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심씨 집안의 직계가 아직 아무 일도 없는 것은 그 우두머리가 다음 달 보름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야!”“왜냐하면……그 날은 20년 전 그 킬러들이 쳐들어온 날이기 때문이야!”“그녀는 그날 우리 심씨 집안을 생지옥으로 만들 거야!”“우리는 시간이 얼마 없어!”“심씨 집안도 시간이 많지 않고!”“그러니까, 하씨, 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너는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를 해칠 수도 있어.”그 해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우두머리의 이름은 구신애였다.당시 그녀는 그 킬러 조직에서 가장 강한 킬러였다. 지금 20년 동안 칩거생활을 했기에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 얼마나 많은 후수를 준비해 두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킬러들에게 돈과 에너지, 권력, 빽과 인맥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만큼 심씨 집안은 자존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슬기 엄마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면 어찌이런 대 가문 사람들이 자신의 딸을 마음대로 볼모로 삼게 했겠는가?게다가 슬기 엄마가 바보도 아니고, 하현도 방씨 집안의 속셈을 다 알아 챘는데 그녀라고 몰랐겠는가? 다만 때로는 독약을 마셔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다. 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슬기 엄마가 자신과 슬기에게 완전히 독하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자신도 어찌할 방법이 없어 구신애에게 대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오늘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손을 대라고 하면 그만 이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하현은 천천히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어제 말씀 드린 일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슬기를 데려가지 못하게 할 겁니다.”말을 마치고 하현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슬기 엄마
하현이 웃었다. “아주머니, 만약에 10위 안에 든 킬러에게 연락했다고 해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럼 이 일은 내가 해결 할 수 있어요.”“왜냐면 킬러 랭킹 3위 안에 드는 킬러들이 다 나한테 신세를 졌거든요.”“내가 마음대로 부르기만 하면 돼요.”하현은 함부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유라시아 전장에서 강대국들이 거액을 들여 킬러 랭킹 10위 안에든 킬러에게 손을 내밀어 하현을 해결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킬러들은 거의 절반이 죽었고 그 중 몇 명은 여러 이유들로 결국 하현에게 굴복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하현은 거의 이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면 그 중 한 두 사람은 불러 올 수 있었다. “네가?”슬기 엄마는 이 말을 듣고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돈이 좀 있다는 건 인정해. 능력이 좀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하지만 나는 네가 한 말은 믿지 못하겠어.”“킬러 랭킹 10위 안에 드는 존재를 불러 오기는커녕 그들 이름이나 대봐. 그럼 내가 네 앞에 무릎을 꿇겠다!”“하현, 이런 일은 허풍을 떤다고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너 이 지경이 됐는데도 계속 고집부릴 거야?”하현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이때 침묵하고 있는 학범을 쳐다보며 말했다. “학범, 아주머니는 킬러 10위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잖아.”“하지만 너는 알고 있겠지?”하현의 질문을 듣고 학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네. 압니다.”“좋아, 그럼 쉽겠네.”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구신애는 킬러 랭킹 18위야. 높다고 말한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낮다고 말한다고 해서 낮아지는 것도 아니야. 20년동안 칩거하고 나서 지금 실력이 킬러 10위 안에 들 수 있을 거 같아?”학범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현이 이런 세상 비밀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학범도 숨길 마음이 없어
스마트 밸리로 돌아왔을 때 은아는 이미 일찍 잠이 들어 있었다. 하현은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혼자 서재로 와서 오래된 핸드폰을 꺼냈다. 중얼거리다 잠시 후에야 하현은 전화 한 통을 걸었다. “나야.”전화 맞은 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한참 뒤에야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님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지켜야 될 사람이 한 사람 있어.”하현이 말했다. “저는 경호원이 아니라 킬러입니다.”맞은 편 목소리에서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다시 말하면 한 사람 곁을 따라다니다가 그녀를 죽이려고 접근하는 모든 킬러들을 죽이는 거야.” 맞은 편에서 오랜 침묵이 흘렀고 한참 뒤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 장소, 대가.”“시간과 장소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나를 도와 이 일을 완전히 끝낸 뒤에는 더 이상 나에게 신세지지 않게 되는 거야.”“좋습니다!”상대방은 무덤덤하게 입을 연 뒤 전화를 끊었다. 하현은 잠시 침묵한 후 컴퓨터를 켜고 슬기의 자료와 상황, 그리고 심씨 가문이 마주한 상황을 메일로 보냈다. 킬러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수법은 킬러이다. 남시현이 손을 댔으니 내일부터 슬기 엄마는 안전할 것이다. 다음 날 오후 하현은 천일그룹의 일을 처리한 후 슬기 엄마가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W호텔에 도착했다. 오늘 슬기 엄마는 평상복 차림으로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이전보다 조금 덜 공격적이었고 조금 더 여성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의 도도한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일은 이미 해결했어요.”하현은 소파에 기대었고 평온한 말투였다. “지금부터 킬러 랭킹 3위 남시현이 당신의 안전을 책임질 겁니다.”“다음달 보름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내가 대구로 가서 구신애를 상대할 거예요.”하현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내가 손을 쓸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요. 남시현이 구신애를 다음 달 보름까지 살려두지 않을 거니까요.”“킬러 랭킹 3위 남시현에게 나를 지키라고 했다고
