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소리!”박준생은 술기운이 있는 얼굴로 손을 크게 흔들었다. “이택수가 대단하긴 하지만 그가 강남에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남원에는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내 계산으로는 기껏해야 보름 정도 지나면 반드시 떠날 거야!”“그가 떠난 후에 남원 시장은 나 박준생이 말하는 대로 되지 않겠어?”“이택수가 강남을 떠나고 나면 내가 권력을 잡게 되니 너희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야! 걱정 마!”이때 박준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모두를 향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가 상성재벌 대하 대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원래 그는 이 놈에게 약간의 악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 일종의 바보 연기를 하는 것 같은 기운이 풍겼다. 그는 사실 요즘 누군가 이렇게 허풍을 떨 줄은 몰랐다. 상성재벌이 한밤 사이 자산을 다 싼지도 모르고 이렇게 허풍을 떨다니. 이 박준생은 정말 상성재벌의 작은 인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박 사장님 정말 대단하세요!”이보배와 사람들은 박준생에게 홀딱 빠졌다. “박 사장님, 저희를 꼭 잘 이끌어 주세요! 1년에 몇 백억씩 계약하면 돼요!”말을 하는 동안 이보배와 곽연지는 재빨리 박준생에게 달라 붙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들과 항성 4대 최정상 핵심 가문들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방계일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신의 색을 팔아 외국인의 비위를 맞추겠는가?하지만 남자에게 있어서 아내는 첩보다 못하고, 첩은 도둑보다 못하고, 도둑은 못 훔치느니만 못하다. 비록 이보배와 곽연지 등 사람들은 모두 임금을 따내려는 모습이었지만 박준생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이때 담담한 얼굴의 은아에게로 더욱 쏠렸다. 이보배는 남자들의 그런 심리를 알고 이때 설은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은아씨, 박 사장님이 당신한테 정말 잘해주시네요! 어찌됐든 술을 마셔야겠는데요!”“그렇지 않으면 정말 체면이 서지 않겠어요!
박준생은 설은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임마, 너 나 때문에 기분 나빴지? 기분 나쁘면 당장 꺼져. 이 어르신은 너를 환영하지 않아!”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여기 앉아서 우리 같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을 수 있는 건 네 아내 덕분이야!”“그렇지 않으면 너 정도 수준으로는 평생 나를 알 수도 없고, 내 맞은편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을 거야!” “네가 무슨 자격이 있고,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모르겠어?” “나는 너 같은 사람이 제일 눈에 거슬려. 무슨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 흉내나 내고……”박준생은 이때 소리를 질렀다. 하현에게 뺨을 한 대 때리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은아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손을 댔을 것이다. 하현은 원래 그를 웃음거리로 여겼을 뿐인데 이때 눈빛이 오히려 싸늘해졌다. “박씨, 너 정말 네가 음식재료라도 되는 것 같아?”“너______”박준생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술병 하나가 가장자리에서부터 떨어졌다.하현은 자기도 모르게 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음 순간 테이블 위에 술병이 터졌고 멜론과 과일이 나뒹굴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순간 술은 온 바닥에 쏟아졌고, 반응이 없던 박준생과 사람들은 온몸에 남은 음식들과 술들로 덮였고 하현과 설은아만 유독 괜찮았다. 이보배의 얼굴에는 국수 한 가닥이 걸려 있었고 이때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어느 놈의 짓이야!”“우리 박준생 사장님에게 행패를 부리다니,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이때 박준생도 한기가 도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싸늘한 기운이 극에 달했다. “네가 누구든 간에 1분 시간 줄 테니, 나와!”“그렇지 않고 내가 너를 잡아낼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죽을 줄 알아!”“허허, 패기가 좀 있네. 내 구역에서 횡포를 부리다니……”이때 앞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서 한 무리의 건장한 젊은 남녀들이 건너왔고 그들 곁에는 아름다운 여자 파트
“좋아, 아주 좋아, 내 여자까지 감히 집적거리다니.”긴 머리 청년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사람은 정말 오래간만에 보네.”이 말을 듣고 박준생과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박대동을 쳐다보았다. 이 놈이 여학생을 집적거리러 갔단 말인가?이거 모두를 죽이려는 음모인가?박대동은 이때 온몸을 떨며 힘겹게 앞으로 나가 말했다. “선생님, 그건 오해예요……”“내가 오해를 했구나!”박대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긴 머리 청년은 이미 맥주잔을 집어 들었고 순식간에 그의 머리는 터져버렸다. “아______”술병이 깨지며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박대동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기었고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르고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이보배, 곽연지 등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숨을 헐떡이며 자기도 모르게 박준생과 사람들 뒤로 몸을 숨겼다. 다들 비록 하늘 아래 큰 사람인 듯 했지만 이 장면을 보자 다들 온몸에 힘이 풀렸다. 은아도 조금 겁이 났고 이 순간 자기도 모르게 하현 뒤로 숨어버렸다. 하현은 괜찮다는 듯 그녀를 향해 웃었다. 그 동안 박준생은 물론 이보배와 사람들도 쳐다보기만 할 뿐 감히 올라가 말리지 못했다. 긴 머리 청년이 술병을 대여섯 개 깨부수자 박대동은 곧 죽을 것 같았다. 박준생은 그제서야 창백한 얼굴로 앞으로 나가 말했다. “형제, 박대동이 잘못을 했으면 확실이 벌을 받는 게 마땅해!”“하지만 그가 이미 대가를 치렀으니 이번 일은 이쯤에서 그만 하는 게 어때?”박준생도 타이밍을 잘 맞춘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일이 일어나자 마자 입을 열었다면 이번 일은 분명 평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입을 열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만약 박대동을 도와 나서지 않았다면 그가 오늘 밤 내뱉은 허풍들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퍽______”긴 머리 청년은 군말 없이 바로 앞으로 나가 박준생의 뺨을 후려쳤다. 박준생은 얼굴을 감싼 채 한 발
