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는 의젓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만의 속셈이 있었다. 형부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하현은 비록 유아의 주장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학업을 위해서라고 한 이상 하현도 거절하기가 어려워 협조해 주기로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처제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현도 몹시 애를 쓴 셈이다. 두 사람은 만나서 손을 잡고 서로 기대기도 했다. 설유아를 따라다니는 많은 추종자들이 보고 화가 나서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설유아가 그렇게 순결하고 예뻐 보이는데 뜻밖에도 아저씨랑 같이 다니다니!?”“안돼.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어!”“됐어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동의를 안 해요? 당신이 뭔데요!?”적지 않은 남학생들이 격분했지만 멀리서 욕만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곧 유아는 하현을 데리고 식당에 왔다. 두 사람은 구석진 곳에서 식사를 했지만 뜻밖에도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목례를 했다. 하현은 기가 막혔다.“유아야, 너 앞으로 이렇게 예쁘게 꾸미지 말아줄래? 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주시하고 있는지.”유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형부, 화장도 안 한 맨 얼굴이에요. 나는 우리 언니처럼 미모가 타고났어요!”“참, 나랑 우리 언니 중에 누가 예쁜지 말해봐요.”말을 마치고 유아는 콧김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하현 앞에 얼굴을 내밀고 큰 눈을 깜빡였다. 은아와 유아 모두 요괴급 미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이점은 은아가 더 지적이고 우아하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아의 젊은 기운은 감출 수 없었고 그녀의 얼굴은 콜라겐이 가득 채우고 있어 누가 봐도 갖고 싶고 뽀뽀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하현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유아의 뺨을 세게 꼬집으려 말했다. “너 어떻게 형부한테 그런 말을 해? 응?”“형부, 아파. 아파……”유아는 연신 용서를 빌며 눈물을 글썽였다. “형부, 놔줘요.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하현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임용을 쳐다보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쩐지 유아가 자기에게 이렇게 나오더라니, 보아하니 빈대가 많은 것이 문제였구나. 게다가 눈 앞에 있는 이 빈대의 태도는 하현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 만약 보통 구애자였다면 하현은 기껏해야 옆에서 구경을 했거나, 아니면 상대가 맘에 들었더라면 아마 도와줬을 수도 있다.하지만 웬 싸가지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무작정 달려들어 지꺼로 만들려고 하는 태도를 보고 하현은 자신의 처제를 절대 이런 사람의 손에 넘겨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이때 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아는 벌써 화가나 외쳤다. “임용, 내가 진작에 분명하게 말했지. 너와 나 사이는 불가능 하다고!”“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참견하는 거야!”“자격?”임용이 웃었다.“남원대에서는 나 임용이 모든 것을 대표해.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내 여자 친구가 돼야 돼!”“이게 남원대의 룰이야. 너 몰랐어?”“학생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어? 감히 내 여자를 빼앗는 남자는 다리가 부러지거나, 손모가지가 부러지게 될 거야.”임용이 득의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여서 평소 그에게 아첨을 떠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항상 제멋대로 날뛰는 성격을 가진 그인지라, 누구라도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손을 댔다.그래서 남원대에서 그는 마치 깡패 두목과도 같이 뭐든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다녔다. 듣기로 그가 점찍은 한 여자 교수는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몇 달 동안 그의 여자친구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아는 감히 몇 번이나 그를 거절한것도 모자라 지금은 웬 외간남자를 학교에 데리고 와서 자랑을 하다니, 이것은 임용의 체면에 먹칠하는 일이다!이때 임용의 뒤에서 농구 복을 입은 똘마니들도 줄줄이 나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설유아! 우리 임 도련님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너한테 행운이야!”“네가 감히 주제도
