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 여민철은 더욱 심하게 떨었다. 이 두 사람은 가볍고 여유로운 얼굴로 조금도 분노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그는 주변 온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 천일그룹. 안흥섭은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갔다. “하 회장님, 큰일 났어요!”“넷째 영감이 이미 폭발했어요! 이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알고 계시죠!”“회장님은 실력이 대단하시고 빽도 당할 자가 없죠!”“근데 최가 넷째 영감은 어쨌든 미국인이고 우리 대하의 국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만에 하나라도 그가 화가 나 무고한 국민들을 직접 공격하면 어쩌죠?”안흥섭은 지금 넷째 영감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하현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고 마침 한 가지 아직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안흥섭 대가, 기왕 오셨으니 수고스럽겠지만 일 좀 도와주세요.”“당신은 골동품을 하는 사람이니 당신 가게에서 오래된 관이 있는 지 보고 제일 좋은 거 하나만 찾아주세요. 그때 장례식장에 보내려고요.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최가 넷째 영감이 나오는 그 순간에 보낼 겁니다.”안흥섭은 이 말을 듣고 머릿속이 ‘윙’ 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미쳤어요? 넷째 영감한테 관을 주려고요? 그 사람은 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에요. 그를 화나게 하는 건 미국 병부 전체를 화나게 하는 셈이 되는 거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국 병부의 오성급 장군이라도 내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어요. 장군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내가 이렇게 말을 한 이상 당신은 가서 준비하기만 하면 돼요.”하현이 이렇게 말하자 안흥섭은 얼굴에 식은땀을 닦으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그는 어쨌든 일류 가문의 가주라 기본적으로 침착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 최가의 스타일이 이렇게 제멋대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제가 전화를 드린 건 장로님을 사령관의 대변인으로 부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 미국이 대하 내부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을 제거하려고 해서 병부의 협조를 구하려고 한 거예요.”“미국 스파이!?”병부 대장로의 목소리는 분명 진지했다.“그 해 전쟁 이후 미국 등 5대 강국은 겉으로는 잠잠해졌지만 속으로는 잔꾀가 적지 않았다.”“만약 미국 스파이의 일부를 뽑아낸다면 정말 나라와 국민들에게 유익할 거야. 병부 쪽에서 어떻게 협조하면 될까?”하현이 말했다. “병부 쪽에서 너무 크게 움직이면 미국 쪽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있어요.”“그러니 병부에서는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더라도 겉으로는 여유 있어 보이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 당분간은 남원에 누가 들어오든지 9대 병부 사람이라도 막지 않는 거죠!”병부 대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는 듯 하더니 한참 뒤에야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리고 용위 대대의 도움이 필요해요. 많지 않아도 되고 소규모 한 분대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현이 계속 말했다. 병부 대장로는 주저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럼 비밀유지를 위해 내 곁에 있는 소분대를 보내면 되겠네.”“네!”하현은 평온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당도대 대장이 친히 만든 당도대는 대하 최고 군단의 지휘에 올랐고, 전에 유라시아 전투에서 대장과 함께 사방으로 출정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도대 외에 하현이 직접 수많은 정예 부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를 들면 용위 대대가 그렇다! 이름처럼 용위 대대의 천직은 대하 사령관과 9대 장로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 이 용위들의 대다수는 하현이 직접 훈련시킨 사람들이었다. 아무렇게나 만든 소분대여도 천군만마를 당해낼 수 있었다. 대하 병부 대장로에게 용위를 빌린 것은 하현이 넷째 영감을 아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 하현은 또 원경천에
해룡 군단의 모든 군사들이 함께 모이니 피가 들끓고, 사기가 충천해지기 시작했다. 강남 병부의 적지 않은 큰 인물들은 침착했다. 그들은 원경천이 이번에 그의 수하에 있던 친병부 해룡 군단을 이끌고 부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해룡 군단이 이 정도까지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 그들의 태도를 보니 설마 강남 전선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강남 관청. 1인자 이준태는 사무실에 앉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표정은 약간 굳어져 있었다. 강남 관청의 고위층들이 총출동해 이때 하나같이 안색이 좋지 않았다. “원경천 총 지휘관이 갑자기 그의 친병인 해룡 군단을 끌어내다니 무슨 큰 일이 일어났나?”“그러게. 우리 강남은 이미 평정한지가 오래 됐는데, 설마 변방에 일이 생긴 건가?”“이공, 어르신께서는 반드시 이 일에 대해 확실하게 물어보셔야 해요!”이 강남 관청의 고위층들은 모두 뜨거운 냄비 위의 개미들과도 같았다. 강남 병부 1인자가 취임한 지 며칠 안 돼 왜 이렇게 크게 움직이는 것인지 꼭 알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나면 돈으로 준비를 할 수도 있었다.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정말 무섭다. 이준태는 인상을 쓰더니 잠시 후 말했다. “아침에 병부 대장로가 직접 나한테 전화를 하셨는데……”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의 목소리는 뚝 그쳤고 다들 이준태를 보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병부 대장로가 직접 전화를 했다고?그는 대하에서 한 명 아래 만 명을 거느리는 존재다! 그가 뜻밖에도 이준태에게 전화를 했다고?솔직히 말해 이준태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이준태는 좋지 않은 안색으로 이어서 말했다. “병부 대장로가 말씀하시길 앞으로 며칠 있으면 강남의 특수한 변동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어.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벙어리인 척만 하면 된대!”“필요하면 눈을 감아도 되고!”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사실 모두 어느 정도의 정보는 가
