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는 의젓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만의 속셈이 있었다. 형부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하현은 비록 유아의 주장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학업을 위해서라고 한 이상 하현도 거절하기가 어려워 협조해 주기로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처제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현도 몹시 애를 쓴 셈이다. 두 사람은 만나서 손을 잡고 서로 기대기도 했다. 설유아를 따라다니는 많은 추종자들이 보고 화가 나서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설유아가 그렇게 순결하고 예뻐 보이는데 뜻밖에도 아저씨랑 같이 다니다니!?”“안돼.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어!”“됐어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동의를 안 해요? 당신이 뭔데요!?”적지 않은 남학생들이 격분했지만 멀리서 욕만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곧 유아는 하현을 데리고 식당에 왔다. 두 사람은 구석진 곳에서 식사를 했지만 뜻밖에도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목례를 했다. 하현은 기가 막혔다.“유아야, 너 앞으로 이렇게 예쁘게 꾸미지 말아줄래? 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주시하고 있는지.”유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형부, 화장도 안 한 맨 얼굴이에요. 나는 우리 언니처럼 미모가 타고났어요!”“참, 나랑 우리 언니 중에 누가 예쁜지 말해봐요.”말을 마치고 유아는 콧김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하현 앞에 얼굴을 내밀고 큰 눈을 깜빡였다. 은아와 유아 모두 요괴급 미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이점은 은아가 더 지적이고 우아하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아의 젊은 기운은 감출 수 없었고 그녀의 얼굴은 콜라겐이 가득 채우고 있어 누가 봐도 갖고 싶고 뽀뽀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하현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유아의 뺨을 세게 꼬집으려 말했다. “너 어떻게 형부한테 그런 말을 해? 응?”“형부, 아파. 아파……”유아는 연신 용서를 빌며 눈물을 글썽였다. “형부, 놔줘요.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하현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임용을 쳐다보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쩐지 유아가 자기에게 이렇게 나오더라니, 보아하니 빈대가 많은 것이 문제였구나. 게다가 눈 앞에 있는 이 빈대의 태도는 하현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 만약 보통 구애자였다면 하현은 기껏해야 옆에서 구경을 했거나, 아니면 상대가 맘에 들었더라면 아마 도와줬을 수도 있다.하지만 웬 싸가지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무작정 달려들어 지꺼로 만들려고 하는 태도를 보고 하현은 자신의 처제를 절대 이런 사람의 손에 넘겨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이때 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아는 벌써 화가나 외쳤다. “임용, 내가 진작에 분명하게 말했지. 너와 나 사이는 불가능 하다고!”“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참견하는 거야!”“자격?”임용이 웃었다.“남원대에서는 나 임용이 모든 것을 대표해.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내 여자 친구가 돼야 돼!”“이게 남원대의 룰이야. 너 몰랐어?”“학생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어? 감히 내 여자를 빼앗는 남자는 다리가 부러지거나, 손모가지가 부러지게 될 거야.”임용이 득의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여서 평소 그에게 아첨을 떠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항상 제멋대로 날뛰는 성격을 가진 그인지라, 누구라도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손을 댔다.그래서 남원대에서 그는 마치 깡패 두목과도 같이 뭐든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다녔다. 듣기로 그가 점찍은 한 여자 교수는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몇 달 동안 그의 여자친구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아는 감히 몇 번이나 그를 거절한것도 모자라 지금은 웬 외간남자를 학교에 데리고 와서 자랑을 하다니, 이것은 임용의 체면에 먹칠하는 일이다!이때 임용의 뒤에서 농구 복을 입은 똘마니들도 줄줄이 나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설유아! 우리 임 도련님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너한테 행운이야!”“네가 감히 주제도
“오성주 선배.”이 사람을 보고 유아는 아주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이 오성주도 남원대 학생이고, 벌써 4학년이라 학교에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도 유아의 추종자 중 한 명이었고, 그저 한층 품위 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임용이 또 너를 괴롭힌 거야?”오성주는 전의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이때 유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가 보기에 임용이 유아를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그는 미인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될 기회가 많아졌다. 이때 오성주는 임용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임 귀공자, 내가 진작에 너한테 경고하지 않았어? 다시는 유아 못살게 굴지 말라고 했잖아!”“네가 무슨 상관이야!”임용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임용도 알고 있었다. 비록 그의 집이 그리 부자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의 아버지가 남원 정부에서 일을 하시니 권위가 높은 편이었다. 