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 대구 지회장 조중천!?그가 백진수의 양아버지라고?아니, 아니, 아니, 그가 지금 남원에 나타날 거라고 말한 거야?게다가 특별히 백진수를 밀어주려고!?지금 이 순간 하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백진수를 쳐다보았다! 정말 대단하다!백진수는 소항 백가 둘째 도련님답다. 그의 인맥은 그야말로 무적이다! 만약 용문의 지회장이 나타난다면 하현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계급의 인물은 관청과 길바닥의 절대 권력의 상징하기 때문이다!관청이라든가 길바닥, 상업계에서 누가 용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는가?변백범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비록 강남 길바닥의 왕이었지만 그도 강남은 역사적인 이유로 용문이 이곳에 지회를 두지 못한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변백범이 길바닥의 왕이라 불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길바닥에서 가장 강한 건 단연 용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용문 지회장이 어떤 자리인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일이 좀 커질 것 같다. 물론 변백범이 보기엔 일이 조금 커질 뿐이었다. 이때 그는 사람을 부르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었다. 백진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고 이런 반응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참, 우리 양아버지가 강남에 일하러 오셨는데 방금 전화가 왔어. 바로 오실 거래!”현장은 순간 모두 놀라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네 양아버지가 그렇게 대단해?”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백진수 앞으로 왔다. “네가 믿든 말든 네가 나를 건드렸으니 네 양아버지도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거야.”“하하하하, 아버지도 너한테 무릎을 꿇게 할 거라고!?”백진수는 미친 듯이 웃으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씨, 너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왕?”“우리 아버지한테 무릎을 꿇게 할거라니? 너 너무 오래 살았구나!”“너 같은 사람은 아버지한테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자료를 찾으며 조충천의 신분을 확인했다. 그리고 난 후 모두들 숨을 헐떡거렸다. 백진수 너무 대단한데?용문 지회장까지 부르다니, 보아하니 정말 부자지간의 정이 깊은가 보다!공지명은 얼굴빛이 약간 변했고, 조금 후회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오늘 밤 너무 빨리 줄을 서서 어쩌면 재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백진수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쳐다볼 때 간절히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눈빛이었다. 백 도련님은 정말 너무 멋지다! 조중천이 오면 어떤 사람이라도 옆에 서야 한다! 강남 전체에서 이준태와 병부 1인자 원경천이라도 조중천 앞에서는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강남 1인자라 불리는 하 세자라고 하더라도 조충천 앞에서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것이다. 어쨌든 조충천은 용문 대구 지회의 지회장이다. 방금 날뛰던 하현은 오늘 밤 죽지는 않더라도 가죽은 벗겨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흥분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하씨 이놈아, 내가 좀 잘못 본 거는 인정할게!”“공지명을 무릎 꿇게 하다니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러면 또 뭐 어때서?”“설마 그가 조 회장님의 상대가 되겠어!?”“결국 위신이 서지 않는 사람일 뿐이야!”“그는 곧 자신과 조 회장님 같은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알게 될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측은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강자가 약자를 동정하고, 지혜로운 자가 바보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얼마나 당연한 일인가!이런 재수없는 사람이 판을 뒤집어 역전을 하려고 하다니? 무슨 소리야? 진정한 권세 앞에서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버지!”“조 선생님!”“조 회장님!”이때 백진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맞으러 나갔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굽실거리기 시작했다. “이 놈아, 무슨 일이야?”“여기까지 부르다니?”조중천은 지금 뒷짐을 지고 걸어 나왔다. 그는 마침 일이 있
1분이 지나자 조중천은 그제서야 손을 흔들며 부하들을 멈추게 한 뒤 냉담한 시선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우리 집 진수를 건드렸어?”“응!”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 아주 좋아. 너 정말 멋지다!”하현이 이렇게 날뛰는 것을 보고 조중천은 냉소했다. “너 내 아들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내가 왜 그를 건드렸는지 궁금하지 않아?”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이럴 때 도리를 따지고 법을 따지겠다고?머리에 물이 찼구나! “물어볼 필요도 없고, 물어보고 싶지도 않아!”조중천은 뒷짐을 진 채 음산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나는 네가 내 아들을 건드렸다는 것만 알면 됐어!”백진수는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아버지, 방금 이 녀석이 아버지가 그를 만나더라도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건방지게 말했어요!” 주정과 사람들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렇게 말했어요!”“나보고 무릎을 꿇으라고!?”“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구나!”조중천은 노발대발하며 웃었다. “이 녀석아, 네가 용문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를 알아?”“용문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아냐고?”“오늘 어르신이 너를 손봐주지 않으면 너는 자기가 어떤 놈인지 모를 거 같네!”하현은 반문했다. “그럼 조 회장은 법를 따질 준비가 안 된 거야?”“법?”조중천은 냉소를 연발했다. “여기서는 주먹이 법이야! 강자가 법이라고!”“용문 두 글자는 절대적인 진리야!”“내가 배신자의 손발을 부러뜨렸어. 너한테 한 번 물어 보자. 치루 공씨 집안이 감히 나한테 와서 법을 따지겠어?”말을 하는 동안 조충천은 공지명을 가리켰다. 거만하고 무서운 기세였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너 정말 나를 건드릴 작정이구나. 법을 따지지 않는 구나!”“법을 따져야지!”“무릎 꿇고 머리 숙여 잘못을 인정해. 스스로 사
