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에 설유아는 조용히 깨어났다. 그녀는 심각하게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고, 단지 피부 외상만 입었을 뿐이다. 당도대 군의관이 처치를 끝내고 나니 대부분은 좋아졌고 나머지는 며칠간 요양이 필요했다. 하지만 군의관의 말에 따르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일이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당도대 군의관은 비록 치료해주고 보살펴줄 수는 있었지만, 마음 속에 있는 트라우마를 처리할 수는 없었다. 하현은 원래 유아를 스마트 밸리로 보내려고 했지만 유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게다가 하현에게 이번 일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만약 이 일이 설재석과 최희정에게 알려지면 분명 하현을 탓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형부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설유아는 심지어 별장을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묻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현은 유아가 별 탈이 없는 것을 보고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 그녀를 강남대학교 기숙사로 데려다 주었다. 비록 설유아는 아직 정식 개학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남대 기숙사는 미리 배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부 생필품을 옮겨왔다. 검소한 학생 기숙사를 보고 하현은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과 처제가 그녀의 기숙사에 단둘이 있는 것도 드문 경험이었다. 설유아는 하현을 신경 쓰지 않고 고통을 참으며 따뜻한 물로 목욕을 했다. 나올 때 몸에서 향긋한 향기가 풍겼다. 곧 하현도 욕실로 들어가 몸의 혈기를 씻어냈다. 하현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쳐다보았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현은 잘생긴 편은 아니었지만 선이 분명해 아무리 봐도 실증이 안 났다.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은 몸매가 좋아 보기에 아주 깨끗해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그의 몸에 옅은 칼자국과 총 구멍이 있어 이 흔적들이 설유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설씨 집안에서 누구보다고 하현의 과거를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데릴형부가 요 몇 년
“네가 감히!”하현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나이에 공부도 안하고 남자친구 찾으면 네 언니가 때리기 전에 내가 먼저 때릴 거야!”“형부, 정말 그럴 거예요?”설유아는 가볍게 웃었다. “형부는 내가 맞는 거 싫어하잖아요!”“그리고 오늘 밤 만약에 형부가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그녀가 막 별장으로 끌려갔을 때 하현은 당인준을 데리고 가서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설유아는 사람들에게 유린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를 탓하지 않으면 됐어. 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 당연히 내가 문제를 해결해야지.”설유아는 조금 조용히 하고 있다가 잠시 후에야 속삭이며 말했다. “형부, 만약에요. 만약에 말인데요.”“만약에 내가 처제가 아니었어도 나한테 이렇게 잘해줬을 거예요?”설유아는 작고 작은 머리에 크고 큰 의문을 품고 작은 머리를 들이밀었다. “무슨 소리야!”하현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는 내 처제야. 이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자, 그만 얘기하자.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나 먼저 잘게.”설유아는 억울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하현이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정말 하현의 코고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유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보기에는 마치 여유로워 보이고 못 할 것이 없어 보이는 형부가 오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후 설유아는 조용히 이불 속을 뚫고 나왔다. 달빛 아래에서 그녀는 마치 여신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하현 곁으로 다가와 손을 뻗어 하현의 칼날 같은 얼굴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하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형부……”“만약 내 형부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달빛 아래 소녀가 한숨을 내쉬자 기쁜지 슬픈지
“참, 8대 천왕 중에 검천왕이 직접 진두를 지휘할 거야. 그 사람은 전신급 고수야!”“사람이 이렇게 많고 이렇게 강하니 하현은 죽지 않을 수가 없을 거야!”곽영민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이때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 안재석에게 손을 쓰라고 한 이 후 그는 줄곧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안재석의 군대는 매우 강하고 그의 곁에 있는 고수들은 구름과 같으니 하현이 무슨 수로 대항을 할 수 있겠는가?설령 그가 전설의 하 세자라고 할지라도 의도한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안재석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아주 좋아요! 너무 좋아요!”서희진은 흥분해 온몸을 떨며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좋은 건 죽는 거죠. 정부 고문일 뿐이잖아요. 설령 그가 전설의 하 세자라고 해도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앞에서 날뛸 수 있겠어요?”“강남 하씨 집안은 뿔뿔이 흩어졌는데 과거의 세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우리 항성의 거물들을 상대하면서 신분의 높고 낮음도 모르고 규율도 모르면서 감히 우리를 괴롭히다니요!”“그런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해요!”“다음 생에는 꼬리를 감추고 사람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오래 살죠!”서희진은 안색이 음침하고 차가웠다. 