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유아의 손을 잡고 몸을 바로 세우고는 관심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1조의 투자로 1년에 4천억의 이익을 낼 수 있어. 이윤이 나쁘지 않아.” “이렇게 하자. 네가 계획서를 만들어서 보내. 내가 팀에게 평가해보라고 하고 운영할 만하면 네가 1조를 투자하는 걸 고려해 볼게.”“물론 우리는 원금보장협정을 체결해야지.”물론 백진수는 분명 구역질이 나는 사람이었지만 하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거기다 만약 소위 놀이공원 프로젝트가 돈을 벌게 된다면 그는 설유아에게 주식을 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계획서?”“1조원 투자?”“원금보장협정?”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하나같이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오늘 밤 이 모임은 너무 재미있었다. 설유아 같은 미녀도 있고, 하현 같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란 피우는 인물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백 도련님이 널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자신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자비까지 베풀고 있다. 이런 허풍은 자신이 다 믿고 있는 거겠지?설유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부, 우리 집에 가요!”“죄송해요. 폐를 끼치지 말았어야 하는데……”“하 도련님의 호탕함에 감사 드려요. 그럼 저는 내일 계획서를 작성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이따가 주소 좀 꼭 남겨주세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백진수는 이때 짓궂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빨리, 20조 하 도련님께 인사 드려!”“앞으로 우리는 남원에서 하 도련님께 기댈 거예요!”“하 도련님, 우리 여기도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하 도련님, 며칠 후에 투자 연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참석하시겠어요?”“하 도련님, 명함 한 장 주세요. 시간 되시면 밥 한끼 같이 하실래요?”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두 괴상한 미소를 지으며 거드름을 피웠다. 하지만 목적은 분명 하현을 더 추하게 만들고 창피
이 말이 나오자 아직도 충격 속에 있던 백진수와 주정 등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다. 미리 친구한테 얘기해놓고 전화하는 척 하는 거지?”“정말 조잡한 수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네!”“하지만 아쉽게도 노점상은 아무리 봐도 20조의 가치가 없어!”“네가 스스로 하 세자라고 할 수 있겠어? 강남 3분의 1의 땅에서 이런 말을 함부로 했다간 죽을 수도 있어!”“그래. 자기가 어떤 물건인지 한번 보지도 않고 부잣집 도련님인 척을 하다니. 거기다 20조라고?”“너 20조면 0이 몇 개인지 알아?”“백 도련님을 바보로 만들다니. 너 정말 자기가 무슨 높은 사람인 줄 알아!?”백진수 옆에서 한 무리의 동료들과 사교계의 꽃들은 지금 모두 펄쩍 뒤며 하나같이 하현을 가리키며 비웃었다. 하마터면 이 거렁뱅이에게 속을 뻔했다!하현은 이 무리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우리 형부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형부는 속이지 않았어요. 정말 40조가 있어요!”“형부는 천일그룹의 하 세자예요!”설유아는 하현이 억울하게 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천일그룹 하 세자!?이렇게 웃길 필요는 없잖아!“자, 다들 유아의 체면을 세워주자. 유아가 하현이 하 세자라고 하니 그냥 하 세자라고 하자!”유아가 화가 난 것을 보고 서문정은 그녀가 떠날까 봐 서둘러 백진수와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다. “유아야, 아직 밥을 못 먹었으니 일단 앉아서 먹으면서 얘기하자!”백진수는 서문정을 유심히 쳐다보고 나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밤 이곳은 제가 이미 다 전세 내놨어요!”“다들 사양하지 마시고 맘껏 즐기세요!”몇 명의 사교계 꽃들은 모두 환호하기 시작했고, 서문정은 특별히 설유아를 끌고가 앞 줄에 가서 앉았다. 백진수는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지만 주정은 반 발짝 뒤처져 있었다. 유아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
“진짜 대단하네!”“배짱이 두둑해!”지금 주정은 자극을 받았다. 이전에는 그가 치루 공씨의 직함을 대면 세자 도련님이라 할지라도 모두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러나 하현 같은 골통은 처음 만나봤다. 이때 주정은 차갑게 말했다. “하씨,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주지!”“나는 반드시 네가 왜 이 세상에 나왔는지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하현이 이렇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으니 주정은 남원의 힘을 동원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몇몇 사교계 꽃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입가에는 비아냥거리는 빛이 역력했다. 그녀들이 보기에 하현 같이 허풍만 떠는 걸레는 백 도련님이나 주정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처럼 흉내를 내다니?뭘 하는 거야!?백진수는 나설 필요가 없었다. 