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하현은 이여웅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저 싸늘하게 말했다.“꺼져!”“개자식!”이여웅은 책상을 세차게 쳤다.“권하는 술은 안 마시고 결국 벌주를 마시겠다?”“좋아. 나 이여웅의 심기를 건드리는 자의 최후가 어떤지 오늘 내가 똑똑히 알려주지.”말을 마치며 이여웅은 손짓을 하며 부하들에게 하현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이여웅. 고래 힘줄이라도 삶아 먹었어? 겁도 없이 감히 우리 하현한테 덤벼들다니!”바로 그때 입구에 정장을 입은 사내 수십 명이 나타났다.아까 부상을 입었던 엄도훈이 사람들을 이끌고 이곳에 온 것이다.그는 비록 다친 몸이었지만 얼굴만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하현은 엄도훈의 옆에 양복을 입고 있는 사내들이 무도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엄도훈이 위층으로 올라가서 할 일을 모두 다 끝내고 든든한 지원군들까지 데리고 온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내가 형님으로 모시는 분인데 누가 감히 함부로 건드리려는 거야? 내 손에 죽고 싶어?”엄도훈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사람이 하현이라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밝혔다.진홍헌은 살짝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엄도훈이 하현과 함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허허,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 엄도훈이군!”엄도훈이 나타난 것을 보고도 이여웅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근본 없는 녀석이 어떻게 내 앞에서 당당하게 소리치나 했더니 이제 보니 엄도훈 당신이 이놈을 떠받치고 있었군.”“그런데 말이야. 당신이 모시고 있다는 이놈은 나 이여웅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데릴사위를 위해 나 이여웅의 미움을 사겠다는 거야? 이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당신 생각해 봤어?”“내 아버지는 두 씨 집안과 아주 막역한 사이야.”진화개발은 큰 기업이었다.게다가 이여웅의 아버지는 금정에서 인맥이 아주 두터웠기 때문에 이여웅은 엄도훈을 상대하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어쨌든 아무리 엄도훈이 뛰어나다고
”하현,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어서 무릎 꿇고 사과해!”이때 진홍민은 참지 못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녀는 이 데릴사위가 무릎을 꿇고 통곡하는 모습이 너무 보고 싶었다.“여웅 오빠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여웅 오빠의 신분과 배경은 당신 같은 소인배가 상상할 수 있는 게 아니야!”“엄도훈이 한동안은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겠지만 평생 보호해 줄 순 없어!”말을 마치며 진홍민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이 일이 여기서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그러니 우리 여웅 오빠가 아직 화나지 않았을 때 얼른 무릎 꿇고 시키는 대로 해. 그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야!”“그렇지 않으면 후회해도 소용없어!”강우금은 눈을 흘기며 하현을 향해 끊임없이 냉소를 흘렸다.“하 씨! 이분은 당신이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당신과 엄도훈 사이의 관계가 좋아서 엄도훈이 당신을 형님이라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그래 좋아. 당신 실력이 좋아서 한 번에 열 명을 다 상대할 수 있다고 치자고!”“하지만 어쩌지?”“우리 여웅 오빠 뒤에 있는 거물은 당신이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인데!”“그러니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해!”버러지 같은 이여웅에게 무릎을 꿇으라고?하현은 손을 흔들며 엄도훈을 제지한 뒤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이여웅한테? 내가? 그가 나한테 무릎을 꿇어라 마라 할 자격이나 돼?”“하 씨, 지금 그게 무슨 태도야?”“이렇게 아름다운 두 미녀가 당신한테 얘기하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이여웅은 눈동자에 흉악한 기색을 드러냈다.심지어 살기마저 띠며 속내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만약 우리 진화개발이 어떤 기업인지 잘 모른다면 엄도훈한테 물어봐!”“그러면 당신이 누구한테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될 거야!”엄도훈은 눈썹을 찡그린 채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화개발은 금정 부
엄도훈은 심경이 복잡해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는 자신이 하현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여웅은 분명 먼저 떠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하현이 불쑥 튀어나와 그를 붙잡은 것이다.하현이 너무나 오만하고 독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감이 넘쳐서 이여웅 같은 인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구경꾼들은 말할 것도 없이 어안이 벙벙했다.금정 바닥에서 이렇게까지 이여웅의 체면을 무시하며 오만하게 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내 식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내 옷까지 더럽혔어. 무엇보다 내 기분을 완전히 망쳐 놨어.”하현은 당연하다는 듯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당신 같으면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엄도훈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겠어.”“다만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런 다음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오늘 있었던 일은 없던 것으로 해주지.”“만약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서서 들어왔다가 누워서 나가게 될 거야...”하현은 거침없는 말솜씨로 좌중을 압도했다.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하현을 쳐다보았다.미쳤다!진짜로 미쳤어!어떻게 데릴사위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가 있는가?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하늘이 만든 재난은 피할 수나 있지만 자신이 만든 재난은 피할 수 없다.“좋아! 아주 좋아!”이여웅은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오히려 헛웃음이 튀어나왔다.“다 큰 성인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또 처음이야!”“나보다 더 날뛰는 사람을 본 것도 처음이고!”“엄도훈 회장. 오늘 밤 당신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 내 말 잘 들어!”“이 데릴사위 놈은 내 손에 죽어야겠어!”그러자 이여웅은 손을 흔들었다.“이놈 처리해!”십여 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허리춤에서 총
