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영감님, 각오하셔야 해요!”한쪽 편에 서 있던 사람은 대구 정가의 정무성이었다. 이때 그의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는 끊임없이 떨렸고 얼굴빛은 극도로 안 좋았다. 최가 넷째 영감님과 정무성은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었고, 두 분의 동의로 미국 최가와 대구 정가의 협력하게 된 것이다. 그는 눈 앞에 있는 관을 바라보며 원래 평온했던 얼굴이 이따금씩 일그러졌지만 좀처럼 관 뚜껑을 열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뒤에 있던 방고가 손을 흔들며 관 뚜껑을 모두 열어 젖혔다. 임해, 최재천, 정옥수, 바국, 공애, 검우……이 여섯 명이 모두 말끔하게, 확실히 죽었다. “쿵!”자기 수양아들과 부하의 시체들을 보았을 때 최가 넷째 영감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이미 십여 년 동안 갇혀 지냈고, 임해와 이 병왕들은 줄곧 그의 곁에 함께 있어 그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들을 자기 아들처럼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들이 다 시체가 됐다니!?이 순간 최가 넷째 영감의 온화함은 사라지고 대신 미친듯한 살기가 번져 나왔다. 하지만 방고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눈을 살짝 가늘게 떴고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러고 있는 그를 보니 더욱 위험해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머리카락이 곤두서게 했다. 이 순간 주변의 온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고가 났다! 다들 무서웠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남원은 더 이상 평화롭지 않을 것이다. 최가 넷째 영감은 분명 직접 나설 것이다. 최가 할머니는 이때 몸을 바들바들 떨며 나와 말했다. “넷째 영감님,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감님이 주인이시잖아요!”“만약 영감님이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으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모두 죽을 거예요!”최가 사람들은 정말 무서웠다. 이때 그들도 하현이 하 고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회된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끝없는 후회만 있을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을 듣고 모두들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국 최가의 교포들은 수년 째 대구, 연경, 금정 등지를 포함해 대하의 각지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남원 최가는 그들 중의 방계 가문일 뿐이었다. 지금 최가 넷째 영감은 화가 나 대하에 있는 모든 최가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힘과 비장의 카드를 꺼내도록 했다! 이런 실력이면 얼마나 공포스럽겠는가? 단 하루 만에 대하에 있는 모든 최가 사람들이 모였다! 흑과 백, 병부 관청, 비즈니스 계의 회색지대……미국 최가의 방계는 분명 각계각층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이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천일그룹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하 고문이 아무리 우격다짐을 한다 해도. 설마 그들이 이 거센 대세를 막아 설 수 있겠는가? 모두 이 일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투자 유치회 당일에는 컨벤션 센터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모두 장례식장에 모여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화풀이가 아니라 얼굴을 때리는 것이다. 동시에 모두에게 미국 최가의 실력을 뽐내는 것이다. ……남원의 울타리가 크지 않아 이 소식은 순식간에 남원을 거쳐 강남 전역에까지 퍼졌다. 불과 한 시간 안에 이뤄진 일이다. 상류층이나 길바닥 사람들을 막론하고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 최가가 얼마나 도도한지!이제 철저하게 손을 쓰는 구나! 그리고 미국 최가는 소위 대하에 있는 오른손과 비장의 카드를 거머쥐고 있는 대로 다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넷째 영감이 화가 났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넷째 영감이 화가 났을 때 시체로 들판을 뒤덮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데 지금 남원에서 넷째 영감이 화가 났다니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곧 대하 각지에서 최가 식구들이 남원을 향해 위풍당당하고 신속하게 집결했다. 미국 최가는 대하에 오랫동안 있었고 전에 최준과
이 말을 듣고 당인준은 살짝 놀랐다. 보아하니 대장이 이번에 나라를 위해 해충을 없애려고 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미국 최가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하에 미국 최가가 심어 놓은 악질분자들을 모두 뽑아내려는 것이다. 대장은 비록 병부에는 없지만 언제나 나라의 대의를 위해 행동한다. 지금 당인준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쩐지 대하의 사령관이 계속 하현을 9대 병부의 대 장로로 초청하더라니. 하현은 또 변백범을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대하 각지에서 길바닥 사람들이 많이 왔으니 네가 길바닥 왕으로서 가서 잘 접대하고, 이 사람들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내.”“내가 원하던 사람들이 기왕 왔으니 가라고 할 필요 없지.”변백범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네!”우윤식은 옆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 회장님, 최가 넷째 영감이 투자 유치회 당일을 장례식으로 만들려고 하는 동시에 남원의 모든 세력과 대 가문들을 전체 초청했습니다!”“또 다른 움직임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그리고 회장님이 오랫동안 투자 유치회를 준비하셨는데 이 넷째 영감 때문에 하루 아침에 망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상관 없어. 상황이 나빠져도 그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최가 조상님 댁. 넷째 영감과 방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앞에 높인 바둑판에는 흑백의 바둑알이 뒤섞여 있어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웠다. 넷째 영감은 하루 아침에 백발 노인이 된 것 같아 보였다. 전에 비해 얼마나 늙어 보이는 지 모른다. 방고는 무심한 모습으로 바둑판을 쳐다보며 마치 심취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넷째 영감인, 대하 경내에 있는 최가 방계들은 이미 거의 다 집결했습니다!”“13명의 관청에 재직중인 방계들은 아미 남원 관청에 가서 양정국과 얘기를 나눴어요! 그들은 이 일에 남원 관청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요!”“거기
