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는 앞으로 나와 미녀들과 악수를 나눈 뒤 미소를 지으며 소개를 했다. “여기는 제 남편 하현이에요.”“여보, 내가 소개해 줄게.”“이 분은 항성 이씨 집안의 이보배 큰 아가씨야. 이 아가씨는 항성 이씨 집안의 방계이긴 하지만 능력이 아주 뛰어나 이번에 특별히 우리 남원에 와서 시장을 개척하시려고 하셔……”“이 분은 항성 곽씨 집안의 곽연지씨……”“이 분은……”설은아는 눈 앞에 있는 미녀들은 단숨에 소개했다. 하현은 이 여자들이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이거나, 아니면 항성 4대 최정상 가문과 얽히고 설켜있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현은 특별히 이보배를 몇 번 쳐다보고는 기본적으로 이 일은 하민석의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보배가 은아를 알게 된 것은 분명 우연일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은 예의를 갖추고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현이라고 합니다.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이보배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특히 하현의 옷차림을 보고 난 후 콧방귀를 뀌며 손을 뻗을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심지어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은아씨,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연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알게 된지는 얼마 안됐지만 다들 진심으로 은아씨에게 사업을 소개해주고 싶어해요.”“근데 이런 못난 데릴남편을 데리고 나오다니요?”“우리를 무시하는 거예요?”다른 여자들도 맞장구를 치며 작은 소리로 말하며 크게 웃었다. 하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는 이런 소위 아가씨들이 자신을 깔 보고 더욱이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는 것을 자연히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내가 여기에 있으니 하현은 무슨 말을 해도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은아는 하현을 향해 미안해하는 미소를 지은 후에야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께서 저에게 사업 소개를 해주실 것을 알고 특별히 성의의 표시로 남편을 데리고 온 거예요.”“부부가 왔으니 이보다
은아를 생각해 하현은 박준생의 취약한 신분을 폭로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 곁에서 인사를 건넸다. “잘 부탁합니다.”“당신이 은아씨의 그 데릴남편이에요? 듣기로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아직 한 침실에서 잠도 못 잤다면서요?”인사를 마친 후 박준생은 싸늘한 시선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남원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이름을 대세요. 제가 커버 해줄게요.”남원에서 커버를 해주겠다니. 중국에서 온 박준생은 마치 여기가 중국 땅인 것처럼 자기가 말하면 다 되는 듯 허풍을 떨고 있었다.이보배, 곽연지 등 사람들은 연신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역시 박 사장님은 위풍당당하시네요.”하현이 말했다. “고맙지만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고 하현은 은아를 한번 쳐다보았다. 만약 오늘 밤 소위 사업이 이 박준생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라면 그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두 부부가 나가서 산책을 하는 것이 더 나았다. 박준생과 어느 정도까지 얘기를 나누든 며칠 후면 상성재벌은 강남에서 물러나야 했기 때문에 이 사업 얘기는 본질적으로 무의미했다. “필요가 없다고? 보아하니 당신이 능력이 좀 있나 보지!”하현의 태도를 보고 박준생은 연신 냉소를 연발했다. 그가 오늘 밤 이렇게 판을 준비한 것은 은아를 위한 것이었는데 은아가 그녀의 데릴남편을 데리고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박준생은 조금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비웃으며 말했다. “듣기로 너희 대하에서 가장 쓸모없는 남자들만 데릴사위가 된다던데, 너 같은 사람은 내가 한 손으로도 여러 명 죽일 수 있어!”“만약 네가 설 회장님의 남편이 아니었다면 내 앞에 나설 자격도 없었을 거야!”“기둥서방이 배운 척을 하다니? 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이때 박준생은 연신 냉소를 했다. 이것은 그의 상투적인 수단이었다. 다른 사람의 남자 친구나 남편을 압박해 남자가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 꺼지게 만드는 수
이때 박준생은 이보배를 힐끗 쳐다보았다. 순간 이보배는 건너가 은아의 손을 잡고 가지 못하게 했다.“은아씨, 다들 농담한 것뿐이에요. 이렇게 화낼 필요가 있어요? 아니면 제가 박 사장님 대신 사과라도 드릴까요?”하현이 이보배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은아가 벌써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남편은 아무리 못사는 거 같아도 남원 관청 고문이에요.”이 말을 듣고 다들 조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아가씨들은 중국에서 온 게 아니라 항성에서 왔기에 대하에서 관청 고문이 어떤 권세를 대표하는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은아가 시무룩한 것을 보자 곽연지는 이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오늘 밤은 그냥 즐기려고 온 거잖아요. 다들 한 잔 하시고 가세요. 내가 여기 스페이드A를 가지고 올게요!”곽연지는 말을 마치고 박준생의 조수 박대동에게 윙크를 했다. 박대동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바 쪽으로 걸어갔다. 