지 못하도록 싹을 잘라버릴 생각이었다.결과적으로 키노시타가 비굴하게 나오는 바람에 그가 손을 쓰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정신을 가다듬은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하지만 나중에 또 나를 만나게 되거든 돌아서서 날 피해 가도록 해. 명심해.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구, 알았어?”“복수할 생각도 다시 또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북천파는 물론이고 섬나라 음류까지도 가만 안 둘 테니까.”“알겠습니다.”“내가 누군지 생각나지 않으면 텐푸 쥬시로에게 물어봐. 그의 제자들도 다 죽인 내 앞에서 북천이 감히 횡포를 부리다니! 한 주먹도 안 되는 것들이!”텐푸 쥬시로라는 이름을 듣고 키노시타는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마침내 하현
최영하를 따라온 용전 항도 지부 요원들은 지금 머리털이 바짝 곤두서며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자작을 땅바닥에 진압했다.지금 눈앞에서 본 하현의 행동에 그들은 이미 그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그들은 최영하가 지금의 자리에 등극한 과정을 떠올리며 하현이 진짜 실세라는 것을 알았다.하현이 그녀의 뒤를 탄탄히 받쳐 주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누가 그녀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최영하는 섬나라 사람들에게도 직접 총을 쏘는데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더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자작의 얼굴빛은 완전히 일그러졌고 위험을 감지한 듯 끊임없이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날 놔줘. 놔 달라니까!. 나도 피해자야!”안타깝게도 지금 술집에는 모든 방면의 첩자들이 있었고 평범한 손님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영하의 행동에 입을 다물 뿐 함부로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최영하는 무거운 표정으로 룸 입구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방금 북천 패도 사건의 영향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최영하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여러분은 지금 항도 하 씨와 용전, 홍성 등 각 방면에서 온 첩자들이죠.”“내 이름은 최영하입니다. 오늘부터 용전 항도 지부를 맡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용전 항도 지부는 용전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앞으로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든 도성과 항성에서 누구를 만나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항성과 도성에서 행동할 때 규칙에 따라 행동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특히 뒷골목 사람들은 명심하세요. 내가 관할하는 구역에서는 내가 맞다면 맞고 내가 틀리다면 틀린 겁니다!”“내가 있는 한 어떤 경우에도 체면 따위는 봐 주지 않을 겁니다.”“오늘 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규칙을 어기는 자는 반드시 법에 따라 처벌합니다!”“여러분이 돌아가서 모시는 분께 잘 말씀드리세요. 이것이 바로 최영하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소박한 꽃집에는 손님이라곤 없었고 항성과 도성의 상류층 사람들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하민석은 핸드폰을 움켜쥔 채 입을 열었다.“방금 최영하가 용전 항도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소식을 들었어.”“북천 패도도 하현에게 짓밟혀 돌아갔고 키노시타마저도 두 손을 잘려서 지금 황급히 남규 거리를 떠났다는군.”그는 항성 S4 중 한 사람이며 항도 하 씨 집안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이번에는 최영하를 상대할 계획을 아주 치밀하게 짰었는데 뜻밖에 반격을 당하고 말았다.하백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특기인 꽃꽂이에 정신을 쏟을 뿐 젊은 세대들의 대화에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밤 사건으로 용전 항도 지부의 주인은 확실히 바뀌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최영하가 이런 기세라면 앞으로 용전주의 부인인 자신의 세력마저도 용전 항도의 손아귀에 쥐락펴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맞은편에서 하구천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에 든 와인을 마셨고 그의 앞에는 곽영준이 냉랭한 얼굴로 서 있었다.“하구천, 아무리 그래도 설마했는데. 하현이 섬나라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체면을 이렇게 짓밟아 놓을 줄이야.”“북천 패도를 빌미로 반항하는 사람을 처단했을 뿐만 아니라 최영하의 위세도 더 강력하게 만들어 버렸어.”“가장 뼈아픈 건 부인의 중요한 심복 하나를 잃었다는 겁니다. 모두 내 잘못이에요.”곽영준은 면목이 없다는 얼굴로 하백진에게 깍듯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부인께서 조언 좀 해 주십시오.”하백진은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장미꽃을 잡으려고 하다가 그만 가시에 찔렸다.그녀는 자신의 집게손가락에서 점점 커지는 동그란 핏멍울을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용전 항도 지부는 우리가 너무 안중에 두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곳은 항성과 도성의 각 권한을 움켜쥐고 있는 곳이야.”“만약 그곳이 외부인의 손아귀에 넘어가거나 하현에게 넘어가게 된다면 이는 구천이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는데 영