“오성주 선배.”이 사람을 보고 유아는 아주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이 오성주도 남원대 학생이고, 벌써 4학년이라 학교에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도 유아의 추종자 중 한 명이었고, 그저 한층 품위 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임용이 또 너를 괴롭힌 거야?”오성주는 전의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이때 유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가 보기에 임용이 유아를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그는 미인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될 기회가 많아졌다. 이때 오성주는 임용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임 귀공자, 내가 진작에 너한테 경고하지 않았어? 다시는 유아 못살게 굴지 말라고 했잖아!”“네가 무슨 상관이야!”임용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임용도 알고 있었다. 비록 그의 집이 그리 부자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의 아버지가 남원 정부에서 일을 하시니 권위가 높은 편이었다. 만약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임용도 그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너 뭐라고 했어?”오성주는 약간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비록 성격이 좋았지만 그도 귀공자라 언제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 본 적이 있겠는가?“오성주, 너 머리에 똥이라도 들어 갔어? 너 유아가 제멋대로인 남자를 학교에 데리고 들어 온 거 못 봤어? 이렇게 은아를 대신해서 나서려는 거야? 너 머리가 어디 아픈 거 아니야?”이때 임용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오성주는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하현을 한번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야 차갑게 말했다. “임용, 이건 네가 소란을 피울 핑계가 못 돼.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자.”“유아가 꼰대에게 괴롭힘을 당한 건 내가 해결할 게.”“내 체면 좀 세워줘.”분명 오성주의 눈에 하현은 사회인, 꼰대일 뿐이었다. 유아 옆에 있던 하현에 대해 그도 매우 불쾌해했지만 그는 임용처럼 그렇게 직접적이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하현은 오성주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이 이 정도 기품이면 괜
오성주와 임용 두 사람은 남원대에서 풍운아급으로 소문이 나서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임용은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오성주는 오히려 냉담한 얼굴이었다. 관건은 주위의 여학생들에게 손을 흔들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남원대 태권도협회 회장에다 벌써 검은띠까지 땄다. 게다가 잘생긴 외모까지 갖춰 여성 팬들이 많았다. 오늘 임용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그를 꽤 기쁘게 만들었다. 그가 임용을 한바탕 해치워야 유아가 어떤 남자를 선택할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오성주는 오른손을 내밀어 덤비라는 듯이 검지 손가락을 까딱였다.임용은 냉소하며 손에 들고 있던 농구공을 세게 내리쳤다. 오성주는 농구공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 하지만 그가 막 발을 내디뎠을 때 임용은 이미 그의 앞으로 달려들어 매섭게 뺨을 내리쳤다.“퍽!”오성주의 뺨을 내리치고 바로 마구 후려쳐 그가 땅에 떨어졌을 때, 임용은 또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가 오성주의 아랫배를 세게 걷어찼다. “억!”오성주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몸이 새우처럼 뻣뻣해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의 소위 검은 띠는 덩치가 큰 임용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주위의 학생들은 모두 멍해졌다. 다들 원래 맹렬한 싸움을 보려고 했었는데 풍운아 오성주가 이렇게 싸움에 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뺨 한대 맞고 이렇게 바로 폐기 될 줄이야. 이때 임용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찼다. 체육 특기생답게 체력, 순발력 등 보통 학생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앞으로 남원대에서 누가 감히 그를 괴롭힐 수 있겠는가? 이때 임용은 냉소하며 장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들에게 경고하는데, 오늘부터 어르신이 남원대의 왕이야!”“어르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는 왕비고!”“이 땅의 3분의 1은 어르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너희들은 쓰레기인 셈이야. 알겠어?”옆에 있던 똘마니들은 냉소를 연발했
하현은 정말 어린애들을 건드리는 데는 취미가 없었다. 임용 같은 학생은 천왕처럼 보였지만 문제는 하현의 눈에는 정말 어린애라는 것이다. 그가 어떻게 흥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지금 몇 마디를 더 하는 것은 임용이 유아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하현이 보기에 자신은 이미 아주 겸손하게 그의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 정상적으로 말하자면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제호그룹의 회장이라고 해도 자기 앞에서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그런데 하현의 말을 듣고 생각지도 못하게 임용은 마치 자신이 엄청난 모욕을 받은 것이라 여겼다.그는 갑자기 하현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말했다. “네가 뭔데 감히 어르신에게 사과를 하라고 해!”“이 어르신이 경고하는데, 난 이 계집애가 마음에 든다고!”“마음에 들 뿐 아니라 오늘 밤 나는 이 여자애랑 잘 거고 거기다 너를 옆에서 무릎 꿇리고 보게 할 거야!”임용이 이 말을 내뱉자 그의 똘마니들은 하나같이 옹졸하고 변태 같은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이런 비슷한 일들을 하는 것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이 말을 듣고 하현은 화가 났다. 내 처제를 다른 누군가가 집적거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감히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다니?이 순간 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임용은 하현의 동작을 보면서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아저씨, 이건 당신이 스스로 달려와서 죽으려는 거예요. 내가 경고하는데 이따가 내가 당신을 불구로 만들어도 나는 한 푼도 배상해 주지 않을 겁니다!”이때 임용은 이미 하현을 쓰러뜨릴 수 있는 몇 십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게다가 하현을 이용해서 유아를 협박하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오늘 밤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현은 이미 임용 앞에 이르렀다. 임용은 예의를 차리지 않고 오른쪽 다리로 하현의 얼굴을 향해 세게 휘둘렀다. 그의 생각에 이 한 발이 먹히면 하현의 머리