이때 박준생은 하현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관청 고문이면 또 어때서? 요즘은 돈이 전부야!”“멀리 갈 것도 없고 오늘 밤 최소한 몇 백만 원은 들 거야!” “네가 힘들게 번 그까짓 월급으로는 1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들 걸. 맞지?”박준생은 이때 도발적인 표정이었다. 어쨌든 오늘 밤 은아는 그와 합작을 논의하러 왔으니 그는 자신이 절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니 은아가 이때 얼굴을 붉힐 걱정은 없었다. 게다가, 이보배, 곽연지 등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이 계약서를 받으려고 하니, 이 사람들은 분명 그의 편일 것이다. 하현은 박준생을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 “이틀 뒤에 다시 만나도 네가 지금처럼 날뛸 수 있길 바래.”하현의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 박준생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쓰레기가 잘난 척 하는 것이라 여겼다. “박 사장님, 자 우리 술 몇 잔 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이보배는 이때 요염한 미소를 지으
“제가 다시 슬며시 말씀 드리는데 이택수 도련님은 우리 상설재벌 대하 대표님 아들이에요. 게다가 그는 문무를 두루 겸비하고 능력도 있어요!”“이번에 그가 남원에 방문했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남원 심지어 강남 시장 전체도 다 우리 상성재벌 손에 들어올 겁니다!”“당신들 제호그룹이 우리 상성재벌과 합작을 하기만 하면 분명 도약할 수 있을 거예요. 결국 그룹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무슨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박준생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특히 이택수 얘기를 꺼낼 때 더욱 자랑스러워했다. 그에 따르면 이택수는 대 중국에서 진정한 자랑거리였고 이런 거물은 대하 전체에서 그와 견줄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박준생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의 조수 박대동이 스페이드A 한 병을 들고 돌아왔다. 게다가 그는 아직 흥이 다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곽연지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느려? 다들 술 마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잖아!”말을 마치고 곽연지는 술에서 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후 ‘탁탁탁’ 소리를 내며 큰 잔을 따랐다. 박준생은 빙그레 웃으며 술잔을 들더니 은아에게로 향하며 말했다.“자, 은아씨, 우리 한 잔 합시다!”“한 잔 하고 나면 우리 양측의 합작은 이뤄 질 겁니다!”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박 사장님, 저는 정말 술이 약해서 마실 만큼 다 마셨어요.”“아니면, 제 남편에게 몇 잔 올리라고 할까요?”은아는 하현이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오늘 밤 그를 데리고 온 것은 그가 대신 술을 마시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 사람? 그 사람이 그럴 자격이 있나?”박준생은 거짓웃음을 지었다. “설은아씨, 나는 당신 체면을 세워 준 셈이에요. 그렇게 큰 계약서에 사인을 하겠다고 했는데 술 몇 잔으로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거예요?”“도대체 사업을 할 생각이 있는 거예요?”“아니면 일부러 내 체면을 구기려는 거예요?”“데릴사위와 술을 마시라고 하다니,
“쓸데없는 소리!”박준생은 술기운이 있는 얼굴로 손을 크게 흔들었다. “이택수가 대단하긴 하지만 그가 강남에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남원에는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내 계산으로는 기껏해야 보름 정도 지나면 반드시 떠날 거야!”“그가 떠난 후에 남원 시장은 나 박준생이 말하는 대로 되지 않겠어?”“이택수가 강남을 떠나고 나면 내가 권력을 잡게 되니 너희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야! 걱정 마!”이때 박준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모두를 향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가 상성재벌 대하 대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원래 그는 이 놈에게 약간의 악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 일종의 바보 연기를 하는 것 같은 기운이 풍겼다. 그는 사실 요즘 누군가 이렇게 허풍을 떨 줄은 몰랐다. 상성재벌이 한밤 사이 자산을 다 싼지도 모르고 이렇게 허풍을 떨다니. 이 박준생은 정말 상성재벌의 작은 인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박 사장님 정말 대단하세요!”이보배와 사람들은 박준생에게 홀딱 빠졌다. “박 사장님, 저희를 꼭 잘 이끌어 주세요! 1년에 몇 백억씩 계약하면 돼요!”말을 하는 동안 이보배와 곽연지는 재빨리 박준생에게 달라 붙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들과 항성 4대 최정상 핵심 가문들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방계일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신의 색을 팔아 외국인의 비위를 맞추겠는가?하지만 남자에게 있어서 아내는 첩보다 못하고, 첩은 도둑보다 못하고, 도둑은 못 훔치느니만 못하다. 비록 이보배와 곽연지 등 사람들은 모두 임금을 따내려는 모습이었지만 박준생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이때 담담한 얼굴의 은아에게로 더욱 쏠렸다. 이보배는 남자들의 그런 심리를 알고 이때 설은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은아씨, 박 사장님이 당신한테 정말 잘해주시네요! 어찌됐든 술을 마셔야겠는데요!”“그렇지 않으면 정말 체면이 서지 않겠어요!
