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유아는 애처롭게 하현을 쳐다보았다.“거기다 내가 학생회에 들어간 첫 날에 열리는 학생회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 건 실례에요.”“그리고 나 혼자만 가면 또 조금 무섭고요. 어쨌든 내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형부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어요!”“어차피 이 모임은 파트너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모임이에요.”“그리고 듣기로 맛있는 것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형부는 분명 관심이 많을 거 같은데요!”설유아는 마치 음식이 하현에게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꼬드기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쨌든 내가 가든 말든 너는 가야 하는 거 아니야?”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부 정말 똑똑하네요. 나는 어찌됐든 가야 하니까 형부가 더더욱 같이 가줘야죠!”“만에 하나라도 형부가 나랑 같이 안 갔다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언니한테 어떻게 말할 거예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그만해. 하지만 이번 일은 네 언니가 알게 해서는 안돼. 아버지랑 어머니가 알아서도 안되고!”“그리고 어쨌든 오늘 밤 12시 전에는 집에 돌아와야 해. 내가 있는 내내 계속 지켜볼 거야. 술도 마시면 안돼!”유아는 기뻐서 깡충깡충 뛰었다. “형부가 뭐라고 말하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그녀는 분명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고, 이 모임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현은 황태자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라 유아의 눈치로 옷을 갈아 입을 수밖에 없었다. 30분 후, 하현과 설유아는 스마트 밸리 아래층에 도착했다. 비슷한 시각 포르쉐 파나메라 한대가 건너왔다. 차는 하현과 설유아 앞에 멈춰 섰다. 이어 차 문이 열리자 선글라스를 낀 늘씬한 몸매의 꽤 기품 있는 여자가 내렸다. 그녀는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투명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었고, 매끈한 복부와 허리 라인이 노출되어 매우 유혹적이었다. 아름다운 몸매에 여신급 미모는 많은 행인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냉담한
서문정은 이 광경을 보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왔으니 다 손님이지 뭐. 다 타!”말을 마치고 서문정은 하현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고, 눈동자에는 경멸하는 빛이 스쳤다. 하현은 비록 옷을 갈아입었지만 분명 오랫동안 평상복을 입었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보면 그는 돈 없는 거렁뱅이일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거렁뱅이가 감히 모임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모임에 나오는 세자 도련님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설유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백 도련님 백진수와 견줄 수 있겠는가? 백진수는 키가 크고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남자 연예인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가문이 비할 데 없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는 소항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다. 그의 친형이 소항 백씨 가문의 세자 백모용이다!이런 사람은 진정한 군주이다. 어느 누구나 무릎을 꿇고 아부를 떨어야 할 존재이다!듣기로 그가 이번에 남원에 온 것은 백모용이 남원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백진수는 정세를 주관하는데 도와주려고 온 것이다. 이런 인물들에 비하면 하현 같이 딱 봐도 궁상맞은 놈은 그들의 손가락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측은 하늘과 땅처럼 완전히 비교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서문정은 유아가 모암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어 구역질과 분노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서문정은 차문을 열었고 하현을 전혀 좋은 기색으로 대하지 않지 않았다. “하현, 타요!”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유아는 하현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고는 그를 잡아당겨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자 서문정은 엑셀을 밟으며 흥얼거리며 말했다. “유아야, 너 이 파나메라가 얼마인지 알아?”“3억짜리야!”“어떤 사람은 평생 벌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이런 차를 타보는 건 말할 것도 없고.”“이게 다 네 복이야!”“사람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해. 어떤 사람들은 함부로 들어
하현은 세속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 여대생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자기를 모른다니? 무슨 말이야?” 서문정은 한기 서린 얼굴로 말했다. “당신, 고문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데릴사위잖아. 내가 이미 사람들 시켜서 다 조사해봤어. 고문은 월급도 받지 않잖아!”“거기다 이 고문 신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겠고!”“내가 보기에 너는 남원 거렁뱅이 같아!”“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유아를 귀찮게 구는 거야?”서문정은 당당한 기세였다. “당신은 유아랑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야. 유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무슨 뜻이야?”서문정은 싸늘한 기색이었다. “네 말은 유아가 너한테 치근덕댄다는 거야?”