만약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임용도 그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너 뭐라고 했어?”오성주는 약간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비록 성격이 좋았지만 그도 귀공자라 언제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 본 적이 있겠는가?“오성주, 너 머리에 똥이라도 들어 갔어? 너 유아가 제멋대로인 남자를 학교에 데리고 들어 온 거 못 봤어? 이렇게 은아를 대신해서 나서려는 거야? 너 머리가 어디 아픈 거 아니야?”이때 임용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오성주는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하현을 한번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야 차갑게 말했다. “임용, 이건 네가 소란을 피울 핑계가 못 돼.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자.”“유아가 꼰대에게 괴롭힘을 당한 건 내가 해결할 게.”“내 체면 좀 세워줘.”분명 오성주의 눈에 하현은 사회인, 꼰대일 뿐이었다. 유아 옆에 있던 하현에 대해 그도 매우 불쾌해했지만 그는 임용처럼 그렇게 직접적이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하현은 오성주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이 이 정도 기품이면 괜
오성주와 임용 두 사람은 남원대에서 풍운아급으로 소문이 나서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임용은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오성주는 오히려 냉담한 얼굴이었다. 관건은 주위의 여학생들에게 손을 흔들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남원대 태권도협회 회장에다 벌써 검은띠까지 땄다. 게다가 잘생긴 외모까지 갖춰 여성 팬들이 많았다. 오늘 임용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그를 꽤 기쁘게 만들었다. 그가 임용을 한바탕 해치워야 유아가 어떤 남자를 선택할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오성주는 오른손을 내밀어 덤비라는 듯이 검지 손가락을 까딱였다.임용은 냉소하며 손에 들고 있던 농구공을 세게 내리쳤다. 오성주는 농구공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 하지만 그가 막 발을 내디뎠을 때 임용은 이미 그의 앞으로 달려들어 매섭게 뺨을 내리쳤다.“퍽!”오성주의 뺨을 내리치고 바로 마구 후려쳐 그가 땅에 떨어졌을 때, 임용은 또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가 오성주의 아랫배를 세게 걷어찼다. “억!”오성주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몸이 새우처럼 뻣뻣해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의 소위 검은 띠는 덩치가 큰 임용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주위의 학생들은 모두 멍해졌다. 다들 원래 맹렬한 싸움을 보려고 했었는데 풍운아 오성주가 이렇게 싸움에 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뺨 한대 맞고 이렇게 바로 폐기 될 줄이야. 이때 임용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찼다. 체육 특기생답게 체력, 순발력 등 보통 학생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앞으로 남원대에서 누가 감히 그를 괴롭힐 수 있겠는가? 이때 임용은 냉소하며 장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들에게 경고하는데, 오늘부터 어르신이 남원대의 왕이야!”“어르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는 왕비고!”“이 땅의 3분의 1은 어르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너희들은 쓰레기인 셈이야. 알겠어?”옆에 있던 똘마니들은 냉소를 연발했
하현은 정말 어린애들을 건드리는 데는 취미가 없었다. 임용 같은 학생은 천왕처럼 보였지만 문제는 하현의 눈에는 정말 어린애라는 것이다. 그가 어떻게 흥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지금 몇 마디를 더 하는 것은 임용이 유아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하현이 보기에 자신은 이미 아주 겸손하게 그의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 정상적으로 말하자면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제호그룹의 회장이라고 해도 자기 앞에서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그런데 하현의 말을 듣고 생각지도 못하게 임용은 마치 자신이 엄청난 모욕을 받은 것이라 여겼다.그는 갑자기 하현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말했다. “네가 뭔데 감히 어르신에게 사과를 하라고 해!”“이 어르신이 경고하는데, 난 이 계집애가 마음에 든다고!”“마음에 들 뿐 아니라 오늘 밤 나는 이 여자애랑 잘 거고 거기다 너를 옆에서 무릎 꿇리고 보게 할 거야!”임용이 이 말을 내뱉자 그의 똘마니들은 하나같이 옹졸하고 변태 같은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이런 비슷한 일들을 하는 것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이 말을 듣고 하현은 화가 났다. 내 처제를 다른 누군가가 집적거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감히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다니?이 순간 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임용은 하현의 동작을 보면서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아저씨, 이건 당신이 스스로 달려와서 죽으려는 거예요. 내가 경고하는데 이따가 내가 당신을 불구로 만들어도 나는 한 푼도 배상해 주지 않을 겁니다!”이때 임용은 이미 하현을 쓰러뜨릴 수 있는 몇 십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게다가 하현을 이용해서 유아를 협박하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오늘 밤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현은 이미 임용 앞에 이르렀다. 임용은 예의를 차리지 않고 오른쪽 다리로 하현의 얼굴을 향해 세게 휘둘렀다. 그의 생각에 이 한 발이 먹히면 하현의 머리