“무슨 일이야?”“뭐? 내 아들 용이가 맞아서 갈비뼈 열 몇 개가 부러졌다고?”“지금 병원에서 응급처치는 했어?”원래 평온했던 임천석은 이때 안색이 변하며 벌떡 일어섰다.“어? 임 이사님, 큰 일은 아닌 거죠?”은아가 황급히 물었다. 임천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 회장님, 오늘 우리 비즈니스 협상은 며칠 연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제 아들이 학교에서 맞아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가해자를 찾을 수가 없어서 가봐야겠습니다.”“저 임천석의 아들이 맨 주먹으로 맞은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은아는 이번 양측의 협력을 아주 중요하게 여겨 이때 이 말을 듣고 말했다.“그럼 저도 이사님과 함께 가보겠습니다.”“네!”곧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다. 방금 수술실에서 나와 온 몸에 깁스를 한 임용을 보았을 때 임용의 얼굴에는 악독한 기운이 가득했다. “도대체 감히 누가 널 건드린 거야? 너 네가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라는 걸 상대방에게 말하지 않았어?”임천석의 말투는 매우 살벌했다. “아버지, 제가 말했는데 우리 제호그룹이 상대방의 눈에 못 미쳤나 봐요!”“아버지가 그 자리에 계셨으면 그 사람은 아버지의 다리도 부러뜨리겠다고 했을 거예요.”“아버지, 저는 인정할 수 없어요. 반드시 저 대신 복수해 주세요!”이때 임용은 악독한 얼굴로 이를 악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 아빠가 있으니 반드시 정의를 찾아주마!”“우리 제호그룹은 남원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어. 그런데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다니, 그를 죽여 버릴 거야!”“너를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임천석의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임용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하현이에요. 하현이라는 사람이에요!”“뭐? 하현!?”이 이름을 듣고 옆에 있던 설은아는 멍해졌다. 임천석도 사회에서 오랫동안 뒹굴어 세상 물정에 훤한 사람이었다. 설은아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자 마자
“사람을 때려?”전화 맞은편에서 하현은 이미 임용을 때렸던 일을 잊었다. 은아가 이렇게 묻자 그제서야 생각이 나서 말했다. “때린 거? 별일 아니야. 그냥 어린애랑 소꿉장난 했던 것뿐이야.”“소꿉장난?”은아는 화가 났다.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를 때려서 입원시켰는데, 소꿉장난을 한 거라니!”“이렇게 큰 사고를 쳐놓고!”은아는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난 후 심호흡을 하고 나서 임천석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임 이사님, 이 일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병원비를 배상하고 아드님의 정식적 피해에 대해 추가로 2억을 더 배상해 드리겠습니다.”“또, 저희와 협력하는 것과 관련해서 사과의 의미로 저희 회사 쪽에서 10%의 이익을 양보하겠습니다.”은아의 말을 듣고 임천석은 냉소하며 말했다.“돈? 우리 제호그룹이 돈이 몇 푼 모자라겠어요?”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임 이사님이 요구하시는 대로 하는 게 낫겠네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지 이 일은 사적인 일로 처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임천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차갑게 말했다. “첫째, 우리 합작 프로젝트는 우리 제호그룹이 70%의 수익을 차지 하겠습니다!”“둘째, 내 아들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만큼 당신 남편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겠습니다. 내가 직접 때릴 겁니다!”“셋째, 오늘부터 당신은 나랑 한달 동안 같이 자야 됩니다! 내 아들이 다 나으면 당신 여동생이 내 아들과 한달 동안 같이 자는 걸로 하고요!”“이 세 가지 조건이 달성되면 나도 따지지는 않을게요!”임천선의 얼굴엔 냉소가 가득 찼다. 그는 전에 설은아를 만났을 때 너무 놀랐었다. 지금 기회가 생겼으니 그는 분명 자신의 파렴치한 생각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임 이사님, 첫 번째 요청은 제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요청은 제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은아는 안 좋은 얼굴로 입을 열었
