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제가 전화를 드린 건 장로님을 사령관의 대변인으로 부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 미국이 대하 내부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을 제거하려고 해서 병부의 협조를 구하려고 한 거예요.”“미국 스파이!?”병부 대장로의 목소리는 분명 진지했다.“그 해 전쟁 이후 미국 등 5대 강국은 겉으로는 잠잠해졌지만 속으로는 잔꾀가 적지 않았다.”“만약 미국 스파이의 일부를 뽑아낸다면 정말 나라와 국민들에게 유익할 거야. 병부 쪽에서 어떻게 협조하면 될까?”하현이 말했다. “병부 쪽에서 너무 크게 움직이면 미국 쪽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있어요.”“그러니 병부에서는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더라도 겉으로는 여유 있어 보이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 당분간은 남원에 누가 들어오든지 9대 병부 사람이라도 막지 않는 거죠!”병부 대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는 듯 하더니 한참 뒤에야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리고 용위 대대의 도움이 필요해요. 많지 않아도 되고 소규모 한 분대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현이 계속 말했다. 병부 대장로는 주저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럼 비밀유지를 위해 내 곁에 있는 소분대를 보내면 되겠네.”“네!”하현은 평온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당도대 대장이 친히 만든 당도대는 대하 최고 군단의 지휘에 올랐고, 전에 유라시아 전투에서 대장과 함께 사방으로 출정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도대 외에 하현이 직접 수많은 정예 부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를 들면 용위 대대가 그렇다! 이름처럼 용위 대대의 천직은 대하 사령관과 9대 장로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 이 용위들의 대다수는 하현이 직접 훈련시킨 사람들이었다. 아무렇게나 만든 소분대여도 천군만마를 당해낼 수 있었다. 대하 병부 대장로에게 용위를 빌린 것은 하현이 넷째 영감을 아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 하현은 또 원경천에
해룡 군단의 모든 군사들이 함께 모이니 피가 들끓고, 사기가 충천해지기 시작했다. 강남 병부의 적지 않은 큰 인물들은 침착했다. 그들은 원경천이 이번에 그의 수하에 있던 친병부 해룡 군단을 이끌고 부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해룡 군단이 이 정도까지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 그들의 태도를 보니 설마 강남 전선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강남 관청. 1인자 이준태는 사무실에 앉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표정은 약간 굳어져 있었다. 강남 관청의 고위층들이 총출동해 이때 하나같이 안색이 좋지 않았다. “원경천 총 지휘관이 갑자기 그의 친병인 해룡 군단을 끌어내다니 무슨 큰 일이 일어났나?”“그러게. 우리 강남은 이미 평정한지가 오래 됐는데, 설마 변방에 일이 생긴 건가?”“이공, 어르신께서는 반드시 이 일에 대해 확실하게 물어보셔야 해요!”이 강남 관청의 고위층들은 모두 뜨거운 냄비 위의 개미들과도 같았다. 강남 병부 1인자가 취임한 지 며칠 안 돼 왜 이렇게 크게 움직이는 것인지 꼭 알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나면 돈으로 준비를 할 수도 있었다.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정말 무섭다. 이준태는 인상을 쓰더니 잠시 후 말했다. “아침에 병부 대장로가 직접 나한테 전화를 하셨는데……”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의 목소리는 뚝 그쳤고 다들 이준태를 보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병부 대장로가 직접 전화를 했다고?그는 대하에서 한 명 아래 만 명을 거느리는 존재다! 그가 뜻밖에도 이준태에게 전화를 했다고?솔직히 말해 이준태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이준태는 좋지 않은 안색으로 이어서 말했다. “병부 대장로가 말씀하시길 앞으로 며칠 있으면 강남의 특수한 변동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어.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벙어리인 척만 하면 된대!”“필요하면 눈을 감아도 되고!”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사실 모두 어느 정도의 정보는 가
이 말을 듣고 최가 넷째 영감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병부 대장로라니, 이게 무슨 뜻이야? 갑자기 왜 이런 명령을 내렸대?”최하민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축하 합니다. 넷째 영감님! 축하 드려요!”“우리 여러 관청에 있는 사람들이 다방면에서 소식을 분석한 결과 한 가지의 결론을 도출해냈어요!”“그건 지금 국제 정세가 특수한 상황이라 대하 고위층은 미국과 싸우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그래서 이번에는 눈감아 주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 우리 마음대로 하면 돼요!”최가 넷째 영감의 얼굴에 약간의 광기 어린 미소가 떠오르더니 뒷짐을 지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에 남원 관청과 강남 관청에서도 천일그룹과 하현을 지킬 마음이 없나 보네!”“기왕 이렇게 됐으니 계획한 대로 하자!”“알겠습니다!!!”그 자리에 있던 최가 거물들은 하나같이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내일 남원에 있는 모든 대 세력들과 대 가문의 대표들은 모두 남원 교외에 있는 묘지에 와서 장례식에 참석하라고 해!”“또, 나는 천일그룹의 모든 임원들이 같이 나와서 관을 메고 7일 동안 꼬박 묘지 앞에서 수치를 느끼게 할 거야!”“오지 않는 사람은 때려 죽여도 무방해!”이것이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이었다. 곧 이 소식이 전해졌다. 남원 상류층은 비할 데 없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 사람들은 미국 최가의 군사, 정치, 상업, 길바닥 네 방면의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 천일그룹과 하현은 완전히 멸절될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남원은 약간 술렁거렸다. 천일그룹 안팎에서는 지금 아무도 출근할 기분이 들지 않았고 다들 긴장한 얼굴로 자신이 영향을 받을 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슬기와 우윤식 등 임원들도 소식을 접하자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안 좋아졌다. 최가 넷째 영감이 그들에게 무릎을 꿇고 관을 들라고 했다니? 거기다 7일 밤낮으로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라고 했다고?천일그룹 안팎으로 인심이 흉