“무슨 일이야?”“뭐? 내 아들 용이가 맞아서 갈비뼈 열 몇 개가 부러졌다고?”“지금 병원에서 응급처치는 했어?”원래 평온했던 임천석은 이때 안색이 변하며 벌떡 일어섰다.“어? 임 이사님, 큰 일은 아닌 거죠?”은아가 황급히 물었다. 임천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 회장님, 오늘 우리 비즈니스 협상은 며칠 연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제 아들이 학교에서 맞아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가해자를 찾을 수가 없어서 가봐야겠습니다.”“저 임천석의 아들이 맨 주먹으로 맞은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은아는 이번 양측의 협력을 아주 중요하게 여겨 이때 이 말을 듣고 말했다.“그럼 저도 이사님과 함께 가보겠습니다.”“네!”곧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다. 방금 수술실에서 나와 온 몸에 깁스를 한 임용을 보았을 때 임용의 얼굴에는 악독한 기운이 가득했다. “도대체 감히 누가 널 건드린 거야? 너 네가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라는 걸 상대방에게 말하지 않았어?”임천석의 말투는 매우 살벌했다. “아버지, 제가 말했는데 우리 제호그룹이 상대방의 눈에 못 미쳤나 봐요!”“아버지가 그 자리에 계셨으면 그 사람은 아버지의 다리도 부러뜨리겠다고 했을 거예요.”“아버지, 저는 인정할 수 없어요. 반드시 저 대신 복수해 주세요!”이때 임용은 악독한 얼굴로 이를 악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 아빠가 있으니 반드시 정의를 찾아주마!”“우리 제호그룹은 남원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어. 그런데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다니, 그를 죽여 버릴 거야!”“너를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임천석의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임용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하현이에요. 하현이라는 사람이에요!”“뭐? 하현!?”이 이름을 듣고 옆에 있던 설은아는 멍해졌다. 임천석도 사회에서 오랫동안 뒹굴어 세상 물정에 훤한 사람이었다. 설은아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자 마자
“사람을 때려?”전화 맞은편에서 하현은 이미 임용을 때렸던 일을 잊었다. 은아가 이렇게 묻자 그제서야 생각이 나서 말했다. “때린 거? 별일 아니야. 그냥 어린애랑 소꿉장난 했던 것뿐이야.”“소꿉장난?”은아는 화가 났다. “제호그룹의 귀공자 나리를 때려서 입원시켰는데, 소꿉장난을 한 거라니!”“이렇게 큰 사고를 쳐놓고!”은아는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난 후 심호흡을 하고 나서 임천석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임 이사님, 이 일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병원비를 배상하고 아드님의 정식적 피해에 대해 추가로 2억을 더 배상해 드리겠습니다.”“또, 저희와 협력하는 것과 관련해서 사과의 의미로 저희 회사 쪽에서 10%의 이익을 양보하겠습니다.”은아의 말을 듣고 임천석은 냉소하며 말했다.“돈? 우리 제호그룹이 돈이 몇 푼 모자라겠어요?”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임 이사님이 요구하시는 대로 하는 게 낫겠네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단지 이 일은 사적인 일로 처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임천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차갑게 말했다. “첫째, 우리 합작 프로젝트는 우리 제호그룹이 70%의 수익을 차지 하겠습니다!”“둘째, 내 아들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만큼 당신 남편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겠습니다. 내가 직접 때릴 겁니다!”“셋째, 오늘부터 당신은 나랑 한달 동안 같이 자야 됩니다! 내 아들이 다 나으면 당신 여동생이 내 아들과 한달 동안 같이 자는 걸로 하고요!”“이 세 가지 조건이 달성되면 나도 따지지는 않을게요!”임천선의 얼굴엔 냉소가 가득 찼다. 그는 전에 설은아를 만났을 때 너무 놀랐었다. 지금 기회가 생겼으니 그는 분명 자신의 파렴치한 생각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임 이사님, 첫 번째 요청은 제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요청은 제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은아는 안 좋은 얼굴로 입을 열었
최가.임천석이 예의를 갖추고 방문했다. 선물을 주면서 동시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최공, 지금 우리 강남의 비즈니스 환경이 이렇게 안 좋은가요?”“비즈니스 협상에서 이득을 보자고 사람을 보내서 제 아들의 갈비뼈를 부러뜨릴 수도 있나요? 이 말을 듣고 최준은 발끈하며 말했다.“누가 이렇게 건방지게 군 거야!“우리 강남 상업환경은 항상 공평하고 공정해. 누구든 감히 함부로 굴면 그건 나를 건드리는 거야.”“너 네 상대한테 네 빽이 나라고 말하지 않았어?”임천석은 탄식하며 말했다.“최공, 아직 최공의 영향력으로는 부족한 가봐요.”“제 아들 임용이 최공의 이름을 말했는데 결국엔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져 지금 병원에 누워서 숨만 헐떡거리고 있어요!”“뭐!?”최준은 비할 데 없이 험상궂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난번 일로 최가의 인맥과 힘은 30%정도 줄었다. 하지만 손실을 메우기 위해 최준은 특별히 제호그룹을 끌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반쯤 자신의 휘하에 두고 있는 제호그룹 회장 아들이 뜻밖에도 맞아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다니, 이것은 강남 3인자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는 것이다!“말해 봐! 때린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 한숨이 나오네!”최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임천석은 눈동자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더니 곧이어 말했다. “우리와 협상을 한 사람은 백운회사의 설은아고, 내 아들을 때린 사람은 그녀의 남편 하현입니다!”“뭐!? 그 망할 자식!?”이 이름을 듣고 최가 사람들의 얼굴도 잇달아 크게 변했다. 이 데릴사위가 지난번 좋은 일을 망치고서 지금 임천석의 귀공자에게까지 감히 손을 대다니?반역, 반역이다!최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임천석은 고심하며 말했다. “최공, 이번 일은 처리하기가 골치 아프신가요?” “이 사람이 다루기 힘들다는 말씀이신가요?”최준은 심호흡을 하고는 차갑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설은아는 우리 집 외손녀야.”“하현은 은아의 데릴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