“네가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시건방을 떨다니, 네가 뭔데?”“너는 데릴사위인데 유아가 어떻게 너한테 치근덕댈 수 있겠어?”“내가 말하는데 너는 설유아의 파트너가 될 자격도 없고, 심지어 평범한 친구조차 될 자격이 없어!”“데릴사위도 여자 꼬시는 걸 배웠나 보네!”“너는 우리 같은 수준의 사람이 아니야!”“내가 오늘 유아를 이 모임에 데리고 온 건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시켜주려고 한 거야. 네가 나타나면 도련님이 매우 불쾌해할 거야!”“하씨, 내가 충고하나 하겠는데, 지금 당장 꺼져. 그럼 이따가 그렇게 창피당하지는 않을 거야!”분명 이 여자는 방금 차에 탔을 때 사람을 시켜 하현에 대해 조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통로는 너무 저급해 입수한 소식도 너무 너저분했다. 하현의 신분에 만분의 일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이것이 사실이라 생각했다. 이때 그녀는 하현에게 아주 무례하게 대했고, 말을 할 때는 아주 각박하게 굴었다. 하현이 냉소하며 이 여자의 뺨을 때리려고 했는데, 마침 이때 유아가 다시 돌아왔다. “하현, 왜 아직도 안 들어와?”유아는 적극적으로 하현의 손을 잡았다
“문정아, 너희들 왔어?”하얀 셔츠를 입은 청년이 웃으며 다가와 서문정과 악수를 했다. 그는 키가 컸고 얼굴은 칼로 조각한 듯 잘 생겼고 온몸은 명품으로 치장을 했다. 손목에는 억만장자의 입문권이라 불리는 리처드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부잣집 도련님 특유의 귀족적 기질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백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길에서 거지를 만나 시간이 좀 지체되었어요!”서문정은 상대방의 이채로운 눈빛을 보며 연신 웃었다. 상대방이 크게 한 바탕 싸우기를 간절히 원했다. “너그럽게 양해 바랍니다!”“여러분, 이렇게 와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백진수는 설유아를 쳐다보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분이 바로 너희들이 말한 후배 설유아야? 올해 학생회 신입이지?”“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우리 학생회 신입생인데다 올해 강남대의 꽃이에요!”서문정은 미소를 머금고 소개를 했다. “듣기로 지금 유아를 따라다니는 남자는 남원에서부터 빅토리아 항까지 줄을 섰다고 해요!”“설유아, 안녕?”백진수는 품위 있게 오른손을 내밀었다.“강남대학 졸업생 백진수라고 해. 네 선배이기도 하고.”“참, 나는 신분이 하나 더 있어. 소항 백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이야. 후배님, 잘 부탁 드립니다!”백진수는 환하게 웃었지만 눈동자 속은 온통 괴상한 눈빛이었고, 심지어 숨도 조금 가쁘게 쉬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젊고 순진한 소녀였다. 오늘 밤 스케줄이 그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백 도련님, 안녕하세요?”설유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지 않고 하현을 끌어당겼다. “저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내 남자친구, 하현이에요.”그녀도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분명 하현을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다. “하현?”“남자 친구?”백진수의 눈동자에는 한 줄기 광채가 번뜩였고, 시선은 서문정에게로 떨어졌다. 서문정은 냉소하며 말했다. “백 도련님,
내가 말한다! 이때 하현이 유아에게 뽀뽀하는 것을 보고 백진수는 순간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에서는 살의가 번졌다. 백진수가 누군가?소항 백가의 둘째 도련님이다!소항 백가는 소항에서 제일가는 집안이다. 대구에서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그의 형 백모용은 연경의 네 도련님, 항성 네 도련님, 대구 여섯 세자와 견줄 만한 자격이 있는 인물이었다!백진수가 얻고자 하는 여자는 여태껏 얻지 못한 적이 없었다. 일선의 여배우, 인터넷 스타라도 그는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오늘 설유아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입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하현이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그의 체면을 구겼다는 것이다!땅강아지 한 마리가 감히 자기와 싸우려고 하는 것인가?함부로 덤벼드네!주제넘게!백진수가 화가 나면 그 후폭풍은 매우 강하다. 서문정과 사교계의 꽃들도 지금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하현 이 방패막이가 간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이건 사람들 앞에서 서문정의 체면을 구기는 것이다!설유아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곧이어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현의 친밀한 행동에 그녀는 이상하게 수줍음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이런 장면을 조금 기대하긴 했었지만, 문제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설유아가 내 여자친구인 거 믿겠지?”“참고로 내 아내는 유아의 언니야.”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만약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내가 다시 증명해줄게!”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유아의 작은 허리를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몸을 붙이며 더없이 가까워졌다. 말을 못 믿으면 계속할 태세다! 설유아는 곧 기절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화가 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없이 행복함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안타깝게도 설유아는 이것은 형부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지, 자