이 말을 듣고 최가 넷째 영감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병부 대장로라니, 이게 무슨 뜻이야? 갑자기 왜 이런 명령을 내렸대?”최하민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축하 합니다. 넷째 영감님! 축하 드려요!”“우리 여러 관청에 있는 사람들이 다방면에서 소식을 분석한 결과 한 가지의 결론을 도출해냈어요!”“그건 지금 국제 정세가 특수한 상황이라 대하 고위층은 미국과 싸우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그래서 이번에는 눈감아 주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 우리 마음대로 하면 돼요!”최가 넷째 영감의 얼굴에 약간의 광기 어린 미소가 떠오르더니 뒷짐을 지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에 남원 관청과 강남 관청에서도 천일그룹과 하현을 지킬 마음이 없나 보네!”“기왕 이렇게 됐으니 계획한 대로 하자!”“알겠습니다!!!”그 자리에 있던 최가 거물들은 하나같이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내일 남원에 있는 모든 대 세력들과 대 가문의 대표들은 모두 남원 교외에 있는 묘지에 와서 장례식에 참석하라고 해!”“또, 나는 천일그룹의 모든 임원들이 같이 나와서 관을 메고 7일 동안 꼬박 묘지 앞에서 수치를 느끼게 할 거야!”“오지 않는 사람은 때려 죽여도 무방해!”이것이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이었다. 곧 이 소식이 전해졌다. 남원 상류층은 비할 데 없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 사람들은 미국 최가의 군사, 정치, 상업, 길바닥 네 방면의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 천일그룹과 하현은 완전히 멸절될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남원은 약간 술렁거렸다. 천일그룹 안팎에서는 지금 아무도 출근할 기분이 들지 않았고 다들 긴장한 얼굴로 자신이 영향을 받을 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슬기와 우윤식 등 임원들도 소식을 접하자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안 좋아졌다. 최가 넷째 영감이 그들에게 무릎을 꿇고 관을 들라고 했다니? 거기다 7일 밤낮으로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라고 했다고?천일그룹 안팎으로 인심이 흉
최가 넷째 영감은 빈소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었고, 일종의 무서운 기운이 되살아났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맹호가 오늘 다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것 같았다. 맹호가 깨어나면 시체가 산더미로 쌓이고 피가 강처럼 흐르게 될 것이다. 넷째 영감 뒤에 멀지 않은 곳에 흰 옷을 입고 있는 방고는 외롭고 쓸쓸해 보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지금 벌벌 떨고 있었다. 그가 흰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오늘 사람을 죽일 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방고가 흰 옷을 입었다는 것은 죽음의 신이 임한 것이다! 이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수많은 대전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빈소 앞 공터에는 현재 남원 상류층의 유명인사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남원 사람들이 아니라 남원에 있는 대 가문들,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투자 유치회에 참석하려고 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장례식장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으로 남원 관청이 오랫동안 준비한 투자 유치회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하현 고문의 얼굴이 지금 찰싹 소리를 내며 얻어 맞은 것이다. 이 외에도 빈소 뒤에는 만 오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검은색 양복을 입고 가슴에 흰 꽃을 꽂은 채 슬픈 기색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모인 것은 작은 군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던 길바닥 건달들이 이렇게나 말을 잘 듣고 오다니. 이것이 바로 최가 넷째 영감의 위력이다!미국 텍사스 주 최가 넷째 영감!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래서 사람의 평판이 중요하다. 미국 최가 휘하의 방계라면 반드시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 최가 넷째 영감이기 때문이다!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미국 최가를 화
최가 넷째 영감은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손을 살짝 들더니 그제서야 천천히 말했다. “나는 원래 속세를 떠난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산과 들에서 도를 닦는 거였어요!”“그런데 눈먼 놈들이 우리 미국 최가 사람들을 다시 무참하게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우리 미국 최가는 남원에 와서 장사를 하고 싶을 뿐이지 아무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하지만 우리는 아무도 두렵지 않습니다!”“누군가가 우리를 건드린다고 하니 오늘 제가 미국 최가를 대표해 선언하겠습니다!”“우리와 천일그룹을 죽을 때까지 싸운다!”“우리와 하 세자는 죽을 때까지 싸운다!”“우리와 하현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최가 넷째 영감이 큰 소리로 입을 열자 사방으로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은혜는 은혜로! 원한은 원한으로 갚는다!”“피로 진 빚은 피로 갚는다! 죽을 때까지 싸우자!”만여 명의 건달들은 지금 일제히 화가 나 고함을 질렀고,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었다. 