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와 구가가 갑작스레 무너진 관계로 항성 이씨 집안은 강남의 시장을 완전히 포기했다. 하룻밤 사이에 강남의 시장은 텅 비었다. 이것은 거대한 고깃덩어리로 누구나 한 입 베어 먹고 싶어 했다. 한동안 먼 곳에 있던 연경, 대구, 금정의 거물들의 시선이 남원의 비옥한 땅으로 쏠렸다. 같은 시각, 천일그룹은 강남에 있던 세 집안의 자산을 집어 삼키고, 시장을 점거하며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원 자체가 시장이 너무 커서 하루 만에 삼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슬기는 그룹에 돌아오자마자 하현과 결판을 내야 했지만 지금은 바빠서 시간이 없었다. 슬기는 사업을 중시하는 여자였다. 이것이 하현이 안심하고 천일그룹을 그녀에게 맡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동시에 안씨 집안의 안흥섭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현은 그를 시장 나누는 일에 불러 들였다. 안흥섭은 원래 6대 일류 가문들 중에 가장 꼴찌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곧 남원의 가장 강한 가문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하현은 한편으로 안흥섭의 안수정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원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켜 강남 시장 전체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하현은 은아를 빠르게 부상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남원 시장은 텅 집었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너무 많았다. 은아의 능력으로 따지자면 석 달 안에 큰 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할 수 있는 일이다. ……남원 동해안. 요트 한 대가 천천히 기슭에 닿았다. 곧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와 양손을 드리우고 길을 내주었다. 하민석과 하은수 두 사람이 천천히 올라가자 거기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항성 이가 세자, 이장성!그러나 지금 이장성의 예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다음 날.지금 남원의 최고봉은 의심할 여지없이 최씨 집안이었다. 적어도 최가 사람들이 보기엔 그랬다. 방금 설은아의 그 많은 자산과 주식을 얻고 지금 남원의 대 가문들은 또 다 무너졌다. 최가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넓다고나 할까!이것은 백 년에 한번도 얻기 힘든 기회였다!최적의 시간과 장소, 사람은 모두 거의 최가의 편이었다. 최가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백억그룹, 심지어 천억그룹이 되는 것은 꿈이 아니었다. “어머니, 역시 희정이네 집안을 쫓아낸 후 우리 집안이 운이 좋아진 거 같아요!”여민철은 이때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그는 비록 최가의 사위였지만 지금은 데릴사위가 되기를 자처했다. 어쩔 수 없다. 최가가 지금은 너무 대단했다!그가 최가에 있는 이상 분명 상석에 오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는 지금 부은행장일 뿐이었다. 최가가 지금 가진 힘으로 말하자면 할머니가 입을 열기만 하면 은행장도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우현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원래 자신이 남원 경찰서 3인자 자리에서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그는 분명 전례 없는 승진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틀이 지나면 바로 남원 경찰서의 수장이 되도 문제 없을 거 같은데?“하늘이 우리 최가를 돕는 구나!”“최가가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강남의 하늘이 될 거야!”“우리다 대장의 힘을 빌리면 하 세자를 밟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앞으로 우리 최가는 아마 강남의 왕이 될지도 몰라!”“심지어 강남의 1인자도 우리의 눈치를 봐야 해!”최가 사람들은 연이은 희소식에 벌써부터 맹목적으로 자만해져 마음이 부풀어져 있었다. 그들은 현실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들의 눈에 최가는 아주 강했다. 매우 강했다!“할머니, 큰일 났어요!”바로 이때 최가의 최우빈이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그는 최우현의 사촌 동생으로 원래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이틀 전에 돌아왔다. 최가는 그에게 큰 기
“뭐? 우리 최가는 나날이 잘 성장해 가고 있는데 우리 최가의 기업을 그만두는 사람이 있다니?”최가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기색이었다. 앞으로 최가가 얼마나 강해질지 이 사람들은 모르는 건가?왜 그만 두려고 하는 거지? 이건 최가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이 사직한 사람들이 모두 백운회사의 핵심 직원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일단 떠나면 백운회사는 거의 정지가 된다. 최가 할머니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갑자기 최우빈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뭐? 또 임원 몇 명이 사퇴를 했다고? 인사 담당인 당신까지 사직하려고? 전화 한 통으로 내 체면을 세워준 셈이라고?”최우빈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막 전화를 끊었는데 또 전화가 울렸다.“뭐?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 시공팀이 우리와 합작을 취소했다고?”“노동자들이 그냥 다 떠났다고?”“뭐? 대문 앞에 개까지 목줄을 물어뜯고 도망갔다고?”