다들 이 대머리가 하현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데릴사위가 어떻게 몇 천억이 있겠는가?이렇게 많은 돈이 있었으면 진작에 상류층에서 한 자리 하고 있지 않았겠는가?그런데 문제는 하현은 아무리 봐도 상류층 사람 같지 않다는 것이다! “몇 천억?”하현은 웃었다. “나는 돈에는 관심이 없어. 내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확실히 20조는 넘을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몇몇 사교계의 꽃들은 눈을 희번덕거리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냉소를 금치 못했다. 20조?우리는 네가 20만원도 내놓는 걸 못 봤는데! 그렇게 입심이 좋으면 토크쇼에 나가보지 그래!입심이 좋으면 좋을 수록 잘 나갈 텐데! 설유아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얼굴이 ‘쓱’하고 하얗게 질렸다. 비록 그녀는 자기 형부가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20조라니, 이건 말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녀는 형부가 몇 백억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백억과 20조의 차이는 0 몇 개의 차이가 아니다. “20조라니……”백진수는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이때 바보를 쳐다보듯 하현을 쳐다보았다. 20조의 재산을 가졌다고?강남의 하 세자라도 이런 재산은 없을 텐데?항성 네 도련님, 대구 여섯 세자의 뒷배경 집안이나 혹시 20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세자 도련님들은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하현이 만약 정말 20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남원에서는 물론 연경에 가서도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20조 도련님!”대머리 남자는 이때 거드름을 피우며 충격을 받은 얼굴로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 “오늘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앞으로 많이 보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너한테 관심 없어. 어쨌든 우리는 친하지 않잖아.”“푸흡______”하현의 여전히 뻐기는 말을 듣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하현은 유아의 손을 잡고 몸을 바로 세우고는 관심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1조의 투자로 1년에 4천억의 이익을 낼 수 있어. 이윤이 나쁘지 않아.” “이렇게 하자. 네가 계획서를 만들어서 보내. 내가 팀에게 평가해보라고 하고 운영할 만하면 네가 1조를 투자하는 걸 고려해 볼게.”“물론 우리는 원금보장협정을 체결해야지.”물론 백진수는 분명 구역질이 나는 사람이었지만 하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거기다 만약 소위 놀이공원 프로젝트가 돈을 벌게 된다면 그는 설유아에게 주식을 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계획서?”“1조원 투자?”“원금보장협정?”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하나같이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오늘 밤 이 모임은 너무 재미있었다. 설유아 같은 미녀도 있고, 하현 같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란 피우는 인물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백 도련님이 널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자신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자비까지 베풀고 있다. 이런 허풍은 자신이 다 믿고 있는 거겠지?설유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부, 우리 집에 가요!”“죄송해요. 폐를 끼치지 말았어야 하는데……”“하 도련님의 호탕함에 감사 드려요. 그럼 저는 내일 계획서를 작성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이따가 주소 좀 꼭 남겨주세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백진수는 이때 짓궂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빨리, 20조 하 도련님께 인사 드려!”“앞으로 우리는 남원에서 하 도련님께 기댈 거예요!”“하 도련님, 우리 여기도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하 도련님, 며칠 후에 투자 연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참석하시겠어요?”“하 도련님, 명함 한 장 주세요. 시간 되시면 밥 한끼 같이 하실래요?”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두 괴상한 미소를 지으며 거드름을 피웠다. 하지만 목적은 분명 하현을 더 추하게 만들고 창피
이 말이 나오자 아직도 충격 속에 있던 백진수와 주정 등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다. 미리 친구한테 얘기해놓고 전화하는 척 하는 거지?”“정말 조잡한 수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네!”“하지만 아쉽게도 노점상은 아무리 봐도 20조의 가치가 없어!”“네가 스스로 하 세자라고 할 수 있겠어? 강남 3분의 1의 땅에서 이런 말을 함부로 했다간 죽을 수도 있어!”“그래. 자기가 어떤 물건인지 한번 보지도 않고 부잣집 도련님인 척을 하다니. 거기다 20조라고?”“너 20조면 0이 몇 개인지 알아?”“백 도련님을 바보로 만들다니. 너 정말 자기가 무슨 높은 사람인 줄 알아!?”백진수 옆에서 한 무리의 동료들과 사교계의 꽃들은 지금 모두 펄쩍 뒤며 하나같이 하현을 가리키며 비웃었다. 하마터면 이 거렁뱅이에게 속을 뻔했다!하현은 이 무리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우리 형부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형부는 속이지 않았어요. 정말 40조가 있어요!”“형부는 천일그룹의 하 세자예요!”설유아는 하현이 억울하게 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천일그룹 하 세자!?이렇게 웃길 필요는 없잖아!“자, 다들 유아의 체면을 세워주자. 유아가 하현이 하 세자라고 하니 그냥 하 세자라고 하자!”유아가 화가 난 것을 보고 서문정은 그녀가 떠날까 봐 서둘러 백진수와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다. “유아야, 아직 밥을 못 먹었으니 일단 앉아서 먹으면서 얘기하자!”백진수는 서문정을 유심히 쳐다보고 나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밤 이곳은 제가 이미 다 전세 내놨어요!”“다들 사양하지 마시고 맘껏 즐기세요!”몇 명의 사교계 꽃들은 모두 환호하기 시작했고, 서문정은 특별히 설유아를 끌고가 앞 줄에 가서 앉았다. 백진수는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지만 주정은 반 발짝 뒤처져 있었다. 유아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