안씨 집안. 현재 남원에 남아 있는 일류 가문은 심지어 최정상 가문을 강타할 실력까지 있었다. 전에 미국 최가의 눈에 안씨 가문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이보배, 곽연지 같은 대 가문의 방계들에게 안씨 집안은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상대방이 안씨 집안의 안기천이라는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은 더욱 놀라 온몸이 오싹해졌다. 오늘 철판을 걷어찼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안씨 집안은 듣기로 현재 천일그룹의 하 세자와 함께 하고 있어 안씨 집안에 미움을 사는 것은 천일그룹의 미움을 사는 것이었다. 젠장! 오늘 이 목숨은 여기서 버려져야 했다. 이 순간 모두의 안색이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졌다. 설은아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안씨 집안과 천일그룹을 두려워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하현은 안기천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다. 안흥섭이 일찍이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안씨 집안의 남자들 중에는 누구도 후계자를 삼을 수 없기에 안수정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안기천이 이렇게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하현은 왜 안흥섭이 그를 후계자로 삼지 않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때 박준생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안씨 집안 전설의 길바닥 도련님이신가요?”“중국 꼬마들도 내 존재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안기천의 얼굴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너희들은 너무 늦게 알았어. 나와 내 친구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박준생은 이때 온몸이 오싹해져 무릎을 꿇을 뻔했다. 상성재벌이 거만하다고 해서 박준생이 거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임원이라는 신분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뻐길 수 있었는데, 안기천 같은 인물을 만나니 정말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이 순간, 박준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도련님, 대인께서는 마음이 넓으시니 저희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실까요?”
박준생은 매우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알지 못했다. 안기천은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더니 이보배와 몇 사람을 쳐다보았다. 이 몇몇 여자들은 비록 조금 세속적인 냄새가 풍겼지만 생긴 건 그런대로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안기천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 오늘 어르신이 기분이 좋으니 너희들에게 기회를 줄게. 남자들은 꺼지고 여자만 남아서 어르신을 모셔!”이보배와 곽연지는 모두 크게 놀란 얼굴이었다. 이런 길바닥 도련님을 섬기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고 잘못하면 매서운 손으로 꽃이 망가지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녀들은 항상 자신의 색깔을 소중히 여겨왔기에 보통 사람들은 그녀들과 잘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 그 안기천 뒤에 있는 건달들은 혀를 핥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들에게……이 생각에 미치자 이보배와 사람들은 몸서리를 쳤다. “너희들 너무 심하게 굴지마. 우리 상성재벌도 그렇게 괴롭히지는 않았어!”이때 박준생과 그 밖의 또 다른 수행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입을 열었다. “퍽______”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기천은 술병 하나를 내리쳤고 수행원은 바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중국 사람들은 항상 허풍을 떠는 것이 심했다. 진짜 강자를 만나면 바로 겁을 먹었다. 박준생은 바닥에 누워있는 두 명의 수행원을 보며 온몸을 떨었다. “좋아. 용모도 좋고, 기개도 좀 있고, 내 형제들을 모실 자격이 있네.” 안기천은 박준생을 보기가 귀찮다는 듯 손을 뻗어 이보배의 얼굴을 몇 번 꼬집었다. “너______”이보배는 당황해 하며 뒤로 물러섰고 공포에 질린 채 기대하는 얼굴로 박준생을 쳐다보았다. 이때 그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방금 까지 허풍을 떨던 중국 엘리트들은 지금 안색이 비할 데 없이 안 좋아졌고 감히 손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개만 살짝 젖히고는 못 본 척을 하고
