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에야 곽영민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재미있네. 정말 재미있어. 안재석마저 실패하다니.”“보아하니 우리 하현이 전설의 하 세자가 확실한 거 같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안재석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자격이나 있었겠어?”곽영민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고, 서희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곽씨 골동품에 와서 자신의 체면을 구긴 사람이 전설의 하 세자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그의 신분이 확실하다면 설마 자신의 원한을 갚을 수 없게 되는 것인가? 정용은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곽 도련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이번에 남원에 저를 초대해 큰 연극을 보여주신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는 건 아니겠죠?”곽영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히 아니죠.”“얘들아. 이대성에게 소식을 전해. 그의 사람들이 다 하 세자의 손에 죽었다고 해. 그가 한결같이 생각하던 하현이 바로 전설의 하 세자라고 알려.”“그리고 길바닥과 회색지대의 수단은 우리 하 세자에게는 효과가 없으니 백 도련님이 수고스러우시겠지만 한 번 가주시겠어요?”백모용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소항 사람이라 남원에서는 내 살인 면허증이 꼭 쓸모가 있다고 할 수는 없어요.”소항 백가의 백모용은 소항의 제일가는 인물이라 분명 범상치 않았다. 적어도 살인 면허증은 아무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곽영민은 자료 뭉치를 꺼내 백모용 앞에 던지며 말했다. “이건 항성 4대 최고 가문과 소항 백가의 업무 계약으로 값어치가 2조 정도 돼요.”“이건 백 도련님에게 드리는 첫 대면 선물입니다.”“백 도련님이 만약 이 눈먼 하 세자를 해결 해주신다면 내가 뒤에 0을 하나 더 붙일 수도 있어요.”백모용은 계약서를 들여다보다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설의 하현 하 세자에 대해 그는 매우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물론 곽영민 때문이 아니라 그 여자, 하수진 때문이었다! 이
하현은 궁금해했다. “어떤 신분?”“하 세자라는 신분이요!”이 말을 듣고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들이 하 세자라는 신분조차 밝혀내지 못한다면 우리 같은 상대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겠어?”슬기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 잠시 후 아름다운 미소를 드러내 보였다. 그녀는 가끔 하 세자라는 신분이 눈앞에 있는 이 분을 위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잊었다. 그의 진정한 신분은 전설이다! “하 회장님,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우리 천일그룹이 상장을 위한 준비를 거의 다 마쳤습니다.”“보시다시피 적당한 시기를 잡아 상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번에는 우윤식이 입을 열며 동시에 자료 뭉치를 내밀었다. 하현은 잠시 둘러본 뒤 말했다. “그래. 절차에 따라서 처리하자. 그때 가서 대가문들과 대기업들을 우리 상장대회에 참가하도록 초대하자.”“네!”……그 후 며칠 동안 하현은 할 일이 없었다. 보복할 만한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설의 상성재벌은 이대성을 비롯해 완전히 사라진 듯 했다. 제멋대로 날뛰던 곽영민조차 자취를 감춘 듯 했다.유독 천일그룹 상장만이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었다. 3일 후 하현이 스마트 밸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뒤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설유아는 폴짝폴짝 뛰며 나타나 하현의 팔짱을 끼었다. “요즘 언니가 너무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이 없는데 오늘 밤 시간 있어요?”요즘 제호그룹 쪽의 사업이 너무 잘돼 설은아는 마음에 드는 땅을 순조롭게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 일로 그녀는 매일 일찍 나갔다 늦게 들어와 하현도 며칠 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다. 유아는 3일 간 쉬고 난 후 회복을 했다. 최근 들어 조금 수척해지긴 했지만 얼굴은 더 예뻐졌다. 게다가 그녀는 오늘 검은 드레스를 입고 뽀얀 다리를 드러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소녀 특유의 청춘기가 물씬 풍겼다. “무슨 일 있어?”하현은 오른손을
설유아는 애처롭게 하현을 쳐다보았다.“거기다 내가 학생회에 들어간 첫 날에 열리는 학생회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 건 실례에요.”“그리고 나 혼자만 가면 또 조금 무섭고요. 어쨌든 내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형부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어요!”“어차피 이 모임은 파트너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모임이에요.”“그리고 듣기로 맛있는 것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형부는 분명 관심이 많을 거 같은데요!”설유아는 마치 음식이 하현에게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꼬드기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쨌든 내가 가든 말든 너는 가야 하는 거 아니야?”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부 정말 똑똑하네요. 나는 어찌됐든 가야 하니까 형부가 더더욱 같이 가줘야죠!”“만에 하나라도 형부가 나랑 같이 안 갔다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언니한테 어떻게 말할 거예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그만해. 하지만 이번 일은 네 언니가 알게 해서는 안돼. 