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의 얼굴에는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 같이 약한 여자가 어떻게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가 감히 거절했다가는 친한 친구 한 명이 죽을 것이다. 이때 슬기는 입술을 깨물고 비할 데 없이 굴욕적인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기꺼이……”“아하하하……”최재천은 하늘을 쳐다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이 여자들은 분명 마음이 달갑지 않을 것이고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인가? 옆에 있던 임해와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잔인한 장난기의 빛이 스쳤다. 그들이 보기에 이것은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게임이었다. 미국 텍사스에서 미국 최가의 마음에 든 여자는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너희 둘 다 기꺼이 원한다니 그럼 벗어……”“다들 기다리고 있잖아!”최재천은 입 꼬리가 찢어질 듯 악의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비할 데 없이 굴욕적인 눈물이 슬기와 안수정 두 사람의 얼굴에 흘러내렸다. 이들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이들이 옷을 벗으려는 순간. “퍽______”안씨네 장원 대문이 누군가의 발에 차여 열렸다. 거센 바람이 덮쳐왔고 인기척이 커서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최재천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고 대신 차가운 기운이 떠올랐다. 곧 입구에서 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당인준과 우윤식이 각각 양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서 하현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하현!?”슬기와 안수정은 모두 멍하니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하현이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최 도련님, 이 자가 바로 다루기 힘든 하현입니다!”“그의 옆에 있는 사람은 분명 천일 그룹의 부회장 우윤식 일겁니다!”“또 다른 한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정옥수는 이때 굳은 얼굴로 재빨리 입을 열었고 자기도 모르게 몇
공애와 사람들이 이때 앞으로 나오더니 하현과 두 사람을 살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하현은 우윤식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윤식아, 가서 솜씨 좀 보여줄래?”우윤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의 세발 고양이 솜씨는 회장님 앞에서 보여드리기에 부끄럽습니다.” 하현은 웃었고 당인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당인준은 칼자루를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오더니 그의 카리스마로 공애와 두 사람을 굳게 만들었다. “세 분 같이 나오시죠.”당인준의 말은 공손했지만 오히려 최재천보다 더 날뛰는 기운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3대 병왕을 상대로 이렇게 오만 방자하게 굴다니? 죽으려고 그러는 건가?“너 죽고 싶구나!”바국은 태국 무에타이를 수련해 항상 성질이 거칠고 급했다. 이때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화가 나 손발이 동시에 튀어나왔고, 동시에 그의 팔꿈치, 무릎 등에서도 엄청난 살상력이 깃들어 있었다. 소위 무에타이 8비(팔다리가 8개 달린 괴물)는 이런 경지를 말하는데 온몸에 공세가 아닌 것이 없고, 병기 아닌 것이없었다. 만약 평범한 군사라면 아마 이런 수법을 막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짝______”공기 중에서 충격파 폭음이 끊임없이 전해졌고 바국의 속도는 극에 달했다. 분명 그는 당인준을 한 주먹에 압사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주먹 맞은 편에서 당인준은 칼자루를 누르고 있던 오른손을 갑자기 움직였다. 긴 칼이 칼집에서 나왔다가 다시 칼집으로 돌아오니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끝나 버렸다. 비록 섬나라 도술은 아니었지만 섬나라 도술 뺨치는 도술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칼이었지만 그 안에는 강직한 태양의 힘이 담겨 있었다. “푸흡______”곧 이어 바국의 오른쪽 주먹은 보이지 않는 실에 잘려나간 듯했다. “풉______”그는 미친 듯이 피를 뿜어댔고, 몸뚱이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마지막으로 땅에 착지했을 때 무릎을 꿇었는데 미간에 붉은 줄
