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성형한 얼굴이 하현의 눈에 들어왔다. 키가 크고 온몸을 짝퉁으로 치장한 여자가 수행원들과 함께 들어와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누구야?”“누가 너보고 여기에 오라고 했어?”“너 여기가 동씨 부동산 연회라는 거 몰라?”“여기는 아무 개 고양이들이 와서 먹고 마시는 곳이 아니야!”“초대장 없으면 당장 나가!”성형한 얼굴은 혐오감이 가득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남자는 함께 섞이려 들어온 촌놈이 틀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너희들에게 1분 줄게. 꺼지지 않으면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네 손발을 부러뜨리고 밖으로 던질 거야.”분명 이 사람은 동씨 부동산의 핵심 인물일 것이다. 소위 거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날뛰고 있는 것이다.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진 몇 장을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손에 든 사진을 살짝 흔들며 말했다. “이 사람이 너지? 너 동문성의 비서 이지수지?” “어? 네가 내 사진을 가지고 있어? 나를 알아? 보아하니 같이 어울리려고 공부를 많이 했나 보구나!”이지수는 냉랭한 기색이었다. “너 내 사진을 이용해 초대장으로 써서 우리 고급 연회에 들어오려고 한 거지?”“근데 네 주제를 알아야지?”“너는 용포를 입어도 황태자 같아 보이지가 않아!”“기질이라는 게 네가 꾸민다고 되는 줄 알아?”동문성의 비서로서 이지수는 이런 일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초청한 손님들은 모두 그녀가 관리하고 있었기에 하현이라는 사람이 명단에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지수 뒤에 있던 여자 직원들은 비웃고 조롱하는 기색이었다. 이 여자들은 부동산에서 오랫동안 집을 팔아왔기에 자기가 부동산 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자신들은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지금 보기에 아주 평범한 옷차림의 하현을 무시했다. 하현은 핸드폰을 놓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젯밤
말을 마치고 이지수는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순간 옆에 있던 경호원들이 공손하게 다가왔다. “이 비서님, 무슨 일이십니까?”이지수는 발길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이 놈을 밖으로 내보내고 여기서 눈에 거슬리게 하지마!”말을 마치고 이지수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녀 뒤에 있던 여직원들은 측은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놈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여기까지 달려와 동씨 부동산을 도발하다니. 이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경호원 몇 명이 경찰봉을 들고 오더니 하현을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지수, 너 초대장을 원해?”“여기 여러 장 가지고 있는데 볼래?”이지수는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초대장이 있다고? 네가 꺼낼 수 있으면 내가 무릎 꿇을게!”“그럼 무릎 꿇어!”곧이어 하현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퍽______”이지수는 뺨을 맞자 몸이 날아 올랐고 성형한 얼굴에는 새빨간 손바닥 도장이 찍혔다. “퍽퍽퍽______”하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뺨을 때렸고 잠시 후 그 여직원들과 경호원들도 날아갔다. 하나같이 얼굴이 붉어졌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 하현의 강세에 그들은 피하지 못했고 반격할 힘도 없었다. “너…...네가 감히 나를 때려?”이지수는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호통을 쳤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내 초대장이 아직 부족한 것 같으니 내가 몇 장 더 줄게.”말이 떨어지자 마자 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따귀 열 몇 대를 더 때렸다. “퍽퍽퍽______”이지수는 그 자리에서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이목구비가 엉망이 되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경호원? 경호원은? 경호원 어디 있어?”동씨 경호원들이 몸부림치며 달려들었지만 하현은 또 손등으로 다시 뺨을 때렸고 순간 하나같이 날아가 대리석 벽에 부딪히고는 천천히 미끄러졌다. 땅에 쓰러졌을 때는