주정이 만약 하현을 죽이려고 한다면 하현은 찌꺼기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 사교계의 꽃들은 이제 막 연극이 곧 상연될 것이라 믿고 모두 연극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양측은 화약 냄새를 물씬 풍겼지만 설유아의 관계 때문에 결국 가까스로 마주 앉았다. 하현은 백진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설유아 옆에 앉았다. 곧 다양한 진미가 차려졌고 갈리아에서 온 양주 몇 박스도 나왔다.이 양주들은 가치가 매우 높아서 개봉하자마자 순간 술 냄새가 확 풍겼다. 백진수는 빙긋 웃었고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주정이 이미 디캔터를 들고 모두에게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저는 학생이라 술을 못 마셔요. 선배 감사해요.”설유아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곧바로 거절을 했다. “저는 사이다 마시면 돼요.”“유아야. 오늘 우리 여기서 서로 알게 됐잖아. 거기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네 선배들이야.”“우리가 있으니 네가 학생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거야. 앞으로 너는 아마 학생회장이 될지도 몰라!”주정은 가장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백 도령이 이렇게 예의를 차리니 같이 마셔 보자.”“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유아는 술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니 유아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이렇게 하자. 유아의 몫은 내 몫으로 계산해. 어때?”“어쨌든 나는 유아의 형부이자 남자친구니 대신하는 건 당연하잖아!”말을 하면서 하현은 술잔을 들고 일어섰다. 백진수와 정주는 눈을 마주치고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정주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 도련님, 시원시원하시네요. 방금 우리가 도련님을 오해했네요!”“자, 자, 사과의 의미로 제가 먼저 건배할게요. 우리 가봅시다!”말을 마치고 주정은 하현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었다. 옆에 있던 설유아의 안색이 변했다. 조용히 하현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응하지 말라고 표시를 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니었다. 백진수와 사람들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하현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유아가 철이 들었구나. 자, 우리 가 보자!”말을 마치고 그는 술잔을 들이켰다.백진수도 다가와 끊임없이 술을 권했다. “하 도련님,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네요. 자, 자, 다들 하 도련님께 술을 권해!”백진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비록 입으로는 공손하게 굴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미 하현을 바보로 여겼다. 이런 자리에서 우리랑 술을 마시다니?우리는 너를 술 취하게 한 다음에 설유아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백 가지나 있어!곧 백진수의 지시에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술을 권했다. “하 도련님, 우리도 서로 싸우지 말고 한 잔 합시다!”“하 도련님, 정말 멋지십니다. 우리 맛있게 마셔요!”“가득 채워드릴게요!”하현은 사양할 마음이 없었다. 오는 사람은 누구도 거절하지 않고 한잔씩 마셨다. “형부, 그만 마셔요. 더 마시면 큰일 나요!”하현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이때 유아는 마음이 다급해져 곧 울음이 터질 것 같
술을 많이 마실 수록 하현은 얼굴이 점점 더 빨개졌다. 백진수는 이 광경을 보며 냉소를 연발했다. 하현은 정말 바보 같다. 여러 사람에게 번갈아 가며 공격을 당하면서도 이렇게 기뻐하다니. 게다가 술집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몇 잔만 더 마시면 하현은 분명 끝장날 것이다. 그의 방법대로 술을 마셨다간 목숨 절반을 잃을 수도 있고 위장을 씻겨내야 할지도 모른다. 주정은 탄복하는 기색이었다. 백 도련님은 역시 백 도련님이다. 이 한 수로 피비린내 없이 날려버리려고 하다니. 하현 같은 바보는 반드시 이렇게 가지고 놀아야 한다. 그는 바로 술잔을 가지고 또 건너갔다. 곧 그곳에 있던 양주가 바닥이 났다. 유아는 하현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형부, 그만 마시고 우리 집에 돌아가자!”“여자가 뭘 알아! 우리 남자들이 술을 마시는데 여자가 무슨 상관이야!”하현은 몸이 휘청거렸고 몽롱해져 곧 쓰러질 것 같았다. “맞아. 맞아. 하 도련님 말이 맞아. 우리는 오늘 밤 취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얘들아, 술 좀 더 가져와!”곧 도수가 높은 술 상자가 나왔다. 백진수와 사람들은 양주에 백주를 섞으면 하현이 더 빨리 쓰러지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은 몇 잔을 더 마셨고 쓰러질 것처럼 보였지만 백진수와 계속 술을 마셨다. 유아는 눈이 빨개져 계속 말렸지만 하현은 끝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술에 취한 채 상대방과 술을 마셨다. 곧 술 한 상자를 다 쏟아 부었고 떠들썩하던 소리는 거의 없어졌다. 백진수와 사람들은 지금 안색이 더없이 안 좋아졌고 하나같이 자리에 앉아 숨을 헐떡이며 현기증을 느꼈다. 이때 그들의 의식은 약간 흐릿해졌고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기괴함으로 가득 찼다.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자 하현은 술 한 병을 들고 주정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 오고 가는 게 있어야지!” “방금 너희들이 나한테 그렇게 많이 권했으니 이제는 나도 너희들에게 한 잔씩 줄게!”