당인준은 평온한 기색으로 하현 곁으로 돌아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놈들도 괜찮네요. 우리 당도대 군사들 수준이에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우윤식에게 훈련을 하라고 말했는데, 네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썼구나.”우윤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랫동안 손을 쓰지 않았다. 꼭 졌으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인준 만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 사람은 마치 방금 살해당한 사람들이 최가 넷째 영감의 휘하에 있던 3대 병왕들이 아니라 길가의 고양이나 개였던 듯 웃고 떠들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장내는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결말은 모든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3대 병왕들은 모두 유라시아 전투에서 활보하며 살아남은 인물들이었다. 소위 텍사스 챔피언들도 이런 병왕들을 보면 길을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듣기로 이 3대 병왕들은 어느 누구라도 천군만마와 같아서 심지어 한 사람이 만 명을 상대한 전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한 사람에게 가뿐하게 살해당한 것인가?정옥수는 이때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는 이미 하현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이런 고수들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런 솜씨로 볼 때 병부와 거의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현은 남원 관청 고문이니 곁에 병부 사람들이 호위하는 것도 그럴 만 하다. 임해도 굳은 얼굴이었다. 그는 3대 병왕의 전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3대 병왕은 이때 반격할 힘도 없었다. 그가 올라갔다면 아마 1분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제멋대로 날뛰던 최재천은 이때 온몸을 떨고 있었다. 방금 까지는 심하게 날뛰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아니! 이럴 수가!”“넷째 영감님의 휘하에 있는 4대 병왕들은 최강인데! 어떻게 이렇게 질 수가 있지!?”최재천은 안색이 흉악해졌다. 멘탈이 붕괴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마
그는 안수정을 안흥섭의 곁으로 돌려 보았다. 이 감정계의 원로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흥분했다. 하현이 당부하며 말했다. “안씨 집안 사람들은 당분간 5성급 호텔에서 머무세요.”“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하현은 이번에 가장 큰 골칫거리가 최가 넷째 영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최가 넷째 영감이 아직 죽지 않았으니 이 모든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하현의 이 말을 듣고 안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 벌벌 떨었다. 군중 속에서 하현을 바라보는 안수정의 눈빛은 이전과 같지 않았다. 이 남자는 훌륭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목숨도 구했다. 만약 이 남자가 결정적인 순간에 오지 않았다면 안수정 자신은 어떻게 됐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성격이 차가워 이때 고맙다는 말 말고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 지 알 수 없었다. 침묵 속에 천마디 말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슬기로 말할 것 같으면 가는 길에 이미 냉정을 되찾았다. 이때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하 회장님, 이번에 상대는 회장님을 겨냥해 온 겁니다.”“저와 안수정 아가씨는 회장님을 상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에요.”“다음 번엔 형수님을 겨냥할 확률이 높습니다.”하현은 잠시 침묵한 뒤 천천히 말했다. “걱정 마. 그들은 다시 손 쓸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야.” 슬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의 분위기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슬기가 사는 곳에 도착하자 줄곧 말이 없던 슬기가 갑자기 조용히 말했다. “하 회장님, 또 저를 구해주셨네요. 제가 몸을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하현은 이상한 표정으로 슬기를 쳐다본 뒤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튕겼다. ……남원 최가 조상님 댁. 최가 넷째 영감은 마침 차를 끓이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의 수련의 일부분이었다. 도를 닦는 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자연스럽게 자기 뜻대로 하면서 하는 것이지, 마냥 부들 방석위에 앉아