“펑_______”양쪽의 황동 대문이 하현의 발길에 차이더니 뒤집혔고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났다. 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을 움찔했고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쳐다보았다. 무대 위에서 인사말을 하던 사회자는 목이 졸린 듯 목소리가 뚝 그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동문성은 대구에서 높은 순위는 아니었지만 그는 어쨌든 몇 백억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부동산 업계에서는 명성이 있는 셈이었다. 연회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어디 신분도 없고 지위가 없었겠는가? 이렇게 문을 걷어차고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날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 누구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동문성의 비서가 문 입구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십여 명의 동씨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달려왔고 선두에 있던 사람은 호통을 치며 경찰봉과 전기봉을 꺼내 들었다. “누구야! 도대체 누가 너보고 여기서 소란을 피우라고 한 거야!”“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동문성은 주석에 앉아 하현을 냉담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고 죽은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하현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몰랐지만 하현이 곧 끝장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죽었어!이런 자리에서는 사장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그를 밟아 죽일 수 있었다.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한가로이 정원을 걷는 것처럼 걸었다. 비록 맞은편에서 동씨 경호원들이 살벌하게 달려 들었지만 하현은 여전히 침착한 모습으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자신감은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비웃고 경멸하는 빛이 가득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이 입은 옷은 다 합쳐도 2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런 하찮은 사람이 감히 동문성을 건드리다니?머리에 물이 찼나? 아니면 미친 건가?동문성이 비록 대구
하현은 동씨 경호원들을 발로 차 쉽게 바닥에 쓰러뜨렸다. 다들 왜 이 놈이 이렇게 날뛰는지를 이해했다. 능력이 조금 있었다. 동문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이 당할 자 없이 모두를 다 쓸어버릴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현대 사회에서 화기는 손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강력했다. 권세, 지위, 부, 능력도 고수보다 더 사람을 압박해 죽일 수 있었다. 실력이 강력한 고수들을 죽이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굳이 무리하게 부딪힐 필요가 없었다. 곧 동문성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경호원 대장에게 화기를 소지한 경호원을 몇 명 더 보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차갑게 말했다. “동문성,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안 꺼질 거야?”이때 한 노인이 일어서더니 위엄있는 얼굴로 하현을 응시했다. “젊은이. 여기가 대구 센터라는 걸 모르는 거야?”“너 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구 유명 인사들이라는 걸 몰라?”“너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네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이분은 분명 오랜 기간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던 분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런 기개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는가? 보통 사람은 그를 보면 말할 용기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단상에 올라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러분, 제가 뭐 하러 왔냐고 물으신 건가요?”“간단해요. 저는 정의를 되찾으러 왔을 뿐이에요.”“오늘 일은 저와 동문성과의 개인적인 원한일 뿐이에요.”“어젯밤 루나 시네마에서 촬영을 하던 중 막이 떨어져 동문성의 아내 이수연이 다쳤어요.”“제 처제 설유아도 마침 그 자리에 있었지만 무사했습니다.”“우리 동 사장님은 범인도 찾지 않고, 진상을 밝히지도 않고, 제작진과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제 처제가 그와 함께 하룻밤을 자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어요.”
이 노인은 비명을 지르며 간신히 일어섰고 더없이 분노하며 술병을 집어 들었다. “어린 놈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너 죽었어!”“퍽!”하현은 또 뺨을 때려 이 노인을 다시 날려 버렸다!“나는 내 자신을 잘 알아.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일을 한 건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야!”“관청에 가서 신고해! 고소해도 되고! 변호사를 선임해도 돼!”“하지만 이런 것들이 네가 폭력을 써도 되는 이유가 되지 않아!”“요즘 사회에는 법이 있어!”“네가 이렇게 행동을 하니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가 먼저 경찰서로 보내겠어!”하현은 받은 말을 있는 그대로 돌려 주었다. 