최가 넷째 영감은 빈소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었고, 일종의 무서운 기운이 되살아났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맹호가 오늘 다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것 같았다. 맹호가 깨어나면 시체가 산더미로 쌓이고 피가 강처럼 흐르게 될 것이다. 넷째 영감 뒤에 멀지 않은 곳에 흰 옷을 입고 있는 방고는 외롭고 쓸쓸해 보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지금 벌벌 떨고 있었다. 그가 흰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오늘 사람을 죽일 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방고가 흰 옷을 입었다는 것은 죽음의 신이 임한 것이다! 이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수많은 대전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빈소 앞 공터에는 현재 남원 상류층의 유명인사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남원 사람들이 아니라 남원에 있는 대 가문들,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투자 유치회에 참석하려고 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장례식장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으로 남원 관청이 오랫동안 준비한 투자 유치회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하현 고문의 얼굴이 지금 찰싹 소리를 내며 얻어 맞은 것이다. 이 외에도 빈소 뒤에는 만 오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검은색 양복을 입고 가슴에 흰 꽃을 꽂은 채 슬픈 기색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모인 것은 작은 군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던 길바닥 건달들이 이렇게나 말을 잘 듣고 오다니. 이것이 바로 최가 넷째 영감의 위력이다!미국 텍사스 주 최가 넷째 영감!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래서 사람의 평판이 중요하다. 미국 최가 휘하의 방계라면 반드시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 최가 넷째 영감이기 때문이다!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미국 최가를 화
최가 넷째 영감은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손을 살짝 들더니 그제서야 천천히 말했다. “나는 원래 속세를 떠난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산과 들에서 도를 닦는 거였어요!”“그런데 눈먼 놈들이 우리 미국 최가 사람들을 다시 무참하게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우리 미국 최가는 남원에 와서 장사를 하고 싶을 뿐이지 아무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하지만 우리는 아무도 두렵지 않습니다!”“누군가가 우리를 건드린다고 하니 오늘 제가 미국 최가를 대표해 선언하겠습니다!”“우리와 천일그룹을 죽을 때까지 싸운다!”“우리와 하 세자는 죽을 때까지 싸운다!”“우리와 하현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최가 넷째 영감이 큰 소리로 입을 열자 사방으로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은혜는 은혜로! 원한은 원한으로 갚는다!”“피로 진 빚은 피로 갚는다! 죽을 때까지 싸우자!”만여 명의 건달들은 지금 일제히 화가 나 고함을 질렀고,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었다. 이런 위세는 많은 구경꾼들을 오싹하게 했고, 벌벌 떨게 만들었다. 미국 최가가 나서면 세상에서 누가 싸울 수 있겠는가?이런 놈은 너무 강하다! 누구든지 이런 가문에 미움을 사면 그들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넷째 영감님, 장례식이 10분 남았는데 천일그룹 사람들이 아직 안 왔네요!”이때 여민철이 최가 넷째 영감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넷째 영감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더니 안색이 매우 차가워졌다. 길바닥에서 가장 강한 미국 최가의 최연욱이 이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넷째 영감님, 만약 끝내 천일그룹 사람들이 관을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넷째 영감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잠시 후 냉랭하게 말했다. “그때가 되면 천일그룹을 직접 밟아버려야지! 이번에는 남원 전체가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넷째 영감님,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선봉에 섰으면 좋겠습니다!”최연욱은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동
“귀하신 두분 어르신, 넷째 영감님, 오래오래 이 날을 기억하시고 해마다 오늘을 기념하시길 바랍니다.”“이______”이 말을 듣자 장내는 순간 놀라 숨을 헐떡이며 하나같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이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장례식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넷째 영감에게 해마다 아들을 죽이라고 저주하는 것 아닌가?“넷째 영감님! 이 놈 너무 날뛰는데요! 기다릴 필요 없어요! 제가 지금 가서 천일그룹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겠습니다!”최연욱은 눈빛이 빛나면서도 살을 에듯 차가웠다. 감히 미국 최가를 이렇게 도발하다니, 죽고 싶구나!다른 미국 최가의 방계들도 이때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이었다. 