최가.임천석이 예의를 갖추고 방문했다. 선물을 주면서 동시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최공, 지금 우리 강남의 비즈니스 환경이 이렇게 안 좋은가요?”“비즈니스 협상에서 이득을 보자고 사람을 보내서 제 아들의 갈비뼈를 부러뜨릴 수도 있나요? 이 말을 듣고 최준은 발끈하며 말했다.“누가 이렇게 건방지게 군 거야!“우리 강남 상업환경은 항상 공평하고 공정해. 누구든 감히 함부로 굴면 그건 나를 건드리는 거야.”“너 네 상대한테 네 빽이 나라고 말하지 않았어?”임천석은 탄식하며 말했다.“최공, 아직 최공의 영향력으로는 부족한 가봐요.”“제 아들 임용이 최공의 이름을 말했는데 결국엔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져 지금 병원에 누워서 숨만 헐떡거리고 있어요!”“뭐!?”최준은 비할 데 없이 험상궂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난번 일로 최가의 인맥과 힘은 30%정도 줄었다. 하지만 손실을 메우기 위해 최준은 특별히 제호그룹을 끌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반쯤 자신의 휘하에 두고 있는 제호그룹 회장 아들이 뜻밖에도 맞아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다니, 이것은 강남 3인자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는 것이다!“말해 봐! 때린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 한숨이 나오네!”최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임천석은 눈동자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더니 곧이어 말했다. “우리와 협상을 한 사람은 백운회사의 설은아고, 내 아들을 때린 사람은 그녀의 남편 하현입니다!”“뭐!? 그 망할 자식!?”이 이름을 듣고 최가 사람들의 얼굴도 잇달아 크게 변했다. 이 데릴사위가 지난번 좋은 일을 망치고서 지금 임천석의 귀공자에게까지 감히 손을 대다니?반역, 반역이다!최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임천석은 고심하며 말했다. “최공, 이번 일은 처리하기가 골치 아프신가요?” “이 사람이 다루기 힘들다는 말씀이신가요?”최준은 심호흡을 하고는 차갑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설은아는 우리 집 외손녀야.”“하현은 은아의 데릴
저녁 9시.술과 밥을 배불러 먹은 하현은 소항 회관을 떠나 설 씨 가문으로 돌아갔다.하루 종일 고생한 그는 전에 최희정과 한바탕 크게 싸운 것도 있고 해서 그녀를 다시는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 소리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자신의 방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설은아의 방에서 ‘아앗’하는 소리가 들렸다.하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설은아는 방금 목욕을 한 것으로 보였고 하얀 목욕 수건은 몸의 중요 부위만 감싸고 있었다.그녀의 백옥 같은 긴 다리는 수건 바깥으로 훤히 드러나 있어서 하현의 눈앞을 아찔하게 만들었다.하현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미녀들을 만났다.그녀들 각각의 매력도 상당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를 가장 설레게 한 사람은 역시 설은아였다.순간 하현은 자신의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그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아 얼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들어왔어?”누군가 들어오자 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하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 긴장을 풀었다.하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이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들어왔어. 괜찮아?”설은아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조금 삔 것뿐이야. 주물러주면 괜찮아질 거야.”“내가 해줄게.”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설은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설은아는 침대에 앉아 곧고 긴 다리를 하현 앞에 쭉 뻗었다.하현은 설은아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긴 다리를 주물렀다.손끝이 닿을 때마다 심장이 펄쩍 뛰었다.백옥같이 아름답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을 만큼 그녀의 다리는 곱고 매끄러웠다.하현은 거의 무아지경으로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설은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하현, 안마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왜 만지작
고명원의 눈꺼풀이 파르르 흔들렸다.“뭐라구요?”정홍매도 넋이 나간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남편이 고향에 가서 조상님께 향불을 올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줄곧 그 이유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간단합니다. 당신은 기가 강한 사람입니다. 남을 압도할 만큼. 그래서 당신의 강한 기운이 조상의 기운을 눌렀던 거죠.”“만약 당신의 기운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신은 열 번도 더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스스로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 평생, 당신 아들이 태어난 후 당신이 몇 번이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는지!”하현의 말을 듣고 고명원은 마침내 큰 충격을 받았고 탄복해 마지않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엄 회장님이 이렇게 당신을 좋아하는군요!”“맞습니다. 난 정말이지 몇 번이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때마다 중상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았어요.”“하지만 운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죠.”“옛날 사람들은 큰 재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훗날 반드시 복이 온다고 했어요.”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런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당신에게 조상의 비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신에게 후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죠!”