노인은 화가 나서 피를 토했다. “너______”하현은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단상에 올라 단상에 준비된 각종 선물을 발로 걷어차며 다시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동문성, 지금도 여전히 안 꺼질 거야?”“젊은이, 너 내가 나서지 않는 게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라는 걸 설마 모르는 거야?”하현이 이 지경까지 날뛰는 것을 보니 동문성은 아무리 담담하게 있는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설유아 그 계집애 말이야.”“그 계집애가 내 아내를 보호해 주지 않았잖아!” “그런 사람은 알아서 죽었어야 해. 그랬다면 내 아내가 죽지 않았을 거야!”“내 아내한테 일이 생겼으니 그 년이 모든 결과를 감당해야지!”“어제 일들은 하나의 교훈에 불과해!”“내 아내가 깨어나지 않으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걱정 마. 내가 이렇게 말은 많이 했지만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내가 어떻게 설유아를 조금씩 괴롭혀 죽일지 눈뜨고 잘 지켜보기를 바라!”동문성은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고 동시에 심호흡을 하며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폐인이야!”“너는 여기서 정의를 찾을 수 없고 네 자신도 지킬 수 없어!”“무릎 꿇고 머리 숙여. 내가 너를 불구로 만들지 않을지 생각해
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추측이 맞아.”동문성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하현이 정말 인정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에는 흥이 넘쳤고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말했다. “인마, 네가 뭔데?”“너 정씨야? 임씨? 심씨? 아니면 간씨?”“다 아니면 너 같이 세상 물정 모르는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이렇게 허풍을 떠는 거야?”“너 나 동문성이 대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면서 그냥 밥만 먹은 줄 알아?”“아무 길가의 고양이나 개가 나를 괴롭힐 수 있을 거 같아?”“농담하는 거지?”“너 네가 지금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동문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장내를 한 바퀴 훑어 보더니 차가운 기색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모르니 내가 알려주지.” “이 분은 대구 세무 시스템 2인자야!”“이 분은 대구 은행 부은행장!”“이 분은 대구항의 관장!”“이 분은 경찰서 특파대대의 대대장!”동문성은 이때 하나하나 호명했고 십 여명의 대구의 인물들은 모두 일어서서 하현을 비웃었다.동문성은 이 사람들을 데리고 하현 앞으로 다가갔다. 거의 일종의 협박으로 하현을 압박하고 있었다. “임마, 여기 있는 아무라도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네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할 수 있어.” “네가 우리와 놀 수 있는 자격이 있어?”말이 떨어지자 이 사람들은 팔짱을 끼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어떤 사람은 비웃었고, 어떤 사람은 음험하고 악독하게 쳐다보았고, 또 어떤 사람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분명 그들의 눈에 하현은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 지 전혀 모르는 외부인이었다!이런 사람을 짓밟아 죽이려고 그들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다니?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써야 한다니! 하현은 동문성 뒤에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정말 이 일에 끼어들고 싶어?”얼굴이 희끗희끗한 남자가 냉소하며 말했다. “어
동문성은 벼락을 맞은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동문성은 시가를 끼고 있는 손가락을 떨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리에 조남헌이 하현을 대신해서 나서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한 무리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원래 침착했던 표정은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하현이 아무리 잘 때린다고 해도 이 사람들에 눈에는 띄지 않았다. 그러나 조남헌의 등장은 이 사람들을 매우 두렵게 만들었다.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는 하현에 비하면 조남헌은 대구의 새로운 귀인으로 사람을 잡아 먹어도 뼈를 뱉지 않는 주인이었다. 그의 친 동생조차도 불구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겠는가?방금까지 한없이 난폭하게 굴던 사람들은 모두 하현 앞에서 날뛰었지만 조남헌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사지가 부러지고 날아간 조씨 고위층도 지금 멍해져 비명을 지르는 것조차 잊었다. 이 하현……어떻게 조남헌이 빽이 돼 준 거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조남헌이었다. 이때 조가와 친하게 지냈던 한 거상이 동문성의 지시에 따라 부들부들 떨며 앞으로 나서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조 도련님, 그 놈과는 도대체……”“퍽______”이 거상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조남헌은 벌써 뺨을 한 대 때리고 그를 땅에 쓰러뜨렸다. “무슨 놈? 