최우빈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침 일찍부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최우빈이 보고를 할 필요도 없었다. 최가 할머니는 이미 이 일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는 백운회사의 생명 줄이었다. 일단 대모산 리조트 프로젝트가 망하면 백운회사는 끝장이다. “할머니, 빨리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이미 대모산 리조트 별장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집을 반환하러 올 수 있다는 거예요!”“계약서에 따르면 만약 그들이 집을 반환하면 우리가 배상금을 세 배로 물어줘야 해요!”이때 최우빈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최우빈은 이번에 허둥지둥 전화를 받았다.“뭐!? 우리 백운회사가 사기혐의가 있다고 하면서 누군가 앞장서서 건물들을 부수고 있다고? 지금 시공팀이 도망갔으니 빨리 집을 환불처리를 해달라고 했다고?”지금 정말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졌다. 전화를 받은 순간 최우빈은 곧 쓰러질 것 같았다. 그는 해외에서 확실히
곧 최가 식구들은 함께 출동했고 마침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겨우 확실히 알아냈다. “설은아가 백운회사의 공사를 서두르다가 무리하게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에요!”“지금 회사 장부에 돈이 한 푼도 없어요. 그 임원들은 이번 달에 월급을 받지 못하고 모두 사직했어요!”“시공 측에서 월급을 받지 못하니 자연히 작업도 중단된 거예요!”“그리고 지금 백운회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니 별장을 산 사람들도 모두 와서 강제로 집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한 거예요!”“베팅 계약은 정말 실제예요. 설은아가 회사 명의로 천일그룹과 맺은 계약이고, 듣기로는 이것이 회장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다고 해요.”“간단하게 말하면 이 모든 것이 다 설은아 때문이에요!”“이 천한 년, 이런 난장판 거리를 우리 최가에게 내던지다니!”“우리 최가가 싸게 주운 줄 알았는데!”이 일을 확실히 조사한 후에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발칵 뒤집혔다. 바로 이때 마이바흐 한 대가 최가의 저택을 찾았다. 양복 차림을 하고 있는 몇 명의 남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만 최가의 책임자 계십니까?”“전데요. 당신들은……”최가 할머니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계약서에 따르면 당신들은 오늘 10년의 임대료, 4백억을 우리 계좌에 입금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임대료를 받지 못했습니다!”“최가는 3일 안에 우리 계좌로 돈을 입금해 주세요.”“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강제로 장내를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또, 계약을 위반하면 10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것은 저희 변호사가 작성한 문서입니다. 먼저 한번 보시죠!”이 몇몇 사람들은 문서 한 뭉치를 남기고 떠났다. 최가 할머니는 부르르 떨며 그 서류들을 집어 들고 몇 번 살펴보더니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서류에 따르면 백운회사는 아직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았고 계약한대로 임대료를 기한 내에 지불하지 않으면 10배의
결국 최가 사람들이 입술이 닳도록 얘기를 해서 이 중소 주주들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며칠의 시간을 주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이 며칠간의 시간이 주어진 관계로 최가는 위약금을 더 지불해야 했다. 가격은 대략 백억이었다. 최가 쪽은 비록 머리가 마비되었지만 눈앞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두로 승낙을 했다. 이 중소 주주들이 떠난 후 최가는 적막해졌다. 모두들 식은땀을 흘렸고 얼굴빛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다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또 십여 대의 픽업 트럭이 멈춰 섰다.곧이어 거들먹거려 보이는 건달들이 들이닥쳤다.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은 모두 건축 자재상이었다. 평소 백운회사의 자재 비용은 매주 결제 되었고 현금으로 결제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기한이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결제가 안되자 이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빨리 돈 주세요!”“우리 자재 비용은 반드시 지금 정산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최가를 다 부숴버릴 겁니다!”이 자재상들은 하나같이 모두 키가 큰 노동자 십여 명을 거느리고 순간 최가 사람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방금 왔던 그 사람들이 점잖은 사람들이었다면 지금 온 사람들은 딱 봐도 사납고 거칠어 보였다. 최우빈은 두려움을 꾹 참으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여러분, 당신들이 빚진 사람은 설은아에요. 그 사람한테 가서 달라고 하세요. 우리랑은 전혀 상관없어요!”“허, 당신이 백운회사 새 회장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는 백운회사와 계약을 맺은 건데 다른 사람을 찾아가라니? 당신 우리가 바본 줄 알아?”“게다가 최가는 이미 설 아가씨와 이미 선을 그었는데 이게 그 사람과 무슨 상관이야?”“돈 빨리 확실하게 정산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우리는 최가를 때려 부술 거야!”이 자재상들은 하나같이 흉악했다. 이때 최우현이 앞으로 걸어나오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썩 꺼져! 다들 잘 알겠지만 나는 남원 경찰서 3인자야. 