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유아의 손을 잡고 몸을 바로 세우고는 관심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1조의 투자로 1년에 4천억의 이익을 낼 수 있어. 이윤이 나쁘지 않아.” “이렇게 하자. 네가 계획서를 만들어서 보내. 내가 팀에게 평가해보라고 하고 운영할 만하면 네가 1조를 투자하는 걸 고려해 볼게.”“물론 우리는 원금보장협정을 체결해야지.”물론 백진수는 분명 구역질이 나는 사람이었지만 하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거기다 만약 소위 놀이공원 프로젝트가 돈을 벌게 된다면 그는 설유아에게 주식을 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계획서?”“1조원 투자?”“원금보장협정?”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하나같이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오늘 밤 이 모임은 너무 재미있었다. 설유아 같은 미녀도 있고, 하현 같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란 피우는 인물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백 도련님이 널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자신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자비까지 베풀고 있다. 이런 허풍은 자신이 다 믿고 있는 거겠지?설유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부, 우리 집에 가요!”“죄송해요. 폐를 끼치지 말았어야 하는데……”“하 도련님의 호탕함에 감사 드려요. 그럼 저는 내일 계획서를 작성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이따가 주소 좀 꼭 남겨주세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백진수는 이때 짓궂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빨리, 20조 하 도련님께 인사 드려!”“앞으로 우리는 남원에서 하 도련님께 기댈 거예요!”“하 도련님, 우리 여기도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하 도련님, 며칠 후에 투자 연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참석하시겠어요?”“하 도련님, 명함 한 장 주세요. 시간 되시면 밥 한끼 같이 하실래요?”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두 괴상한 미소를 지으며 거드름을 피웠다. 하지만 목적은 분명 하현을 더 추하게 만들고 창피
이 말이 나오자 아직도 충격 속에 있던 백진수와 주정 등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다. 미리 친구한테 얘기해놓고 전화하는 척 하는 거지?”“정말 조잡한 수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네!”“하지만 아쉽게도 노점상은 아무리 봐도 20조의 가치가 없어!”“네가 스스로 하 세자라고 할 수 있겠어? 강남 3분의 1의 땅에서 이런 말을 함부로 했다간 죽을 수도 있어!”“그래. 자기가 어떤 물건인지 한번 보지도 않고 부잣집 도련님인 척을 하다니. 거기다 20조라고?”“너 20조면 0이 몇 개인지 알아?”“백 도련님을 바보로 만들다니. 너 정말 자기가 무슨 높은 사람인 줄 알아!?”백진수 옆에서 한 무리의 동료들과 사교계의 꽃들은 지금 모두 펄쩍 뒤며 하나같이 하현을 가리키며 비웃었다. 하마터면 이 거렁뱅이에게 속을 뻔했다!하현은 이 무리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우리 형부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형부는 속이지 않았어요. 정말 40조가 있어요!”“형부는 천일그룹의 하 세자예요!”설유아는 하현이 억울하게 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천일그룹 하 세자!?이렇게 웃길 필요는 없잖아!“자, 다들 유아의 체면을 세워주자. 유아가 하현이 하 세자라고 하니 그냥 하 세자라고 하자!”유아가 화가 난 것을 보고 서문정은 그녀가 떠날까 봐 서둘러 백진수와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다. “유아야, 아직 밥을 못 먹었으니 일단 앉아서 먹으면서 얘기하자!”백진수는 서문정을 유심히 쳐다보고 나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밤 이곳은 제가 이미 다 전세 내놨어요!”“다들 사양하지 마시고 맘껏 즐기세요!”몇 명의 사교계 꽃들은 모두 환호하기 시작했고, 서문정은 특별히 설유아를 끌고가 앞 줄에 가서 앉았다. 백진수는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지만 주정은 반 발짝 뒤처져 있었다. 유아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
“진짜 대단하네!”“배짱이 두둑해!”지금 주정은 자극을 받았다. 이전에는 그가 치루 공씨의 직함을 대면 세자 도련님이라 할지라도 모두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러나 하현 같은 골통은 처음 만나봤다. 이때 주정은 차갑게 말했다. “하씨,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주지!”“나는 반드시 네가 왜 이 세상에 나왔는지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하현이 이렇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으니 주정은 남원의 힘을 동원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몇몇 사교계 꽃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입가에는 비아냥거리는 빛이 역력했다. 그녀들이 보기에 하현 같이 허풍만 떠는 걸레는 백 도련님이나 주정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처럼 흉내를 내다니?뭘 하는 거야!?백진수는 나설 필요가 없었다. 