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 엄마는 눈꺼풀이 펄쩍 뛰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일부러 하현의 존재를 무시하고 바로 슬기를 데리고 가서 어지럽게 뒤섞인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처리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하현이라는 놈이 튀어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천일그룹의 회장으로 강남 하 세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슬기 엄마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우스갯소리였다. 강남과 같은 오랑캐 땅을 어찌 대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대구 여섯 세자야 말로 진정한 세자이다. 강남 하 세자가 뭔데?그런데 이 폐물 세자가 감히 튀어 나와서 날카롭게 맞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슬기 엄마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느껴졌다. 이때 슬기 엄마는 수표 한 장을 꺼내 그 위에 쓱쓱 숫자를 적더니 하현 앞에 수표를 내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나는 네가 슬기의 회장이든, 동료든, 아니면 슬기의 남자든 상관 없어.”“한 마디로 말해 너는 슬기와 사귈 자격도 없고, 평범한 친구로 지낼 자격도 없어!”“여기 2백억이야. 이거 가지고 당장 꺼져. 앞으로 슬기 앞에 나타나지 마!”이 말을 할 때 슬기 엄마는 대단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돈으로 사람을 치는 것은 심씨 집안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슬기 엄마의 비꼬는 시선에 하현은 쭈그리고 앉아 그 수표를 주워 들고 매우 진지하게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슬기 엄마의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더해졌다. 상장 그룹 회장이면 또 뭐가 어떤가? 심씨 집안은 몇 분만에 돈으로 사람을 때려 죽일 수도 있는데?수표에 적힌 숫자를 보며 하현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주머니, 이걸로 제가 슬기씨를 떠나길 바라시는 거예요? 충분하지가 않은데요?”“충분하지가 않다고!?”슬기 엄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더욱 비아냥거렸다. “네가 뭔데? 감히 나랑 흥정을 해?”“내 딸의 체면을 봐서 2백억을 준 거야!”“이해했으면 지금 당장 돈 가지고 썩 꺼져!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
“너!” 슬기 엄마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하현이 이렇게 그녀를 모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녀석이 그녀를 바보로 만들다니?2조 원이라고?“불구로 만들어 버려!”이 순간 슬기 엄마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했다. “이 놈아, 부인께서 좋은 말로 말씀해 주시는데 아직까지 시비를 가릴 줄 몰라? 그럼 나를 탓하지 마라!”이때 슬기 엄마 뒤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있던 노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내가 너를 보내 줄 테니 다시는 함부로 건들지 마!”말이 떨어지자 화려한 복장의 노인은 손바닥으로 하현의 얼굴을 향해 압력을 가하려고 했다. “쾅______”손뼉을 치니 폭풍우 소리가 들렸다. 슬기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학범, 그만해!”슬기 엄마는 재빨리 딸을 끌어당기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하현이 가로막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윙!”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빠르고 맹렬했다. 후발주자가 먼저 도착했다. “퍽!”손을 댄 학범의 얼굴이 변했다. 미처 방법을 바꿀 겨를이 없었다. 다음 순간 하현의 손바닥은 이미 그의 얼굴에 박혀 있었다. “퍽!”큰 소리와 함께 학범은 날아갔고 복도 벽에 부딪혀 벽면에 거미줄을 쳤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하나 더 생겼다. 오른쪽 뺨이 벌겋게 부어 오르자 학범의 가슴은 섬뜩하기만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비록 방금 손을 썼을 때 그는 50% 정도의 힘만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의 속도와 힘은 결코 털이 자라지 않은 젊은이가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처럼 어이가 없었다. 상대방은 뺨 한대를 맞고 날아갔다! 이 자식은 강적이라고 밖에는 말 할 수 없었다!이 순간 하현을 쳐다보는 학범의 눈빛은 더 이상 무시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다소 무거웠다. 그 화