더 이상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계산을 해야지!”여민철은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최우현이 어디 그러고 싶겠는가?그는 남원 경찰서 3인자 인데, 그 자재상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건 정말 창피한 일이다!이때 최가 할머니가 나서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우현아,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치는 법이야. 가서 사과해!”“우빈아, 가서 우리 장부에 있는 돈 다 꺼내서 이 사장님들 계산해 드려!”최우현과 최우빈 두 사람은 둘 다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가 할머니의 표정이 음침하고 차가워 어쩔 수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우현은 이를 악물고 자재상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우빈은 은행에 가서 최가 통장에 있는 몇 십억을 모두 인출했고, 심지어 최가의 차 몇 대를 담보로 잡아 겨우 20억을 모아 자재비용을 갚았다. 이 자재상들은 최가 사람들 앞에서 돈을 세어 본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한 자재상이 돌아보며 말했다. “참, 말씀 드린다는 것을 깜빡 했네요. 계약서에 따라 다음 달 한 달 동안 계속해서 자재를 현장에 보낼 겁니다. 제때에 정산해 주세요!”이 말을 들은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앞이 캄캄해졌다. 최우빈은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 공사장이 다 멈췄는데 당신들 자재로 뭘 하라는 겁니까?”자재상들은 냉소하며 말했다.“당신들이 일 멈추고 안 하는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모든 것은 계약대로 해야지. 당신들이 계산하지 않으면 우리는 강남 관청 입구에 가서 현수막을 걸 거야!”“맞아! 어차피 우리는 맨발이라 신을 신는 건 두렵지 않아!”“당신들 집안 누군가 강남 3인자 아니야? 그때 가서 우리가 망신당할지 당신들이 망신 당할지 한번 보자고!”이 자재상들은 매서운 말들을 쏟아 놓고는 냉소하며 자리를 떠났다. 최가네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얼굴빛이 극도로 처참해졌다. 최가는 원래 벼슬아치 집안이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통장에 돈이 몇
“왜? 돈을 받고 좋을 때는 너희들 다 하나 같이 열성적이었잖아!”“지금 최가에 위기가 닥치니 전부 벙어리가 된 거야?”최가 할머니의 용머리 지팡이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화가 나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다들 이때 머리를 숙였고, 아무도 입을 열고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말해 봐! 이것들을 다 어떻게 할 거야? 이 난장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최가 할머니는 계속 노호했다. “할머니, 제 생각에 이 일은 우리가 설은아 그 계집애한테 당한 거 같아요!”“생각해 보세요. 처음에 우리는 얼떨결에 의견을 냈었잖아요. 하현이 살기를 원하면 모든 지분을 우리에게 줘야 한다고요!”“그런데 문제는 이 주식이 가치가 4천억이 넘는다는 거예요. 어떤 남자가 이런 가치가 있을 수 있겠어요?”“결국 설은아가 직접 이 주식들을 우리에게 넘긴 거예요!”“제 생각엔 은아가 고의로 그런 것 같아요. 그때 은아는 백운회사가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직접 승낙을 했던 거죠!”“게다가 나중에 떼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 계약할 때는 후련하게 한 거죠!”“그때는 우리가 문제를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상황이 잘못됐어요!”“은아는 너무 냉정해요!”“정상적인 사람이라면 4천억을 잃으면 가슴이 아파 죽지 않겠어요? 은아의 표정은 조금 밝았잖아요!”최가 사람들은 지금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러쿵저러쿵 의논을 하고 있었다. 최가 할머니는 어두운 얼굴로 찻잔을 움켜쥐고는 한참 뒤에야 음산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은아 이 계집애는 진작부터 회사를 통제할 수 없어서 계속 사람을 찾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우리 최가가 정면으로 부딪힌 거고!”“보기에는 마치 우리가 은아를 모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아네 가족이 우리 최가를 모해한 거네!”“우리가 그들 일가에게 손해를 입은 거야!” 최수빈은 차갑게 말했다. “할머니, 제가
최가 사람들이 은아를 어떻게 데리고 와서 난장판을 치우게 할 지 계산하고 있을 때였다. 설은아는 어떤 업종에서 시작해 새로운 회사를 차릴지 연구하고 있었다. 어쨌든 하현은 그녀에게 남원의 시장이 얼마나 크고 기회가 많은지 알려주려고 계속 격려하고 있었다. 설은아는 원래 고집이 세다. 그녀는 항상 어디서 넘어졌는지 그 넘어진 곳에서 일어서곤 했다. 하현의 지지를 얻고 그녀의 재창업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녀는 지금 스마트 밸리에서 엔젤투자자를 찾으려고 계획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때 최가 할머니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설은아, 너 이 망할 년아!”“우리 최가가 여태껏 너한테 잘못한 적 없었잖아!?”“네가 뜻밖에도 처음부터 우리 최가를 노리고 있었다니!”“빌어먹을!”“그때 희정이 그 망할 년이 너를 임신했을 때 내가 왜 너를 없애라고 밀어붙이지 않았는지 후회스럽다!”“그랬다면 우리 최가가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전화를 받자 마자 최가 할머니는 은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설은아는 이때 여전히 예의 바르게 말했다.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제가 최가에게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러세요?”은아의 말을 듣고 전화 맞은 편에서 최가 할머니는 화가 나서 혈압이 치솟았다. “우리한테 한 일이 없다고?”“너 백운회사의 임원과 직원들 다 사직하게 만들었잖아!”“자재상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정산하라고 하고!”“시공팀도 바로 그만두게 만들고!”“지금 천일그룹과 중소 주주들까지 투자를 취소하고 있잖아!”“네가 감히 이런 일을 하고도 너 이 망할 년과 관계가 없다고? 무슨 성인 행세를 하고 있어!”은아는 이 말을 듣고 멍해졌다. 그녀가 재직하고 있을 때 백운회사가 얼마나 잘 나가고 있었는가?그것은 남원 부동산 업계의 신예였다. 어떻게 자기가 떠난 지 며칠도 안 됐는데 백운회사가 난장판이 된 기분이지?“할머니, 설마 백운회사의 현금을 다 인출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
