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화천의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떨어지자 순간 추워졌다. “저 자식보고 꺼지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링에 올라간 거야?”“그가 자격이 있어?”왕화천은 지금 이 시기에 누군가가 자신의 좋은 일을 망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 비록 그는 하현을 아주 싫어했지만 하현이 능력이 조금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용문 안에 있는 링이라는 생각에 왕화천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용문 사람이 아닌 사람은 링 위에 올라설 자격이 없었다. 변백범도 링에 오르기 전에 제자의 신분으로 입문했다. “야야야, 이 자식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우리 용문 대구지회의 링이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줄 알아?”“머리에 물 찬 거 아니야? 설마 지금 링에 오르는 게 왕 회장님과 성준영을 도발하는 것과 같다는 걸 모르는 건가?”“망했네. 오늘 사람 하나 죽게 생겼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탄식을 했는지 모른다.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르는 이 녀석은 결말이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높은 단에서 진주희와 조남헌은 하현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일어섰고 눈동자에는 공손한 빛이 담겨 있었다. 링 아래에 있던 변백범 조차 손을 드리우고 인사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모두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쏠려 아무도 그들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 믿을 수 없다는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하현은 여유롭게 링 위로 올라섰다. 그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이 귀찮아 성준영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를 이기면 왕화천은 지회장이 되는 거야.”“너______”성준영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자기도 모르게 왕화천을 쳐다보았다. 그가 약간 고개를 끄덕이자 성준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도끼를 순식간에 세웠다. 강한 살의가 삽시간에 퍼졌고 무도관 전체의 온도가 지금 낮아진 것 같았다. 사방에서 떠들썩하던 소리도 사라졌다. 방금 욕설을 퍼붓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다음 순간 성준영의 회색 곰 같은 형체가 날아가 링 아래로 내동댕이쳐 졌다. 현장은 얼어 붙었다!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이 광경을 보며 자신이 잘 못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뺨 한대!?뺨 한대로 전신 같은 성준영을 날려 버렸단 말인가?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왕화천은 살짝 멍해지더니 오른손이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 옆에 앉아 있던 청허도장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그의 얼굴에 따끔한 통증이 전해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하현이 그에게 뺨을 때려 자신을 날려 보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김애선과 그녀의 절친들은 온몸이 굳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참지 못하고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 결국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현, 확실히 뺨 한 대로 성준영을 날려 버렸다. 진행자조차 이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짝짝짝______”잠시 후 왕주아는 박수를 치며 흥분한 얼굴로 펄쩍펄쩍 뛰었다. 그녀는 하현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대단할 줄은 몰랐다. 왕주아의 행동이 장내를 흥분시키자 박수 갈채 소리가 전해졌다. 용문 자제들은 강한 자를 존경한다. 하현만큼 강한 강자는 그들로 하여금 존경하게 할 뿐 아니라 마음속에 깊은 두려움을 갖게 했다. 링 위에서 하현은 오른손을 한 번 휘둘러 장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진정시킨 후 눈을 가늘게 뜨고 왕화천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왕 부회장님, 죄송하지만 당신의 꿈은 허사가 될 겁니다.”왕화천은 떨리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하씨, 너는 우리 용문 사람도 아니잖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링에 참가한 거야!?”“네가 우리 용문 대구 지회 링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너 죽고 싶구나!”“얘들아! 같이 가서 그를 죽여!”말을 하면서 왕화천은 재빨리 메시지 몇 개를 보냈다. 그리
장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전에는 하현이라는 이름이 귀에 익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 나는 게 있었다. “하현, 하 회장?”“설마 조 회장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던 바로 그 하현?”“세상에! 조남헌은 조 회장 아들 아니야? 진주희는 조 회장의 수제자잖아?”“그들이 어떻게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지지할 수 있겠어?”“그런데 그가 지회장이 아니라면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깍듯하게 대할 수 있겠어?”“용문주가 진작에 용문 대구 지회장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이 분 아니야!?”“그럼 전의 링은 웃음거리가 되는 거 아니야!?”“아니. 아니야. 그런 농담 하지마. 적어도 우리는 지금 성준영 같은 인물이 하 회장의 손바닥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여러 가지 의론이 있었다. 