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우윤식과 변백범 쪽에서 슬기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슬기가 소식을 전해왔는데 딱 네 글자뿐이었다. “괜찮아요.”비록 이 메시지를 받긴 했지만 하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특히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방은 다시 전화를 끊었다. 결국 하현은 반드시 먼저 대구에 다녀와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하현도 은아에게 무슨 설명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다만 당인준에게 남원에 머물러 은아네 식구들의 안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 설씨 집안의 권력을 이양하는 것을 돕도록 했다. 우윤식은 남아서 천일그룹의 여러 일을 맡았다. 하현은 결국 변백범만 데리고 고속철도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변백범 곁에 있던 공해원과 대도경수 두 사람은 며칠 전 이미 대구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캐고 있었는데 하현이 대구에 온다 것을 알고 그들은 모두 힘을 합쳐 언제든지 국면을 타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속철도에서 하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번에 대구에 가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일이 너무 뒤엉켜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잠시 중얼거리더니 하현은 핸드폰을 들고 대구 전화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현이니? 갑자기 무슨 일이야?”전화 맞은 편에서 주건국의 목소리는 다소 의심스러웠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제가 오늘 마침 일이 있어서 대구로 가는 길이에요. 괜찮으시면 며칠 후에 식사나 같이 하실래요? 어떠세요?”전화 맞은편에서 조건국은 어리둥절해하더니 곧이어 말했다. “비행기 타고 오는 거야? 아니면 기차 타고 오는 거야? 오늘 언제쯤 도착해?”하현은 손목에 찬 골동품 롤렉스를 들여다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점심 전쯤이요. 근데……”주건국은 하현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재빨리 말했다. “그럼 오늘 내 기사보고 너 마중 나가라고 할게.”“오늘 점심에 마침 모임이 있으니 같이 참석하자.”“그때 네 이모와 시현이
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을 휘두르려고 했다. 바로 이때 푸드 트럭에서 온화하고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정민, 함부로 하지 마!”“푸드 트럭을 점용하고 있는 건 원래 우리가 잘못한 거야. 사람을 함부로 때리는 건 더더욱 잘못된 일이고.”임정민은 이 말을 듣고 얼굴에 거만한 기색이 사라졌고 이때 손을 드리우고 말했다. “네.”말을 마친 후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는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난 후에야 다소 심드렁한 얼굴로 길을 비켜주었다. 하현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푸드 트럭으로 들어갔다. 푸드 트럭 안에는 종업원이 딱 두 명뿐이었다. 맨 가운데 자리에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화려한 옷차림은 아니지만 기세가 대단하고 높은 사람의 기품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녀들이 서 있었다. 한 중년의 남자만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열 몇 가지의 맛있는 음식들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거의 먹지 않고 젓가락만 살짝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하현의 시선은 뭇사람들을 뛰어넘어 이 중년 남성의 얼굴에 떨어졌다. 아마 방금 입을 연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 상대방도 이때 여유로운 얼굴로 보고 있었는데 눈동자에는 어떤 도도한 분위기는 없었고, 오히려 하늘이 무너져도 놀라지 않을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하현은 이 중년의 남자가 틀림없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때 하현의 시선이 쓸려오는 것을 보고 중년의 남성은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 우리가 잘못했네. 지체가 돼서 식사가 늦어졌네.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이해해줘. 필요한 게 있으면 빨리 가져가고 전부 내 장부로 계산해.”하현을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중년 남자에게 대답을 한 셈이었다. 그는 이 중년 남자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신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누구에게도 기댈 필요가 없고 누구의 힘도 빌릴 필요가 없었다. 하현의 이런 태도를 보고 임정민은 눈
임정민이 제일 먼저 호통을 치며 말했다. “망나니 같으니라고! 네가 감히 우리 집 선생님을 저주 하다니!”말을 마치고 그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화기를 손에 들고 하현의 머리에 가까이 댔다. 몇몇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도 모두 허리춤을 눌렀다. 하현은 오히려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길어야 3일이에요. 당신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이 손을 쓸 거예요. 그때는 염라대왕이 와도 당신을 구해 줄 수 없을 거예요.”“누가 감히 선생님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다고!?”임정민의 얼굴빛은 싸늘했다! “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 안 해. 이런 말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하다니 몇 분만에 너를 죽여버릴 거야.” “너 우리 집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우리 집 선생님은 대구……”여기까지 말하자 중년 남성은 임정민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녀의 목소리를 뚝 그치게 했다. 그녀는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때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빨리 우리 집 선생님께 사과해. 그렇지 않고서 내가 너를 죽였다고 탓하지 마!”말을 하는 사이에 임정민은 화기를 열었고 이번에는 하현의 이마를 짚었다. “시끄러워!”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뺨을 내리쳤다. 임정민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얼굴이 너무 아파 온몸이 떨렸고 뒤쪽으로 물러섰다. 이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푸드 트럭 벽에 부딪혀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이 장면을 보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임정민 자신도 너무 놀라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이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날뛸 수 있지? 그녀는 대구의 젊은 세대이고 유명한 고수였다. 하지만 하현이 그녀를 뺨 한대로 날려 버렸다. 이런 나이에 이런 실력이 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 임정민은 자신이 왜 하현에게 도발을 했는지 조금 후회가 되었다. 보아하니 방금 자신이 잘못 본 것 같았다. 이 평