학범은 이 말을 듣고 머리를 흔들며 자신이 방금 확실히 방심했다고 생각했다. 아랫사람인줄 알고 실력의 50%만 썼다. 기왕 지금 슬기 엄마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그는 분명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때 학범은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은 그런대로 잘 생긴 편이라 이따가는 아마 시체도 다 없어질 것 같았다! 학범은 탄식하며 말했다.“임마, 너 어르신을 화나게 했어. 아가씨의 체면을 봐서 내가 최대한 네 시신은 남겨줄게……”말을 하는 동안 온몸에서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뼈에서는 콩 볶는 소리가 났다. “퍽______”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손등으로 뺨을 한대 내리쳤다. 학범은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고 안색이 굳어지며 하현의 일격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하현의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무술의 세계에서 적을 없앨 수는 있어도 속도는 깰 수가 없다. 하현의 뺨치기는 절정에 다다랐다!“퍽!”학범은 허공을 몇 바퀴 돌다가 다시 복도 벽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왼쪽 얼굴에도 손바닥 자국이 새겨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자기는 고수인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일격을 막지 못하는 거지?슬기 엄마는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학범아, 슬기 체면 세워주지 말고 온 힘을 쏟아!”“제대로 해. 이 놈에게 한 수 가르쳐줘. 어떤 사람한테는 평생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는 걸 가르쳐 줘!”“어떤 무리는 그가 평생 접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려줘!”학범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진작에 제대로 힘을 주었다. 방금 최소 80%의 힘을 다 쏟았다!하현은 오히려 무덤덤한 표정으로 학범을 쳐다보며 말했다.“굴복하는 거야?”학범의 안색은 비할 데 없이 안 좋았다. 다음 순간 그는 몸을 움직이며 어둠 속에서부터 앞으로 두 손을 모았다. “선학수!”90%의 실력!“퍽!”하현은 다시 한번 뺨을 후려갈겼다. 학범의 몸이 다시 날아가 뒤쪽 벽에 부딪혔다.
두 사람의 싸우던 모습을 계속 지켜보던 슬기 엄마와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던 남녀 몇몇은 학범의 말을 듣고 눈가가 움찔 하더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패배를 인정한다고?굴복했다고?이 사람은 학범이다! 대구 심가의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헌신된 사람, 슬기 엄마의 보디가드다! 방금 설마 슬기의 체면을 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거 아니야?어떻게 갑자기 패배를 인정할 수가 있지?학범의 실력은 슬기 엄마와 사람들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씨 집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대구 전역에서도 그의 실력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하현에게 뺨 몇 대 얻어 맞고 얼굴이 돼지 머리처럼 부어 오르다니? 결국에는 비명을 지르며 용서를 빈다고?이 모든 것은 정말 터무니없고 믿기 힘들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만약 학범이 한 방만 먹었다면 방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다섯 번이나 공격을 받았다는 건 하현의 실력이 놀랍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었다. 이걸 깨닫자 슬기 엄마의 안색은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안 좋아졌다. 그녀는 학범을 차갑게 쳐다보며 원망하는 말투로 말했다. “폐물! 쓸모없는 놈!”학범의 안색은 더없이 안 좋아졌다.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 놓을 용기가 없었다. 그도 용서를 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용서를 빌지 않으면 정말 산채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하현이 손을 댈수록 힘이 더 세진다는 것을 학범은 속으로 알고 있었다. 몇 번 더 맞았다가는 자신이 죽지는 않아도 뇌성마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굴복했으면 됐어.”하현은 학범을 향해 미소를 지었고, 고개를 돌려 이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슬기 엄마를 쳐다보았다. 이때 하현은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기세가 바뀌어 이미 중생을 내려다 보는 듯한 상위자의 기세가 다소 많아졌다. “아주머니, 저는 이미 제 실력으로 슬기씨를 보호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그러니 슬기씨를 곤란하게 하지