“넷째 영감님, 각오하셔야 해요!”한쪽 편에 서 있던 사람은 대구 정가의 정무성이었다. 이때 그의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는 끊임없이 떨렸고 얼굴빛은 극도로 안 좋았다. 최가 넷째 영감님과 정무성은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었고, 두 분의 동의로 미국 최가와 대구 정가의 협력하게 된 것이다. 그는 눈 앞에 있는 관을 바라보며 원래 평온했던 얼굴이 이따금씩 일그러졌지만 좀처럼 관 뚜껑을 열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뒤에 있던 방고가 손을 흔들며 관 뚜껑을 모두 열어 젖혔다. 임해, 최재천, 정옥수, 바국, 공애, 검우……이 여섯 명이 모두 말끔하게, 확실히 죽었다. “쿵!”자기 수양아들과 부하의 시체들을 보았을 때 최가 넷째 영감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이미 십여 년 동안 갇혀 지냈고, 임해와 이 병왕들은 줄곧 그의 곁에 함께 있어 그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들을 자기 아들처럼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들이 다 시체가 됐다니!?이 순간 최가 넷째 영감의 온화함은 사라지고 대신 미친듯한 살기가 번져 나왔다. 하지만 방고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눈을 살짝 가늘게 떴고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러고 있는 그를 보니 더욱 위험해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머리카락이 곤두서게 했다. 이 순간 주변의 온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고가 났다! 다들 무서웠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남원은 더 이상 평화롭지 않을 것이다. 최가 넷째 영감은 분명 직접 나설 것이다. 최가 할머니는 이때 몸을 바들바들 떨며 나와 말했다. “넷째 영감님,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감님이 주인이시잖아요!”“만약 영감님이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으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모두 죽을 거예요!”최가 사람들은 정말 무서웠다. 이때 그들도 하현이 하 고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회된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끝없는 후회만 있을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을 듣고 모두들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국 최가의 교포들은 수년 째 대구, 연경, 금정 등지를 포함해 대하의 각지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남원 최가는 그들 중의 방계 가문일 뿐이었다. 지금 최가 넷째 영감은 화가 나 대하에 있는 모든 최가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힘과 비장의 카드를 꺼내도록 했다! 이런 실력이면 얼마나 공포스럽겠는가? 단 하루 만에 대하에 있는 모든 최가 사람들이 모였다! 흑과 백, 병부 관청, 비즈니스 계의 회색지대……미국 최가의 방계는 분명 각계각층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이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천일그룹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하 고문이 아무리 우격다짐을 한다 해도. 설마 그들이 이 거센 대세를 막아 설 수 있겠는가? 모두 이 일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투자 유치회 당일에는 컨벤션 센터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모두 장례식장에 모여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화풀이가 아니라 얼굴을 때리는 것이다. 동시에 모두에게 미국 최가의 실력을 뽐내는 것이다. ……남원의 울타리가 크지 않아 이 소식은 순식간에 남원을 거쳐 강남 전역에까지 퍼졌다. 불과 한 시간 안에 이뤄진 일이다. 상류층이나 길바닥 사람들을 막론하고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 최가가 얼마나 도도한지!이제 철저하게 손을 쓰는 구나! 그리고 미국 최가는 소위 대하에 있는 오른손과 비장의 카드를 거머쥐고 있는 대로 다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넷째 영감이 화가 났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넷째 영감이 화가 났을 때 시체로 들판을 뒤덮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데 지금 남원에서 넷째 영감이 화가 났다니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곧 대하 각지에서 최가 식구들이 남원을 향해 위풍당당하고 신속하게 집결했다. 미국 최가는 대하에 오랫동안 있었고 전에 최준과
이 말을 듣고 당인준은 살짝 놀랐다. 보아하니 대장이 이번에 나라를 위해 해충을 없애려고 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미국 최가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하에 미국 최가가 심어 놓은 악질분자들을 모두 뽑아내려는 것이다. 대장은 비록 병부에는 없지만 언제나 나라의 대의를 위해 행동한다. 지금 당인준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쩐지 대하의 사령관이 계속 하현을 9대 병부의 대 장로로 초청하더라니. 하현은 또 변백범을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대하 각지에서 길바닥 사람들이 많이 왔으니 네가 길바닥 왕으로서 가서 잘 접대하고, 이 사람들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내.”“내가 원하던 사람들이 기왕 왔으니 가라고 할 필요 없지.”변백범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네!”우윤식은 옆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 회장님, 최가 넷째 영감이 투자 유치회 당일을 장례식으로 만들려고 하는 동시에 남원의 모든 세력과 대 가문들을 전체 초청했습니다!”