온 장내가 경악을 했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지켜보는 가운데 두피가 쭈뼛쭈뼛 섰다. 도저히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조중천이 그 자리에 있고 그렇게 많은 경호원들이 있는데 하현이 감히 백진수를 건드리다니?그는 자신이 죽지 못할 까봐 무서운가?조중천은 더욱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가 보기에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순간 굴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 지위가 높고 권세가 대단했다. 게다가 실력도 강했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놈 하나 밟아 죽이는 것은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만큼 간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현이 그의 존재를 무시한 채 백진수의 뺨을 때리고 직접 밟을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은 조중천의 체면을 구긴 것뿐만이 아니라 용문의 체면을 구긴 것이다! “그를 죽여! 나를 때려 죽인 셈이야!”조중천은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36명의 경호원들이 좌우에서 포위공격을 했다. 하현이 백진수를 밟은 것이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하현을 죽이려고 했다. 바로 이때 하현은 차분하고 느긋하게 핸드폰을 꺼낸 후 전화를 걸었고 스피커 폰을 눌렀다. “뚜______늦은 밤, 텅 빈 주차장에서 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 “전화로 사람을 부르려고? 무서운 게 뭔지 알겠어?”조중천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 “네 뒤에 누가 있는 지 좀 보자! 한방에 해치워 버리겠어!”“여보세요? 누구세요!?”잠시 후 맞은편에서 늙었지만 위엄을 잃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조중천은 잠시 어리둥절해졌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목소리는 너무 익숙했다! 그가 어떻게 익숙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문제는 하현이 어떻게 이 번호로 전화를 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조중천이 충격을 받을 새도 없이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용 어르신, 저에요. 하현.”전화 맞은
하현은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용 어르신, 제가 어르신께 감히 무슨 지시를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처음 용문을 창립했을 때의 초심은 뭐였습니까?”맞은 편에서 용인서는 벌써 뭔가를 눈치를 채고 이때 웃으며 말했다. “천자를 위해 국문을 지키는 거였죠!”하현이 가볍게 웃었다. “수하에 있는 지회장이 제멋대로 날뛰고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그게 천자를 위해 국문을 지키는 겁니까?”“만약 이렇게 할 거면 나는 이 용문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용인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하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 늙은이에게 설명을 해주세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큰 일은 아니고 당신들 용문 대구 지회장 조중천이 나를 죽이려고 하네요.”“내가 직접 손을 쓸 생각이긴 한데 어르신도 그를 두둔하고 있는 건지 먼저 물어보려고요.”“만약에 그런 거라면 나는 연경에 가서 한 바탕 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겁니다!”용인서는 재빨리 말했다. “동생, 괜찮다면 조중천에게 전화기를 좀 전해주세요. 제가 반드시 해명을 하겠습니다.”“좋아요!”하현이 웃으며 조중천 앞에 핸드폰을 던졌다. “너희들 주인이 너보고 전화 받으래.”조중천은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받고 귓가에 갖다 댔다.잠시 후 맞은편에서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중천은 먼저 온몸을 떨다가 잠시 후 얼굴이 창백해졌고 결국 그가 전화를 끊었을 때 온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비록 용인서가 하현의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 마디를 남겼다. 하현에게 미움을 사고 그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조중천은 돌아와 장례를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이 순간 더없이 강한 조중천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잠시 후 수많은 사람들이 아연실색하는 가운데 하현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리고는 허리를 굽혔다. “하 도련님,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그곳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고 무서워했다!용문 대구 지회장은 한 소인 앞에 무릎을 꿇었고 양쪽 뺨을 얻어 맞았다. 이 일을 발설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현에게 무슨 배경이 있든, 그가 누구에게 전화를 했든 상관없다. 눈앞의 승부는 이미 명백해졌다. 조중천이 무릎을 꿇는 순간 그의 자존심과 오만한 태도는 이미 모두 사라져 버렸다. 거기다 그의 36명의 부하들은 이때 무릎을 꿇고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방금까지 그렇게 허풍을 떨더니 지금 얼마나 처참한 꼴이 되었는가?백진수를 응원하러 왔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놀라 하나같이 식은 땀을 흘리며 소리 없이 뒤로 물러났다. 