하현은 의아한 듯 임정민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집안일이었다. 임복원은 하현에게 앉으라고 한 뒤에야 웃으며 말했다. “형제를 뭐라고 불러야 좋을 지 모르겠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이요.”임복원은 직접 하현에게 차를 한 잔 주며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하 형제는 의술을 아나?”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몰라요.”“그럼 풍수나 관상을 볼 줄 알아?”“아니요.”“그럼 하 형제는 왜 내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말한 거야?”임복원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진작에 생사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그의 눈동자가 요동치고 있는 것은 여전히 감출 수가 없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사에는 익숙해질 수 있지만 자신의 생사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거 같아요.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최근 보름 동안 최소한 세차례의 암살 시도가 있었을 거예요. 이 세 차례의 암살 시도로 적어도 열 개의 상처가 생겼을 거고요. 당신은 의사를 초청해 상처를 치료했을 테고요.”임복원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사실, 그 의사들의 의술은 모두 훌륭했고 당신의 상처를 완벽히 치료했을 거예요. 하지만 여기 있는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지요?”하현은 임복원의 가슴을 가리켰다. “매일 낮 12시가 되면 이곳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매일 자정 12시가 되면 불에 굽는 거처럼 뜨거워져.”“얼음과 불의 이중고 속에서도 임 선생님이 일주일을 더 버틸 수 있었던 건 선생님의 능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사실 저는 기껏해야 사흘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임정민과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냉기가 돌았다. 하현의 말이 너무 맞는 말이었다. 맨 마지막의 이 얼음과 불에 대한 얘기만 빼면 다른 일들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만약 상대가 대하인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아마 지금쯤 임정민과
“임 선생님!?”몇몇 측근들은 이 모습을 보고 놀라 숨을 헐떡이며 순식간에 그를 둘러쌌다. 임정민도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개 자식, 너 건방지게 구네!”하현이 소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복원을 날려 버릴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이렇게 행동하다니 정말 생사를 모르는 것이다!“그만! 그만해!”“함부로 굴지 마!”이때 임복원은 발버둥을 치며 일어나 임정민과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 형제에게 무례하게 굴지 마!”임정민과 사람들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임 선생님, 이 놈이 선생님을 때렸잖아요……”“때려서 뭐? 하 형제가 이렇게 한 건 나를 구하려고 그런 거야!”임복원도 처음에 하현이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화가 났지만 조금 완화가 된 후 그는 자신이 높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 임정민과 사람들은 임복원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땅 위의 피 덩어리가 검은색일 뿐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악취가 났다는 것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것은 하현이 방금 발로 차서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도 할 수 있다니!?임정민과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현은 앞으로 나가더니 탁자 위에서 아무 성냥 한 상자를 꺼내 불을 붙인 후 그 검은 핏덩이 속으로 던져 넣었다. 불이 떨어지자 잠시 후 검은 핏줄기 속에서 엄지 손가락만한 흰 종이 인형이 불쑥 튀어나왔고 이때 몸부림을 치더니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재가 되자 그 검은 핏덩이는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악취가 사라졌다. 이 장면을 본 임복원은 안색이 변했고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섬나라 음양술입니다.” “당신이 도대체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누군가 당신을 암살하려던 중 이 종이 인형을 당신 가슴의 상처에 박아 두었습니다.”“그리고 난 후 섬나라 음양사가 매일 자정과 정오에
임복원은 조심스럽게 번호를 받고 임정민을 부르며 말했다. “하 형제님, 대구에서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필요하면 정민이에게 시키세요.”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우리 임씨 집안은 아직 체면이 서니 일을 잘 처리 할 수 있을 겁니다.”임복원도 하현 같은 인물이 대구에 온 이상 틀림없이 크고 귀찮은 일들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현은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는 이때 태도를 확정했다. 무슨 일이 발생하든 반드시 하현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바로 하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어쨌든 하현 같은 높은 사람은 임복원이 중시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임정민은 비록 성격이 차갑고 교활하고 제멋대로이긴 했지만 그녀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방금 일부터 시작해서 임복원의 태도를 봐도 하현은 꼭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임정민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하 선생님, 방금 제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제가 눈이 멀었어요!”“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제게 분부만 해주세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별말씀을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임정민의 명함을 받았다. 어쨌든 이 임씨 집안의 부녀는 경력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았다. 하현은 무슨 능력이나 무슨 인맥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때로 많은 친구들이 많은 길들을 열어주었다. 어쨌든 대구에서는 그의 신분을 마음대로 폭로할 수 없었다. 하현이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 것을 보고 임복원은 웃으며 누군가에게 상자 하나를 가지고 오라고 하더니 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밖에 나가면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요.”“이건 저희가 이번에 구한 약재들인데 하수오라고 합니다. 원래 이걸로 건강 문제를 해결할 할 수 있는 지 시험해 보려고 했는데 지금 쓸모가 없어졌으니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하 형제님이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작은 성의인 셈입니다.”