주정이 만약 하현을 죽이려고 한다면 하현은 찌꺼기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 사교계의 꽃들은 이제 막 연극이 곧 상연될 것이라 믿고 모두 연극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양측은 화약 냄새를 물씬 풍겼지만 설유아의 관계 때문에 결국 가까스로 마주 앉았다. 하현은 백진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설유아 옆에 앉았다. 곧 다양한 진미가 차려졌고 갈리아에서 온 양주 몇 박스도 나왔다.이 양주들은 가치가 매우 높아서 개봉하자마자 순간 술 냄새가 확 풍겼다. 백진수는 빙긋 웃었고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주정이 이미 디캔터를 들고 모두에게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저는 학생이라 술을 못 마셔요. 선배 감사해요.”설유아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곧바로 거절을 했다. “저는 사이다 마시면 돼요.”“유아야. 오늘 우리 여기서 서로 알게 됐잖아. 거기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네 선배들이야.”“우리가 있으니 네가 학생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거야. 앞으로 너는 아마 학생회장이 될지도 몰라!”주정은 가장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백 도령이 이렇게 예의를 차리니 같이 마셔 보자.”“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유아는 술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니 유아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이렇게 하자. 유아의 몫은 내 몫으로 계산해. 어때?”“어쨌든 나는 유아의 형부이자 남자친구니 대신하는 건 당연하잖아!”말을 하면서 하현은 술잔을 들고 일어섰다. 백진수와 정주는 눈을 마주치고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정주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 도련님, 시원시원하시네요. 방금 우리가 도련님을 오해했네요!”“자, 자, 사과의 의미로 제가 먼저 건배할게요. 우리 가봅시다!”말을 마치고 주정은 하현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었다. 옆에 있던 설유아의 안색이 변했다. 조용히 하현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응하지 말라고 표시를 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니었다. 백진수와 사람들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하현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유아가 철이 들었구나. 자, 우리 가 보자!”말을 마치고 그는 술잔을 들이켰다.백진수도 다가와 끊임없이 술을 권했다. “하 도련님,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네요. 자, 자, 다들 하 도련님께 술을 권해!”백진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비록 입으로는 공손하게 굴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미 하현을 바보로 여겼다. 이런 자리에서 우리랑 술을 마시다니?우리는 너를 술 취하게 한 다음에 설유아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백 가지나 있어!곧 백진수의 지시에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술을 권했다. “하 도련님, 우리도 서로 싸우지 말고 한 잔 합시다!”“하 도련님, 정말 멋지십니다. 우리 맛있게 마셔요!”“가득 채워드릴게요!”하현은 사양할 마음이 없었다. 오는 사람은 누구도 거절하지 않고 한잔씩 마셨다. “형부, 그만 마셔요. 더 마시면 큰일 나요!”하현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이때 유아는 마음이 다급해져 곧 울음이 터질 것 같
술을 많이 마실 수록 하현은 얼굴이 점점 더 빨개졌다. 백진수는 이 광경을 보며 냉소를 연발했다. 하현은 정말 바보 같다. 여러 사람에게 번갈아 가며 공격을 당하면서도 이렇게 기뻐하다니. 게다가 술집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몇 잔만 더 마시면 하현은 분명 끝장날 것이다. 그의 방법대로 술을 마셨다간 목숨 절반을 잃을 수도 있고 위장을 씻겨내야 할지도 모른다. 주정은 탄복하는 기색이었다. 백 도련님은 역시 백 도련님이다. 이 한 수로 피비린내 없이 날려버리려고 하다니. 하현 같은 바보는 반드시 이렇게 가지고 놀아야 한다. 그는 바로 술잔을 가지고 또 건너갔다. 곧 그곳에 있던 양주가 바닥이 났다. 유아는 하현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형부, 그만 마시고 우리 집에 돌아가자!”“여자가 뭘 알아! 우리 남자들이 술을 마시는데 여자가 무슨 상관이야!”하현은 몸이 휘청거렸고 몽롱해져 곧 쓰러질 것 같았다. “맞아. 맞아. 하 도련님 말이 맞아. 우리는 오늘 밤 취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얘들아, 술 좀 더 가져와!”곧 도수가 높은 술 상자가 나왔다. 백진수와 사람들은 양주에 백주를 섞으면 하현이 더 빨리 쓰러지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은 몇 잔을 더 마셨고 쓰러질 것처럼 보였지만 백진수와 계속 술을 마셨다. 유아는 눈이 빨개져 계속 말렸지만 하현은 끝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술에 취한 채 상대방과 술을 마셨다. 곧 술 한 상자를 다 쏟아 부었고 떠들썩하던 소리는 거의 없어졌다. 백진수와 사람들은 지금 안색이 더없이 안 좋아졌고 하나같이 자리에 앉아 숨을 헐떡이며 현기증을 느꼈다. 이때 그들의 의식은 약간 흐릿해졌고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기괴함으로 가득 찼다.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자 하현은 술 한 병을 들고 주정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 오고 가는 게 있어야지!” “방금 너희들이 나한테 그렇게 많이 권했으니 이제는 나도 너희들에게 한 잔씩 줄게!”