이 말을 듣고 여민철은 더욱 심하게 떨었다. 이 두 사람은 가볍고 여유로운 얼굴로 조금도 분노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그는 주변 온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 천일그룹. 안흥섭은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갔다. “하 회장님, 큰일 났어요!”“넷째 영감이 이미 폭발했어요! 이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알고 계시죠!”“회장님은 실력이 대단하시고 빽도 당할 자가 없죠!”“근데 최가 넷째 영감은 어쨌든 미국인이고 우리 대하의 국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만에 하나라도 그가 화가 나 무고한 국민들을 직접 공격하면 어쩌죠?”안흥섭은 지금 넷째 영감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하현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고 마침 한 가지 아직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안흥섭 대가, 기왕 오셨으니 수고스럽겠지만 일 좀 도와주세요.”“당신은 골동품을 하는 사람이니 당신 가게에서 오래된 관이 있는 지 보고 제일 좋은 거 하나만 찾아주세요. 그때 장례식장에 보내려고요.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최가 넷째 영감이 나오는 그 순간에 보낼 겁니다.”안흥섭은 이 말을 듣고 머릿속이 ‘윙’ 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미쳤어요? 넷째 영감한테 관을 주려고요? 그 사람은 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에요. 그를 화나게 하는 건 미국 병부 전체를 화나게 하는 셈이 되는 거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국 병부의 오성급 장군이라도 내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어요. 장군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내가 이렇게 말을 한 이상 당신은 가서 준비하기만 하면 돼요.”하현이 이렇게 말하자 안흥섭은 얼굴에 식은땀을 닦으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그는 어쨌든 일류 가문의 가주라 기본적으로 침착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 최가의 스타일이 이렇게 제멋대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제가 전화를 드린 건 장로님을 사령관의 대변인으로 부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 미국이 대하 내부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을 제거하려고 해서 병부의 협조를 구하려고 한 거예요.”“미국 스파이!?”병부 대장로의 목소리는 분명 진지했다.“그 해 전쟁 이후 미국 등 5대 강국은 겉으로는 잠잠해졌지만 속으로는 잔꾀가 적지 않았다.”“만약 미국 스파이의 일부를 뽑아낸다면 정말 나라와 국민들에게 유익할 거야. 병부 쪽에서 어떻게 협조하면 될까?”하현이 말했다. “병부 쪽에서 너무 크게 움직이면 미국 쪽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있어요.”“그러니 병부에서는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더라도 겉으로는 여유 있어 보이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 당분간은 남원에 누가 들어오든지 9대 병부 사람이라도 막지 않는 거죠!”병부 대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는 듯 하더니 한참 뒤에야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리고 용위 대대의 도움이 필요해요. 많지 않아도 되고 소규모 한 분대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현이 계속 말했다. 병부 대장로는 주저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럼 비밀유지를 위해 내 곁에 있는 소분대를 보내면 되겠네.”“네!”하현은 평온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당도대 대장이 친히 만든 당도대는 대하 최고 군단의 지휘에 올랐고, 전에 유라시아 전투에서 대장과 함께 사방으로 출정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도대 외에 하현이 직접 수많은 정예 부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를 들면 용위 대대가 그렇다! 이름처럼 용위 대대의 천직은 대하 사령관과 9대 장로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 이 용위들의 대다수는 하현이 직접 훈련시킨 사람들이었다. 아무렇게나 만든 소분대여도 천군만마를 당해낼 수 있었다. 대하 병부 대장로에게 용위를 빌린 것은 하현이 넷째 영감을 아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 하현은 또 원경천에