“그래서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낳아 보길 권합니다.”“그러면 다음에 조상님께 제를 올릴 때 저절로 향불을 태우고 싶을 겁니다.”“봉분의 풀들도 그렇게 푸르지는 않은 것 같군요.”“조상들의 숨결이 모두 기운을 다했기 때문이죠!”“개자식!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자꾸 그런 말 하면 내가 당신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여보! 가! 가자구!”“자기가 무당이야? 뭐야?”“저 말을 믿느니 차리리 죽는 게 나아!”말을 마치자마자 정홍매는 고명원을 데리고 얼른 나가려고 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의술은 정말 잘 몰라. 하지만 살인술은 좀 알지.”“한번 보여줘?”“단번에 당신의 목숨을 앗아버릴 수 있는데.”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나서 아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농담하지 마세요! 형님! 농담도 참!”“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전 지금 형님이 제 목숨을 구해 주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구요!”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은침을 자신의 손가락에 살짝 찔러 피 한 방울을 짜낸 뒤 엄도훈의 미간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큰 혈이 지나가는 명치 몇 군데에도 떨어뜨렸다.그러자 가슴에 있던 흔적이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어? 어? 사라지고 있어?! 정말로 사라졌다구!”몇몇 측근들은 모두 놀란 얼굴을 한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들은 눈앞에서 흔적들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사라지는 것을 똑바로 목격했기 때문이다.엄도훈은 처음에 하현이 뭘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온몸을 얽매고 있는 기운도 함께 사라졌고 이윽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고명원도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처음에 하현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일을 보고 자신의 식견이 이렇게 모자랄 줄은 몰랐다.“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해요!”“정말 감동했어요!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에요!”엄도훈의 얼굴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다.“다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긴 해요.”“집이나 가게에 팔괘경을 비치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무사했는데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은 거예요?”“그 물건이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다들 그런 골동품을 쓰니까요.”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가지고 있던 팔괘경은 출토될 때부터 원한에 얽혀 있었어.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그 팔
”뭐야?”엄도훈의 가슴에 있는 용 무늬를 보고 고명원과 정홍매 두 사람은 모두 숨을 헐떡거렸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들의 안색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엄도훈의 성격상 이런 비밀스러운 일을 하현에게 절대 알리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 씨 성을 가진 저놈이 설마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고?엄도훈은 지금 당장 고명원 부부를 결판낼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긴장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기만 했다.“형님, 이게 전신용이란 거군요. 그런데 왜 난 하나도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습니까?”“난 이름 모를 바이러스인가 하고 생각했어요.”“바이러스라면 오히려 다행이지.”하현은 희미한 눈빛으로 말했다.“전신용의 머리와 꼬리가 연결되면 죽음에 직면하는 거야.”엄도훈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럼 설마 제가 요 며칠 겪었던 재수 없는 일들도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용은 천지의 영물이야. 용이 온몸을 휘감으면 기운이 먼저 손상되지.”“당신의 운이 다하면 용의 머리와 꼬리가 서서히 연결돼.”“그러면 당신은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거고.”“아!”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은 깜짝 놀랐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가슴팍에 있는 흔적을 닦아내려고 했지만 도저히 닦아낼 수가 없었다.이를 지켜보던 정홍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실룩거렸다.“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지껄이는 거야?”“무슨 드라마 찍어? 용에 뭐 기운이 있어?”“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아니, 저 흔적이 뭔지도 모르지만 저게 움직인다는 게 말이나 돼?! 도저히 믿을 수 없어!”엄도훈이 뭐라고 항변하기도 전에 전신용이 스르르 움직이며 한 치가 자랐고 머리와 꼬리 사이의 거리는 거의 1센티미터밖에 남지 않았다.머리와 꼬리는 곧 이어질 듯 서로를 향해 뻗어 있었다.눈앞에서 이를 본 정홍매는 혼비백산했다.과학적 사실에만 생각이 뻗쳐 있던 고명원도 화들짝 놀라며 눈