다들 비록 떠날 엄두를 내진 못했지만 백진수하고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백진수와 주정 두 사람은 울화가 치밀었다. 지금 당장 달려들어 하현을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어떻게 데릴사위 같이 작은 사람 하나 밟아 죽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지?하지만 곧 그들의 눈동자엔 광기의 빛이 떠올랐다. 하현이 누구에게 전화를 했든 상관없다. 백진수는 자기 아버지의 스타일로 볼 때 오늘 일이 끝나면 반드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현, 죽기를 기다려라. 너만 죽을 뿐 아니라 너의 가족 전체가 죽게 될 것이다! “내가 용인서의 이름으로 너를 압박하는데도 굴복하지 않는 거야?”하현은 뺨을 때리며 이때 손가락을 닦으면서 냉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조중천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고 원망스러웠지만 이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굴복합니다!”청산은 변하지 않고 푸른 물은 계속 흐르니 청산이 남아 있는 한 나무를 재 놓지 않아도 된다. 그는 오늘 졌지만 청산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이럴 때는 찌질함을 인정해야 한다. 어차피 조중천은 진작에 체면이 구겨졌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근데 왜 나는 우리 조 회장이 굴복하지
스마트 밸리. 하현은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어가 씻으려고 욕실로 향하고 있었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거실이 순간 밝아졌다. 소파에서 설은아와 설유아 두 자매는 모두 잠옷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하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방금 용문 지회장을 불구로 만든 하 도련님은 지금 두피가 간간이 저릴 뿐이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은아야, 유아야, 너희들 아직 안 잤구나!?”“너 도대체 어디 가서 뭐 한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은아는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 하현이 말했다. “아무 것도 안 했어. 나는 백진수하고 그 아버지랑 따질 게 있어서 갔던 거야.” “그리고 나서는?”“그리고 나서 그 부자가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하면서 다시는 남원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갔지.” 하현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은아와 유아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하현은 보기에 멀쩡했기에 싸우러 간 것 같지는 않았다. 하현은 이어서 말했다. “참, 앞으로는 낯선 사람하고 식사하지 마. 그런 식사 자리가 있으면 나를 꼭 불러줘.”“그리고 요즘은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특히 너 자꾸 밖에 나가서 시비 걸지 말고!”하현은 설유아를 노려보았다. “내가 언제 그랬어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하현은 은아에게 유아를 수습하라는 손짓을 한 뒤 발길을 돌려 욕실로 향했다. 백진수와 조중천이 나타나자 하현은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 온 사방에 비 냄새를 풍기는 듯한 느낌을 감지했다. 이 일은 그렇게 쉽게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남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연경은 대하의 정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다. 대하에서 가장 강력하고 최정상급의 사람들만이 이 곳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연경의 오래된 사합원 안에 지금 흰 도포를 입고 구식 팔걸이 나무 의자에 한 사람이 기대어 있었
다음 날. 하현은 아침 일찍 조중천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위원용에게 전화를 건 후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조중천의 신분이 너무 특별해 장례식장에는 위원용 외에 양정국도 있었다.장례식 영안실에는 지금 창백한 시체가 누워있었다. 조중천의 미간에 붉은 점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 하현은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위원용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어젯밤 조중천은 주자창을 빠져나간 뒤 에드워드 병원에 가서 간단히 치료를 받고 차를 몰고 남원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공항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서 시내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 조중천이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총으로 한 방 맞았습니다.”“미간에 정확히 명중 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전장에서 지내온 오래된 병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이 일 이후 우리 경찰서 인근 아파트 건물에서 의문의 사격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현장의 정황을 살펴봤을 때 상대방은 기존 화기가 아닌 자체 조립식 화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의심되는 사람 있어?”“네. 여러 명이 있습니다.”위원용은 쓴웃음을 지었다. 조중천은 아무래도 거물이었다. 강남에는 용문 지회가 없었지만 사고가 난 순간 제일 먼저 다른 지역의 지회장들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남원은 물론 강남의 상류층에서도 조중천은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에게 전화가 걸려와 가능한 한 빨리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위원용은 비록 남원 경찰서 1인자였지만 이런 거물들 앞에서는 매우 수동적이었다. “이 중에서 누가 가장 혐의가 많아?” 하현은 이어서 말했다. 위원용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양정국이 말을 받아 말했다. “회장님이요!”“밖에서는 회장님의 정체를 모르지만 회장님은 주자창에 있었고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