안기천이라는 세 글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한다. 전에 허풍을 떨던 박준생 조차도 지금 겁에 질려 찌그러져있었는데 하현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뺨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은 충동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가 자기 여자도 지키지 못한 다면 두 알을 남겨 놨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네가 나를 때려?”안기천은 잠시 몸을 움찔하더니 곧 이어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고는 반응을 하지 못했다.박준생과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생각했다. 이보배와 곽연지 등 사람들은 더욱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좀더 자세히 봐도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데릴사위가 지금 지나치게 자신을 과시했고, 이전의 데릴사위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언제 데릴사위도 이런 기개를 가지게 된 거지?“너 대체 누구야!?”안기천은 피를 한 모금 내뿜고는 그를 향해 돌진하는 건달들에게 손짓하며 제지했고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았다. “감히 내 구역에서 나를 건드린 건 네가 처음이야.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말을 해줘야 내가 네 묘비에 잘 기념해줄 수 있지!”분명 안기천이 포악스럽게 날뛰긴 했지만 어쨌든 대 가문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감히 그의 뺨을 때릴 수 있는 사람은 미친 놈이거나 아니면 배경이 아주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현은 아무리 봐도 바보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한 번 더 물은 것이다. “안 도련님, 그는 하현, 데릴사위입니다!”“이 사람은 그의 아내이고, 그는 아내가 기르고 있는 기둥서방입니다!”박준생은 이때 앞으로 나와 하현의 비밀을 폭로했다. 오늘 그의 체면이 많이 구겨져 자연히 하현도 같이 재수없기를 바랐다. 그는 데릴사위가 나서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씨, 너 안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너 남원 안씨 집안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안씨 가문은 현재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야. 게
안기천은 뺨을 맞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충격을 받은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조금 얼떨떨했다. 하현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바보같이 행동할 수 있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박준생과 이보배 등 사람들은 더욱 창백해진 얼굴로 끊임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유독 설은아만 창백한 얼굴로 하현 옆에 서 있었다. 뺨을 두 번 때렸으니 이미 쌍방이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졌다. 안기천이 길바닥 도련님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체면이 구겨지면 완전히 화가 폭발할 것이다. 하현은 망했다. 죽었다!안기천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반응을 보였다. 이때 자기의 얼굴을 만지고는 격노하며 말했다. “이 자식이, 네가 또 나를 때려?”“너를 때리는 게 뭐 어때서?”“아니면 한 대 더 때려줄까?”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또 다시 손등으로 안기천의 뺨을 내리쳤다. “퍽______”쟁쟁한 소리가 나더니 안기천은 코피를 흘렸다. 이번에 때린 뺨은 박준생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이때 그는 ‘탁’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안 도련님, 우리와 이 놈은 아무 관계도 없어요. 오늘 처음 본 사이에요!”“그는 설은아가 데리고 온 거예요. 우리와는 한 푼어치도 관계가 없어요!”“도련님이 때려 죽여도 우리와는 관계 없어요!”이보배도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맞아요. 우리와 그 사람은 친하지 않아요. 우리도 그를 정말 죽이고 싶어요!”“이런 사람과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겠어요? 안 도련님, 체면 차릴 필요 없이 그냥 죽여 버리세요!”바닥에 누운 박대동조차 어디서 힘이 났는지 하현을 피하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한쪽에서 기어 나왔다. 반쯤 죽도록 맞은 사람은 하현이 뺨 세대를 때리면 이미 자신은 죽을 지경에 이르도록 맞았다는 걸 알았다. 안기천이 만약 그의 목숨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는 부잣집 도련님이라 불릴 자격
하현은 담담하게 안기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정말 나랑 싸울 거야?”하현의 이 말을 듣고 안기천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곧 한바탕 웃었다. 오늘 왜 이러는 거야?데릴사위가 많은 권세자들 앞에서 자기에게 뺨을 세 대를 때리고 여전히 자기에게 정말 그와 싸울 거냐고 묻다니?이때 안기천은 자기 뺨을 때린 사람이 무슨 부잣집 청년이나 가문의 세자로 착각을 했다. 데릴사위에 걸맞지 않았다. 오늘 자기가 이 데릴사위를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길바닥에서 지낼 필요가 없을까 두려웠다. “이이이______”이때 안기천 앞에서 날뛰고 있는 하현을 보며 박준생, 이보배와 곽연지 등 사람들은 마음속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최근 남원의 정세가 이렇게 어수선한데 안씨 집안은 천신만고 끝에 유일한 일류 가문을 유지하고 있어. 안흥섭이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근데 결국 너 같은 안씨 부잣집 도련님이 집에 가서 돕지는 못할 망정 밖에서 제멋대로 날뛰다니. 철판을 발로 차서 너희 안씨 집안 전체를 구덩이에 빠지게 만들까 두렵지 않아?”하현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 여태 이렇게 뻐기다니?하현의 말을 들은 박준생과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이 데릴사위는 다른 재주는 없는데 뻐기는 재주는 정말 최상급이다. 모르는 사람이 그의 태도를 봤으면 남원의 1인자, 아니 아니 아니, 분명 강남 1인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리해!”안기천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가 귀찮아 직접 입을 열었다. 잠시 후 술집의 손님들은 다 자리를 떠났고 그 종업원들도 눈치를 보고 자리를 떴다. 박준생과 이보배 등 사람들도 사람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이 장면은 사람들로 하여금 머리카락이 곤두서게 했다. 다음 일어날 일은 분명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날 때 탄식하는 얼굴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이 녀석은 내일 강에서 건져내야 할 것 같다. 안씨 부잣집 도련님이 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