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정홍매는 끝내 참지 못했다.그녀는 냉소적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뭐? 뭘 닮아? 용?”“원한은 무슨 원한?”“하 씨! 당신은 사기꾼이야! 방금 우리가 그 사실을 폭로하지 않은 것은 엄 회장의 체면 때문이었어.”“그런데 지금 이 꼴을 봐? 정말 거짓말이 끝이 없어!”“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말로 사람을 속이려 드는 거야?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게다가 나도 당신을 조사해 봤어. 당신은 데릴사위였다가 지금은 그마저도 쫓겨난 신세라던데!”“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당신이 풍수지리에 대해 뭘 알아?!”“허 참!”“엄 회장 앞에서 이렇게 들추어내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더 이상 엄 회장을 속이고 있는 꼴을 볼 수가 없어! 절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며 정홍매는 얼굴을 바꿔 끼운 듯 상냥한 표정으로 엄도훈을 바라보며 비위를 맞췄다.“엄 회장님. 난 회장님한테 망신을 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하현을 노린 것도 아니에요. 복수한 것은 더더욱 아니구요!”“내 성격이 직설적이어서 남이 뭘 속이는 꼴을 못 참아요.”“그러니 절대 속으면 안 됩니다!”“며칠 동안 사고가 잦았던 것은 재수가 없었던 것뿐이에요.”“그가 당신을 미행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이 틀림없어요!”“심지어 그가 음모를 꾸며 일부러 그런 일을 만들었을 수도 있구요!”“엄 회장님. 지금이라도 당장 그를 붙잡아 고문해야 해요! 그가 회장님한테 도대체 뭘 얻으려고 그런 짓을 한 건지 추궁해야 한다니까요!”정홍매는 스스로 정의감에 취해 한껏 자랑스럽게 하현을 헐뜯고 있었다.한참을 쏟아내고 나니 그녀는 속이 후련했다.하현이 엄도훈을 믿고 자신의 아들을 짓밟았다면 그녀도 엄도훈을 등에 업고 무참히 하현을 짓밟아야 했다!그래야 마음속의 분노와 억울함이 한 점도 남김없이 말끔히 사라질 것 같았다!흥!눈에는 눈! 이에는 이!“닥쳐!”결국 정홍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비수 좀 보여줘 봐.”엄도훈은 몸에 지니고 있던 비수를 황급히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내놓았다.비수는 익히 아는 보통의 비수였다.하지만 깨끗하게 닦여 티끌 하나 없었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위에 묻어 있던 혈흔은 지운 거야?”하현이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정홍매는 입가에 비아냥거림과 냉소를 가득 떠올렸다.이까짓 솜씨로 감히 사람을 속이려 하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엄도훈은 당연하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깨끗한 비수를 몸에 지녀야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어요. 너무 더러우면 안 좋잖아요? 만약 뭔가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찝찝해서 깨끗하게 씻었죠...”“어리석기는!”하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내가 당신한테 비수를 지니라고 한 것은 그 위에 묻은 혈흔이 당신 체내의 악운을 누그러뜨리고 심지어 조금 풀어주기 때문이야.”“그런데 당신은 비수를 깨끗하게 씻어 버렸으니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거지.”“그리고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당신은 어제 누군가가 비명횡사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과 그의 몇몇 측근들은 모두 온몸을 덜덜 떨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들은 하현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엄도훈은 유난히 더 입꼬리를 부르르 떨다가 겨우 입을 뗐다.“하현 형님, 역시 대단하십니다.”“내가 전에 만났던 그 무슨 유명한 풍수지리사들보다도 훨씬 대단해요!”“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다니!”“맞아요. 어젯밤 집으로 오는 중에 몇몇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한 명이 화단에 부딪혀 어떻게 하다가 그만 죽어버렸어요.”“그 죽은 사람은 여자였던 것 같았는데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어요.”여기까지 말한 엄도훈의 얼굴엔 마치 하현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감탄해 마지않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정홍매는 냉
”나한테 사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엄도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여기서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현 형님에게 달렸지요.”“하현?”“하현 형님?”고명원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는 사건의 근본 원흉인 작자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순간 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을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그도 인물은 인물이었다.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그러니 대인께서 관대하게 여기시어 너그러이 봐주십시오!”“성양이한테는 우리가 제대로 잘 타이르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고명원은 허리를 굽혔다.그의 모습에선 수조원 자산가의 위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열 자리 숫자, 이십억이었다!이를 바라본 정홍매의 눈동자엔 한기가 가득했다.엄도훈이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하현의 뺨을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들 장청 캐피털은 확실히 엄도훈에게는 굽신거려야 하지만 하현의 신원을 알아낸 그들에게 하현은 그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데릴사위일 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게다가 하현과 엄도훈이 사이가 좋게 된 이유가 풍수지리 때문이라는데 그것도 하현이 엄도훈을 속인 게 아닌가 하고 두 부부는 의심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정홍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사기꾼일 뿐이었다.