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복원은 조심스럽게 번호를 받고 임정민을 부르며 말했다. “하 형제님, 대구에서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필요하면 정민이에게 시키세요.”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우리 임씨 집안은 아직 체면이 서니 일을 잘 처리 할 수 있을 겁니다.”임복원도 하현 같은 인물이 대구에 온 이상 틀림없이 크고 귀찮은 일들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현은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는 이때 태도를 확정했다. 무슨 일이 발생하든 반드시 하현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바로 하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어쨌든 하현 같은 높은 사람은 임복원이 중시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임정민은 비록 성격이 차갑고 교활하고 제멋대로이긴 했지만 그녀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방금 일부터 시작해서 임복원의 태도를 봐도 하현은 꼭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임정민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하 선생님, 방금 제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제가 눈이 멀었어요!”“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제게 분부만 해주세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별말씀을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임정민의 명함을 받았다. 어쨌든 이 임씨 집안의 부녀는 경력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았다. 하현은 무슨 능력이나 무슨 인맥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때로 많은 친구들이 많은 길들을 열어주었다. 어쨌든 대구에서는 그의 신분을 마음대로 폭로할 수 없었다. 하현이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 것을 보고 임복원은 웃으며 누군가에게 상자 하나를 가지고 오라고 하더니 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밖에 나가면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요.”“이건 저희가 이번에 구한 약재들인데 하수오라고 합니다. 원래 이걸로 건강 문제를 해결할 할 수 있는 지 시험해 보려고 했는데 지금 쓸모가 없어졌으니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하 형제님이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작은 성의인 셈입니다.”
임정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섬나라에서 왔다면……”임복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섬나라에서 온 게 확실하다면 세 번은 도와주고 신세를 갚은 뒤 죽여.”임정민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임복원은 임정민의 표정을 보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왜? 그 놈이 마음에 들어? 무슨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지?”“제 생각에도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다만 우리 임씨 집안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고 또 저는 1인자라 그래서 여러 가지로 항상 조심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우리가 정말 그를 오해했던 것이 만에 하나라도 들키게 되면 그때 가서 선물을 두둑하게 챙겨주면 하 형제도 이해해 줄 거예요.” 임정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임복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참, 또 다른 일이 있어. 전에 나를 암살하려고 했던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반드시 밝혀내야 해.”“이것 말고도 나는 연경에 다녀와야 해.”“최근에 내가 죽을 줄 알고 많은 사람들이 내 자리를 노리고 있었을 텐데 지금 내가 살아있으니 이 사람들이 어떤 표정일지 보고 싶네.”……임씨 부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한 하현은 벌써 기차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떠난 후 임씨 부녀의 대화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은 우연하게 등장했고 게다가 임복원의 상처와 문제점을 끄집어내 쉽게 해결해주었다. 이 모든 것은 아무리 봐도 우연이었다. 임복원이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의 신분에 반드시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하현도 상관 없었다. 임복원은 딱 봐도 거물이었고 자신의 신분을 바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에게 손을 댄 사람은 거의 섬나라 사람들이니 자
이 생각에 미치자 주군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차 문을 열며 제멋대로 말했다. “물건은 차 트렁크에 놔. 더러워지지 않게 조심하고.”“그리고 뒷자리에 타. 타고 난 다음에는 차 더러워지지 않게 신발 벗어서 네 가슴에 품고 있어!”“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너희들 같은 촌놈들이야. 아무 일 거리도 없는데 주 회장님한테 와서 빌붙으려고 하다니. 내가 말하는 데 나는 너희한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퍽!”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주군을 발로 걷어차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주군은 버럭 화를 냈다. “이 자식아, 너 죽을래!”“퍽!”하현은 손등으로 주군의 얼굴을 후려 갈겼다. 그는 뺨을 맞자 몸이 날아갔고 얼굴에는 손바닥 도장이 생겼다. 주군은 얼굴을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는 하현이 자기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와 같은 사람은 항상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다. 그는 지금 하현의 냉담한 표정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하 형님이시죠?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뺨을 한 대 맞고 그는 이전의 기고만장했던 태도가 없어졌다. 하현은 뒷좌석에 앉았고 이때 안색이 좋지 않은 주군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와 같이 사람을 깔보는 하찮은 인물에겐 윽박지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정말 인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는 길에 하현은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여전히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그는 슬기에게 자신이 이미 대구에 도착했음을 알렸고 24시간 안에 그녀에게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자신이 직접 심가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현은 먼저 슬기를 밖으로 끌어 내려고 했다. 그래야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차창 밖의 대구는 교통체증이 심했다. 대하의 경제 중심지이자 세계 최대 금융 대도시 중 하나인 대구는 곳곳에 고층 빌딩이 즐비했고 화려했다. 얼마나 많은 대형 다국적 기업의 본사