“또 다른 움직임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그리고 회장님이 오랫동안 투자 유치회를 준비하셨는데 이 넷째 영감 때문에 하루 아침에 망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상관 없어. 상황이 나빠져도 그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최가 조상님 댁. 넷째 영감과 방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앞에 높인 바둑판에는 흑백의 바둑알이 뒤섞여 있어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웠다. 넷째 영감은 하루 아침에 백발 노인이 된 것 같아 보였다. 전에 비해 얼마나 늙어 보이는 지 모른다. 방고는 무심한 모습으로 바둑판을 쳐다보며 마치 심취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넷째 영감인, 대하 경내에 있는 최가 방계들은 이미 거의 다 집결했습니다!”“13명의 관청에 재직중인 방계들은 아미 남원 관청에 가서 양정국과 얘기를 나눴어요! 그들은 이 일에 남원 관청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요!”“거기
이 말을 듣고 여민철은 더욱 심하게 떨었다. 이 두 사람은 가볍고 여유로운 얼굴로 조금도 분노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그는 주변 온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 천일그룹. 안흥섭은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갔다. “하 회장님, 큰일 났어요!”“넷째 영감이 이미 폭발했어요! 이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알고 계시죠!”“회장님은 실력이 대단하시고 빽도 당할 자가 없죠!”“근데 최가 넷째 영감은 어쨌든 미국인이고 우리 대하의 국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만에 하나라도 그가 화가 나 무고한 국민들을 직접 공격하면 어쩌죠?”안흥섭은 지금 넷째 영감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하현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고 마침 한 가지 아직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안흥섭 대가, 기왕 오셨으니 수고스럽겠지만 일 좀 도와주세요.”“당신은 골동품을 하는 사람이니 당신 가게에서 오래된 관이 있는 지 보고 제일 좋은 거 하나만 찾아주세요. 그때 장례식장에 보내려고요.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최가 넷째 영감이 나오는 그 순간에 보낼 겁니다.”안흥섭은 이 말을 듣고 머릿속이 ‘윙’ 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미쳤어요? 넷째 영감한테 관을 주려고요? 그 사람은 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에요. 그를 화나게 하는 건 미국 병부 전체를 화나게 하는 셈이 되는 거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국 병부의 오성급 장군이라도 내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어요. 장군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내가 이렇게 말을 한 이상 당신은 가서 준비하기만 하면 돼요.”하현이 이렇게 말하자 안흥섭은 얼굴에 식은땀을 닦으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그는 어쨌든 일류 가문의 가주라 기본적으로 침착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 최가의 스타일이 이렇게 제멋대
노부인의 말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빛으로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양 씨 가문 어른들도 냉랭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들은 노부인의 위세 아래 양유훤과 찌질한 남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만약 양유훤과 하현이 아무 성과 없이 이대로 끝난다면 양유훤은 순순히 여수혁에게 시집가게 될 테니 그들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납품권을 해결하든지, 아니면 시집을 가든지 하라구요?”하현의 얼굴에 빈정거림이 더해졌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양 씨 가문 사람들에게 떨어졌다.잠시 후 하현은 드디어 양 씨 가문 사람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오늘 아침에 양호남이 와서 양유훤을 난처하게 한 것은 스스로가 결정한 일이 아니라 노부인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저에게 3일간의 시간을 주세요. 그동안 제가 방법을 찾아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쨌든 그녀는 이대로 여수혁에게 시집을 갈 수는 없었다.“3일의 시간을 달라고?”양호남은 양유훤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우리 집안이 당면한 일이 매우 촉박하다는 건 알고 있지?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사흘 후면 무슨 사단이 나도 날 거야. 대응하기 늦어!”“당신이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치하고 말이야.”“할머니, 양유훤이 그렇게 능력이 있다면 지금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아니면 지금 깨끗하게 시집가는 걸로 결론지으면 되구요. 늦으면 일만 더 커져요!”이쯤 되자 양호남은 매서운 눈빛으로 양유훤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양호남!”양유훤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항성과 도성에서 자신에게 감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벌써 상어 밥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여기는 양 씨 가문이었다.“음, 그래. 호남이 말이 맞아. 우리가 구매한 상품들은 애초에 원가를 절약하기 위해 미리 구