아버지랑 어머니가 알아서도 안되고!”“그리고 어쨌든 오늘 밤 12시 전에는 집에 돌아와야 해. 내가 있는 내내 계속 지켜볼 거야. 술도 마시면 안돼!”유아는 기뻐서 깡충깡충 뛰었다. “형부가 뭐라고 말하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그녀는 분명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고, 이 모임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현은 황태자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라 유아의 눈치로 옷을 갈아 입을 수밖에 없었다. 30분 후, 하현과 설유아는 스마트 밸리 아래층에 도착했다. 비슷한 시각 포르쉐 파나메라 한대가 건너왔다. 차는 하현과 설유아 앞에 멈춰 섰다. 이어 차 문이 열리자 선글라스를 낀 늘씬한 몸매의 꽤 기품 있는 여자가 내렸다. 그녀는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투명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었고, 매끈한 복부와 허리 라인이 노출되어 매우 유혹적이었다. 아름다운 몸매에 여신급 미모는 많은 행인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냉담한
서문정은 이 광경을 보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왔으니 다 손님이지 뭐. 다 타!”말을 마치고 서문정은 하현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고, 눈동자에는 경멸하는 빛이 스쳤다. 하현은 비록 옷을 갈아입었지만 분명 오랫동안 평상복을 입었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보면 그는 돈 없는 거렁뱅이일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거렁뱅이가 감히 모임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모임에 나오는 세자 도련님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설유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백 도련님 백진수와 견줄 수 있겠는가? 백진수는 키가 크고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남자 연예인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가문이 비할 데 없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는 소항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다. 그의 친형이 소항 백씨 가문의 세자 백모용이다!이런 사람은 진정한 군주이다. 어느 누구나 무릎을 꿇고 아부를 떨어야 할 존재이다!듣기로 그가 이번에 남원에 온 것은 백모용이 남원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백진수는 정세를 주관하는데 도와주려고 온 것이다. 이런 인물들에 비하면 하현 같이 딱 봐도 궁상맞은 놈은 그들의 손가락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측은 하늘과 땅처럼 완전히 비교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서문정은 유아가 모암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어 구역질과 분노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서문정은 차문을 열었고 하현을 전혀 좋은 기색으로 대하지 않지 않았다. “하현, 타요!”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유아는 하현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고는 그를 잡아당겨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자 서문정은 엑셀을 밟으며 흥얼거리며 말했다. “유아야, 너 이 파나메라가 얼마인지 알아?”“3억짜리야!”“어떤 사람은 평생 벌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이런 차를 타보는 건 말할 것도 없고.”“이게 다 네 복이야!”“사람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해. 어떤 사람들은 함부로 들어
하현은 세속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 여대생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자기를 모른다니? 무슨 말이야?” 서문정은 한기 서린 얼굴로 말했다. “당신, 고문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데릴사위잖아. 내가 이미 사람들 시켜서 다 조사해봤어. 고문은 월급도 받지 않잖아!”“거기다 이 고문 신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겠고!”“내가 보기에 너는 남원 거렁뱅이 같아!”“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유아를 귀찮게 구는 거야?”서문정은 당당한 기세였다. “당신은 유아랑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야. 유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무슨 뜻이야?”서문정은 싸늘한 기색이었다. “네 말은 유아가 너한테 치근덕댄다는 거야?”“네가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시건방을 떨다니, 네가 뭔데?”“너는 데릴사위인데 유아가 어떻게 너한테 치근덕댈 수 있겠어?”“내가 말하는데 너는 설유아의 파트너가 될 자격도 없고, 심지어 평범한 친구조차 될 자격이 없어!”“데릴사위도 여자 꼬시는 걸 배웠나 보네!”“너는 우리 같은 수준의 사람이 아니야!”“내가 오늘 유아를 이 모임에 데리고 온 건 부잣집 도련님을 소개시켜주려고 한 거야. 네가 나타나면 도련님이 매우 불쾌해할 거야!”“하씨, 내가 충고하나 하겠는데, 지금 당장 꺼져. 그럼 이따가 그렇게 창피당하지는 않을 거야!”분명 이 여자는 방금 차에 탔을 때 사람을 시켜 하현에 대해 조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통로는 너무 저급해 입수한 소식도 너무 너저분했다. 하현의 신분에 만분의 일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이것이 사실이라 생각했다. 이때 그녀는 하현에게 아주 무례하게 대했고, 말을 할 때는 아주 각박하게 굴었다. 하현이 냉소하며 이 여자의 뺨을 때리려고 했는데, 마침 이때 유아가 다시 돌아왔다. “하현, 왜 아직도 안 들어와?”유아는 적극적으로 하현의 손을 잡았다