곽영민은 웃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큰 인물’이라 여기는 사람들을 그는 평생에 너무 많이 만나봤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 의해 닥치는 대로 죽임을 당했다. 하현을 겨냥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했는데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이때 서희진은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곽 도련님, 빨리 전화해서 하현이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 보세요!”“기분 띄울 수 있는 사진이 있는지 좀 보고 싶네요!”“기분이 좋아지면 오늘 밤 저는 곽 도련님 거예요.”서희진은 비록 사교계의 꽃이었지만 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어르신만이 그녀를 얻을 수 있었다. 곽영민은 그녀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있긴 했지만 이 여자는 블랙 과부라 불릴 정도로 평범한 사람은 아니어서 그도
한참 뒤에야 곽영민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재미있네. 정말 재미있어. 안재석마저 실패하다니.”“보아하니 우리 하현이 전설의 하 세자가 확실한 거 같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안재석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자격이나 있었겠어?”곽영민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고, 서희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곽씨 골동품에 와서 자신의 체면을 구긴 사람이 전설의 하 세자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그의 신분이 확실하다면 설마 자신의 원한을 갚을 수 없게 되는 것인가? 정용은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곽 도련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이번에 남원에 저를 초대해 큰 연극을 보여주신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는 건 아니겠죠?”곽영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히 아니죠.”“얘들아. 이대성에게 소식을 전해. 그의 사람들이 다 하 세자의 손에 죽었다고 해. 그가 한결같이 생각하던 하현이 바로 전설의 하 세자라고 알려.”“그리고 길바닥과 회색지대의 수단은 우리 하 세자에게는 효과가 없으니 백 도련님이 수고스러우시겠지만 한 번 가주시겠어요?”백모용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소항 사람이라 남원에서는 내 살인 면허증이 꼭 쓸모가 있다고 할 수는 없어요.”소항 백가의 백모용은 소항의 제일가는 인물이라 분명 범상치 않았다. 적어도 살인 면허증은 아무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곽영민은 자료 뭉치를 꺼내 백모용 앞에 던지며 말했다. “이건 항성 4대 최고 가문과 소항 백가의 업무 계약으로 값어치가 2조 정도 돼요.”“이건 백 도련님에게 드리는 첫 대면 선물입니다.”“백 도련님이 만약 이 눈먼 하 세자를 해결 해주신다면 내가 뒤에 0을 하나 더 붙일 수도 있어요.”백모용은 계약서를 들여다보다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설의 하현 하 세자에 대해 그는 매우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물론 곽영민 때문이 아니라 그 여자, 하수진 때문이었다! 이
하현은 궁금해했다. “어떤 신분?”“하 세자라는 신분이요!”이 말을 듣고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들이 하 세자라는 신분조차 밝혀내지 못한다면 우리 같은 상대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겠어?”슬기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 잠시 후 아름다운 미소를 드러내 보였다. 그녀는 가끔 하 세자라는 신분이 눈앞에 있는 이 분을 위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잊었다. 그의 진정한 신분은 전설이다! “하 회장님,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우리 천일그룹이 상장을 위한 준비를 거의 다 마쳤습니다.”“보시다시피 적당한 시기를 잡아 상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번에는 우윤식이 입을 열며 동시에 자료 뭉치를 내밀었다. 하현은 잠시 둘러본 뒤 말했다. “그래. 절차에 따라서 처리하자. 그때 가서 대가문들과 대기업들을 우리 상장대회에 참가하도록 초대하자.”“네!”……그 후 며칠 동안 하현은 할 일이 없었다. 보복할 만한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설의 상성재벌은 이대성을 비롯해 완전히 사라진 듯 했다. 제멋대로 날뛰던 곽영민조차 자취를 감춘 듯 했다.유독 천일그룹 상장만이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었다. 3일 후 하현이 스마트 밸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뒤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설유아는 폴짝폴짝 뛰며 나타나 하현의 팔짱을 끼었다. “요즘 언니가 너무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이 없는데 오늘 밤 시간 있어요?”요즘 제호그룹 쪽의 사업이 너무 잘돼 설은아는 마음에 드는 땅을 순조롭게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 일로 그녀는 매일 일찍 나갔다 늦게 들어와 하현도 며칠 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다. 유아는 3일 간 쉬고 난 후 회복을 했다. 최근 들어 조금 수척해지긴 했지만 얼굴은 더 예뻐졌다. 게다가 그녀는 오늘 검은 드레스를 입고 뽀얀 다리를 드러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소녀 특유의 청춘기가 물씬 풍겼다. “무슨 일 있어?”하현은 오른손을