왕화천 혈통의 용문 자제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하현이 링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장면과 진주희와 조남헌이 깍듯이 대하는 장면은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했는가?아무리 바보라도 눈 앞의 이 사람이 지회장이라는 것은 알 것이다. 그가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진주희와 조남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그는 결국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김애선은 온몸이 뻣뻣해지더니 가냘픈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하현과 접촉했던 모든 과정을 회상했고 순간 하현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는 태도로 왕화천을 상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왕화천 만큼 강하다는 것은 그의 눈엔 우스갯소리일 뿐이다. 그리고 그녀 주변의 아름다운 귀부인들은 하나같이 똥을 씹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다른 능력은 없었지만, 평소 누가 상위자이고 누가 미끼인지 한눈에 분간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하현 앞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때 바닥에 엎드려 있던 성준영은 힘겹게 일어나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하현이야? 조 회장님을 죽이
하현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성진호를 죽인 것은 도대체 누가 한 짓이야? 당시 현장에 용문 자제들이 많이 있었으니 나에게 정의를 세워 줄 수 있을 거 같은데.”“이런 일들은 내가 원래 너희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하지만 기왕 용문주가 나를 용문 대구 지회장의 임무를 맡겼으니.”“나는 용문 자제들에게 한 두 가지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현재 진주희와 조남헌 이 둘은 이미 모든 경위를 알고 있어. 내 설명을 믿고 지금 내 휘하에 투입되었어.”“왕 부회장 혈통만 남았어.”“내가 대구에 와서 상석에 앉은 이상 그럼 누구도 내 걸음을 막지 못해.”“오늘 밤 나 하현은 여기에 있을 테니 불복하는 사람은 자유롭게 링 위에 올라와봐. 누구든 이길 수 있으면 지회장 자리를 넘겨 줄게!”하현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위기였다. 장내는 냉기가 돌았다. 하현이 정말 용문주가 내정한 용문 지회장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신분을 누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설령 왕화천이라고 해도 거역할 자격은 없지 않겠는가?게다가 하현은 여유로워 보였지만 말 속에는 살의를 내포하고 있었다. 일부 왕화천의 충신들은 하현의 눈빛에 휩쓸려 순간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없이 자신 없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출입구가 언제 닫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늘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느꼈다. 왕화천은 냉랭한 기색이었고 이때 천천히 단상 위에 일어서서 하현을 응시하며 말했다. “하씨, 쓸데없는 소리가 왜 이렇게 많아?”“만약 네 말대로 용문주가 너를 지회장으로 밀어줬다면 그 어르신이 너에게 그 지회장 영패를 줬겠지?”“그 영패는 어디 있어? 네가 꺼낼 수 있으면 내가 너를 회장으로 모실게!”왕화천 주변의 충신들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맞아, 네가 지회장 영패를 꺼낼 수 있다면 네가 지회장이야!”“만약 못 꺼내면 네가 한 말은 전
하현의 말할 수 없는 비아냥거림은 왕화천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원래 지회장 영패는 오늘의 큰 비장의 무기였지만 하현이 이 영상을 내보냈을 때 소위 비장의 무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지회장 자리는 어쨌든 주먹으로 만회해야 한다. 왕화천의 안색이 안 좋아지자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왕 부회장님, 요즘 저희 둘이 접전이 많았네요. 지회장 자리를 위해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이렇게 지회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니 달갑지 않으실 겁니다.”“아니면 이렇게 합시다. 제가 기회를 드릴 테니 당신의 비장의 카드를 다 꺼내세요.”“당신이 나를 놀라게 할 수만 있다면 지회장 자리를 내 줄게요!”하현은 흥이 넘쳤고 여유로웠다. 마치 왕화천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왕화천은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안색이 바뀌고 또 바뀌었다. 그리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자, 기왕 하 회장이 이렇게 선의를 가지고 있으니 왕 아무개는 받아들여야지!”“하지만 너는 후회하게 될 거야!”“내 뒤에 있는 힘 때문에 너는 절대 대항할 수 없을 거야!”말을 마치자 마자 왕화천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 “참, 진주희.”하현은 마치 갑자기 한 가지 일이 생각난 듯 했다. “왕 부회장님이 전화를 하기 전에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먼저 드리도록 해.”진주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용문 제자가 선물 상자를 들고 왕화천에게 건네주었다. 왕화천은 자기도 모르게 선물 상자를 열었고 곧이어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구로타 타로!원래 진주희를 상대하기 위해 사용했던 구로타 타로는 지금 머리 하나만 남아 선물 상자에 담겨 있었고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왕화천은 자기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가까스로 몸을 바로 세웠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며 설명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히려 진주희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말했다.