“쿵______”잠시 후 이 술잔을 들이키고 백진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거의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전부 바닥에 쓰러졌고 하현과 설유아만 서 있게 되었다. 이때 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집어 던졌고 안색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형부, 괜찮아요!?”“혼자서 열 몇 명을 쓰러뜨리다니요?”유아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몇 번 더 마셔도 괜찮아.”“그래서 지난번 네 언니랑 같이 가서 손님 접대할 때 취한 척 한 거야!”“내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았다면 형부는 그날 밤 우리 언니랑 같이 잤을 거예요. 맞죠!?”설유아는 눈알을 굴리며 순간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하현은 이마가 까매지더니 참지 못하고 유아의 이마를 쿡 찔렀다. “무슨 헛소리야. 나는 네 형분데 네 언니랑 같이 자는 게 정상 아니야?”“어쨌든 안돼요!”유아는 험상궂게 입을 열었다. “어린 녀석이 당차네!”하현은 어이없는 얼굴이었다. 이 처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자, 먼저 밖에 가서 기다려. 이 사람들 처리하고 갈 테니까.”설유아는 ‘오’ 소리를 내며 순순히 룸 밖으로 나갔다. 유아가 자리를 떠난 후 하현의 눈빛은 더 없이 냉혹해졌다. 그는 백진수를 들어올려 그의 주머니에서 투명한 액체가 담긴 술병을 찾아냈는데 이것은 훌륭한 집안의 여인네들을 상대하는 데 쓰이는 것이었다. 하현은 이것을 백진수의 입에 붓고 주정을 같이 들어올려 화장실에 버린 후 역으로 화장실 문을 잠갔다. ……개인 클럽을 떠난 후 하현은 유아를 스마트 밸리로 데리고 왔고 며칠 동안 같이 지내도록 했다. 그는 백진수와 사람들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감히 다시 나타난다면 그는 밟아 죽여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북삼성, 장백산 기슭에 있는 별원. 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은 잠시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대하의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는 박영진의 눈빛은 기이했다.
“관청 쪽에서 변명 한 거야?”박영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네!”이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상대의 신분은 확실히 조사한 거지?”“확실히 조사했습니다. 우리 상대는 하현입니다!”“항성 곽씨 집안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이 하현의 진짜 신분은 아마도 전설의 강남 1인자, 하 세자일 거라고 합니다!”“그가 장악한 천일그룹은 벌써 강남에 있는 미국 최가의 자산과 우리 상성재벌의 자산을 완전히 융합했습니다!”“이제 천일그룹은 벌써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빌어먹을!”박영진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잠시 후 차갑게 말했다.“나는 뭔가 대단한 신분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보잘것없는 세자일 뿐이잖아!”“우리 중국이 건드리지 못할 리가 있겠어!?”“관청이 그를 지지해주려고 하니 그럼 우리도 우리 힘으로 그와 놀아줘야지!”“하 세자를 철저히 봉쇄하고 천일그룹을 봉쇄해!”“나는 천일그룹이 상장되지 않고 하 세자가 완전히 파산하기를 바라!”“우리 둘은 남원으로 출발하자!”박영진의 말을 듣고 이대성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다. 박영진이 이렇게 입을 연 이상 그는 대하에 있는 상성재벌의 각종 세력과 인맥을 총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곧 별원을 나온 이대성은 남원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곽 도련님이세요?”……같은 시각. 제호그룹. 최근 설은아는 업무가 한창 바빴다. 더구나 그녀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제호그룹의 임원 정비가 필요했다. 어떤 중요한 고객은 심지어 저녁이 되야 만날 수 있었다. 은아가 배달로 저녁을 때우려고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설 회장님, 소항 백가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백운산 리조트 별장에 대해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싶다고 하는데 올려 보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안내 데스크에서 매우 정중하게 전화가 왔다.설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람들을 회사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데리고 가자. 내가 밥이라도 대접하게!”소항
백진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순간 그의 뒤에 있던 십여 명의 동료들은 모두 일어서 하나같이 눈을 부릅뜨고 먹잇감을 노리듯 설은아를 쳐다보았다. 설은아는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많은 일을 겪으며 이미 성장해 있었다. 그녀는 곧 평정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우리 능력 있는 남편이 백 도련님에게 무슨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네요?”“능력이 부족했나요?”백진수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 “네 남편은 엄청나게 대단하신 분인데 어떻게 능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어?”“어쨌든 감히 나를 속이다니, 진짜 대단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진짜 바보겠지.”“우리 남편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설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백진수의 눈가에는 경련이 일었다. 그의 곁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주정은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며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두 사람은 다 소문난 불량 도련님들이었는데 어젯밤 하현에게 큰 피해를 입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도대체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담했다!너무 참담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설은아가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언급을 하자 백진수는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이때 그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설 회장님, 우리 짧게 얘기 합시다!”“오늘 밤 당신이 불려온 이상 이 일은 반드시 우리에게 해명을 해야 해!”“지금 내가 한 가지 의견을 낼게!”“첫째, 전화를 걸어서 남편을 오게 해. 내가 직접 그의 다리를 부러뜨릴 테니!”“둘째, 네 여동생을 불러!”“이 두 가지 일을 하면 이 모든 건 넘어가도록 할게!”“할 수 없다면 너와 하현은 죽기를 기다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백 도련님, 하현과 도련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존중해주시면 좋겠네요!”“존중?”백진수는 냉소하며 차갑게 말했다. “나는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