설유아는 애처롭게 하현을 쳐다보았다.“거기다 내가 학생회에 들어간 첫 날에 열리는 학생회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 건 실례에요.”“그리고 나 혼자만 가면 또 조금 무섭고요. 어쨌든 내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형부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어요!”“어차피 이 모임은 파트너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모임이에요.”“그리고 듣기로 맛있는 것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형부는 분명 관심이 많을 거 같은데요!”설유아는 마치 음식이 하현에게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꼬드기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쨌든 내가 가든 말든 너는 가야 하는 거 아니야?”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부 정말 똑똑하네요. 나는 어찌됐든 가야 하니까 형부가 더더욱 같이 가줘야죠!”“만에 하나라도 형부가 나랑 같이 안 갔다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언니한테 어떻게 말할 거예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그만해. 하지만 이번 일은 네 언니가 알게 해서는 안돼. 아버지랑 어머니가 알아서도 안되고!”“그리고 어쨌든 오늘 밤 12시 전에는 집에 돌아와야 해. 내가 있는 내내 계속 지켜볼 거야. 술도 마시면 안돼!”유아는 기뻐서 깡충깡충 뛰었다. “형부가 뭐라고 말하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그녀는 분명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고, 이 모임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현은 황태자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라 유아의 눈치로 옷을 갈아 입을 수밖에 없었다. 30분 후, 하현과 설유아는 스마트 밸리 아래층에 도착했다. 비슷한 시각 포르쉐 파나메라 한대가 건너왔다. 차는 하현과 설유아 앞에 멈춰 섰다. 이어 차 문이 열리자 선글라스를 낀 늘씬한 몸매의 꽤 기품 있는 여자가 내렸다. 그녀는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투명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었고, 매끈한 복부와 허리 라인이 노출되어 매우 유혹적이었다. 아름다운 몸매에 여신급 미모는 많은 행인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냉담한
서문정은 이 광경을 보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왔으니 다 손님이지 뭐. 다 타!”말을 마치고 서문정은 하현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고, 눈동자에는 경멸하는 빛이 스쳤다. 하현은 비록 옷을 갈아입었지만 분명 오랫동안 평상복을 입었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보면 그는 돈 없는 거렁뱅이일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거렁뱅이가 감히 모임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모임에 나오는 세자 도련님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설유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백 도련님 백진수와 견줄 수 있겠는가? 백진수는 키가 크고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남자 연예인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가문이 비할 데 없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는 소항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다. 그의 친형이 소항 백씨 가문의 세자 백모용이다!이런 사람은 진정한 군주이다. 어느 누구나 무릎을 꿇고 아부를 떨어야 할 존재이다!듣기로 그가 이번에 남원에 온 것은 백모용이 남원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백진수는 정세를 주관하는데 도와주려고 온 것이다. 이런 인물들에 비하면 하현 같이 딱 봐도 궁상맞은 놈은 그들의 손가락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측은 하늘과 땅처럼 완전히 비교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서문정은 유아가 모암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어 구역질과 분노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서문정은 차문을 열었고 하현을 전혀 좋은 기색으로 대하지 않지 않았다. “하현, 타요!”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유아는 하현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고는 그를 잡아당겨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자 서문정은 엑셀을 밟으며 흥얼거리며 말했다. “유아야, 너 이 파나메라가 얼마인지 알아?”“3억짜리야!”“어떤 사람은 평생 벌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이런 차를 타보는 건 말할 것도 없고.”“이게 다 네 복이야!”“사람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해. 어떤 사람들은 함부로 들어
하현은 세속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 여대생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자기를 모른다니? 무슨 말이야?” 서문정은 한기 서린 얼굴로 말했다. “당신, 고문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데릴사위잖아. 내가 이미 사람들 시켜서 다 조사해봤어. 고문은 월급도 받지 않잖아!”“거기다 이 고문 신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겠고!”“내가 보기에 너는 남원 거렁뱅이 같아!”“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유아를 귀찮게 구는 거야?”서문정은 당당한 기세였다. “당신은 유아랑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야. 유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무슨 뜻이야?”서문정은 싸늘한 기색이었다. “네 말은 유아가 너한테 치근덕댄다는 거야?”“네가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시건방을 떨다니, 네가 뭔데?”“너는 데릴사위인데 유아가 어떻게 너한테 치근덕댈 수 있겠어?”“내가 말하는데 너는 설유아의 파트너가 될 자격도 없고, 심지어 평범한 친구조차 될 자격이 없어!”“데릴사위도 여자 꼬시는 걸 배웠나 보네!”“너는 우리 같은 수준의 사람이 아니야!”“내가 오늘 유아를 이 모임에 데리고 온 건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시켜주려고 한 거야. 네가 나타나면 도련님이 매우 불쾌해할 거야!”“하씨, 내가 충고하나 하겠는데, 지금 당장 꺼져. 그럼 이따가 그렇게 창피당하지는 않을 거야!”분명 이 여자는 방금 차에 탔을 때 사람을 시켜 하현에 대해 조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통로는 너무 저급해 입수한 소식도 너무 너저분했다. 하현의 신분에 만분의 일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이것이 사실이라 생각했다. 이때 그녀는 하현에게 아주 무례하게 대했고, 말을 할 때는 아주 각박하게 굴었다. 하현이 냉소하며 이 여자의 뺨을 때리려고 했는데, 마침 이때 유아가 다시 돌아왔다. “하현, 왜 아직도 안 들어와?”유아는 적극적으로 하현의 손을 잡았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