이런 위세는 많은 구경꾼들을 오싹하게 했고, 벌벌 떨게 만들었다. 미국 최가가 나서면 세상에서 누가 싸울 수 있겠는가?이런 놈은 너무 강하다! 누구든지 이런 가문에 미움을 사면 그들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넷째 영감님, 장례식이 10분 남았는데 천일그룹 사람들이 아직 안 왔네요!”이때 여민철이 최가 넷째 영감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넷째 영감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더니 안색이 매우 차가워졌다. 길바닥에서 가장 강한 미국 최가의 최연욱이 이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넷째 영감님, 만약 끝내 천일그룹 사람들이 관을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넷째 영감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잠시 후 냉랭하게 말했다. “그때가 되면 천일그룹을 직접 밟아버려야지! 이번에는 남원 전체가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넷째 영감님,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선봉에 섰으면 좋겠습니다!”최연욱은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동
“귀하신 두분 어르신, 넷째 영감님, 오래오래 이 날을 기억하시고 해마다 오늘을 기념하시길 바랍니다.”“이______”이 말을 듣자 장내는 순간 놀라 숨을 헐떡이며 하나같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이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장례식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넷째 영감에게 해마다 아들을 죽이라고 저주하는 것 아닌가?“넷째 영감님! 이 놈 너무 날뛰는데요! 기다릴 필요 없어요! 제가 지금 가서 천일그룹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겠습니다!”최연욱은 눈빛이 빛나면서도 살을 에듯 차가웠다. 감히 미국 최가를 이렇게 도발하다니, 죽고 싶구나!다른 미국 최가의 방계들도 이때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이었다. 그들은 모두 미국 최가의 방계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감히 미국 최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넷째 영감님을 저주하다니, 누가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빌어먹을! 하 세자는 만 번 죽어 마땅해!”“하현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이 두 놈이 감히 넷째 영감을 상대하려고 하다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로구나!”“죽여라! 우리 지금 당장 죽이러 가자!”한 무리의 건달들이 지금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하하하하!”“재미있다!”“진짜 너무 재미있네!”“요즘 젊은이들은, 하하하……”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최가 넷째 영감은 분노하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웃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최가 넷째 영감이 오랫동안 활보하고 다녔기에, 특히 미국 군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 된 이후 그의 앞에서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처음이었다. 오늘 눈이 뜨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두 어린 녀석, 정말 무서울 정도로 무지하구나!”넷째 영감은 비웃는 얼굴이었다. 그가 보기에 정상적인 사람은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두 녀석은 아마 머리가 이미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바로 이때 관을 보내온 사람들이 이어서 말했다. “넷째 영감님, 이 관은 하 고문님이 직접 고르
넷째 영감은 냉담한 기색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 “장례식을 계속 치를 테니 제 아들을 보내주세요!”“절 한번!”“절 두 번!”“절 세 번!”“가족 답례!”……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때 일제히 향을 피웠고 이 장면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과거의 제왕이 묻혔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넷째 영감님, 지금 매장할까요?”여민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급할 거 없어. 나는 천일그룹의 모든 임원들이 직접 관을 메면 좋겠어!”“아니면 하 세자와 하현 두 사람을 관 밑에 깔고 순장해!”“지금 가자. 누군가 놀고 싶어하니 우리가 그들과 크게 놀아주자!”“천일그룹을 짓밟아!”“하 세자를 생포해!”이때 현장에 있던 만 여명이 동시에 노호하며 하나같이 노기가 끓어올랐다. 이 장면을 보면서 현장에 있던 남원의 유명 인사들은 모두 재빨리 전화를 걸어 자기 가족의 상점 문을 닫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떠들썩한 것은 넷째 영감이 피바다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관건은 그가 미국 사람이고 외교적 면책특권이 있다는 점이다. 그가 설령 대하에 큰 우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규정에 따라 그는 미국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만 했다. 미국 최가는 미국에서 권세가 있기에 거의 무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최가 넷째 영감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 감히 그와 이렇게 놀지는 못했다. 이번에 미국 최가를 겨눈 것은 아니었지만, 영향을 받으면 손실이 엄청날 것이다. 곧 그 자리에 있던 유명 인사들은 하나 둘씩 뒷산에서부터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장례식에 온 것이지 죽으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넷째 영감도 막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떠난 후 넷째 영감이 손을 흔들자 휘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여 막 떠날 준비를 했다. 바로 이때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방고가 갑자기 구석에서 나와 묘지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