온 장내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다음 순간 슬기 엄마는 고함을 질렀다. “이 개 자식! 너 날 해치려는 거야!?”학범과 사람들은 하나같이 허둥지둥 주인을 구하러 달려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하현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슬기 엄마가 죽으면 그들은 하현을 총으로 쏴 죽이려고 했다. 그래야 임무를 마치고 보고를 할 수 있었다. “윽……”슬기 엄마는 이때 온몸이 떨렸고 창백한 얼굴이 갑자기 검게 변하며 온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는데 분명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나서지 않으면 네가 보호하는 사람은 죽을지도 몰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다음 순간 룸 한 구석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종업원이 불쑥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고 몸매도 평범해서 군중들 속에서 기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하지만 이때 그녀는 재빨리 슬기 엄마에게 달려들어 손을 뻗어 목구멍을 두 번 두드린 후 파란색 알약을 꺼내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슬기 엄마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잠시 후 검은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시커먼 얼굴빛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종업원은 차갑게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학범과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들은 원래 슬기 엄마가 확실히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누군가가 나타나 직접 해독을 도와주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언제 왔는지, 언제 이 룸에 나타났는지, 학범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람이 킬러였다면, 게다가 자신과 사람들을 상대했다면……이 생각에 미치자 학범의 솜씨로도 온몸에 송골송골 땀이 났다. 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 광경을 지켜보며 뒷짐을 지고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후 슬기 엄마는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왔고 평온을 되찾았지만 눈동자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하현, 너 날 죽이려고 했지?”슬기 엄마는 노호했다. “아주머니, 지금
하현은 평온한 기색으로 슬기 엄마를 쳐다보며 간곡하게 말했다. “죽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고,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어요?”“그래서 전에 아줌마가 이렇게 두려워했어도 제가 뭐라고 하지 않은 거예요.”“하지만 이제 지옥 문을 한 번 통과했고, 또 보호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아주머니도 방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으시겠죠?”“심지어 저는 방씨 집안에서 남시현보다 더 강한 킬러를 데리고 오지 못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이 비장의 카드가 있으면 아주머니는 돌아가신 후에도 심씨 집안에서 하늘을 날 수 있으실 걸요?”“위기는 기회가 될 때도 많아요. 맞죠?”슬기 엄마와 학범은 동시에 눈에 살짝 경련이 일었다. 그들은 하현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하현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을 겪은 후 하현은 또 경호하는 킬러를 가지게 되었고 슬기 엄마는 벌써 구신애에 대한 이전 두려움이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위기는 상석에 오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슬기 엄마는 다소 하현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자, 이렇게 말을 했으니 다음달 15일에 심씨 집안이 이미 문제를 해결했든 아니든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하현은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하현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학범은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지금 아가씨를 데리고 가야 하는 건가요?”“데리고 가서 뭐해!?”“여기 놔두고 내 사위와 친분을 쌓도록 해야지!”“설은아를 걷어 차버려야지!”“이런 사위는 나는 누구한테도 줄 수 없어!”슬기 엄마는 결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강남 설씨 집안이 이제 막 장만한 별장 안에서 설씨 어르신은 자신이 아끼는 철 왕좌를 어루만지며 흐뭇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철 왕좌를 떠난 지 이미 몇 달이 지났고, 이제 겨우 이 자리에