하현의 말에 슬기 엄마는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 “젊은이, 재주가 좀 있다고 해서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아주머니가 한 가지 일러 주지. 사람은 하늘 높은 줄 알아야 해!”“네가 대구로 가보면, 연경을 가보면 그제서야 자기가 얼마나 우스운지를 알게 될 거야!”“남원 3분의 1의 땅은 물이 얕아. 하 세자라고 불린다고 너는 네가 정말 대단한 배경이 있다고 생각해? 권세가 있다고 생각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연경에서 대구에서 이런 배경들은 다 웃음거리야!”“너 같이 시건방진 성격에 우리 심씨 집안까지 건드렸으니 너는 앞으로 힘들어질 거야.”슬기 엄마는 착한 마음으로 한 마디 귀띔을 해주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가타부타 뭐라 말하지 않았다. “권세, 배경, 인맥, 능력, 이런 것들과 오늘 일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물론 만약 기어이 이런 것들과 겨루려고 하다면, 내 자신이 가장 큰 권세, 가장 대단한 배경, 가장 강한 인맥, 가장 광적인 능력이에요……” “아줌마가 믿든 말들 이건 사실이에요!”“나를 슬기씨 곁에서 떨어지게 하고 싶으면 슬기 말고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아무도 그럴 자격이 없고, 그럴 힘도 없어요.”“당신이 슬기의 어머니라고 해도, 무슨 연경 네 도련님이나 대구 여섯 세자라고 해도……”“나는 슬기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하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태도였다. 슬기 엄마는 굳은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슬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슬기야, 너 정말 약속을 어길 거야?”“이 놈이 날 모욕하게 내버려 둘 거야?”슬기는 얼굴빛이 여러 번 바뀌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엄마, 내가 약속한 건 꼭 지킬 거예요!”“하지만 나는 그 사람과 선을 보겠다고 했을 뿐이지 여태껏 시집을 가겠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만약 이걸 요구하면 미안하지만 나는 할 수 없어요!”“그 동안 심씨 가문은 위기 속에서도 10대 최고
아파트 안. 하현은 사직서를 꺼내 슬기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 사직서는 받지 않겠어. 너는 여전히 천일그룹 회장 비서야.”“그리고 오늘부터 나는 변백범에게 사람을 보내서 24시간 너를 지키라고 할 거야.”“필요하면 나는 당도대 쪽에서 사람을 보낼 거야.”“어쨌든 너의 안전은 내가 책임질 거야. 아무도 너에게 강요할 수 없어!”슬기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 그녀는 다시금 하현의 강한 면을 보게 되었다. 강했을 뿐 아니라 슬기 엄마를 화나게 했고 오만 방자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가려면 얼마나 골치가 아플지 모르겠다. 하지만 슬기도 하현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이때 그녀는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입구를 막아서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갑자기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어요.”“무슨 방법?”하현은 눈앞이 밝아졌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할게.”“반드시 하실 수 있어요.”슬기는 신비롭게 웃으며 하현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저를 가지세요!”“퍽퍽퍽______”잠시 후 방안에서 일련의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화장실 창문이 열렸고, 하현은 창문으로 바로 뛰어 나갔다. 어렴풋이 슬기의 한숨짓는 소리가 들렸다. 하현은 땅에 떨어졌고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문질렀다. 어떤 때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집에 한 명이 더 있었다. 그것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내가 감히 밖에서 그랬다가는 그녀는 분명 나에게 꽃이 왜 이렇게 붉은 지 확실하게 알려줄 것이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현은 전화를 걸었고 심씨 집안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집집마다 어려운 일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구 심가, 이남 갑부. 이런 가문은 매우 강하다. 하지만 20년 전 심가성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그 경쟁자는 비즈니스적으로 심씨 집안을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심씨 집안을 암살하기 위해 오래된 킬러 조직을 동원했다.