”규율이요?”“양 씨 가문의 규율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설마 왕법 위에 군림할 수 있겠습니까?”하현은 노부인 앞에서 전혀 체면을 봐주는 것 없이 사실을 까발렸다.“더 이상 쓸데없는 말 다 필요없고 제가 말씀드릴 것은 이것뿐입니다.”“제가 여수혁의 얼굴을 때렸고 여수혁의 손도 부러뜨렸습니다.”“그러니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양호남은 이것을 빌미삼아 양유훤을 협박해 여수혁에게 시집보내려는 수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유훤을 집안에서 내쫓은 다음 양 씨 가문을 차지하고 싶은 그의 욕망 때문이죠!”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양호남을 흘겨보며 말했다.“양호남, 당신이 오늘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으로 할퀴려고 한 게 이런 목적 아니었어?”“무, 무슨 목적? 목적은 무슨!”“우리 할머니가 당신 같은 얼뜨기가 한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해?”“난 오로지 우리 집안의 이익을 위해 일했을 뿐이야!”양호남은 정의로 똘똘 뭉친 남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칫 까발려진 자신의 욕망을 숨기려 애썼다.“이 모든 게 다 우리 집안을 위해서라고! 어떤 이기적인 욕심도 없었어!”“내가 조금이라도 그런 이기적인 욕심을 품었다면 천벌을 받을 거야!”그러나 이 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에 앞장서서 양유훤을 옥죈 것은 바로 두 가지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는 항성과 도성에서 돌아온 양유훤이 그에게 엄청난 위협감을 준 나머지 부상에서 회복된 양제명이 양유훤을 강하게 지지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두 번째 양유훤을 여수혁에게 시집보내는 데 성공하면 페낭 무맹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분과 이치에 어긋나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큰집의 자산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이렇게 되면 양 씨 가문은 훗날 양호남의 손에 넘어갈 것임이 분명하다!그는 페낭을 넘어 남양에서 가장 유력한 거물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양호남의 말 한마디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이번 일이 우리 가문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와 오빠는 초조함을 금할 수 없었어요.”“그래서 아침 일찍 양유훤을 찾아가 페낭 무맹에 얼른 사과나 해명이라도 하라고 했어요...”“우리 사업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행동이 있을 수밖에 없었구요. 하지만 우린 양유훤에게 따끔하게 교훈을 주고 싶었어요!”“정말 우리는 진심으로 우리 가문을 위해서 한 일이에요!”“그 결과 지금 어떻게 되었죠? 양유훤은 남자를 앞세우고 힘으로 밀어붙여 우릴 때렸어요!”“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문 어른들도 함부로 때렸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완전히 우리 가문 체면을 무시한 거죠!”이에 콧등과 얼굴이 푸르덩덩하게 부은 나이 지긋한 두 남자가 얼른 나와 고개를 끄덕이며 하현이 함부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일러바쳤다.양유훤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할머니, 그게 아니에요...”“망측한 것!”노부인은 양유훤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양유훤의 허벅지를 세게 후려쳤다.“양유훤, 지난 세월 동안 넌 가족과 가문의 이익을 위해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예전에는 황실에 시집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집을 뛰쳐나가 우리 가문에 막대한 해를 끼치더니!”“이제는 얼뜨기 외지인 남자를 감싸려고 페낭 무맹한테 미움을 사?”“심지어 저 남자한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을 때리라고 했어?”“양유훤, 아주 간이 부었구나!”자신의 할머니가 내려치는 것이라 양유훤은 감히 피하지도 못하고 오롯이 지팡이를 맞으며 몸을 비틀거렸다.하현은 이를 보고 싸늘해진 눈빛으로 양유훤을 붙잡았고 노부인의 지팡이를 잡고 뿌리쳤다.“노부인, 어떻게 한쪽 말만 믿고 이러십니까?”“제가 양호남을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들이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양유훤을 끌고 가 여수혁과 억지로 결혼을 시키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돼지우리에 가두려고 했어요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