하 도련님이야! 우리 큰 형님!”“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오늘 일은 우리 큰 형님과 동문성과의 개인적인 원한이야!”“누구든 감히 동문성의 편에 선 사람은 나 조남헌과 원수가 될 거야!”“내가 당신들 온 집안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보증하지!”하현의 냉담함 보다 조남헌의 날뛰는 횡포함은 악당의 살상력보다 더 컸다. 방금 그 거상은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고 조남헌과 눈을 마주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하현의 얼굴은 준수하게 생겼고 몸은 좀 야위어 보였지만 그가 여기에 서서 담담하게 내뱉은 말은 겨울의 북서풍처럼 동문성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갑게 했고 뼛속까지 한기로 몰아 넣었다. “젊은이,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설마, 아직도 나를 건드리려는 거야?”동문성의 안색은 더 없이 안 좋아졌다. 비록 지금으로서는 그가 열세에 처해 있고 조남헌이 있어 하현을 압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남헌의 지위는 대구에서 중간 정도일 뿐 절대 최정상의 수준은 아니었다. 동문성은 대구에서 오랫동안 지냈으니 분명 자신만의 빽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는 절대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체면과 자존심이 중요했다. 만약 그가 무릎을 꿇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구에서 지낼 수 있겠는가? “너는 설유아를 탐내고 위협이 통하지 않자 폭력을 휘두르고 강제로 관계를 가지려고 했잖아……”“네가 인정을 하는 걸로 봐서 내가 널 죽이지는 않을게!”“하지만 너는 남은 평생 휠체어에 앉아서 살 수밖에 없을 거야.”하현은 동씨 경호원에게서 화기를 빼앗아 아랑곳하지 않고 보안장치를 열었다. 이 장면은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하현이 이렇게 날뛰며 여기서 이렇게 함부로 굴 줄은 몰랐다. “하씨, 너 조 도련님 빽이 있으니 오늘은 내가 진 것을 인정할게!”동문성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내가 만만하다는 뜻은 아니야. 네가 나를 건드렸으니 반드시 너에게 문제가 생길 거야.”하현은 웃었다. “아직도 빽이 있어?”동문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육 도련님 사람이야!”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대구에서 육씨 성을 가진 거물은 많지 않았다. 가장 유명한 사람이 대구 1인자 임복원의 처남, 육재훈이었다!조남헌은 이 말을 듣고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얼굴에 거리끼는 빛이 떠올랐다. 보잘것없는 육재훈은 뭐가 없었지만 육재훈의 뒤에는 사람들을 놀라 죽게 하기에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
설은아는 안색이 약간 변하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현에게 제지당했다.그가 오늘 여기 온 것은 이영산이 도대체 어떻게 기고만장한 허풍을 떠는지 보기 위해서였다.이제 막 좋은 볼거리가 시작되었는데 못하게 막아서면 얼마나 무례한 일인가!이영산의 부모도 소리를 듣고 와서 눈동자에 살벌한 눈빛을 떠올린 채 주시하고 있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우리 아들의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에 와서 재를 뿌리겠다는 것인가?!하현이 아니었으면 자신의 아들에게 아내가 하나 더 생겨 설 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바로 그 전설의 데릴사위 아니야?!”“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어쩜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머리가 좋았으면 노점에서 사 온 무 따위를 장모에게 선물했을까?! 흥!”“게다가 우리 영산이가 선물한 그림을 감히 가짜라고 모욕하다니!”“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꼴같잖게 센 척하기는!”이영산은 그동안 설 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포장해서 이 씨 일가들에게 한껏 허풍을 떤 것이 분명했다.장리나는 당연히 이영산의 편이니 이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은아는 이영산이 이렇게 낯짝이 두꺼울 줄은 몰랐다.순간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됐어! 뭐가 어떻게 되고 저렇게 되고 상관없어!”“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고 그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거야!”“자기 것이 아니라면 노력해서 얻을 생각을 해야지!”이 씨 가문 둘째 할아버지는 경험자 같은 자태로 말을 이었다.“젊은이, 내가 자네라면 지금쯤 순순히 설 씨 집안을 떠나 경비원이라도 해서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했을 거야. 그게 데릴사위보다는 훨씬 나아!”“자네가 그러는 걸 자네 조상이 알면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날 거야!”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딱 봐도 데릴사위 경험자로서 하시는 말씀이신 듯하군요!”“뭐?