전화기 맞은편에 있던 사송란은 자신의 업무용 차가 화 씨 집안 저택 입구에 멈춰 서자 눈앞의 호화로운 저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이 약간 발그레졌다.하구천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떠올리며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속삭였다.“구천, 걱정하지 마세요!”“화 씨 집안 쪽은 내가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어요.”“화풍성 그 늙은 여우 같은 영감은 태국 3대 마승이 남긴 귀신을 해결해 달라고 하지 않았겠어요?”“난 이미 오매 도교 사원의 외부 장로를 접촉해서 이미 말을 해 두었죠. 항성 제일 풍수사라고 불리는 소서림을 배치했어요.”“화풍성 그 늙은 여우 같은 늙은이, 지금쯤 아주 얼굴이 죽상이 되어 있을 거예요.”“송란, 그래도 당신 조심해야 해!”하구천의 온화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당부했다.“잘 들어. 화풍성은 이미 유언장을 써 두었다고 들었어.”“만약 그가 뜻밖의 사고를 당한다면 그의 집 자산은 화 씨 집안 사형제가 맡아서 관리하게 될 거야.”“그가 죽은 후 3년 이내에 어떤 자식이든 죽으면 그의 집 모든 재산은 도성 관청으로 무상 기부돼.”“그래서 화풍성은 반드시 죽어야 해.”“하지만 화 씨 집안 사형제는 한 명도 죽어선 안 되는 거야!”...용전 항도 지부 휴게실.하현은 창가에 서서 빅토리아 항 야경을 내려다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약 30분 후 최영하가 들어와 하현을 향해 눈인사를 했다.“조사한 거 확인되었어?”하현이 궁금해하며 얼른 입을 열었다.최영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상대방의 수법이 은밀하고 치밀하긴 했지만 남긴 단서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손을 쓴 사람은 항도 하 씨 가문인 게 거의 확실해.”“그러나 이 단서들은 증거가 될 수 없고 누구도 증명할 수가 없어.”“항도 하 씨 가문이라.”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렸다.“우리가 용전 항도 지부를 점령한 것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손에서 고기 한 조각을 떼어낸 것과 같아. 하구천이 움직이는 것도 어찌 보면 정상이
하현이 화 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화 씨 가문 전체가 뒤숭숭했다.몇 명의 경호원이 대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분위기가 흉흉했다.화 씨 집안 내부에는 경호원들과 호위병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집안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얼른! 얼른 오매 도교 사원에 사람을 보내 구조 요청해!”“이번에는 셋째 도련님이 쓰려지셨습니다!”“병원에서 모셔온 의사들도 속수무책입니다.”“어떡해요!?”“어유, 이번엔 넷째 도련님이 쓰러지셨어!”“이쪽에도 쓰러진 사람이 있어요!”온 집안이 아수라장이었다.집안의 직계 자손들 외에도 하인들과 경호원들도 소리 없이 픽픽 쓰러졌다.화 씨 집안 직계 가족들 중에는 가장 먼저 구조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있었지만 하인들과 경호원들은 그마저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집안을 둘러보는 하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그러나 그는 직접 손을 쓰지는 않고 그저 눈만 가늘게 뜨고 사당 쪽을 보고만 있었다.음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핏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흉악한 몰골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역시 전설적인 항성 제일의 풍수사다운 솜씨였다!“송란 언니, 얼른 우리 엄마 좀 살려줘요!”하현이 거실에 들어서자 화소혜가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비틀거리며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약간 흥분해 있는 화소혜를 무시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따라 뒷방으로 들어갔다.뒷방 소파에 귀티가 자글자글 흐르는 여자가 누워 있었다.바로 화풍성의 넷째 부인 곽추연이었다.곽추연의 얼굴은 검게 변해 있었고 온몸을 쉴 새 없이 떨며 입에 흰 거품을 물고 있었다.몇몇 의사들이 옆에서 쩔쩔매고 있었다.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상태를 호전시켜 보려고 했지만 백방이 무용지물이었다.하현은 앞으로 나서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기저기 주시하며 이것이 지금 무슨 상황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음기가 온몸을 장악하고 심지어 마음까지 스며들고 있었다.하현은 곽추연에게 그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