이곳을 보면서 하현은 어리둥절해졌다. 이곳은 대구 강구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으로 듣기로 이미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지역은 고급스럽고 럭셔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아무 요리도 수십만 원은 할 것이고 룸을 이용하려면 최소 2백만 원은 필요하다. 가격이 그렇게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만 문제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이런 곳에 와서 돈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주건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잘 지냈다. 이미 성공한 사람인 셈이었다. 그의 부인 이소연은 듣기로 자기가 미용실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고 장사도 잘돼 연간 수입 2억은 문제 없다고 한다. 그들 같은 가정은 대구에서 기껏해야 상류층의 문턱을 밟았을 뿐이지만 이런 곳에 와서 소비할 만한 자격은 있었다. “하 형제, 이쪽으로 오세요!”주군은 이미 이 궁상맞은 친척이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을 더없이 귀중하게 생각했기에 기와 조각과 자기를 부딪힐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웃음을 머금고 하현을 데리고 평화루로 들어갔다. “주 부인께서는 이미 일찍 도착하셨습니다. 이외에도 몇 분의 좋은 친구분들이 있습니다. 모두 상류층의 거물들이십니다!”“조금 있으면 주 회장님과 아가씨도 오실 겁니다!”“방금 주 회장님께서 형제님을 모시고 먼저 가서 식사를 하고 나중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주군은 깍듯하게 말했다. “하 형제님, 들어 가시죠. 저 같은 운전기사 한 명 때문에 웃음 거리가 되지 마세요.”그는 속으로 하현에게 골탕을 먹일 셈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길만 안내한 것이다. 하현은 그의 이 작은 속셈을 간파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발길을 돌려 평화루로 들어갔다. 이런 작은 인물은 숨어 있는 법만 알면 그만이었다. 만약 그가 기어오르려고 하면 하현은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주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이전의 하수오와 짐을 들고 하현은 룸 입구에 도착해 예의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현아, 도착했어?”바로 이때 뒤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큰 손이 뻗어 나와 하현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보였다. “이놈, 정말 많이 컸네.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네. 그래도 넌 예전처럼 점잖다.”“큰 거리에 있었어도 넌 줄 한 눈에 알아봤을 거야.” 주건국은 하현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현은 고개를 돌려 낯익은 얼굴을 보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저씨, 십 년 넘게 못 봤네요.”“그래. 그래. 때마침 정말 잘 왔어. 아저씨가 어제 전화했을 때는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오늘 보게 될 줄이야!”“기왕 왔으니 재미있게 놀자!”“대구는 번화가야. 젊은이가 여기에 왔으니 세상도 보고 견문도 넓혀야지. 가고 싶은 곳이나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아저씨한테 말해. 아저씨가 전부 챙겨줄게.”주건국은 말을 하면서 은행 카드를 한 장 꺼내 하현에게 쑤셔 넣었다. 이 모습을 본 이소연은 뾰로통한 얼굴이었고, 하현을 쳐다보는 표정에는 미움이 가득했다. 어제 주건국의 전화를 받고 오늘 당장 달려오다니?이거 정말 가난뱅이 친척이네! 하현은 은행 카드를 받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감사 드려요. 당분간은 쓸 수 없을 거 같아요. 필요하면 제가 말씀 드릴게요.”“그래.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건국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자, 들어 가서 앉자.”“방금 까지 같이 밥을 못 먹게 될 줄 알고 걱정했는데!”“마침 잘 오게 됐어. 우리 같이 식사하는 김에 내가 사업하시는 몇 분을 소개해 줄게.”“앞으로 네가 대구에서 지낼 때 다 너를 도와주실 분들이야.”이 말을 듣고 이소연의 얼굴빛이 ‘쓱’하고 어두워졌다. 그녀는 주건국의 앞을 가로막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씨, 너 머리가 어디 이상해진 거 아니야?”“당신 오늘 점심 모임의 목적을 설마 모르는 거야?”“내가 왕 도련님을 초대했잖아!”
“현아, 들어와. 내 옆에 앉아. 네 아주머니는 온 종일 안 좋은 생각만 하고 있으니 상대하지 마!”주건국은 하현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고 이소연은 펄쩍 뛰고 있었지만 그냥 무시했다. 이소연은 화가 나 눈에 경련이 일었다. 그녀는 주건국의 뺨을 한대 갈기고 하현이라는 이 뻔뻔한 놈은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 하현은 원래 이런 식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소연의 사람을 깔보는 자세 때문에 밥 맛이 별로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건국은 그에게 정말 잘해 주었다. 그는 또 주건국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여러분, 여러분, 제가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게요. 이 분은 저의 옛 친구의 자제분, 하현이라고 해요. 이번에 대구에 왔으니 앞으로 제 체면을 봐서라도 잘 봐주세요!”방에 들어서자 주건국은 열정적인 얼굴로 하현을 소개했다. 어제 그가 전화를 했는데 오늘 하현이 바로 대구로 온 것을 보고 주건국은 자기도 모르게 하현이 자기에게 기대러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싫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흐뭇해했다. 현장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주건국과 사업상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비록 방금 두 부부의 대화 내용을 듣긴 했지만 다들 주건국의 체면을 세워주며 하현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지 않고 평소와 같았으면 이 사람들은 악수는커녕 그 앞에 무릎 꿇을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 “허허허……”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소연은 냉소를 연발했다. “주씨, 무슨 대구에 와서 일을 한다고 그래? 당신 그렇게 듣기 좋게 포장해서 말하지 말아 줄래?”“시골 촌뜨기가 당신한테 찾아온 건 솔직히 말해서 당신 돈이랑 인맥을 보고 당신한테 빌붙어 보려고 하는 거잖아. 당신 그게 즐거워?”“당신 바보야? 아니면 선행을 베푸는 게 좋은 거야?”“그런 게 좋은 거라면 개원사에 가서 2억정도 기부하면 그런 소리 들을 수 있어!”“이런 가난뱅이를 도와줘 봤자 나중에는 배은망덕하게 당신을 집어 삼킬지도 몰라!”