임정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섬나라에서 왔다면……”임복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섬나라에서 온 게 확실하다면 세 번은 도와주고 신세를 갚은 뒤 죽여.”임정민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임복원은 임정민의 표정을 보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왜? 그 놈이 마음에 들어? 무슨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지?”“제 생각에도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다만 우리 임씨 집안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고 또 저는 1인자라 그래서 여러 가지로 항상 조심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우리가 정말 그를 오해했던 것이 만에 하나라도 들키게 되면 그때 가서 선물을 두둑하게 챙겨주면 하 형제도 이해해 줄 거예요.” 임정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임복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참, 또 다른 일이 있어. 전에 나를 암살하려고 했던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반드시 밝혀내야 해.”“이것 말고도 나는 연경에 다녀와야 해.”“최근에 내가 죽을 줄 알고 많은 사람들이 내 자리를 노리고 있었을 텐데 지금 내가 살아있으니 이 사람들이 어떤 표정일지 보고 싶네.”……임씨 부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한 하현은 벌써 기차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떠난 후 임씨 부녀의 대화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은 우연하게 등장했고 게다가 임복원의 상처와 문제점을 끄집어내 쉽게 해결해주었다. 이 모든 것은 아무리 봐도 우연이었다. 임복원이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의 신분에 반드시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하현도 상관 없었다. 임복원은 딱 봐도 거물이었고 자신의 신분을 바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에게 손을 댄 사람은 거의 섬나라 사람들이니 자
이 생각에 미치자 주군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차 문을 열며 제멋대로 말했다. “물건은 차 트렁크에 놔. 더러워지지 않게 조심하고.”“그리고 뒷자리에 타. 타고 난 다음에는 차 더러워지지 않게 신발 벗어서 네 가슴에 품고 있어!”“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너희들 같은 촌놈들이야. 아무 일 거리도 없는데 주 회장님한테 와서 빌붙으려고 하다니. 내가 말하는 데 나는 너희한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퍽!”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주군을 발로 걷어차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주군은 버럭 화를 냈다. “이 자식아, 너 죽을래!”“퍽!”하현은 손등으로 주군의 얼굴을 후려 갈겼다. 그는 뺨을 맞자 몸이 날아갔고 얼굴에는 손바닥 도장이 생겼다. 주군은 얼굴을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는 하현이 자기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와 같은 사람은 항상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다. 그는 지금 하현의 냉담한 표정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하 형님이시죠?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뺨을 한 대 맞고 그는 이전의 기고만장했던 태도가 없어졌다. 하현은 뒷좌석에 앉았고 이때 안색이 좋지 않은 주군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와 같이 사람을 깔보는 하찮은 인물에겐 윽박지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정말 인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는 길에 하현은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여전히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그는 슬기에게 자신이 이미 대구에 도착했음을 알렸고 24시간 안에 그녀에게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자신이 직접 심가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현은 먼저 슬기를 밖으로 끌어 내려고 했다. 그래야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차창 밖의 대구는 교통체증이 심했다. 대하의 경제 중심지이자 세계 최대 금융 대도시 중 하나인 대구는 곳곳에 고층 빌딩이 즐비했고 화려했다. 얼마나 많은 대형 다국적 기업의 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