말이 끝나자 조남헌은 직접 선물 상자를 들고 빙그레 웃으며 왕화천 앞으로 갔다. 자신 앞에 선물 상자를 놓였을 때 왕화천은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왕화천은 심호흡을 하고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천천히 선물 상자를 열었다. “콰르릉______”마치 천둥소리가 울리는 듯 왕화천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더니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바닥에 주저 앉았고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머리! 선물 상자 안에는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정용 정 세자의 머리가 들어있었다! 이것은 또한 왕화천의 가장 큰 빽이자 가장 큰 힘이었다! 이때 조남헌의 웃는 얼굴을 보니 왕화천은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조남헌이 절대 정용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하현이었다! 그래서 하현이 오늘 아무 탈 없이 이 곳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정용이 왕가 저택에서 핸드폰으로 평소처럼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장한 것도 그럴 만하다. 알고 보니 정용은 이미 죽었던 것이다. 이때 하현은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여유롭게 번호를 눌렀다. 동시에 왕화천의 손도 심하게 떨렸고 핸드폰 화면에 ‘정용’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거슬렸다. 왕화천의 손은 계속 떨렸지만 어쨌든 연결할 용기는 없었다. 옆에 있던 조남헌은 웃음을 머금고 왕화천을 도와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 맞은 편에서 하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왕 부회장님, 만약 이것이 당신의 비장의 카드였다면 죄송하지만 당신이 졌어요.”왕화천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꼿꼿해진 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굽혀지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원기왕성한 부회장은 늙은이로 변했다. 정용이라는 큰 빽을 잃었으니 그가 무슨 카드를 가지고 올 수 있겠는가?그가 무엇으로 하현과 싸울 수 있겠는가?이때 하현은 핸드폰을 내버렸고 여유롭게 왕화천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중천이 죽은 후에 그를 위해 복수 할 생각해 본 적
양측의 몸놀림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왕화천은 하현 앞에서 손바닥을 뒤집기는커녕 반항할 힘도 없었다. 지금 꺼져버린 재처럼 된 왕화천은 천천히 몸을 곧게 펴고 섰다. 원망하던 기운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의기소침해졌다. 그리고 난 후 왕화천은 부들부들 떨며 주머니에서 옥 같지만 옥은 아닌 영패를 꺼내 두 손으로 바쳤다. “왕화천……”“지회장님을 뵙습니다!”하현이 손을 흔들자 지회장 영패가 ‘쓱’하고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 그는 영패를 들고 장내를 둘러보았다. 진주희, 조남헌 등 사람들은 열광적인 표정을 지었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지회장님을 뵙습니다!”장내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반쯤 꿇었다. “지회장님을 뵙습니다!”왕주아는 흥분한 얼굴이었다. 김애선은 가냘픈 몸을 떨었고 얼굴은 말로는 표현 못할 흉측한 기색이었다. 상석에 앉다니?하현 이 놈이 이렇게 상석에 앉는 거야?용문 대구 지회는 대구에서 여섯 세자보다 결코 지위가 낮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 주변의 귀부인들도 모두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막 크게 부상한 거물과의 인연을 놓친 느낌은 마치 주식을 매수했는데 실패한 것과 비슷하다. 이 귀부인들은 땅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정말 너무 괴로웠다. ……용문 무도관의 한 조용한 방.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태사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왕주아는 옆에서 싸늘한 기색으로 하현을 위해 차를 끓이고 있었다. 맞은 편에서 왕화천은 우울한 기색이 극에 달했다. “말해봐. 당신과 나 사이의 약속대로 오늘 너는 주아에게 해명을 해야 해. 그렇지? 왕 부회장?”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찻잔을 들고 한 모금 차를 마셨다. 밖에서 진주희와 조남헌은 왕화천 세력을 처리하고 있었다. 하현은 지금 주아를 위해 해명을 받아내려고 했다. 왕화천은 안색이 변하더니 한 참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회장님, 주아야, 당
하현은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모두 해결한 후 바로 떠났다. 용문 대구 지회의 일은 진주희와 조남헌이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왕가의 일은 왕화천이 권력을 잃은 후 왕주아가 완전히 상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현은 부녀 둘 만의 ‘독립’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주아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는 혼자 차를 몰로 향산 별장으로 돌아갔다. 신호등이 빨간 불이 되었을 때 하현은 설은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동안 설은아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는 않았지만 설은아가 벌써 강남의 설씨 집안의 모든 자원을 통합해 곧 대구로 온다는 사실을 옆에서 알게 되었다. 대구 정가 쪽은 지금 정용이 죽었으니 설은아가 오면 바로 상석에 오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하현조차도 이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세상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설은아의 강인한 성격으로 볼 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또 이슬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 며칠 용문 대구 지회와 왕주아의 일을 해결하느라 바빠 그녀를 냉대했었다. 또 그녀 쪽에서도 소식이 없어 한동안 심가를 방문하지 못했다. 하지만 슬기의 일도 곧 처리가 되어야 했다. 하현은 지금 대구에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이제 슬기 쪽으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또 슬기에게 메시지를 몇 번 보냈지만 그녀의 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하현은 슬기가 이미 잘 쉬고 있다고 생각하고 방해하지 않았다. 다음 날 하현은 자다 일어나 정오가 다 되었을 쯤 바로크 호텔로 가서 슬기를 찾았다. 그런데 로얄 스위트 룸에 도착하니 그가 도착하기 30분 전에 밖으로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전화가 잘 연결되었고 맞은 편에서 슬기의 약간 미안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 회장님, 죄송합니다.”“오늘 아침 주 아가씨가 저를 찾아와서 도음 단편 영상을 촬영한다고 저를 교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