”물론 두 사람이 오늘의 이 성과를 이룬 데는 여러 친척들, 어른들, 형제, 자매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저와 제 남편이 이런 연회를 마련한 것은 여러분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입니다.”이영산의 부친은 거만한 자세로 껄껄 웃으며 일어섰다.“여러분, 오늘은 마음 편히 즐겁게 먹고 마시길 바랍니다!”“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82년산 마오타이든 뭐든 원하는 만큼 준비해 뒀으니까요!”이영산도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어섰다.“부모님, 여기 어르신들, 형제, 자매 여러분!”“오늘 저를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빛내 주셔서 고맙습니다.”“저 이영산, 절대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건배!”말을 마치며 그는 호탕한 얼굴로 술 한 잔을 마셨다.“영산이와 의진이가 능력이 있었던 거죠. 그러니 이렇게 빨리 출세할 수 있었던 거구요! 앞으로 우리 친척들 좀 많이 살펴 주세요!”“맞아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대단한 성과를 거두다니! 정말 대단해요!”“장청 캐피털 일을 따내다니! 그게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성월TV도 마찬가지예요! 배후에 금정 간 씨 가문이 떡 받치고 있는 곳이죠! 따라서 이것은 금정 간 씨 가문과 연줄을 맺은 거나 마찬가지예요!”“이제 우리 이 씨 가문이 완전히 떴어요!”친척들은 하나같이 영광스러운 얼굴로 이영산 남매를 바라보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항렬이 가장 높은 둘째 할아버지가 테이블을 탁 치며 큰소리로 말했다.“자손을 낳으려거든 이영산 같은 아들을 낳아야지!”“우리 이 씨 가문에 이영산이 있으니 이제 우리 가문은 더 높은 곳으로 갈 일만 남은 거야!”이에 이영산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입에 내걸며 호탕하게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숙모님, 숙부님. 과찬이십니다!”“저와 제 여동생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이 씨 가족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이 씨 가문에 꼭 보답하겠습니다!”이어 이의진도 곱게 화장한 얼굴
이튿날 아침, 밤잠을 설친 하현은 방을 나서자마자 설은아의 차에 몸을 실었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녀는 하현을 원망하기 시작했다.분명 오늘 이영산이 밥을 사기로 했다고 어제 다 얘기를 했는데 결국 하현은 이렇게 늦게 일어난 것이다.설은아의 스포츠카에 올라타서야 하현은 알게 되었다.이영산이 요 며칠 동안 무슨 개똥 같은 운이 그렇게 좋았는지 수천억짜리 공사를 수주했고 그와 함께 신분이 순식간에 치솟았다는 것이다.그리고 그의 여동생, 이의진도 직장에서 순풍에 돛 단 듯 승진하며 겹경사를 맞았다고 했다!최희정과 설재석 부부도 원래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임시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설은아를 대표로 내세웠다.설은아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영산은 하현을 콕 집어 말하며 꼭 데려오라고 했다.말하자면 자신의 높아진 위상을 하현에게 보여줌으로써 코를 납작하게 할 셈인 것이다.하현도 이영산이 절대 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부른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상관없었다.설은아가 참석하라고 하니 함께 가 보는 것이다.낮 12시.하현과 설은아가 홍궁관 2번 룸에 도착했다.룸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안에는 커다란 테이블 다섯 개가 놓여 있어서 한 번에 오십 명 정도가 함께 식사할 수 있었다.테이블당 최소 몇백만 원이 든다고 하니 이영산이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했다.테이블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고 화색이 가득한 그들의 얼굴은 상류층 자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설은아는 낮은 목소리로 이 사람들이 모두 이 씨 집안사람들이라고 하현에게 설명했다.이 씨 집안은 삼류 가문이었지만 그 수는 적지 않았다.게다가 금정 토박이였기 때문에 항상 자신들의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며 한껏 자존심을 치켜세우고 다녔다.설은아와 하현의 등장은 이 씨 집안사람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이영산의 친부모는 이 자리를 주최한 장본인이지만 하현을 보고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자태로 문 바로 앞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