호화로운 옷차림에 빛나는 보석으로 치장한 두 남녀가 이때 함께 들어왔다. 남자는 키가 185cm였고, 건장한 몸매에 운동을 자주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외에도 금테 안경을 쓰고 있어 점잖게 보였지만 창백한 얼굴빛과 은은한 향수 냄새는 일종의 겉은 유순해 보이지만 속은 검은 분위기를 더욱 자아냈다. 어르신들이 볼 때 소위 계집애 같아 보였다.여자는 키가 170cm쯤 됐고 얼굴은 곱상하게 생겼다. 옷과 가방, 액세서리를 합치면 보통 사람의 10년치 월급 정도가 되었다. 그녀의 옷은 특이하게도 한 손에 들어올만한 작은 허리를 드러내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 두 사람은 왕동석과 주시현이었다. “왕 도련님 아니세요? 방금 어떻게 까치가 우리 룸에 들어왔나 했네요! 이렇게 왕림해주셔서 영광입니다!”방금까지 칠흑같이 어두웠던 이소연의 얼굴은 지금 웃음으로 가득 찼고 아첨하는 얼굴이었다. “시현아, 너 대성그룹에 면접 보러 간 거 아니었어? 어떻게 됐어?”주시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절세 미인의 모습을 드러냈다. “왕 도련님이 도와주셔서 면접은 형식에 불과했어요.”왕동석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시현씨는 이미지가 좋고 기품이 있어 우리 대성 그룹 홍보부에 딱 알맞아요. 잠시 우리 부주임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기회가 있을 때 제가 다시 자리를 옮겨 줄 겁니다.”“월급은 제가 이미 알려줬어요. 한 달에 4백만원 정도면 용돈으로 쓰기에는 충분할 겁니다.”“이제 막 우리가 대성 그룹에 들어갔으니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나중에 제가 시현씨의 월급을 올려 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이소연은 우러러 보는 표정을 지었다. “왕 도련님, 도련님은 우리 시현이에게 정말 잘 대해주시네요!”“시현이가 도련님을 알게 되고 도련님의 인정을 받게 된 걸 알면 우리 조상님들도 기뻐하실 거예요.”“아주머니, 별말씀을요. 아주머니는 제 친어머니 같으세요. 분부하실 게 있으시면 하세요.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차를 한 잔 마셨다. 그 앞에서 이 정도로 뻐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왕동석이 항공모함 한대를 사서 그 앞에 내놓지 않는 한 하현은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것이다. 주건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보통 사람 출신이었다. 그는 부를 과시하는 행동에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문제는 왕동성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소연이 하현을 비꼬는 기회를 잡으려고 한 것이라 그는 뭐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참, 아주머니!”한 무리의 사람들이 치켜 세우는 중에 왕동성은 품위 있는 태도로 선물 상자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이건 우리 대성그룹에서 최근 가장 잘 팔리는 액체 금이에요. 이걸 먹으면 수명도 연장되고 몸에도 좋아요. 제 작은 성의니 기쁘게 받아주세요!”“물건이 비싸지 않다고 싫어하지 마세요.”주건국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입을 열고 말했다. “감사해요.”“이게 상류층 귀인들이 쓴다는 전설의 액체 금인가요?”이 물건을 보고 이소연은 의아한 얼굴이었다. “듣기로 이걸 오랜 기간 마시면 인간 세포가 활성화 돼서 몇 십 년 동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일찌감치 품절됐다고 들었어요. 비록 대성그룹이 한 병에 2천 만원으로 가격을 정하긴 했지만 암시장에서는 4천 만원으로도 물건을 구하기가 어려워요!”“거기다 10병이나 주시다니, 너무 겸손하시네요!”왕동석은 싱긋 웃었다. 그는 어쨌든 대성그룹 사업부의 매니저니 샘플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아무일 없을 것이다. 이소연은 이때 장모가 사위를 보는 기분이었다.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왕동석을 잠시 쳐다본 후에야 그녀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왕 도련님은 정말 마음이 깊어. 너 같은 시골 촌뜨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야.”이것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사람은 더 좋은 사람과 비교하면 죽어야 하고, 물건은 더 좋은 물건과 비교하면 버려야 한다는 것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