그들은 모두 미국 최가의 방계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감히 미국 최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넷째 영감님을 저주하다니, 누가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빌어먹을! 하 세자는 만 번 죽어 마땅해!”“하현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이 두 놈이 감히 넷째 영감을 상대하려고 하다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로구나!”“죽여라! 우리 지금 당장 죽이러 가자!”한 무리의 건달들이 지금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하하하하!”“재미있다!”“진짜 너무 재미있네!”“요즘 젊은이들은, 하하하……”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최가 넷째 영감은 분노하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웃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최가 넷째 영감이 오랫동안 활보하고 다녔기에, 특히 미국 군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 된 이후 그의 앞에서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처음이었다. 오늘 눈이 뜨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두 어린 녀석, 정말 무서울 정도로 무지하구나!”넷째 영감은 비웃는 얼굴이었다. 그가 보기에 정상적인 사람은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두 녀석은 아마 머리가 이미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바로 이때 관을 보내온 사람들이 이어서 말했다. “넷째 영감님, 이 관은 하 고문님이 직접 고르
넷째 영감은 냉담한 기색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 “장례식을 계속 치를 테니 제 아들을 보내주세요!”“절 한번!”“절 두 번!”“절 세 번!”“가족 답례!”……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때 일제히 향을 피웠고 이 장면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과거의 제왕이 묻혔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넷째 영감님, 지금 매장할까요?”여민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급할 거 없어. 나는 천일그룹의 모든 임원들이 직접 관을 메면 좋겠어!”“아니면 하 세자와 하현 두 사람을 관 밑에 깔고 순장해!”“지금 가자. 누군가 놀고 싶어하니 우리가 그들과 크게 놀아주자!”“천일그룹을 짓밟아!”“하 세자를 생포해!”이때 현장에 있던 만 여명이 동시에 노호하며 하나같이 노기가 끓어올랐다. 이 장면을 보면서 현장에 있던 남원의 유명 인사들은 모두 재빨리 전화를 걸어 자기 가족의 상점 문을 닫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떠들썩한 것은 넷째 영감이 피바다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관건은 그가 미국 사람이고 외교적 면책특권이 있다는 점이다. 그가 설령 대하에 큰 우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규정에 따라 그는 미국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만 했다. 미국 최가는 미국에서 권세가 있기에 거의 무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최가 넷째 영감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 감히 그와 이렇게 놀지는 못했다. 이번에 미국 최가를 겨눈 것은 아니었지만, 영향을 받으면 손실이 엄청날 것이다. 곧 그 자리에 있던 유명 인사들은 하나 둘씩 뒷산에서부터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장례식에 온 것이지 죽으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넷째 영감도 막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떠난 후 넷째 영감이 손을 흔들자 휘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모여 막 떠날 준비를 했다. 바로 이때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방고가 갑자기 구석에서 나와 묘지
하현은 그 자리에 있던 오래된 관을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기왕 내 정체를 알았으니 그럼 넷째 영감 혼자 알아서 누워 있으면 어떨까?”“이렇게 하면 우리 둘 다 서로 힘을 아낄 수 있을 텐데!”“허허허……”최가 넷째 영감은 싸늘한 웃음소리를 냈다. “원래 나는 너를 위해 관을 하나 준비하려고 했는데 하 세자가 하 고문이고, 하 고문이 하 세자니, 그럼 이 관이면 충분히 쓸 수 있겠어!”“하지만 나는 너와 달리 너를 스스로 눕힐 뜻은 없어. 내가 직접 던져 넣을 거야.”하현이 웃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 젊어. 넷째 영감처럼 이미 반쯤은 흙 속에 묻혀있지는 않아!”“그리고 우리 둘 다 죽기보다 내 생각엔 네가 죽는 게 비교적 좋을 거 같아.”“어쨌든 이 세상의 평화는 내가 지켜야 하니까!”하현은 히죽히죽 웃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너……”넷째 영감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입을 놀리려고 했지만 어찌 그가 하현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이때 그는 심호흡을 하고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하 세자, 너한테 하나만 묻자. 내 수양아들을 죽이고 내 휘하의 3대 병왕들을 죽인 게 누구야?”당인준이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보잘것없는 폐물 따위는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어.”당인준은 담담한 말투로 마치 별일 아닌 듯 말했다. 하지만 그도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당도대 당도전신으로 강남 4대 전신의 수장이었다. 넷째 영감이 신분이 가장 높았을 때 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일 뿐이었다. 그리고 미국 병부의 소장 중 당인준의 손에 죽은 사람은 10명은 안 되도 8명은 되었다. 그러니 넷째 영감은 확실히 당인준의 신분에 대해 알 자격이 없었다. “재미있네. 이렇게 날뛰는 젊은이는 못 본지 오래됐는데!”“당신들의 용기를 내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그런데 너희들 네 사람이 여기서 우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막으려고?”넷째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