해룡 군단의 모든 군사들이 함께 모이니 피가 들끓고, 사기가 충천해지기 시작했다. 강남 병부의 적지 않은 큰 인물들은 침착했다. 그들은 원경천이 이번에 그의 수하에 있던 친병부 해룡 군단을 이끌고 부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해룡 군단이 이 정도까지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 그들의 태도를 보니 설마 강남 전선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강남 관청. 1인자 이준태는 사무실에 앉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표정은 약간 굳어져 있었다. 강남 관청의 고위층들이 총출동해 이때 하나같이 안색이 좋지 않았다. “원경천 총 지휘관이 갑자기 그의 친병인 해룡 군단을 끌어내다니 무슨 큰 일이 일어났나?”“그러게. 우리 강남은 이미 평정한지가 오래 됐는데, 설마 변방에 일이 생긴 건가?”“이공, 어르신께서는 반드시 이 일에 대해 확실하게 물어보셔야 해요!”이 강남 관청의 고위층들은 모두 뜨거운 냄비 위의 개미들과도 같았다. 강남 병부 1인자가 취임한 지 며칠 안 돼 왜 이렇게 크게 움직이는 것인지 꼭 알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나면 돈으로 준비를 할 수도 있었다.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정말 무섭다. 이준태는 인상을 쓰더니 잠시 후 말했다. “아침에 병부 대장로가 직접 나한테 전화를 하셨는데……”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의 목소리는 뚝 그쳤고 다들 이준태를 보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병부 대장로가 직접 전화를 했다고?그는 대하에서 한 명 아래 만 명을 거느리는 존재다! 그가 뜻밖에도 이준태에게 전화를 했다고?솔직히 말해 이준태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이준태는 좋지 않은 안색으로 이어서 말했다. “병부 대장로가 말씀하시길 앞으로 며칠 있으면 강남의 특수한 변동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어.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벙어리인 척만 하면 된대!”“필요하면 눈을 감아도 되고!”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사실 모두 어느 정도의 정보는 가
이 말을 듣고 최가 넷째 영감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병부 대장로라니, 이게 무슨 뜻이야? 갑자기 왜 이런 명령을 내렸대?”최하민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축하 합니다. 넷째 영감님! 축하 드려요!”“우리 여러 관청에 있는 사람들이 다방면에서 소식을 분석한 결과 한 가지의 결론을 도출해냈어요!”“그건 지금 국제 정세가 특수한 상황이라 대하 고위층은 미국과 싸우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그래서 이번에는 눈감아 주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 우리 마음대로 하면 돼요!”최가 넷째 영감의 얼굴에 약간의 광기 어린 미소가 떠오르더니 뒷짐을 지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에 남원 관청과 강남 관청에서도 천일그룹과 하현을 지킬 마음이 없나 보네!”“기왕 이렇게 됐으니 계획한 대로 하자!”“알겠습니다!!!”그 자리에 있던 최가 거물들은 하나같이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내일 남원에 있는 모든 대 세력들과 대 가문의 대표들은 모두 남원 교외에 있는 묘지에 와서 장례식에 참석하라고 해!”“또, 나는 천일그룹의 모든 임원들이 같이 나와서 관을 메고 7일 동안 꼬박 묘지 앞에서 수치를 느끼게 할 거야!”“오지 않는 사람은 때려 죽여도 무방해!”이것이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이었다. 곧 이 소식이 전해졌다. 남원 상류층은 비할 데 없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 사람들은 미국 최가의 군사, 정치, 상업, 길바닥 네 방면의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 천일그룹과 하현은 완전히 멸절될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남원은 약간 술렁거렸다. 천일그룹 안팎에서는 지금 아무도 출근할 기분이 들지 않았고 다들 긴장한 얼굴로 자신이 영향을 받을 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슬기와 우윤식 등 임원들도 소식을 접하자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안 좋아졌다. 최가 넷째 영감이 그들에게 무릎을 꿇고 관을 들라고 했다니? 거기다 7일 밤낮으로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라고 했다고?천일그룹 안팎으로 인심이 흉
최가 넷째 영감은 빈소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었고, 일종의 무서운 기운이 되살아났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맹호가 오늘 다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것 같았다. 맹호가 깨어나면 시체가 산더미로 쌓이고 피가 강처럼 흐르게 될 것이다. 넷째 영감 뒤에 멀지 않은 곳에 흰 옷을 입고 있는 방고는 외롭고 쓸쓸해 보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지금 벌벌 떨고 있었다. 그가 흰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오늘 사람을 죽일 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방고가 흰 옷을 입었다는 것은 죽음의 신이 임한 것이다! 이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수많은 대전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빈소 앞 공터에는 현재 남원 상류층의 유명인사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남원 사람들이 아니라 남원에 있는 대 가문들,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투자 유치회에 참석하려고 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장례식장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가 넷째 영감의 명령으로 남원 관청이 오랫동안 준비한 투자 유치회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하현 고문의 얼굴이 지금 찰싹 소리를 내며 얻어 맞은 것이다. 이 외에도 빈소 뒤에는 만 오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검은색 양복을 입고 가슴에 흰 꽃을 꽂은 채 슬픈 기색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모인 것은 작은 군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던 길바닥 건달들이 이렇게나 말을 잘 듣고 오다니. 이것이 바로 최가 넷째 영감의 위력이다!미국 텍사스 주 최가 넷째 영감!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래서 사람의 평판이 중요하다. 미국 최가 휘하의 방계라면 반드시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 최가 넷째 영감이기 때문이다!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미국 최가를 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