“문정아, 너희들 왔어?”하얀 셔츠를 입은 청년이 웃으며 다가와 서문정과 악수를 했다. 그는 키가 컸고 얼굴은 칼로 조각한 듯 잘 생겼고 온몸은 명품으로 치장을 했다. 손목에는 억만장자의 입문권이라 불리는 리처드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부잣집 도련님 특유의 귀족적 기질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백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길에서 거지를 만나 시간이 좀 지체되었어요!”서문정은 상대방의 이채로운 눈빛을 보며 연신 웃었다. 상대방이 크게 한 바탕 싸우기를 간절히 원했다. “너그럽게 양해 바랍니다!”“여러분, 이렇게 와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백진수는 설유아를 쳐다보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분이 바로 너희들이 말한 후배 설유아야? 올해 학생회 신입이지?”“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우리 학생회 신입생인데다 올해 강남대의 꽃이에요!”서문정은 미소를 머금고 소개를 했다. “듣기로 지금 유아를 따라다니는 남자는 남원에서부터 빅토리아 항까지 줄을 섰다고 해요!”“설유아, 안녕?”백진수는 품위 있게 오른손을 내밀었다.“강남대학 졸업생 백진수라고 해. 네 선배이기도 하고.”“참, 나는 신분이 하나 더 있어. 소항 백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이야. 후배님, 잘 부탁 드립니다!”백진수는 환하게 웃었지만 눈동자 속은 온통 괴상한 눈빛이었고, 심지어 숨도 조금 가쁘게 쉬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젊고 순진한 소녀였다. 오늘 밤 스케줄이 그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백 도련님, 안녕하세요?”설유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지 않고 하현을 끌어당겼다. “저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내 남자친구, 하현이에요.”그녀도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분명 하현을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다. “하현?”“남자 친구?”백진수의 눈동자에는 한 줄기 광채가 번뜩였고, 시선은 서문정에게로 떨어졌다. 서문정은 냉소하며 말했다. “백 도련님,
내가 말한다! 이때 하현이 유아에게 뽀뽀하는 것을 보고 백진수는 순간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에서는 살의가 번졌다. 백진수가 누군가?소항 백가의 둘째 도련님이다!소항 백가는 소항에서 제일가는 집안이다. 대구에서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그의 형 백모용은 연경의 네 도련님, 항성 네 도련님, 대구 여섯 세자와 견줄 만한 자격이 있는 인물이었다!백진수가 얻고자 하는 여자는 여태껏 얻지 못한 적이 없었다. 일선의 여배우, 인터넷 스타라도 그는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오늘 설유아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입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하현이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그의 체면을 구겼다는 것이다!땅강아지 한 마리가 감히 자기와 싸우려고 하는 것인가?함부로 덤벼드네!주제넘게!백진수가 화가 나면 그 후폭풍은 매우 강하다. 서문정과 사교계의 꽃들도 지금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하현 이 방패막이가 간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이건 사람들 앞에서 서문정의 체면을 구기는 것이다!설유아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곧이어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현의 친밀한 행동에 그녀는 이상하게 수줍음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이런 장면을 조금 기대하긴 했었지만, 문제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설유아가 내 여자친구인 거 믿겠지?”“참고로 내 아내는 유아의 언니야.”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만약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내가 다시 증명해줄게!”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유아의 작은 허리를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몸을 붙이며 더없이 가까워졌다. 말을 못 믿으면 계속할 태세다! 설유아는 곧 기절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화가 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없이 행복함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안타깝게도 설유아는 이것은 형부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지, 자
다들 이 대머리가 하현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데릴사위가 어떻게 몇 천억이 있겠는가?이렇게 많은 돈이 있었으면 진작에 상류층에서 한 자리 하고 있지 않았겠는가?그런데 문제는 하현은 아무리 봐도 상류층 사람 같지 않다는 것이다! “몇 천억?”하현은 웃었다. “나는 돈에는 관심이 없어. 내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확실히 20조는 넘을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몇몇 사교계의 꽃들은 눈을 희번덕거리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냉소를 금치 못했다. 20조?우리는 네가 20만원도 내놓는 걸 못 봤는데! 그렇게 입심이 좋으면 토크쇼에 나가보지 그래!입심이 좋으면 좋을 수록 잘 나갈 텐데! 설유아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얼굴이 ‘쓱’하고 하얗게 질렸다. 비록 그녀는 자기 형부가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20조라니, 이건 말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녀는 형부가 몇 백억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백억과 20조의 차이는 0 몇 개의 차이가 아니다. “20조라니……”백진수는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이때 바보를 쳐다보듯 하현을 쳐다보았다. 