박준생은 설은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임마, 너 나 때문에 기분 나빴지? 기분 나쁘면 당장 꺼져. 이 어르신은 너를 환영하지 않아!”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여기 앉아서 우리 같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을 수 있는 건 네 아내 덕분이야!”“그렇지 않으면 너 정도 수준으로는 평생 나를 알 수도 없고, 내 맞은편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을 거야!” “네가 무슨 자격이 있고,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모르겠어?” “나는 너 같은 사람이 제일 눈에 거슬려. 무슨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 흉내나 내고……”박준생은 이때 소리를 질렀다. 하현에게 뺨을 한 대 때리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은아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손을 댔을 것이다. 하현은 원래 그를 웃음거리로 여겼을 뿐인데 이때 눈빛이 오히려 싸늘해졌다. “박씨, 너 정말 네가 음식재료라도 되는 것 같아?”“너______”박준생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술병 하나가 가장자리에서부터 떨어졌다.하현은 자기도 모르게 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음 순간 테이블 위에 술병이 터졌고 멜론과 과일이 나뒹굴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순간 술은 온 바닥에 쏟아졌고, 반응이 없던 박준생과 사람들은 온몸에 남은 음식들과 술들로 덮였고 하현과 설은아만 유독 괜찮았다. 이보배의 얼굴에는 국수 한 가닥이 걸려 있었고 이때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어느 놈의 짓이야!”“우리 박준생 사장님에게 행패를 부리다니,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이때 박준생도 한기가 도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싸늘한 기운이 극에 달했다. “네가 누구든 간에 1분 시간 줄 테니, 나와!”“그렇지 않고 내가 너를 잡아낼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죽을 줄 알아!”“허허, 패기가 좀 있네. 내 구역에서 횡포를 부리다니……”이때 앞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서 한 무리의 건장한 젊은 남녀들이 건너왔고 그들 곁에는 아름다운 여자 파트
“좋아, 아주 좋아, 내 여자까지 감히 집적거리다니.”긴 머리 청년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사람은 정말 오래간만에 보네.”이 말을 듣고 박준생과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박대동을 쳐다보았다. 이 놈이 여학생을 집적거리러 갔단 말인가?이거 모두를 죽이려는 음모인가?박대동은 이때 온몸을 떨며 힘겹게 앞으로 나가 말했다. “선생님, 그건 오해예요……”“내가 오해를 했구나!”박대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긴 머리 청년은 이미 맥주잔을 집어 들었고 순식간에 그의 머리는 터져버렸다. “아______”술병이 깨지며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박대동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기었고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르고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이보배, 곽연지 등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숨을 헐떡이며 자기도 모르게 박준생과 사람들 뒤로 몸을 숨겼다. 다들 비록 하늘 아래 큰 사람인 듯 했지만 이 장면을 보자 다들 온몸에 힘이 풀렸다. 은아도 조금 겁이 났고 이 순간 자기도 모르게 하현 뒤로 숨어버렸다. 하현은 괜찮다는 듯 그녀를 향해 웃었다. 그 동안 박준생은 물론 이보배와 사람들도 쳐다보기만 할 뿐 감히 올라가 말리지 못했다. 긴 머리 청년이 술병을 대여섯 개 깨부수자 박대동은 곧 죽을 것 같았다. 박준생은 그제서야 창백한 얼굴로 앞으로 나가 말했다. “형제, 박대동이 잘못을 했으면 확실이 벌을 받는 게 마땅해!”“하지만 그가 이미 대가를 치렀으니 이번 일은 이쯤에서 그만 하는 게 어때?”박준생도 타이밍을 잘 맞춘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일이 일어나자 마자 입을 열었다면 이번 일은 분명 평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입을 열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만약 박대동을 도와 나서지 않았다면 그가 오늘 밤 내뱉은 허풍들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퍽______”긴 머리 청년은 군말 없이 바로 앞으로 나가 박준생의 뺨을 후려쳤다. 박준생은 얼굴을 감싼 채 한 발
안씨 집안. 현재 남원에 남아 있는 일류 가문은 심지어 최정상 가문을 강타할 실력까지 있었다. 전에 미국 최가의 눈에 안씨 가문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이보배, 곽연지 같은 대 가문의 방계들에게 안씨 집안은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상대방이 안씨 집안의 안기천이라는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은 더욱 놀라 온몸이 오싹해졌다. 오늘 철판을 걷어찼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안씨 집안은 듣기로 현재 천일그룹의 하 세자와 함께 하고 있어 안씨 집안에 미움을 사는 것은 천일그룹의 미움을 사는 것이었다. 젠장! 오늘 이 목숨은 여기서 버려져야 했다. 이 순간 모두의 안색이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졌다. 설은아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안씨 집안과 천일그룹을 두려워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하현은 안기천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다. 안흥섭이 일찍이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안씨 집안의 남자들 중에는 누구도 후계자를 삼을 수 없기에 안수정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안기천이 이렇게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하현은 왜 안흥섭이 그를 후계자로 삼지 않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때 박준생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안씨 집안 전설의 길바닥 도련님이신가요?”“중국 꼬마들도 내 존재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안기천의 얼굴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너희들은 너무 늦게 알았어. 나와 내 친구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박준생은 이때 온몸이 오싹해져 무릎을 꿇을 뻔했다. 상성재벌이 거만하다고 해서 박준생이 거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임원이라는 신분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뻐길 수 있었는데, 안기천 같은 인물을 만나니 정말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이 순간, 박준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도련님, 대인께서는 마음이 넓으시니 저희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