뱀 할멈은 정용이 설씨 어르신 곁을 보호하라고 보낸 사람이다. 실력이 막강한 고수이다. 이 사람은 설씨 어르신의 저력이다. 이때 두 손에 검은 뱀을 쥔 노파가 나오자 그녀는 한 줄기 사악한 미소를 드러내며 뒤로 물러났다. 이 모습을 보고 이제 실력이 꽤 막강해진 설지연 조차 머리가 쭈뼛쭈뼛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 뱀 할멈은 너무 무서웠다. 실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뱀을 다루는 수법도 사람들을 매우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스마트 밸리. 떠난 지 여러 날이 지난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이 함께 찾아왔다. 거기다 술과 반찬까지 챙겨와 은아에게 하현을 빨리 불러오라고 했다. 부모님의 모습을 본 설은아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하현을 불러왔다. 설유아도 불려왔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한데 모이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하현을 보자 설유아는 한 가지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형부, 우리 학교 선배 한 명이 졸업 후에 감독이 됐는데 최근 우리 학교에서 신인 배우들을 뽑아 대구로 가서 촬영을 하려고 한대요.”“선배가 하는 말이 제가 마음에 드는 여자 캐릭터와 닮았다면서 저를 대구로 초대했어요.”“원래 안 가려고 했는데 대우가 좋아서 시험 삼아 한 번 가보려고요!” 식탁에서 설유아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일련의 일들을 겪은 후 그녀는 자신은 아직 어려 하현을 도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한 번 시험해 보려고 한 것이다. 이때 설유아는 진지하게 하현을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현은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희정은 이미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입을 열어도 형부, 입을 닫아도 형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너희 둘이 사이가 좋은 줄 알겠다!”설유아는 의아한 얼굴로 희정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오늘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현은 유아를 향해
“엄마, 결혼은 나랑 하현 두 사람의 일이야. 그만 좀 끼어들 수 없어?”은아는 자신의 엄마가 왜 이런 말을 하는 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창백한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끼어들지 말라고? 내가 끼어들지 않으면 이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될 지 몰라!”“대구 정가는 우리 설씨 집안의 종가야. 지금 세자가 너한테 이혼을 요구하면서 너를 대구로 보내 잘 나가게 해주려고 준비하고 있단 말이야. 이건 우리 설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준 거야!”“네가 이렇게 거듭 거절을 하면 이게 뭐가 되겠어?”“하현은 훌륭하고 지금 너한테 딱 맞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을 수도 있어.”“하지만 세자의 지위가 얼마나 오래갈 지는 아무도 몰라.”“전에 항성 4대 최고 가문이 손을 잡았잖아!”“다음 번엔 어떤 가문이 그를 죽일지 몰라!”“이런 남자를 따라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 지 누가 알겠어?”“가장 중요한 건 대구 정가가 이 놈 보다는 천 배 백 배는 낫다는 거야. 너는 반드시 세자가 준비한 대로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진정한 명문 가문으로 시집을 가야 해!”“그렇게만 하면 우리는 출세할 수 있어!”희정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가식적인 가면을 벗고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씨 집안과 최씨 집안의 몰락과 함께 희정은 오랫동안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희정은 다시 일어섰다! 재석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건 하현과 은아 두 사람의 일이야. 좀 좋게 말하면 안돼?”“입 다물어!”희정은 ‘퍽’하고 재석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이런 일을 좋게 말하라고? 어르신 쪽에서 이미 마감 기한을 주셨어. 이 일로 은아의 제호그룹은 곧 망할 거라고!”“이런 상황에서 좋게 말할 시간이 어디있어!?”“오늘은 어떻게든 하현이 이혼에 동의하도록 해야 해!”하현의 안색이 좀 안 좋아졌다. 요 며칠 동안 천일그룹과 슬기에게 마음을 쏟느라 집에 이렇게 많은 일이 생겼을 줄은 몰랐다.
“퍽!”바로 이때 스마트 밸리 대문이 발로 걷어 차이며 열렸다. 희정은 이 모습을 본 순간 벌떡 일어나 노호하며 말했다. “누가 감히 우리 집 대문을 발로 차!?”“이게 나 희정의 자산인 거 몰라?”재석도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 대문이 열리면서 대여섯 명의 사람이 문 쪽에 나타났고, 선두에 선 뱀 할멈의 목에는 검은 구렁이가 휘감겨 있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거만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뱀 할멈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분명 검은 구렁이가 무서웠던 것이다. 대문을 걷어 찬 사람이 설씨 어르신이 총애하는 사람인 것을 보고 날뛰던 희정의 얼굴은 순간 기쁨이 넘치는 얼굴로 변했다. 이때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뱀 할머니, 오셨군요. 어서 앉으세요!”“오늘 아침 집에서 왜 까치가 우나 했어요!”“참으로 영광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재석을 쏘아보며 말했다. “여보, 빨리 가서 뱀 할머니께 좋은 용정차 한 찬 대접해드려!”“내 귀한 손님을 홀대하다니 뭐하는 거야? 빨리 일어서!”재석은 안색이 변했지만 결국 차를 끓일 수밖에 없었다. 은아는 안색이 좀 안 좋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유독 하현만 담담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고 천천히 국물을 마셨다. 뱀 할멈은 사람들을 데리고 거실로 들어갔다. 웅장한 거실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차는 필요 없어.”“나는 오늘 분부할 일이 있어서 왔어.”재석은 차를 대접하다 얼어붙은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뱀 할머니, 오늘 밤 분부하실 게 뭔지 모르겠네요?”희정도 소리를 내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무슨 새롭게 지시하신 것이 있나요? 안심 하세요. 저희가 반드시 명쾌하게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희정은 여전히 자신의 임무를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뱀 할멈은 기세로 전장을 제압하며 이때 차갑게 말했다. “설씨 어르신이 말했어. 약속한 시간이 되면 이혼 합의서를 낼 거라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