스마트 밸리. 예전부터 이곳에서 지내던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다 이사를 갔다. 설유아도 학교로 돌아갔다. 이렇게 큰 집에 설은아만 혼자 남아 있으니 좀 허전해 보였다. 티 테이블 위에는 서류뭉치가 쌓여 있었고 설은아는 이 문서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자세히 보면 그 문서들은 다 반송된 계약서였고, 그 외에 지분 양도 합의서가 몇 개 있었다. 이것은 오늘 갑자기 발생한 일이다. 제호그룹이 막 시중에 유통한 주식 전부가 강남 설씨 집안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다. 얼마 전에 합의한 협력업체가 제호그룹과 합작하기로 한 것을 1시간만에 취소했다. 다들 제호그룹 배후에 천일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계약을 취소한 것은 이미 상대방의 기세가 등등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다. “강남 설가……”은아의 눈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일찍이 이미 힘을 잃은 설씨 어르신이 대구 정가의 지지를 받아 다시 부상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 외에도 대구에서 돌아온 설지연도 강세가 대단했다. 설씨 어르신은 보좌하는 사람이 있어 하루도 안 돼 많은 일들을 빠르게 해결했다. 그리고 지금 설은아에게 칼을 갈고 있는 것이다. 설씨 어르신의 요구는 한 가지였다. 설은아가 하현과 이혼하고 대구로 가서 대구 정가가 혼사를 주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현이 하 세자라고 이미 신분이 밝혀지긴 했지만, 설씨 어르신은 대구 정가를 빽으로 두고 있으니 어떻게 하현을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는가? 보잘것없는 천일그룹일 뿐인데? 설씨 어르신이 보기에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가와는 비교도 안되었다. 그리고 원칙이 없는 희정은 지금 이미 설씨 어르신의 수하에 완전히 들어왔다. 설재석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퍽______”바로 이때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발로 걷어찼다. 노크도 없이 거실로 들어가 설은아 앞에 서류 한 장을 내던졌다. 몇 달 전만 해도 비할 데 없이 처참했던
이 말을 듣고 설은아는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가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 “곽영민과 하민석, 이대성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지?”설지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설은아, 너 정말 네 그 싸구려 남편이 그렇게 인내심이 많고 능력이 많다고 생각해?”“정 세자가 벌써 다 알아냈어!”“이준태와 양정국이 그에게 플랫폼을 제공한 건 슬기와의 관계 때문이야!”“장북산이 나서서 그에게 플랫폼을 제공한 건 지난 번 신세를 졌기 때문이고!”“용문주가 나와서 그에게 플랫폼을 제공한 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고!”“실력으로 따지면 그는 일찍이 항성 4대 가문과 상성재벌한테 발목 잡힌 지 오래야!”“그가 확실히 잘 싸우긴 하지만 문제는 잘 싸워 봤자 무슨 소용이야?”“배경, 인맥, 능력, 돈, 권세야 말로 세상이 돌아가는 근본이지. 잘 싸워봐야 기껏해야 싸움꾼일 뿐이잖아. 내 말 맞지?”“더구나 대구 정가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데 대구 정가와 사이가 틀어지면 무슨 이득이 있겠어?”“그러니까 설은아, 너 순진하게 굴지 말고 빨리 서명해!”“서명 하고 나랑 같이 대구로 가서 부귀영화를 누려보자!”설은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설지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싫다고?”설지연은 오른손으로 설은아의 턱을 치켜 세우며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싫다고 할 수도 있지. 근데 싫다고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만약 네 얼굴이 값어치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뺨을 쳐서 네 얼굴을 못쓰게 만들어 놨을 거야!”“내가 마지막으로 시간을 줄게. 내일 아침 10시 전까지 이혼 합의서에 서명해. 잊지 마.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지금 우리 쪽에 있어.”“만에 하나라도 그들이 뭔가 잘못 먹고 죽는다면 누구의 책임인지 알 수 없을 거야!”설지연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 염치도 없구나!”설은아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설지연, 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넌 전에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