지금은 엄도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를 숨기지 않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고 사장님, 고맙지만 이 일은 엄 회장이 다 처리한 일이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 사장님, 설은아 좀 데려다주세요.”출구에 다다랐을 때 하현은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박하를 향해 손뼉을 치며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주세요.”“네, 알겠습니다. 형수님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나박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전화를 걸어 임시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어쨌든 지금 이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설은아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하현이 엄도훈과 함께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스포츠카로 향했다.그러나 운전석 문을 열면서 설은아는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했다.“하현, 얼른 돌아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후 설은아를 떠나보냈다....30분 후.소항 회관 프레지던트 룸.엄도훈은 고성양의 일을 처리한 후 가장 호화로운 룸 파티를 열어 하현을 초대했다.값비싼 음식은 물론이고 82년산 라피트 두 병을 준비해 하현을 대하는 그의 성의를 보여주었다.하현은 엄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가 다시 그의 핸드폰 안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새로 인테리어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무실이었다.팔괘경은 이미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사를 불러 가구 배치도 다르게 했다.하현은 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훨씬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엄도훈의 몸에는 여전히 불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미간도 검게 변해 있었다.요 며칠 동안 엄도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들으며 하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의 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했다.재수가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이미 열두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하현이 엄도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살피려고 했을 때 엄도훈의 전화기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보였다.“형님, 정말 죄송합니다.”“고명원이 형님한테 직접 사과를
엄도훈의 말에 고성양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청 캐피털 고명원의 이름이 엄도훈 앞에서 조금도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엄도훈의 말이 맞았다.장청 캐피털이 고리대금을 풀어 소시민들을 괴롭히더라도 엄도훈 같은 독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무릎을 꿇어야 했다.심지어 배후에 있는 은둔의 왕 씨 가문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장청 캐피털은 이런 일로 몇 번이나 짓밟혔을지 모를 일이었다.얼굴이 일그러진 고성양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엄도훈은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런 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당신들은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진서기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틈을 찾아 따지고 싶었지만 엄도훈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이때 이미 고성양은 모든 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하지만 엄도훈은 하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기서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하현 형님은 마음이 착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나 엄도훈은 달라. 인과응보. 잘못을 한 상대가 있으면 응당 되돌려줘야지!”“오늘 밤 하현 형님을 괴롭혔거나 형수님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진해서 나와.”“나와서 한 손씩 잘라. 그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아무것도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엄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이 광경을 본 하현은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룸을 나서면서 나박하에게 자신을 따라나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진서기와 임민아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은아, 살려줘!”설은아는 발걸음을 떼었다가 멈칫했지만 하현은 마음 약해질 틈을 주지 않고 얼른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왔다.“풀썩!”진서기와 임민아 두 사람은 좀 전의 악독한 얼굴은 온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