”난 부모님의 친아들이 아니라 양아들에 불과해.”“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어. 우린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만족스럽게 해 드릴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는 걸.”“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며 전 재산을 다 부어서라도 기꺼이 웃게 만들어야 해!”“하지만 당신들은 친자식이라는 이유로 대충대충 해도 마음만 전하면 된다?”“그래? 결국 난 남이라는 거지?”“부모님께 아무리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당신들의 흙 묻은 무보다도 못하다는 거지?”이영산은 억울한 듯 눈썹을 일그러뜨렸다.이윽고 그는 어지러운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옆에서 장리나가 그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그러게 내가 당신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당신이 아무리 친자식처럼 효도한다고 해도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혈육의 정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영산을 바라보았다.“맞아. 요새 이영산처럼 저렇게 효도하는 아들도 드물어.”“최희정과 설재석이 늘그막에 이렇게 효도하는 양아들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야.”“무엇보다 이영산이 친딸보다 더 효도한다는 게 관건이야.”“오천만 원짜리 이 서화를 준비했다는 건 부모님을 위한 무한한 마음을 대변하는 거지.”“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하는데 출가도 안 한 딸이 양아들 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니!”“내가 보기엔 최 여사 부부가 이영산한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봐!”“저런 배은망덕한 것들한텐 절대 한 푼도 줘선 안 돼!”“당신들 정말...”사람들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설은아의 표정도 차갑게 식었다.이 손님들이 이미 이영산 부부에게 매수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이영산은 그녀의 미색을 탐낼 뿐만 아니라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의 발언권이 설재석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설은아, 설유아. 그렇게 화내지 마.”“이 흙 묻은 무는
”하하하, 선물 가져왔어요?”이영산은 씩 웃으며 하현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 시선을 던졌다.“설마 이거 말하는 건 아니겠지?”“금정에 와서 부모님을 만나 뵙고 재결합하려고 하는데 비닐봉지라니? 부끄럽지도 않아?”설은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영산은 이미 하현이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빼앗아 자기 마음대로 열어 보았다.싹이 난 무같이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무? 조금 전 어디 밭에서 뽑아 왔어?”“포장도 따로 없이 검은 비닐봉지에?!”“이거 천 원은 하나?”“어쩐지 부모님이 당신을 두고 쓸모없다, 쓸모없다 하시더라니!”“재결합 선물에 이런 걸 선물이라고?”“천 원도 안 되는 것을! 염치가 없어도 원!”“썩 꺼져!”“우리 설 씨 가문에서 당신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최희정과 설재석이 금정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영산의 말을 듣고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의 시선에는 혐오감과 경멸함이 가득 들어 있었고 하현의 존재가 그들의 모임의 격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느꼈다.하현은 이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저 그 사람들 중 아무도 이 백두산 산삼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아무런 동요도 없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데릴사위가 창피한 줄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렸다.“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이영산은 하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자, 자, 자. 이번에 부모님을 위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좀 보시죠. 이것은 명나라 당인의 서화입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화 한 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맹호하산도!”“당나라 말기 출세작이죠!”“이 물건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수집가들과 주먹다짐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결국 거금 오천만 원을 주고 손에 넣었죠!”“아마 진정한 가치는 그 열 배도 넘을 거예요!”이영산은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