20조의 재산을 가졌다고?강남의 하 세자라도 이런 재산은 없을 텐데?항성 네 도련님, 대구 여섯 세자의 뒷배경 집안이나 혹시 20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세자 도련님들은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하현이 만약 정말 20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남원에서는 물론 연경에 가서도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20조 도련님!”대머리 남자는 이때 거드름을 피우며 충격을 받은 얼굴로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 “오늘 제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앞으로 많이 보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너한테 관심 없어. 어쨌든 우리는 친하지 않잖아.”“푸흡______”하현의 여전히 뻐기는 말을 듣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다.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마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그의 눈앞에서 마사영이 차 유리에 부딪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이 광경을 본 뒤 마동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뒤집혔다.“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이 꼴로 만들어! 그렇게 자신 있어? 뒷감당할 자신 있냐고?”마동수는 포효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괴물처럼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하현의 손바닥이 마동수의 얼굴을 덮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동수의 몸이 튕겨나가 트럭 좌석 위에 나가떨어졌다.그의 시야에는 하현의 매서운 표정만이 어른거렸다.“실력도 별로구만. 괜히 쓸데없는 말만 많은 놈이군.”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았다.마동수는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하현한테 먼저 일격을 당하다니!마사영도 이 광경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녀는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사장님, 이리 와서 처리 좀 해주시죠.”...고명원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설은아의 부상은 경미했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그래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설은아에게 하현은 상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거라고 둘러댔다.상대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차를 수리해 주기로 했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도 배상한다고 덧붙였다.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떠났다.다만 가족들에게는 교통사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당부했다.가족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현은 아무 말 없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아와 따지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니지, 안 그래?”마동수는 당연한 듯 입을 열었다.하현은 그의 이름을 듣고 어딘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얼마 전 엄도훈이 자신에게 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신 둘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내쫓긴 그 마동수와 마사영이지?”“내 기억이 맞다면 서남 천문채는 당신들에게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던데.”이전에 엄도훈은 이 두 사람이 치명적인 권법을 터득하기 위해 동료 몇 명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서남 천문채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현상금이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하현은 고성양에게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고성양과 그의 모친은 곤경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시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설은아가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홍매와 고성양의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 탓만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이를테면 내가 위자료의 의미로 당신에게 일억 정도 준다든가 말이지. 어때?”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당신이 죽길 원해.”“그들은 당신이 죽어야만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했어.”마동수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이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까.”“난 이미 다 알아봤지.”“당신을 죽인 뒤 장인 장모 일가족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고명원을 죽일 거야!”“당신 여자는 며칠 있다가 죽일 거야.”“내 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거든.”“며칠 편안하게 데리고 있다가 같이 보내줄게.”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곳은 금정이라 그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