”이 씨 이놈!”형홍익은 두 손을 뒷짐지고 냉담한 표정으로 이여웅을 쳐다보았다.“그렇게 큰소리치는 거 네 아버지도 알아?”“전화해서 네 아버지한테 물어봐. 감히 내 앞에서도 그렇게 큰소리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이여웅은 눈꺼풀을 펄쩍 떨었고 잠시 후 이를 살짝 깨물며 얼른 형홍익에게 다가갔다.“어르신, 죄송합니다. 오늘 밤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실언을 했나 봅니다!”“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형홍익은 담담하게 말했다.“나한테 사과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하현이 용서를 해야 이 일은 없던 일로 되는 거야.”이 말을 듣고 강우금은 화들짝 놀라 눈을 치켜떴다.하 씨는 그냥 데릴사위 아닌가?그저 쓸모없는 인간일 뿐이지 않는가?그런데 왜 엄도훈에 이어 형홍익 같은 거물까지 나타나 그를 감싸고도는가?진홍민도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녀는 원래 자신이 미색을 팔아 이여웅 곁에 섰으니 하현 따위는 가볍게 짓밟을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간단하게 하현을 정리하려고 했던 자신의 생각이 짧았고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다.이것은 자신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전개였다!이여웅도 갑자기 안색이 급변했다.그가 어떻게 하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는가?그는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제가...”“퍽!”이여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홍익은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사과해!”이여웅의 얼굴에 커다란 손자국이 벌겋게 번졌다.그는 얼굴을 감싸며 이를 악물었다.“어르신, 이것은 정말 오해입니다. 어르신은 어찌 자기 편도 못 알아보시고...”“퍽!”형홍익은 팔을 뒤로 젖혔다가 세차게 이여웅의 얼굴을 때렸다.이번에는 이여웅의 반대쪽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고 졸지에 망신스러운 꼴이 되었다.방금까지 무력을 과시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던 그였다.하현을 죽이려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가
이여웅이 하현에게 뺨을 맞았을 뿐만 아니라 땅바닥에 널브러졌다.순간 강우금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심지어 강우금은 자신의 뺨을 한 대 때리며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확인했다.진홍민도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매번 하현을 만날 때마다 충분히 그를 짓밟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현실은 매번 그에게 얼굴을 두들겨 맞았다!그녀는 도저히 이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항상 교만했던 그녀가 어떻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녀가 이여웅의 품에 찰싹 안긴 것은 하현이 겁먹은 얼굴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지 의기양양한 하현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하 씨! 사람 무시하지 마!”이여웅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정말로 내가 당신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해?”“내가 물렁물렁한 감인 줄 알고 마음대로 찔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경고하는데...”“퍽!”하현은 거침없이 또 손바닥을 날렸다.“뭘 경고하겠다는 거야?”이여웅은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얻어맞았고 분노에 일렁이는 눈빛으로 이를 악물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무릎 꿇고 사과해!”하현이 손바닥을 또 날렸다.“이십억 배상해!”옆에 있던 형홍익도 말을 보태었다.“귀먹었어? 하현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냐고?”세력을 등에 업은 개!남의 권세를 빌어 위세를 부리는 놈!이여웅은 울분이 가득 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바닥에 떨어져 있는 총을 주워 안전장치를 풀어 하현에게 한 방 날리고 싶었다.하지만 형홍익의 기세에 눌린 그는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모든 걸 아랑곳하지 않고 형홍익과 엄도훈을 모두 죽이고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감히 그러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그가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면 진화개발은 그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가장 치명적인 점은 형 씨
권세와 배경 따위는 차치하고라도 단순히 실력으로만 봐도 그는 하현 같은 사람 열 명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형홍익이 없으면 하현은 죽었을 것이다!“하 씨! 너무 우쭐해하지 마! 너무 기고만장해하지도 말고!”“기회만 생기면 언제든지 당신을 죽여버릴 테니까!”이여웅은 일어서면서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와 표독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당신을 제외하고 당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하나씩 죽일 거야!”“당신 조상 18대까지 모두에게 모욕을 안겨줄 거라고!”“우리 둘이 붙어 보자고!”“그래?”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로 이여웅을 걷어차 바닥에 넘어뜨렸다.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형홍익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여웅을 노려보았다.이놈은 정말 죽는 게 뭔지 모르는 놈이 분명하다.감히 이런 상황에서도 하현을 협박하다니!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 게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하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보복, 언제든지 기다릴게.”“다만 한 가지만 기억해.”“이번에는 어르신과 엄도훈이 있어서 당신 체면을 세워 줬던 거야. 죽이지는 않았으니까.”“하지만 다음번엔 글쎄...”하현의 패기 넘치는 발언과 표정에 이여웅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하지만 결국 그는 분노를 삼키고 기어가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이를 보던 강우금과 진홍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거의 울상이 되었다.데릴사위를 짓밟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곧 식당은 다시 조용해졌고 주변의 구경꾼들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빠르게 흩어졌다.엄도훈은 하현의 곁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형님이 이런 일로 두려움에 떨 사람은 아니란 걸 잘 알지만 이여웅은 작은 원한이라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임단의 일 때문에 그와 나천우는 몇 년 동안 죽기 살기로 싸웠습니다.”“그러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아니면 제가 형님을 대신해 아주 뿌리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