“쿵______”잠시 후 이 술잔을 들이키고 백진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거의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졌고 하현과 설유아만 서 있게 되었다. 이때 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집어 던졌고 안색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형부, 괜찮아요!?”“혼자서 열 몇 명을 쓰러뜨리다니요?”유아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몇 번 더 마셔도 괜찮아.”“그래서 지난번 네 언니랑 같이 가서 손님 접대할 때 취한 척 한 거야!”“내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았다면 형부는 그날 밤 우리 언니랑 같이 잤을 거예요. 맞죠!?”설유아는 눈알을 굴리며 순간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하현은 이마가 까매지더니 참지 못하고 유아의 이마를 쿡 찔렀다. “무슨 헛소리야. 나는 네 형분데 네 언니랑 같이 자는 게 정상 아니야?”“어쨌든 안돼요!”유아는 험상궂게 입을 열었다. “어린 녀석이 당차네!”하현은 어이없는 얼굴이었다. 이 처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자, 먼저 밖에 가서 기다려. 이 사람들 처리하고 갈 테니까.”설유아는 ‘오’ 소리를 내며 순순히 룸 밖으로 나갔다. 유아가 자리를 떠난 후 하현의 눈빛은 더 없이 냉혹해졌다. 그는 백진수를 들어올려 그의 주머니에서 투명한 액체가 담긴 술병을 찾아냈는데 이것은 훌륭한 집안의 여인네들을 상대하는 데 쓰이는 것이었다. 하현은 이것을 백진수의 입에 붓고 주정을 같이 들어올려 화장실에 버린 후 역으로 화장실 문을 잠갔다. ……개인 클럽을 떠난 후 하현은 유아를 스마트 밸리로 데리고 왔고 며칠 동안 같이 지내도록 했다. 그는 백진수와 사람들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감히 다시 나타난다면 그는 밟아 죽여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북삼성, 장백산 기슭에 있는 별원. 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은 잠시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대하의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는 박영진의 눈빛은 기이했다.
“관청 쪽에서 변명 한 거야?”박영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네!”이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상대의 신분은 확실히 조사한 거지?”“확실히 조사했습니다. 우리 상대는 하현입니다!”“항성 곽씨 집안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이 하현의 진짜 신분은 아마도 전설의 강남 1인자, 하 세자일 거라고 합니다!”“그가 장악한 천일그룹은 벌써 강남에 있는 미국 최가의 자산과 우리 상성재벌의 자산을 완전히 융합했습니다!”“이제 천일그룹은 벌써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빌어먹을!”박영진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나는 뭔가 대단한 신분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보잘것없는 세자일 뿐이잖아!”“우리 중국이 건드리지 못할 리가 있겠어!?”“관청이 그를 지지해주려고 하니 그럼 우리도 우리 힘으로 그와 놀아줘야지!”“하 세자를 철저히 봉쇄하고 천일그룹을 봉쇄해!”“나는 천일그룹이 상장되지 않고 하 세자가 완전히 파산하기를 바라!”“우리 둘은 남원으로 출발하자!”박영진의 말을 듣고 이대성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다. 박영진이 이렇게 입을 연 이상 그는 대하에 있는 상성재벌의 각종 세력과 인맥을 총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곧 별원을 나온 이대성은 남원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곽 도련님이세요?”……같은 시각. 제호그룹. 최근 설은아는 업무가 한창 바빴다. 더구나 그녀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제호그룹의 임원 정비가 필요했다. 어떤 중요한 고객은 심지어 저녁이 되야 만날 수 있었다. 은아가 배달로 저녁을 때우려고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설 회장님, 소항 백가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백운산 리조트 별장에 대해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싶다고 하는데 올려 보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안내 데스크에서 매우 정중하게 전화가 왔다.설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람들을 회사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데리고 가자. 내가 밥이라도 대접하게!”소항
백진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순간 그의 뒤에 있던 십여 명의 동료들은 모두 일어서 하나같이 눈을 부릅뜨고 먹잇감을 노리듯 설은아를 쳐다보았다. 설은아는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많은 일을 겪으며 이미 성장해 있었다. 그녀는 곧 평정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우리 능력 있는 남편이 백 도련님에게 무슨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네요?”“능력이 부족했나요?”백진수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 “네 남편은 엄청나게 대단하신 분인데 어떻게 능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어?”“어쨌든 감히 나를 속이다니, 진짜 대단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진짜 바보겠지.”“우리 남편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설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백진수의 눈가에는 경련이 일었다. 그의 곁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주정은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며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두 사람은 다 소문난 불량 도련님들이었는데 어젯밤 하현에게 큰 피해를 입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도대체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담했다!너무 참담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설은아가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언급을 하자 백진수는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이때 그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설 회장님, 우리 짧게 얘기 합시다!”“오늘 밤 당신이 불려온 이상 이 일은 반드시 우리에게 해명을 해야 해!”“지금 내가 한 가지 의견을 낼게!”“첫째, 전화를 걸어서 남편을 오게 해. 내가 직접 그의 다리를 부러뜨릴 테니!”“둘째, 네 여동생을 불러!”“이 두 가지 일을 하면 이 모든 건 넘어가도록 할게!”“할 수 없다면 너와 하현은 죽기를 기다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백 도련님, 하현과 도련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존중해주시면 좋겠네요!”“존중?”백진수는 냉소하며 차갑게 말했다. “나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